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상현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평생을 알고 지낸 그 존재가 이미 느껴졌다.그 소리에, 부인들과 규수들은 본능적으로 길을 내었다.중앙에 빈 공간이 생기더니 짙은 녹색 예식복을 차려입은 중년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옥비녀로 단정히 묶은 머리,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복장, 지나치게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높고 위엄 있는 풍모는 숨겨지지 않아, 감히 누군가가 함부로 넘볼 자가 없었다.그 우아한 걸음은 단호하고 강했다. 찬 기운이 어려 있는 봉황의 눈매가 주위의 여인들을 쓸어보았다. 명실공히 ‘장군 가문의 정실 부인’다운 존재감이었다.그녀의 시선은 축축이 젖은 채 어머니와 태자비에게 안겨 있는 어린 규수,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물에 젖은 강아지 꼴이 된 자신의 아들 상현을 향해 싸늘하게 좁혀졌다. 상현은 저릿한 기운을 느끼며 숨을 삼켰다.홍 부인은 천천히 몸을 돌려, 마치 그 셋을 보호하듯 앞에 서며 모든 부인들과 규수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우리 진원후 구씨 가문은 수 세대에 걸쳐 국경을 지켜온 충성의 집안입니다. 이웃 나라의 침입을 막아내며 백성을 평안히 지켜온 집안, 이는 폐하께서도 익히 알고 계시지요.”잠시 모두가 숨을 삼켰다.“내 아들 상현은 구씨 가문의 장남이자, 진원후 작위를 이어받을 구 공자이며, 구씨 군대의 부장군입니다.”홍 부인의 목소리는 결연했다.“그러니 그와 혼인할 규수는 당연히… 성품이 올바르고, 가문이 건전하며, 품격을 갖춘 인물이어야만 하지요. 그래야 제가 인정할 겁입니다.”그 말에, 모여 있던 부인들과 규수들 사이에서 다시 웅성거림이 일었다.그 냉담하고 완고한 태도로 보아, 서유에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저런 일이 있고 나면, 어느 가문이 청혼하겠어?”“정실은커녕 첩 자리도 얻기 어렵겠군...”“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빠진 게 아닐까? 태자비도 그렇게 되었고 말이야.”그때, 홍 부인은 소문과 조롱에 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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