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다. 두 명의 ‘지윤’이 얼마나 간절히 누군가의 신뢰를 받고 싶어 했는지.그리고 지금,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윤’은… 단 한 번도 부모에게서 그런 믿음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그녀가 처음으로 받는 믿음이 바로 눈앞의 풍류왕자, 이현에게서였다.이현이 자신에게 보내준 신뢰는, 이 세계를 떠난 또 한 명의 ‘지윤’의 영혼까지도 위로해 주었다. 비록 그 믿음이 차원을 넘어온 또 다른 지윤 덕분이었더라도 말이다.그 순간, 지윤은 자신의 마음이 놀랍도록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예전처럼 무겁고 짓누르는 감정이 사라진 듯했고, 어떤 것이 마음속에서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었다.그녀는 직감했다. 이제 진짜 ‘지윤’은 평온히 떠났구나 하고.그리고 그것은, 그녀 마음속 깊이 자리했던 ‘짐’ 또한 함께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했다.‘…누군가가 나를 믿어준다는 감정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지윤의 표정은 어느새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고, 그런 그녀를 이현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얇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눈앞의 여인을 향한 연민이 스쳤다.역시나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 지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믿음’이었다.그녀라면 해낼 수 있다고, 그렇게 믿어주는 마음.이현은 지윤이 조용히 아무 말없이 있는 것을 보고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그럼, 계약서를 작성하지.”효성은 알아서 종이와 붓을 준비했고, 양성은 재빨리 다가와 먹을 갈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물러서지 않았다.무슨 일이 있어도 둘째 아가씨 치맛자락을 꼭 붙잡아야 해!애나가 종이를 펼쳤고, 애춘은 붓을 정성스레 지윤에게 건넸다.지윤은 조용히 숨을 내쉬며 흩어진 생각을 다시 모아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약간 서툰 손길로 붓을 잡았다.이현의 날카로운 시선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적어나가기 시작했다.“사실… 이익 전부를 너에게 넘겨줄 수도 있어.”갑자기 이현이 나지막이 입을 열자, 지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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