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문제적 군주의 아내: Bab 31 - Bab 40

100 Bab

31장

임중범 후작 저택.“아… 왕자님, 그 말씀이 사실이십니까?”임 후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이현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차가운 인상이 한층 돋보였다.“확신이 있으니, 이렇게 직접 와서 후작과 부인께 전하려 한 것입니다.”‘왜 장 시중은 어머니께 간식을 좀 안 가져오는 거지? 차만 마셔서 배가 차겠어?’“그렇다면 곧장 장녀의 사주팔자를 준비하여 교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왕자님.”다른 사위 후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사위감의 압도적 승리다.이현이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올렸고, 지윤은 마지못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삼켰다. 탁자 위에 먹을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제가 청혼하려는 건 지윤, 후작님의 둘째 따님입니다.”“푸왓!”지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입안의 차를 그대로 뿜어버렸다.“켁! 콜록! 콜록!”‘누구한테 청혼을 한다고?’“지윤!” 차 부인이 다급히 다가와 딸의 등을 두드렸다. 걱정스러우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한 얼굴이었다.금실로 엮인 붉은 운명의 실이, 이제 자기 딸에게 내려오려 하고 있었다!“아… 아니, 왕자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임 후작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그가 큰딸을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다.큰딸 채윤은 그가 가장 아끼던 정실 부인의 소생이자 왕으로부터 ‘민 공주’ 작위와 ‘수도의 진주’라는 칭호까지 받은 자랑스러운 딸이었다. 수많은 중매인이 문턱이 닳도록 찾아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반면 지윤은 차 부인에게서 태어나, 세상 모든 것을 갖다 바쳐도 성에 차지 않는 아이였다. 성격은 까다롭고, 모든 걸 언니처럼 갖고 싶어 했지만 정작 능력은 언니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그래서였다. 현 왕자가 지윤에게 청혼한다는 말은 임 후작에게 깊은 공포를 안겨주었다. 지윤이 전하의 눈 밖에 나면… 자신의 목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내가 청혼하고 싶은 건 지윤입니다.”이현이 어두운 현실을 다시 한번 못 박았다.임 후작은 눈을 부릅뜬 채 얼어붙었다.“!!!”“왜 그러시죠?”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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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장

“그렇다면,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사람을 시켜 지윤의 사주를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차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황급히 장 시중에게 서둘러 실행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혹여 현 왕자가 마음을 바꿀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사주팔자 감정은 내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 차 부인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시지요.”채윤은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며,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는 지윤의 얼굴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버드나무처럼 가느다란 눈썹이 깊게 찡그려져 있었다.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했다.‘대체 왜 나에게 청혼하려는 거지?’‘설마… 그날 밤 때문인가?’‘내가… 그렇게 맛있었나? 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여우 같은 눈동자가 좌우로 굴러가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정말 그날 밤이 그렇게 좋았다면 진작에 청혼했겠지…’‘그럼 왜? 이유가 뭐야? 으아… 모르겠네…’‘어쨌든 이런 식이라면… 예쁜 내가 곤란해지잖아.’지윤은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고는, 허리를 곧게 세우며 도도하게 머리칼을 빗어 넘겼다.‘하아… 예쁜 게 죄지 뭐. 예쁘고 매력적이기까지 한데 누가 안 반하겠어?’‘이해해, 이해한다고.’이현은 그녀의 자기애 가득한 생각을 그대로 들으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그가 지윤에게 청혼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첫 번째는, 그날 밤의 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다. 비록 그녀가 협박하고 강제로 자신을 받아들이게 했으며, 기꺼이 몸을 내어주었더라도 결국 그녀의 순결을 빼앗은 것은 자신이었다.두 번째 이유는, 그는 왜 자신만이 그녀의 마음속 생각을 들을 수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게다가 지윤은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고 있는 듯한 기묘한 점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를 곁에 두는 것이 결코 손해볼 일은 아니었다.“둘째 아가씨의 사주입니다, 왕자님.”장 시중이 종이를 건네자, 양성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결과가 나오면 내가 사람을 보내 알려드리지요.”“네, 왕자님.”이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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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장

이현이 저택을 떠나자, 안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방금 벌어진 일을 곱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채윤이었다. 그녀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마… 현 왕자가 자신이 아닌 여동생에게 청혼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대문이었다.“아버지, 어머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채윤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한 뒤, 황급히 자신의 처소인 청연정으로 돌아갔다.그 모습을 본 지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렸다.“저도 이만 가보겠어요.”그렇게 방 안에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임 후작과, 훌륭한 사위를 얻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차 부인만이 남아 있었다.“이건 안 돼… 절대로 안 돼…”임 후작이 낮게 중얼거렸다.“무슨 말씀이세요, 안 된다니요?” 차 부인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지윤이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현 왕자께서 마음을 빼앗기신 게 이상할 게 있나요?”임 후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 부인은 지윤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아꼈다. 아이가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인 것은 모두 차 부인의 끝없는 사랑과 방임 때문이었다.“내일부터는 반드시 스승을 불러다가 교육을 시켜야겠어.”임 후작은 굳은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예법부터 시작해서 거문고, 바둑, 서예, 그림까지… 채윤처럼 다 배워야 해.”“어머나, 그건 무리예요!” 차 부인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채윤도 다 해냈는데, 왜 안 된다는 거야?” 임 후작이 되물었다.“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차 부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업에 나오는 것부터 가능해야 하지 않겠어요?”“...”임 후작은 말문이 막혔다.지윤이 현 왕자의 정실 왕비가 되는 길이, 어쩌면 임 씨 가문 전체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 길이 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모든 원인은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아가씨, 제발 진정하세요!”뒤따르던 두 시녀가 연신 그녀를 달래며 불렀지만, 앞서 걷는 채윤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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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장

“저희뿐만이 아니에요. 온 집안 사람들 다 똑같아요.” 서진이 말했다. “아가씨도 잘 아시잖아요. 둘째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그 성격을 참아줄 수 있는 건 애나랑 애춘, 그 둘뿐이에요.”“우리 아가씨야말로 누구보다 아름답고, 마음씨도 착하고, 재능도 뛰어나고, 지식도 풍부하신데다가 왕께서 ‘민 공주’의 작위까지 내리셨잖아요. 둘째 아가씨가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요?”채윤은 속상한 듯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현 왕자께서 직접 지윤을 맞이하겠다고 찾아오셨잖아.”서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저도 이해가 안 가요. 왜 왕자께서 우리 아가씨가 아니라 둘째 아가씨에게 청혼을 하신 건지…”“하지만요…” 서진이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현 왕자가 둘째 아가씨에게 청혼한 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라요.”“잘된 일이라니? 어떻게?” 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현 왕자는 그냥 놀기 좋아하는 한량에 불과해요. 해마다 녹봉만 받고 조정 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잖아요. 아가씨가 만약 그와 혼인한다 해도 왕비 이상의 자리에 오르긴 힘들었을 거예요.”채윤은 서진의 말 속 뜻을 곰곰이 이해하며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게다가 잘 생각해 보세요.” 서진이 말을 이었다. “둘째 아가씨는 아무 재능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도 현 왕자의 눈에 들었잖아요. 하물며 ‘민 공주’이신 아가씨라면, 현 왕자보다 훨씬 높은 지위의 왕자에게 눈에 띌 수도 있지 않겠어요?”채윤이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하지만 왕께서 우리 임 씨 가문과 왕실이 두 번이나 혼인 관계를 맺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아가씨, 아직 조급해하지 마세요.” 서연이 화장품 상자를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아직 현 왕자와 둘째 아가씨도 사주를 맞춰봐야 하잖아요.”“맞아요. 궁합이 안 맞을 수도 있죠.” 서진이 맞장구치며 다정하게 찻잔을 다시 채워주었다.“그래도 난 아직도 이해가 안 돼. 왜 현 왕자가 지윤한테 청혼했을까…”채윤은 아무리 생각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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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장

한편, 매화정으로 돌아온 지윤의 곁에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 두 시녀가 펄쩍펄쩍 뛰며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아가씨!! 이건 정말로 현 왕자께서 아가씨께 마음이 있으시다는 뜻이에요!”“맞아요, 아가씨! 현 왕자께서 친히 아가씨를 맞이하러 청혼하러 오셨잖아요!”애나와 애춘은 자신들의 아가씨가 잘생긴 현 왕자와 혼인하게 될 것에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지윤은 일부러 시큰둥한 얼굴로 물었다.“뭐가 그렇게 좋다는 거야? 아무 일도 안 하고 벼슬도 없는 백수 왕자와 결혼하는 게.”애나가 급히 대답했다.“그래도 왕자의 정실 부인이 되는 건데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도 되고, 아무도 감히 깨우지 못할 거예요.”애춘도 거들었다.“왕비가 되면 먹고 싶은 것도, 입고 싶은 새 옷이나 값비싼 장신구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잖아요.”“하지만 지금도 내가 원하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 구해주시잖니.”“...”“게다가, 내 운명은 그 사람과 애초에 맞지 않아.”지윤은 속으로 그렇게 되뇌었다. 현 왕자와 운명이 맞는 건 자신이 아니라 이현과 채윤일 뿐이라고.그녀는 곧 그런 생각을 털어내듯 고개를 저었다.‘됐어. 신경 쓸 필요도 없어…’“하아… 이렇게 놀고먹는 것도 편하긴 한데, 요즘은 좀 지겨워지네.”지윤은 나직이 중얼거렸다.다른 세상에서의 그녀는 그저 연기밖에 할 줄 모르는 배우였을 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소설 속으로 들어오면 의사나 요리사, 스파이, 심지어는 신비한 공간까지 가지고 나타나는데…자신에게는 아무 재능도 없었다. 고작 두 손 두 발… 그리고 임 후작의 돈뿐이었다.“우리 집이 어떤 가게들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애나가 대답했다.“부인께서 가져오신 지참금 가게들 대부분이 옷가게예요. 진수 의상실, 수려 의상실, 지세 비단가게, 루정 포목점…”“그만, 그만.”흥미 없는 얼굴로 지윤이 말을 끊었다.‘옷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데… 드라마 찍을 때도 스타일리스트가 다 입혀줬잖아.’지윤은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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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장

이제 막 성인식을 마친 듯한 나이의 세 명의 젊은 청년들이 혈기가 넘치는 모습으로 한 기생집 앞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도…도련님, 여긴 도련님께서 오실 만한 곳이 아닙니다.”애나가 일부러 목소리를 굵게 깔며 남자로 변장한 것에 어울리는 말투로 말했다.애춘이 말을 이었다.“맞습니다. 부인께서 아신다면 틀림없이 매를 드실 겁니다.”“너희가 말을 안 하고, 나도 말을 안 한다면 어머니께서 어찌 아시겠느냐?”애나와 애춘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보통의 규수들이라면, 왕자가 청혼을 해오면 들뜬 마음으로 집 안에 틀어박혀 미래 왕비가 될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네 아가씨는 남장을 하고 집을 몰래 빠져나와, 그것도 기생집에 놀러 온 것이다.기생집이라니… 점잖은 아가씨가 이런 곳에 무슨 일로 온단 말인가?지윤은 문 앞에 걸린 간판을 읽었다.“옥림정…”애나가 또 한숨을 내쉬며 조사해온 정보를 전했다.“옥림정은 한때 유명한 기생집으로, 이름난 기녀들도 많았었지만 지금은 수도 최고의 기생집인 백화정에게 그 명성을 빼앗겼어요.”애춘도 설명을 이어갔다.“기녀들이 하나둘 떠나고 나니, 지금은 다른 곳에서 받아주지 않는 하급 기녀 몇 명만이 남아서 모든 신분의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요.”지윤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내가 여길 사겠어.”“도, 도련님!”애춘이 다급히 외쳤다.“사시려거든 차라리 더 좋은 기생집을 사는 게 어때요? 아… 아니, 애초에 왜 기생집을 사시려는 거예요!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난 이 기생집 구조가 마음에 들어. 작은 방으로 잘 나뉘어 있는 게 좋고… 게다가 기녀들에게 일자리도 만들어 줄 수 있잖아.”애나와 애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자신들의 아가씨가 무엇을 하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윤이 옥림정 안으로 발을 들이려는 순간, 뒤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둘째 아가씨?”지윤은 멈춰 서서 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았다.검은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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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장

금엽다원의 직원이 이현과 지윤을 2층 접객실로 안내한 뒤, 문을 조심스레 닫아주었다.이현은 옷자락을 휙 털며 우아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 품격 있는 동작은 뒤따라 들어온 아가씨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역시 주인공이라 그런가, 자세 하나까지도 품격이 넘치네.’지윤이 속으로 감탄하자, 이현의 등줄기가 더욱 곧게 펴졌다. 그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찬탄한 그 품격을 그대로 유지했다.‘저렇게 느릿느릿 돌리다간 목이라도 삐겠네…’순간 이현의 표정이 두 단계쯤 차갑게 굳어지더니,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옥림정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저는… 옥림정을 사려고 했을 뿐입니다.”지윤은 망설임 없이 솔직히 대답했다.“…”이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대답 자체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그녀가 이 사실을 거리낌 없이 자신에게 말한다는 점이었다.이 말인즉, 그녀는 이제 자신을 남이라 여기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래서 이렇게 털어 놓는 건가?그 생각이 미치자, 그의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번졌다.‘잘 됐네. 마침 옥림정을 어떻게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만약 현 왕자의 명의로 사 버리면, 임 후작의 명성이 더럽혀질 걱정도 없겠지.’‘어차피 현 왕자의 명성은 이미 별로니까, 거기에 기생집 주인이라는 타이틀 하나쯤 더 붙는다고 무슨 문제가 있겠어?’지윤은 그런 생각에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했지만, 상대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 있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결국 이현이 기뻐한 건 괜한 것이었다. 그녀가 자신을 더 이상 남처럼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뻐했지만, 사실 그녀는 그저 임 후작의 명성만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기생집의 더러운 주인이라는 명예를 자기 대신 나한테 떠넘기겠다고?흥, 자신을 장기의 말처럼 이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그래서, 옥림정을 사서 무엇을 하려는 거지?”지윤은 아첨 섞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장사를 하고 싶습니다, 왕자님.”“장사? 그것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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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장

“저는… 안마원을 열고 싶습니다, 왕자님.”이현이 의아한 눈빛을 보내자, 지윤은 급히 덧붙여 설명했다.“물론, 집안에서 시녀나 하인을 시켜 안마를 받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다만 대부분의 안마는 경혈을 누르거나 기혈을 다스리는 한의사들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려는 건 치료가 아닌 피로 회복과 휴식을 위한 안마, 그리고 피부 미용에 도움이 되는 기름 안마입니다.”이현은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꽤 흥미로운 발상이군. 하지만 어떤 여인도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안마를 받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이런 기생집에서…”“그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제 주요 고객층은 피부 미용을 위해 안마를 원하는 여성분들이지만, 처음부터 그들을 노릴 생각은 아닙니다. 제가 가장 먼저 공략하려는 대상은 이곳 기생집을 찾는 남성들입니다.”이현의 눈동자가 그녀의 색다른 발상에 흥미를 느끼며 반짝였다.“남성이라… 어떻게 말이지?”“남자들이 기생집을 찾는 건 여성보다 훨씬 쉽습니다. 먼저 그들을 대상으로 안마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자주 안마를 받아 피부가 좋아지면, 부인들이나 규수들이 의문을 품게 되겠지요.”“여성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니까요. 남편의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진 걸 보면 당연히 자신도 그렇게 되고 싶을 테지요. 하지만 기생집에서처럼 옷을 벗고 밖에서 안마를 받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저는 직접 그들의 저택으로 출장 안마를 보내려는 것입니다.”“그렇다면 저택으로 안마를 하러 갈 사람은 누구지?”이현이 계획의 약점을 짚으며 물었다.“만약 기생들을 보낼 생각이라면, 귀족 부인들은 그런 자들이 집 안에 들어오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기생을 밖으로 내보낼 생각은 없습니다. 기생들은 오직 이 기생집 안에서만 안마를 하도록 할 것입니다.”지윤은 목을 축이기 위해 차를 한 모금 마셨다.“어떤 것들은 올바른 자리에 놓여야 가치가 생기는 법입니다. 기녀들의 안마는 오직 이곳에서 남성들에게 제공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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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장

지윤은 입술을 꾹 다물고, 눈앞의 남자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망설였다.‘이걸 말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사업은 사실 군사 작전으로 보면, 다른 귀족들의 저택 안으로 들어갈 절호의 기회인데…’‘저택 안의 어떤 정보를 캐내고 싶다면, 여자들의 입만큼 좋은 정보원은 없지.’‘게다가 안마사들 사이에 첩자를 섞어 보낼 수도 있어.’‘어차피 상대가 스스로 문을 활짝 열어 줄 테니 말이야.’‘그런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지?’이현은 그녀의 생각을 듣고 손을 잠시 멈추더니,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 떠올렸다.“꽤 흥미로운 사업이군.”“…”‘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 없어 보이더니…’‘내가 이렇게 오래 고민했는데, 설득할 기회도 안 주는 거야?’이현은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표정을 고쳐 잡고 설명했다.“너의 진심 어린 의도를 알겠다는 뜻이야. 정말 이런 사업을 하고 싶다면, 내가 기꺼이 도와주지.”그는 사실 이 사업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를 통해 여러 귀족 저택에 사람을 들여보낼 수 있다는 전략적 가치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그리고 그 귀족 가문들이 이 서비스에 흥미를 갖도록 만드는 것도, 그에게 있어선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귀부인들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라면 수백 가지는 있으니까.“그렇군요...” 지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그의 말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그러자 이현이 화제를 바꿨다.“그래서, 어디서부터 시작할 생각이지?”“처음에는 옥림정을 살 생각이었습니다. 기생집 구조가 방마다 칸이 나뉘어 있어서 개인 공간을 만들기 좋고, 또 그곳에서 기생들에게 제가 직접 만든 특제 기름을 이용한 안마를 가르칠 계획이었습니다.”“그런데 그 옥림정을 누구 명의로 살 생각이지? 임 후작과 차 부인은 이 일을 알고 있나?”지윤은 다시금 입술을 꽉 깨물었다.“…”이현의 눈빛이 차갑게 반짝였다.‘흠… 어디 한 번 나를 어떻게 이용하려는지 두고 보자고.’지윤은 아부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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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장

“콜록, 콜록!”지윤은 침이 목에 걸려 기침을 하며 눈을 크게 떴다.‘태정왕의 아들이 기생집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고!?’‘왕은 알고 있을까?’‘아니지… 생각해보면 쾌락을 즐기는 왕자와 기생집이라니, 어쩐지 너무 잘 어울리는 조합이잖아…’‘근데 잠깐, 왜 지금까지 한 번도 왕자가 기생집의 주인이라는 걸 몰랐던 거지?’이현은 지윤의 속마음을 읽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녀가 왜 몰랐을까 하고 의아해했다는 건, 즉 평소라면 알고 있어야 할 일이라는 뜻이었다. 그녀는 정말 어떤 것들을 꿰뚫어볼 수 있는 걸까? 장인수의 비리 사건을 밝혀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를 곁에 두는 것이 정말 이득일지도 모르겠군…이현의 입가가 흐뭇하게 올라갔고, 그는 마음속으로 어떤 결심을 굳혔다.그 사이 지윤은 들뜬 심장을 진정시키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숨을 고르고는 물었다.“휴우… 그러면 왕자께서 소유하신 기생집은 어떤 곳들이 있는지요?”“백화정, 수운정, 춘화정입니다.”양성이 재빨리 대신 대답했다.‘이… 이건… 수도에서 손꼽히는 인기 기생집 세 곳이잖아!’‘세상에… 내가 진짜 금광을 찾았어!’“백화정이요!”지윤은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사업을 하려면 처음부터 제대로 크게 해야지.이현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이번 사업은 어떻게 진행할 생각이지?”“왕자께서는 기생집과 안마 담당 기녀들을 관리하시고, 저는 안마 기술을 가르치고 전용 기름을 준비하겠습니다. 비용을 제하고 난 수익은 왕자께서 6할, 제가 4할을 갖는 조건입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모든 기생집에서 제가 만든 안마 기름만 사용해야 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이현은 옆에 서 있는 양성을 힐끗 바라보며 눈빛으로 물었다.‘네가 말한 그 ‘멍청한 여자’가 이 사람이란 말이지?’양성은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피했다.‘제가 알아낸 정보는 그랬었습니다… 제 잘못이 아니잖습니까?’이현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간교하면서도 치밀했다.혹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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