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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그녀는 그 청첩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마님, 송 아가씨께서 감히 이런 위조를 할 배짱이 있겠사옵니까?”그러자 강시아는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웃었다.“그럼 네 생각에는 장공주가 하찮은 첩 하나를 알아보고 굳이 따로 청첩을 내려 초대했다는 말이냐?”설강은 단박에 등을 곧추세웠다. 굳이 더 깊이 생각할 것도 없었다.“송 아가씨도 참 대담하시군요. 감히 장공주의 청첩까지 위조하다니요!”강시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길 한복판에서 사람까지 납치하는 자인데 무엇인들 못하겠느냐. 그리고 철저히 없애 버리면 그녀가 청첩을 위조했단 사실을 누가 알 수 있겠느냐?”“지금 그 위조된 청첩이 우리 손에 있지 않사옵니까? 큰 마님께 보여드려 강 마님의 결백을 밝혀 주시게 하면 됩니다.”강시아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다독였다.“설강, 너는 장차 국공부를 떠나게 된다면 장사는 절대 하지 말거라.”설강은 눈을 껌벅이며 의아해했다. 이 일이 훗날 자신이 장사를 하느냐 마느냐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언젠가 국공부를 떠난다면 장우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조그마한 장사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 사람은 여전히 단호하게 이건 가짜 청첩이라 믿고 있었다.곧이어 향 유모가 들어섰다.“문간에서 들으니 강 마님께서도 자림원의 청첩을 받으셨다지요?”그녀의 눈길은 곧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놓인 청첩으로 향했다.역시 국공부인이 받은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강시아의 시선은 청첩에서 향 유모로 옮겨갔다.“첩은 그저 누가 보내온 것인지조차 알지 못할 따름이옵니다.”향 유모는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마님께서 이르셨사옵니다. 장공주께서 직접 청첩을 내리셨는데 국공부의 체면을 잃을 수는 없지요. 마님께서는 강 마님도 단정히 준비하라 하셨사옵니다.”그러면서 그녀의 낡고 초라한 옷차림을 흘끗 훑으며 덧붙였다.“마님, 새 옷을 마련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이때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마차 한 대가 세워졌고, 곧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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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마차가 성문 앞에서 멈춰 섰고, 그녀의 시선은 곧장 문가에 붙은 출입 금지의 고시에 닿았다.찰나의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 세상은 적막했고 오직 곁에 있는 하 유모가 입술을 여닫는 모습만이 어렴풋이 보였다.그녀가 환생한 이후 마음속에 지펴온 불씨가 이 순간 차갑게 꺼져버린 듯했다. 그토록 많은 노력을 쌓아온 것이 이제 와서는 한낱 우스운 희극처럼 보였다. 성문 하나조차 나서지 못하면서 무슨 집과 땅을 산다고.하 유모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마님, 무슨 일이십니까? 마님?”강시아는 서서히 눈을 감고는, 혀끝을 세게 깨물며 숨을 고르고 겨우 마음을 수습했다. 그리고 창백한 얼굴로 입꼬리를 애써 조금 올리며 속삭였다.“괜찮다. 돌아가자.”즐겁게 나섰던 발걸음이 돌아올 때는 허망하게 변해버렸다.마차 안의 공기는 무겁고 답답했다. 아무도 강시아가 갑자기 왜 이렇게나 변한 건지 알지 못했다. 옷감을 고를 때만 해도 웃음꽃을 피우던 얼굴이었는데…강시아는 한없이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빛은 흐릿하게 흘러가 마치 혼이 이 세상에 있지 않은 사람 같았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순간, 그녀의 눈가에서 조용히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마차가 국공부의 대문 앞에 멈추었다.“강 마님, 도착했사옵니다.”설강과 하 유모는 연아를 데리고 먼저 내려섰다. 그러나 강시아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저 마주 본 뒤 아무 말 없이 밖에서 기다릴 뿐이었다.그녀는 멍하니 마차 문과 발 사이로 스며드는 좁은 빛줄기를 바라보았다. 문밖 세상은 분주하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을 간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강시아는 잠잠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다시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딸은 여전히 송하윤의 뜰 안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누명을 쓴 간통 또한 송하윤의 계책이 아니라 주종현이 직접 꾸민 함정인 것은 아닐까? 그저 자신이 송하윤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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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그녀는 단지 이 돈을 내놓기만 하면 되었다.조 씨의 성정으로 보면 분명 그녀를 장원으로 내칠 것이기에, 장원에만 간다면 그녀에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길이 열릴 터. 그렇게 되면 탈출의 방법은 무궁무진해진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그녀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톡, 톡, 톡강시아가 돌아보니 방문이 살짝 열리며 작은 문틈 사이로 밤떡 한 조각이 조심스레 밀려 들어왔다. 가느다란 손가락 하나가 그 떡을 더 안쪽으로 꾹 밀어넣었다.그녀는 어린 딸의 따스한 마음 씀씀이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자신은 쉽게 떠날 수 있을지 몰라도 연아는 어떡하겠는가.연아는 국공부의 작은 아가씨이다. 비록 조 씨의 총애를 얻지 못한다 해도 결코 이 집에서 내쫓기지는 않을 터였다.시선을 거두어 들이자 눈길은 탁자 위의 바느질 바구니에 닿았다. 그 밑에는 한 장의 청첩이 눌려 있었다.바로 자림원의 청첩.강시아는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 들었다.사방이 막힌 죽음뿐이라면 왜 하필 그들의 손아귀에서 생을 끝내야 한단 말인가.그녀의 눈매가 서서히 가늘게 좁혀졌다. 단지 이번 연회만이 떳떳하게 하루 종일 바깥에 머물 수 있는 기회였다. 연아를 데리고 떠나려면 반드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그렇게 이틀 뒤, 강시아는 연아를 곱게 단장시켰다. 아이는 마치 벽에 그려 넣은 연화인형처럼 앙증맞았다.그녀는 온갖 돈과 은전을 자신과 연아의 몸 곳곳에 숨겨 넣었다. 연아의 작은 주머니 속에도 은표 몇 장으로 꽉 들어찼다.“넌 그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려고 하는 것이냐?”조 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강시아의 품에는 분홍빛 조각처럼 빚어진 아이가 안겨 있었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시선은 아이의 불룩한 작은 주머니에 닿았다.“저건 무엇이냐?”“연아가 떡 두 개를 넣어 두었습니다.”그녀는 입술 끝을 살짝 오므리며 미안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마님께서 첩에게 연회에 나가라 하신 것은 초대한 이를 향한 존중의 뜻일 겁니다. 첩도 신분의 차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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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그는 작은 마님과 큰 마님 앞에서 대성통곡하며 크게 다투었는데, 그날이 유일하게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 편에 선 날이었다. 그러나 끝내 누구도 세자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다음 날, 강시아에게 이름이 내려진 것이었다.세자 곁의 유일한 첩실.강시아는 조 씨 마음속에 어떤 계산이 오갔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기쁜 마음으로 연아를 안고 마차에 올랐다.그녀는 흥겨움에 들떠 두 손으로 마차 창문을 붙잡고 펄쩍펄쩍 뛰어댔다. 지난번 어머니과 함께 나가 종이연을 날린 뒤로는 단 한 번도 바깥나들이를 하지 못했으니 이렇게 들뜬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강시아는 아이의 작은 몸을 받쳐 안았다. 그런데 그 순간, 연아의 가방에 달려 있던 작은 주머니가 그녀의 손등에 닿았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 작은 주머니를 눌러 보았는데, 그 속에는 기름종이에 곱게 싼 은표 오백 냥이 들어 있었다. 게다가 연아의 작은 치맛자락 속과 신발 바닥에도 돈을 숨겼고 그녀 자신의 몸에도 마찬가지로 곳곳에 돈이 감추어져 있었다.그야말로 걸어다니는 돈자루였다.설강이 말하길, 연회는 하루 동안 이어진다고 했다. 그럼, 조 씨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 터. 그러니 사람들이 모두 연회장으로 들어간 그 틈을 타 홀로 빠져나가면 되었다. 한 집이 마차를 거두어 간다면 다른 집을 찾으면 될 터, 통행증 두 장으로 부족하다면 여러 장을 더 사면 된다.그녀는 이제 돈을 쓰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은 오직 돈을 쓰고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통행증만 손에 넣는다면 성을 벗어나 연아와 함께 천리 밖까지 달아나리라.자림원은 참으로 광대했다.거의 강남 소 씨의 정원을 본떠 지은 듯, 곳곳에 진귀한 꽃과 이국의 향초가 심겨 있었다.역시나 강시아의 예측대로였다. 그녀가 마차에서 내릴 무렵, 조 씨는 이미 연회장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녀를 기다려 주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문 앞의 하인은 그저 청첩을 살펴보고는 예를 다해 사람을 들였다. 첩이라는 이유로 그 어떤 업신여김이나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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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딸아이의 말에 그녀는 연아의 작은 손을 끌어당기며 나직이 타일렀다.“연아, 무례하게 굴면 안 된다. 이 오라버니는 아마 길을 잃고 가족을 찾지 못한 걸 게다.”그러자 작은 사내아이는 곧장 뽐내듯 목을 꼿꼿이 세웠다.“저는 일부러 따돌린 것입니다!”그는 손을 들어 곧장 강시아를 가리켰다.“오늘은 마님께서 저를 데리고 놀아야 합니다.”그러고는 연아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그리고 너, 꼬맹이. 너도 나랑 놀아야 해.”연아는 고개를 홱 젖히며 대답했다.“저는 꼬맹이가 아닙니다. 제 이름은 연아예요. 오라버니 이름은 뭡니까?”아이는 당당하게 말했다.“내 이름은 소림이야.”“소림 오라버니, 그럼 우리 친구해요!”연아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지며 방긋 웃었다. 저택에서는 어머니와 설강, 하 유모 말고는 함께 그녀와 놀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집 밖은 참 즐거웠다. 이제는 새로운 오라버니도 함께 놀아주니까.소림은 새초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네가 이렇게 귀여우니 잠깐 놀아주지.”그는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가 곧장 연아의 작은 손을 잡았다.“저기 토끼가 있어. 내가 보여줄게!”“정말요? 좋습니다!”그렇게 두 아이가 순식간에 바람처럼 달려 나가자, 강시아는 허둥지둥 그들을 뒤쫓았다.정자 뒤편의 인공 산 너머에는 작은 누각이 하나 더 있었는데, 아직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안쪽에서 맹수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그러자 강시아의 솜털이 곤두섰다. 그러나 아이 둘은 전혀 겁내지 않고 곧장 밖으로 난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강시아는 다급히 소리쳤다.“안에는 큰 호랑이가 있어! 아이들을 잡아먹을 테니 어서 내려오렴!”소림은 턱을 홱 치켜들며 마치 그녀를 비웃듯 말했다.“그 녀석은 아이를 먹지 않아요. 나쁜 사람만 먹는단 말입니다.”그러고는 연아의 손을 끌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가자, 연아야. 오라버니가 토끼를 보여줄게.”“네!”이제 연아는 자신의 어머니보다 소림 오라버니에게 마음이 더욱 쏠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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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강시아는 그것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이렇듯 은밀한 곳에서 거대한 맹수를 기르고 이곳의 길을 훤히 알고 드나드는 것으로 보아 이 아이의 신분은 분명 그녀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높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장공주의 영역.비록 그 아이가 장공주 집안의 소년인지 혹은 다른 공주나 왕자 집안의 자제인지 알 수 없었으나 강시아는 얼른 연아를 끌어안고 나섰다. “소림 공자, 저희는 이제 가야 합니다. 아래에서 첫 자리가 곧 시작될 테니까요!”그 말에 순간, 소림의 얼굴에서 웃음이 스르르 사라졌고, 그는 빠르게 계단으로 달려 내려가는 모녀를 눈으로 좇았다. 그러자 어깨에 매달린 연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소림 오라버니, 다음에 또 놀러 올게요!”그 한마디에 소년의 얼굴에 다시금 화색이 돌았다. 그는 작은 누각 이층에 서서 두 사람의 자취가 정자 아래 인공 산 뒤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그렇게 잠시 후, 땅바닥에 푹 주저앉고는, 허리춤의 옥패를 움켜쥐며 홱 던져 버릴 듯했으나 곧 셋째 형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셋째 형님은 그에게 훗날 마음에 드는 이가 있으면 그것을 내어 주라고 했었기에, 차마 던지지 못한 것이었다. 그는 이 꼬마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다음에 다시 만나면 기어코 이 옥패를 꼭 쥐어주고야 말리라. 그렇게 생각하자 그는 다시 옥패를 허리에 단단히 매달았다.“아이고, 공자님, 또 여기 계셨군요! 저희가 공자님 찾느라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지 모릅니다.”대여섯 명 정도의 환관이 계단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숨이 턱에 차도록 땀에 젖어 있었고, 그를 보자마자 잃어버린 혼백을 되찾은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림은 벌떡 일어나더니 그들을 향해 장난을 쳤다.“잡을 수만 있으면 이 몸을 잡아 보시지!”그 시각, 정원 안의 사람들은 이미 연회장으로 발길을 옮겨 정원은 고요했다.강시아는 연아를 꼭 껴안은 채 방금 들어왔던 길을 더듬으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긴 회랑에 다다르자 한 관사가 길을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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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소휘는 정자 안에서 혼자 바둑을 두며 고요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강시아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본왕이 강 마님을 경솔하게 불러냈으니 부디 노여워 마시기를.”그 말에 강시아는 미묘하게 숨을 고르며 안도의 기색을 보였다. 첫 번째는 차마행에서, 두 번째는 백마사에서, 세 번째는 회월루에서, 네 번째는 대로 위에서. 그리고 오늘이 바로 다섯 번째였다.성왕은 정말 소문대로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왕야, 소인의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감히 여쭙건대, 왕야께서 민부를 부르신 까닭이 무엇입니까?”소휘는 맞은편 석의자를 가볍게 손끝으로 가리켰다.“본왕은 결코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강 마님이 아이까지 데리고 왔으니 이리 앉거라.”강시아는 연아의 손을 잡아 일어서며 고개를 숙였다.“왕야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연아는 어머니를 따라 작은 발걸음을 맞추며 정자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대들보에 걸린 새장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으며 옹알이 같은 소리로 말했다.“어머니, 새가 있어요.”강시아는 곧바로 아이의 손을 거두어 안으며 꾸짖듯 낮게 말했다.“연아야, 무례하게 굴면 안 된다.”소휘가 빙긋 미소 지으며 답했다.“괜찮다.”그가 곁에 있던 관사에게 시선을 보내자, 관사가 곧장 새장을 내려 연아 앞으로 내밀었다.“주 아가씨, 노복이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가서 새에게 모이를 주시겠습니까?”연아는 고개를 들어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강시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비로소 아이는 관사를 따라 정자 밖 돌의자 쪽으로 가며 즐겁게 발걸음을 옮겼다.그제야 소휘가 본격적으로 입을 열었다.“주 세자가 본왕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네. 본왕은 그저 병이 위급하여 약을 구하려 한 것뿐이었는데 말이지. 본왕은 강 마님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부득이 황누이의 연회를 빌려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네.”강시아는 뜻밖이었다. 겨우 몇 차례 마주쳤을 뿐인데 이 왕야는 그녀에게 예의를 다할 뿐만 아니라 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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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관사의 시선에서 벗어나자 강시아는 곧장 딸을 번쩍 안아 들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지난 생에 주종현은 기어이 집영위에 몸을 담았지만, 지금 눈앞의 이 성왕 또한 결코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혹여 두 사람이 이미 대립의 길에 섰다면 휘말려서는 더더욱 안 되었다. 그러나 대문이 눈앞에 다다르자 날카로운 호령이 그녀의 발걸음을 묶어 세웠다.“서십시오!”그녀가 몸을 돌리자 화사하게 치장한 규중 여인네들이 무리 지어 다가오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바로 송하윤이 있었다.지금 조정의 두 신흥 귀재는 유한석과 송이당이었다.유한석은 한미한 집안에서 과거에 급제한 인물이라 경성에 발붙일 가문이 없었다. 그러나 송 가는 달랐다. 대대로 벼슬을 이어온 집안이자 개국 재상의 후손이었다. 다만 세월에 퇴락해 관직은 점점 변두리로 밀려나 있었다. 그러던 중 송이당이 조정에 들어와 불과 오년 만에 가장 젊은 학사의 자리에 올랐다. 비록 품계는 높지 않으나 훗날 각료의 반열에 오를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었다. 이제 송 가는 다시 물이 불어오르는 듯했고 자연스레 송하윤 역시 한자리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여긴 어쩐 일입니까?”송하윤의 눈빛에는 혐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 감히 이런 곳에서 강시아가 모습을 드러내다니. 장공주가 어찌 한낱 첩실에게 청첩을 내리겠는가 싶었다. 조 씨는 주온청이나 주은혜조차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 하물며 강시아를?그것도 아니라면 그녀를 이 자리에 데려올 수 있는 이는 단 한 사람. 바로 주종현밖에 없을 테다. 이런 생각이 들자 송하윤은 분노로 이가 부서질 듯 꽉 물었다.강시아는 무심히 그녀 곁의 규수들을 훑었다. 송하윤은 분명히 무리의 뒤를 따르는 처지였고 한가운데 선 아가씨가 이 무리의 중심이었다.강시아는 연아를 품에 안고 고개 숙여 예를 올렸다.“여러 아가씨들께 문안드리옵니다.”무리의 선두에 선 아가씨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비록 옷차림이 썩 초라한 것은 아니지만, 경성에서 유행하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그녀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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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그 옛날, 송 가의 첩이 본처를 몰아낸 사건은 온 경성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끝내는 선제마저 노하여 그 집안을 강등시켰다. 그리고 그 일은 몇 해 동안이나 다과상 위의 가십거리로 오르내렸었다. 송하윤의 머릿속은 순간 폭발하는 듯 어지러워졌다. 사방팔방에서 은밀한 비웃음과 수군거림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듯했다.진 아가씨는 핏기 잃은듯한 송하윤을 곁눈질했다. 송이당 때문에 그녀의 둘째 오라버니가 감옥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하마터면 다리를 잃을 뻔했다. 그러니 오늘 그의 여동생의 얼굴에 수치 한 점 얹어주는 것쯤은 오히려 가벼운 벌이었다.진 아가씨는 콧노래처럼 가볍게 웃으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자, 우리 어서 갑시다. 송 아가씨는 자매와 아직 할 얘기가 많으신 듯하니!”순간, 은근한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아내와 첩. 그 또한 자매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그들은 키득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송하윤은 분노에 휩싸인 채, 강시아를 향해 쏘아붙였다.“여기 온 건 절 욕보이려는 것입니까? 지금 아주 통쾌하십니까!”강시아는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송 아가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청첩을 받아서 온 것뿐인데 어찌 모욕이 된단 말입니까?”그녀는 전생과 금생의 얽힌 기억을 떠올리며 참다 못해 입을 열었다.“분명 아까 그 아가씨께서 무례한 말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도 송 아가씨께서는 어찌하여 그녀에게는 맞서지 않고 오히려 저 같은 무고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시나요?”“너!”송하윤은 치솟는 분노에 손을 들어 뺨을 후려치려 했지만, 강시아가 연아를 끌어안고 재빨리 뒷걸음질치며 피했다.“송 아가씨, 여긴 장공주의 연회 자리입니다. 세 번 생각하고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그녀의 뺨이 경련하듯 떨렸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멀리서 궁녀들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송 아가씨, 곧 입석하셔야 합니다!”그 찰나의 틈을 타, 강시아는 연아를 안고 바람처럼 달아났다.그렇게 정문을 나서던 길에 그들은 마침 소림과 스쳐 지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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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창가에서 한 서른 즈음 되어 보이는 여인이 고개를 내밀었다.“왔구나.”여 마님은 큰 고객이라 하여 밖으로 나와 맞이하였는데 뜻밖에도 젊은 여인임을 보자 두 팔을 가슴에 끼고 눈을 곱게 치켜세웠다.“열 필이면… 삼천 냥입니다.”말을 돌보던 처녀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좋은 말이라야 이백관이지 단지 지구력만을 따지는 말은 보통 백관 남짓이면 사는 법인데 삼천이라니...둘째 마님의 노골적인 시선이 느껴지자 처녀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다시 묵묵히 솔질을 이어갔다. 강시아는 곧장 응수하지 않았다. 부정도 긍정도 없이 담담히 말했다.“마님의 말은 남들보다 값이 비싸군요.”둘째 마님은 피식 웃었다.“비싼 데는 비싼 이유가 있지요. 그저 마님께서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강시아는 작은 누각을 둘러보았다. 깨끗하고 단정했으며 바깥 마시의 악취가 전혀 닿지 않았다. 아래층 부엌에서는 늙은 하녀가 밥을 짓고 있었고 고소한 음식 냄새가 은은히 풍겨왔다. 확실히 기타 마상인들과는 달랐다.말은 값비싸고 병치레도 잦으며 시비 걸릴 일이 많아 언제든 화근이 되기 쉬운 것인데 이 마님은 감히 집을 이곳에 들이고 살았다. 그만큼 범상치 않은 배경이라는 뜻이었다.강시아가 입술을 움직였다.“은자는 제가 낼 수 있습니다. 허나 말 외에 더 원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둘째 마님의 눈매가 가늘게 접혔다.“그렇다면 마님께서는 잘못 찾아오신 것 같습니다. 돌아가십시오.”강시아는 미간을 좁혔다.“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둘째 마님은 허리를 비틀며 돌아섰다.“마님 같은 부류는 수도 없이 보아왔습니다. 충언 하나 해드리지요. 좋은 날을 놔두고 외려 고생길을 찾지 마십시오. 앞으로 후회할 날이 오면 그때는 염라 앞에서 눈물 흘리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강시아는 입술을 꼭 다물고 연아의 작은 주머니에서 꺼낸 은표를 꼭 움켜쥐고는, 끝내 딸을 안아 들고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말을 돌보던 처녀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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