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은 눈앞의 여인을 조용히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일어나도 동요하지 않는, 그 고요하고 단정한 모습이 오히려 낯설었다.이현이 지윤에게 혼인을 청했을 때도, 채윤은 그저 미소 지으며 축하 인사를 건넬 뿐이었다. 그 후에는 자신의 방에 머물며 조용히 지냈고, 지윤을 해쳤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조차도 아버지의 명령에 순순히 따라 스스로를 가둔 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혹시 채윤은 정말 드라마 속 ‘착한 여주인공’ 그 자체였던 걸까?“지윤?”채윤이 놀란 듯 부르자, 지윤은 이미 그녀 곁에 다가와 앉아 있었다. 조용히 향을 피우고, 촛불을 밝히고, 정성스럽게 절을 올렸다. 그리고 몰래 준비해 온 종이돈과 공양물을 꺼내 불태우며 고요히 기도했다.“언니의 어머니는 나에게는 큰어머니이시니까.”두 자매는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지윤은 문득 느꼈다. 채윤의 미소가 너무도 맑고 순수해서, 차마 그가 ‘드라마 속 그 음모의 여인’일 리 없다고 느껴졌다.“아가씨, 저기 나무 아래에 앉아서 과일이랑 과자를 좀 드시는 건 어떠세요?”서연이 조심스럽게 권하자, 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좋구나. 지윤도 피곤하지? 저기 그늘 아래서 잠시 쉬었다가 내려가자.”“좋아, 언니. 듣기로는 서진이 만든 전병이 우리 집안에서 제일 맛있다던데?”채윤은 부드럽게 웃었다.“그럼 청연정으로 자주 놀러 오렴. 서진에게 만들어 달라 할게.”“정말? 그럼 꼭 갈게!”지윤이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자, 채윤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천천히 미소 짓고, 그 하얀 손을 잡았다. 손끝이 닿는 순간, 따뜻한 공기가 전해졌다.채윤은 동생의 손을 꼭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나무 그늘로 걸어가 앉았다. 서진은 전병과 차를 준비해 두 주인에게 올렸다. 그들은 다정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그 평화로운 장면을 본 하인들은 그런 장면을 처음 보는 듯 놀라워했다.이런 사이였던가?두 자매가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라니.오후 무렵, 채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이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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