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문제적 군주의 아내: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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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장

“역시… 태자께서는 철면 장군, 흑기군과 연락이 가능하셨기에…”정 왕자가 문득 깨달은 듯 탄복하며 말했다.“그래서 이토록 쉽게 명 왕자를 속일 수 있었던 것이군요.”그 한마디는, 조정의 모든 이들에게 그날의 의문을 완벽히 해소해 주는 열쇠가 되었다.‘그 똑똑한 명 왕자가 어떻게 현 왕자에게 속았단 말인가?’그날의 의문은 오늘에서야 완전히 해소되었다.현 왕자가 명 왕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 철면 장군과 흑기군이 ‘진짜’로 협력해 준 것이었다! 그렇기에 ‘속임수’가 아니라 진짜 상황처럼 보였던 것. 명 왕자가 완전히 믿을 만도 했다!순식간에 조정은 다시 떠들썩해졌다.모든 대화는 하나의 결론으로 향했다.‘태자 이현은 충분한 능력이 있으며, 태자 자리에 걸맞다!’“그만.”태정왕이 조용히 손을 들어 산만해지는 분위기를 단칼에 잠재웠다.“좋다. 이제 사건의 결과를 보고하라.”“네, 폐하.”이현이 응답했다.“모두 알고 계시듯, 옥림정의 음식과 술에는 사람을 혼미하게 만들고 광기를 일으키는 약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 약은… 위룡국의 비밀 약재였습니다.”“뭐라?”“그런 약이 어떻게 우리 나라에!”조정이 또다시 술렁였다. 다른 나라의 금지 약물이 우리 땅에 들어온 것도 충격인데, 그걸 백성에게 사용하다니!이현은 그들의 동요를 진정시키듯 말을 이었다.“하지만 이 약이 우리 땅에서 사용되었다는 뜻은, 틀림없이 우리 대선 왕국 안에 ‘공모자’가 존재한다는 뜻이 됩니다.”“그 자는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옥림정을 인수하고, 외국의 기녀들을 들여 ‘가면’으로 내세워 온갖 남자들을 유혹해 꾸준히 술과 음식을 소비하게 만들 만들었습니다. 그에 따라 엄청난 재물이 고스란히 그 손으로 들어갔지요. 아무 의심 없이 말입니다.”“그러나 우연히도…” 이현은 옆에 서 있는 한 사람을 향해 손을 내보였다.“구상현 부장군이 그 사실을 눈치채고 몰래 잠입하여 진상을 파악하였고, 저에게 상의하였습니다.”“역시나 그 자 또한 죄의 무게를 짐작하고 위험을 감지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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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장

터억!충성후 박도윤은 그 자리에 그대로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엉덩방아를 찧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그를 보며 주변의 대신들은 전염병이라도 옮을 듯 서둘러 거리를 벌렸다.“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내 아들… 그럴 리가…!”충성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다.“우리 이찬은 착한 아이다! 절대… 절대로 그럴 리가…!”그때, 태자 이현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폐하, 옥림정 약물 사건의 수사 기록과 위룡국의 관료, 법영이 남긴 자백서를 보고 올립니다.”이현은 두 손으로 문서를 받쳐 들고 조우 내관에게 넘겼고, 조우 내관은 태정왕 앞으로 공손히 올렸다.태정왕은 그 문서를 펼쳐 한 줄씩 빠르게 훑어보았다.그리고 탁!탁자 위를 크게 내리치며 노기를 드러냈다.“대역무도하도다! 당장 반역자 박이찬을 체포하라! 한 놈도 도망치지 못하도록 조처하라!”“명 받들겠습니다.”상현은 즉시 손을 모아 절을 하며 대답했다.“이미 충성후 저택은 우리 군사가 포위한 상태이오니 폐하께선 걱정 마십시오.”이현은 곧장 부하들에게 눈짓을 주었고, 흑기군 소속 무사들이 빠르게 조정을 나가 반역자들을 사로잡으러 향했다.“안 돼! 폐하, 제발… 제발 우리 아들만은!”충성후는 비틀거리며 무릎으로 기어 태정왕 앞으로 나아갔다. 눈물에 젖은 얼굴로 그저 애원할 뿐이었다.“우리 아들은 착한 아이입니다! 누군가의… 모함이 분명합니다…! 부디… 부디 조사를 다시…!”“흥!”태정왕은 그 말마저 비웃듯 콧소리를 내고, 손에 들린 긴 보고서를 충성후의 눈앞에 내던졌다.“네겐 착한 아들일 지 몰라도, 나라에는 ‘역적’일 뿐이다! 이것을 직접 읽어 보아라! 네가 말하던 ‘효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눈으로 확인해 보거라!”충성후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문서를 들어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줄, 한 줄… 진실이 드러날수록 얼굴빛이 새하얗게 질려갔다.철면 장군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에는 북방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삼 년 전부터, 박이찬이 이미 위룡국,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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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장

충성후가 이마를 찍는 쿵! 쿵!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퍼졌다.이마가 퉁퉁 부어오르고 붉은 피가 얼굴을 줄줄 흐르는데도, 그는 멈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러나 태정왕도, 이현도, 조정의 그 누구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그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 한 사람 양으로는 북방 전쟁에서 흘러넘친 수많은 병사와 백성의 피를 결코 갚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폐하!!”궁문 쪽에서 상현의 목소리가 울렸다.핏빛 갑옷을 입은 채, 전장을 갓 돌아온 듯한 모습으로 그는 곧장 조정 안으로 걸어와 충성후 옆에 무릎을 꿇었다.“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명에 따라 병력을 이끌고 충성후의 저택을 포위하였습니다. 하지만 박이찬은 순순히 항복하지 않고 호위병을 동원해 도주를 시도했습니다.”상현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저희는 부득이하게 병력을 진입시켜 공방전을 펼쳤고, 그 틈에 박이찬이 말을 타고 도망치려 하였기에 궁수들이 연속으로 화살을 쏘아… 그 자리에서 사살하였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옆에서 머리를 박고 있던 충성후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멀쩡히 뜨인 노인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안… 안 돼… 아니야… 이찬… 이찬…! 으아아아아아아!”그의 비명이 조정을 찢어 갈랐다. 절규 한 번에, 그를 붙들던 생명력마저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박이찬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은 그 역시 인정하고 있었다.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맏아들을 사랑했다. 태어나던 순간부터 오직 하나뿐인 ‘후계자’라 믿으며 키워 왔던 아들이었다.그 모든 희망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가 미쳐 날뛰지 않을까 경계하던 상현의 병사들이 곧장 몸을 날려 충성후를 붙잡아 제압했다.태정왕은 이쯤에서 사태를 매듭지을 때라 판단하고 엄히 명령을 내렸다.“박이찬은 대역죄를 저질렀다. 나라를 배신했고 전쟁을 일으켰다. 수많은 백성과 병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약물로 백성의 정신을 흐리게 하여 앞날의 반역을 준비한 자이기도 하다.”“비록 오늘 죽었으나 그 죄는 결코 가벼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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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장

누구도 미처 반응하기 전에, 충성후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가까이 있던 병사의 허리의 검을 낚아챘다. 날카로운 칼끝이 그의 눈에 비치며 차갑게 반짝였다.그는 눈을 감고 팔을 돌렸다. 자신의 목을 베어, 아들과 함께 죽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칼날은 끝내 그의 목에 닿지 않았다.충성후가 눈을 번쩍 뜨고 내려다보니, 붉은 피가 바에 넓게 퍼져 있었다.그리고 그 피는, 어떤 누군가가 칼날을 맨손으로 붙잡아 멈춰낸 피였다.순간, 조정의 모든 눈이 크게 흔들렸다.“태자!”태정왕의 외침이 가장 먼저 폭발했다. 상현은 본능적으로 먼저 정신을 차리고 충성후를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렸다. 그와 동시에 이현은 손에서 검을 놓았다무거운 검은 피가 뭍은 쇳덩이가 ‘쾅’ 하고 바닥에 떨어지며 그 소리에 모두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인식했다.“어의!” 태정왕은 호통치듯 외쳤고 조우 내관은 곧장 달려가 어의를 불러왔다.핏줄기 가득 흐르는 손을 내버려둔 채, 이현은 곧장 충성후 앞까지 걸어갔다.“진정 그 죄를 갚기 위해 죽으려 한 것인가? 아니면… 북방의 고통을 피하려 한 것인가?”이현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무엇 때문인지는… 스스로 알 터.”“저, 저는… 정말 죄를 갚고자…”충성후는 더듬거리며 변명했다. 숨겨둔 속내가 드러난 탓이었다.둥근 체형의 어의가 달려와 약상자를 펼쳤고 이현의 손에 피가 많이 흐르는 걸 보자 곧장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기 시작했다.하지만 태자 본인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는 듯 무표정했다. 그저 손을 내어 치료하기 쉽게 도와줄 뿐이었다.치료가 끝나자, 이현은 다시 충성후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정말 죄를 갚고 싶다면, 목숨을 버리지 말아라.”“살아서 북방의 백성에게, 몸으로 죄를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는 병사들에게 명했다.“박씨 가문의 일가를 모두 확보하고,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무사히 북방까지 이송하라. 그곳에서 그들이 등에 진 죄를 끝까지 갚을 수 있도록 하라.”“폐하… 폐하…”점점 멀어져 가며 끌려가는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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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장

태정왕이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이현이 먼저 나서 말을 던졌다.“폐하, 이제 옥림정의 약물 사건은 이미 해결되었고, 범인 역시 처단되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상처 회복을 위해 휴식을 청하고자 합니다.”태정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그래, 허락하마. 하루 이틀 정도는…”“다섯 날이옵니다, 폐하.”이현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가로막았다.“방금 전, 어의가 ‘태자께서는 상처 회복을 위해 사오 일은 손을 사용하지 말아야 상처가 완전히 아문다고 하였습니다.”“???”“손을 쉬게 하고 치료가 빨라지면, 조속히 조정으로 돌아와 백성들을 위해 일할 수 있습니다. 부디 폐하께서 깊이 헤아려 주시길…”태정왕의 가슴이 이상하게 요동쳤다.‘어찌 된 일인가? 왜 방금 전 역적 사건보다 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인가?’이현은 곧이어 살짝 어지러운 듯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폐하… 몸이 으슬으슬하고, 열이 조금 나는 듯합니다…”그 말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어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어의는 그 눈빛에 덜컥 허리를 굽혔다.“폐하! 태자 저하의 상처는 심히 깊습니다! 열이 오를 우려 또한 있습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 없으니 며칠만 쉬면 된다’ 해 놓고선…’‘권력을 아직 잡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내 신하들을 압박하는구나.’“가라! 가서 쉬거라! 당장 동궁으로 물러가 회복에 힘쓰도록 하라!”결국 태정왕은 이를 악물며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그의 마음속에는 ‘이 뻔뻔한 놈!’이라는 감정이 두 겹 세 겹 더해지고 있었다.‘집안일로 베인 칼자국 정도로 보이는데… 그걸로 휴가를 다섯 날? 저 나이에 수많은 전장을 겪고, 적의 대군을 격파해 온 자가 휴가 신청이라니!’태정왕의 끝없는 속내의 독백이 시작되었고, 결국 태자는 정식으로 닷새의 휴가를 승인 받은 뒤 동궁으로 향하게 되었다.“폐하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이현은 공손히 절을 올리고 떠났다. 그리고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 올랐다.동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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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장

수도의 맞은편 한 구석, 미사 화장품 상점의 작은 별채.작은 숯불 화로가 놓인 나무 탁자 주위로 세 여인이 둘러앉아 있었다. 화로의 열기에 놋쇠 냄비 속 국물은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한방 약재와 뼈를 고운 육수의 향이 은은히 방 안 가득 퍼져갔다.연한 색 치마를 입은 지윤이 가장 먼저 긴 나무 젓가락으로 얇게 썬 양고기를 집었다. 창백한 분홍빛의 고기가 열기를 만나 순식간에 익어 오르자, 그녀는 그것을 조심스레 건져 참깨장과 고추기름에 정성껏 찍어 입안에 넣으며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뱉었다.그 마주편에서는 지은이 젓가락으로 배춧잎을 한가득 집어 냄비에 넣고 있었다.“지은, 조금만 천천히 넣어. 국물 맛이 달아나 버려.”서유가 말하며 국물을 가득 머금은 두부를 살짝 불어먹었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에서 흘러넘치자 그녀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지은은 이제 젓가락으로 표고버섯을 천천히 저은 뒤 건져 올려 참깨장에 찍어 또 한 입 먹었다.“이번 양념장, 정말 맛있게 됐구나.”“그렇지? 지난번 너랑 먹은 뒤부터 내가 주방에서 며칠이나 몰래 연습했다니까? 이 맛 하나 만들려고 말이야.”지윤은 자랑스럽다는 듯 또다시 양고기를 찍어 먹었다.“응, 이번엔 지난번보다 확실히 훨씬 맛있어.”서유가 고개를 끄덕이며 비교해 평가했다.며칠 전, 서유가 지윤을 찾아왔을 때 마침 미사 화장품 상점의 현장을 확인하러 갈 예정이던 그녀가 서유를 함께 데려오면서 시작된 인연이었다. 그 덕에 미사 화장품 상점에는 단골 손님이 하나 더 늘었고, 또 그녀는 서유를 지은과 소개시켜 주었다.그렇게 세 여인은… 중앙에 놓인 하나의 냄비를 통해 순식간에 친밀한 벗이 되어버렸다.“맞다, 지은.”지윤이 화롯불 위를 바라보다가 말문을 열었다.이번에 본래 가져온 볼일이 떠오른 듯했다.“이제 미사 화장품 상점도 자리가 잡혔고, 인력 충원도 끝났어. 화장품도 고객 수요를 충분히 따라갈 만큼 마련됐지. 그래서… 그 일은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니?”지은은 달콤한 배춧잎을 씹은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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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장

해가 질 무렵, 지윤은 동궁으로 돌아왔다.들어서자마자 시녀가 재빨리 다가와 보고했다.“마마, 태자 저하께서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지윤은 눈을 크게 뜨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오늘은 박이찬 처벌이 내려지는 날 아니었나? 어째서 이렇게 일찍 돌아오셨지?”곧장 속도를 높여 양손으로 치마를 끌어올리며 식당으로 향했다.그러자 널찍한 탁자가 중앙에 놓여 있었고, 그 위엔 정성스러운 요리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었다.붉은 윤기가 도는 상어 지느러미탕에서 희미한 김이 피어올랐고, 갓 쪄낸 생선 간장찜은 아직도 뜨거웠다. 접시마다 화려하게 조각된 채소 장식들이 눈길을 끌 정도였다.그리고, 탁자의 상석에는 검은색의 기품 있는 옷을 단정히 입은 키 큰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눈앞의 음식에는 전혀 시선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식당 입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지윤이 모습을 드러내자, 곧장 곧게 뻗어 있든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어졌다.“지윤.”낮고 깊은 목소리가 절절한 그리움을 담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 건장한 몸이 순식간에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모양새는, 마치 오랜 기다림 끝에 주인을 본 대형 강아지 한 마리 같았다.‘어떻게… 또 빠지게 만드는 거야… 몇 번이고…’“응?”지윤의 시선이 그의 오른손에 멈췄다.붕대가 감겨 있는 손목을 보자마자 그녀는 재빨리 손을 붙잡았다.“다치셨어요?”“음...”이현은 가능한 한 사소한 일처럼 보이게 하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충성후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작은 일이 조금 있어서.”“그럼 궁중 어의는 보셨나요? 뭐라 하던가요? 치료는 어떻게…”지윤이 한꺼번에 질문을 쏟아내자, 이현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그녀의 말을 멈췄다.“어의가 이미 치료를 마쳤어. 매일 상처를 깨끗이 소독하고… 그리고 일단 손을 많이 쓰지 말고 쉬면 사오 일 안에 낫는다고 하더군.”그는 부드럽게 설명하며 진정시키듯 말을 이었다.“걱정 마. 이 정도면 아주 작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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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장

“…”이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지윤이 입에 넣었던 통통한 새우를 혀에 닿자마자 곧장 뱉어내는 모습을 본 것이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대로 맞부딪쳤다.지윤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몸이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어…?”“아마도… 방금 그 새우는 요리사가 제대로 안 씻었나 보다. 그래도 괜찮아. 이번엔 이걸 먹어 보겠어? 약재로 고아낸 오리탕은 어떤지?”“네, 서방님.”지윤은 순순히 대답하며 조심스레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서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곧 작은 코가 잔뜩 찌푸려졌다. 원래라면 군침이 돌 만큼 향긋해야 할 약재 향이 지금은 지나치게 진해서 코끝을 찌르는 탁한 냄새로 변해 있었다. 지윤은 말없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요리사가 약재를 너무 많이 넣었나 보다.”이현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이번엔 간장에 쪄낸 생선찜은 어때? 이건 내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며 만들었어. 당신도 분명 좋아할 거야.”그는 불편한 왼손으로 젓가락을 잡아, 은은한 빛을 띠는 백색 살점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지윤의 입 앞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녀의 코는 이미 살짝 움찔하더니, 급기야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목구멍에 끓어오르는 느낌을 억누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지윤은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갑자기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혈색이 사라진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고, 이현의 놀란 시선을 뒤로한 채 그대로 식당을 뛰쳐나갔다.그녀는 정원 사이를 가로질러 달렸다. 꽃향기가 진동했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메스꺼움을 더 심하게 만들 뿐이었다. 마침내 큰 덤불 앞에 도착한 지윤은 주저 없이 거세게 토하기 시작했다.‘설마… 내 요리가… 그렇게 형편없었던 건가?’이현은 곧장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떨리는 그녀의 어깨가 눈에 들어오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눈가에는 원치 않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호흡은 가쁘고 불안정했다. 혀끝에는 아직도 씁쓸한 맛이 남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지윤! 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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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장

“폐하께 삼가 문안 올립니다.”낮은 목소리의 문안 인사가 들리자, 태정왕은 쌓여 있는 장계 더미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방금 태자비가 아이를 가졌다고 알려 온 그 문제 많은 태자의 잔뜩 찌푸려진 얼굴을 보게 되었다.게다가 아홉 달 휴가를 청하기까지 한 그 장본인! 그 소리를 들었던 태정왕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책상 위의 장계들을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조우 내관과 환관들은 허둥지둥 달려가 바닥에 흩어진 장계들 다시 주워 담기 바빴다.그런데 향 하나가 다 타기도 전에 그 문제의 태자가 직접, 이번엔 직접 무릎을 꿇고 근정전의 서재까지 찾아온 것이었다.“이번엔 또 무얼 청하러 왔느냐?”태정왕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와 얼굴로 물었다.“벌써 아홉 달 휴가는 허가해 주지 않았느냐?”그 말이 끝나자, 이현의 얼굴은 오히려 더 굳어졌다. 방 안의 사람들까지 기세에 눌려, 알 수 없는 더위와 한기를 느꼈다.이현은 이를 꽉 깨물며 낮게 답했다.“제가 태자로 책봉된 이상, 아홉 달의 휴가는 부당합니다. 그러므로… 폐하의 정무를 덜어 드리고자, 제가 직접 업무를 도우려 왔습니다.”“???”태정왕과 조우 내관은 눈을 마주쳤다. 무슨 꿍꿍이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그래서…” 이현은 무릎을 바로 하고 이어 말했다.“오늘부터 저는 이 근정전에서 머무르며, 폐하의 장계가 줄어들 때까지 함께 정무를 보겠습니다.”“...”태정왕은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면… 태자비는 괜찮단 말이냐? 아니면… 혹시 다투기라도 해서 이 밤중에 왕궁으로 도망이라도 온 것이냐?”“폐하…”이현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로 각별하옵니다. 다만 제가 폐하를 염려하였을 뿐입니다. 폐하께서 저의 도움이 불필요하시다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이현은 곧장 옷자락을 털며 일어나려 했다.그러자 태정왕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외쳤다.“잠깐! 잠깐만! 조우 내관! 태자를 위한 임시 침전을 이 어전 안에 준비하거라!”“명 받들겠습니다.”조우 내관은 고개를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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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장

“이 장계는 누가 쓴 것이냐?”권위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장계를 들고 온 대신들은 줄줄이 고개를 숙이며 시선을 피했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이현은 장계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곧장 오류들을 줄줄이 읽어 내려갔다.“이 장계에서는 주로 어느 인물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냐? 호부상서인지, 법부상서인지, 도통 구분이 안 되질 않느냐! 옥림정의 약물 사건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면서, 왜 이부상서라고 썼느냐? 그대가 대체 어느 정도 권력을 가졌기에 호부상서의 지위를 멋대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냐?”“그리고, 보고하려던 것은 동궁의 어의가 피해자들의 치료약을 조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었느냐? 그런데 왜 왕궁의 어의가 했다고 적었느냐? 내 처소의 이름을 바꾸고 싶은 것이냐?”“글 또한 산만하고 논점도 흐리다. 누가 이런 식의 보고를 가르쳤느냐? 필체는 말할 것도 없다. 붓끝을 저 왕궁의 창틀까지 휘두르려 했느냐? 궁창 너머까지 이어지게? 가져가서 전부 고쳐라. 당장!”태자의 진노에 틈이 생기자, 대신들은 서로 앞다투어 장계를 주워 담고 허겁지겁 물러났다.닫힌 문 뒤에서 한 대신이 속삭였다.“요즘 태자께서는 무슨 이유로 저리 화가 많으신가?”곧 다른 대신도 수긍하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오. 예전엔 차분히 가르치시지 않았던가.”“태자비께서 임신하신 뒤라던데… 혹시 태자 저하께서 대신 ‘기분의 변화’라도 오신 건가?”“흠… 누가 알겠소. 일단 가서 고쳐 쓰고 다시 올리세.”태자가 아버지가 될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변덕과 분노가 늘어난 모습에 대신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양성과 효성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이대로라면… 곧 문제가 터질 것 같네.” 양성이 입을 열었다.“대신들의 반감을 너무 사서는 안 되지.”효성도 고개를 끄덕였다.“태자비께 상황을 말씀드리는 게 좋겠어.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이 궁궐, 태자 저하의 노여움 한 번에 잿더미가 될지도 모르지.”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성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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