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Bab 511 - Bab 520

546 Bab

제511화

‘이 남자...’이담이 답장을 보냈다.[내가 기억력이 좀 안 좋아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1분쯤 지나자 진혁에게서 서운해하는 이모티콘이 날아왔다.“이담 씨, 바로 이 룸입니다.”직원의 목소리에 이담은 정신을 차렸다.핸드폰을 챙겨 넣고 조심스레 룸 문을 열었다.안에는 김혜선 외에도 젊은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어딘지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자세히 바라본 순간, 이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지난번 연회에서 자신에게 치근덕대던 그 이상한 남자였다.“이담 씨, 편하게 앉아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김혜선이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남자의 노골적인 시선이 불편했지만, 이담은 김혜선의 호의를 거절하기 어려워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저희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으시다니, 좀 의외네요.”“우리 나씨 집안하고 권씨 집안은 꽤 각별한 사이랍니다.” “이담 씨는 용주시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어차피 앞으로는 우리도 한 가족이나 다름없을 테니까요.”이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한 가족’이라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이쪽은 내 아들 나천희예요. 전에 본 적 있죠?”김혜선의 소개에 이담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그러고는 자신을 빤히 훑어보는 남자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짧게 대답했다.“네, 본 적이 있어요.”멀쩡한 사람이라면 초면에 대놓고 남을 뚫어져라 쳐다보진 않는다.그런데 저 남자는...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이담의 가슴 한구석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김혜선이 계속 말을 이어가는 틈을 타서, 이담은 테이블 아래로 몰래 핸드폰을 꺼냈다.그러고는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면서, 재빨리 자신의 현재 위치를 전송했다.“엄마, 음식은 아까 다 주문했잖아요. 이담 씨도 배고플 텐데, 얼른 내오라고 좀 하세요.”천희가 짜증스럽게 재촉했다.김혜선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어머, 미안해요. 얘기하는 데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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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무슨 선을 넘었다는 겁니까? 어차피 한 가족이 될 텐데, 미리미리 알아가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이담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소리죠?”“고모님이 아무 말씀 안 하셨나 보네. 이담 씨, 나한테 시집오기로 약속돼 있거든요.” “우리 어머니도 이담 씨를 마음에 들어 하셨고, 저 역시 이담 씨가 꽤 마음에 든단 말입니다.”징그럽게 웃으면서, 천희는 의자를 끌어당겨서 이담의 옆으로 바싹 다가앉았다.이담은 본능적으로 의자를 뒤로 빼며 거리를 벌렸다.노골적으로 피하는 기색에도 천희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여자들 체면 차리는 거, 나도 다 압니다. 하지만 걱정 말아요. 지금 여긴 우리 둘뿐이니까, 나랑 한번 잘해봅시다.”“나천희 씨. 저도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이담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혐오감이 스쳤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이담은 그대로 룸을 빠져나가려고 했다.그런데 문손잡이를 잡고 열려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문밖에서 누군가 손잡이를 꽉 틀어쥐고 있었다. 안에서 아무리 힘껏 당겨도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단단히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은 이담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당장 문 열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천희가 느긋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경찰이 남의 집안일에 뭐 하러 끼어듭니까? 괜히 힘 빼지 말아요.”기가 막힌 이담이 헛웃음을 터뜨리며 천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당신 진짜 미쳤어요? 내가 왜 당신 가족인데! 이건 명백한 불법 감금이에요. 경찰은 둘째 치고, 우리 아버지나 오빠가 알면 당신들 절대 가만 안 둘 거예요!”“그 사람들이 알 때쯤이면 이미 늦었을 텐데?”천희의 얼굴에서 가식적인 미소가 싹 걷혔다.“당신은 이미 내 여자가 되어 있을 텐데, 대체 뭐가 문제겠어?”말이 끝나게 무섭게 천희가 짐승처럼 이담을 향해 달려들었다.이담은 재빨리 몸을 피하면서, 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천희가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섰다.그런데 몇 걸음 뛰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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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진혁은 재빨리 이담을 받아서 품에 꼭 끌어안았다.이를 악문 남자의 손등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었다.바닥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천희를 차갑게 내려다본 뒤, 진혁은 이담을 안아 올리며 뒤에 있던 사람에게 짧게 지시했다.“깔끔하게 처리해.”이담을 안고 차 안으로 돌아왔을 때, 이담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두려움인지 약 기운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 탓인지 몰랐다.미간을 찌푸린 진혁이 재빨리 재킷을 벗어 이담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그러다 손가락이 이담의 손에 스쳤다. 차가운 체온이 느껴지는 순간 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하지만 이담을 마주 본 순간 눈빛은 저도 모르게 조금 부드러워졌다.“일단 여기서 데리고 나갈게.”그때 이담이 불쑥 진혁의 소매를 꽉 붙잡았다.아니, 잡아당기는 것에 가까웠다.“나, 나 좀 이상해.”진혁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병원으로 가자.”“그게 아니라...”이담은 소매를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온몸이 얼어붙은 것처럼 추웠고, 당장이라도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녹이고 싶었다. 하지만 진혁에게 기대자 증상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온몸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간지럽고 괴로웠다. 긁을 수도 없이 미칠 듯 불편한 기분에 이담이 진혁의 귀 가까이 다가가자, 진혁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이담의 몸은 차가웠지만, 입술과 코에서 느껴지는 숨결은 델 듯이 뜨거웠다.진혁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상태만 봐도 약을 먹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당장이라도 돌아가서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담이 계속 가만히 있질 못하자, 진혁은 어쩔 수 없이 품에 꼭 끌어안았다.“일단 병원부터 가자.”이대로 계속 곁에 두다가는 자신마저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았다.“싫어.”이담이 진혁의 옷깃을 움켜쥐더니 이내 다리 위로 올라탔다.순식간에 두 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었다.이담이 진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해독제 줘.”진혁이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확실해?”“설마 겁이라도 난...”말이 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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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그뿐만이 아니었다.권주연도 덩달아 따라와서는 도와주는 척 나섰다.“사모님, 분명 오해가 있는 걸 거예요!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차근차근 이야기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어요?”권은석이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갑자기 우리 집까지 찾아온 이유가 뭡니까?”김혜선은 이담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어젯밤의 온화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그건 따님한테 물어보시죠. 어젯밤 우리 아들이랑 단둘이 있었는데, 갑자기 애를 때려서 머리를 피투성이로 만들어 놨어요!” “지금 우리 아들이 병원에 누워 있다고요! 이 일 제대로 해결 안 하면, 권씨 집안 본가까지 찾아가서 직접 따질 겁니다.”권은석이 이담을 돌아보았다. 이담은 태연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뭔가 오해가 있는 거 아닙니까?”자기 딸이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렸을 거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김혜선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오해가 있든 없든, 남의 아들 머리를 쳐서 피투성이로 만든 게 잘한 짓인가요?”권은석이 입을 다물자, 곁에 있던 권주연이 슬며시 웃으며 거들었다.“은석아, 애들끼리 부딪치다 보면 오해도 생길 수 있지. 그래도 이담이 사람을 때린 건 사실인 모양이니, 사모님한테 사과는 해야 하지 않겠어?”“내 딸이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린 게 맞다면, 당연히 내가 직접 나씨 집안에 사과하라고 할 거야.”김혜선의 표정이 굳어졌다.“권 회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이미 벌어진 일이니 전후 사정을 반드시 확인하겠습니다.” “오해가 있든 없든 두 아이 사이에 일어난 일이니, 일단 진정하시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부터 해봅시다. 그래야 양쪽 다 억울한 사람이 없을 테니까요.”권은석이 차분하게 대응하자 김혜선은 더욱 울화가 치밀었다.“지금 다친 건 우리 아들이에요! 댁의 딸이 아니라요!”“설마 내 딸이 다치기를 바랐다는 겁니까?”“당신 정말!”“은석아!”권주연이 권은석의 곁으로 다가와서 말을 가로막았다.“나씨 집안하고 이렇게까지 척을 질 필요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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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아니요.”이담이 고개를 저었다.“제가 몸이 불편하다고 하니까 천희 씨가 그냥 가라고 했어요. 밖으로 나왔을 때 마침 진 선생님을 만났고, 그때 갑자기 정신을 잃었어요.” “눈을 떠보니 호텔에 저 혼자 있었고요. 나중에 알아보니 진 선생님이 저를 데려다주셨더라고요.”“너, 너 거짓말하는 거지! 그럴 리가 없어!”김혜선은 이담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말을 꾸며낼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담의 말에는 나름대로 앞뒤가 맞는 구석이 있었다.“어젯밤 CCTV에 네가 나가는 모습이 안 찍혔을 것 같아?”김혜선이 윽박질렀지만, 이담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차분했다.어젯밤 이담은 잠시 정신을 차린 적이 있었다. 진혁은 이미 사람을 시켜서 자신과 이담이 함께 찍힌 CCTV 영상을 빼돌리라고 지시해둔 상태였다. 김혜선이 지금 당장 CCTV를 뒤져본다 한들, 온전한 영상을 찾아낼 수는 없을 터였다.권주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화가 나고 초조했지만, 그렇다고 이담에게 억지로 사실을 인정하라고 몰아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어젯밤 천희에게 건넨 약은 권주연 자신이 직접 준비한 것이었다. 천희의 성격상 약을 손에 넣었다면 반드시 썼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일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계획이 실패한 것도 모자라, 이담이 이렇게까지 입을 싹 닦고 모른 척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됐습니다!”권은석도 화가 잔뜩 나 있었다.“내 딸은 할 말을 다 했습니다. 애초에 내 딸이 어젯밤 당신들과 식사하다가 왜 쓰러진 건지 아직 묻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쪽에서 내 딸한테 따지고 있지 않습니까!”밥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니, 세상에 이런 우연이 어디 있겠는가?“권은석 씨, 아주 대단하네요!”김혜선이 삿대질을 하며 매섭게 노려보았다.“두고 봐요.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결국 김혜선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대며 자리를 떠났다.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담을 바라보던 권주연은 마침 이담과 시선이 얽히자,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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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민아가 남은 커피를 들고 다가와서 이담에게 건넸다.“이건 새언니 거예요.”이담이 웃으며 커피를 받아 들었다.“이번에는 설마 여행 온 건 아니죠?”민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더니 어색하게 시선을 피하며 억지로 웃었다.“오빠 일은 이미 알고 계신 거죠?”이담이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따지고 들 생각은 없었다.“진작에 눈치챘어요.”민아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럼 이번에는요? 이번에도 용주시에 놀러 온 거예요?”민아는 그제야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이번에는 사람을 소개해주러 온 거예요!”“소개요?”“그렇죠.”민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투자자가 필요하잖아요. 마침 제가 정말 대단한 분을 한 분 알고 있거든요. 그분이 마음에 들어 하시면 무조건 성사될 거예요.”이담이 미간을 찌푸리자 민아가 얼른 설명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진혁 오빠 아니에요. 그분은 경성시에서 우리 이씨 집안은 물론이고, 제 이모부와 마동순 회장님까지도 어느 정도 존경하는 분이에요.”“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에요?”이담은 선뜻 믿기지 않았다.경성시에서 마동순까지 신경 써야 할 만큼 영향력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이담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민아가 뭔가 떠올랐는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말을 이었다.“그분은 신분이 좀 특별해요. 신분을 공개하기도 어렵고, 사업 쪽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분이에요.” “대신 예술 후원이나 의료, 공익 활동은 꽤 많이 참여하고 있어요. 저는 그냥 소개만 해드릴 뿐이고, 프로젝트 이야기는 새언니가 직접 설득해야 해요.”이담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이렇게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워요. 나머지는 저희가 직접 노력해볼게요.”...나천희는 머리를 맞았지만 그나마 가벼운 뇌진탕에 그쳤다.병원으로 옮겨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되찾았다.한편, 권씨 집안에서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던 김혜선은 병원으로 돌아온 뒤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김혜선이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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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날이 어두워질 무렵, 이담은 직원들과 건물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주차장으로 향했다.주차장 통로의 센서등이 하나둘 켜졌다.무심코 고개를 든 이담은 눈앞의 사람을 알아보고 우뚝 걸음을 멈췄다.진혁이 이담의 차 보닛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다.남자는 가슴 앞으로 두 팔을 모은 채, 이담을 묵묵히 응시하고 있었다.겉보기에는 한가로워 보였지만, 묘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풍겼다.그날 밤 이후, 이담은 진혁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렇지 않은 척 그저 하룻밤의 실수라고 치부해야 할지, 아니면 아예 없던 일처럼 넘겨야 할지...그런데 다행히도 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날 밤 일, 설명할 생각 없어?”이담은 순간 멍해졌다.“내가 무슨 설명을 해야 하는데?”“당신이 직접 말했잖아.”진혁이 불쑥 이담에게 다가왔다.“내가 별로였다고.”이담은 할 말을 잃었다.‘결국 그 말 때문에 따지러 온 거네...’진혁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그날 밤엔 꽤 괜찮았던 것 같은데.”이담의 얼굴이 순식간에 확 달아올랐다. 본능적으로 진혁을 피하면서 옆으로 지나가려고 했다.그 순간, 진혁이 손을 살짝 잡아당겼다.이담의 몸이 가볍게 그의 품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부끄러운 줄은 아나 보네. 쪽지 남겨놓고 갈 때는 그렇게 당당하더니.”이담이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맞받아쳤다.“당신의 그 뻔뻔함에 비하면, 쪽지 한 장 남긴 건 아무것도 아니지.”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이담은 재빨리 품 안에서 빠져나왔다.“그날 밤, 내가 그 룸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당신이 나한테 위치를 보냈잖아.”“나는 분명...”말을 내뱉던 이담이 멈칫했다.그러고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내서 그날 밤의 메시지 기록을 확인했다.이틀 동안 핸드폰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이담은 그제야 자신이 주소를 보낸 상대가 은호가 아니라 진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연락처 목록에서 진혁과 은호의 이름이 바로 위아래에 나란히 붙어 있었던 탓이다.이담은 당연히 은호에게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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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이담과 은호가 거실로 들어섰다.이담은 권주혁 곁에 있는 소파를 힐끗 바라보았다.역시나 김혜선과 천희도 와 있었다.천희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환자복 위에 겉옷만 대충 걸친 모습이었다.이담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천희의 얼굴에는 짙은 원망의 기색이 스쳤다.이담은 두 사람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그러다 권주혁 옆에 앉은 중년 여자를 발견했다.권주연과 비슷한 나이로 보였는데, 권주혁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설마 저 여자가 할아버지께서 새로 맞은 아내인가?’“이 아이가 넷째의 딸인가 보네. 아쉽게도 환영회 날에는 주남이하고 지방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아직 우리 넷째의 딸한테 줄 선물도 준비를 못 했네.”구윤슬이 웃으며 말했다.은호와 이담은 자리에 앉았다.“동생 대신에 선물은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런데 막내 삼촌은 같이 안 오셨어요?”구윤슬이 대답했다.“원래 자유로운 사람이잖니. 이런 다툼에 끼어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됐습니다. 지금 권씨 집안끼리 안부나 묻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김혜선은 기다리다 지쳤는지 찻잔을 내려놓고 권주혁을 바라봤다.“어르신, 이제 저희 나씨 집안 쪽에도 설명을 좀 해주시죠.” “댁의 손녀가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생때같은 우리 아들 머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이 일은 공정하게 처리해 주셔야죠.”권주혁은 서두르지 않고 테이블 위 값비싼 다구를 만지작거렸다.그러다 은호를 쳐다보았다.“은호야, 네 생각은 어떠냐?”권주연과 권서안의 시선도 은호에게 쏠렸다.구윤슬 역시 마찬가지였다.은호는 이담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낸 뒤 입을 열었다.“나씨 집안은 참 뻔뻔하시네요. 제 동생에게 약을 먹이고 억지로 덮치려 했던 짓은 차치하고라도, 이제 와서 권씨 집안에 공정한 해결을 요구하십니까?” “그럼 제 동생이 당할 뻔한 일은 누가 책임질 건가요?”천희의 눈동자가 순간 심하게 흔들렸다.하지만 김혜선은 여전히 태연한 얼굴이었다.“우리가 약을 먹였다고요?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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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김혜선과 천희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특히 머리를 크게 다친 천희는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천희는 이담을 아내로 들인 뒤 제대로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담이 이미 결혼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듣자 영 내키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자니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김혜선은 완전히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더 이상 겉으로라도 태도를 꾸밀 생각조차 없었다.“어르신, 대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희 나씨 집안은 이대로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우리 아들은 초혼이에요! 그런데 이혼한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라니, 남들이 알면 얼마나 비웃겠습니까?”권주혁의 표정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굳어졌다.“나씨 집안이 손해 보기 싫은 것처럼, 우리 권씨 집안이라고 손해를 보고 싶겠소?”“하지만 어르신 손녀가 내 아들을 때렸잖습니까!”권주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권서안이 평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입을 열었다.“그건 당신 아들이 먼저 이담이한테 약을 먹였기 때문 아닙니까? 나씨 집안이 우리 권씨 집안 사람을 함부로 괴롭힐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요.”권주연이 놀란 얼굴로 권서안을 쳐다보았다.그러고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찔렀다.하지만 권서안은 권주연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그저 구윤슬만 빤히 바라보았다.구윤슬은 그 시선과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숙였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이담 역시 권서안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 뜻밖이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갈무리했다.화가 치민 김혜선은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당신이 언제 우리 아들이 약 먹이는 걸 보기라도 했어요?”“그런 약을 구한 적이 있는지 조사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죠.”권서안은 굳이 더 따지고 들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렇다면 이번에는 나씨 집안에서 저희 쪽에 제대로 해명을 해주셔야겠네요.”은호가 여유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김혜선의 얼굴이 시퍼렇게 굳어졌다.김혜선은 입술을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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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이담은 남산원으로 돌아왔다.차에서 내린 이담은 무심코 정원 한쪽에 있는 돌 정자를 바라보았다.정자 안의 화초는 정원사가 깔끔하게 손질해 둔 상태였다.백색 무늬가 들어간 대리석 벽과 어우러져서 싱그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정자에 앉아 누군가를 맞이하고 있는 김미영의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곁에서 고용인이 차를 따르는 중이었다.이담을 발견한 고용인이 몸을 숙이면서 김미영에게 귀띔했다.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이담을 확인한 김미영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우리 딸!”이담은 김미영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뒷모습만 보고도 단번에 누구인지 알아차렸다.“우리 딸 왔어?”김미영의 목소리는 무척 다정했다.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덧붙였다.“우리 딸 친구가 찾아왔길래 엄마가 대신 대접하고 있었지.”진혁이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그리고 이담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이담은 얼른 시선을 피했다.김미영 곁으로 다가가서 조용히 속삭였다.“엄마, 왜 저한테 말씀도 안 하셨어요? 사기꾼이면 어떡하려고요?”진혁도 당연히 그 말을 똑똑히 들었다.마스크만 아니었다면, 지금 얼마나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담도 볼 수 있었을 터였다.“사기꾼이라니, 그럴 리가 있니?”김미영이 눈을 깜빡였다.“이 사람이 우리 딸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는데!”‘또 무슨 말을 한 거야?’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진혁과 눈이 마주치자, 입 모양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경고했다.“쓸데없는 말 하지 마.”진혁의 눈빛에 장난기가 스쳤다.“무슨 말?”김미영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린 듯 입을 가리고 웃었다.그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우리 딸, 친구랑 이야기 나누고 있어. 엄마는 방해 안 할게.”말을 마친 김미영은 고용인에게도 자리를 비워주라고 손짓했다.테이블 위에 팔을 올린 진혁은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괸 채 이담을 바라보았다.“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몰랐네. 어머님이랑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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