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481 - Chapter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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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1화

“그래...”남정은 이 타이밍에 강준 얘기를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그래도 결국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강준도 우리랑 같이 가?”“저... 아직 강준 씨한텐 말 안 했어요. 어머니도 보셨잖아요. 요즘 저희는 만나기도 힘들어요.”별아의 말끝에 묘한 씁쓸함이 묻었다.남정은 더 묻지 않았다. 이미 다 알아들은 듯한 표정이었다.“강준이 얘기는 일단 접자. 내가 애들 방한복부터 챙길게. 오랜만에 나가는 건데, 즐거운 게 제일이야.”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여행 계획은 강준에게 알리지 않았다.연말은 XY그룹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 별아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소은 일로 한 번 부딪친 뒤, 별아와 강준 사이의 온도는 더 내려갔다. 별아는 가끔 ‘사랑이 옅어진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사람은 감정의 동물인데, 같이 지낼수록 더 달라붙고, 더 못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얻고 나면 끝난 게임처럼 굴었다.별아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클리어’가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래도 어쩌면 지금 별아 마음이 그런 걸지도 몰랐다.‘재미가 없어지면... 지우는 거.’하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니었다. 별아에겐 아이가 셋이나 있다. 진짜로 이혼까지 가면, 아이들 때문에 또 한 번 거센 싸움이 될 것이다. 머리로는 그게 너무 분명했다.별아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한 걸음씩 가 보자.’눈이 내렸다.별아는 베란다에 서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올려다봤다. 마음 한쪽이 이유 없이 축축해졌다.벽 모서리에 있는 자귀나무는 내년에 꽃을 피울까?장미는 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바람이 불었다. 별아의 머리카락에 눈이 내려앉았다. 서늘했고, 갈피를 못 잡는 기분이 들었다.그때, 별아의 몸이 갑자기 따뜻한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두툼한 모직 코트가 별아를 감쌌다. 별아의 등이 강준의 가슴 쪽에 붙었다. 따뜻한 느낌에 별아는 잠깐 ‘내가 착각하나’ 싶을 정도였다.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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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별아는 감정이 변해 가는 과정의 모든 단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그런데 별아는 몰랐다. 이렇게 빨리, ‘진짜로’ 그런 단계가 올 줄은.별아도 인정했다. 요즘의 무기력은 별아의 몸 상태와 떼어 놓을 수 없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과하게 곱씹다 보면, 없는 장면이 눈앞에 떠오를 때도 있었다. 잠은 달아나고 마음은 가라앉고, 자신이 싫어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약을 넘겼다.별아는 이런 감정의 원인을 종종 결혼 탓으로 돌렸다.좋은 결혼은 사람을 살린다.나쁜 결혼은 사람을 깎아 먹는다.그러다 죽고 다시 태어나,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채 혼자 살아가게 되는 것.별아에게 사랑은 좋은 뜻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별아에게 사랑은 파괴였다. 피로 물든 상상이고, 고통이었다. 적어도 별아에게는 그랬다.왜 요즘 생각이 자꾸 비극 쪽으로 잔혹한 쪽으로만 기우는지, 별아 자신도 이상했다. ‘약을... 더 늘려야 하나?’강준이 별아를 보며 말했다.“여보... 나한테 완전히 실망한 거지.”강준은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이 결혼은 정말 어렵게 이어왔다. 강준은 별아의 손을 잡고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가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그건 책임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됐고, 맹세도 아니었다. 강준에게는 사랑이었다. 강준은 별아를 정말로 사랑했다.별아는 강준을 가볍게 밀어냈다.그리고 안방을 가로질러 걸었다.실망은 쌓여서 생긴다. 그런데 강준이 별아에게 대놓고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별아 스스로 안에서 갉아먹는 느낌이었다.그녀가 말했다.“네가 같이 눈 보러 가고 싶으면, 난 상관없어.”별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들뜨지도 않았고, 기대도 없었다.강준은 느낄 수 있었다. 별아의 마음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걸.강준은 별아 옆에 몸을 숙여 앉았다.“그래. 그럼 이따가 내가 짐 챙길게.”...여행에서 돌아온 뒤.둘의 관계는 아주 조금 누그러진 듯했지만, 얼음이 완전히 녹은 건 아니었다. 매일 밤 같은 방,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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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별아는 부서진 사람처럼 강준을 바라봤다.그녀는 자신부터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리고... 지금의 강준은 별아 마음속으로 들어올 수 없다고 말했다.강준은 별아의 말 앞에서 더 밀어붙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같이 치료할게. 우리... 먼저 병부터 제대로 고치자.”...별아의 병은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된 병이었다.전생에서 별아는 감정을 너무 밖으로 쏟아냈다. 그래서 이번 생에는 감정을 숨기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별아는 몰랐다. 숨겨둔 감정이 어느 날 되돌아와 별아 자신을 물어뜯을 줄은.아픈 건, 예상한 일이기도 했다.별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을 너무 강한 존재로 여겼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못 버티고 있었다.별아에게는 세상이 싫어지는 감정이 찾아왔다.가끔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물이 붉게 보였다. 별아는 그 붉은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면도칼로 손목을 긋고, 그 붉은 물에 섞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곤 했다.하지만 죽고 싶지 않았다.그런데도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죽어.’별아는 그게 무서웠다.그래서 밤에 잠들기 전, 창문을 닫고 또 닫았다. 혹시 자신이 제정신이 아닐 때, 창문을 열고 뛰어내릴까 봐...강준이 별아를 품으로 끌어안았다. 하지만 곧바로 별아의 몸이 차갑다는 걸 느꼈다.“왜 이렇게 차가워? 어디 아픈 거야? 내가 체온계 가져올게.”별아가 조용히 말했다.“괜찮아. 조금 있으면 따뜻해져.”강준은 별아를 더 꼭 끌어안고 이불을 단단히 여몄다.“내가 이불 데워줄게.”...밤.별아는 잠을 제대로 못 잤다.5분 자고, 한 시간 눈을 떴다. 불면증은 여전히 심해서, 도저히 못 자게 되면 별아는 약을 먹었다. 처음엔 한 알이었는데, 이제는 세 알로 늘었다.강준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그는 조심스럽게, 별아에게 상의했다.“새해 지나면 우리 둘이 여행 가자. 우리 재결합하고도 결혼식도 제대로 못 했잖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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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괜찮아.”강준은 별아를 더 꼭 끌어안았다. 오랜만에 강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내 얼굴, 진짜 두껍거든.”별아가 강준의 가슴을 밀었다가 다시 강준을 올려다봤다.“하강준, 나중에 또 네가 어떤 신인이랑 눈빛 주고받는 거 걸리면... 나 진짜 손 나간다.”별아는 더 참지 않기로 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답답하면 풀었다. 스스로를 막다른 데로 몰아넣는 건 별아 자신에게도 너무 가혹했다.강준이 바로 받아쳤다.“때려. 세게 때려.”강준은 같은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해외에서 돌아온 뒤, 남정은 별아가 한결 나아진 걸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강준이 옆에서 챙기면서 별아도 약을 조금씩 줄여 갔다.강준은 일이 아무리 바빠도 매일 밤 반드시 집에 들어왔다. 출장은 길어도 사흘을 넘기지 않았다. 강준은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별아에게 쓰려고 노력했다.별아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어느 날.남선애가 별아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별아야, 오늘 별현이가 여자친구 데리고 집에 온대. 너랑 하 서방도 한 번 와.]별아는 바로 대답했다.“네, 엄마. 알겠어요.”동생의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별아는 제대로 된 첫인사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지에게 연락해 같이 쇼핑을 가자고 했다.수지가 웃으면서 말했다.“별현이도 여자친구가 생겼어? 세월 진짜 빠르다. 사진은 봤어? 어떤 애야?”“아직.” 별아가 고개를 저었다. “별현이는 되게 순한 편이잖아. 나도 별현이랑 비슷한 느낌의 사람이었으면 좋겠어.”별아는 수지를 데리고 구찌 매장으로 들어갔다.여자들은 가방을 좋아하니, 가방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낮았다.수지가 별아를 말렸다.“첫 만남에 구찌 가방은 너무 과해. 네가 이렇게 주면, 받는 사람도 난처해. 받아도 ‘욕심 많은 애’로 보일까 걱정하고, 안 받으면 또 네 기분 상할까 걱정하고.”별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엄마 말로는 둘이 사귄 지 일 년 넘었대. 우리 집 사정도 어느 정도는 알 거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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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이 남자는 너무 매력적이야.’‘속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타입이고...’‘하지만 이상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보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누나, 소개할게.”별현이 보미를 조심스럽게 이끌면서 별아와 강준 앞에 세웠다.“제 여자친구예요. 이름은 이보미고, 제 대학원 동기예요. 보미야, 여기는 우리 누나 송별아. 그리고 우리 매형 하강준.”“두 분... 안녕하세요...”보미는 귀끝까지 붉어지면서도 슬쩍 강준을 훔쳐봤다.강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별아의 얼굴은 부드러웠고, 입꼬리에는 살짝 미소가 걸렸다.“만나서 반가워, 보미 씨. 여기 올 때는 그냥 네 집이라고 생각해. 우리 별현이가 괴롭힌 건 아니지? 혹시 별현이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내가 혼내줄게.”“아, 아니에요. 별현 씨가 저한테 정말 잘해줘요.”보미는 긴장한 채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불안을 감췄다.별현이 자연스럽게 보미 손을 잡았다.“이제 여기 서 있지 말고, 거실로 들어가서 얘기하자.”별아는 보미에게 가방을 선물로 건넸다.보미는 그런 가방을 예전엔 명품 매장 밖에서 멀찍이 구경만 했다. 그런데 그런 가방이 지금 자기 앞에 놓여 있었다.보미의 마음이 움직였다.보미는 몇 번 형식적으로 사양하다가 결국 받았다.“너희끼리 얘기하고 있어. 나는 주방에 가서 음식 좀 봐야겠다.”별아가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강준도 외투를 벗으며 따라 나섰다.“여보, 나도 같이 갈게.”보미는 강준의 뒷모습이 주방 쪽으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야 무심한 척 별현에게 물었다.“네 매형... 분위기 되게 좋다. 돈이 많은 사람이야?”별현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K시 하씨 가문 후계자야.”보미가 굳었다.‘K시 하씨 가문?’‘그 백년 넘게 내려온 그 하씨 가문?’“그럼... 네 누나가 하씨 가문의 사모님이야?”보미가 너무 큰 반응을 보이자, 별현은 웃으면서 보미의 볼을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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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어쩌면 보미의 시선이 지나치게 한곳에 머물러 있었던 탓인지도 몰랐다.강준이 그 기척을 알아챘다. 그는 눈을 들어 보미를 바라봤다.금세 볼이 달아오른 보미는 황급히 시선을 돌린 뒤 자리에 앉았다.강준은 수많은 여자를 봐 왔다.여자들이 강준을 바라보는 눈빛이 동경인지 호감인지, 아니면 강준에게서 뭔가를 얻어 내려는 계산인지, 강준은 한 번만 봐도 알아차렸다.그런데 보미는 달랐다. 보미는 마음이 쉽게 한곳에 머무는 타입이 아니었다.강준은 가슴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삼켰다.‘이걸 별아한테 어떻게 말해야 하지.’“보미 씨, 대학원 졸업하고 나면 무슨 계획 있어요?” 별아가 물었다.보미는 일부러 별현을 한 번 힐끗 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 “별현이하고 정해야죠. 저는 사실... 제 뜻이 아주 뚜렷한 편은 아니에요.”별아는 시선을 별현에게 옮겼다.별현이 일을 하든 계속 공부를 하든, 별아는 어느 쪽이든 응원할 생각이었다.“별현아, 넌 무슨 생각이야?”“누나, 난 일할 생각이야. 아빠 회사에 들어가서 제일 밑바닥부터 시작하려고. 조금씩 차근차근 배우면서 경험을 쌓아야지.”“나중에 내가 이어받으려면 회사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부 알아야 하잖아.”별현의 그런 책임감은 별아를 꽤 만족스럽게 했다. “이 녀석, 다 컸네. 아빠 나이 드신 것도 알고, 네가 이어받을 생각도 다 하고.”별현은 머리를 긁적였다.별현도 아직 많이 서툴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이 일을 제대로 해낼 자신만큼은 있었다.“우리 집은 앞으로 내가 책임질게. 누나는 이제 누나 가정만 잘 챙기면 돼.”별아는 손을 들어 별현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었다.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다. “진짜 많이 컸네. 그럼 결혼 생각은 아직 없어?”별현은 정말로 결혼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적어도 서른 전에는 결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여겼다.물론 별현은 아무하고나 연애하는 타입도 아니었다.한 사람과 진지하게 마음을 쌓아 가는 쪽이 좋았다. 잔잔하게 오래 이어지는 관계를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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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자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줄 인내심이 부족하다.그런 여자들은 빠른 결과를 원한다.당장 손에 잡히는 돈이 있는데, 굳이 한 남자 곁에 붙어서 불확실한 일에 함께 매달릴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것이다.“시야가 짧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 부정 못 하잖아. 게다가 별현이도 너무 이른 결혼은 안 한다고 했고. 그럼 연애하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이보미도 확신이 없을 거야. 지금 이 상황에서... 네 생각엔 이보미가 어떻게 하겠어?”별아는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이제는 진심 어린 마음이라는 게 없는 걸까?’‘사랑이라는 건 함께 길을 걸어가는 일 아닌가? 빠른 결과만 바라는 관계라니.’“보미가... 돈만 밝히는 사람 같다는 거야?”“돈만 밝힌다고까지는 못 해. 근데 돈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타입은 절대 아니야.” 강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돈을 바라는 정도도 다르지. 돈을 대하는 태도도 그만큼 달라질 수밖에 없고.”이 말에는 별아도 반박할 수 없었다.무조건 맞다 틀리다로 나눌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현실은 원래 그런 식으로 흘러가기도 했다.별아가 걱정하는 건, 별현이 연애 문제로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었다.“생각해 보니까, 오늘 널 데리고 가지 말았어야 했어.”“내가 무슨 요괴 비추는 거울이라도 돼? 네가 나 안 데려갔다가, 나중에 별현이 더 크게 다쳐도 괜찮다는 거야?”별아는 입을 다물었다.듣고 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그런데 만약 우리 짐작이 틀리면 어떡해? 보미가 정말 별현이한테 마음을 다 준 거면, 그때는 우리가 얼마나 민망하겠어.”강준이 웃었다. “네가 사람 보는 눈을 못 믿겠으면 나라도 믿어. 내가 별별 여자를 얼마나 많이 봤는데.”별아는 픽 웃었다.별아가 강준의 귀를 잡아당겼다. “많이도 봤겠지. 차라리 이렇게 말하지 그래. 무슨 여자든 내가 다 겪어 봤다고. 엉덩이만 들썩여도 네가 바로 알아챈다고...”“그만, 그만. 난 다른 여자랑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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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별아는 제대로 화가 났다.별아는 핸드폰을 수납함 위에 탁 소리가 나게 엎어 놓았다. “우리 둘만 보면 안 되냐고? 둘만? 이보미는 대체 뭘 하겠다는 건데? 내 남편한테 들이대서 유혹한 다음에 같이 자고, 그러고 나서 돈도 받아내고, 계속 관계 이어 가면서 좋은 자리나 인맥 같은 것도 얻어내겠다는 거야?”강준은 별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강준은 달래듯 웃었다. “이보미는 금융 전공이잖아. 금융권에서는 예쁜 얼굴이 가장 좋은 출입증이 될 수 있다는 걸, 이보미도 잘 알고 있는 거지.”별아는 고개를 돌려 강준을 바라봤다.금융권에서 이름난 강준 같은 남자에게 대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먼저 다가왔을까?“솔직하게 말해. 너한테 저렇게 달려드는 여자들, 많아?”강준은 담담하게 아내를 한 번 보고는 사실대로 말했다. “많지. 엄청 많아.”별아는 말문이 막혔다.강준은 솔직하긴 참 솔직했다.너무 솔직해서 별아는 오히려 화낼 기운도 빠졌다.“그럼 그런 여자들은 어떻게 정리했는데?”강준에게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 여자들 대부분은 강준의 돈을 보고 달라붙었다. 물론 그 중에는 길게 보고 움직이는 여자들도 있긴 했다.처음엔 강준과 관계부터 맺고, 그 다음에는 천천히 사모님 자리를 대신할 기회까지 노리는 식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기한테도, 강준한테도 이득이라고 계산하는 여자들이었다.물론 거기에는 전제가 하나 있었다.강준이 허락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나한테는 너무 빤히 보이니까, 그런 여자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도 전에 내가 다 잘라냈어. 난 위험이 생길 여지를 아예 안 둬. 나한텐 아내도 있고, 아이도 있고, 지켜야 할 가정도 있어.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자각이지.”별아는 곁눈질로 강준을 흘겨봤다.자기 자랑까지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 재주만큼은 참 대단했다.“난 진짜 모르겠어. 그런 여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멀쩡하게 자기 능력으로, 자기 몫의 깨끗한 돈 벌면서 살면 안 되나? 최소한의 선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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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별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하지만...별현 이야기는 잠깐 접어 두고, 이번에는 보미 쪽을 생각해 봐야 했다. “그럼 이보미가 주말에 보자고 한 거, 너 나갈 거야?”“내가 나갈지 말지는 네가 정해.” 강준은 결정권을 별아에게 넘겼다.별아는 잠시 생각했다.이내 강준의 핸드폰을 집어 들어 보미에게 답장을 보냈다.[그래, 주말에 보자.]상대 쪽에서는 또 바로 답이 왔다.[네!]보미는 처음부터 강준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그 사실이 별아의 성질을 더 건드렸다. 당장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이 치밀어 올랐다.“내가 답장했어. 주말에 보미 만나기로.”강준은 담담하게 말했다. “네가 답장한 거잖아. 그럼 네가 나가. 난 안 가.”“내가 보낸 답장이 ‘네가 간다’는 뜻인데, 네가 안 가면 누가 가?” 별아는 말을 하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여보, 우리 연극 한번 해 볼까?”“무슨 연극?” 강준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 나보고 미끼가 되라는 건 아니지? 그런 건 사절이야. 괜히 나 이용할 생각 하지 마.”“내가 별현이도 부를게. 그리고 우리 숨어 있다가 이보미 본색이 드러나는 걸 보게 하는 거야. 그러면 별현이도 이보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덜 다치지 않겠어? 어때?”강준은 그 생각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다만, 그게 정말 맞는 방법인지는 다른 문제였다.그렇게 했다가는 별현도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그것도 자기 누나와 매형 앞에서 체면까지 구기게 된다면, 별현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었다.혹시라도 별현이 누나와 매형을 두고 괜한 참견을 했다고 원망한다면, 그건 연애 문제를 넘어서 가족 사이까지 틀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별현은 이제 다 큰 성인이었다. 어린애처럼 다룰 수는 없었다. 별현의 자존심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선도 생각해야 했다.“그건... 조금 더 생각해 보자.”별아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설마... 이거 별로라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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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보미는 택시를 타고 떠났다.별현의 눈빛은 갈수록 어두워졌다.별현은 처음에는 보미와 관계를 오래 이어 갈 생각으로 보미를 집에 데려갔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 관계도 거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XY그룹 대표이사실.보미는 이곳에 처음 왔다.XY그룹의 인턴 자리를 따내는 건 쉽지 않았다.지난해 같은 학과 선배들 가운데 자격을 얻은 사람은 겨우 세 명뿐이었다.그 가운데 인턴 기간을 마친 뒤 끝까지 남은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XY의 급여 기준과 복지는 업계 최상위권이었다. 누구나 최우선적으로 가고 싶어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보미에게 별현은 지금까지 만난 재벌 2세들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상대였다.그런데 K시에서 손꼽히는 백 년 가문의 후계자 집안과 연결된 인물이... 다름 아닌 별현의 매형일 줄은 보미도 몰랐다.이건 기회였다.보미에게는 외모와 젊음이 있고, 학력도 갖췄다. 상황을 살피며 움직일 줄도 알았다.조금만 내려놓기만 하면, 그만큼 더 많은 걸 손에 넣을 수 있었다.이를테면 돈이나 기회 따위를.운이 좋다면, 더 높은 자리까지도 오를 수 있을 것이다.보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엘리베이터 안의 삼면 거울을 향해 서서 보미는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오늘 보미는 단정하고 청순한 쪽으로 꾸미고 왔다. 캠퍼스 분위기가 나는 투피스 차림은 스물네 살인 보미를 몇 살은 더 어려 보이게 만들었다.보미는 그 차림이 마음에 들었다.보미는 입술에 복숭아 향이 감도는 립밤을 한 번 더 발랐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문 정면으로 올해 XY그룹 시즌 홍보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눈빛’이라는 이름었다.보미는 그 두 글자와 사진을 가만히 바라봤다.사진 속 남자는 매섭게 내리 꽂히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쉽게 눈을 떼기 어려운 분위기였다.여자는 강한 남자에게 끌리기 마련이다.매력 있는 남자라면 누구든, 보미에게는 치명적인 유혹이 됐다.물론 남자의 본성도 보미는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대단한 남자라도, 젊은 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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