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눈 좀 붙일래요? 제가 볼 테니. 무슨 일 있으면 깨워줄게요.”심성빈이 제안했다.송하나가 고개를 저으며 괜찮다고 말하려던 찰나, 그녀의 시선이 우연히 멀리 보이는 좁은 골목 출구에 닿았다.짙은 색 후드티를 입은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모자챙이 얼굴을 거의 다 가릴 정도였다.송하나의 숨결이 멈칫하며 순간 몸을 일으켰다.“심 대표님, 저쪽 보세요!”성빈이 송하나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심성빈은 순간 눈빛이 굳어졌다.걸음걸이, 체격, 심지어 걸을 때 살짝 앞으로 기울어진 자세까지, 모두 CCTV 화면 속 인물과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그 사람이에요!”심성빈의 낮고 확신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에... 뭔가를 들고 있는 것 같아요. 택배 보내러 가는 것 같아요!”‘역시!’겨드랑이에 책 크기의 딱딱한 물체를 끼고 있었는데, 검은 비닐봉지로 단단히 싸고 있었다.심성빈은 즉시 차를 출발시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극도로 조심스럽게 그 사람의 뒤를 쫓았다.아니나 다를까 그는 근처의 택배 대리점에 들렀다.심성빈은 멀찍이 길가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그 사람이 택배를 보내는 틈을 타 가게 안에서 포위하려 했다.바로 그때, 근처에서 폐기물을 가득 실은 밀차와 자전거가 충돌하며 옆으로 넘어졌고 병과 상자들이 사방에 흩뿌려지며 큰 소리를 냈다.한 노인이 당황하며 소리치자 순식간에 주변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고, 택배 대리점에 막 들어가려던 후드티를 입은 남자까지도 마치 놀란 새처럼 고개를 홱 돌렸다.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훑다가 마침 심성빈과 송하나를 발견했다.두 사람의 분위기는 이 도심 속 마을과는 어울리지 않아, 즉시 그 남자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그는 망설임 없이 겨드랑이의 물건을 움켜쥐고 홱 몸을 돌려 옆에 있던 더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었다.“젠장, 우리를 눈치챘어요!”송하나가 외쳤다.“심 대표님, 빨리 쫓아요!”두 사람은 골목 방향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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