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은 몸을 낮춰 지윤을 조심스레 안아 올리더니, 품을 단단히 감싸 안았다. 지윤 역시 그의 목에 두 팔을 걸고 발끝을 가볍게 흔들며 편안한 기색을 보였다.그가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다른 쪽에서 다급히 달려오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놀란 표정에 걱정이 가득한 차 부인이었다.“지윤, 지윤! 괜찮니?”“어머니, 그저 발을 헛디뎌서 물에 빠졌을 뿐이에요.” 지윤은 최대한 아무 일도 아닌 듯 짧게 설명했다. “어디 다친 데도 없어요.”“그래, 그래… 다행이다. 어서 집으로 데려가야겠구나.” 차 부인은 아직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은 채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자신의 딸을 안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제가 직접 둘째 아가씨를 돌보겠습니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끼어들자, 그제야 차 부인은 지윤을 안고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았다.“아… 왕자님!” 차 부인은 급히 몸을 숙여 예를 표했다.“우리 의원을 불러 아가씨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게 한 뒤, 내가 직접 임 후작의 저택까지 모셔다 드리죠.”차 부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왕자님.”주변의 부인들과 딸들 역시 황급히 몸을 숙여 현 왕자를 배웅했다.그는 등장도 갑작스러웠고, 떠나는 속도 또한 바람처럼 빨랐다.이현은 지윤을 품에 안은 채, 화려하게 꾸며진 현 왕자의 마차에 올랐다. 안쪽은 널찍하고 따뜻했는데, 효성이 미리 난로를 준비해 두었기 때문이었다.아무리 넓은 마차라 해도 지윤은 결국 이현의 무릎 위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아직 추워?”“아니에요, 이제 많이 따뜻해졌어요.”그녀의 얼굴빛이 한결 나아진 것을 확인한 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조용히 물었다.“왜 내가 도와주지 못하게 한 거지?”지윤은 가느다란 버들잎 같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의아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미소를 지으며 잠시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다리에서 떨어지던 순간, 그녀의 시선은 마침 서 부인의 매화 정원으로 향하는 아치문 쪽을 향해 있었고, 그곳에서 걸어오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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