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문제적 군주의 아내: Chapter 101 - Chapter 110

318 Chapters

101장

“때가 되면, 내가 사람들을 전부 불러다가 현 왕자와 채윤이 같은 방에 단둘이 있는 걸 직접 보게 만들 거야.”지은이 자신만만하게 웃었다.“그렇게 되면 현 왕자도 채윤을 둘째 부인으로 들일 수밖에 없겠지.”지윤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근데 왜 그렇게 확신을 하는 거지? 모든 게 네 계획대로 흘러갈 거라고?”지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지윤은 눈을 가늘게 떴다.“지은, 너도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장에 같이 있었잖아?”지윤은 고개를 기울이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상대의 허점을 찔렀다.“정말 몰라서 그래? 현 왕자는 무공을 익힌 사람이야. 그깟 향 정도로는 절대 흔들리지 않아.”“왜? 설마 그 사람… 거기에 ‘문제’라도 있는 거야?”지윤은 하늘을 향해 눈을 굴리며 속으로 탄식했다.‘문제? 문제는 무슨… 멈추지를 못하는데!’“그 향이 효과가 있었다면, 임 후작 생일 연회 때 현 왕자가 그렇게 멀쩡히 빠져나갔겠어?”“!!!”젠장! 완전히 잊고 있었다.지은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촬영장에 오래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마지못해 나온 터라 극의 내용을 신경 쓴 적이 거의 없었다. 분장이 끝나면 조용한 곳에서 쉬기 바빴고, 이야기의 흐름 같은 건 애초에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반면, 지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통째로 외운 배우나 다름없었다. 캐릭터들의 마음속까지 꿰뚫고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지은의 얼굴에서 방금 전까지의 자신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다급하게 문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이라도 현 왕자가 정말 채윤과 함께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하지만 낡은 나무 문을 여는 순간, 그 앞에는 거대한 그림자처럼 서 있는 사내가 그녀의 길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눈빛은 살벌하게 가라앉아 있었다.“현… 현 왕자!”지은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뒷걸음질치다 스스로 걸려 넘어졌고,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지윤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현 왕자가… 왜 여기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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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장

지윤은 고개를 숙여,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꼼짝 못하는 지은을 내려다보았다. 눈동자 속에는 이현에 대한 공포가 그대로 박혀 있었다.‘뭐… 무서울 만도 하지.’‘현 왕자의 위압감이… 철면 장군이라는 이름값을 하긴 하니까.’순간 이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설마 나 때문에 이 여자가 겁을 먹은 건가?’“그… 그래서 어쩔 건데? 내가 아는 건 전부 다 말했어!”지은은 반쯤 울먹이며 소리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충격과 두려움에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으로 무섭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현은 현대 배우가 아닌 진짜 고대의 사람이라는 걸. 이곳에서 사람을 죽인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드라마 세트장의 플라스틱 칼이 아니라, 진짜 피를 가르는 칼날이 존재하는 곳이었다.권세가 있어 보이지만 속은 비어 있는 임 후작 저택의 착한 여주인공 채윤의 곁에 있다 보니, 마치 사회적 지위만 조금 낮아진 현대에 사는 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오늘… 오늘은 달랐다.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목숨을 거둬 온 진짜 장군을 마주치면, 살벌한 기운 하나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는 법이었다.“그러게… 널 어떻게 해야 좋을까?”지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냥, 너를 관아에 넘기는 게 나을까?”“귀한 규수를 취하게 만들고, 임 후작의 딸을 묶어두고 왕까지 독살하려 했으니… 죄목이 장난 아닌데?”“아, 아냐! 내… 내가 네 사람이 될게!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 그러니까 제발, 관아에만 넘기지 마!”지은은 거의 울 듯이 매달렸다.이곳은 '드라마 촬영장'이 아니라 진짜 세계였다.관아에 잡혀가기라도 한다면,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온갖 고문들이 죄다 자기 몸에 떨어질 것이다. 상상만 해도 기절할 지경이었다.“넌 애초부터 임 후작 저택의 하녀잖아. 결국 내 사람이 맞지.”지은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그게 아니라… 내가 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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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장

지윤은 방금 전 손익 계산서를 머릿속에 떠올린 듯, 입가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앉아 있었다. 이제 곧 돈이 쏟아져 들어올 걸 생각하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반면 지은은 웃기는커녕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물론, 차원이 자동으로 화장품을 채워주니 실제로 손해 보는 건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하지만, 마음속의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공짜로 부려 먹히는’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이전 세계에서도 대머리 광 감독의 은혜를 갚겠다며 죽도록 메이크업이나 해주다가 생을 마쳤다. 겨우 차원을 넘어 다시 태어났더니, 이번엔 이 무명 배우의 ‘개인 화장품 공장’이 되어야 한다니…지은의 얼굴에 온갖 심기가 그대로 드러나자, 지윤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늘 스스로 뭔가 이루고 싶어 하던 지윤이 지은의 서운함을 모를 리 없었다. 단지, 조금쯤 되갚아주고 싶었을 뿐이다.“그래서 말인데, 나랑 동업해볼래?”그 말에 지은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 나를 동업자로 받아준다고?”“싫으면 말고.”“할게! 할래! 나 동업할래!”지은은 병아리가 모이를 먹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동업자가 되면 지분이 생긴다. 이런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나?“내가 7, 너는 3. 어때?”지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심했다.“음… 내가 4, 네가 6은?”“그럼 너도 가게 임대료, 인건비, 설비 비용 다 부담해야 하는데?”“알았어.”지은은 즉시 태도를 바꿨다.“네가 7, 나는 3. 나는 원료 담당. 나머지는 네가 해.”“딜.”지윤이 손을 내밀자 지은도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계약이 성립됐다.“세부 내용은 나중에 정리하자. 지금은 자리로 돌아가야지. 너무 오래 사라졌어.”“응.”지은이 먼저 일어나 치마의 먼지를 털었다.“난 먼저 채윤부터 보러 갈게.”“그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 넌 채윤을 옆 별채로 데려가 쉬게 하고, 나는 옷을 갈아입고… 현 왕자는 날 데리러 나왔다고 하면 돼.”지은이 순순히 대답했다.“알겠어.”지은이 문으로 향하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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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장

지은… 아니, 이제는 서연이라고 불러야겠지.서연은 예정대로 채윤을 돌보러 별채로 향했고, 그 틈에 이현은 자연스레 지윤의 허리를 감싸 안아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전부… 들으신 거죠?”지윤이 순진한 눈망울로 올려다보며 물었다.이현은 낮게 음을 흘리며 답했다.“흠.”“궁금한 건 없어요? 뭐든 물어보셔도 되는데.”이현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눈빛이 번뜩였다.“내가 무엇을 묻길 바라는데?”“예를 들면…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어디서 온 건지… 그런 것들요.”“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밀은 있는 법이지. 당신이 말하고 싶다면 언젠가 스스로 말하겠지. 하지만 말하고 싶지 않다면… 나는 최선을 다해 비밀을 끝까지 지켜줄 거야.”“…네?”지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은데?’이현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당신이 했던 말이야. 벌써 잊은 건가?”“아…”지윤은 멋쩍게 끄덕였고, 그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녹여버릴 만큼 순수해 보였다.이현은 천천히 머리를 숙여 지윤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 매미 날개처럼 스치는 감촉에 지윤의 볼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이현이 다시 고개를 낮춰 지윤과 시선을 맞추자, 두 사람의 눈동자 속에는 서로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숨결이 엉키고 있었다.“당신이 어디에서 왔든 상관없어. 이제부터는… 나를 믿어. 내가 살아 있는 한, 힘든 일은 다시는 없을 거야.”잔잔히 내리는 눈 속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묵직한 약속이었다.곧이어 이현의 입술이 지윤의 입술에 닿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을 그녀에게 내어주겠다는 듯한, 따스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하얀 눈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점점 뜨겁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손끝이 스치고, 허리를 감싸고, 온기가 뒤섞였다. 순간은 눈처럼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타올랐다. 서로의 체온을 탐하듯 손길을 옮기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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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장

“아니!”이현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서연이 일부러 채윤을 그의 두 번째 부인으로 만들려 꾸민 일들을 떠올리자, 다시금 살기 어린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곁에 서 있던 지윤조차 그 기운을 느낄 정도였다.그런데도 지윤은 속으로 흐뭇하게 웃으며 장난을 건넸다.“하지만 왕자께서 원하신다면… 저야 뭐… 반대하지는 않겠습니다.”“???”“뭐, 왕자께서 첩을 들이신다면… 저는 왕자님 소유의 기생집에서 즐거움을 찾아볼까 해서요.”“내 기생집에서 뭘 한다고? 거기 있는 여인들에게 안마라도 받겠다는 건가?”이현은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태껏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여인을 본 적이 없었다.지윤은 해맑은 목소리로 폭탄 선언을 했다.“당연히, 기생집 여인들을 잘 생긴 총각들로 바꿔놓고 놀아야지요.”“왜 남자들은 집 밖에서 즐길 수 있으면서, 부인들은 안 되는 거죠? 남편이 만족을 못 시켜주면… 부인도 밖에서 즐길 자유가 있어야 공평한 거 아닌가요?”“…”“사실 남자 기생집도 하나쯤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물론 대놓고 운영할 순 없겠지만.”지윤은 진지하게 고개를 숙여 고민했고, 그 옆의 이현의 기온은 점점 떨어져 갔다.“아, 알았다!”지윤의 눈이 번쩍 빛났다.“차라리 찻집을 이용하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상류층 여인들은 찻집의 개인실에서 만남을 가지잖아요? 그럼 의심도 전혀 받지 않을 테고.”“왕자님, 찻집 몇 곳 가지고 계시죠? 한 군데만 제가 ‘남자 기생 전문’으로… 읍!”마침내 그의 억눌린 참을성은 그녀의 입술 위에서 폭발했다. 단단한 입술이 그녀의 달콤한 말들을 통째로 삼켜버렸다.이런 신부감…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앞으로 평생 눈을 떼지 못할 것 같다.사랑스러워서 못 떼는 것도 조금은 있지만… 대부분은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남자 기생집을 만들겠다고? 이러다 정말 왕이 와서 그의 목을 베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자신이 바람둥이 소리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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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장

지윤이 매화정으로 돌아오자, 애나와 애춘은 그녀를 정성스럽게 씻기고 편안한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리고는 눈치 있게 조용히 방을 빠져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어 둔 창문 사이로 그림자가 한 줄기 날아들었다. 낯이 익은 큰 키의 남자의 실루엣이 창을 막으며 들어오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문을 단단히 잠갔다.“내일 이른 아침에 어머니께서 오셔서 혼례복을 같이 꿰매주신대요.”지윤이 차분하게 설명했다.이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이미 혼례복을 마련해 주었건만, 왜 또 바느질을?”“어머니께서 기뻐하실 일이기에, 효녀로서 거절할 수 없었지요. 왕자께서 이미 준비하셨다는 사실을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었어요.”“하지만 혼례 날엔 결국 아시게 될 텐데?”“걱정 마세요.”지윤이 씨익 웃었다.“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랑 제 솜씨가… 그다지 다르지 않거든요.”“…”‘수도 1등 의상실 주인이 바느질은 서툴다니…’이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넌…”이현은 체념하듯 고개를 저었다. 그의 미래 왕비는 참으로 천진난만하고도 엉뚱했다.“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어…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지윤은 이현이 검은 겉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자 당황해 하며 물었다.“이미 알고 있는 걸 왜 묻지?”지윤은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남자의 단단한 어깨와 몸으로 향했다.검은 옷을 벗고 드러난 어깨, 팔, 그리고 탄탄한 근육이 그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특히 복근의 선명한 선이 보이자, 지윤은 무심코 손끝으로 만지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아까 하려던 질문… 그거요…”지윤이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뭘 물어보고 싶은 거야?”이현의 낮고 거친, 그러나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렸다.“오늘 낮에 저를 어떻게 찾으신 거죠?”지윤이 수줍게, 그러나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따스한 방, 푹신한 침상, 그리고 눈앞에서 다가오는 남자.지윤은 괜히 발끝을 꼼지락거리며 시선을 피했다.이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입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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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장

지윤의 허리가 이현의 손길에 맞춰 무의식적으로 흔들렸다. 온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작은 손은 견딜 수 없는 열기를 쏟아내듯 침대를 꽉 움켜쥐었고, 여우 같은 눈매는 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 살짝 감겨 있었다.이현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그래도… 궁금하긴 한 모양이구나. 내가 어떻게 널 찾아냈는지.”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겨우 눈을 떴다.‘하아… 몸이 녹아버릴 것 같아… 그래도… 알고 싶어…’“궁… 궁금해요… 왕자… 님…”신음과 말이 뒤엉켜 흘러나왔다.이현은 그녀 위로 몸을 기울여, 지윤의 작은 몸을 완전히 품에 가두고는 손끝을 부드럽게 움직여 그녀의 깊숙한 곳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그의 손은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한층 더 대담해졌다.“나라서가 아니다.”그의 목소리는 뜨거운 숨결과 함께 떨어졌다.“채윤을 기절시키고 나서야 문이 밖에서 잠겨 있다는 걸 알았어. 누군가 일부러 나와 채윤을 가둔 거지.”지윤은 숨을 삼켰다.“그… 그런데… 어떻게 나오신 거예요…? 거긴 문이…”“창문으로 나왔지.”너무나도 예상 밖의 답에 지윤은 숨이 턱 막혔다.‘불쌍한 지은... 문만 잠그고 창문을 안 잠갔네…’이현은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밖으로 나오는 길에 마침 효성이 돌아와 보고를 하더군. 당신에게 이어지는 흔적이 있다고.”이현의 지윤의 빛나는 시선을 마주쳤을 때, 이미 지윤이 자신의 손길의 흐름에 적응했음을 단번에 알아챘다. 이현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다시 손끝을 안으로 움직였다.“아… 아…! 왕, 왕자님…” 지윤의 허리는 스스로 비틀어지며, 억누르지 못한 떨림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아… 제발… 손가락 수를 더 늘리지는… 너무… 아…”“널 위해서야, 지윤.”그는 몸을 기울여 그녀의 귀를 살짝 물었다.“곧… 이보다 훨씬 큰 것을 받아들여야 하니까.”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지윤은 그의 그곳을 순간 쳐다보았다. 붉어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려 했지만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이 모든 걸 배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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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장

쾅! 쾅!폭죽 소리와 함께 붉은 불꽃이 터지며 잔해가 흩날렸다. 임 후작의 저택 앞은 한층 더 떠들썩해졌다.펑펑 터지는 붉은 폭죽 조각들이 눈송이처럼 허공을 날다, 눈이 하얗게 쌓인 지붕과 땅 위에 내려앉아 묘한 아름다움을 더했다.오늘은 바로 현 왕자와 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혼례를 올리는 날이었다.저택의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붉은 비단과 붉은 등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대문 앞은 이미 흥겨운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악사들의 연주에 따라, 사람들의 기대감은 점점 커져갔다. 신랑 행렬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분위기는 한층 들떴다.한편, 매화정 안은 그에 못지않게 분주했다.지윤은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고, 서연이 마지막 손질을 마치자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놓였던 건, 오늘같이 정말 중요한 날에 평소 쓰던 익숙한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오늘은 반드시, 수도 전체에서 가장 눈부신 신부가 되어야 했다.지윤은 스스로의 모습을 좌우로 돌려가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서연은 그런 주인 아가씨를 보며 못 말린다는 듯 눈을 굴렸다.‘이렇게 예쁘게 꾸며 봤자 어차피 얼굴은 가려질 텐데... 뭐가 그리 신났어…’“첫 번째 빗질, 마음에 드는 배필을 만나게 하소서.”“두 번째 빗질은 사랑이 길고 오래 가게 하소서.”“세 번째 빗질은 자손이 가득하게 하소서.”“네 번째 빗질은 평생 귀인을 만나게 하소서.”친언니 채윤이 다정하게 머리를 빗어주며 축복을 건넸다. 그 눈빛엔 질투 한 톨 없이, 기쁨과 애정만 가득 담겨 있었다.“고마워, 언니.”그때, 차 부인이 봉황관을 들고 다가왔다.“이제 봉황관을 써야 할 시간이구나. 아가, 현 왕자께서 도착하셨단다.”순금으로 만든 봉황관에는 옥과 진주, 보석이 정교하게 박혀 있었다. 황금 실로 봉황 무늬를 수놓고, 지윤이 좋아하는 매화 문양까지 정성껏 넣은 특별한 작품이었다.차 부인은 붉은색 비단 가리개를 봉황관 위로 덮어 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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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장

“네, 아버지.”지윤이 마지막으로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리자, 이현이 그녀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고 조심스레 팔각 가마 위로 태워 올렸다.이현의 손끝이 닿는 순간, 지윤의 손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긴장인지, 설렘인지, 아니면 오늘 밤 그와 나누게 될 첫 순간을 떠올려서인지,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려웠다.둥! 둥! 웅장한 징과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자, 현 왕자의 신부 행렬이 위풍당당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리의 백성들은 앞다투어 나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행렬을 구경했고, 몇몇은 가까이 보겠다며 다가오다 호위병들에게 막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임 후작의 저택에서 현 왕자의 저까지 이어지는 길엔, 시작부터 끝까지 호위병들이 줄지어 서 있어 근접조차 어려웠다.행렬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찻집과 주점의 2층 창문들은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곳곳에서 귀한 집안의 아가씨들이 얼굴을 내밀고, 신부 행렬을 향해 시샘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녀들의 눈동자에는 열기와 질투,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지윤은 그녀들에게는 ‘도자기 인형’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대체, 저 ‘장식품’ 같은 지윤이 어떻게 현 왕자와 혼인을 하게 된 거지?”한 규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찻집 난간에 기대어 투덜거렸다. 행렬이 지나갈수록, 그녀들의 표정에는 ‘왜 내가 아니지?’ 하는 노골적인 불만이 떠올랐다.“그러게. 왕족의 정실 부인가 되다니… 정말 얄미울 정도로 운이 좋네.”다른 아가씨도 못마땅한 듯 새치기를 하며 고개를 내밀었다.그때, 안쪽 방에서 콧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게 뭐가 그리 부럽다고 난리니? 현 왕자는 그저 향락에 빠진 방탕한 왕족일 뿐이야. 왕께서 특별히 총애하시는 분도 아니고. 부러워하려면 정 왕자나 명 왕자 정도는 되어야지.”“그러고 보니 그래. 현 왕자는 그냥 위풍만 그럴듯한 왕족일 뿐이지. 놀기만 하고, 나랏일에는 손도 안 대니…”난간의 두 규수가 금세 맞장구쳤다.“맞아, 자연. 네 말에 일리가 있네.”자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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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장

지윤은 아무 일 없는 듯, 즐거운 마음으로 팔각 가마 안에서 발을 살짝살짝 흔들며 앉아 있었다.그때, 은은한 매화 과자 향이 그녀의 코끝을 간질였다. 나무 상자 속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은, 마치 오늘의 설렘을 배가시키는 듯했다.그녀의 눈길이 자연스레 상자 위에 놓은 쪽지로 향했다.‘배가 고프거든 상자 안 과자로 요기해.’‘왕자님… 정말 세심하네…’가마 안 지윤의 상기된 기분은, 앞서 말을 몰고 있는 신랑의 기분에도 전해졌다. 이현의 입가에는 자연스러운 미소가 번졌고, 그것은 길 양옆에서 신부 행렬을 구경하던 규수들의 탄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응? 밖이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그러자 이현의 입가가 순식간에 굳어졌다.마치 오늘 밤 연극 무대에서 배우가 갑자기 표정을 바꾼 듯, 장난기 섞인 미소는 사라지고 날카로운 눈빛만 남았다.양성과 효성은 서로를 힐끗 바라보며, 주인의 이유 없는 감정 변화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렸다 했다.행렬이 신랑 저택에 도착하자, 화려하게 장식된 꽃가마가 부드럽고 단단하게 땅에 내려졌다. 이현은 말에서 내려 길게 발을 내딛고, 가마 앞으로 걸어갔다.그는 두꺼운 손으로 가마의 장막을 젖히고, 지윤을 정성껏 맞이하며 손을 내밀었다.‘정말 다정하구나… 왕자님…’지윤은 뼈가 없는 듯 부드러운 손을 그의 손 안에 올려놓았다. 이현은 그녀를 부축하며 가마에서 내려주었다. 준비된 붉은 비단을 든 중매인이 다가와 그녀에게 건네주자, 이현과 지윤은 각각 비단의 끝을 잡고 단아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혼례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본관 대청에는 오늘 혼례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상석에는 태정왕과 정 왕자의 어머니이자 이현을 어려서부터 길러온 왕비, 강주실이 함께 앉아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임 후작 댁 둘째 딸, 참으로 아름답구나.”주실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칭찬했다.그녀는 이현을 친자식처럼 아끼며 키워왔고, 이현 또한 효심 깊게 그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아, 그를 미워할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이현은 천성이 방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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