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 장면은 주종현의 날카로운 시야에 걸려들고 말았다. 그는 온몸을 빗줄기 속에 드리운 채 마차의 발판 위에 서 있었는데, 눈 속에는 차마 감출 수 없는 분노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대인, 마차가 다 수리되었사옵니다.”유한석은 고개를 살짝 돌려 주종현을 보며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고는 이내 몸을 돌려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가 천천히 떠나가자, 강시아도 시선을 거두며 주종현의 마차에 올랐다.빗줄기는 점점 굵어졌고 콩알만 한 빗방울들이 마차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만마군이 달려드는 듯 요란스러웠다. 좁은 마차 안에는 고요히 섞여 흐르는 두 줄기 호흡 소리만 감돌았다.주종현은 이미 흠뻑 젖은 비옷을 벗어 발치에 던져버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또 우연이란 말이냐? 이번에는 또 어떤 구실을 내세워 나를 속이려는 것이냐? 오라버니에게서 서찰이 왔다고 할 작정이냐, 아니면 또다시 오라버니 편을 들어 억울함을 대신 풀어주려는 것이냐?”지난번 송하윤에게 발각되었을 때 그녀는 억지로 해명해야 했던 반면, 이번에는 그가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것이었다.강시아의 입술이 단단히 닫혔다. 그녀는 단지 곡창 일을 위해 이곳에 왔을 뿐, 유한석을 만난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다.“유 대인은 오라버니의 동문이지만 저와는 거의 인연이 없습니다. 제가 국공부에 들어온 이래, 이 몇 해 동안 경성에서 유 대인을 마주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방금 전 일도 순전히 우연이었지요. 그저 인사만 주고받은 것뿐,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허.”주종현은 냉소 어린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백마사, 만둣집… 또 내가 모르는 곳은 어디더냐?”강시아는 고개를 들어 미세하게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열었다.“서방님께서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십니까?”전생에 그녀는 간통의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 이 생에서도 똑같은 굴레를 뒤집어쓰라는 말인가?주종현의 얼굴은 먹구름처럼 어두워 당장이라도 빗물이 뚝뚝 떨어질 듯했다.“네가 지금 무얼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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