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모두가 입을 모아 예를 올리며 홍춘궁 안으로 들어섰다.“자리에 앉거라.”주실은 눈을 감은 채, 대청 앞 커다란 나무 평상에 앉아 관자놀이를 가볍게 눌렀다.그 모습이 몹시 피곤해 보이자, 이현이 걱정스레 물었다.“왕비 마마, 혹시 편찮으십니까?”주실은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어제 친정에 다녀오느라 잠을 좀 설쳤을 뿐이란다.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태자.”지은은 속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친정을 다녀오신 걸까, 아니면… 돌아올 구실을 찾으신 걸까.’“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다 함께 찾아온 것이냐?”주실은 의아한 눈빛으로 모두를 훑어보다가, 모자를 벗어 옆에 내려둔 지은을 발견했다.‘어제… 청연각에서 나를 도와주었던 그 아가씨가 아닌가?’‘설마… 내가 몰래 청연각에 다녀온 일을 알아채고, 저 아이를 증인으로 데려온 건 아니겠지?주실의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갔다. 그 불안한 기색을 눈치챈 지은은 곧장 앞으로 나서 공손히 예를 올리고, 최대한 간결하게 말을 꺼냈다.“아뢰옵니다, 왕비 마마. 소녀의 이름은 이지은이며, 청연각의 주인입니다.”‘이지은... 청연각의 주인?’주실의 시선이 한층 복잡해졌다. 이처럼 어린 여인이, 미색을 갖춘 종업원들을 거느리고 손님을 상대하는 찻집의 주인이라니… 어찌 단정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는가?“어제, 정 왕자께서 저희 청연각에서 식사를 하시던 중이었습니다.”지은은 차분히 말을 이었다.“그때 저희가 한 객실 앞을 지나던 중, 부인 네 명이 모여 장 덕비께서 왕자를 출산하시는 순간을 노려 해를 가할 계획을 세우는 말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죄를 다른 이에게 뒤집어씌우려 한다는 것도요.”“그들이 말하길… 태자 저하께서 탄생하셨을 당시, 선왕비 마마께 행했던 것과 같은 수법을 쓰겠다고 했습니다.”지은의 시선이 태자에게 향했다.“그게 무슨 말인가?”“그렇다면… 내 어머니께서는 자연사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인가?”이현은 충격에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고,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