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남정은 이 타이밍에 강준 얘기를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그래도 결국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강준도 우리랑 같이 가?”“저... 아직 강준 씨한텐 말 안 했어요. 어머니도 보셨잖아요. 요즘 저희는 만나기도 힘들어요.”별아의 말끝에 묘한 씁쓸함이 묻었다.남정은 더 묻지 않았다. 이미 다 알아들은 듯한 표정이었다.“강준이 얘기는 일단 접자. 내가 애들 방한복부터 챙길게. 오랜만에 나가는 건데, 즐거운 게 제일이야.”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여행 계획은 강준에게 알리지 않았다.연말은 XY그룹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 별아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그게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소은 일로 한 번 부딪친 뒤, 별아와 강준 사이의 온도는 더 내려갔다. 별아는 가끔 ‘사랑이 옅어진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사람은 감정의 동물인데, 같이 지낼수록 더 달라붙고, 더 못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얻고 나면 끝난 게임처럼 굴었다.별아는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클리어’가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래도 어쩌면 지금 별아 마음이 그런 걸지도 몰랐다.‘재미가 없어지면... 지우는 거.’하지만 인생은 게임이 아니었다. 별아에겐 아이가 셋이나 있다. 진짜로 이혼까지 가면, 아이들 때문에 또 한 번 거센 싸움이 될 것이다. 머리로는 그게 너무 분명했다.별아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한 걸음씩 가 보자.’눈이 내렸다.별아는 베란다에 서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을 올려다봤다. 마음 한쪽이 이유 없이 축축해졌다.벽 모서리에 있는 자귀나무는 내년에 꽃을 피울까?장미는 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바람이 불었다. 별아의 머리카락에 눈이 내려앉았다. 서늘했고, 갈피를 못 잡는 기분이 들었다.그때, 별아의 몸이 갑자기 따뜻한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두툼한 모직 코트가 별아를 감쌌다. 별아의 등이 강준의 가슴 쪽에 붙었다. 따뜻한 느낌에 별아는 잠깐 ‘내가 착각하나’ 싶을 정도였다.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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