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버지.”지윤이 마지막으로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리자, 이현이 그녀의 손을 단단히 감싸 쥐고 조심스레 팔각 가마 위로 태워 올렸다.이현의 손끝이 닿는 순간, 지윤의 손등이 미세하게 떨렸다. 긴장인지, 설렘인지, 아니면 오늘 밤 그와 나누게 될 첫 순간을 떠올려서인지,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려웠다.둥! 둥! 웅장한 징과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자, 현 왕자의 신부 행렬이 위풍당당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리의 백성들은 앞다투어 나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행렬을 구경했고, 몇몇은 가까이 보겠다며 다가오다 호위병들에게 막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임 후작의 저택에서 현 왕자의 저까지 이어지는 길엔, 시작부터 끝까지 호위병들이 줄지어 서 있어 근접조차 어려웠다.행렬이 지나가는 길목에 있는 찻집과 주점의 2층 창문들은 모두 활짝 열려 있었다. 곳곳에서 귀한 집안의 아가씨들이 얼굴을 내밀고, 신부 행렬을 향해 시샘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녀들의 눈동자에는 열기와 질투,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지윤은 그녀들에게는 ‘도자기 인형’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대체, 저 ‘장식품’ 같은 지윤이 어떻게 현 왕자와 혼인을 하게 된 거지?”한 규수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찻집 난간에 기대어 투덜거렸다. 행렬이 지나갈수록, 그녀들의 표정에는 ‘왜 내가 아니지?’ 하는 노골적인 불만이 떠올랐다.“그러게. 왕족의 정실 부인가 되다니… 정말 얄미울 정도로 운이 좋네.”다른 아가씨도 못마땅한 듯 새치기를 하며 고개를 내밀었다.그때, 안쪽 방에서 콧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게 뭐가 그리 부럽다고 난리니? 현 왕자는 그저 향락에 빠진 방탕한 왕족일 뿐이야. 왕께서 특별히 총애하시는 분도 아니고. 부러워하려면 정 왕자나 명 왕자 정도는 되어야지.”“그러고 보니 그래. 현 왕자는 그냥 위풍만 그럴듯한 왕족일 뿐이지. 놀기만 하고, 나랏일에는 손도 안 대니…”난간의 두 규수가 금세 맞장구쳤다.“맞아, 자연. 네 말에 일리가 있네.”자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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