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놓자, 비로소 내가 사랑을 알았다: Bab 521 - Bab 530

546 Bab

제521화

한편, 이담과 진혁은 한 레스토랑에 도착했다.의외로 진혁은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리지도, 조용한 룸을 예약하지도 않았다.대신 홀에 있는 2인석을 잡았다.평일이라 레스토랑 안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엄마, 저 아저씨는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코스프레하는 거예요?”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진혁을 가리켰다.아이 엄마가 황급히 아이의 손을 내리게 한 뒤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조용히 해. 그러면 안 돼.”이담은 진혁을 힐끗 쳐다보았다.눈빛에 장난기가 스쳤다.그러더니 턱을 괴고 아이를 보면서 웃었다.“응. 이 아저씨는 나이도 많은데 코스프레하는 걸 좋아하거든.”“우리 아빠도 좋아해요. 엄마랑 같이 자주 하는데...”아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엄마가 급히 아이의 입을 막았다.그리고 난처한 듯이 웃으면서 허둥지둥 사과했다.“죄송해요. 애가 워낙 말이 많아서요. 두 분 데이트하시는데 방해한 것 같네요.”이담은 순간 멍해졌다.진혁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조용히 대답했다.“아이들이야 뭐, 다 그럴 수 있죠.”모자가 자리를 떠나자, 이담도 못 들은 척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이어갔다.진혁은 그런 이담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아이, 한 5, 6 살쯤 됐겠지?”이담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진혁을 쳐다보았다.진혁은 이담과 시선을 맞추며 부드럽게 말했다.목소리에는 희미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우리도 일찍 아이를 가졌으면 딱 저 나이때였겠네.”이담의 손이 멈칫 떨렸다.이담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진혁을 흘겨보다가 시선을 돌려버렸다.“당신, 문초연 아들을 자기 친아들처럼 키웠잖아. 이미 아빠 노릇 한 번 해본 거 아니야? 아직도 부족해?”진혁은 할 말을 잃었다.‘괜한 얘기를 꺼냈군.’“진 선생님? 여기서 식사하고 계셨습니까? 룸도 비어 있는데 어째서 홀에서 드십니까?”레스토랑 매니저가 진혁을 알아보고 황급히 다가왔다.그러고는 자리를 안내한 직원에게 핀잔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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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이담은 무의식적으로 진혁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기억 속의 얼굴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그 미묘한 차이가 날카로운 바늘처럼 가슴 깊숙한 곳을 찔렀다.순간 가슴 한구석이 아련하게 아파왔다.‘그래서 내 앞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건가?’이담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방금 내가 하진혁을 안쓰러워한 거야?’이담이 손을 빼려고 하자, 진혁이 손목을 더 세게 붙잡았다.거부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내가 싫어졌어?”이담은 잠시 멍해졌다.그러다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남자도 외모에 신경 써?”“당연한 거 아니야?”진혁은 이담의 부드러운 손바닥을 쥐고 장난스럽게 만지작거렸다.“이 얼굴이 당신을 유혹하는 가장 큰 무기인데.”“...”이담은 진혁의 품에서 힘겹게 빠져나와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산원에 도착한 이담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밖으로 걸어 나오는 은호를 발견했다.이담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그러다 애써 태연한 척 은호 앞으로 다가갔다.“오빠?”은호는 이담의 머리 위로 시선을 돌려서 뒤쪽을 바라보았다.차창이 내려간 뒷좌석에 진혁이 앉아 있었다.“진 선생님, 제 동생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진혁이 담담하게 웃었다.“별일 아닙니다.”은호는 시선을 거두고 이담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진혁은 이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핸드폰이 울리고 나서야 비로소 시선을 거두었다.진혁은 확인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진 선생님, 나승준 씨가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만나시겠습니까?]진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기다리라고 해.”...이담과 은호는 나란히 계단을 올라갔다.그런데 은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돌아서서 이담을 바라보았다.“내가 보기엔 너, 진 선생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이담은 순간 멈추면서 고개를 숙였다.“내가? 아니야. 그런 거 없어.”은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네가 좋다면 됐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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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민아는 복도 밖에서 한참을 기다렸다.이담이 나오자 곧바로 다가가 물었다.“어떻게 됐어요?”이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든 자료를 들어 보였다.“성공했어요. 다 민아 씨 덕분이에요!”민아는 이담과 나란히 걸으며 말했다.“새언니가 그 아주머니랑 아는 사이일 줄은 몰랐어요. 역시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일이 훨씬 수월하게 풀리네요!”이담은 손에 든 자료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느 분야든 인맥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연구소로 돌아온 이담은 프로젝트 자료를 지훈에게 건넸다.옆에 있던 정우가 자료를 받아 펼쳐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게 벌써 해결됐다고요?”이담이 대답하기도 전에 민아가 팔짱을 끼며 나섰다.“우리 새언니가 나서서 안 되는 일은 없거든요.”“잠깐만요. 새, 새언니요?”정우가 이담을 쳐다보았다.“언제부터 새언니가 된 겁니까?”“제가 진혁 오빠 동생이니까, 당연히 새언니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민아가 허리에 손을 얹고서 따지듯이 물었다.“아, 하씨 집안 친척이셨군요. 미처 몰랐습니다.”정우가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지훈을 돌아보았다.“고지훈, 넌 왜 하씨 집안 사람을 연구소에 들인 거야?”민아가 발끈하기도 전에 지훈이 차분하게 대답했다.“내가 허락 안 했어도 본인이 알아서 들어왔을 거다.”민아는 정우를 향해 턱을 치켜들면서 눈썹을 까딱였다.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이담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설명했다.“사실 이번에 투자자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민아 씨 덕분이에요.”“민아 씨가 무슨 대단한 사람을 데려왔다고 그럽니까? 난 방주연이라는 이름 처음 들어보는데...”“그건 정우 씨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래요.”민아가 곧바로 받아쳤다.“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죠. 그 아주머니는 전직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예요. 지금은 은퇴하셨지만요.” “게다가 또 다른 신분도 있어요. 한철우 어르신이 직접 며느리로 점찍은 분이라고요!”정우는 시큰둥하게 대꾸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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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이담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나승준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당신도 사과해.”김혜선을 향한 말이었다.김혜선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나보고 저 애한테 사과하라고요?”“사과해!”남편의 굳은 얼굴을 본 김혜선은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결국 마지못해 이담에게 고개를 숙였다.“미안해요.”두 사람 모두 사과했으니, 진심이든 아니든 겉으로는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했다.이담이 살짝 웃었다.“나 대표님을 봐서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나승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담 씨는 정말 마음이 넓으시네요. 앞으로 큰일을 해낼 분 같습니다. 언젠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네.”나승준은 더는 방해하지 않고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권은석은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나승준이 저렇게까지 진심으로 사과할 줄은 몰랐는데?”“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나?”권은석의 뒤로 간 이담이 어깨를 주물러주며 말했다.“아빠, 나 대표님이 사과한 건 아빠랑 오빠 체면 때문이잖아요.”그 말에 권은석은 잠시 기분이 좋아졌다.하지만 그렇다고 판단력이 흐려질 사람은 아니었다.“우리 딸은 말도 참 예쁘게 하네. 나승준이 나랑 네 오빠 체면을 왜 봐주겠어? 우리하고는 사업으로 엮일 일도 없는데... 혹시 어르신 때문에 사과하러 온 걸까?”권은석조차도 권주혁이 자신을 도와줬을 거라고는 선뜻 믿기 어려웠다.이담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한편, 나씨 집안.“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보고 그 애한테 사과하라고 한 거예요? 다친 건 우리 아들이잖아요. 우리가 왜 이런 손해까지 봐야 하는데요?”김혜선이 나승준에게 따지면서 물었다.하지만 돌아온 건 대답 대신 날아온 매서운 손바닥이었다.짝!김혜선의 몸이 크게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천희가 황급히 다가가서 김혜선을 부축했다.“엄마!”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나승준을 노려보았다.“아버지, 미쳤어요?”“입 다물어! 너희가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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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저녁 무렵, 이담은 양손 가득 선물을 들고 진혁이 묵는 스위트룸 앞에 도착했다.잠시 망설이던 이담은 초인종을 눌렀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혁이 문을 열었다.방금 샤워를 마친 듯 머리카락은 젖어 있었고, 목욕 가운만 걸친 상태였다. 호텔 특유의 은은한 바디워시 향이 풍겼다.“이거 받아.”이담이 들고 있던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다.진혁은 시선을 내려 선물을 훑어보았다.“이게 뭔데?”“답례 선물.”진혁이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무슨 답례?”“오늘 나씨 집안 사람들이 와서 사과한 거, 당신하고 관련 있는 거 아니야?”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은 진혁밖에 없었다.진혁이 옆으로 비켜서면서 말했다.“들고 들어와.”이담은 선물만 내려놓고 바로 나갈 생각이었다.그러나 몸을 돌리는 순간, 뒤에 있던 진혁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뒷걸음질 치던 이담은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혔다.그대로 넘어질 뻔하자, 진혁이 재빨리 이담의 허리를 붙잡으며 품에 끌어안았다.순간 남자의 뜨거운 체온이 이담의 온몸을 감쌌다.코끝에는 채 가시지 않은 바디워시 향과 은은한 커피 향이 맴돌았다.무심코 진혁의 옷깃 안쪽에 난 수술 흉터에 이담의 시선이 닿았지만 곧바로 눈길을 돌렸다.“수술했나 보네.”진혁이 고개를 숙였다.“그저 보기만 하지 말고.”이담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무의식적으로 진혁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진혁은 이담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가슴 위에 얹었다.따뜻한 체온이 손끝에 닿자 손가락이 찌릿했다.진혁은 품에 안긴 이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이담은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있었다.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면서, 하얀 뺨에는 은은한 홍조가 번져 있었다.여전히 이런 장난에는 약한 모습이었다.진혁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만져도 돼.”뜨거운 숨결이 이담의 귓가를 스쳤다.귀 끝까지 새빨개진 이담은 힘껏 품에서 빠져나왔다.그러고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렸다.“누가 만지고 싶대? 물건 전하러 온 거니까 난 갈게.”이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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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은호가 별장에서 나섰을 때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혹시 심이담 씨 가족분 되십니까?]은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네, 제가 오빠입니다. 무슨 일인데요?”수화기 너머의 말을 듣자, 곧바로 은호의 표정이 굳어졌다.곧바로 차고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병원 응급실.간호사가 이담의 손에 붕대를 감아준 뒤 주의사항 몇 가지를 일러주었다.이담은 팔을 감싸 쥔 채 밖으로 나왔다.고개를 들자 다급하게 달려오는 은호가 보였다.“이담아!”“오빠?”“괜찮아?”은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멀쩡하던 애가 왜 사고를 당했어?”이담이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려던 순간, 경찰 두 명이 다가왔다.“심이담 씨 맞으시죠?”“네, 전데요.”“이번 사고를 조사 중입니다. 확인할 게 몇 가지 있는데, 잠시 진술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이담이 은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담이 경찰을 따라 자리를 옮기자, 은호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강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오후 이담이 사고 경위 좀 알아봐.”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가 끝났고, 경찰은 자리를 떠났다.이담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돌아왔다.은호는 핸드폰을 내리고 이담의 다친 손을 바라보았다.오빠의 걱정을 눈치챈 이담이 붕대를 살짝 매만졌다.“별거 아니야. 차만 좀 망가졌어.”“차가 망가진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하지.”이담은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호가 이담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왜 그래?”이담이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경찰이 그러는데, 차에 치인 어르신이 돌아가셨대. 그런데 하필 사고 현장 근처 CCTV가 한 달 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다는 거야.”이담의 얼굴에 걱정이 드리웠다.“이제 내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차량 블랙박스뿐이야.”은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이내 이담을 달래듯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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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권회명을 본 순간, 권주연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그 표정을 알아차린 구윤슬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다 시선을 거두며 뭔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다들 여기 있었네.”미소를 지은권회명이 권주혁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했다.“아버지.”권주혁이 찻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돌아왔구나. 뉴스에 나온 일은 알고 있지?”권주연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불안감이 밀려왔다.권회명이 주계룡과 손을 잡은 뒤로는 분명 권은석의 편에 선 것 같았다.그런 사람이 갑자기 돌아왔으니 좋은 일이 생길 리 만무했다.“들었어요. 인터넷 여론이 상당히 심각하긴 하던데, 은석이한테 알아서 해결할 방법이 있겠죠?”권회명은 거실 소파에 앉으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옆에 있던 고용인이 조심스레 다가와서 찻잔을 채워주었다.권은석이 살짝 코웃음을 쳤다.“은호가 이미 해결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퍼진 허위 사실도 블랙박스만 경찰 손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거고요.”구윤슬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렇긴 하지.”그러고는 권주연을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유가족들이 너무 크게 소란을 피우면 곤란해지지 않을까?”권주연도 그 말뜻을 바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막무가내로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도 많잖아. 괜히 이번 일로 우리한테까지 돈을 뜯어내려 들면 골치 아플 텐데.”“잘못한 게 없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두 사람이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권은석은 그렇게 내뱉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버지, 저도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저녁은 같이 못 먹을 것 같네요.”권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권은석이 거실을 나서려는데 누군가 불렀다.“은석아.”권회명이었다.“형, 무슨 일 있어?”권은석이 돌아보았다.권회명이 권은석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이담이 일 말인데, 도움이 필요하면 나도 돕고 싶어. 그래도 가족이잖아.”권회명이 먼저 돕겠다고 나서자 권은석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형, 마음만 받을게.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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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언제부터 우리 아버지 행세를 하는 거야? 네가 우리 아버지 아들이라도 된 줄 알아?”주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놀리듯이 말했다.진혁이 차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문을 열었다.[내가 널 아들처럼 생각하는 거야.]“웃기고 있네!”전화를 끊은 뒤 주원은 방금 찍은 사진을 진혁에게 보냈다....호텔로 돌아온 진혁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복도 끝에는 한참을 기다린 듯한 이담이 서 있었다.붉게 충혈된 눈을 본 순간 진혁의 눈빛이 굳어졌다.진혁은 곧바로 이담에게 다가갔다.“하진혁...”이담은 떨리는 목소리로 진혁의 옷소매를 붙잡았다.“오빠 좀 찾아줄 수 있어? 연락이 안 돼.”이담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떨어졌다.진혁은 미간을 더욱 깊게 찌푸리더니 옆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일단 들어와서 얘기해.”문이 닫히는 순간 복도의 소음이 차단되었다.이담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손을 꽉 움켜쥐었다.왜 진혁을 찾아왔는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은호에게 뭔가 일이 생겼다는 걸 깨닫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강준이 은호와 함께 있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자, 이담은 그제서야 깨달았다.중간에 끊긴 그 전화가 은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라는 걸.지금은 그런 걸 따질 여유조차 없었다.“도와주기만 한다면...”진혁은 바 테이블 앞에 놓인 의자를 빼고 천천히 앉았다.그러고는 갈등하는 이담을 돌아보았다.“도와주기만 한다면?”이담은 멍하니 선 채 대답하지 못했다.“당신 자신을 대가로 내놓을 생각이야?”이담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어차피 그냥 도와주진 않을 거잖아.”진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손끝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잔을 천천히 매만졌다.한참 뒤, 짧게 한숨을 내쉰 진혁이 마스크를 벗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담에게 다가갔다.“이담아.”평소와 달리 무척 진지한 목소리였다.이담이 고개를 들어 진혁을 바라보았다.“내가 널 돕는 건 뭘 바라고 그러는 게 아니야.”진혁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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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은호는 진작부터 진혁이 ‘진유빈’이라는 신분으로 용주에 나타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주계룡에게 직접 확인한 뒤에도 그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용주시에 막 온 데다 동생 이담과는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담의 일에 그토록 쉽게 나설 수 있겠는가?그럴 만한 사람은 결국 진혁밖에 없었다.정체를 들킨 진혁은 더는 숨기지 않았다.천천히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역시 못 속이겠네요.”“하성그룹이 그동안 난리가 났는데, 하 대표님은 진유빈이라는 가짜 신분으로 용주시에 오시다니. 역시 여유가 넘치시네요.”진혁은 손끝으로 마스크의 차가운 가장자리를 매만졌다.그러다 고개를 들자, 눈빛에 일렁이던 감정은 어느새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으로 가라앉아 있었다.“당신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겠죠. 제가 집안 싸움까지 내팽개치고, 혼자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용주시에 온 이유는 처음부터 단 한 사람 때문이었으니까요.”진혁은 마스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조용한 병실 안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죽은 척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적어도 이런 모습은 이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잠시 말을 멈춘 진혁은 창밖으로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풍경을 바라보았다.그러다 다시 은호를 마주 보며, 지친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이담의 곁에 숨어 지낼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신분이 필요했어요. 이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지켜줄 수 있도록.”...이담은 복도에서 20분째 기다리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혁이 병실에서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이담은 돌아서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진혁을 바라보았다.복도 천장의 조명이 진혁의 얼굴을 비추었다. 깊은 눈동자에 남아 있는 서늘한 기색까지 선명하게 드러났다.“오빠랑 무슨 얘기를 했어?”“궁금해?”이담은 고개를 돌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당신은 오빠가 괜찮은 거 알고 있었잖아. 그런데도 왜 모르는 척했어?”진혁이 갑자기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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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강준이 이담에게 사실을 알려주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그날 있었던 ‘사고’와 노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유가족들이 권씨 집안에 들이닥친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이미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게다가 인터넷 여론까지 누군가 의도적으로 몰아가고 있었다.이담도 그제야 모든 게 치밀하게 계획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은호가 이담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미 처리하고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이담이 조용히 대답했다.“알아요. 그래도 오빠가 다친 걸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나 멀쩡하잖아.”은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그냥 좀 다친 것뿐이야. 그놈들은 얼굴이 퉁퉁 붓도록 내가 두들겨 팼어. 네 오빠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은 아니거든.”이담은 은호의 말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은호가 식사하는 동안, 이담은 문득 생각난 듯 조심스레 물었다.“오늘 하... 진 선생님이랑 무슨 얘기를 했어요?”은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고는 고개를 들었다.“그 사람이 그렇게 신경 쓰여?”순간 말문이 막힌 이담은 시선을 피하며 변명했다.“그냥 물어본 거예요. 혹시라도 오빠한테 무슨 협박이라도 했을까 봐요!”은호는 이담의 속마음을 눈치챘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오빠 걱정은 그만하고 네 걱정이나 해.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말고.”마지막 말에는 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이담이 그 뜻을 미처 생각해보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민아의 이름이 뜨자, 이담은 돌아서서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 있어요?”[새언니, 나 방금 사기를 당했어요!]민아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이번에는 연기가 아니었다.“어쩌다가 사기를 당했는데요?”민아는 임시로 지낼 원룸을 구하다 벌어진 일을 털어놓았다.인터넷에서 집주인이 보증금으로 400만 원을 먼저 보내야 한다고 해서, 아무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그런데 오늘 집을 보러 갔더니, 진짜 집주인은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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