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출산의 밤, 하 대표님이 첫사랑을 따라 죽었다: Chapter 491 - Chapter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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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강준은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곧바로 별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봐. 내가 뭐랬어.]별아는 이를 악물고 답장을 보냈다.[어디까지 하나 봐야겠어.]강준은 핸드폰을 티테이블 위에 뒤집어 놓았다.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빨아들인 뒤, 연기를 천천히 내뿜었다. “나를 좋아해? 마음이 간다고?”보미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두 손은 무릎 위에 얹은 채, 몸을 조금 더 앞으로 기울였다. “그날 처음 뵀을 때 정말... 하 대표님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마치 다른 세계에서 걸어 나온 사람 같았어요. 저한테는 정말 특별한 분이에요. 그래서 처음 뵌 그날부터 마음이 갔어요...”보미는 듣기에도 과장된 말을 이어 갔다.강준은 듣는 내내 눈살을 찌푸려야 할 정도로 불편했다.“나한테 마음이 갔다고? 그럼 별현이는? 너 별현이 여자친구 아니야? 나한테 이런 마음이 있다는 걸 별현이도 알아?”보미는 어색하게 입꼬리만 움직였다.머뭇거리던 보미는 조심스럽게 강준에게 손을 뻗었다. “제가 하 대표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제 마음이잖아요. 그게 꼭 별현이랑 연결되는 건 아니죠. 솔직히 말하면, 별현이도 좋은 사람이긴 해요.”“그런데 저한테는 조금 부족했어요. 저희 엄마가 아프셔서 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선뜻 도와주지도 않았고요. 그런 상황이면 저도 마음이 식을 수밖에 없잖아요.”“그래서...” 강준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보미의 수작이 너무 뻔히 보였다. “이제는 나한테로 타깃을 돌린 거야?”“그게 아니에요. 저는 정말 하 대표님을 많이 좋아해요. 처음 보고 바로 마음이 움직였어요. 진심이에요.”보미는 한 발 더 다가섰다.강준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이보미 씨, 아마 잘 모를 텐데. 너처럼 나한테 호감 있다고 말하는 여자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생겨. 그런데 넌 뭘 믿고 내가 흔들릴 거라고 생각한 거지?”보미는 천천히 강준의 뒤로 다가갔다.보미는 일부러 옷 매무새를 흐트러뜨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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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강준은 다리를 들어 보미를 밀쳐 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하지만 역겨움을 억지로 눌러 삼키며, 강준은 보미를 손으로 떼어 냈다. “됐어. 너 같은 수법은 수도 없이 봤어. 이보미 씨가 나한테 들이대서 정말 뜻대로 됐다고 치자. 그 사실을 별현이 알게 되면, 너랑 별현이 사이는 어떻게 될 것 같아?”“별현이 알면 헤어지면 되죠. 저는 하 대표님만 중요해요.”강준은 보미를 바라봤다.정신이 어딘가 잘못된 사람을 보는 눈빛이었다.‘고작 몇 번이나 봤다고 나만 보겠다니.’“나한테서 뭘 얻고 싶어?” 강준은 다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인 뒤 낮게 말했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말해 봐.”“하 대표님, 저는 정말 첫눈에 반했어요. 제가 바라는 건, 대표님한테 끌리는 이 마음뿐이에요.”강준은 웃었다.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자, 보미는 기침을 터뜨렸다.“이렇게까지 애쓰는 이유가, 고작 감정 하나 때문이라고?”“저는 하 대표님한테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보미는 다시 강준 쪽으로 다가섰다. 손끝으로 강준을 슬쩍 건드리며 말을 이었다. “돈 버는 법도 배우고 싶고, 남자를 다루는 법도 배우고 싶어요.”하나는 돈.또 하나는 욕망.보미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선을 넘을 수 있는 여자였다.다른 남자 앞이었다면, 어쩌면 제법 먹혔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그래?”강준이 웃었다. 사람을 홀릴 만큼 잘생긴 얼굴이었다.보미는 그 웃음에 한동안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강준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려고 했다.강준은 질색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여보, 이제 안 나오면 나 진짜 손 나간다.”보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때 휴게실 문이 열리면서, 별아가 핸드폰을 든 채 밖으로 나왔다.보미는 비명을 지르듯 숨을 삼켰다. 허둥지둥 옷을 끌어안고 뒤로 물러섰다. “언니, 제발... 이러지 마세요...”“이보미, 너 진짜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우리 송씨 집안에서 널 평범한 집안이라고 무시한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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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별현에게는 인생에서 꽤 값진 수업이 될 터였다.“보내.”“별현이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 그리고 나 오해하진 않겠지?”별아는 고개를 들어 강준을 바라봤다.이런 쪽에서는 강준이 확실히 익숙해 보였다.눈앞에서 자기 몸을 미끼처럼 내세운 보미를 보면서도, 강준은 표정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예전에도 그렇게까지 들이대는 여자들 많았어?”강준이 웃었다. “꼭 내가 무슨 먹잇감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을 하네. 있긴 있었지. 근데 오늘처럼 좋게 넘긴 적은 별로 없어. 예전 같았으면 재환이 불러서 바로 처리했어.”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손끝으로 영상 화면을 한참 망설이며 쓸어 보다가, 결국 별현에게 영상을 전송했다.메시지를 보낸 뒤로 거의 30분이 흘렀다.그런데도 별현 쪽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별아는 별현이 많이 힘들 거라고 짐작했다. 속이 뒤집히는 시간을 버텨 내는 것도, 결국 별현이 감당하며 지나가야 할 성장의 일부일지 몰랐다.“씻고 와. 몸에 냄새 밴 것 같아.” 별아가 말했다.강준은 큰손으로 별아의 허리를 감쌌다. “같이 씻자.”“싫어.”“난 좋은데.”강준은 별아를 번쩍 안아 들고 휴게실 안쪽 샤워실로 들어갔다.두 사람 사이에는 말로 다 꺼내지 않아도 되는 온기가 흘렀다.물안개가 차오르면서 서로의 윤곽도 서서히 흐려졌다.뜨겁게 맞닿은 두 사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별현은 별아가 보낸 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봤다.참 잘도 찍은 영상이었다.별현이 전혀 모르고 있던 보미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보미가 결국 매형에게까지 손을 뻗치다니.’‘좋았다. 마침 잘됐어.’별현은 웃었다.그리고 핸드폰 화면을 꺼 버렸다.이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가 스무 바퀴를 내리 뛰었다....며칠 뒤.보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별현에게 만나자고 했다.별현의 팔을 끌어안은 보미는, 어깨에 기댄 채 서러운 척 눈물을 뚝뚝 흘렸다.“별현아, 언니가 나 싫어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줬던 가방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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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보미의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굳어졌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내가 내 아내한테 집 사 준다고 했지, 너한테 사 준다고 했어? 내 아내 이름 올린다고 했지, 네 이름 올린다고 했어? 보미야, 너 너무 멋대로 생각한 거 아니야? 설마 내가 네가 벌인 더러운 짓들을 모를 거라고 진짜 믿은 건 아니겠지?”그제야 보미는 알아차렸다. 강준을 유혹하려고 했던 일을 별아가 별현에게 전부 말해 버린 것이다.역시 돈 많은 사람들은 절대 만만하지 않았다.“별현아, 지금 나 가지고 논 거야?”“처음부터 날 가지고 논 건 너였잖아?” 별현은 순한 성격이긴 했지만, 결코 바보는 아니었다. “네 엄마는 어디서 치료받고 있는데? 주말마다 한다던 알바는, 설마 어느 남자 침대 찾아다니는 일이었던 거야? 이보미, 너는 나를 우습게 보고 더 큰 나무에 매달리려고 했어. 그래, 그래서 내가 놔 줄게.”별현은 등을 돌리더니 그대로 가버렸다.보미는 비틀거리면서 별현을 뒤쫓았다. “별현아, 내 말 좀 들어 봐.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아니야.”“그럼 어떤 건데?” 별현은 핸드폰을 꺼냈다.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말들을 늘어놓는 보미의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이런 거였어? 이보미.”보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보미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서 별현이 한 번만 용서해 주기를 바랐다.“그건 내가... 잠깐 미쳤던 거야. 사람이 한순간 잘못될 때 있잖아. 그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내가 잘못한 거 알아, 별현아. 다시는 그런 일 안 할게. 그러니까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별현은 차갑게 보미를 바라봤다.그 눈빛은 낯설었다.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서늘했다.“이보미, 우리 집은 정이 많은 집이야. 누나는 나를 정말 많이 아끼고, 매형도 마찬가지야. 매형은 태어날 때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그런 환경 속에서도 한 사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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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남선애는 자기 아들을 누구보다 오래 봐 왔지만, 별현이 강하게 자기 뜻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럼 아니겠니? 걔 성격이 얼마나 물러. 먼저 나서는 법도 없고, 싫다고 딱 잘라 말하지도 못하고, 남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것 같잖아.”“엄마는 아들을 너무 모르세요.”별현은 자기 인생에 대한 계획이 분명한 사람이었다.예전에 고등학교 입시를 앞뒀을 때도 그랬다. 당시 별현의 성적으로는 K시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 갈 수가 없었다.그런데 별현은 혼자 이를 악물고 석 달을 파고들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전교 10등 안에 드는 성적으로 K시 최고 명문고에 들어갔다.별현의 성격이 약한 건 아니었다.다만 별현이 든든한 모습을 가족 앞에서 드러낸 적이 거의 없었을 뿐이었다.그래서 남선애에게 별현은 아직도 늘 실실 웃고 다니는 철없는 막내아들 같았다.언제나 열일곱, 열여덟쯤에 멈춰 있는 아이처럼 느껴졌다.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장가를 갈 나이가 되어 있었다.“별현이도 다 컸고, 나랑 네 아빠도 늙었지. 나중에 별현이 송명그룹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그땐 네 아빠도 은퇴해서 좀 쉬실 수 있을 거야.”별아도 아버지가 늘 마음에 걸렸다.전생에는 강준이 송명그룹을 하산그룹에 편입해서 함께 관리하자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었다.별아는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지금도 생각은 같았다.송명그룹은 별현의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든, 하씨 가문과 한 덩어리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건 별아가 지키는 원칙이었다.예를 들어 별아의 보석 공방도 마찬가지였다. 별아가 마음만 먹으면 강준 명의의 작은 회사들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준이 별아 쪽 일에 손을 대는 건 달랐다. 지분 참여는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아무리 서로의 관계가 가까워도 그 선은 분명했다.별아의 것은 별아의 것이었다.강준의 것은 별아의 것이 될 수 있어도 별아의 것이 강준의 것이 되는 일은 없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나중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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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었다.“누나, 우리 헤어졌어. 이보미가 나한테 헤어지는 값이라면서 2천만 원 달라고 하더라.”별아는 미간을 좁혔다. “너 줬어?”“줬지. 나중에라도 질척거릴까 봐.” 별현은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별아는 조심스럽게 동생 손을 감쌌다.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 묻어났다. “괜찮아. 사람 살다 보면 그런 사람을 한두 명은 만나게 돼. 그건 보미한테 복이 없는 거야. 우리 별현이는 나중에 정말 좋은 사람 만날 거야. 아주 많이 아껴 주는 사람으로.”“누나, 나 걱정하지 마. 나 이제 다 컸어.”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보미라는 존재는 그저 삶 속에 스쳐 지나간 짧은 소동처럼 남았다.그 뒤로는 아무도 더 신경 쓰지 않았다....수지는 원씨 집안에 시집온 뒤로 이전에는 느껴 보지 못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원씨 집안은 집안 분위기 자체가 반듯했다.미소에게도 마찬가지였다.미소 생일이 다가오자, 수지는 친정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아무래도 미소는 원씨 집안 핏줄이 아니었다.그런 아이 생일을 원씨 집안에서 크게 치르는 건, 수지로서는 조금 조심스러웠다.아침.은택은 출근하기 전에 일부러 수지 방에 들렀다.“내가 식당 예약해 뒀어. 오후엔 일찍 들어올게. 우리 같이 미소 데리고 생일 보내자.”수지는 뜻밖이라는 듯 되물었다. “당신이... 미소 생일을 같이 챙기겠다고?”“미소는 내 딸이야. 내가 안 챙기면 누가 챙겨. 당신은 미소 예쁘게만 준비시켜.”“이렇게까지 해도... 괜찮을까?” 수지는 괜히 은택을 번거롭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었다.은택은 부드럽게 웃었다. “뭐가 안 괜찮아. 설마 당신, 미소 친아빠 찾아가서 셋이 따로 보내려고 했어?”수지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니야. 다만 미소가 원씨 집안 아이는 아니니까... 아버님, 어머님이 불편해 하실까 봐.”“불편해할 사람 없어. 당신이 우리 집에 들어왔으니, 미소도 원씨 집안 아이야. 당신이 싫다고만 하지 않으면.” 은택은 수지를 가볍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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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수지의 가슴 한쪽이 따뜻하게 데워졌다.수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어머님.”은택은 평소보다 꽤 이르게 들어왔다.수지는 아직 낮잠을 자고 있었고, 은택은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섰다.미소는 아기 침대 안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통통한 두 다리와 살집 오른 작은 발이 이불 밖으로 살짝 나와 있었고, 잠든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은택은 아주 조심스럽게 미소의 볼에 입을 맞췄다.아무리 발소리를 죽였다고 해도, 수지는 결국 잠에서 깼다.“왜 이렇게 일찍 왔어?”“오후에 당신이랑 미소 데리고 놀이공원 가려고. 그래서 일 빨리 마무리하고 왔어.” 은택은 수지를 깨울 줄은 몰랐다는 듯 말했다. “괜찮아, 더 자. 일어나서 가도 안 늦어.”하지만 수지는 이미 잠이 달아나 버렸다.수지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도 갈아입은 뒤, 딸을 살살 달래서 깨웠다.미소는 성격이 순했다. 잠에서 깨도 보채거나 울지 않았다. 눈만 뜨면 까르르 웃었다.“이리 와, 아빠가 안아 줄게.”은택은 미소를 번쩍 안아 들었다. 미소는 통통한 다리를 바둥거리며,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게 아빠인지 엄마인지 분간은 안 갔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이 절로 풀어졌다.“외투 하나 챙겨. 이따가 추울 수도 있어.” 은택이 말했다.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챙길 건 다 챙겼어. 우리 가자.”“그래.”...놀이공원 안.은택은 미소를 자기 어깨에 태우고, 한 손으로는 수지의 손을 잡고 있었다.미소는 아직 너무 어려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거의 없었다.그래서 부부는 한쪽에서 아이와 함께 구경만 했다. 그럼에도 미소는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다. 은택에게 옹알옹알 말을 걸며, 자기만의 언어로 한참 신나 있었다.“수지 씨.”누군가 수지를 불렀다.수지는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이겸이었다.수지의 얼굴에 떠 있던 미소가 바로 굳어졌다. 자기도 모르게 은택의 손을 더 꽉 잡았다.은택은 그 변화를 바로 느꼈다. 수지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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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그렇지만 미소는 내 딸이잖아. 나는 미소가 사랑받으면서 자랐으면 해. 그게 잘못이야?”이겸은 그 말을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내뱉었다.수지는 그 자리에서 울컥했다.“내가 언제 미소가 당신 딸이라고 했어?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 미소를 하루라도 키워 봤어? 기저귀 한 장이라도 사 준 적 있어?”“나는...” 이겸은 할 말이 막혔다.정말로 해 준 게 없었다.은택과 비교하면 더더욱 내세울 수 있는 게 없었다.“당신이 기회를 안 줬잖아. 결혼식 날, 당신이 나랑 같이 가 주기만 했으면 지금 당신은 그 사람이랑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했을 거야.”수지는 입안이 썼다.수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게 행복이었을지, 아니면 같은 고통이 다시 시작됐을지, 누가 알아.”“그래도 적어도 딸은 친아빠를 곁에 두고 자랐겠지. 내가 아무리 부족해도 미소한테는 내 마음을 전부 다 줄 수 있어. 내 사랑을 남김없이 줄 수 있다고.”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이겸은 손끝마저 미세하게 떨렸다.이겸은 수지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겸의 태도도 이미 선을 넘고 있었다.“당신은 너무 이기적이야. 아이가 친부모 아닌 가정에서 크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 봤어? 나중에 크면서 마음에 상처가 남을 수도 있고, 정서적으로 불안해질 수도 있잖아.”수지는 그저 웃음만 나올 것 같았다.이겸을 바라보는 수지의 눈빛에 싸늘한 기운이 담겼다.“미소는 당신이 아니야.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미소 마음을 다 안다고 말해? 당신은 지금도 뭐가 그렇게 억울한 건데? 끝난 건 끝난 거야. 그만 좀 붙잡아.”“그리고 자꾸 사랑이니 아니니 그런 얘기도 꺼내지 마. 사랑이면 뭐가 달라지고, 아니면 또 뭐가 달라지는데?”“당신... 나 사랑했다고 말하잖아. 그럼 나를 위해 뭘 버렸는데? 나도 당신 사랑한 적 있어. 그런데 내 사랑이 있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졌어?”맨날 하던 얘기였다.돌고 돌아도 결국 같은 자리였다.수지는 정말 지긋지긋했다.수지는 아이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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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은택이 등을 돌려 나가려고 할 때, 수지가 은택을 불러 세웠다.“저기...”수지는 말을 꺼내 놓고도 말을 잇지 못했다.은택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왜?”수지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말도 다 하지 않았는데 얼굴부터 붉어졌다. 모기 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오늘 밤은... 여기 있어도 돼.”너무 수줍은 데다 목소리까지 작았다.은택은 제대로 듣지 못한 듯, 수지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뭐라고 했어? 조금만 더 크게 말해 봐.”“못 들었으면 됐어.”수지는 차마 같은 말을 다시 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은택은 웃었다.그러고는 수지를 품으로 끌어안았다.놓치지 않겠다는 듯 단단히 안아 주었다. “이제는 나한테 먼저 자리를 내주는 거야?”“나는...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수지는 은택의 가슴에 기대었다. 단단하고 힘찬 심장 소리가 또렷하게 전해졌다.“진심이야.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좋은 사람, 그걸로 끝이야?” 은택이 웃으며 길고 고른 손가락으로 수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진 채 수지는 눈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은택이 천천히 수지에게 가까워졌다.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수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숨결이 뜨거웠다.은택의 키스는 다정했고, 억누른 듯 차분했다.“은택 씨...”은택의 목을 감싸 안은 수지가 작은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그 소리에 은택의 숨소리가 점점 무거워졌다.한번 불이 붙자 쉽게 가라앉지 않는 기색이었다.짧게 시작된 입맞춤은 점점 깊어졌고, 수지는 숨이 모자랄 만큼 휩쓸렸다.고요한 방 안에는 두 사람 사이에 차오른 마음이 조용히 번져 갔다.사랑은 그렇게 말없이 스며들고 있었다.한참 뒤.서로에게 기대어 숨을 고른 뒤, 은택은 수지 목덜미에 얼굴을 묻듯 가까이한 채 부드럽게 말했다.“어땠어? 내가 부족했던 게 있으면 말해 줘. 응?”“좋았어.”수지는 귓볼까지 뜨거워진 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은택은 웃으며 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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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수지의 삶은 이제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수지는 원씨 집안의 사모님으로도 모자람이 없었다. 아이에게는 좋은 엄마였으며, 쉽게 보기 힘든 살뜰한 며느리이기도 했다.수지 안에 돋아나 있던 날선 가시들은 사랑이 있는 환경 안에서는 더 이상 날을 세우지 않았다.은택은 야근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매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집에 들어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수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천천히 산책을 했다.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고 걸었다.마치 한창 사랑에 빠진 연인들 같았다.은택은 수지가 유치하다고 타박하면서도, 정작 수지가 좋아하는 알록달록한 솜사탕은 군말 없이 사 줬다.수지가 걷다가 지치면, 은택은 말없이 허리를 숙여 등을 내어 주기도 했다.수지가 업히면 그걸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수지와 은택 사이의 일상은 수지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편안하고 잘 맞아 들어 갔다.“은택 씨.”그때 한 여자가 은택과 수지 앞을 막아섰다.“왜 내 전화 안 받아? 왜 자꾸 피하는 건데? 은택 씨,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은택은 업고 있던 수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그리고 여자를 보며 짜증을 숨기지 않은 채 말을 끊었다.“남자랑 자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찾아. 나는 지금 내 아내랑 산책 중이야.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 괜히 건드리지 말고. 알아들었어?”여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눈가에는 금세 물기가 맺혔다.“저 여자가 뭐가 그렇게 좋은데? 한 번 결혼도 했고, 애까지 딸려 있잖아. 은택 씨 언제부터 이렇게 수준이 낮아졌어? 저런 여자도 받아 주게?”짝!여자의 뺨에 손바닥이 세게 꽂혔다.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을 갈랐다.수지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그대로 굳어 버렸다.여자는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뚝뚝 흘렸다.“내가 틀린 말 했어? 은택 씨 눈이 낮아진 거야, 아니면 이상한 취향이 생긴 거야? 어쩌면 은택 씨는 그냥 저 여자가 여동생한테 기증을...”짝!또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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