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Bab 501 - Bab 510

546 Bab

제501화

지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더니 바로 이담에게 다가갔다.“시간은 잘 맞춰서 왔네요.”“이 연구소 괜찮네요.”이담은 주변을 둘러봤다.강성시의 연구소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환경은 상당히 좋았다.특히 실내 곳곳에 놓인 화분과 늘어진 덩굴식물, 인공 정원처럼 꾸며진 공간이 건물의 하얀 벽과 어우러져서 한층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지훈이 살짝 웃었다.“그렇죠. 제가 안내해드릴까요?”이담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부탁할게요.”지훈이 먼저 걸음을 옮기며 따라오라는 듯 손짓했다.두 사람은 넓은 복도를 지나갔다.통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바닥을 비추면서 거울처럼 반짝였다.이담은 지훈을 따라 남쪽의 정보센터로 들어갔다.사무 공간과 실험 공간은 분리되어 있었고, 각 구역도 깔끔하게 나뉘어 있었다.한쪽에는 직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감각적인 디자인의 소파들과 자동 커피머신이 눈에 들어왔다.“고 선생님.”그때 젊은 남자 연구원이 지훈에게 다가와서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건넸다.지훈은 고개를 숙여 자료를 살펴봤다.그리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짚어주었다.연구원은 곧바로 웃으면서 감사 인사를 했다.지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깊은 신뢰가 담겨 있었다.연구원이 자리를 떠나자 이담이 장난스럽게 물었다.“고 선생님, 설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선생님 제자예요?”“제가 정말 함께 일하고 싶어서 데려온 사람들이니 그렇겠죠.”지훈은 조금도 겸손하지 않게 대답했다.이담은 그 말을 믿었다.지훈 정도의 실력이라면 앞으로 고승범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를지도 몰랐다.“지훈아, 오늘 우리 쪽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인사팀에서는 아직도...”그때 정우가 다급하게 사무 공간으로 들어왔다.그러다 지훈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는 말을 멈췄다.“최 선생님?”이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우는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그럴 줄 알았네. 쟤가 갑자기 신입이 들어온다고 하더니, 그 신입이 심 선생님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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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이담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진혁이 기사에게 출발하라는 듯 손짓했다.진혁이 말한 데이트는 두 사람만의 데이트가 아니었다.이담은 진혁을 따라 용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번화가로 향했다.두 사람은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호화롭게 꾸며진 룸에 들어서자, 안에서는 이미 술과 음악이 어우러진 흥겨운 분위기가 펼쳐지고 있었다.“진 선생님.”그때 셔츠 차림의 중년 남자가 진혁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준입니다. 권회명 씨와 알고 지낸 지 벌써 10년이 됐습니다.”“예전부터 권회명 씨에게 진 선생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반갑습니다.”남자가 진혁에게 자리를 권했다.이담도 진혁을 따라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이담은 진혁을 바라봤다.도대체 왜 자신을 여기까지 데려온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자리에 앉은 뒤부터 진혁에게 명함을 건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진혁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든 가벼운 인사부터 깊이 있는 대화까지 능숙하게 받아냈다.마치 이런 자리가 원래 자신의 자리인 것처럼 여유로웠다.이담은 옆에서 조용히 앉은 채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자리가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말 한마디마다 서로를 떠보고 있었다.시선 하나에도 상대를 가늠하려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그 뒤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이담은 다시 진혁을 바라봤다.진혁의 눈빛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했다.그러면서도 속을 쉽게 읽을 수 없을 만큼 깊었다.시간이 조금 흐른 뒤, 잘 차려입은 중년 남자가 술잔을 들고 다가왔다.“진 선생님 여자친구분이십니까? 그런데 어디서 본 것처럼 낯이 익네요.”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혁이 태연하게 웃었다.“권씨 집안의 아가씨입니다. 권회명 씨께서 세상 구경도 시켜줄 겸 저와 함께 오라고 하셨습니다.”“아, 권씨 집안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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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이담은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에 잠겼다.사업가들과 이런 자리에 어울려본 적이 한 번도 없었기에, 아버지와 오빠가 처한 상황에서 이담이 할 수 있는 일은 이번 실험을 성공시켜 상황을 조금이라도 바꾸는 것뿐이었다.하지만 그동안 지내면서, 이담 자신 역시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똑똑히 깨달았다.권씨 집안은 생각보다 훨씬 냉정하고 계산적이었다.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줄 만큼 여유로운 사람들도 아니었다.권주혁과 권회명에게 이담은 그저 유빈과 연결될 수 있는 수단 정도로 여겨지고 있었다.만약 유빈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자신들에게 더 도움이 됐다면, 자신은 그대로 희생양이 됐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아빠와 오빠에게 의지할 수 있을까?’이담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런 걸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지금 나는 진유빈이잖아. 나는 당신이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갖길 바라. 특히 저 사람들 앞에서는 속내를 보여서도 안 되고, 주눅이 들어서도 안 돼.”진혁은 말을 마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다른 사람들 쪽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경성시 하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신분과는 달랐다.유빈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려면 이런 사람들과 어울려야 했다.그런데 진혁은 유빈으로 행동할 때면 평소와는 조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이담은 문득 궁금해졌다.‘대체 왜 이런 신분으로 살아가는 걸까? 그리고 얼굴은 또 어떻게 된 거지?’하지만 이담이 더 생각하기도 전에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이담 씨, 이런 곳은 처음 오셨죠?”이담이 고개를 돌리자, 젊은 남자가 술잔을 들고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뒤로 넘긴 머리와 깔끔한 차림새가 눈에 들어왔다.이담은 무의식적으로 진혁이 있던 쪽을 바라봤지만, 진혁과 조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은 이미 룸을 나간 뒤였다.“진 선생님을 찾으시는 거죠?”남자가 이담의 불안한 기색을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진 선생님은 광합그룹 이사 몇 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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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이담은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을 뿐, 뒤를 돌아보지도 못했다.가면을 쓴 진혁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진혁의 입술이 그대로 이담의 입술에 닿을 거리였다.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됐어?”진혁은 이담의 붉은 입술을 바라봤다.치밀어 오르는 충동을 애써 억누르면서 진혁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응, 됐어.”이담은 곧바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진혁은 잠시 다른 쪽을 바라봤다가 뒤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지엽이 느긋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진 선생님과 권씨 집안 아가씨 사이가 확실히 보통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사람 사이가 꽤 묘해 보입니다.”전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은 권주연이었다.그 말을 들은 권주연은 손에 들고 있던 술도 마시지 못했다.몇 마디 더 당부한 뒤 통화를 끊은 그녀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넷째네 딸, 정말 보통이 아니네. 벌써 진 선생님과 저렇게 가까워졌잖아.”권서안은 두 발을 테이블 위에 올린 채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어쩌면 둘이 원래부터 가까웠을지도 모르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없던 사람이 이렇게 빨리 큰형과 손을 잡고, 작은형네 딸과 가까워졌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무슨 일이든 과정이 있는 법이잖아.”권주연은 권서안의 말을 곱씹었다.“듣고 보니 그렇네. 둘이 원래부터 가까웠던 거라면 결국 셋째랑 넷째한테만 좋은 일 시키는 거잖아.”“큰누나, 뭘 그렇게 서둘러?”권서안이 몸을 바로 세웠다.“설령 아버지가 작은형 딸과 진유빈을 혼인시키려고 한다고 해도 아직 혼사가 정해진 건 아니잖아. 마음만 먹으면 혼사를 바꾸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권서안은 포크로 과일을 찍어 입에 넣었다.“나천희 그 인간이 아내를 원한다면서? 그럼 일단 일부터 벌여놔야 하지 않겠어?”권주연은 순간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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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이담은 가족들이 모두 잠든 줄 알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그때 복도의 불이 갑자기 켜지자, 이담은 깜짝 놀라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팔짱을 낀 채 문가에 기댄 은호가 이담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제 왔어?”“어... 오빠, 아직 안 잤어요?”“막 자려는데 인기척이 들리더라고. 몰래 도둑이라도 들어온 줄 알았지.”이담은 어색한 표정으로 변명했다.“오늘 고 선생님 연구실에 가서 연구하는 걸 참관하고 왔어요. 저녁도 늦게 먹어서 시간이 좀 늦었어요.”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거기는 어때?”“좋아요. 의학정보기술연구소와 협력하고 있어서, 이미 실험실도 있고 사람도 충분해요. 따로 사람을 고용할 필요도 없고요.”은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만족하면 됐어.”이담은 방으로 들어가려고 몇 걸음 걷다가 다시 돌아봤다.“오빠도 일찍 자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은호는 잠시 멈칫했다.이내 고개를 숙이며 살짝 웃었다.“그래.”은호가 손을 흔들었다.이담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야 은호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드러났다.은호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표정도 한층 더 무거워졌다.권주혁이 했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권주혁은 처음부터 이담을 정략결혼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하고 있었다.자신이 반대하든 말든 상관없이.‘이제 나도 결정을 내려야겠어.’권주혁이 어떤 생각을 하든 이담을 정략결혼시키는 일만큼은 막을 것이다.무슨 일이 있어도 이담이 상처받는 일만큼은 막을 각오였다....다음 날 아침.이담이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고용인이 이담의 아침 식사만 따로 차려줬다.이담은 비어 있는 다른 자리들을 바라봤다.“아빠랑 엄마는요? 오빠는요?”고용인이 대답했다.“회장님께서는 사모님 모시고 치료를 받으러 병원으로 가셨습니다. 도련님은 아마 일 보러 나가신 것 같습니다.”이담은 더 묻지 않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이담은 연구소로 향했다.사무실에 도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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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지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저 녀석은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원래 저래요. 익숙해지면 괜찮아요.”“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지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들고 있던 서류를 덮었다.“그런데 무슨 일로 왔어요?”그제야 이담은 본래 용건이 생각났다.“아까 알츠하이머병 표적 치료 프로젝트 자료를 봤어요. 기존 약물의 용도 변경을 통해 연구 기간을 줄이고 비용도 낮추는 방식이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치료 과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요”지훈은 두 손을 깍지 낀 채 이담을 바라봤다.“약물의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실히 입증할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죠.”“그래도 위험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기존 약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데는 변수가 너무 많잖아요.”이담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났다.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위험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실험은 원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하는 거잖아요. 직접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겠어요?”이담은 잠시 멈칫했다.눈앞의 지훈은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확고해 보였다.이담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아무래도 제가 너무 많은 걸 걱정했나 봐요.”“이담 씨 어머니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요.”지훈이 그 말을 꺼내자, 이담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살짝 씁쓸해졌다.그 모습을 본 지훈은 맞잡고 있던 손에 들어간 힘을 살짝 풀었다.“오늘 저녁에 밥 사줘요.”이담은 순간 멈칫했다.지훈은 시선을 슬쩍 돌린 채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요즘 지출을 좀 줄여야 해서요. 어차피 저한테 밥 두 끼 빚졌잖아요.”이담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은호는 권회명의 호텔 꼭대기층에 있는 라운지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꼭대기층 라운지는 사실상 별도로 마련된 개인 룸이었다.권회명이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사용하는 곳으로, 일반 손님에게는 개방하지 않는 곳이었다.권회명은 우려낸 차를 투명한 유리잔에 따랐다.진한 찻물이 뜨거운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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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은호는 사진을 집어 들었다.사진에는 남녀 한 쌍이 찍혀 있었다.사진이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은 대충 알아볼 수 있었다.두 사람의 관계는 은호도 이미 오래전부터 수상하게 여기고 있었다.유빈이 진혁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증거가 없었을 뿐이었다.그런데 권회명이 직접 사진을 건네줄 줄은 몰랐다.은호가 고개를 들어 권회명을 바라봤다.“큰아버지, 이게 무슨 뜻이에요?”“그냥 내가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라. 아무것도 약속할 필요 없다.”권회명이 잔을 들어 보였다.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사진을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나 라운지를 나섰다....오후가 되자 지훈은 연구소를 나섰다.이담에게 받은 주소가 근처에 있다는 걸 확인한 지훈은 내비게이션을 켜고 길을 나섰다.백 미터쯤 걸었을까?길 건너편에서 이담이 가게 앞에 서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지훈은 서두르지 않고 길을 건너서 이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꼬치 가게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래도 근사한 식사를 사줄 줄 알았는데.”“매일 비싼 요리만 먹으면 질리지 않겠어요? 가끔은 다른 걸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지훈이 피식 웃었다.“이담 씨가 먹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두 사람은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이담이 핸드폰으로 주문했고, 지훈은 휴지로 테이블을 닦으며 이담이 주문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뭐 먹을지 안 봐요?”“알아서 시켜요. 저는 가리는 거 없어요.”이담은 두 사람이 먹을 만한 양을 적당히 주문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직원이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오늘 저희 가게에서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요. 커플 세트를 주문하시면 30% 할인해 드리고 있어요. 남자친구분과 한 번 상의해보시는 건 어떠세요?”이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저희 커플 아니에요...”직원은 순간 멈칫했다.자신이 너무 나섰다는 걸 깨달은 듯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아, 죄송합니다. 두 분이 커플인 줄 알았어요.”“괜찮아요.”직원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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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저희는 아는 사이거든요. 잠깐 둘이 이야기 좀 나누겠습니다.”진혁이 고용인에게 말했다.고용인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둘러 자리를 비켜줬다.이담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들어 진혁을 바라봤다.“이러다 오빠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진혁이 갑자기 한 걸음 다가왔다.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권은호는 이미 나를 조사했어. 하지만 내 신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 내가 아니라고 잡아떼면 어쩔 건데?”이담은 입술을 살짝 깨물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꼬치 맛있었어?”이담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나 미행한 거야?”진혁이 쓴웃음을 지었다.“지금 내 신분으로 굳이 미행할 필요가 있겠어?”말을 마친 진혁은 웃음기를 조금 거뒀다.“그냥 우연히 마주친 거야.”이담은 할 말이 없었다.확실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지금 그는 진유빈이지 하진혁이 아니었다.게다가 두 사람은 이미 이혼한 사이니 굳이 자신을 미행할 이유도 없었다.이담이 눈을 살짝 들어 그를 바라봤다.“맛있었어. 내가 소개해줄까?”“다른 남자랑 갔던 곳은 안 가.”이담은 순간 멈칫했다.진혁의 눈빛에서 묘하게 질투하는 기색이 느껴졌다.이담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가기 싫으면 가지 마.”이담이 진혁을 지나쳐서 가려고 하자, 진혁이 갑자기 손을 뻗어 이담의 손목을 잡았다.이담이 몸을 돌리자, 진혁이 팔을 뻗어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았다.“주말에 시간 있어?”이담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뭐 하려고?”“나도 밥 한 끼 사주면 안 될까?”이담은 무슨 엉뚱한 요구를 하려나 했는데, 고작 밥을 사달라는 말이었다.이담이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막 대답하려던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담아?”권은석의 목소리를 들은 이담은 재빨리 진혁의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리고 다가오는 권은석을 바라봤다.“아빠...”권은석은 이담을 한번 바라본 뒤 곧바로 진혁에게 시선을 옮겼다.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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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이담은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서둘러 설명했다.“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할아버지랑 큰아버지가 만나보라고 해서 그냥 몇 번 만나는 것뿐이에요.”“그 사람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너를 괴롭히지는 않았어?”이담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 사람이 저를 괴롭힐 수나 있겠어요? 저한테는 아빠랑 오빠가 있는데.”그 말을 들은 권은석은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더 묻지도 않고 이담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이틀 뒤.이담은 연구소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주차장은 탁 트여 있었고, 천장 대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햇빛도 잘 들어왔다.이담이 차에서 내리자, 마침 전화를 하며 걸어오는 정우가 보였다.이담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정우는 이담을 보자 급하게 몇 마디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심 선생님. 아, 이제 심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안 되겠네요. 이담 씨라고 불러야 하나?”“어떻게 부르든 상관없어요.”이담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정우를 바라봤다.“어디 가세요?”“아, 네.”정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이담 씨가 지훈이 좀 설득해주면 안 될까요? 이담 씨가 직접 말하면 아무래도 좀 다를 것 같아서요.”이담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뭘 설득하라는 거예요?”“원래 걔는 굳이 용주까지 와서 이 프로젝트를 맡을 필요가 없었어요. 그런데 걔가 좀... 고집이 세잖아요.”정우가 한숨을 내쉬었다.“가족들한테 말도 안 하고 낯선 용주까지 와서 이렇게 까다로운 프로젝트까지 맡았는데 아직 투자자도 못 구하고 있어요.” “지금 자기 돈까지 써가면서 버티고 있으면서도, 집에는 손 벌리기 싫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어요.”정우의 말을 들은 이담은 잠시 멈칫했다.“지훈 씨가 용주에 있는 걸 가족들은 몰라요?”정우가 어깨를 으쓱했다.“알고 있었다면 여기까지 오게 뒀겠어요?”이담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그러니까 지훈은 용주에 온 사실을 가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거였다.정우가 자리를 떠난 뒤 이담은 지훈의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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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지훈은 턱을 살짝 들며 조용히 웃었다.“왜 결말이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사랑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조건도 필요하고, 양쪽 집안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어요.”“그때 제가 심씨 집안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고씨 집안에 들어갔다고 해도 행복했을까요?”“고 선생님이 제 편에 서 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어머님도 이만옥 씨처럼 저를 며느리로 받아들여주지는 않았을 거예요.” “저도 고씨 집안에서 눈치를 보며 온갖 규칙을 지키면서 살아야 했을 거고요.”이담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가보지 않은 길이 꼭 더 좋았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저는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요.” “두 사람 모두 힘든 관계에 갇히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저 때문에 우리 둘 다 힘든 관계에 갇히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지훈은 말없이 이담을 바라봤다.깊은 눈빛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사무실 안의 공기가 더욱 무거워진 듯했다.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잠시 후 지훈이 입을 열었다.“이제는 생각이 많아졌네요.”“저도 이혼을 해봤잖아요.”이담이 웃었다.“결혼에 실망도 해봤으니 당연히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지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담이 자신을 거절할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이유가 이렇게 현실적이고 뼈아플 줄은 몰랐다.여정아가 이담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지훈도 알고 있었다.이담이 자신과 함께하기로 한다고 해도, 자신이 이 관계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고승범은 이담의 선생님이었다.그러니 선생님과 사이가 틀어지는 건 이담이 가장 원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투자금 문제도 혼자 떠안지 마세요.”이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저희가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사이까지 틀어질 필요는 없잖아요?”마지막 말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지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봤다.“제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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