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아는 감정이 변해 가는 과정의 모든 단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그런데 별아는 몰랐다. 이렇게 빨리, ‘진짜로’ 그런 단계가 올 줄은.별아도 인정했다. 요즘의 무기력은 별아의 몸 상태와 떼어 놓을 수 없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 과하게 곱씹다 보면, 없는 장면이 눈앞에 떠오를 때도 있었다. 잠은 달아나고 마음은 가라앉고, 자신이 싫어지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약을 넘겼다.별아는 이런 감정의 원인을 종종 결혼 탓으로 돌렸다.좋은 결혼은 사람을 살린다.나쁜 결혼은 사람을 깎아 먹는다.그러다 죽고 다시 태어나, 모든 걸 다 내려놓은 채 혼자 살아가게 되는 것.별아에게 사랑은 좋은 뜻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다.별아에게 사랑은 파괴였다. 피로 물든 상상이고, 고통이었다. 적어도 별아에게는 그랬다.왜 요즘 생각이 자꾸 비극 쪽으로 잔혹한 쪽으로만 기우는지, 별아 자신도 이상했다. ‘약을... 더 늘려야 하나?’강준이 별아를 보며 말했다.“여보... 나한테 완전히 실망한 거지.”강준은 포기할 마음이 없었다. 이 결혼은 정말 어렵게 이어왔다. 강준은 별아의 손을 잡고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가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그건 책임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됐고, 맹세도 아니었다. 강준에게는 사랑이었다. 강준은 별아를 정말로 사랑했다.별아는 강준을 가볍게 밀어냈다.그리고 안방을 가로질러 걸었다.실망은 쌓여서 생긴다. 그런데 강준이 별아에게 대놓고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었다. 별아 스스로 안에서 갉아먹는 느낌이었다.그녀가 말했다.“네가 같이 눈 보러 가고 싶으면, 난 상관없어.”별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들뜨지도 않았고, 기대도 없었다.강준은 느낄 수 있었다. 별아의 마음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걸.강준은 별아 옆에 몸을 숙여 앉았다.“그래. 그럼 이따가 내가 짐 챙길게.”...여행에서 돌아온 뒤.둘의 관계는 아주 조금 누그러진 듯했지만, 얼음이 완전히 녹은 건 아니었다. 매일 밤 같은 방, 같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