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담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사업가들과 이런 자리에 어울려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아버지와 오빠가 처한 상황에서 이담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실험을 성공시켜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뿐이었다.하지만 그동안 지내면서, 이담 자신 역시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깨달았다.권씨 집안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고 계산적이었다.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줄 만큼 여유로운 사람들도 아니었다.권주혁과 권회명에게 이담은 그저 유빈과 연결될 수 있는 수단 정도로 여겨지고 있었다.만약 유빈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자신들에게 더 도움이 됐다면, 자신은 그대로 희생양이 됐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아빠와 오빠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이담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런 걸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지금 나는 진유빈이잖아. 나는 당신이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갖길 바라. 특히 저 사람들 앞에서는 속내를 보여서도 안 되고, 주눅이 들어서도 안 돼.”진혁은 말을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다른 사람들 쪽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경성시 하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신분과는 달랐다.유빈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려면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다.그런데 진혁은 유빈으로 행동할 때면 평소와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이담은 문득 궁금해졌다.‘대체 왜 이런 신분으로 살아가는 걸까? 그리고 얼굴은 또 어떻게 된 거지?’하지만 이담이 더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이담 씨, 이런 곳은 처음 오셨죠?”이담이 고개를 돌리자, 젊은 남자가 술잔을 들고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뒤로 넘긴 머리와 깔끔한 차림새가 눈에 들어왔다.이담은 무의식적으로 진혁이 있던 쪽을 바라봤지만, 진혁과 조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이미 룸을 나간 뒤였다.“진 선생님을 찾으시는 거죠?”남자가 이담의 불안한 기색을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진 선생님은 광합그룹 이사 몇 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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