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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면을 쓴 남편: Chapter 601 - Chapter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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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송남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하 대표님, 지금은 21세기인데요.”호텔을 나서서 바에 도착할 때까지 하정훈은 내내 차가운 표정으로 송남지를 훑어보는 이성들을 예리한 눈빛으로 훑어보았다.바 입구에 도착해서야 송남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하정훈을 흘끗 보며 말했다.“계속 그런 눈빛으로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지 마세요, 너무 이상해요.”만약 눈빛에 공격력이 있었다면, 하정훈은 이쯤에서 이미 수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했을 것이다.송남지가 말로 제지할 때까지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움을 띠고 있었다.손을 뻗어 송남지의 어깨를 감쌌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주변을 훑어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의 이런 모습을 본 송남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훈 씨, 당신 지금 모습, 꼭 귀여운 경비견 같아요.”처음으로 개에 비유되는 말을 들었지만, 하정훈은 지금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는 주변 남성들의 시선을 눈빛으로 위협하는 데만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심지어 일할 때보다도 더 집중하는 모습이었다.송남지는 자신이 마치 전담 경호원을 데리고 나온 기분이었다.이 경호원은 날카롭고 무서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향하는 수많은 시선들을 격퇴했다.송남지는 오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봐요, 다들 이렇게 입었잖아요? 좀 편하게 있어요.”말을 마친 송남지는 하정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편하게 있으라고?’하정훈이 어떻게 긴장을 풀 수 있겠는가?그는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을 지경이었다.결국 하정훈은 자신의 겉옷을 송남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이거 걸쳐. 안은 에어컨 바람 때문에 추워. 감기 걸리지 말고.”송남지는 투덜거렸다.“이 코트는 저 때문에 준비된 거였군요.”시끌벅적한 바 안에서는 현란한 조명이 휩쓸고 지나갔고 짙은 향수와 알코올 향이 뒤섞였다. 소란스러운 음악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경계심과 삶의 피로를 내려놓게 했다.송남지는 사실 이런 시끄러운 장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모든 것을 한 번쯤은 시도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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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하정훈은 인상을 쓰며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하지만 여자는 하정훈의 맞은편에 앉아 묘한 눈빛으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내렸다. 웨이터가 술을 가져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안녕하세요, 전 메리라고 해요. 여기서 유학 중인데, 만나서 반가워요.”메리는 하정훈에게 손을 내밀기 전, 가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머리카락이 뒤로 넘어가자 그녀의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며 아찔한 광경을 연출했다.하지만 이미 기분이 바닥까지 상한 하정훈은 그녀가 내민 손을 벌레 보듯 무시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김칫국부터 마시지 마. 난 그쪽이랑 엮일 생각 없으니까.”그 한마디에 테이블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송남지는 난처한 듯 하정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정훈 씨, 놀러 나왔잖아요. 분위기 깨지 말고 적당히 해요.”하정훈의 미간은 더욱 깊게 패였다.‘저 여자가 대놓고 꼬리 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눈치가 없는 건지 속이 없는 건지 모르겠네. 남지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걸까?’하정훈은 벌떡 일어나며 핑계를 댔다.“전화 좀 받고 올게.”사실 전화는 오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더 있다가는 폭발할 것만 같았던 것이다.하정훈이 자리를 뜨자 송남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수습했다.“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성격이 좀 까칠해요.”메리의 시선은 하정훈의 뒷모습을 집요하게 쫓았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비로소 송남지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그런데 방금 그 남자분이랑 무슨 사이예요?”송남지는 당당하게 밝혔다.“제 남편이에요.”메리의 얼굴에 실망과 불쾌함이 역력히 드러났다.“네? 남편이라고요? 되게 젊어 보이던데, 벌써 결혼을 했어요? 아까워라.”송남지는 둔감한 편이었지만, 이 여자가 결코 좋은 의도로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옆에 있던 남자도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미인분은 더 어려 보이는데, 요즘은 다들 일찍 결혼하는 게 유행인가?”송남지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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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송남지는 잡힌 팔목을 내려다보았다. 메리의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센지 손목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그렇게 비싼 술이면 그쪽이나 많이 드세요. 전 안 마시니까.”송남지는 메리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 메리는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하, 성깔 있네? 마침 우리 마틴 도련님이 그쪽처럼 앙칼진 여자 좋아하거든요. 나도 그쪽 남편 스타일 좋아하고. 우리끼리 파트너 바꿔서 노는 거 어때요?”송남지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이 녀석들은 정말이지 너무 뻔뻔하네. 어쩜 이렇게 낯뜨거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을까.’게다가 옆에 있던 다른 놈이 한술 더 떴다.“아가씨, 마틴 혼자 심심하면 나도 끼워줄게. 쓰리썸 어때? 두 배로 즐겁게 해줄 수 있어.”이로써 송남지는 이들의 추악한 민낯을 확실히 파악했다.그녀의 눈매가 서늘하게 굳어졌다. 하정훈과 오래 지내다 보니 그녀가 화낼 때의 표정도 어느새 그를 닮아 상대를 오싹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마틴은 잠시 움찔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어이구, 눈빛 살아있네. 나 순간 졸았잖아.”메리는 옆에서 비위를 맞추며 부채질을 했다.“마틴, 농담도 참. 넌 이 바닥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이잖아. 솔직히 맨성 전체에서 네 눈치 안 보는 사람 있어? 이런 계집애, 그냥 확 덮쳐버려도 돼.”송남지의 미간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이 인간들은 어쩌면 이렇게까지 역겨울 수 있단 말인가.’마틴은 메리의 칭찬에 우쭐해져서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메리, 넌 내가 얘 덮치고 나면 그 틈에 남편이랑 놀아나려고 수작 부리는 거지? 야, 내가 그렇게 막무가내인 놈이냐? 나 신사야. 돈으로 해결하는 거 좋아한다고.”그러더니 앞을 가로막힌 송남지를 쳐다보며 말했다.“얼마면 돼? 터무니없는 금액만 아니면 오늘 밤같이 놀자.”송남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묻혀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미리 경고하는데, 허튼수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중에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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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백번 양보해서 송남지가 이 마틴이라는 남자의 여자친구라고 가정해도, 이런 행동은 정이 뚝 떨어질 만큼 한심한 행동이었다.잔액 화면을 훈장처럼 흔들어대며 과시하지만, 정작 생색만 낼 뿐 베풀 줄은 모르는 옹졸한 ‘진상’의 표본이랄까.끼리끼리 유유상종이라더니 그 옆의 여자 또한 만만치 않았다.메리는 비웃는 듯한 미소로 송남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남편 잘생기긴 했지만, 우리 마틴은 돈 많잖아. 마틴이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견문도 넓혀줄 텐데, 돈까지 벌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겠어? 이런 좋은 기회는 언제든 오는 게 아니라고.”마지막으로 메리는 송남지에게 윙크까지 하며 말했다.“기회는 순식간에 사라지는 법이야, 놓치면 평생 후회할걸.”말을 마친 메리는 이미 하정훈의 모습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송남지의 눈동자에 짙은 혐오감이 서렸다.처음엔 이들의 속셈을 미처 몰랐기에, 하정훈이 차갑게 반응할 때조차 자신이 나서서 분위기를 완화하려 애썼다.하지만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정훈의 행동이 옳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말이 없네? 고민하는 거야? 그럼 이렇게 하자, 돈이 적다고 생각하면 더 줄 수도 있어. 우리 함께 놀자.”다른 남자가 입을 열었다.이 친구도 진짜 ‘막장'이었다.“돈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야?”송남지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방금 말했던 남자는 매우 단호하게 답했다.“당연하지. 돈만 있으면 이 세상에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제정신 박힌 사람치고 돈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냐고.”송남지는 입술을 비죽였다.“그럼 돈만 있으면 넌 강아지처럼 바에서 낑낑거리며 기어나갈 수도 있겠네?”송남지의 경멸적인 말투를 감지하자 그 남자는 불쾌해했다.마틴을 따라다니며 이렇게 무시당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그게 무슨 말이야? 부자인 척하는 거야? 진짜 돈 내라고 하면 또 불평할 거면서.”송남지가 나지막이 웃었다.“내가 진짜 돈을 준다면?”시끄럽던 음악이 마침 끝나는 바람에 그녀의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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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송남지의 미간은 더욱 깊이 찌푸려졌다.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도 하정훈의 흔적 따위는 찾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흘러가는 시간만을 응시할 뿐이었다.그녀는 이토록 확신했다.과연, 몇 분이 흐른 뒤 옆에서 하정훈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뭐 하는 짓들이야? 내 아내를 둘러싸고 지금 겁이라도 주는 거야?”하정훈의 갑작스러운 복귀에 몇몇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달랐다.송남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자신의 예상이 정확했다는 데서 오는 득의양양한 미소였다.메리는 눈동자가 빛나며 하정훈을 향해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고 시선은 잠시 메리에게 머물렀다.그녀는 순간 조명이 밝아져 하정훈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착각하며 더욱 힘주어 웃었다.마치 KTV에서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공주처럼 말이다.다음 순간, 하정훈은 송남지 옆으로 바싹 다가서 그녀를 이 몇몇 사람들과 분리시켰고 메리에게 차갑게 말했다.“머리 가려우면 가서 머리나 감아. 그 거칠고 지저분한 머리칼 휘적거리지 말고. 옆 테이블 사람들은 바에 눈 내리는 줄 알겠다.”송남지의 입가에는 더욱 참을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때때로 하정훈은 속이 검고 독설적이었다.그런데 송남지는 공교롭게도 그의 그런 못된 성미가 싫지 않았다.메리는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고 얼굴은 확 달아올라 분통이 터져 입술까지 보랏빛이 돌았다.그녀는 하정훈이 잘생겼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하정훈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에게 이렇게 망신을 주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분통 터진 메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역시 천박한 것들은 말하는 수준도 상스럽군.”다른 한편, 마틴은 예상보다 빨리 돌아온 하정훈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자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돌아왔으면 좀 어떤가. 어차피 오늘 돈 좀 써서 제대로 놀 작정이었으니, 차라리 판을 깔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게 나을 성싶었다.“마침 딱 잘 왔어. 방금 네 아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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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그 웃음소리에 마틴은 자신이 부른 액수가 적다고 오해했다.마틴은 짐짓 통 큰 척하며 값을 올렸다.“내 말은 한 번에 2천만이라는 거야. 적다고 생각하면 원하는 액수를 말해봐. 상관없으니까.”눈앞의 멍청이가 되려 자신을 안심시키려 드는 꼴을 보니, 하정훈은 비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세상은 넓고 별종은 많다는 것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사람이 많으니 별의별 희한한 인간들이 다 있는 법이라고. 하지만 그런 부류들이 감히 그의 곁에 발을 들일 기회 따위는 없었다.그래서 하정훈에게도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이런 괴상한 인간과 마주하게 된 것은 처음이었다.하정훈은 마치 우물 안 개구리를 보듯 마틴을 내려다보았다.“나보고 가격을 부르라고?”그는 마틴을 경멸하듯 쳐다보며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무심하게 손가락을 놀렸다.마틴은 하정훈이 4천만이라는 금액이 적당한지 계산기라도 두드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 불러. 과감하게 불러봐.”마틴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어깨를 으쓱하며 전형적인 부잣집 도련님 흉내를 냈다.심지어 폼을 잡으며 소파에 앉아 스스로에게 술을 따르기까지 했다. 술을 마시는 내내 자잘한 동작을 섞으며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하정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오지훈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다.오지훈은 발이 넓어 상류층에 끼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들도 제법 알고 지냈다.이런 놈에 대해 물어보기엔 그가 제격이었다.오지훈은 순식간에 마틴의 신상 정보를 보내왔다. 모든 것을 파악한 하정훈은 마틴을 쳐다보며 말했다.“2조 어때?”마틴에게 술을 따라주던 메리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잔에서 술이 넘쳐흐를 정도였다.“2조? 미쳤어?”마틴은 뒤늦게야 하정훈이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화를 냈다.“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2조? 저승돈이라도 달라는 거야?”마틴이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보고 하정훈은 더욱 즐겁게 웃었다.하정훈이 웃는 것을 본 송남지는 놀란 듯 그의 귓가에 몸을 기울여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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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하정훈은 가볍게 웃었다. 그의 얇은 입술이 그리는 곡선에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서경 마씨 가문이잖아. 네 아버지 마종수는 노가다로 시작해서 건설업으로 돈 좀 벌었고 넌 동남아에서 유학하면서 매일같이 자기가 건설 재벌 2세라고 떠벌리고 다니잖아.”마틴은 잠시 멍해졌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혹과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너 전부터 나 알고 있었어?”하정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대꾸했다.“착각하지 마. 너 같은 놈은 내 기억 속에 저장될 가치조차 없으니까.”사실 이 정도 대답도 마틴 같은 놈에겐 과분할 만큼 체면을 세워준 것이었다. 마틴 같은 수준으로는 지금은 물론 평생을 발버둥 쳐도 하정훈의 눈에 들 수 없었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 마종수조차 하정훈에게는 이름 한 자 올릴 자격조차 없는 존재였다.걷잡을 수 없는 모욕감에 마틴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내 수준이 안된다고? 그럼 내가 누군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건데!”“내가 알고 싶으면 아는 거지,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하정훈은 여전히 가벼운 태도였다.그의 엄청난 자신감과 우월감은 마틴의 열등감을 제대로 자극했다.“내 수준이 안된다고? 그럼 네 수준은 대체 뭔데? 어디 대단한 이름이나 한번 들어보자!”하정훈은 경멸하듯 입꼬리를 올렸다.“너 따위는 내가 누군지 알 자격 없거든.”이 한마디는 마틴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았다.“이 새끼가 어디서 폼 잡고 지랄이야!”말이 끝나자마자 마틴은 손에 든 술병을 치켜들었다.그 와중에도 비겁하게 일부러 다 마신 빈 병을 고른 것이었다.메리가 옆에서 부추겼다.“얼굴만 번지르르했지 알고 보니 속 빈 강정이었네? 우리 마틴이 그렇게 우스우면 입만 놀리지 말고 실력을 보여주든가. 진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그 잘난 얼굴 믿고 까불지 마. 돈 앞에서는 너 같은 놈들, 아무것도 아니니까.”하정훈은 메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한 번 더 보는 것조차 자신의 눈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하지만 메리 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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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이 도시의 노른자위 산업을 독식하고 있는 운 사장이 하정훈 앞에서 이토록 비굴하게 몸을 낮추자, 지켜보던 구경꾼들 사이에는 경악 섞인 의문이 번져 나갔다.바의 단골손님 마틴과 충돌한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그는 어떤 신분이란 말인가?마틴 역시 운 사장의 이런 위세에 놀라 주춤했다.이치상 이곳은 운 사장의 구역인데, 그처럼 대단한 인물이 누구를 위해 이토록 체면을 버리고 머리를 조아린단 말인가.하정훈은 예의 바르게 MEK를 웃으며 바라보았다.“운 사장님, 서경에서 온 마틴이라는 이 친구가 제 아내에게 값을 매기겠다고 하네요. 이 일, 어떻게 처리할까요?”그가 담담하게 말할수록 운 사장은 더욱 긴장하고 초조해했다.운 사장은 옆에 서서 다소 멍하니 있는 마틴을 매섭게 흘겨보며 소리쳤다.“멍하니 뭐 해? 바보가 됐어? 얼른 사과 안 해?”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운 사장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이 거의 달려들 듯 마틴의 머리를 눌렀다.제지당한 마틴은 겨우 고개를 들어 하정훈과 송남지를 번갈아 보았다.송남지는 입술을 깨물고 미소 지었다.“내가 일찌감치 말해줬잖아. 너희들이 듣지 않았을 뿐이지.”메리와 또 다른 남성 일행은 이때 완전히 혼비백산했다.마틴은 몸부림치며 운 사장을 바라보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운 사장님, 저를 모르세요? 저희 아버지는 서경에서 건축업을 하시는 마종수입니다. 분명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니에요?”심지어 지금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마틴은 여전히 자신보다 더 대단한 인물을 만날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어차피 맨성은 이렇게 작은 도시이고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면 이곳에서 놀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운 사장의 어둡고 칙칙한 얼굴에는 한 줄기 경멸과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서경에서 건축업을 하는 마종수라고? 웃기고 자빠졌네.’서경의 하씨 가문 앞에서는 서경에서 건축업을 하는 마종수란 그저 공사장에서 벽돌 나르는 인부나 다름없었다.운 사장은 마틴이 또 무슨 망언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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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그들은 오직 상위 계층 앞에서만 자신이 쓰레기임을 인정했다.하정훈이 나지막이 웃었다.“조금 전까지 나랑 흥정하지 않았나? 내가 제안한 2조는 진심이야, 한번 고려해 보는 게 어때?”그가 이렇게 말한 목적은 그저 마틴을 위협하여 그의 머릿속에 그 가소로운 마씨 가문이 2조라는 거금을 탕진하고 몰락하는 광경을 머릿속에 강제로 그려 넣게 하는 것이었다.실재하는 고통보다 더 끔찍한 것은 곧 닥쳐올 파멸을 생생하게 상상하는 과정임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마틴은 겁에 질려 입술까지 파랗게 질렸다. 희미한 조명 속에서도 마틴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선명하게 보였다.바 안의 냉기가 강하게 돌고 있었음에도 땀을 흘리는 것으로 보아, 마틴이 진심으로 당황했음을 알 수 있었다.“하... 하 대표님... 대표님의 2조는 농담이 아니었습니까? 제... 제발 저한테 그런 농담은 하지 마세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이때의 마틴은 작은 양처럼 순해져, 조금 전의 바람둥이 같은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마틴, 나는 네 건방지고 자유분방한 모습이 더 좋았는데, 지금 이 모습은 네 친구들과는 너무 안 어울리는데.”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정훈은 자연스레 마틴 뒤에 서 있는 벌벌 떨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셋 중 가문 형편이 가장 나은 쪽은 마틴이었다. 평소 다른 두 사람은 마틴의 비위를 맞추며 그 대가로 이득을 챙겨왔다. 그랬기에 그들은 마틴보다 훨씬 눈치가 빨랐고, 위기 상황에서 책임을 떠넘기는 수완 또한 남달랐다.메리는 풀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하 대표님, 사실 처음부터 마틴이 사모님께 찝쩍댄 거예요. 저희는 계속 뜯어말렸는데도 도통 듣질 않더라고요!”책임은 이미 허공을 떠돌며 주인을 잃어가고 있었다.마틴은 경악에 찬 눈으로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평소 제 덕에 호의호식하며 알랑방귀를 뀌던 놈들이, 이제 와서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다니.마틴은 이 하찮은 것들에게 비겁하게 뒤통수를 맞은 채 무너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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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마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2조라는 돈을 어떻게 마련할지 궁리하는 듯했다.그 순간, 송남지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그녀는 하정훈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그의 귓가에 몸을 기울여 작게 속삭였다.“정훈 씨, 나 좀 피곤해요.”하정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지금 가자.”떠나기 전, 하정훈은 MEK에게 몇 마디 지시를 내렸다.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남지는 이미 앞서서 황급히 걸어 나가고 있었다.바를 나온 뒤에야 하정훈은 송남지의 기분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차 안.운전기사가 호텔을 향해 차를 모는 동안, 송남지는 말없이 차창 밖 야경만 바라보고 있었다.맨성의 밤은 여전히 끈적한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차 안의 에어컨은 세게 틀어져 있었고 차가운 바람에 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정훈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기분 안 좋아?”송남지는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여전히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네.”하정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래? 어디 한번 맞춰볼까... 그 쓰레기들 때문에 화난 거야? 걱정 마. 운 사장에게 단단히 일러두었으니 알아서 처리할 거야.”송남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가 기분 나빴던 것은 그들 때문이 아니었다. 쓰레기는 영원히 쓰레기일 뿐, 그런 것들 때문에 감정을 소모할 가치는 없었다.“그럼 뭔데?”하정훈은 그렇게 물으며 송남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하지만 송남지는 소리 없이 자신의 손을 빼냈다. 하정훈의 시선은 그녀가 빼낸 손에 머물렀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송남지는 하정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하정훈은 그녀가 정말로 화가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송남지는 입을 열지 않았다.스위트룸 문을 열자마자 하정훈은 송남지를 황급히 자신의 팔 안으로 가두었다. 뜨겁고 무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송남지는 간지럼을 잘 타는 편이라, 그의 숨결만으로도 온몸이 근질거렸다.그녀는 미간을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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