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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문제적 군주의 아내: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71장

두근, 두근, 두근.이현의 심장이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뛰었다. 품 안을 더 단단히 조여 안은 것도 모른 채, 그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고마워.”“감사해야 하는 건 저예요, 왕자님. 이렇게 차가운 물속까지 뛰어들어 절 구해주신 것도 모자라, 두꺼운 망토까지 내어주셨잖아요.”작게 웃음을 짓는 지윤을 바라보며 이현도 어느새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러나 곧 중요한 사실이 떠오른 듯 눈빛이 차가워졌다.“근데 왜, 누가 널 해친 건지 말하지 않은 거지?”지윤은 과자를 훔쳐 먹다 들킨 아이처럼 움찔하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제가 그냥… 스스로 발을 헛디뎠을 뿐이에요.”이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해?”“네, 맞아요.” 지윤은 약간 단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지만 네 친구 말로는, 채윤과 자연이 널 다리 아래로 밀었다던데?”“흠… 서유가 착각한 것 같아요.” 지윤은 슬쩍 시선을 피했다.“한 번만 더 거짓말하면…” 이현은 낮게 으름장을 놓았다. “오늘 밤, 잠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누가 밀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언니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고요…”이현의 입가가 미묘하게 떨렸다.‘잠 못 잘까 봐 무섭긴 한가 보군.’지윤은 재빨리 애교 섞인 미소를 지었다.“히히, 그래도 대답은 했잖아요. 근데 정말 확신이 없어서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그래도 나한테 말은 했었어야지. 어쨌든 난 진실을 밝혀내서 너를 지켜줄 사람이니까.” 이현은 몸을 숙여 이마를 맞댄 채 지윤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넌 곧 내 왕비가 될 사람이야. 더 이상 이런 부당함을 참고 살 필요 없어.”“왕자님…” 지윤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다정하게 말을 이었다.“그 두 사람을 처벌해서 얻는 게 뭐가 있을까요? 별다른 이득도 없어요. 오히려 제가 ‘발을 헛디뎠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더 이롭죠.”“어떻게?”이현은 이 질문이 낯설지 않았다. 매번 그가 ‘어떻게?’라고 물을 때마다, 지윤은 늘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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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장

“하하하하!”지윤의 시원한 웃음소리가 마차 안을 울렸다. 양성이 안 후작 저택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고하자마자였다.“도대체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 양 아가씨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틀리지 않았어요.” 지윤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이현은 더욱 고개를 갸웃했다.“틀린 게 아니라면서 왜 웃는 건데?”“서유가 한 말은 틀리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맞지도 않으니까요.” 지윤은 숨을 고르며 웃음을 가라앉히더니 덧붙였다.“저희는 늘 ‘도자기 인형’이라고 불리죠. 얼굴만 번지르르할 뿐, 아무 능력도 없는 여자들이라고요.”“…”“그런데 왕자님, 서유가 정말 기억하고 있을까요? 누가 왼쪽에 있었고 누가 오른쪽에 있었는지 말이에요.”“…”“그러니까… 양 아가씨의 말이 즉흥적으로 지어낸 거라는 뜻이지?”“음, 그렇게 말할 수도 있죠.” 지윤은 고개를 갸웃했다.“사실 말이에요, 오히려 제가 왼쪽에 있었고 서유가 오른쪽에 있었던 것 같아요.”이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채윤과 자연의 명성이 내일쯤엔 수도에서 산산조각 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굳이 그들을 고발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어요. 우선 자연을 좀 더 ‘활용’해야 하거든요.”“혹시 그 내기 말이야?”지윤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우더니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역시 소식 하나는 참 빠르시네요, 왕자님.”이현은 대답 대신 조용히 웃어 보였다.양성은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아가씨… 아니, 이제는 왕비마마라고 불러야겠군요. 왕자께서 이미 당신 안전을 위해 십여 명의 그림자 호위들을 붙여놨다는 걸 모르시나 봅니다. 심지어 애나와 애춘도 비밀리에 무공 기초 훈련을 받고 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왕자님께 소식을 전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는 사실. 그러니 왕자님은 항상 당신의 일을 다 알고 계신 거죠.’“그런데 왜 그런 내기를 한 거지?” 이현은 진심으로 궁금했다.“왕자님, 왜 저의 거문고 연주에 대해서는 궁금해하지 않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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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장

“결국, 목적은 안마원을 더 유명하게 만드는 거군?”이현은 지윤의 교묘한 계략에 순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그럼요, 왕자님. 이름이 알려지면 돈도 따라오는 법이지요. 제가 거문고를 공짜로 연주하는 사람은 아니잖아요.”이현은 한숨을 쉬며, 매화 향이 은은하게 배인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사실, 그는 이미 지윤이 행동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왕비로서의 품격을 세우고, 자연에게 일자리를 맡기며, 나아가 피난민들의 삶을 돕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그 방법이 마사지원을 홍보하는 거라곤 꿈에도 몰랐다!도대체 누가 감히 지윤을 ‘도자기 인형’이라고 했단 말인가.그녀는 차라리 부드럽게 빛나는 옥 인형에 가까웠다.‘하아… 그래, 말해 봐. 입다물고 들어줄게.’이현은 이제 그녀의 생각을 추측하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했다.“사실, 사람들을 모아 집을 짓게 하는 일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돼요.”지윤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제가 왕자의 베필로서 부족함이 없고, 힘든 이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죠.”“게다가 아시겠지만, 평판이라는 게 한 번 얻기가 정말 어렵잖아요. 만약 ‘힘든 이들을 위한 집을 함께 지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우리 쪽으로 모일 거예요. 심지어 왕의 눈에 들고 싶어하는 고관들도 직접 나서서 손을 보태려 할 거예요.”“사람이 그렇게 몸을 쓰면 피곤해지잖아요.”지윤이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럴 때 바로, 왕자님의 ‘백화정 안마원’이 필요해지는 거죠.”이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이미 다 계획해 두었죠. 공사가 시작되면 그때 왕자께 부탁드릴 일이 있어요.”“무슨 부탁?”“‘서 부인의 관할 구역에서 피난민들의 주택 건설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백화정의 유명 기생들이 제공하는 안마를 반값에 이용할 수 있다’고 소문을 내는 거예요.”“물론 절반을 깎아주면 남는 게 거의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백화정 안마원의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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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장

이현은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영리한 ‘작은 장사꾼’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러니까… 돈을 한 번에 많이 받겠다는 거네?”“맞아요.” 지윤이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내 남편이 될 사람,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그녀는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볼에 빠르게 입을 맞췄다. 그러곤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회원제를 만들면 어떤 사람들은 잊어버리거나 귀찮아서 오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그만큼은 우리가 고스란히 이익으로 챙길 수 있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왕자님?”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방금 전 그 짧은 입맞춤이 그의 속에 잠들어 있던 야수를 깨웠다는 것을.“좋다… 아주 좋아.”그 말과 함께 이현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수다스러운 입술을 덮었다. 입맞춤은 점점 깊어졌고, 그녀의 숨결과 목소리까지 모두 삼켜 버릴 듯했다.뜨거운 혀끝이 그녀의 입안을 천천히 훑으며 얽히고, 지윤의 손은 어느새 두꺼운 겉옷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의 뜨거운 몸을 더듬었다.이현 역시 그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거칠고 단단한 손길을 그녀의 허벅지 위로 올려 보냈다. 손끝이 조금씩 더 안쪽으로 파고들 때마다 지윤의 몸은 저절로 긴장했고, 두 다리는 스스로를 지키듯 살짝 모아졌다.그러나 그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녀의 숨겨진 민감한 부분에까지 닿았을 때, 지윤은 참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이… 이현…”그 한마디는 이현의 마지막 이성을 무너뜨리는 신호였다.그는 그녀를 조심스레 눕히고, 하얀 목덜미를 따라 뜨거운 입맞춤을 이어갔다. 손끝이 옷자락을 밀어젖히자 젖은 드레스가 몸에 달라붙어 그녀의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이현은 본능처럼 침을 삼켰다.“지윤…”그녀의 가슴이 그의 시선을 유혹했고,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서둘러 매듭을 풀어가며 옷을 헤집어냈다. 이내 그녀의 몸에는 연분홍빛 속옷 한 벌만이 남았다. 자수를 수놓은 매화 문양이 그녀의 취향을 말해주듯 은근히 아름다웠다.‘매화를 정말 좋아하는군…’지윤은 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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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장

양성이 마차 밖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안에서 이어지던 뜨거운 기운이 단숨에 끊어졌다.정신을 차린 지윤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고, 그녀는 가녀린 손으로 허둥지둥 옷가지를 끌어 모아 몸을 가렸다. 하지만 이현의 눈빛은 여전히 먹구름처럼 짙게 깔려 있었고, 마차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어린 기운에 호위병들까지도 놀라 몸을 움찔거렸다.말들은 불안한 기운을 느낀 듯 발굽을 움직이며 낮게 울부짖었고, 마부는 달래듯 고삐를 다잡아야 했다.“왕자께서…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건가?” 양성이 옆에 선 효성에게 속삭였다.“왕자께서 지금 누구와 계신다고 생각하느냐?” 효성이 되묻자, 양성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지금 곁에 계신 분은… 왕자님의… 아니, 임… 아가씨… 젠장!” 그는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고 보니, 왜 네가 나한테 왕자님을 부르라고 했는지 이제 알겠군!”효성은 말없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 고개를 숙였다. 그 자세는 마치 친구의 명복을 비는 듯했다.“젠장, 난 더 이상 못 있겠다!” 양성은 욕설을 내뱉고는 그대로 도망치듯 안쪽으로 달려갔다. 효성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그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차 한 잔을 다 마시기도 전, 이현이 마차의 휘장을 젖히고 나타났다. 그는 지윤을 여우털 망토로 단단히 감싸 안은 채 품에 안고 있었다. 소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파묻었고, 아무도 보려 하지 않았지만, 그 귀끝이 붉게 물든 건 누구의 눈에도 뚜렷했다.“양성은 어디 있지?” 이현이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아… 시녀들에게 목욕 준비를 시키러 먼저 들어갔습니다. 왕자님.”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곧장 지윤을 안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호위병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효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것을 보고서야 긴장이 풀린 것이다.이현의 품에서 안긴 채 복도를 지나던 지윤은, 더 이상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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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장

‘겉모습만 보면 일부러 소박하게 꾸민 것 같지만… 서재 침대에 박혀 있는 비취랑 보석을 보면 말이 달라지지. 솔직히 뜯어서 팔아버리고 싶을 만큼 반짝이잖아!’‘이쯤 되면… 이홍루의 침대는 금으로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야.’‘뭐… 그런 점이 오히려 더 좋아.’“흠, 그러면 사람들이 왕자님이 왕위를 노린다고 의심하지 않겠죠?”지윤이 조심스레 생각을 덧붙였다.“역시 내 왕비가 될 여인답게 영리하군.”그 말에 지윤은 코를 찡긋하며 귀엽게 웃었다.“그런데… 태정왕께서 이 혼인을 반대하지는 않으셨어요?”이현은 품에 안긴 그녀를 비스듬히 내려다보며 비웃듯 말했다.“네 생각엔… 아버지께서 ‘너 같은 여자’와의 혼인을 쉽게 허락하셨을 것 같아?”그 말과 함께 그는 그녀를 품에서 내려놓았다. 지윤은 그의 뜻을 이해한 듯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어차피 왕자님께 어울릴 만한 건 도자기 인형 같은 여자뿐이죠. 제가 어찌 감히 철면 장군의 아내가 되겠어요?”그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버렸다.이현은 그녀가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라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는 법이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이 여인은 그 비밀을 결코 외부에 흘리지 않을 거라는 것. 오히려 그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워줄 사람이라는 걸.“그런데 왜 안 묻는 거지? 내가 뭘 했길래 왕께서 이 혼인을 허락하신 건지 궁금하지 않아?”그는 그녀의 어깨를 살짝 잡아 몸을 돌려 세우며 눈을 마주쳤다. 두 시선이 부딪히고, 공기가 잠시 멈췄다.“…”지윤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입을 다물었지만, 눈동자엔 호기심이 가득했다.이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린애 같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북방 전장에서 얻은 군공을 내놓고서야 허락을 얻었지.”“군… 군공을…!”“!!!”지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입술이 열렸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이현은 웃음을 터뜨렸다.“그, 그게 무슨… 그런 귀중한 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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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장

전쟁이 끝난 뒤, 태정왕은 이현에게 한 번 물은 적이 있었다.“너는 무엇을 원하느냐?”하지만 그때의 이현은 아직 야망이라는 것을 품지 않았고, 특별히 바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않은 채, 공을 그냥 쌓아 두기만 했다.겉으로는 자유롭고 한가로운 삶처럼 보였지만, 음지에서는 나라를 위한 인맥을 쌓고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이현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무엇보다 그는 왕위 다툼이라는 끝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태정왕이 매일같이 상소문을 처리하며 머리를 싸매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피곤했다만약 왕자들 중 누군가가 능력과 정의감을 갖추어 용좌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다면, 그는 기꺼이 한 명의 신하로서, 한량한 왕자로서, 그리고 그림자 속 철면 장군으로서 평생을 살 의향이 있었다.그저 수도에서 ‘한량 왕자’ 남아 있으면 적국의 첩자들 눈을 피할 수 있고, 왕위 다툼에도 휘말리지 않는다. 게다가 권력도 없고 재능도 없는 임중범 후작의 둘째 딸과 혼인하면, 정치적으로 위협이 될 일도 전혀 없을 것이다.그렇게 된다면 그는 누구보다도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왕태자 자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왕태자가 되면 좋을 게 뭐가 있겠어?” 이현이 장난스럽게 지윤의 콧날을 톡 건드렸다.하지만 화가 잔뜩 난 지윤은 그의 손을 탁 쳐냈다.“왕이 되실 수 있잖아요!”“그래? 그럼 너는 왕후가 되고 싶어?” 이현이 되물었다. “원한다면, 내가 왕위를 빼앗아 당신을 왕후 자리에 앉혀주지.”지윤은 시선을 떨구었다.‘…왜 점점 말이 안 통해가는 기분이지?’이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약혼자가 얼마나 영리한 사람인지. 몇 마디만 해도 금세 본질을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이니까.“그래서, 왕후가 되고 싶어?”‘왕후라니… 모든 여인들의 꿈.’‘한 사람 아래, 온 천하 위의 자리.’그녀의 생각을 들은 이현의 검은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하지만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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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장

따뜻한 온천수에서 피어오르는 뜨거운 김이 방 안을 은근하게 감싸고 있었다.지윤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가장자리 기둥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었다. 온몸이 욱신거리는 피로가 몰려왔지만, 이제서야 겨우 몸을 씻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이현이 그녀를 팔에서 놓아주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그가 전장에서 피땀 흘려 얻은 ‘군공’’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신과의 혼인을 선택하고, 정실 왕비로 세워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도자기 인형’이라 불리며 수도에서 가십의 대상이던 그녀였다. 정실이 아니라 측실 자리조차 얻기 어렵다고 수군거리던 세상에서 말이다.왕이 반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결국 이현은 군공을 내놓고 그녀를 얻었다.두근, 두근, 두근.“정말… 나,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걸까.”지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원래 그녀가 바란 삶은 단순했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말년에는 사랑스러운 자식과 손주들 곁에서 평온히 늙어가는 것. 언니 채윤과 우애를 쌓으며,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 이현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는 것.그런데 언제부터일까. 그들의 관계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적어도 하나는 확실했다. 이제 그녀가 이국의 기녀로 비참한 최후를 맞는 일은 없다는 것.“결국… 채윤에게서 남자 주인공을 빼앗아버렸네. 하아…”문득 채윤이 떠올랐다. 오늘의 매화꽃놀이 연회에서 거문고를 켜야 할 사람은 원래 채윤이었지만 연주를 한 건 지윤이었다.다리에서 떨어져 물에 빠져야 할 사람도 채윤이었지만, 물에 빠진 건 그녀였다.“어째서… 모든 역할이 뒤바뀐 걸까?”드라마였다면 채윤이 망신을 당하고, 소문이 퍼지는 것도 그녀의 몫이어야 했다. 물에 빠지는 것도 그녀였어야 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지윤이 대신 겪고 있었다.‘설마 다음은… 내가 도적에게 납치당하는 전개인가?’‘그럴 리가! 애초에 납치 계획은 채윤을 납치하기 위해 내가 세운 계획이었어. 그런데 내가 납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도대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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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장

지윤은 째려보며 입을 뗐다.“설마… 또 하녀를 시켜 저인 척하게 하신 건 아니겠죠?”“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당신 명예가 무사했겠어?”“그래서요? 그 하녀를 안아서 데려가시기라도 하신 거예요?”결국 화가 난 이유는 ‘대역을 세운 것’ 때문이 아니라, 혹시라도 다른 여자를 건드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어떻게 안겠어. 그녀는 병색이 완연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망토로 가리고, 하녀둘에게 부축받으며 겨우 걸어갔는데.”‘그나마 다행이네…’“그럼 아버지 어머니는요? 저를 못 알아보셨다고요?”“그렇게 꽁꽁 싸매고, 목소리까지 쉰 채로 대답했는데 누가 알아보겠어.”‘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라니… 버려진 기분이야.’‘그래도 됐어. 명예만 지켜졌다면 충분해…’“저는 다 씻었으니 이만 올라갈게요.”지윤이 일어나려는 순간, 이현이 그녀의 팔을 붙잡아 다시 물속으로 끌어당겼다.“난 아직 못 씻었는데?”“그럼 씻으시면 되잖아요.”“네가 씻겨줬으면 좋겠어.”그의 낮고 짙은 목소리엔 다시금 위험한 열기가 섞여 있었다.“하녀를 불러올게요.”지윤은 긴장한 채 손을 뿌리치려 했다.“하녀로는 안 돼.”그의 손이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더니, 그녀의 손을 물속 깊이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곧 자신의 뜨겁고 단단한 성기 위에 닿았다.“왕자님!”손끝이 그의 굵직한 살결을 스치자, 지윤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도망칠 틈도 없이,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자연스레 모양을 쥐게 했다.“문질러줘.”그가 귀에 속삭였다. “마음에 들면… 오늘 밤은 일찍 재워주지.”지윤은 그의 눈빛을 바라보며 말없이 숨을 들이켰다. 그 말이 믿을 만한지 판단하려는 듯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쥐었다.“약속이에요.”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윤은 조심스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느린 움직임이 뜨거운 살결을 따라 오르내렸다. 점점 속도를 더해갈수록, 이현의 어깨가 뒤로 젖혀졌다.그의 시선은 오로지 그녀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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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장

“아앗!” 이현이 그녀를 욕조 가장자리에 눕히고 다리를 물 속에 늘어뜨리게 하자 지윤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큰 몸이 그녀에게 단단히 밀착되어 있었다. 뜨거운 입술이 다시 그녀의 입술에 달라붙어 혀끝으로 부드러운 입술을 장난스럽게 쓰다듬으며, 그녀가 자발적으로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거친 손은 매끄러운 어깨를 훑고, 그녀의 가냘픈 손은 그의 목을 감쌌다.이현은 탐욕스럽게 혀를 움직이며, 이미 지윤에게 손으로 만족한 뒤임에도 더욱 갈망했다. 입맞춤의 소리가 점점 격해지고, 두 사람의 몸속 열기는 물속에서도 타올랐다.그는 입술을 떼고, 그녀의 부드러운 볼을 따라 움직이며, 귀를 살짝 깨물고 향기로운 목선을 따라 입맞춤하며, 단단한 쇄골을 훑고, 희고 부드러운 가슴으로 내려갔다.뜨거운 입술이 매끈한 피부 위를 스치며 가슴 사이를 지나, 그의 날카로운 얼굴을 가슴 언덕 사이에 끼운 채, 밑바닥까지 혀를 돌리며 끝에 맺힌 작은 봉오리까지 원을 그리듯 훑었다.이현은 오직 입술과 혀만으로 몸 아래 있는 작은 여인을 만족시켰고, 그녀는 자신의 가장 민감한 부위가 그의 뜨거운 입속에서 빨리고 물리자 거친 신음을 내쉬었다.“아… 이… 현…. 으응…”여러 차례 긴밀한 시간을 가지며, 지윤은 이현의 약점 하나를 발견했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게 했을 때였다.처음 이름을 부르자, 그의 반응은 격렬하고 공격적이었다. 그 이름만으로도 그의 욕망을 자극한 듯했다. 그 후 그녀는 일부러 ‘이현’이라 불렀다.처음 들었을 때, 그의 강인한 몸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격렬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더 빨리 절정으로 이끌었다. 지윤은 깨달았다. 참지 못할 때는 ‘이현’이라고 부르는 것이 빠른 만족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원할 때마다 이 이름으로 달래야 한다.이번에도 그녀는 신음하며 말했다.“이현… 아아…”이현은 젖꼭지를 살짝 깨물고는 평평한 배를 따라 입술을 내려 몸 중앙의 언덕까지, 그리고 부드럽고 촉촉한 분홍빛 꽃잎을 스쳤다.“아아…. 으응…”지윤의 신음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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