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금실 자수가 둘러진 검은 겉옷을 입은 남자의 그림자가 고요한 밤공기를 갈라내며 이홍루의 문 앞에 멈췄다.문은 조용히 열리고 부드럽게 닫혔다.그의 시선은 곧장 ‘한 사람’에게 고정되었다.얇은 비단 겉옷 한 겹에 몸을 맡긴 여인이, 넓은 침대 위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잠들어 있었다. 따뜻한 온기, 안정된 호흡, 모든 것이 평화로운 가운데, 그 광경이 그의 가슴속 원인 모를 열기를 퍼뜨렸다.작은 숨결이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며, 뺨은 베개에 눌려 앵두 같은 입술을 가늘게 오므리고 있었다.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 드러나는 부드러운 곡선들. 가볍게 허공에 흩어지는 머리카락조차 그의 시야를 사로잡았다.그는 조용히, 침대 곁에 앉았다.한때 그는 왕궁이든 이 저택이든, 머무는 장소는 모두 비슷하다고, 그저 잠을 자는 천장이 다를 뿐이라 여겼다.그러나 그녀가 이곳에 함께 살기 시작한 순간부터 텅 비어 있던 이 집은, 더 이상 비어 있지 않았다.그리고 이젠 단 한 순간도 멀리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 있었다.“지윤.”그녀의 이름은 그의 마음을 부드럽게 적시는 한 방울의 꿀처럼 흘렀다.“으음...”여인은 잠결에도 그 이름에 반응했다. 눈을 천천히 뜨며, 자연스레 그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돌아오셨어요, 서방님…?”잠결에도 또렷한 음성.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다.“폐하께서는… 뭐라 하셨나요?”이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가도 좋다고 허락하셨어. 서야성으로.”“그럼… 변장을 하실 건가요?”단순한 질문이었지만, 이현의 눈빛은 깊이 흔들렸다.드러내고 갈 것인지, 그림자처럼 움직일 것인지, 그 선택은 곧 전략이었다.그러나 그는 곧, 결심한 자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아니. 변장은 하지 않을 거야.”“대신… 가능한 한 조용히 움직일 거야. 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그래야 진짜 흔적을 잡을 수 있어.”그 대답에, 지윤은 살짝 치솟는 웃음을 감추지 않은 채 물었다.“그럼 정말로… 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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