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ício / 로맨스 / 문제적 군주의 아내 / Capítulo 81 - Capítulo 90

Todos os capítulos de 문제적 군주의 아내: Capítulo 81 - Capítulo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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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장

“아… 이현… 안 돼… 아…”지윤이 떨리는 목소리로 신음을 흘렸다. 가냘픈 몸이 거칠게 파고드는 움직임에 끝없이 흔들렸다.이현은 계속해서 몸을 밀어붙이며 그녀의 몸을 자극했고, 쾌감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지윤 역시 그 감각에 몸을 맡기며 긴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아 끌어당겼다. 마치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앞의 넓은 어깨를 꼭 껴안았다.끊임없이 이어지는 살결의 부딪힘 소리와 교차되는 신음소리가 방 안을 채웠고, 쏟아지는 쾌락의 흔적이 방 안 구석구석까지 흩어졌다.“이대로라면… 오늘 밤 널 재울 수 없겠는데.”이현이 낮게,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지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아… 그럼… 안 재우면 되잖아요…”평소엔 부끄럼 많고 소심한 아가씨가, 이런 순간엔 너무도 쉽게 불타올랐다.그러던 중, 지윤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크게 떴다.“약… 약은?”“이제 필요 없어.”이현이 대답하며 몸을 더 가까이 숙여 그녀의 눈을 깊숙이 들여다봤다.“그, 그러다… 나 임신하면 어쩌려고요…”“태정왕께서 곧 왕명을 내리실 거야. 내 아이를 품고 왕명을 맞이하면 되지.”그 말이 끝나자 다시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입에서는 이전보다 더 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것은 그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증거였다.밤새 연못의 물결이 거칠게 일렁거렸다.…“어머니, 바늘에 손가락을 찔렸어요…”지윤이 징징거리며 피 한 방울이 맺힌 손가락을 바느질 중인 어머니 차 부인에게 내밀었다.“아이고, 조심 좀 하지! 피가 예복에 떨어지면 어쩌려고?”차 부인은 재빨리 손수건을 꺼내 피를 닦아주었다.지윤은 그런 어머니의 걱정에 가슴이 따뜻해졌다.“…”며칠 전, 서 부인의 매화꽃놀이 연회 이후 수도에서는 이런 소문이 퍼졌다. 민 공주와 구 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 자연이 현 왕자의 예비 왕비를 한겨울 다리 아래로 밀어 떨어뜨려 며칠 동안 고열에 시달리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궁에서 대환관이 찾아와 왕명을 선포했다. 현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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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장

백화정의 개보수가 완전히 끝나자, 이현은 애나를 통해 지윤에게 소식을 전했다. 직접 가서 원하는 대로 완성되었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고, 아울러 안마용 기름도 준비해가서 그곳 기녀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치라는 지시도 함께 전해졌다.그래서 오늘, 지윤은 다시 한 번 풍류를 즐기는 젊은 공자 차림으로 변장했다. 그리고 괜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일부러 외부에서 마차를 빌려 타고 나섰다.마차가 천천히 굴러가는 동안, 지윤의 생각도 새로운 삶의 계획으로 차분이 흘러갔다. 그녀는 푹신한 방석에 기대 앉아 손가락 끝을 문지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소문은 이미 퍼질 만큼 퍼졌고, 다리에서 떨어지는 일도 겪었다. 이제 남은 건 ‘납치’뿐이었다.원래 원작 시나리오라면, 지윤은 애나에게 지시를 내려 화산 기슭 마을의 도적 무리를 고용하게 된다. 그곳에는 백운사 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원래 화산 마을은 단순히 농민들의 마을이었으며, 수도와 다른 도시들을 오가는 여행자들과 순례자들이 자주 들르는 중요한 길목이었다.하지만 어느 날, 도적들이 몰래 마을에 침입해 주민들을 주민들을 하나둘 살해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처음에는 한 집씩 조용히 제거하다가 결국에는 마을 전체를 차지했고, 그렇게 화산 마을은 도적들의 소굴로 변했다.그들은 평범한 마을 사람인 척 살아가며 교묘하게 약탈을 저질렀다. 재물이나 금품을 훔치고는 피해자의 동행이나 하인을 범인으로 몰아세우고, 자신들은 마치 의인처럼 도둑을 잡아 포상을 받았다.작은 상인이면 그런 식으로만 끝냈지만, 큰 상인이라면 죽여서 재산을 빼앗고 역시 하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일도 있었다.지윤은 대체 어디서 그런 배짱이 생겨 그 도적들을 이용하려 했던 걸까? 또, 어떻게 그들의 과거까지 알고 있었던 걸까?아니면 단지 ‘악역끼리 서로를 아는 설정’이라 생긴 시나리오의 허점일지도 모른다. 수도와 다른 도시들을 잇는 중요한 길목인데도 관청이 관리도 하지 않고 도시로 승격시키지도 않는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하지만 뭐 어떤가. 악역이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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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장

“도련님, 저는 정은빈이라 합니다.”서른을 갓 넘긴 여인이 다가와 지윤에게 예를 올렸다.“저는 이곳 관리인입니다. 주인어른께서 새로 단장한 방들을 도련님께 안내하라고 하셨습니다.”“좋아요.”지윤은 은빈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 각 안마실을 둘러보았다. 방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현은 단단한 목재로 만든 안마 침대를 주문 제작했고, 그 위에는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침대요가 놓여 있었으며, 부드러운 모피 담요까지 곁들여져 있었다.방 한가운데에는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나무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위에는 아름다운 도자기 다기 세트와 향긋한 향을 풍기는 작은 향로가 가 있어, 방 전체가 아늑하고 사적인 분위기로 채워졌다.‘이 정도로 사치스럽다니… 대체 안마비를 얼마나 받을 생각이야, 왕자님!’지윤은 하늘을 보며 눈을 굴렸다. 점점 도가 지나친 약혼자의 취향에 헛웃음이 나왔다.“왕자께서 이런 방을 몇 개나 만들라고 하신 거죠?”은빈이 공손히 답했다.“총 스무 개입니다. 2층과 3층에 각각 열 개씩 있습니다.”지윤은 잠시 생각하더니 지시를 내렸다.“3층은 전망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방 다섯 개만 지금 상태로 유지하고, 나머지 다섯 개는 호화로움을 두 단계 정도 줄이세요. 그리고 2층의 열 개 방은 모두 절반 수준으로 낮추세요.”“호화로움을 줄인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신가요?”“값비싼 가구는 두세 개만 남기고, 침대요도 품질을 조금 낮추되, 여전히 부드럽고 편안하게 유지하도록 해야 해요. 모피 담요는 치우시고요.”지윤은 방 중앙 탁자로 다가가며 지시를 이어갔다.“향은 지금보다 훨씬 은은한 것으로 바꾸고, 다기들도 도자기 대신 도기 제품으로 교체하세요.”“하지만 그러면 귀족 도련님들이 불쾌해하지 않을까요?” 은빈이 조심스레 물었다. 이곳은 이름 높은 백화정, 그 안의 모든 것이 최고급이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었기 때문이다.“백화정이 이름난 곳이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호화로운 방을 다섯 개만 남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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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장

은빈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뒤쪽에서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명령조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공기를 갈라, 은빈을 깜짝 놀라게 했다.“네,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은빈은 허둥지둥 대답을 마치자마자 다급히 뛰쳐나갔고, 그 모습에 지윤은 실소를 터뜨렸다. 이현은 고개를 끄덕여 하인들에게 모두 물러가라는 신호를 보냈다.양성이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인 채 방을 나가며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마치 이런 상황에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이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녀 앞에 다가오더니, 오랜만에 본 연인을 안듯 지윤을 품에 안았다.“내가 보낸 혼례복, 마음에 들었어?”“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지윤은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제가 직접 바느질하느라 고생할까 봐 걱정되신 거죠? 그래서 완성된 예복을 보내주신 거잖아요.”이현은 낮게 웃음을 흘리더니, 몸을 숙여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는 곧장 안마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를 무릎 위에 앉히며 얌전히 자리를 잡게 했다.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직접 혼례복을 만들기를 기다렸다간, 평생 널 아내로 맞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지윤은 괘씸하다는 듯 단단한 그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툭 찔렀다.“내 솜씨를 무시하신 거예요?”“무시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이지. 아니면 내가 틀렸다고 할 거야?” 이현은 그녀의 새하얀 손을 꽉 잡으며 눈빛을 반짝였다. “이 손은 그런 바느질용 바늘 따위를 잡기엔 어울리지 않아.”“!!!”‘아니, 왜… 왜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는 거지…?’이현은 그녀의 손을 들어 올려 다정하게 입을 맞췄다. “이 손은 오직 나를 위해 쓰이는 게 어울리지.”그 말에 지윤의 얼굴은 단숨에 붉게 물들었다. 목욕탕에서 자신의 손으로 그에게 ‘봉사’했던 장면이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귀엽기 짝이 없군… 내 사랑스러운 여우.’이현은 그 귀여운 반응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고 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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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장

이 여인을 품에 안은 뒤부터, 이현은 마치 자신에게 새로운 책략가가 한 명 더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일이든지 이 아가씨는 늘 앞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을 위해 깊이 생각해 주었다.방금의 사업 이야기만 해도 그는 이미 꽤 전에 도착해 있었지만, 일부러 문 앞에서 기다리며 그녀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지윤은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그녀는 훌륭한 전략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이전까지 그가 눈을 돌렸던 대상은 주로 부유한 고위 관료들이었으나, 이제는 중간층 관료나 상인들까지 범위를 넓혔다. 본래 귀족들은 상인을 천한 신분이라며 업신여기곤 했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천한’ 상인들이 엄청난 부를 손에 쥐고 있으며, 넓은 교역망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우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두 계층 간에는 언제나 알게 모르게 갈등이 존재해왔다.권력을 가진 귀족들은 직접적으로 싸우려 하지 않고, 앞뒤로 비아냥과 멸시를 던졌다. 반면 상인들은 막대한 부를 과시하며 귀족들 앞에서 흥청망청 소비함으로써 맞섰다.그야말로 오래도록 뿌리 깊게 박힌 사회적 갈등이었다.처음 그가 이 일을 구상할 때는, 귀족과 상인이 같은 공간에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 우려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니, 그녀의 방안이 놀라울 만큼 절묘했다.지윤이 제시한 ‘가격별로 차별화된 안마실’은 각자가 자신의 재력에 맞는 방을 선택하게 만들어 분쟁의 여지를 사전에 없앴다. 체면을 세우고 싶다면 비싼 방을 택할 수밖에 없다.즉, 그녀의 전략은 돈과 권력을 겨루는 새로운 무대를 조용히 만들어놓은 셈이었다.“싸우고 싶다면 싸워라. 대신 그 승부는 돈으로 결정하라.”이것이 바로 그녀가 깔아놓은 판이었다.게다가 가격이 다양한 방들을 만들어둔 덕분에 재력에 따라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돈만 있다면 누구든 이곳의 안마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결국 그녀의 계획은 ‘모든 계층의 남자들의 주머니를 탈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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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장

“안 돼요, 왕자님. 허리 통증이 이제 겨우 사라졌단 말이에요.”지윤은 재빠르게 그의 장난스러운 손을 붙잡아 밀어냈다. 겉옷은 이미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낮게 말했다.“지윤, 이렇게 장난스럽다면 내가 좀 단단히 가르쳐야겠다.”지윤이 무슨 말인지도 채 알아차리기 전에, 이현은 그녀의 작은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고정하고, 그녀의 허리띠를 풀어 손목을 침대 기둥에 단단히 묶어 버렸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거부할 수 없게 되었다.“이현!”지윤의 심장은 요동쳤다. 약혼자가 이런 도구까지 쓰며 함께하려 들 줄은 상상 못했기 때문이다.'사슬, 채찍, 수갑을 이미 준비했을지도…'‘사슬과 채찍은 알겠는데… 수갑은 뭐지? 사슬과 채찍을 대체 이럴 때 어떻게 쓰는 걸까?’‘됐어. 다음에 물어보면 되겠지. 원하면 내가 응해주면 되고…’이현은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은 듯, 거친 두 손으로 그녀의 겉옷과 속옷을 한꺼번에 찢어 젖혔다. 바깥의 빛이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자, 약혼녀의 아름다운 자태가 선명히 드러났다. 작은 얼굴은 몽롱하게 그를 바라보았고,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다. 목선과 어깨선은 또렷했고, 가슴의 부드러운 윤곽은 마치 수면 위로 피어오른 연꽃처럼 도드라져 그 아래, 꽃잎처럼 감춰진 그곳까지 이어져 눈앞에 펼쳐졌다.이현은 침을 삼켰다. 목덜미가 찌릿하고 목은 마른 듯했다.“이현...”그녀의 달콤한 부름이 그의 이성을 한순간에 베어버린 듯했다.그는 몸을 숙여 다정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입술을 맞췄고, 혀를 섞어 서로의 숨결을 이어갔다. 거칠지만 확신에 찬 손은 그녀의 가슴을 감싸 강하게 주무르며 그녀의 낮은 신음을 끌어냈다.분홍빛의 작은 젖꼭지는 그의 손길에 단단히 서 올라 반응했고, 두툼한 입술은 달아나듯 얼굴에서 떨어져 그녀의 향기로운 목선을 따라 입맞춤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정점에 이르러, 그는 젖꼭지를 입에 넣어 장난스럽게 깨물며 지윤의 낮은 파동 같은 신음을 이끌어냈다.“아... 아...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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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장

“언니!”지윤이 환하게 외치며, 임 후작의 저택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복언니 채윤에게 다가갔다. 그 뒤로는 시녀 서연과 서진이 조용히 서 있었다.채윤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지윤.”“언니가 날 못 가게 할 줄 알았어.”지윤은 상큼하게 웃으며 성큼 다가왔다. 햇살 아래서 그 미소는 눈부시게 빛났다.지나가던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두 자매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임 후작의 장녀 채윤은 ‘수도의 진주’라 불릴 만큼 총명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이름이 높았다.그리고 차녀 지윤은 이제 곧 현 왕자에게로 시집을 가게 되어 집안의 큰 영광이 되었다. 비록 임 후작에게는 아들이 없어 후계는 끊겼으나, 두 딸이 모두 집안의 영예를 높이고 있었다.“역시 임 후작님의 두 아가씨는 참으로 고우시네. 민 공주는 그야말로 그림 속 인물 같이 이쁘고, 마음씨 또한 곱다더군.”“게다가 재능도 출중해서 관청의 사건 해결에도 공을 세웠다지?”“그런데 현 왕자의 왕비가 될 둘째 아가씨도 말이야, 소문 때문에 오해를 샀던 게 분명해. 이번에 안용명 후작의 저택에서 열린 연회에서 거문고를 너무 잘 탔다더군.”“그럼 ‘도자기 인형’이라는 별명은 거짓이었나 보네? 그럼 양 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도 마찬가지겠지. 두 사람은 워낙 절친하니까.”“허허, 그건 모르겠지만 말이야, 들으니 민 공주가 동생을 질투해서 다리에서 밀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뭐라고? 한겨울에 다리에서 밀었다고? 세상에,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근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왜 지금은 두 사람이 이렇게 다정하게 서 있는 거야?”“혹시 왕비가 되실 분이 오히려 언니를 위해 해명을 해준 건 아닐까? 그렇다면 참 착한 분이지.”“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당했는데도 용서하고 오히려 언니의 오해를 풀어주다니, 그야말로 천사 같은 분이야.”문밖에 모여 있던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내용은 지윤을 칭찬하고 채윤을 비난하는 말이 섞여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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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장

마차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지윤은 창가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마차가 도성 밖으로 벗어나 두 갈래의 산길을 따라 천천히 나아가자, 두 눈에 자연의 풍경이 들어왔다. 그녀는 두꺼운 휘장을 살짝 젖히며 창밖을 내다보았다.턱을 괴고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던 그녀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소식을 전해준 이현의 말이 떠올랐다.그가 화산 마을의 도적떼를 이미 소탕시켰으니, 안심하고 백운사로 참배를 다녀오라는 것이었다.그 말은 곧, 이제는 그 도적들이 자신을 납치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만약 그 ‘정체불명의 여자’가 여전히 자신을 납치하려 한다면, 현 왕자의 부하들과 접촉하는 순간 스스로 함정에 걸려드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오늘, 백운사로 향하는 날이 되었음에도 이현으로부터 추가 소식은 없었다.그건 곧, 그 여자는 산기슭의 도적들과는 접촉하지 않았다는 뜻일 것이다.‘아니면… 다른 무리와 접촉한 걸까?’‘안 되겠다. 경계를 더 단단히 해야 해.’지윤은 소매 속에 숨겨둔 단검을 손끝으로 가볍게 어루만졌다...그날 백화정에서, 이현은 직접 그녀의 허리를 안마해준 것 외에도, 이 단검을 건네며 항상 지니고 다니라고 했다.하지만 그게 정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도적들이 그녀를 쉽게 붙잡게 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내가 뭘 한다고 이 단검을 나한테 주는 거야? 왕자는 이 미래의 왕비가 실수로 자신을 찌를까 걱정도 안 되는 거야?’그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중얼거렸다.‘아니, 잠깐. 만약 정말 일이 생기면... 언니 뒤에 숨어버리면 되잖아!’‘그래, 바로 그거야!’정체불명의 여자가 노리는 건 자신이니까, 채윤을 곁에 붙잡고 있으면 최소한 자신은 안전할 것이다.“좋았어. 오늘 작전은 ‘채윤 밀착 작전’이야.”그녀는 혼자 중얼거리며 흐뭇하게 웃었다.‘언니가 있는 곳엔 언제나 나, 지윤이 있다!’자신의 영리함에 흡족해진 지윤은 등 받침에 몸을 기대어 고개를 까딱이며 기분 좋게 웃었다. 마치 오늘의 문제는 이미 다 해결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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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장

화산 정상의 백운사는 고요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한 사찰이었다.하지만 수도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어, 참배하러 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채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순히 불공을 드리기만을 위해서가 아니었다.이 사찰은 백 씨 가문, 그녀의 외가에서 세운 사찰로, 조상을 기리고 제사를 지내기 위한 공간이었다. 또한 세속을 떠나 노년의 평안을 구하는 일부 노인들이 이곳에서 수행하며 여생을 보내곤 했다.채윤과 지윤은 약 15분 정도 산길을 걸어 사찰 정문 앞에 도착했다.고요한 바람 사이로 은은한 향 냄새가 퍼졌고, 엷게 들려오는 염불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애나와 애춘이 얼른 손수건을 꺼내 지윤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반대편에서는 서연과 서진이 채윤의 옷자락을 정갈히 고쳐주고 있었다.“지윤, 먼저 안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인사드리자.”채윤이 부드럽게 말하며 앞장서자, 지윤도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사찰의 대웅전으로 들어가 향과 초를 켜고, 꽃을 올리며 정성스레 불공을 드렸다. 채윤은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기도하며 어머니의 영혼에 평안을 빌었다.지윤도 따라 했지만, 동작이 서툴고 어색했다. 그녀는 본래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아니었고, 사찰에 발을 들여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불공이 끝난 뒤, 채윤은 공양을 마치고 돌아서며 자비로운 얼굴로 미소 지었다. 그 순간, 지윤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지윤, 뭘 찾고 있어?”채윤의 차분한 물음에 지윤은 화들짝 놀라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아… 절이 참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감탄하고 있었어.”‘사실은 도적놈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살피는 중이었지.’원래의 드라마에서 지윤은 착한 인물이 아니었다.그녀는 언니 채윤이 불공을 마치고 별도의 공양 구역으로 향하는 틈을 노려, 도적들이 언니를 납치하도록 사주했다. 그곳은 절 안에서도 가정 한적하고 외딴 장소였다.하지만 다행히도, 여자 주인공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남자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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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장

지윤은 눈앞의 여인을 조용히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일어나도 동요하지 않는, 그 고요하고 단정한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이현이 지윤에게 혼인을 청했을 때도, 채윤은 그저 미소 지으며 축하 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그 후에는 자신의 방에 머물며 조용히 지냈고, 지윤을 해쳤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조차도 아버지의 명령에 순순히 따라 스스로를 가둔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혹시 채윤은 정말 드라마 속 ‘착한 여주인공’ 그 자체였던 걸까?“지윤?”채윤이 놀란 듯 부르자, 지윤은 이미 그녀 곁에 다가와 앉아 있었다. 조용히 향을 피우고, 촛불을 밝히고,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몰래 준비해 온 종이돈과 공양물을 꺼내 불태우며 고요히 기도했다.“언니의 어머니는 나에게는 큰어머니이시니까.”두 자매는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지윤은 문득 느꼈다. 채윤의 미소가 너무도 맑고 순수해서, 차마 그가 ‘드라마 속 그 음모의 여인’일 리 없다고 느껴졌다.“아가씨, 저기 나무 아래에 앉아서 과일이랑 과자를 좀 드시는 건 어떠세요?”서연이 조심스럽게 권하자, 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좋구나. 지윤도 피곤하지? 저기 그늘 아래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가자.”“좋아, 언니. 듣기로는 서진이 만든 전병이 우리 집안에서 제일 맛있다던데?”채윤은 부드럽게 웃었다.“그럼 청연정으로 자주 놀러 오렴. 서진에게 만들어 달라 할게.”“정말? 그럼 꼭 갈게!”지윤이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자, 채윤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천천히 미소 짓고, 그 하얀 손을 잡았다. 손끝이 닿는 순간, 따뜻한 공기가 전해졌다.채윤은 동생의 손을 꼭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나무 그늘로 걸어가 앉았다. 서진은 전병과 차를 준비해 두 주인에게 올렸다. 그들은 다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그 평화로운 장면을 본 하인들은 그런 장면을 처음 보는 듯 놀라워했다.이런 사이였던가?두 자매가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오후 무렵, 채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이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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