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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21 - チャプター 230

289 チャプター

제221화

초연은 으름장과 과시가 잔뜩 섞인 문자를 여러 통 전송했다.30분이 지나도록 이담으로부터 아무런 답장도 없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어찌 됐든 내 목적은 달성한 셈이야.’바로 그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한경미였다.초연은 귀찮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제가 웬만하면 먼저 연락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잖아요.”[문 과장, 당신 때문에 내 인생은 완전히 끝장났어요!]한경미의 목소리에는 예전 같은 정중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지독한 원망만이 서려 있을 뿐이었다.[하 대표님이 내가 심씨 집안을 건드린 걸 알게 돼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거라면서요!][그런데 지금 내 꼴이 어떤 줄 알아요? 시댁에서도 날 내쳤고, 남편은 당장 이혼하자고 난리라고요! 내가 미쳤지, 당신 헛소리를 믿다니!]“한 여사님,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초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지금 어디 계시는데요?”[내가 어디 있겠어요! 하 대표님이 어제 벌써 날 찾아왔다고요!] [나도 이제 쥐새끼처럼 숨어 지내는 짓거리는 진절머리가 나니까, 앞으로 당신이 알아서 잘 살아봐요.][두 번 다시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요! 과대망상에 빠져서 혼자 다 아는 척하는 인간하고 엮였다가 재수만 없었네!]한경미는 참아왔던 분노를 쏟아낸 뒤 일방적으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멍하니 굳어 있던 초연은,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진혁이 여유로운 몸짓으로 병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싸늘한 시선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진, 진혁 씨. 여긴 어쩐 일이야?”심장 끝까지 차오르는 당혹감을 억누른 초연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초연이 등 뒤로 황급히 핸드폰을 숨기는 모습을 무심한 눈빛으로 쓱 훑어본 진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물었다.“누구 전화인데 그래?”초연이 시선을 아래로 떨구면서 생긋 웃었다.“그냥 아는 친구야. 내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이 돼서 전화했대.”그러곤 다시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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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진혁이 이토록 불같이 화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싸늘한 눈빛에는 일말의 관용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요란한 소리에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온 간호사가, 바닥에 산산조각 난 꽃병을 보고는 다친 곳은 없는지 물었다.진혁은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실수로 건드린 것뿐입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간호사가 나가자 몸을 돌린 진혁은 초연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차갑게 내뱉었다.“준희는 아무 죄도 없어. 아이가 다 나을 때까지 돌봐 주겠다는 약속은 지킬 거야.”“하지만 앞으로 네 일에 관여할 생각도 없고, 널 다시 만날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 내 아내 자리는 네가 넘볼 자리가 아니야.”그 말을 끝으로 진혁은 병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진혁 씨!”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와 뒤쫓으려고 했지만, 발바닥에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박혔다.초연은 극심한 고통에 중심을 잃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바닥을 짚은 초연의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벌겋게 충혈된 두 눈에는 짙은 증오가 서려 있었다.‘심이담을 너무 얕잡아 본 게 화근이었어.’같은 시각, 이담은 공항에서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약 15분 후, HJ병원의 전용 차량이 권은호의 차와 함께 도착했다.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의료진이 지체 없이 다가가서 하빈을 넘겨받았다.의료진에게 무사히 인계되는 하빈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이담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차에서 내린 은호가 다가오며 당부했다.“강성시에 도착하면 꼭 전화해.”“알겠어요.”고개를 끄덕인 이담이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아주머니께도 강성시에서 기다리겠다고 전해주세요.”은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알겠어.”이담이 고개를 숙여 시간을 확인하곤 입을 열었다.“은호 오빠, 그럼 저 먼저 들어갈게요.”은호는 말없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짐을 챙겨 은호와 작별 인사를 나눈 이담은 의료진의 뒤를 따라 VIP 전용 통로로 향했다.비행기에 오른 이담은 창밖을 바라보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드디어 이곳을 떠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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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잠시 멈칫하던 주원식 원장은 더 묻지 않고 이담의 전근 신청서를 꺼내서 건넸다.신청서에 적힌 날짜를 확인한 진혁은 시선이 멈춘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3개월 전이었다!‘어쩐지.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던 일자리인데도, 문초연의 일로 협박할 때마다 무심하게 굴었던 이유가 이거였어.’‘자포자기한 것도, 그저 홧김에 내뱉은 빈말도 아니었어.’‘아주 오래전부터 모든 걸 결정한 상태였던 거야.’서류를 구겨 쥐면서 진혁이 날카로운 눈으로 캐물었다.“심이담이 전근한다는 걸, 왜 보고하지 않은 겁니까?”멍하니 있던 주원식 원장이 이내 입을 열었다.“심 선생님께서 전근 사실을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심 선생님의 선택을 존중했을 뿐입니다. 게다가...”주원식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마디를 덧붙였다.“하 대표님과 심 선생님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병원에서 수차례 부당한 일을 겪는 동안 심 선생님 편에 서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그러니 이곳을 떠나는 편이 심 선생님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겠지요.”주원식의 말은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진혁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가만히 돌이켜보면 예전의 이담은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지. 언제부턴가 그 미소를 완전히 잃어버렸을 뿐이지만.’‘날 원망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토록 간절하게 내 곁을 떠나고 싶어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진혁은 신청서에 적힌 ‘강성병원’이라는 글자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진혁은 서류를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비행기는 정시에 강성시에 착륙했다.미리 연락을 받은 금산 요양센터 의료진이 공항에서 대기 중이었다.이담이 휠체어에 의지한 하빈을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리자, 곧바로 의료진이 다가와 인계받았다.“심이담 씨 맞으시죠? 권 대표님한테서 이미 연락을 받았습니다. 환자는 저희에게 믿고 맡겨주십시오.”앞으로 나선 남성 간호사는 무척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은호가 미리 신경을 써준 덕분이라는 걸 이담도 잘 알고 있었다. 미리 알아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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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고승범은 정자에 앉아서 지인과 바둑을 두고 있었다. 품이 넉넉한 개량 한복 차림의 고승범은 한 손으로 염주를 굴리며 바둑을 두고 있었다.손명우가 정자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개를 든 고승범은 손명우 뒤에 선 이담을 발견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오, 이담이 왔구나.”이담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교수님.”고승범과 바둑을 두던 중년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심 선생님, 또 뵙는군요.”“부시장님?”강민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고승범을 바라봤다. “네, 맞습니다. 교수님 제자가 심 선생님일 줄은 몰랐습니다. 어쩐지, 젊은 나이에 의술이 대단하다 싶었습니다.”고승범은 바둑돌을 놓으면서 판세를 지켜봤다. “타고난 재능이 남다른 아입니다. 내 유일한 제자지요. 어떻소, 직접 겪어보니 실망스럽진 않았을 텐데?”강민준이 소리 내어 웃었다. “이것도 다 인연이지요.”고승범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나이가 적지 않은데도 겉보기에는 지칠 줄 모르는 노인 같았다. “이담아, 강 부시장님이 그때 널 곤란하게 하진 않았니?”강민준의 얼굴에 멋쩍은 기색이 스쳤다.이담은 고승범의 곁에 앉아 넉살 좋게 받아쳤다. “당연히 안 그러셨죠. 제가 누구 제자인데요. 수술을 망치면 교수님 망신시키는 꼴인데, 그럼 앞으로 제가 어떻게 교수님 이름을 팔면서 떵떵거릴 수 있겠어요?”고승범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몇 년 못 본 새에 아부만 늘었구나.”30분가량 담소를 나눈 뒤, 강민준은 일이 있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이담은 고승범과 함께 넓게 펼쳐진 찻집 안 정원을 거닐었다. “교수님, 마동순 회장님께서 미토콘드리아 표적화 프로젝트를 저희 쪽에 넘기셨잖아요. 그런데 운산 메디컬과 진행하는 후속 업무에는 제가 빠져도 될까요?”“왜 그러니? 껄끄러운 사람과 마주칠까 봐 그래?”고승범은 이담과 하씨 가문 사이에 얽힌 사연을 잘 알고 있었다.애초에 이담이 진혁과 결혼하려고 했을 때, 결사반대했던 사람이 바로 고승범이었다. 진혁과 결혼하지만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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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한주원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네 말대로 제수씨가 권력이나 지위를 노리고 수모를 참은 거라면 더더욱 앞뒤가 안 맞지.” “너희 할머니가 그렇게 예뻐하시는데, 이미 결혼까지 한 마당에 굳이 그런 취급을 견디고 살 이유가 없잖아.”진혁이 술잔을 쥔 채 묵묵부답이자, 주원이 말을 이었다.“하씨 집안에 시집오고 싶어 하는 여자가 한둘인 줄 알아? 문초연조차 문턱도 못 넘었는데, 유독 너희 할머니는 제수씨만 맘에 들어 하셨잖아.”“너희 할머니가 얼마나 깐깐하신 분인지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제수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진작에 파악하셨겠지.” “그런데도 며느리로 들이신 걸 보면, 그렇게 속물인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지.”진혁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동안 심씨 집안을 혐오했던 건, 심민철이 장인 행세를 하며 끊임없이 금전적인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이담이 딱 한 번 내게 부탁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결국 심씨 집안 문제 때문이라는 걸 알았지.’ 진혁은 뭐라도 얻어가려는 듯한 심씨 집안 사람들의 그 얄팍한 태도가 늘 경멸스러웠다.하지만 심민철을 빼면, 이담이 직접 뭔가를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씨 가문의 배경을 이용한 적도 없었고, 밖에서는 진혁과의 관계를 철저히 숨겼다. 보석은커녕 가방이나 옷 한 벌조차 사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애써 내색하지 않은 거라고 해도, 나중에 건넨 블랙카드조차 지금까지 단 한 푼도 쓰지 않았다.이혼 합의서에 적힌 재산 분할에서 요구한 것도 고작 2억 원이 전부였다. ‘2억 원은 나한테는 그저 푼돈이나 다름없어.’“주원아. 난 아직도 이담이를 모르겠어. 대체 왜 나랑 결혼한 거고, 이제 와서 왜 떠나려는 건지.”주원이 무심코 내뱉었다.“제수씨가 널 진심으로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닐까?”‘날 좋아한다고...’진혁의 깊은 눈동자에 순간 묘한 기색이 스쳤다.“이담이... 날 좋아한다고?”“그냥 해본 소리야. 네 말대로 사랑 없이 권력이나 지위만 바라고 결혼한 거라면,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나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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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데스크 간호사가 왼쪽을 가리켰다.“저쪽입니다.”“감사합니다.”사무실 앞으로 다가간 이담이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리자, 이담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곳 사무실은 모두 2인 1실이었다. 안에는 오남수 과장 말고도 젊은 여의사가 한 명 더 있었다.오남수가 이담을 보며 멈칫하더니 물었다.“누구시죠?”“안녕하세요. 일주일 전에 부원장님 면접을 통과한 심이담이라고 합니다. 제 이력서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이담이 서류를 건넸다.서류를 훑어보던 오남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전 병원에서 외과 과장에 주임 집도의까지 하셨다고요? 생각보다 너무 젊으시네요.”옆에 있던 여의사도 꽤나 놀란 눈치였다.이담은 가볍게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이담이 물었다.“저보다 선배님이시니 앞으로 편하게 오 과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참, 제 자리는 어디인가요?”이담이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자 오남수는 꽤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그가 옆에 있던 여의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소명월 선생, 심 과장 안내해서 자리 좀 골라줘.”자리에서 일어난 명월이 이담을 힐끗 쳐다보곤 심드렁하게 말했다.“따라오세요.”이담은 오남수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소명월을 따라나섰다.이담이 복도를 걸으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사이, 앞장서던 명월이 슬쩍 고개를 돌려 이담을 살폈다.‘병원에 예쁜 간호사들이 널렸지만, 웬만한 사람은 상대도 안 되겠네.’‘어쩜 저렇게 인형처럼 예쁘지? 얼굴은 주먹만 한데 이목구비는 오목조목 빚어놓은 것 같아.’‘분위기부터가 예사롭지 않은데... 하필 직급도 외과 과장이야.’명월의 은근한 적대감을 눈치챈 이담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제가 뭐 실수라도 했나요?”명월이 흠칫하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어떻게 우리 병원으로 오실 생각을 하셨어요?”“강성시에 아예 정착할 생각이라서요. 강성대학병원이 여기서 제일 좋다고 들었거든요.”“그렇군요...”명월은 더 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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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이담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출근 첫날부터 이런 꼴을 당해야 해?’짧게 심호흡을 한 이담이 입을 열었다. “이 사무실을 개인 비용으로 구하신 줄은 몰랐네요. 그리고 저보고 나가라고 하실 거면 제 자리라도 찾아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남자가 자리에 앉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이담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리면서 빈자리에 앉았다.“전 오늘 첫 출근이라 이 병원 규칙을 잘 모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니 당분간 여기 앉아있을 수밖에요.”느긋하게 시선을 들어 이담을 쳐다보던 남자가 잠시 후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덮었다. “이름이 뭡니까?”“심이담입니다.”잠시 말이 없던 남자는 이내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가 실실 웃으며 들어오더니, 이담을 발견하자 눈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와우, 이런 미인을 숨겨두고 있었어?”앉아있던 남자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다가와서 넉살 좋게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미인 선생님. 전 저 사람 어시스턴트 겸 주임 의사인 최정우라고 합니다.”이담도 가볍게 마주보며 웃었다. “심이담입니다.”“이담이라... 이름이 참 예쁘시네요.”자리에 앉아있던 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 “최정우, 저 여자 내보내라고 불렀어.”“사무실 하나 때문에 사람을 쫓아내냐?”정우가 고개를 돌려 이담을 바라봤다. “세 명이 같이 써도 괜찮으시면 저희 사무실로 오실래요? 바로 옆이거든요.”“네, 전 다 상관없습니다.” 이담은 미련 없이 가방을 챙겨 들었다.정우는 이담의 쿨한 태도에 놀란 눈치였다. 사무실을 나서던 정우가 남자를 흘겨보며 말했다. “여자한테 매너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자식!”남자는 두 사람이 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더니, 책상 위 소독제를 집어 들어 주변에 몇 번 뿌렸다.이담은 정우를 따라 바로 옆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에는 정우 말고도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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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심이담한테 보낸 그 메시지들을 알게 된 것뿐이잖아.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생각 끝에 초연은 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하필 이번에는 지연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분통이 터질 지경이던 초연은 궁리 끝에 하씨 가문의 본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준희가 아직 그곳에 있으니까.택시를 타고 하씨 가문 본가에 도착한 초연은, 준희 엄마라고 말하고 보안 요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준희를 알지 못했던 보안 요원이 행패를 부리러 온 사람으로 착각해서, 초연을 쫓아내려고 할 때 지연이 안에서 나왔다.“지연아!”초연이 반갑게 이름을 불렀다.예전 같았으면 지연이 나서서 상황을 정리해주고 편을 들어줬겠지만, 지금 지연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가웠다.“어쩐 일이야?”초연이 멈칫했다.“지연아, 왜 그래? 당연히 준희 보러 왔지.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아?”예전의 지연이라면 자신을 보면 곧바로 ‘초연아’라고 부르면서 살갑게 굴었을 텐데.싸늘한 지연의 태도는 초연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을 불러일으켰다.지연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사실 우리 오빠 찾으러 온 거잖아. 준희 보러 온 게 아니라.”“지연아,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초연이 눈시울을 붉히자 지연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내뱉었다.“연기 그만해. 오빠한테 다 들었어. 네가 준희를 학대하고,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심지어 심이담 가족한테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며?” “네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초연은 얼떨떨한 얼굴로 지연의 팔을 붙잡았다.“지연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준희를 밀어...”“준희 다리의 흉터가 다 증거야!”지연이 초연의 손을 뿌리쳤다.“자기 아들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정말 소름 끼쳐!”“아니야, 다 설명할 수 있어...”“설명은 됐어. 문초연, 예전에 네가 다른 사람이랑 통화하면서 심이담 뱃속 아이를 없애버리겠다고 하는 거 들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는데.”지연은 초연의 눈물을 무시한 채 실망스러운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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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대체 왜 하필 문초연이야...’진혁의 심경은 참담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6년 전 초연에게 느꼈던 죄책감과, 진실이 낱낱이 밝혀진 지금의 혐오와 증오가 뒤섞여서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초연이 죗값을 치르게 하고 이 지긋지긋한 악연을 끝내려고 했는데,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실의 끝에도 결국 문초연이 있었다.무너진 진혁의 모습을 지켜보던 안나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챙기더니, 정말 질긴 인연인가 보네요...”안나를 힐끗 노려본 진혁이 굳은 표정으로 소파로 다가가더니, 탁자 위에 자료를 툭 던졌다. “다음 달에 강성시에서 진행할 프로젝트가 있지?”흠칫 놀란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있습니다만... 일전에 보류하지 않으셨습니까?”진혁은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매만졌다. “보류 취소해. 일정을 앞당겨서 진행해.”안나는 진혁이 강성시로 가려는 걸 단번에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문초연 건은...”“사람을 붙여서 잘 감시해.”안나는 더 묻지 않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반지를 내려다보는 진혁의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내 사전에 이혼이란 두 글자는 없어.’...강성시에는 밤새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대낮처럼 환하게 번쩍이는 번개가 어두운 하늘을 가르며 지나갔다. 곧이어 울려 퍼진 굉음에 이담은 번쩍 눈을 떴다.침대 옆 스탠드를 켜자, 어두컴컴하던 방 안이 이내 은은한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탁자 위 시계는 새벽 5시를 가리키고 있었다.이담은 이마를 짚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수년 동안 한 번도 꾼 적이 없던 끔찍한 악몽이었다. ‘이걸 다시 꿈에서 보게 될 줄이야...’날이 밝자 비는 멎어 있었다. 간밤에 잠을 설친 탓에 병원에 출근한 이담의 안색은 몹시 피곤해 보였다.해령의 지시로 정우가 이담의 병동 안내를 돕기로 했다. 사무실을 나서며 정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오늘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어디 아파요?”이담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웃어 보였다. “새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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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대놓고 좋아하든 짝사랑이든 결국 좋아하는 건 똑같잖아요.”정우의 말에 지훈이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정우를 스쳐 지나간 시선이 이내 이담의 얼굴에 멎었다.그 시선을 따르던 명월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지면서, 눈에 띄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지훈은 곧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정우가 스스럼없이 다가가 지훈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지훈아, 맨날 그렇게 정색하고 다녀서 장가나 가겠냐? 소 선생님이 저렇게 진심으로 들이대는데, 리액션이라도 좀 해줘라!”명월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서 지훈을 쳐다보지도 못했다.지훈이 천천히 눈을 치켜뜨면서 대꾸했다. “해줬잖아. 시간 없다고.”정우는 어이가 없었다.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이담이 명월을 힐끗 쳐다봤다. ‘어쩐지 그날 일부러 고지훈의 사무실로 안내하더라니, 날 연적으로 생각한 거였어.’‘나도 참 팔자가 꼬였네. 강성대학병원에 일하러 온 거지 연애하러 온 게 아닌데.’그때, 이담의 핸드폰이 울렸다.고승범의 전화였다.고개를 돌린 이담이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사이, 지훈의 시선이 가만히 이담을 향했다.단 몇 초 만에 거둔 시선이었지만, 명월은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남몰래 질투심을 삼켰다....점심시간, 이담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서 고승범과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룸 안에는 고승범 외에도 강민준, 유하연 부부가 먼저 와 있었다.“심 선생님, 정말 강성시로 오셨네요.”유하연이 다가와서 이담의 손을 꼭 잡았다. 온화한 미소를 띤 얼굴에는 친근함이 가득했다.이담도 마주 보면서 웃었다. “네, 사모님 덕분에 강성대학병원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어요.”유하연이 이담을 자신의 옆자리로 이끌자, 고승범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민준에게 물었다. “사모님이 언제부터 내 제자를 이렇게 예뻐하셨소?”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에 강민준도 사람 좋게 웃었다.“다 인연이지요.”“그때 남편한테 심 선생님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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