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Bab 491 - Bab 500

546 Bab

제491화

권주연은 말속에 담긴 뜻을 눈치채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 어린 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속이 좁다는 거야?”“이담이 말이 틀린 것도 아니잖아.”권은석이 피식 웃었다.“누나는 평소에 선물을 많이 받으니까, 그동안 챙겨 받은 것도 꽤 많겠네?”권주연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왜 갑자기 내 얘기를 꺼내?”“누나가 굳이 인사 선물 하나 가지고 트집을 잡으니까 묻는 거잖아.”권은석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기색이 숨겨져 있었다.“그리고 내 딸이 어떻게 하든 남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이담은 옆에 서서 말없이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살폈다.이 집안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분명 피를 나눈 가족인데도, 이상할 만큼 가족의 정이 느껴지지 않았다.‘사람 사이의 정이란 게 정말 이익 앞에서는 종잇장처럼 얇아지는 걸까?’이담과 달리 은호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마치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계속 침묵하고 있던 남자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은석아, 너는 여전히 말 한마디도 안 지는구나.”“과찬이야.”권회명이 상석에 앉은 권주혁을 바라봤다.“아버지, 넷째가 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잖아요. 이 아이도 은호와 마찬가지로 우리 권씨 집안의 피를 이어받은 가족이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권주혁은 천천히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깊고 묵직한 시선이 이담에게 향했다.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이담을 바라보던 권주혁이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름이 이담이라고 했지? 미영이를 많이 닮았구나. 그래서 네 아버지가 그렇게 너를 감싸는 모양이야.”“이미 권씨 집안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는 한 식구다. 며칠 뒤에 네가 돌아온 걸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자꾸나.”이담은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숙였다.“할아버지 뜻대로 할게요.”권주연은 ‘축하하는 자리’라는 말을 듣자 못마땅한 듯 눈을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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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돌아오는 길.차 안에서 권은석이 호탕하게 웃었다.“아빠는 네가 긴장해서 아무 말도 못 할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당당하게 나설 줄은 몰랐네?”이담은 권은석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아빠랑 오빠 체면을 구기게 할 수는 없잖아요.”“우리야 원래 얼굴에 철판 깔고 사는 사람들이라 괜찮아.”그 말은 이담이 혹시 실수하더라도 뒤에서 어떻게든 수습해주겠다는 뜻이었다.말없이 고개를 숙이면서 이담은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졌다.‘다행이다. 아빠도, 엄마도, 오빠도 정말 나를 사랑해주는구나.’“아, 그리고 이번 연회는 제대로 성대하게 열자.”권은석이 은호를 바라봤다.“은호야, 네 동생을 위한 연회는 네가 맡아.”“네. 조금 있다가 바로 호텔에 연락해서 메뉴부터 정할게요.”은호가 이담을 바라봤다.“원하는 거 있으면 뭐든 말해. 괜히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조용히 말했다.“저는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어요. 그래도 아빠가 성대하게 하라고 하셨으니까, 아빠 뜻대로 크게 해요.”권은석은 이담의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귀에 걸렸다....남산원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이담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 표시에 경성 번호가 떠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이담은 은호에게 전화를 받겠다는 손짓을 하고 한쪽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사진 받았지?]“누구세요?”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했다.[내 목소리도 잊었어? 하긴, 벌써 1년이나 지났으니까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겠네.]그 말투를 듣는 순간 이담은 비로소 누군지 알아차렸다.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하지연? 그 사진은 왜 보낸 건데?”[오빠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았는데, 안 놀랐어?]진혁이 살아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이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난해 크리스마스 밤 이후로 이담은 진혁이 어쩌면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그리고 지금.사진으로 직접 그의 모습을 확인하고, 살아 있다는 말을 다시 듣자, 애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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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이담은 은호의 팔짱을 낀 채 사람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이담은 짙은 사파이어 블루 벨벳 롱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목 부분은 리본으로 묶는 디자인이었다.목덜미에서 늘어진 나비 모양의 리본이 등까지 길게 내려왔고, 잘록하게 잡힌 허리와 몸에 자연스럽게 붙는 세로 라인 덕분에 이담의 몸매가 한층 돋보였다.화려한 보석으로 꾸밀 필요조차 없었다.그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눈부시고 우아했다.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담에게로 향했다.권은석은 술잔을 들고 손님들과 잔을 부딪쳤다.“모두 바쁘신데도 우리 딸의 환영 연회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딸이 이제 막 용주에 돌아와서 아직 이곳에 익숙하지 않으니, 앞으로 사업하는 데도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권 회장님,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앞으로는 저희가 오히려 이담 아가씨나 은호 도련님께 도움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권은석은 시원하게 웃으며 잔을 들어 보였다.은호가 이담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우리 동생이 정말 예쁘긴 예쁘네. 내가 잘 지켜봐야겠어. 눈치 없는 놈들이 꼬이면 곤란하잖아.”이담은 웃음을 터뜨렸다.“여기에 눈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래요?”“내가 괜히 걱정하는 거겠지.”이담은 주변을 둘러봤다.“할아버지는 안 오셨어요?”은호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뭔가 생각하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본가에서 사람이 도착했지만, 온 사람은 셋째 권회명뿐이었다.타지에 있는 권은상을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권회명은 이담을 위해 준비한 선물까지 가져왔다.이담은 선물을 받아들었다.“감사해요, 큰삼촌.”“다 가족인데 뭘 그렇게 격식을 차리니. 할아버지는 오늘 몸이 좋지 않으셔서 참석하지 못하셨단다. 그래서 내가 대신 온 거고.”권회명은 권주혁이 오지 못한 이유만 설명했다.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담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이담이 뭐라고 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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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숨이 막힐 듯한 입맞춤에 취기가 오른 이담은 진혁의 품 안에서 힘없이 늘어졌다.진혁은 코끝으로 이담의 귓불을 살짝 건드렸다.뜨거운 입술이 목덜미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맴돌았다.이담이 진혁의 가면으로 손을 가져가려는 순간, 진혁이 손을 들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고작 키스한 걸로 내 가면을 벗기려고?”이담이 미간을 찌푸렸다.“하진혁, 뭐 하는 거야?”“나를 뭐라고 불렀지?”“하진혁...”그때 거실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양이었다.이담은 재빨리 손을 빼내면서 진혁의 품에서 벗어났다.그리고 흐트러진 드레스를 급히 정리했다.“진 선생님, 여기 계셨군요?”권회명이 가면을 쓴 남자를 부르는 호칭에 이담은 순간 멈칫했다.“진 선생님?”진혁을 바라보던 권회명은 놀란 표정의 이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진혁은 소매 끝을 매만지며 살짝 웃었다.“그냥 잠시 쉴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담 씨를 만났습니다. 이담 씨가 술을 좀 많이 마신 것 같더군요.”이담은 진혁을 가만히 바라봤다.뭔가 생각하는 듯한 눈빛이었다.권회명이 피식 웃더니 이담에게 설명했다.“이분은 X국에서 오신 진유빈 씨야. 내 손님이기도 하고.”진유빈.이담은 웃음이 나올 뻔했다.누가 봐도 진혁이었다.“아, 진 선생님이셨군요.”이담은 진혁을 바라보며 비꼬듯 말했다.“수상하게 숨어 계시길래, 얼굴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무례한 사람이 또 왔나 했어요.”권회명은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진혁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었다.“이담 씨가 오해한 모양이군요. 제 잘못입니다.”이담은 더는 말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진혁은 웃는 얼굴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권회명은 뭔가 눈치챈 듯했지만, 그렇다고 눈앞의 남자가 진혁이라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다만 진유빈이라는 사람이 권은석의 딸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차렸다.이왕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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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환영 연회는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끝났다.손님들도 거의 모두 돌아가고, 남은 직원들만 행사장을 정리하고 있었다.고용인들은 테이블 위에 남은 술잔과 빈 접시를 치우느라 분주했다.권은석은 권회명과 진혁을 배웅한 뒤 안으로 돌아왔다.그때 은호가 입을 열었다.“아버지, 아까 그 사람 말인데요. 아무래도 낯이 익어요.”“누구? 진 선생님?”“네. 하진혁을 닮았어요.”걸음을 멈춘 권은석이 돌아서서 은호를 바라봤다.“무슨 소리야? 그놈은 진작에...”“만약 살아 있다면요?”권은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미간을 찌푸렸다.“그 이야기는 이담이 앞에서는 하지 마라.”“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 하진혁인지 아닌지는, 내가 X국에 사람을 보내 알아보라고 할 테니까.”주계룡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누군가 감히 그의 양아들을 사칭했다 해도 조사해보면 금방 드러날 일이었다....이담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지우고 있었다.입술 화장을 닦아내던 손끝이 입술을 스치자, 계단에서 겪었던 입맞춤이 떠올랐다.숨이 막힐 만큼 강렬했던 그 입맞춤.‘일부러 가면을 쓰고 나를 피한 걸까?’‘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진유빈과 하진혁.분명 같은 사람이었다.그런데 왜 끝까지 자신의 신분을 속이는 걸까?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아가?”그때 김미영이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아가, 뭐 해?”이담이 돌아봤다.“엄마?”김미영은 어딘가에 숨겨두었던 보석함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아가, 환영 연회에는 예쁘게 하고 가야지. 이건 엄마가 숨겨둔 보물들이야. 우리 아가한테 줄 거야.”김미영은 정신이 맑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분명 어제 환영 연회 이야기를 들었고, 혹시라도 증상이 다시 나타날까 걱정해 스스로 참석하지 않았었다.그런데 지금은 그 사실조차 잊어버린 모양이었다.이담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아팠다.어머니가 내민 보석함을 받아 들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정말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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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이틀 뒤.권은석이 사람을 보내 확인해보니, 유빈이 주계룡의 양아들이라는 건 정말 틀림없는 사실이었다.“확실해?”“확실합니다. 주계룡 씨 본인도 인정했습니다.”주계룡 본인에게 직접 확인까지 했으니 거짓일 리 없었다.권은석은 그제야 안심했다.전화를 끊은 뒤 다시 은호에게 전화를 걸어 결과를 알려주면서, 괜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그때 은호는 이담과 함께 밖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권은석의 전화를 받은 은호는 굳이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소식을 듣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은호가 이담을 바라봤다.이담도 마침 고개를 들었다.“오빠, 아직 할 일이 있어요?”“아니. 오늘은 아버지가 회사에 계셔서 나까지 갈 필요 없어.”은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테이블 위에 놓인 간식을 이담 앞으로 밀어줬다.이담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오빠, 저 더 먹으면 돼지가 될지도 몰라요.”이미 꽤 많이 먹은 뒤였다.은호가 웃음을 터뜨렸다.“잘 먹는 게 복이지. 그리고 돼지가 얼마나 귀여운데.”“그렇죠. 귀엽죠.”이담은 젓가락으로 부드러운 돼지고기 한 점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포동포동 살을 찌워서 결국 우리 밥상에 올라오게 되겠죠.”은호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때 강준이 다가왔다.강준이 은호의 귀에 대고 뭔가 속삭이자 은호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인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이담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네.”이담은 고개를 끄덕였다.은호가 강준을 따라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직원 한 명이 이담에게 다가왔다.“이담 씨, 어떤 분이 위층으로 올라와달라고 하십니다.”이담은 잠시 멈칫했다.누군지 대충 짐작이 갔다....이담은 직원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룸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남자의 훤칠한 뒷모습이었다.몸에 딱 맞는 검은색 터틀넥 니트가 넓은 어깨와 탄탄한 허리선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곧게 뻗은 슬랙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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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못 쳐요.”이담은 고개를 돌렸다.진혁이 이담의 손을 잡고 자신을 향해 돌려세웠다.이담이 진혁을 등지고 서자, 진혁은 뒤에서 몸을 살짝 숙였다.“제가 가르쳐줄게요.”이담이 큐를 잡았지만 자세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럴 때마다 진혁이 직접 손을 잡아서 자세를 바로잡아줬다.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인지 분위기가 묘하게 아슬아슬했다.이담은 몇 번이나 정신이 흐트러지면서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진혁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집중해요.”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곧바로 아예 다른 생각을 모두 떨쳐냈다.십 분쯤 지나자 이담도 어느 정도 요령을 익혔다.진혁은 잔에 남은 양주를 비우고 이담을 바라봤다.뜨겁고 깊은 시선이었다.이담이 고개를 돌려 진혁을 바라보는 순간, 진혁의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 쥐었다.이담이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입안으로 짙은 술 향기가 밀려들었다.이담은 밀어내지 않았다.진혁은 한 손으로 이담을 그대로 당구대 위에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이담을 집어삼킬 듯 거칠고 뜨거운 입맞춤이었다이담 역시 그대로 빠져들 뻔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은호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이담은 진혁의 입술에서 간신히 떨어지면서 숨을 몰아쉬었다.“저 가야 해요.”진혁이 조용히 웃었다.하마터면 걷잡을 수 없게 될 뻔한 순간, 전화가 울렸다.전화가 울리지 않았다면 자신도 정말 멈추지 못했을 것 같았다.“내일 봐요.”이담은 대답하지 않았다.곧바로 서둘러 룸을 빠져나왔다.마음을 가라앉힌 뒤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오빠.”[어디 갔어?]“위층에 화장실 좀 다녀왔어요.”은호는 고개를 들었다.이담이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담이 다가오자 은호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아래에도 화장실 있잖아.”이담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사람이 많아서요.”그때 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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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두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권은석이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아무것도 아니다. 네 오빠랑 잠깐 얘기하고 있었어.”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참, 아까 지훈 씨랑 무슨 얘기했어?”권은석은 갑자기 그 일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지훈에 대한 인상은 나쁘지 않았지만 고씨 집안은 자신의 딸이 시집가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집안이었다.이담에게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마음이 생겼다면...권은석은 괜히 마음이 무거워졌다.이담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저한테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했어요. 아빠, 알츠하이머병 표적치료 핵심 기술은 엄마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잖아요. 이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진지하게 말하는 이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권은석은 마음이 씁쓸했다.결국 자신이 부족한 탓에 자식들까지 부모의 일을 걱정하게 만든 셈이었다....한편, 권씨 본가에서는 권주연이 권주혁에게 이담의 혼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다.권주연은 이담을 나씨 집안에 시집보내려고 했다.환영회에 참석했던 나천희가 돌아간 뒤에도 이담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었고, 이미 나씨 집안 사모님이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이담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권주혁은 그 말을 듣더니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렸다.“나씨 집안에서는 원래 여름을 시집보내려고 했던 것 아니냐?”권주연은 고개를 숙인 채 아쉬운 듯 웃었다.“나천희가 결국 여름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잖아요.”“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는 네가 더 잘 알겠지.”권주연의 표정이 굳어졌다.“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권주혁은 글씨를 쓴 종이를 들고 천천히 감상했다.“넷째 딸의 혼사는 내가 알아서 정할 거다.”“나씨 집안에서 끼어들 일이 아니야.”권주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옆으로 내린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권주혁은 더는 설득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적당한 핑계를 대며 그녀를 밖으로 내보냈다.권주연은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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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겉으로는 자주 만나라는 말이었지만, 사실상 이담에게 눈앞의 남자에게 잘 보이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잘못하다가는 언젠가 딸을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겠다며, 제멋대로 혼사를 정할지도 모를 일이었다.하지만 이담도 알고 있었다.권씨 집안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단호하게 거절했다가는 아버지와 오빠까지 곤란해질 수 있었다.다행히 상대가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적당히 맞춰주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다.“알겠어요.”이담이 순순히 대답하자 권주혁은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권회명은 찻잔을 내려놓고 이담을 바라봤다.“조금 있다가 회사에 갈 건데, 너도 같이 가자.”이담은 그저 웃기만 했다....진혁이 TO테크를 인수한 뒤에도 회사 내부에서는 회장이 바뀌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그 뒤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급여와 복지까지 그대로 유지되자, 기존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이날 인사팀장은 진혁과 이담, 권회명에게 회사 곳곳을 안내하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은 권씨 집안의 셋째였고, 또 한 사람은 새 대표였다.인사팀장은 신이 난 듯 회사 곳곳을 지나치게 열성적으로 소개했다.그리고 당연히 이담은 진혁의 비서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다른 부서까지 둘러본 뒤 권회명이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진 선생님, 전화 좀 받고 올게요.”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권회명이 자리를 떠나자 그곳에는 이담과 진혁만 남았다.순간 분위기가 미묘해졌다.이담은 그 자리에 서서 멀리 있는 화분을 바라봤다.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자신을 향한 진혁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보지 마.”이담이 고개를 돌리면서 진혁의 시선을 피했다.진혁의 눈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큰삼촌이 우리 둘만 있게 해주려고 일부러 자리를 비운 모양인데.”이담은 팔짱을 끼고 남자를 바라봤다.“당신이 뻔뻔하게 부탁한 거 아니었어?”“그건 오해인데. 난 부탁한 적 없어.”이담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입술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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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진혁은 이담을 본가까지 데려다줬다.이담이 차에서 내리자, 마침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오는 은호가 보였다.이담은 차문을 닫으려다 멈칫했다.“오빠?”은호의 시선이 운전석에 앉아 있는 가면 쓴 남자에게 향했다.은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이담은 은호에게 다가갔다.“오빠, 어떻게 본가에 왔어요?”“아버지가 네가 혼자서도 잘 해내길 바라시는 건 알지만, 그래도 걱정이 돼서.”은호는 말을 마친 뒤 차 안의 남자와 시선을 마주쳤다.그리고 다시 물었다.“그런데 진 선생님이 어떻게 우리 이담이랑 같이 있어요?”진혁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대답했다.“그건 권씨 집안 어르신께 물어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은호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무슨 뜻인지 대충 알아들은 듯했다.“이담 씨는 무사히 데려다드렸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진혁은 천천히 창문을 올린 뒤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은호는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뒀다.“저 사람, 너한테 이상한 짓 한 건 아니지?”이담은 잠시 멈칫하다 고개를 저었다.“오빠, 전 괜찮아요.”그러고는 다시 물었다.“오빠는 저 사람 정체를 알아요?”이담이 물은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오빠가 진혁의 정체를 눈치챈 건지.아니면 진유빈이라는 사람의 신분을 알고 있는 건지.은호는 이담을 바라봤다.자기가 보기에도 진혁과 너무 닮았는데 이담은 오죽할까?잠시 뒤 은호가 난처한 듯 말했다.“그 사람이 아니야.”이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아버지가 사람을 보내서 철저하게 확인했어. 저 사람은 정말 주계룡의 양아들이래.”“그런데 얼굴이...”“이담아.”은호가 말을 끊었다.“저 사람은 하진혁이 아니야.”은호 역시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정말 아니기를 바랐다.이담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알겠어요.”은호는 강준에게 이담을 남산원까지 데려다주라고 한 뒤, 혼자 권주혁의 서재로 향했다.권주혁은 고개를 숙인 채 신문을 읽고 있었다.그때 문밖에서 고용인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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