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시아는 그것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이렇듯 은밀한 곳에서 거대한 맹수를 기르고 이곳의 길을 훤히 알고 드나드는 것으로 보아 이 아이의 신분은 분명 그녀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장공주의 영역.비록 그 아이가 장공주 집안의 소년인지 혹은 다른 공주나 왕자 집안의 자제인지 알 수 없었으나 강시아는 얼른 연아를 끌어안고 나섰다. “소림 공자, 저희는 이제 가야 합니다. 아래에서 첫 자리가 곧 시작될 테니까요!”그 말에 순간, 소림의 얼굴에서 웃음이 스르르 사라졌고, 그는 빠르게 계단으로 달려 내려가는 모녀를 눈으로 좇았다. 그러자 어깨에 매달린 연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소림 오라버니, 다음에 또 놀러 올게요!”그 한마디에 소년의 얼굴에 다시금 화색이 돌았다. 그는 작은 누각 이층에 서서 두 사람의 자취가 정자 아래 인공 산 뒤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그렇게 잠시 후, 땅바닥에 푹 주저앉고는, 허리춤의 옥패를 움켜쥐며 홱 던져 버릴 듯했으나 곧 셋째 형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셋째 형님은 그에게 훗날 마음에 드는 이가 있으면 그것을 내어 주라고 했었기에, 차마 던지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이 꼬마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다음에 다시 만나면 기어코 이 옥패를 꼭 쥐어주고야 말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다시 옥패를 허리에 단단히 매달았다.“아이고, 공자님, 또 여기 계셨군요! 저희가 공자님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릅니다.”대여섯 명 정도의 환관이 계단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숨이 턱에 차도록 땀에 젖어 있었고, 그를 보자마자 잃어버린 혼백을 되찾은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림은 벌떡 일어나더니 그들을 향해 장난을 쳤다.“잡을 수만 있으면 이 몸을 잡아 보시지!”그 시각, 정원 안의 사람들은 이미 연회장으로 발길을 옮겨 정원은 고요했다.강시아는 연아를 꼭 껴안은 채 방금 들어왔던 길을 더듬으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긴 회랑에 다다르자 한 관사가 길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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