엄가을은 국내의 소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밀란시아 패션쇼 관람과 쇼핑에 열을 올렸다.팬들은 그녀가 강철 심장을 가졌다며 폭풍우 속에서도 용감하게 전진하는 모습을 칭찬했다.송남지는 엄가을이 SNS에 올린 9분할 동영상을 클릭했다. 패셔너블한 런웨이, 밀란시아 거리, 날아오르는 비둘기, 즐거움 가득한 놀이공원이 담겨 있었다.동영상에서 나온 후 송남지는 엄가을의 글귀를 보았다.[모든 것은 최선의 배치이다.]슬픔도 기쁨도 초탈한 듯한, 지독하리만큼 평온하고 담담한 태도였다.게스트 초대 작업을 마친 재스민의 모든 직원들은 이제 겨울 화전을 기다리고 있었다.오늘은 촬영으로 바빴던 박재용이 오랜만에 갤러리에 들를 시간이 되어 송남지는 비서에게 모든 직원들을 근처 식당에서 회식하도록 지시했다.비록 일이 끝났지만, 모두의 기색은 영 밝지 못했다.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하나같이 풀이 죽은 모습이 마치 거대한 걱정거리에 짓눌린 듯했다. 점심시간을 맞은 식당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비서가 미리 예약해둔 룸 덕분에 소란을 피할 수 있었다. 재스민 직원들이 줄을 지어 방으로 들어갔고, 송남지와 민지현, 그리고 박재용은 묵직한 침묵을 지키며 맨 뒤에서 걸음을 옮겼다.막 룸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에, 송남지는 엄가을의 팬들에게 발각되었다.정확히 말하면 발각된 것이 아니라, 재스민 근처에서 죽치고 있던 팬들이 드디어 송남지를 찾아낸 것이었다.서너 명의 사람이 험악하게 달려오며 소리쳤다.“우리 가을이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고도 너는 여기서 즐겁게 네 직원들이랑 밥이나 먹고 있어? 네가 사람이야?”박재용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서려 했지만 송남지는 에워싸는 사람들을 한번 보고 박재용을 저지했다.“먼저 룸으로 들어가세요, 여기는 저랑 민 실장님만 있어도 충분해요.”박재용은 화가이자 남성으로서 여성과 어떤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고 그랬다가는 갈등이 더 커질 터였다.박재용은 눈썹을 까딱하며 송남지의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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