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거지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늘상 천대받아온 삶속에서 자신을 사람답게 대해준 이는 유 대인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존재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 되었다. “강… 누님...”소리가 바람결처럼 작게 흘러나왔다.“제 이름은, 소만이라 합니다.”“그래!”강시아는 눈가까지 휘어지는 웃음을 보이며 응답했다. 그러더니 이내 설강에게 손짓해 꾸러미를 건네받았다.“소만아, 이 안에 은전 몇 닢과 갈아입을 옷, 먹거리 조금, 그리고 상처에 바를 약까지 담겨 있단다.”소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친 몸은 아프면 아픈 대로, 병이 나면 나는 대로 버텨야 하는 게 바로 그들의 삶인데, 그녀는 약까지 챙겨주었다. 작은 두 팔로 꾸러미를 끌어안은 소만은 끝내 눈물을 훔쳤다.“고맙습니다, 강 누님.”그때, 옆에서 불쑥 뻗은 한 손이 꾸러미를 낚아채려 했다. 거지살이 속에서 길러진 경계심 덕에 소만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며 껴안은 꾸러미를 빼앗기지 않으려 했다.“허, 이 녀석, 제법 빠른데.”위심의 손은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 허공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주종현이 짧게 물었다.“나이가 몇이냐?”느닷없는 귀인의 물음에 소만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떨떨해 했다.그러자 위심이 다시 다그쳤다.“내가 지금 묻고 있지 않느냐? 연위영에 들어가 볼 테냐? 작은 병졸로 시작해도 달마다 은전 두 닢은 손에 쥘 수 있다. 동생을 먹여 살리기에도 넉넉하지.”강시아가 다급히 소만의 등을 떠밀었다.“어서 응하거라!”연위영은 전장에 나가지 않는 자리이고 봉록도 두둑하여 수많은 이들이 발 디딜 틈조차 찾지 못할 정도였다. 뜻밖의 좋은 기회에 소만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박았다.“소인은 계소만, 올해 열여섯입니다! 원컨대 대인을 따르고 싶습니다!”말끝에 고개를 들어 올리며 덧붙였다.“대인, 소인의 힘은 남들보다 셉니다. 돌을 나르고 큰 짐을 지는 일도 거뜬히 해낼 수 있습니다!”그러자 위심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제법 쓸 만하군. 경계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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