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Bab 41 - Bab 50

100 Bab

제41화

송이당은 장계를 송하윤 앞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이게 네가 말한 그 놀라운 선물이냐? 그것도 주 가에까지 보냈다고? 너는 어리석은 것이냐, 멍청한 것이냐?”“그깟 첩 하나에 마음을 잃고 허둥대서 이런 어리석은 장계까지 써 보내다니! 밖에 나가서 함부로 떠들어 보거라. 감히 네가 내 송이당의 누이라 말할 수 있겠느냐!”송하윤은 어머니의 뒤에 숨어 억울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큰, 큰 오라버니가 먼저 말씀하셨잖아요! 유한석과는 죽어도 화해 못 한다고…”그녀는 고개를 빼꼼 내밀며 불만을 토로했다.“마침 잘 된 거 아닙니까? 일석이조잖아요!”“아직도 변명을 해?”송이당이 손을 들어 올리자 송하윤은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몸을 숨겼다.“어머니! 저 좀 살려 주세요!”그러자 송 씨 부인은 즉시 몸을 내밀어 딸을 감싸 안았다.“네 누이를 나무랄 게 뭐가 있느냐! 감히 큰 마님 앞에서 꾀를 부렸단다. 한데 네 매형이라는 자가 거기 있었으면서도 한마디 말조차 안 했다더구나. 이래서야 네 누이가 장차 무슨 복을 누리겠느냐! 게다가 네 누이가 누구를 위해 이런 장계를 써 올린 것이겠느냐? 모두 널 위한 것 아니더냐.”송이당은 철부지 같은 동생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과연 저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오로지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였을까요? 정말 저를 생각했다면 집 안에서 혼례 준비나 단정히 하고 있어야지, 어찌 감히 날마다 주 가만 기웃거린단 말입니까!”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세상에 죽을 방법이 그렇게도 많거늘, 하필이면 자신을 유 대인과 엮어버리다니! 그가 어떤 인물인지 너도 알 텐데. 네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 한데 공연히 자신만 더럽히고 시끄럽게 만든 것 아니더냐!”송하윤은 입술을 꽉 깨물며 울먹였다.“그런데 제가 어찌 참습니까? 그녀가 일부러 저를 도발했단 말입니다! 이런 모욕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그녀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어머니, 그녀는 당년의 노 마님 열 명보다도 더 얄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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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상인들에게는 이것이 곧 기회였다. 문제는 감히 도전할 만큼의 배짱이 있냐는 것.자수방 옆에는 차루가 있었기에, 잠시 후 마부에게 덕흥루에 들러 다과를 사 오게 하고 그 틈에 자신은 차루로 들어가 상단 이야기를 꺼내 볼 생각이었다.강시아는 손가락으로 손목에 감긴 무늬 복잡한 팔찌를 매만지며 지금 당장 자신이 쓸 수 있는 현금이 얼마인지 속으로 헤아렸다.“강 마님, 앞길이 막혔사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어떤 점포의 지붕에서 기와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하옵니다.”그녀는 차일을 들어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자.”그렇게 마차는 방향을 바꾸어 옆 골목으로 들어서고 있었는데, 갑자기 턱 하며 크게 흔들렸다. 다행히 강시아는 두 손으로 마차 벽을 붙잡은 덕분에 가까스로 넘어지지 않았다. 막 꾸짖으려 입을 열려는 순간 차일이 거칠게 젖혀졌다. 마부는 이미 땅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마차 밖에는 가면을 쓴 사내 둘이 서 있었다.“내리거라.”강시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대낮, 그것도 경성 안에서 감히 이런 짓을 벌이다니!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곧바로 안도할 수 있었다. 다행히 연아는 데리고 오지 않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무엇보다 목숨이 급했다. 그녀는 재빨리 돈주머니를 꺼내 내밀었다.“의협스런 분들이여, 제발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제 전 재산이 다 여기 있습니다!”하지만 두 사내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의 시선은 차갑고 무자비했다. 마치 산 자가 아니라 이미 죽은 이를 내려다보는 눈빛 같았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돈이 아니라는 것을 강시아는 단번에 깨달았다.평범한 도적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그중 한 사내가 칼을 번뜩이며 마차 문틀에 퍽 내리쳤다.“내려라! 내가 손수 모셔야겠느냐!”강시아는 숨을 고르며 침착하게 내려섰다. 이들이 노리는 게 돈이 아니라면 영국공부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적절히 겁먹은 기색을 드러냈다.“의협들이여, 저는 그저 영국공부 세자의 작은 첩실일 뿐입니다. 원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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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제가 봤습니다. 그 두 놈은 애초부터 수상쩍은 자들이었어요. 헌데 노린 게 부인일 줄이야!”그 꼬마 거지는 맑은 얼굴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어떻게 알았느냐? 그들이 여기서 사람을 붙잡으려 한다는 걸.”꼬마 거지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저 집들은 귀신이 산다는 소문이 있어 오래 전부터 버려진 곳입니다. 평소에는 발길이 끊긴 자리였고 바람도 비도 막아주니 애초부터 우리 차지였어요. 며칠 전부터 수상한 자들이 기웃거리길래 이상하다 했습니다. 심지어 놈들이 우리더러 멀찌감치 비켜 있으라며 동전 몇 닢까지 쥐어주더군요. 흥, 푼돈으로 우릴 치우려 들다니.”강시아는 손을 더듬다 비로소 돈주머니가 마차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내 돈주머니가 마차 안에 떨어졌구나. 내일 정오, 바로 이곳에서 두둑한 사례를 해주마.”거지는 손사래를 치며 얘기했다.“마님께서 지난번에 두둑히 챙겨주신 덕분에 저와 동생이 한동안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도 충분합니다.”강시아는 고개를 저었다.“안 된다. 그곳은 이제 발 디딜 자리가 안 된다. 저들이 복수하러 온다면 너희는 하소연할 길조차 없을 것이다. 내가 은전을 줄 터이니 반드시 다른 곳에서 터를 잡거라.”꼬마 거지는 잠시 곱씹더니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마님 말씀이 옳습니다. 형제들을 더는 위험한 곳에 둘 수 없지요.”그날 밤, 강시아가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거지는 먼발치에서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반쯤 큰 이 아이가 남편 주종현보다도 백배는 믿음직하다는 생각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피투성이의 몰골로 영국공부 대문을 들어서자 문간의 하인이 놀라 허둥댔다.강시아는 송하윤의 이름은 삼켜둔 채, 그저 도적떼의 습격을 받았다가 우연히 예전에 구휼하던 꼬마 거지를 만난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만 했다. 그 말에 관사는 곧장 호위들을 데리고 사건 현장으로 달려갔다.작은 뜰에 돌아왔을 때는, 설강과 하 유모가 이미 소식을 들은 뒤였다.연아는 사리를 분간 못 해도 어른들의 기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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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강시아의 입가가 희미하게 올라갔다.“서방님께서는 왜 묻지 않으시나요? 첩이 그 도적들의 몰골을 기억하는지 아닌지를 말입니다.”강시아는 그가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스스로 답을 이어갔다.“아, 그렇겠지요. 서방님께서 안위영 도통으로 계시니 이런 하잘것없는 무리쯤은 일찍이 잡아들였을 터. 첩이 괜히 입을 보탤 일은 아니겠지요.”주종현은 뱉으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혀끝이 날카로운 것을 보니 두려움은커녕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어 보이는 구나.”강시아는 곧 웃음을 거두고 담담히 응수했다.“놀라지 않았어도 서방님께서는 반드시 엄벌하셔야 합니다. 오늘은 다행히 연아를 데려오지 않아 화만 입고 말았지만 만약 아이가 함께 있었다면 그들이 과연 가만 두었겠습니까?”주종현의 눈빛이 싸늘히 식었다.“이 일, 반드시 끝까지 추궁해내겠다. 그러니 앞으로는 나갈 때 늘 위심을 동행하거라.”위심이라 함은 그가 가장 믿는 호위이자 심복이었기에, 강시아도 이번만큼은 마다하지 않았다. 무예에 능한 위심이 곁에 있는 것은, 곧 목숨을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마침 잘 되었습니다. 내일 정오에 나설 일이 있거든요. 만약 그 꼬마 거지가 아니었더라면 오늘 이미 황천길을 건넜을지도 모릅니다.”“거지라니?”“그날 서방님께서 제게 와서 캐묻던 날. 제가 연아와 함께 연을 날리고 만둣국을 먹다 우연히 거지 형제에게 만둣국 두 그릇과 동전 몇 닢을 주었지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내 덧붙였다.“그 인연 덕분에 오늘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겨우 몇 푼의 동전이 오늘의 생명을 바꾼 셈이지요.”주종현은 잠시 눈을 숙이다 고개를 들어 말했다.“내일 은전과 옷가지를 마련해 주겠다.”거절하려던 강시아는 말을 바꾸었다.“너무 좋은 옷을 입히면 다른 거지들이 빼앗으려 들겁니다.”그는 고개를 끄덕였다.“위심에게 맡기겠다.”그렇게 다음날이 되자마자, 강시아는 설강과 함께 길을 나섰다. 측문 앞에서 이미 위심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를 보자마자 그는 황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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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꼬마 거지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늘상 천대받아온 삶속에서 자신을 사람답게 대해준 이는 유 대인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존재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 되었다. “강… 누님...”소리가 바람결처럼 작게 흘러나왔다.“제 이름은, 소만이라 합니다.”“그래!”강시아는 눈가까지 휘어지는 웃음을 보이며 응답했다. 그러더니 이내 설강에게 손짓해 꾸러미를 건네받았다.“소만아, 이 안에 은전 몇 닢과 갈아입을 옷, 먹거리 조금, 그리고 상처에 바를 약까지 담겨 있단다.”소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친 몸은 아프면 아픈 대로, 병이 나면 나는 대로 버텨야 하는 게 바로 그들의 삶인데, 그녀는 약까지 챙겨주었다. 작은 두 팔로 꾸러미를 끌어안은 소만은 끝내 눈물을 훔쳤다.“고맙습니다, 강 누님.”그때, 옆에서 불쑥 뻗은 한 손이 꾸러미를 낚아채려 했다. 거지살이 속에서 길러진 경계심 덕에 소만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며 껴안은 꾸러미를 빼앗기지 않으려 했다.“허, 이 녀석, 제법 빠른데.”위심의 손은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주종현이 짧게 물었다.“나이가 몇이냐?”느닷없는 귀인의 물음에 소만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떨떨해 했다.그러자 위심이 다시 다그쳤다.“내가 지금 묻고 있지 않느냐? 연위영에 들어가 볼 테냐? 작은 병졸로 시작해도 달마다 은전 두 닢은 손에 쥘 수 있다. 동생을 먹여 살리기에도 넉넉하지.”강시아가 다급히 소만의 등을 떠밀었다.“어서 응하거라!”연위영은 전장에 나가지 않는 자리이고 봉록도 두둑하여 수많은 이들이 발 디딜 틈조차 찾지 못할 정도였다. 뜻밖의 좋은 기회에 소만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박았다.“소인은 계소만, 올해 열여섯입니다! 원컨대 대인을 따르고 싶습니다!”말끝에 고개를 들어 올리며 덧붙였다.“대인, 소인의 힘은 남들보다 셉니다. 돌을 나르고 큰 짐을 지는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습니다!”그러자 위심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제법 쓸 만하군. 경계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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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그 시각, 대문 앞에는 이미 다른 집안의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강시아는 차양에 매달린 등롱에 눈길을 주었다. 붉은 빛에 새겨진 ‘송’ 자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문을 막 지나자 고 유모가 매서운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먼저 주종현에게 닿자 잠시 굳어지더니 어색하게 예를 올렸다.“세자, 큰 마님께서 강 마님을 급히 부르시옵니다.”강시아의 눈매가 살짝 흔들렸다. 설마 그 가짜 구슬이 다시 송하윤의 손에 넘어가 문제가 된 것일까?“감히 여쭙건대 큰 마님께서 부르신 까닭이 무엇입니까?”세자의 면전이라 고 유모도 노골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녀의 얼굴빛은 여전히 매서웠다.“큰 마님께서 어제 강 마님의 자수품을 백마사에 보내어 향불을 올리게 하셨는데 오늘 아침 그만… 불이 붙어 버리고 말았습니다...”“불이 났다고?”주종현의 시선이 곧장 강시아를 향했다.“내가 함께 가겠다.”고 유모는 급히 그의 앞을 막아섰다.“큰 마님께서 특별히 분부하시길, 이 일에는 세자께서 관여하지 말라 하셨습니다.”주종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 자수가 강 씨 하나의 손길만 거친 것이 아니다. 백마사에 불이 난 일은 주 가와 송 가 양측이 모두 얽힌 일이다. 그러니 나는 연위영 도통으로서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다!”고 유모는 그 눈빛에 압도당해 주춤 물러났다.“가지.”주종현은 강시아의 손을 끌고 앞서 걸음을 옮겼다.강시아의 입은 차갑게 닫혀 있었다. 전생에 그녀는 두 폭의 자수를 마친 뒤에야 송하윤이 서수헌도를 꺼내며 함께 다시 짓자고 했었고, 그 작품은 궁으로 들어가기 직전에서야 겨우 마무리 되었다.이번 생에 그녀는 일부러 서수헌도를 먼저 꺼내어 송하윤을 자극했다. 분명 그녀가 가만있지 못하고 손을 댈 것이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작품에 그녀가 관여한 흔적이 남아 혹 무슨 화가 있어도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송하윤은 이번에 불을 택했다.큰 마님의 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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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단지 반 달 남짓 보지 못했을 뿐인데 명옥의 몰골은 육안으로도 보일만큼 뚜렷이 피폐해져 있었다. 세자에게 쫓겨난 자는 다시 이 집안에 발붙일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녀의 부모 체면을 봐서 그나마 나은 장원으로 내쳐진 것이었다. 그곳에서 홀로 버려지다시피 살던 명옥은 이제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녀는 억울함을 쏟아내듯 울부짖었다.“첩은 강시아 마님 곁을 네 해 동안이니 모셨습니다. 본래는 세자 댁에서 먼저 두 해를 시중들었던 탓에 늘 저를 경계하였지요. 그래서 세자께서 오실 때마다 첩을 멀리 쫓아내곤 했습니다. 그 원망이 쌓이고 쌓여 제가 결국 어리석은 잘못을 저지른 것입니다. 며칠 전 마님께서 직접 장원까지 찾아오셔서 한 가지 일을 도와주면 다시 데려다 쓰겠다 하여 귀가 어두운 저는 그만 승낙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세자와 송 아가씨의 혼사가 정해진 뒤로는 마님께서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송 아가씨가 들어오면 자기 앞길은 막혀버린다고요.”말이 끝나자 명옥은 머리를 바닥에 두 번이나 세차게 찧으며 흐느꼈다.“첩이 미혹되어 죄를 지었사오니 부디 큰 마님께서 엄히 벌을 내려주소서!”이때 송하윤은 곧장 눈가를 수건으로 닦으며 나섰다.“종현 오라버니, 그녀가 일부러 해를 가하려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억지로 저를 끌어들여 함께 수례를 수놓게 만든 것이지요!”강시아의 시선이 하대우에게서 천천히 거두어지며 명옥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가라앉은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명옥, 네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직접 장원까지 가 너를 부른 셈이 된다. 하나 장원에서 국공부까지는 준마로 달려도 한 시진이 넘는 거리지. 오가면 반일은 족히 걸릴 텐데 내가 언제 그리 긴 시간동안 자리를 비운 적이 있더냐?”명옥은 곧장 뒤를 돌아 하대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자연히 직접 오신 것은 아니옵니다! 저 자를 보낸 것입니다. 그는 본래 국공부내에서 꽃을 가꾸던 화공이었는데, 지금 계집아이를 돌보는 하 유모가 바로 그의 아내입니다. 그러니, 하대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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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큰 마님은 손을 뻗어 막으며 나직이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나는 당연히 하윤에게도 납득할 만한 답을 줄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일은 강 씨가 국공부 전체를 불길 위에 올려놓은 꼴인데, 내가 어찌 가볍게 넘길 수 있겠느냐!”그러자 그동안 침묵하던 조 씨가 찻잔을 들어올리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어머님, 며느리 생각에는 오히려 현이가 맞는 듯합니다. 명옥은 본래 죄를 지어 내쫓긴 몸이었고 하대우 역시 수없이 도박에 빠져 들락거린 자가 아니었습니까? 모두 국공부에서 오래 지낸 이들인데 강 씨가 무슨 수로 그들을 다시 불러들였겠습니까? 자신들이 더 잘 알지 않았겠습니까?”조 씨는 원래부터 이 혼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오자 그녀는 신나서 불길에 기름을 부어댔다. 강시아는 마치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을 두둔해 주는 듯한 느낌에 눈물을 훔쳤다. “이 일은 본디부터 석연치 않았습니다. 첩이 수를 놓을 때, 송 아가씨께서도 똑같은 도안을 가져오셨지요. 겨우겨우 수놓고 나니 송 아가씨 곁의 시녀는 첩이 산 진주가 가짜라고 우겨댔습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세자께서 노하여 정갈한 글씨로 빼곡히 쓴 쪽지를 내밀며 따지기까지 하셨습니다. 그 안에 첩과 유 대인을 모욕하는 글귀가 적혀 있어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렵사옵니다. 어제는 또 옥보루에서 돌아오는 길에 흉적을 만났는데, 그 자들은 재물은 탐하지 않고 오로지 제 목숨을 노렸습니다. 저는 그저 보잘것없는 작은 첩일 뿐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수놓은 예물이 불타올랐다고 모두 첩의 짓이라 하는 군요.”창백한 얼굴을 한 강시아는 숨을 고르며 낮게 말했다.“첩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대체 누구를 건드렸기에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첩의 목숨을 앗으려 하는 것인지요.”조 씨는 깜짝 놀라며 외쳤다.“이리 중대한 일을 어찌 말도 하지 않았단 말이냐!”송하윤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강 마님, 무슨 뜻입니까? 혹여 제가 사람을 시켜 마님을 해치기라도 했다는 것입니까!”송 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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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혼인을 파하거라! 이 혼사는 반드시 이루어지지 말아야 한다! 어미가 저리 되었으니 누가 알겠느냐, 그 딸 또한 같은 병통을 이어받게 될지. 심지어 훗날 낳는 아이들마저 그러할지 누가 알겠느냐 말이다!”조 씨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주종현은 어머니를 달래듯 입을 열었다.“어머니, 송 씨 부인께서도 오랜 병을 앓으셨기에 그렇게 되신 것입니다.”“너!”조 씨는 한동안 숨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해지고 숨결은 점점 떨려오기 시작했다. “너 제정신이냐! 경성에 곱고 지혜로운 규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그녀여야만 하는 것이냐?”주종현은 더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곧게 세운 채 단단히 버텼다.“그렇습니다. 아들은 그녀가 아니면 결코 혼인하지 않겠습니다.”“좋다, 좋아!”조 씨의 손가락이 덜덜 떨며 그를 가리켰다.“내가 칼을 네 목에 들이밀어도 너는 마음을 돌리지 않겠다는 것이냐?”주종현의 대답은 단호했다.“그렇습니다.”조 씨의 얼굴빛이 사라져 하얗게 질려버렸다. 치켜들었던 손바닥이 허공에 머물다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거센 숨을 몰아쉬며 소매를 휘두른 채 끝내 돌아섰다.강시아는 그의 옆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조금의 파문도 없는 얼굴. 그래, 애초에 마음이 깊이 박혀 있지 않았다면 어찌 전생에 송하윤이 그의 군영의 영장을 손에 쥘 수가 있었겠는가.송하윤은 어머니를 안치한 뒤, 마침 이 장면을 듣고서 느릿하게 걸어 나왔다. 그녀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종현 오라버니, 제가 너그럽지 못한 게 아닙니다. 다만… 저는 오라버니의 안위를 걱정할 뿐입니다.”강시아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첩은 늘 같은 생각뿐입니다. 첩이 하지 않은 일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습니다.”입을 다물고 있던 하대우가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렸다.“세자 저하, 미천한 소자 한마디만 해도 되겠습니까?”송하윤은 그를 거의 잊고 있었다. 국공부에서 쫓겨난 천한 하인, 돈만 쥐여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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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큰 마님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좋은 수례가 끝내 이 지경이 되었구나.’“그만하거라. 저 계집아이는 끌어내려 인신매매상에 팔아치우거라. 장원에 내쳐 보내도 또다시 풍파를 일으키니 더는 둘 수 없겠구나. 강 씨는 집안일을 제대로 단속치 못했으니, 이만 문을 닫고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하거라. 하윤이, 너 또한 방으로 돌아가 얌전히 시집갈 날을 기다리거라. 더 이상 경망하게 돌아다니지 말고!”그 말에 송하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강시아를 죽음으로 몰지 못하다니.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터였다.강시아는 여전히 자신을 지목하며 소리치던 명옥의 목소리를 등 뒤로 남긴 채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만일 오늘 그 궤계가 조금만 더 치밀했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단죄받아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그녀의 눈빛은 이내 송하윤을 향했다. 모든 것을 조종하고도 단 한 방울의 물조차 묻히지 않는 교활한 사람.집으로 돌아오는 길, 석양의 붉은 빛은 그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 드리웠다. 따사로운 햇살이 등 뒤에서 감쌌으나 그녀는 뼛속까지 싸늘하기만 했다.오늘 그들이 불러낸 이는 명옥과 하대우였다.다음번엔 더 정교하게 손을 쓴다면 바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주종현과 큰 마님, 모두가 송하윤의 버팀목이었다. 반면 그녀 앞뒤에는 허허로운 공허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강시아의 손끝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아직도 두 달 남짓, 떠나기까지는 먼 길이었다.문턱에 다다른 순간, 작은 그림자가 그녀의 다리 쪽으로 달려들었다.“어머니,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연아는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작고 예쁜 딸아이가 품에 애틋하게 매달렸다. 그러자 강시아의 마음속에 깔린 음울한 그림자가 단숨에 흩어졌다. 그녀는 몸을 숙여 딸을 품에 안았다.“연아야, 뭘 하고 있었느냐?”딸은 엄마의 목을 꼭 끌어안고 자랑하듯 속삭였다.“많은 글자를 썼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잖아요. 연아가 열심히 글을 쓰면 아버지께서 분명 연아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강시아는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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