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은 인상을 쓰며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하지만 여자는 하정훈의 맞은편에 앉아 묘한 눈빛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웨이터가 술을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전 메리라고 해요. 여기서 유학 중인데, 만나서 반가워요.”메리는 하정훈에게 손을 내밀기 전, 가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머리카락이 뒤로 넘어가자 그녀의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며 아찔한 광경을 연출했다.하지만 이미 기분이 바닥까지 상한 하정훈은 그녀가 내민 손을 벌레 보듯 무시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김칫국부터 마시지 마. 난 그쪽이랑 엮일 생각 없으니까.”그 한마디에 테이블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송남지는 난처한 듯 하정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정훈 씨, 놀러 나왔잖아요. 분위기 깨지 말고 적당히 해요.”하정훈의 미간은 더욱 깊게 패였다.‘저 여자가 대놓고 꼬리 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눈치가 없는 건지 속이 없는 건지 모르겠네. 남지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걸까?’하정훈은 벌떡 일어나며 핑계를 댔다.“전화 좀 받고 올게.”사실 전화는 오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더 있다가는 폭발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하정훈이 자리를 뜨자 송남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수습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성격이 좀 까칠해요.”메리의 시선은 하정훈의 뒷모습을 집요하게 쫓았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비로소 송남지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그런데 방금 그 남자분이랑 무슨 사이예요?”송남지는 당당하게 밝혔다.“제 남편이에요.”메리의 얼굴에 실망과 불쾌함이 역력히 드러났다.“네? 남편이라고요? 되게 젊어 보이던데, 벌써 결혼을 했어요? 아까워라.”송남지는 둔감한 편이었지만, 이 여자가 결코 좋은 의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옆에 있던 남자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미인분은 더 어려 보이는데, 요즘은 다들 일찍 결혼하는 게 유행인가?”송남지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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