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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21 - チャプター 330

374 チャプター

제321화

그런 진역이 이런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주변이 술렁이는 건 당연했다.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다가오는 지훈을 보자, 초연은 그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에게 다가올 거라 확신했다.하지만 먼저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지훈은 그녀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차갑게 스쳐 지나갔다.주변의 수군거림에 초연은 쥐고 있던 샴페인 잔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수많은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이담의 곁에 멈춰 선 지훈은 그녀의 샴페인 잔을 빼앗더니 대신 주스 잔을 주면서 말했다.“술은 무슨, 주스나 마시죠.”엉겁결에 주스를 받아 든 이담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고 선생님, 이런 것까지 간섭하시는 겁니까?”“어차피 억지로 어울릴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말을 마친 지훈이 빼앗은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마시자, 두 눈이 휘둥그레진 이담이 다급히 손을 뻗었다.“잠깐, 그거 제 잔인데!”하지만 이미 늦었다.빈 잔을 내린 지훈이 경악한 이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왜 그러십니까?”“아닙니다.”‘결벽증이 있는 사람에게 내가 입을 댄 잔이라는 걸 어떻게 말해.’‘알면 기겁할 텐데.’“고지훈 씨랑 저 여자, 대체 무슨 사이래?”“모르셨어요? 저분 고 교수님 제자잖아요. 고지훈 씨랑 함께 프로젝트에서 총괄을 맡은 사람이에요.”“그래 봤자 문초연 씨에 비하면 기여한 것도 딱히 없지 않아요?”“뭐, 인맥도 능력이니까 저러고 있겠죠.”이담을 깎아내리는 뒷담화에 초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남자 덕에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은 주제에, 감히 나랑 비교하려고 들어?’...세미나가 한창일 무렵, 이담과 지훈은 강성시 고위 관료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중 한 명인 강민준 부시장을 포함해서 두 사람 모두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차림이라, 현장에 있는 기자들조차 그들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다.두 사람이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건 오로지 고승범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였다.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강민준이 이담을 향해 물었다.“심 선생님, 잠깐 따로 이야기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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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지훈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하 대표님의 호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아쉽게도 차를 가져왔습니다.”진혁이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그거 참 아쉽군요.”이담은 지훈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진혁의 차에 올랐다.차 안은 이동하는 내내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숨 막히는 분위기를 견디다 못한 안나가 조심스레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창밖을 내다보던 진혁이 먼저 침묵을 깼다.“세미나는 즐거웠어?”이담이 웃으며 받아쳤다.“아주 즐거웠지. 네 전 여자친구랑 이야기도 나눴거든.”평온하던 진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에 억누르고 있던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그 여자 얘기 꺼내야만 직성이 풀려?”“안 꺼내면, 나랑 이혼해 줄 거야?”진혁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그때 안나가 블루투스 이어폰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말을 듣고 있던 안나가 룸미러로 힐끗 뒷좌석을 살폈다.“대표님, 송유담... 아니, 유담 아가씨가 사모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나를 만나겠다고요?”안나 역시 난감한 기색이었다.“그렇게 전해달라네요. 내일 오전에 뵙자고 합니다.”진혁이 무심하게 잘라 말했다.“안 만난다고...”“만날게요.”이담이 진혁의 말을 가로챘다.“왜 안 만나? 대체 무슨 일로 날 찾는지 궁금한데.”안나는 룸미러로 진혁의 눈치를 살폈다.진혁은 피곤한 듯 콧잔등을 주무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음 날, 이담은 약속 장소로 나가서 유담을 만났다.유담은 그제야 전에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는 미모였으니 진혁이 반할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이담이 의자를 빼고 앉으며 담담히 물었다.“저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죠?”유담은 그제야 자신이 권씨 가문의 아가씨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제 그 누구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허리를 꼿꼿이 세운 유담이 이담의 앞으로 은행 카드를 쓱 밀어냈다.“여기 6억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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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그대로 굳은 채 한없이 가라앉은 진혁의 눈동자와 마주친 이담은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시큰거렸다. 하지만 유담은 고소하다는 듯 입방정을 떨었다.“하 대표님, 방금 저 여자가 자기 입으로 대표님을 안 사랑한다고...”“닥쳐.”진혁의 붉게 충혈된 두 눈에서 섬뜩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꺼져!”조금이라도 늦었다간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 같아서, 유담은 얼른 테이블 위의 카드를 낚아채듯 집어 들고 황급히 룸을 빠져나갔다.이담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절망에 빠진 진혁의 처절한 모습을 애써 외면했다.그녀의 앞에 멈춰 선 진혁이 핏발 선 두 눈으로 억눌린 헛웃음을 토해내며 물었다.“이게 네 진짜 속마음이야?”여전히 시선을 피한 채 이담이 차갑게 내뱉었다.“맘대로 생각해.”“진경훈은 원망스럽지 않아?”이담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되물었다.“내가 진경훈을 왜 원망해?”진혁의 얼굴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한참의 정적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모든 걸 뒤에서 조종한 진경훈은 원망조차 안 하면서, 오직 나 하나만 죽도록 미워하는 거야? 나한테 어떻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어?”멈칫한 이담은 그제야 진혁이 내뱉은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경훈을 향한 원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진혁을 향한 증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실소를 터뜨린 이담이 반박했다.“남이 준 상처랑 남편이 준 상처가 감히 비교나 될까?”“남이 준 상처는 상처도 아니라는 거야?”“그건 전혀 다른 문제야!”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격해진 이담이 따져 물었다.“진경훈이 문초연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네가 그동안 단 한 번만이라도 우리 가족을 위해 나서 줬다면 그 인간들이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었을 것 같아?”“네가 문초연 앞에서 날 어떻게 기만했는지 잊은 거야? 정말 내가 쥐죽은 듯 숨죽이고 살면서, 문초연의 심기를 안 건드리기만 하면 괜찮을 줄 알았어?”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결국 이 지경이 되어버렸잖아!”이담은 흉터가 선명한 오른손 소매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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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한편, 강성 대학병원.입원 병동을 돌며 회진하던 이담이 환자의 상태를 차트에 기록하고 있을 때, 다가온 간호사 한 명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심 과장님, 36번 환자분이 아무리 말려도 듣질 않으시고 굳이 목발을 짚고 아내분을 보러 가셨습니다.”36번 환자가 송인성이라는 걸 떠올린 이담이 펜 끝을 멈칫하면서 물었다.“아내분도 입원하셨나요?”“네, 정형외과 쪽에 계신 것 같습니다.”차트를 덮은 이담은 난감해하는 간호사를 다독였다. “제가 가서 모시고 올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감사합니다, 심 과장님.”스테이션으로 걸음을 옮긴 이담은 내선 전화로 송미연의 병실을 확인한 뒤 곧장 정형외과 병동으로 향했다.이담은 간호사로부터 그녀가 계단에서 구르는 바람에 좌측 다리에 분쇄 골절을 입고 골반까지 어긋난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 구급차에 실려 왔을 당시 곁에는 보호자조차 없었다고 하니, 아마 정신을 차린 송미연이 직접 송인성에게 연락을 취한 모양이었다.병실 앞에 다다른 이담이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안에서 송미연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내가 열 달이나 품어 낳은 내 새끼가, 하루아침에 남의 집 핏줄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벼락 맞을 소리냐고요!”몰라보게 수척해진 송인성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 내 탓이지...”이담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서자, 흠칫 놀란 송인성은 이내 시선을 바닥으로 떨군 채 생각에 잠겼다.이담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주의를 주었다.“송인성 환자분, 아직 입원 치료 중이시라 무단으로 병실을 비우시면 안 됩니다. 위에 보고되면 보험 처리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어요.” 당황한 송미연이 다급히 변명했다. “제가 오라고 떼를 써서 그래요, 심 선생님. 지, 지금 당장 돌아가라고 할게요.”송인성이 간절히 애원했다.“아내 곁에 아무도 없어서 그래요. 딱 10분, 10분만 있다가 바로 병실로 돌아갈게요.”“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고 제가 다 감당할 테니까, 제발 10분만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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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병상으로 다가간 송인성은 미처 앉기도 전에 그대로 멈췄다.한참 뒤 침대 가장자리에 천천히 앉았지만, 이담을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송인성의 앞으로 다가간 이담이 입을 열었다.“환자분, 송리촌 부근에서 일어났던 납치사건에 대해 알고 계시죠? 그때 마을로 도망쳐 온 두 아이를 본 것도 아저씨고요.”“그건...”이담과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송인성은 그저 식은땀만 흘렸다.“그때 아저씨가 본 여자아이, 연노란색 상의에 하얀색 멜빵바지를 입고 있었죠?”오랫동안 침묵하던 송인성은, 유담의 일로 양심의 가책과 불안감을 느낀 탓인지 마침내 고개를 들고 무겁게 입을 뗐다.“그 아이가 심 선생님일 거란 걸 진작 눈치챘어야 했는데.”깊게 숨을 들이마신 이담이 물었다.“그럼 제가 정신을 잃기 전에 살려달라고 매달렸던 사람이 환자분이였군요?”“그렇습니다.”송인성이 자책하며 고개를 떨구었다.“미안합니다. 우리 집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그 돈의 유혹을 차마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딸아이가 하 대표의 은인 행세를 하는 걸 허락한 것도 다 제 탓입니다.”“그 돈만 받으면 가난에서 벗어나, 시내에 번듯한 집 하나 장만해서 우리 식구 오순도순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눈물을 훔쳐낸 송인성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제 딸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두 주먹을 꽉 쥔 이담은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나와 마을 사람을 마주쳤을 때의 벅찬 감격과 안도감이 떠올랐다. 그때는 드디어 행운이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살려달라고 목이 터져라 외친 끝에 마침내 누군가 다가왔다. 애타게 구조를 요청하며 자신의 이름과 집 주소를 말한 이담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깨어났을 때는 병원이었고, 당시 이윤정은 하빈을 데리고 이담의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이윤정은 엽전 팔찌가 없어졌다는 이담의 말에 목숨을 건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었다.그 팔찌가 이윤정이 준 부적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담은 당시 한참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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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이담은 병실을 뛰쳐나와 복도 끝으로 달려갔다.지훈이 등 뒤에서 그녀를 불렀지만, 이담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미간을 찌푸린 지훈이 송인성의 병실 안을 힐끗 들여다보았다. 송인성 역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끔찍한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었다.지훈이 비상구 계단으로 다가갔을 때, 계단에 웅크려 앉은 이담은 숨죽인 채 울고 있었다.입술을 오므린 지훈이 그녀에게 다가갔다.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자, 이담은 황급히 눈물을 훔쳐내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뒤에 선 사람이 지훈임을 확인한 이담이 당황한 듯 갈라진 목소리로 불렀다.“고... 고 선생님.”“울었습니까?”이담은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르며 애써 부인했다.“안 울었습니다.”“거짓말.”이담의 손을 떼어내며 잔뜩 붉어진 눈가를 쳐다본 지훈이 덧붙였다.“우는 소리, 다 들었습니다.”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이담에게,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춘 지훈이 부드럽게 물었다.“대체 무슨 일입니까?”입술을 꾹 깨물고 한참을 침묵하던 이담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만약 고 선생님의 친부모가 자기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엉뚱한 사람을 자기 핏줄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저라면 당장 가서 진실을 밝히겠습니다.”“만약 그분들이 안 믿어주시면요?”“요즘 세상에 유전자 검사라는 확실한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말은 안 믿어도 증거는 믿겠죠.”눈꺼풀만 미세하게 떨릴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담을 보면서, 뭔가 알아차린 듯 눈을 가늘게 뜬 지훈이 물었다.“설마 권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딸을 찾았다는 그 일 말입니까? 권씨 가문이 찾은 그 딸이 가짜라는 뜻인가요?”“그렇게 서럽게 우신 이유가, 권씨 가문과 관련이 있어서... 아니, 혹시 심 선생님이 권씨 가문의 진짜 딸인 겁니까?”자신의 손목을 감싸 쥔 채 이담이 대답했다.“저도 제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어요.”불쑥 실소를 터뜨린 지훈이 덧붙였다.“심 선생님, 너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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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주말 오전 비행기로 경성시에 도착한 이담은 곧바로 호텔에 체크인했다.소연에게는 잠시 경성시에 다녀올 일이 생겼으니 밤에 자신을 기다리지 말라고 메시지를 남겼다.객실에 들어서서 카드 키를 꽂자, 굳게 닫혀 있던 커튼이 스르르 열리면서 어두웠던 공간이 순식간에 환해졌다.‘경성에는 두 번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그때 핸드폰이 울리며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경성시에는 잘 도착했어?][네, 방금 도착했어요.][일단 푹 쉬어. 오후에 데리러 갈 사람을 보낼게.][알겠어요.]이담은 고개를 들어 창밖으로 우뚝 솟은 빌딩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모처럼 경성시에 왔으니 내친김에 그 일도 마저 처리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오후가 되자 은호가 보낸 차가 호텔 앞으로 도착했다. 이담을 데리러 온 강준이 차 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건넸다.“이담 씨, 또 뵙네요.”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오른 이담이 대답했다.“그러게요.” 차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강준은 조만간 용주시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뵐 기회가 흔치 않을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그 말을 들은 이담이 놀란 듯 되물었다. “그렇게 빨리요?”“드디어 둘째 아가씨를 찾았으니, 어르신께서도 하루빨리 본가로 데려가 호적에 올리고 싶어 하십니다.”그 말에 입술을 꾹 다문 이담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차는 HJ병원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고급 저택 앞에 멈춰 섰다.강준의 설명에 따르면, 권은석이 거액을 들여 임대한 저택인데 김미영이 당분간 이곳에서 요양할 예정이라고 했다.저택 안으로 들어선 이담과 강준은 고용인의 안내를 받아 김미영의 침실로 향했다.문 쪽을 돌아본 은호가 김미영을 부축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어머니, 누가 왔는지 보세요.”멍하니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담을 발견한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김미영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며 외쳤다. “우리 아가!”예전엔 김미영이 자신을 ‘아가’라고 부를 때마다 그저 딸을 잃은 충격에 착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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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은호를 마주 본 이담이 입을 열었다.“오빠, 사실 저...”“도련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류를 든 경호원이 다가와 이담이 하려던 말을 끊었다.은호가 이담을 힐끗 보며 사과했다.“미안.”이담이 가볍게 웃어 보였다.“괜찮아요.”서류를 건네받은 은호는 한쪽으로 비켜서서 봉투를 열고 유전자 검사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은호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결과지가 구겨지도록 꽉 움켜쥐었다.경호원의 표정에서 대략적인 내용을 눈치챈 이담이 그에게 다가갔다.“오빠...”결과지를 훑어내린 이담은 미세하게 안색이 굳어지면서 눈썹을 찌푸렸다.‘어떻게 이럴 수가?’결과지를 다시 집어넣고 이담을 바라본 은호가 부탁했다.“나 잠깐 나갔다 올 데가 있어서. 이담아, 어머니 좀 부탁할게.”정신을 차린 이담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은호와 경호원이 자리를 뜬 후 시선을 아래로 떨군 이담은, 유전자 일치율 99.99%라는 결과에 속으로 생각했다. ‘송유담이 정말 권씨 가문 핏줄이라고?’‘내가 착각한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똑같은 엽전 팔찌가 두 개인데, 그저 송유담의 것과 겹친 것뿐일까?’“우리 아가!”작은 상자를 품에 안은 김미영이 강준과 함께 황급히 돌아왔다.이담이 고개를 돌리자, 김미영이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고 뚜껑을 열었다. 안에는 따로 숨겨둔 귀중품들과 골동품 서화까지 가득했다.강준이 멋쩍은 듯이 뒷머리를 긁적였다.“사모님께서 아주 전재산을 다 내어주시려나 봅니다.”“아가, 이리 와 봐. 이 중에 또 마음에 드는 거 없어?”김미영이 해맑게 웃으며 다정하게 대할수록 이담의 마음은 미어지듯 아팠다.‘난 또 내가...’“아가, 기분이 안 좋아?”뭔가 눈치챈 김미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담의 뺨을 감싸 쥐며 물었다.“누가 우리 아가를 화나게 했어?”웃음을 터뜨린 이담이 달랬다.“아무도 화나게 안 했어요. 이거 다 어머님 보물인데 제가 덜컥 가져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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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욕을 먹은 유담이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맞받아치려던 순간, 권은석과 고용인이 방으로 들어왔다.“여보!”다급히 뛰어든 권은석은 이담에게 인중의 지압을 받고 있는 아내를 보자 어쩔 줄 몰라 했다.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유담이 권은석의 팔을 잡아끌면서 소리쳤다.“아빠! 저 여자가 엄마를 해치려고 했어요! 엄마 보석을 탐내고 몹쓸 짓을 한 거라고요!”미간을 찌푸린 권은석이 침대 위에 널브러진 보석들을 내려다보았다. 김미영은 평소 이 귀중품들을 남에게 함부로 내보이는 법이 없었다. 오직 아가에게만 주겠다며 애지중지 아끼던 것들이었다.“내 아내에게 무슨 짓을 한 거요?”성큼성큼 다가가 이담을 거칠게 떼어내려던 권은석은, 이담이 고개를 드는 순간 멈춰 서고 말았다.김미영의 젊은 시절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는 이담의 얼굴을 보자, 손에 들어갔던 힘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풀려버린 것이다.잠시 넋을 잃고 있던 권은석이 유담을 돌아보았다. 유담의 외모는 아내와는 완전히 딴판이었고 자신과도 전혀 닮지 않았다.“회장님, 저는 의사입니다. 사모님은 갑자기 쓰러지신 것뿐입니다. 아가씨 말처럼 제가 해코지를 한 게 아닙니다.”권은석의 흔들리는 눈빛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이담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게다가 은호 오빠가 절 데려왔고, 사모님과도 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강 비서나 은호 오빠에게 물어보시죠.”“어디서 개수작이야?”코웃음을 친 유담이 쏘아붙였다.“강성시 촌구석의 의사 주제에 우리 오빠랑 엄마를 안다고?”이담이 받아쳤다.“송유담 씨, 머리가 어떻게 된 거면 정신과에 가서 진료나 받아봐요.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당장 강 비서나 은호 오빠한테 물어보든가.”“당신...”말문이 막혀 사색이 된 유담이 권은석의 팔을 잡으며 매달렸다.“아빠, 저 여자가 저 열받게 하려고 거짓말하는 거예요! 다 거짓말이라고요!”주먹을 꽉 쥔 채 권은석은 생각했다. 어떻게 되찾은 딸인데, 억울하게 당하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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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표정이 어두워진 유담이 입을 열었다.“당신...”“하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뺏고 싶으면, 최소한 하 대표가 이혼할 때까지는 기다려야죠.” “그때 가서 둘이 촛불 켜놓고 밥을 처먹든 배가 터져 죽든 제 알 바 아니니까요.”처음부터 끝까지 진혁의 눈치 따윈 살피지 않고 할 말만 차갑게 쏘아붙인 이담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눈시울이 붉어진 유담이 억울하다는 듯 콧소리를 냈다.“하 대표님, 사모님은 어쩜 저렇게 천박하신 거예요?”“내 아내가 천박하다면 넌 뭐지?”싸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유담을 쏘아보면서 진혁이 묻자 유담은 당황했다.“네?”진혁은 더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차갑게 몸을 돌렸다.유담을 힐끗 보더니 혐오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은 안나가 쏘아붙였다.“문초연 흉내를 내고 싶으면, 그 여자 여우짓부터 제대로 배우고 오시죠. 멍청하긴.”유담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채 소리 질렀다.“비서년 주제에 감히 날 무시해?”그 시각, 2층 창가에 서서 정원에서 벌어진 모든 소란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권은석에게 등 뒤에서 고용인이 조심스레 보고를 올렸다.“어르신, 심 선생님은 도련님이 모시고 온 손님이 맞습니다.” “게다가 사모님께서 심 선생님을 아주 끔찍이 아끼십니다. 아가씨보다도 훨씬 더 좋아하셨습니다.”염주를 굴리던 권은석의 손이 그대로 멎으면서 깊은 생각에 빠진 눈빛이었다.유전자 검사 결과가 증명한 친딸이라는 아이는 아내처럼 품위가 있기는커녕, 일거수일투족에서 천박하고 옹졸한 티가 흘렀다.가난한 양부모 밑에서 자란 탓이라면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진짜 자기 핏줄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엄하게 가르쳐서 나쁜 습관을 고치면 그만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정말 그게 다일까?이담의 그 서늘하면서도 꼿꼿했던 얼굴이 떠오르자, 권은석의 머릿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이담이 막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순간, 누군가 거칠게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무방비 상태로 남자의 단단한 품에 부딪힌 이담은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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