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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별이 되어 빛나리: Kabanata 161 - Kabanata 170

197 Kabanata

제161화

“괜찮아요.”송하나가 서둘러 말했다.“선배 외할아버님은... 몸 상태가 어떠세요?”전화 너머에서 몇 초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야 서유준이 감정을 꾹 억누르고 대답했다.“수술실에서 열몇 시간 동안 사경을 헤매다가 지금 막 중환자실로 옮겨졌어. 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다시 깨어나실 수 있을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네.”송하나의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졌다.전화기 너머의 거대한 압박감과 무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그녀는 휴대폰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나직이 위로했다.“선배, 하늘이 꼭 도와주실 거예요. 외할아버지 분명 무사하실 테니 선배도 몸 잘 챙겨요. 그래야 할아버지 곁을 지켜드리죠.”“알았어...”서유준이 나지막이 대답했다.그 목소리에는 너무나 많은 복잡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그는 심호흡하고 애써 평정심을 되찾은 뒤, 화제를 돌렸다.“하나 넌 어때? 그쪽 상황은 순조로워?”송하나는 이쪽 상황을 대략 설명해주었다. 배후 세력이 국경 근처 영운시에 있으며, 내일 물건을 가지러 올 것이라는 사실까지 모조리 전했다.그녀는 서유준이 걱정할까 봐 최대한 해맑게 말하려고 애썼다.“이틀 동안 고생 많았어, 하나야.”서유준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원래 같이 갔어야 했는데 지금은...”“그런 말 마세요, 선배.”송하나가 대뜸 잘랐다.“외할아버님 간호하는 게 최우선이죠. 여긴 저랑 심 대표님이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우리가 반드시 상책을 잡아서 은닉처까지 알아낼 거예요.”그녀는 서유준이 안심하도록 몇 마디 말을 더 건넨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내려놓자 그녀의 기분도 덩달아 침울해졌다.부디 서유준의 외할아버지가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시기를 바랄 뿐이었다.문득 노크 소리가 들렸다.송하나가 문을 열자 심성빈이 문 앞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청림시에 아주 오래된 맛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현지 특색 요리가 일품이래요. 같이 가볼래요? 예약 다 해놨어요.”송하나는 그제야 배고픔을 느꼈다.이틀 동안 단서 추적에만 매달리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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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창밖은 청림시 달동네 강변 뷰가 펼쳐졌고 물 위에서 잔잔한 불빛들이 아른거렸다.테이블 위에는 이미 따뜻한 지역 특색 차 두 잔이 놓여 있었다.심성빈은 종업원이 건네주는 메뉴판을 받았지만, 딱히 펼쳐보지 않고 곧바로 탕수육과 간장게장을 주문했다.이어서 그는 메뉴판을 자연스럽게 송하나 앞으로 내밀었다.“다른 거 뭐 주문할지 봐봐요. 혹시 가리는 음식은 있어요?”송하나는 메뉴판을 받지 않았다.“아니요, 없어요. 대표님께서 여기가 익숙하신 것 같으니 알아서 정해주시면 돼요.”“전에 출장 왔을 때 한 번 들렀던 적이 있는데, 인상이 매우 깊었거든요.”심성빈이 간결하게 설명했다.곧바로 옆에 서 있던 종업원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주문하고 또 친히 당부했다.“해물찜에 들어갈 식자재는 꼭 바로 잡아서 조리해 주세요. 국물은 무조건 담백해야 하고요.”그의 주문은 자연스럽고 유창했다. 이곳의 특색 요리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이내 물러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요리들이 연이어 나왔다.탕수육은 부먹으로 소스에 버무려져 기름지고 윤기가 흘렀다.또한 간장게장은 전통 그릇에 담겨 풍미로운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심성빈은 자연스럽게 공용 집게를 들고 탕수육을 송하나의 앞접시에 덜어주었다. 그의 제스처에 우아한 기품이 저절로 흘러넘쳤다.“이것부터 먹어봐요. 새콤달콤한 맛이라 하나 씨 입맛에 맞을 겁니다.”이어서 해물찜도 한 국자 떠서 그녀 곁에 놓았다.“이건 엄청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에요. 뜨거울 때 먹어요.”그가 너무 자연스럽게 배려해주니 송하나는 괜히 어색함을 느꼈다.심성빈의 다정한 눈빛을 마주한 순간, 그녀가 무심코 물었다.“대표님은 여자들한테 원래 이렇게 자상해요?”순간 심성빈이 젓가락질을 하던 손을 멈췄다.그는 송하나를 올려다보며 희미한 눈웃음을 지었다.“다 그런 건 아니고 인연이 닿는지 봐야겠죠. 하나 씨는 나름 정이 가더라고요.”송하나는 숟가락 위에 해물찜을 조금씩 얹으며 무심한 듯 말을 이었다.“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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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식사까지 미리 계산해버리면 신세만 점점 더 늘어나는 게 아닌가?그녀는 카운터에 감사 인사를 마치고 이 신세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했다.아마도 강현에 돌아가서 적절한 선물을 해드려야 할 듯싶었다.송하나는 한창 생각에 잠긴 채 2층으로 향했다.복도의 불빛이 조금 어두웠고 이제 막 모퉁이를 돌다가 국그릇을 들고 오는 종업원과 정면으로 마주쳤다.상대는 급하게 걸어오다가 바닥에 채 마르지 않은 물기에 발을 헛디디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조심해요!”비명과 함께 종업원은 균형을 잃고 손에 들린 뜨거운 국물이 그대로 송하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얼굴을 덮쳤다.송하나는 동공이 아찔거리고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다. 몸은 마치 대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제자리에 서서 어떠한 반응도 할 수 없었다.위기일발의 순간, 그녀의 뒤편에서 누군가가 단단한 팔을 쭉 뻗었다.송하나는 허리가 꽉 잡힌 채 거대한 힘에 이끌려 몸 전체가 옆으로 쏠렸다.단단하면서도 익숙한 기운의 품에 안긴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시선을 올렸다. 그녀의 두 눈에 들어온 건 이강우의 그윽한 눈빛이었다.이 남자는 방금 자신의 팔로 뜨거운 국물을 막아내느라 짙은 색 양복 소매에 몇 방울의 국물이 튀어서 옷을 서서히 적셨다.송하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 했다.“강우 씨, 괜찮아요?”이강우는 소매의 얼룩을 내려다보며 한없이 잔잔한 말투로, 어떠한 감정도 실리지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응.”실수로 사고를 친 종업원은 사색이 된 채 횡설수설하며 연신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죄, 죄송합니다, 손님! 죄송해요.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어요.”식당 매니저도 인기척 소리에 급히 달려와 진땀을 빼면서 정중하게 사죄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직원이 실수로 사고를 쳤네요. 어디 다치신 곳은 없나요? 다, 당장 가서 얼음이랑 화상 연고 가져와!”그때, 옆방의 문이 열렸다.이강우의 협력업체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남자들이 몇 명 걸어 나왔는데 선두에 선 통통한 체구의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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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심성빈이 자리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지만, 송하나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은은한 불안감이 그를 사로잡았다.외투를 집어 들고 밖으로 향했는데 모퉁이를 막 돌아서는 순간, 이강우 일행이 시야에 훅 들어왔다.송하나는 반강제적으로 그에게 안겨 있었고 잘록한 허리에 얹은 이강우의 손이 유독 눈에 거슬렸다.심성빈은 그 손을 흘겨보더니 이내 평소의 온화한 미소를 띠며 이강우에게 말을 걸었다.“강우야, 너도 여기 있었네?”이강우는 그를 보고 옆으로 비켜섰다.“응, 밥 먹으러 왔어. 이참에 합석할래?”심성빈은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두 눈을 번쩍이며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공손하게 인사했다.“어머, 심하 그룹 심 대표님? 만나서 영광입니다! 이 대표님과 심 대표님을 이렇게 한자리에서 뵙게 되다니, 저희가 정말 복 받았네요 오늘.”일행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룸 안으로 들어섰다.이강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옆자리에 놓인 의자를 빼내서 송하나를 앉혔다.이에 심성빈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지만, 딱히 티내지 않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술을 몇 잔 기울이고 나니 룸 안에 아첨과 과장된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송하나는 줄곧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이때 이강우의 휴대폰이 탁자 위에서 진동했다.그는 화면을 흘끗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잠깐 전화 받고 올게.”이강우는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송하나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고 자리를 떠났다. 겉보기에는 무심한 행동이지만, 심성빈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이강우가 방을 나서자, 중년 남자는 곧바로 심성빈에게 다가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그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남자가 흔들흔들 송하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술잔을 들더니 대뜸 송하나 앞에 내밀었다.“송하나 씨, 아까는 이 대표님이 계셔서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했어요. 이 잔은 꼭 받으셔야 해요. 제 면을 봐서라도요...”송하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술잔을 밀어냈다.“죄송합니다만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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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무릎 꿇고 똑바로 사과해!”뭇사람들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무릎을 꿇으라니? 이건 너무 굴욕적인 요구였다.옆에서 지켜보던 중년 남자가 용기를 내서 어떻게든 상황을 무마시키려 했다.“아이고, 심 대표님, 노여움 푸세요. 기태 얘가 술을 좀 많이 먹어서 실수를 해버렸네요. 이제 잘못 뉘우치고 사과도 했으니 대표님도... 어차피 한낱 여자일 뿐이잖아요. 다 같이 즐기러 나왔는데 굳이 분위기 망칠 필요가 있겠어요?”“한낱 여자?”심성빈은 죽일 듯이 그를 노려봤다. 눈가에 드리운 분노에 상대는 곧바로 입을 틀어막았다.중년 남자는 이 상황이 도통 이해가 안 됐다.심성빈은 대체 왜 이강우의 ‘장난감’ 때문에 저토록 격분하는 걸까?사색이 된 송하나를 훑어보다가 또다시 심성빈의 소꿉친구 이강우에게 시선이 닿았다.‘알겠네! 오랜 친구라고 이 대표님 체면을 세워주려고 이러는 거잖아.’중년 남자는 그제야 조금 안심했지만, 더 이상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무릎 꿇어!”심성빈은 박기태에게 다시 한번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박기태는 다리에 힘이 풀려 철퍼덕 소리와 함께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곧이어 송하나를 향해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송하나 씨,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죽을 죄를 지었어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송하나는 눈앞의 황당하고 숨 막히는 광경을 보며 놀라움과 혼란스러움으로 가슴이 뒤흔들렸다.그녀가 알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룸 문이 다시 열렸다.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이강우 앞에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한 남자가 송하나 앞에서 비참하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고, 심성빈은 살벌한 기운을 내뿜으며 옆에 서 있었다. 룸 안의 공기마저 얼어붙을 지경이었다.“뭐지?”이강우의 중저음의 목소리가 이 괴이한 침묵을 깨트렸다.그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오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장내를 훑었다.무릎을 꿇은 박기태를 쳐다보고 있을 때, 중년 남자가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서둘러 앞으로 나서며 아부와 긴장감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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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마셔!”담담한 말투에 그렇지 못한 태도, 이건 마치 죽음을 부르는 선고와 같았다.이강우의 흔들림 없는 시선에 짓눌리고, 심성빈의 냉담한 침묵을 느끼며, 모두가 경악하는 시선 속에서 박기태가 결국 떨리는 손으로 술병을 집어 들었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 마치 사약을 들이키듯 필사적으로 술을 들이켰다.한 병... 두 병...마지막 한 모금까지 다 마신 뒤, 박기태는 온몸의 기운이 쫙 빠진 채 바닥에 쓰러졌고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병원으로 보내.”이강우가 차갑게 명령했다.곧이어 누군가가 인사불성이 된 박기태를 부축해 밖으로 뛰쳐나갔다.이강우는 더 이상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옆에 서 있는 송하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가자.”그는 자연스럽게 송하나를 껴안으려 했지만, 그녀가 본능적으로 피했다.이강우는 허공에 손이 붕 뜬 채 눈동자가 짙어졌다.한편 심성빈은 몸을 피하는 그녀를 지켜보다가 다시 이강우에게 시선을 옮겼다.“같이 가.”그들은 방 안에 얼어붙은 뭇사람들을 무시한 채 말없이 그곳을 떠났다.15분 후.차가 보코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세 사람은 말없이 차에서 내렸다.호텔의 찬란한 불빛이 각기 다른 그들의 표정을 비추었다.이강우는 심성빈 옆으로 다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잠시 이야기 좀 할까?”무심한 말투였으나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이를 본 송하나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두 분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먼저 올라갈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장 회전문 안으로 들어갔다.한편 두 남자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주차장의 외진 구석으로 향했다. 흐릿한 가로등 불빛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이강우는 차에 기대고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었다.그는 곧바로 본론에 들어가며 은근히 장난기 섞인 말투로 심성빈에게 물었다.“송하나가 아주 신경 쓰이나 봐?”딸깍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면서 담배에 불이 붙었다.그는 깊이 한 모금 빨아들인 뒤, 희미한 연기를 천천히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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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그녀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차갑고 덤덤했다.이강우는 문 앞에 서서 선뜻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샤워 후 붉어진 송하나의 뺨과 촉촉한 머리카락 끝에 잠시 머물렀다. 이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물건을 차에 두고 내렸길래.”이강우가 손을 내밀자 손바닥에 송하나가 늘 사용하던 립밤이 놓여 있었다.그녀는 흠칫 놀랐다. 언제 립밤을 떨어뜨렸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으니까.“고마워요, 대표님.”송하나의 손끝이 립밤에 닿기 직전, 무심코 이강우의 손목 위쪽을 쳐다봤는데 살짝 걷어 올린 소매 위로 붉게 부어오른 화상 흔적이 보였다.팔 안쪽으로 넓게 펴진 충격적인 흉터는 고온의 액체에 의한 화상임이 분명했다.송하나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그녀는 미간이 굳어지고 눈가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아까의 혼란 속에서 그저 뜨거운 국물이 몇 방울 튄 거라고 여겼는데 상처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해 보였다.이강우는 그녀의 시선을 알아채더니 팔을 살짝 움직이며 무심코 소매로 상처를 가리려 했다.이때 송하나가 몸을 옆으로 비켜 문을 열어주었다.“들어와요.”이강우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침대 옆 탁자 앞으로 다가갔다. 곧이어 호텔 전화기를 집어 들고 능숙하게 프런트 번호를 눌렀다.“여보세요, 1808호예요. 실례지만 화상 연고랑 소독용 면봉, 그리고 붕대까지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고맙습니다.”전화기 너머로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고 냉담했지만, 이전보다 약간의 급박함이 묻어났다.이강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녀의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며 짙은 눈동자에 의외라는 듯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이강우는 묵묵히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고 소파에 앉았다.입가에는 알아채기도 힘든 미소가 옅게 번졌다.십 분도 채 되지 않아, 프런트에서 약을 가져왔다.송하나는 약상자를 받고 소파 앞으로 다가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옷 벗어요.”그녀는 이강우를 쳐다보며 담담한 눈빛으로 말했다.한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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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송하나는 순간 동작을 멈췄다.자신이 방금 뭘 했는지 되새기자 표정이 약간 부자연스러워졌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계속 약을 발라주며 차분하게 말했다.“며칠 동안 물 닿지 않게 하세요. 샤워할 때도 상처 부위를 피하고요. 물집 터지면 바로 병원 가서 치료받아야 해요. 괜히 상처 감염되지 마시고요.”이강우는 그녀의 당부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흉터에 시선이 머문 게 아니라 바로 코앞에 닿은 송하의 옆모습만 빤히 쳐다보았다.따뜻한 실내조명 아래, 그녀의 새하얀 피부가 섬세하게 눈부셨고 금방 샤워를 마쳐서 두 볼에 자연스러운 홍조가 감돌았다.집중하는 표정 때문인지 평소의 냉정한 눈매는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그의 시선은 저도 몰래 송하나의 깨끗한 이마, 오뚝한 콧날을 스치고 결국 그 도톰한 입술에 머물렀다.분홍빛이 감도는 입술은 유난히 탐스러워 보였다.강렬하고 원초적인 충동이 예고 없이 그의 심장을 찔렀다.이강우는 코앞에 닿은 그녀의 부드러움에 흠뻑 도취하여 키스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방 안의 분위기가 소리 없이 뜨거워졌다.공기 중에는 연고의 시원한 향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기운이 감돌았다.송하나도 훅 바뀐 분위기를 예리하게 감지했고 자신을 향한 남자의 불타는 시선도 느꼈다.그녀는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 재빨리 연고 뚜껑을 닫으면서 감출 수 없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자리에서 일어난 송하나는 거리를 두며 또다시 이전의 차갑고 냉랭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마치 이강우에게 단단한 방어벽을 세운 것만 같았다.“약 다 발랐으니 이만 가보셔도 돼요, 대표님.”그녀는 명령하듯 또렷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강우 역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훤칠한 체구에 강렬한 압박감을 풍기며 그녀에게 한 걸음씩 다가서더니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왜 이렇게 날 내쫓지 못해 안달이야, 하나야?”낮고 거친 목소리에 아찔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예전의 송하나라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와 함께 밤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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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선남선녀 조합은 호텔 로비에서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송태리가 고개를 들어 달콤하고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여기 중요한 국제 의학 심포지엄이 열리는데 병원에서 연수랑 교류를 위해 저를 보내줬어요!”그녀는 경쾌하게 설명하며 이강우의 표정을 재빨리 훑었다.사실 송태리는 이 남자와 송하나가 모두 청림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하여 병원에 특별히 명액을 신청하여 이 자리에 오게 되었다. 이강우를 감시하고 송하나에게 어떠한 기회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송하나는 시선을 거두고 이제 막 엘리베이터 입구로 향하려 했다.이때 바로 옆의 엘리베이터 문이 띵 소리와 함께 열렸다. 퇴실하는 손님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나와서 복도가 다소 혼잡해졌다.커다란 캐리어를 끈 남자 한 명이 전화에 집중하느라 길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송하나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조심해요!”문득 온화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울렸다.심성빈이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송하나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고 옆으로 끌어당겨 충돌을 피하게 했다.송하나는 몸을 바로 세우고 고개를 들었더니 심성빈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마주쳤다.“괜찮아요?”그가 물었다.“네. 고마워요, 심 대표님.”송하나는 즉시 대답했다.심성빈의 손은 그녀의 허리에 아주 짧게 머물렀다. 다시 자세를 다잡고 바로 선 후에는 황급히 손을 내려놓았다. 완벽하게 제 분수를 지키는 제스처였다.하지만 이 짧은 순간이 하필이면 저 멀리 있던 송태리의 눈에 포착되었다.그녀는 얼굴에 띈 미소가 싹 굳고 눈가에 혐오감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송하나 쟤 발랑 까진 것 좀 봐. 어딜 가나 남자가 끊이지 않네?’다만 송태리는 이내 달콤한 표정을 되찾았다.그녀는 이강우에게서 떨어져 선뜻 심성빈에게 다가가더니 친근한 말투로 말했다.“어머, 성빈 씨도 여기 있었네요?”옆에 있는 송하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직 심성빈에게만 친한 척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다.“현진 바이오테크랑 협력하고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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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송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모든 상황을 차분하게 지켜보았다.송태리의 의도적인 무시, 이강우의 묵인, 그리고 지금 이 가식적인 초대까지, 이 모든 게 그녀의 눈에는 투명하게 보였다.송하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아니야. 난 또 볼일 있어서 못 갈 것 같아.”말을 마친 그녀는 이강우를 쳐다보지 않고 심성빈에게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심성빈은 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온화한 미소 아래, 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이강우 역시 제자리에 서서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응시했다.끝까지 자세를 낮추는 법이 없고, 모두를 멀리 밀어내는 듯한 그녀의 냉담한 모습에 알 수 없는 짜증과 불쾌감이 순식간에 밀려왔다.“강우 씨, 성빈 씨, 우리도 이만 가죠. 식당은 이미 예약해 뒀어요.”송태리의 얼굴에 달콤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강우의 팔을 붙잡고 그에게 몸을 기울였다. 마치 자신의 소유임을 과시하듯...이강우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짙은 눈길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응.”그는 나직이 대답하곤 송태리가 팔짱을 끼도록 내버려 두었다.묵인하는 듯한 친근함은 다른 사람들 눈에 엄연한 용납으로 비쳤다.심성빈의 얼굴에는 여전히 흠잡을 데 없는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눈가에 어두운 빛이 슬쩍 감돌았다.송태리는 이강우에게 기대고 있는데 방금 송하나는 그토록 쓸쓸하게 떠나가 버렸다.심성빈은 목울대를 살짝 굴리다가 마침내 대답했다.“그래요.”너무나도 잔잔한 말투에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세 사람은 곧이어 최상층에 있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송태리는 단연 기분이 좋아서 신나게 음식을 주문하며 이강우와 심성빈에게도 연신 의견을 물었다.“강우 씨, 트러플 파스타 좋아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오늘 마침 신선한 트러플이 들어왔네요.”“이 치즈 랍스터 요리도 맛있어 보이네요, 성빈 씨. 오늘 한번 맛보실래요?”그녀는 마치 열정적인 여주인공처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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