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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171 - Chapter 180

198 Chapters

제171화

이강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살짝 기댔다.심성빈에게 고정된 그의 시선에는 냉철한 탐색과 모욕을 당한 듯한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성빈이 너 언제부터 이렇게 정의로워졌냐? 이게 그렇게까지 송하나 편들 일이야?”짧고 날카로운 비웃음이 그의 낮은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너 예전에 송하나 엄청 혐오하고 경멸했잖아? 증오의 정도가 나보다 덜하지 않았을 텐데.”이강우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심성빈만 빤히 쳐다봤다. 그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놓치지 않을 기세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따져 물었다.“지금은 왜 이렇게 감싸고 돌아? 뭐? 예의와 존중? 너 이러는 거 진짜 단순한 협력 관계 때문이야?”심성빈은 그의 질문에 가슴이 움찔거렸다.이강우의 말은 그의 마음속에 던져진 돌멩이가 되어 잔잔했던 수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그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예전에 송하나가 재벌가에 시집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확실히 혐오감과 경멸을 느꼈었다.하지만 실제로 함께 지내고 보니 그녀를 향한 오해가 얼마나 깊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두 남자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심성빈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으나, 이내 태연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전례 없는 진지함이 담겨 있었다.“난 그저... 하나 씨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그는 이강우의 핵심적인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말 자체만으로도 그의 입장이 크게 바뀌었음을, 그리고 송하나를 향한 가장 강력한 변론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이강우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심성빈의 대답은 보다시피 그의 예상 밖이었으나, 동시에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그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심성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가슴속에서 더 깊은 짜증과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마구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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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심성빈은 식당을 나섰다.밖의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자, 몸에 배어 있던 답답함까지 말끔하게 사라졌다.그는 곧장 호텔로 돌아가지 않고, 청림시의 오래된 맛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실은 어젯밤 송하나가 맛있다고 했던 음식 몇 가지를 포장하기 위해서였다.1808호 문 앞.심성빈은 아주 가볍고 조심스럽게 노크했다.문이 곧 열리고 송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심성빈을 본 그녀는 눈가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무심코 뒤쪽을 봤더니 텅 빈 복도만 시야에 들어왔다.“대표님 지금...”지금 이강우, 송태리와 함께 식사 중이 아니었냐고 묻고 싶었다.심성빈은 온화한 미소를 띠더니 약간 억지스럽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했다.“두 사람 오랜만에 만나서 데이트하는 건데 제가 뭣 하러 끼어들겠어요? 눈치껏 먼저 나왔죠.”말을 내뱉고 나니 심성빈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이런 말실수가 또 있을까? 송하나는 아직 명의상 이강우의 아내인데 딴 여자랑 데이트라니...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혹여나 송하나가 난감해하거나 속상해하는 건 아닌지 살펴보려 했는데 뜻밖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 변화도 없었다.덤덤한 표정에 잔잔한 눈빛까지, 마치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인 것처럼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심성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더욱 깊은 연민과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을 느꼈다.한때 그녀는 이강우를 향해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고, 거의 비굴할 정도로 사랑에 목숨을 바쳤는데 지금은 이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니.이강우의 소꿉친구로서 그는 이 ‘무심함’ 뒤에 그녀가 얼마나 많은 억울함과 서러움을 삼켰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미안해요.”심성빈은 나지막한 목소리에 진지함을 담아서 사과했다.“아까 호텔 로비에서... 많이 속상하셨죠?”그는 송태리의 노골적인 무시와 이강우의 방관, 그리고 자신마저 그녀의 곁을 지켜주지 못하고 저들과 함께 떠나버린 상황을 말하고 있었다.마음 한편에는 줄곧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송하나가 아무리 괜찮은 척해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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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송하나는 포장을 열고 반찬들을 하나씩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따뜻한 음식의 향기가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웠다.두 사람은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다.심성빈에게는 식당에 있을 때보다 이 순간이 훨씬 더 즐겁게 느껴졌다.반찬들이 거의 바닥을 보일 무렵, 송하나가 막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그때, 소파에 놓여 있던 심성빈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심성빈의 미간이 점점 더 찌푸려졌다.“알았어요. 금방 갈게요.”전화를 끊을 때쯤 그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위의 재킷을 집어 들고 있었다.“무슨 일이에요?”송하나도 덩달아 일어섰다.그녀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목표물이 나타났어요.”심성빈은 재킷을 입으며 빠르게 상황을 설명했다.“경찰에서 방금 소식을 전해왔는데 모방약을 판매하는 윗선이 청림시에 도착했고, 약속된 거래 장소로 가고 있다고 해요. 우리도 즉시 출발해야 할 것 같아요.”송하나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이 윗선을 잡는 것이 모방약 제조소를 찾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만약 이번에 놓치면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송하나는 곧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저도 같이 갈게요.”“그래요.”두 사람은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심성빈의 차는 입구에 주차되어 있었다.그는 송하나를 먼저 차에 태우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 차는 약속된 거래 장소를 향해 곧장 달려갔다.핸들을 잡은 심성빈의 손은 흔들림이 없었고 시선은 전방을 주시하며 도로 상황을 살폈다.조수석에 앉은 송하나는 무심코 안전벨트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상대방을 무사히 검거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차가 반쯤 달렸을 때, 거래 장소까지 2킬로미터 정도 남겨두었는데 심성빈의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그가 스피커폰을 켜자 경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목표물이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듯합니다. 거래 장소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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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그는 송하나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경찰에 다시 전화하라고 했다.송하나는 즉시 경찰에 연락해 신속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지금 청림 대로에서 73영9256을 추격 중인데 상대방이 고속도로 입구 쪽으로 도주하려 해요. 고속도로 요금소에 차를 세워놓고 막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전화기 너머에서 곧바로 응답이 돌아왔다.“알겠습니다. 차단 지점을 신속하게 배치하겠습니다!”송하나가 전화를 끊자마자 등 뒤로 밀려오는 가속감이 더욱 강하게 엄습했다.심성빈은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엔진이 포효하며 검은색 승용차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고속도로 입구까지 불과 백 미터, 경찰이 급하게 설치한 차단 시설의 윤곽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는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면서 검은색 승용차와 거의 나란히 달렸다.바로 그때, 검은색 승용차가 미친 듯이 왼쪽으로 핸들을 꺾었다.앞서 요금을 내고 막 출발하려던 대형 트럭을 이동식 엄폐물로 삼아 트럭과 차단 시설 사이의 좁은 틈으로 빠져나가려는 매우 위험한 S자 변속을 시도한 것이다!하지만 당황한 탓인지 그의 조향 각도가 너무 컸다.차 앞머리가 트럭 뒷바퀴의 보호 울타리에 세게 부딪히며 쾅 하는 굉음을 냈다.거대한 충격에 검은색 승용차는 순식간에 통제력을 잃고서 마치 채찍에 맞은 팽이처럼 회전하며 요금소 옆의 단단한 시멘트 분리대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심성빈의 차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검은색 승용차가 튕겨 나간 궤적이 정확히 그들의 차 앞머리를 향해 휩쓸고 들어왔다.조수석 측면을 덮칠 일촉즉발의 상황!“고개 숙여! 절대 머리 들지 마!”심성빈의 낮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그는 필사적으로 핸들을 꺾어, 자신이 앉은 운전석을 충격을 받는 주된 지점이 되도록 했다.동시에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오른팔과 몸으로 최대한 송하나를 보호했다.그녀를 좌석과 중앙 콘솔 박스가 만들어내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삼각 구역 안으로 억지로 밀어 넣고 곧이어 쾅 하는 둔탁한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심성빈의 차 앞머리가 시멘트 분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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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송하나는 그의 다치지 않은 왼손을 꼭 잡았다.“대표님, 조금만 더 버티세요. 병원 곧 도착해요!”그녀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과 차가워진 손끝은 내면의 공포를 숨기지 못했다.심성빈은 혼란과 고통 속에 잠겨 있었지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 그리고 꽉 쥐어오는 힘은 이상하리만치 선명했다.그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흐릿해진 시선으로 걱정과 초조함이 가득 찬 송하나의 눈동자와 마주쳤다.“나 괜찮아... 걱정 마.”겨우겨우 대답하는 이 남자, 목소리도 잔뜩 잠겨 있었다.송하나를 좋아하는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둔 비밀이었다.그는 이 마음을 조심스럽게 봉인했고, 감히 넘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다만 지금 송하나가 먼저 그의 손을 잡았다.생생한 촉감은 끝없는 고통 속에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떨림과 만족감을 불러일으켰다.눈 깜짝할 사이에 경찰차가 병원 응급실로 질주했다.의료진들이 들것을 밀며 빠르게 다가왔고, 신속하고 전문적인 움직임으로 심성빈을 응급실로 이송했다.송하나는 뒤를 따르며 그가 검사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비로소 마음속 돌덩이가 조금이나마 가라앉는 듯했다.검사 결과가 곧 나왔다.심성빈은 오른쪽 팔이 분쇄 골절되었고, 경미한 뇌진탕 증세도 동반하여 즉시 수술을 진행해야 했다.한편 송하나는 큰 충격을 받은 것과 팔에 몇 군데 유리 파편에 긁힌 외상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간호사가 심성빈을 수술실로 밀고 갔고 이를 지켜보는 송하나는 문 앞에 서서 마음만 자꾸 심란해졌다.만약 심성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망설임 없이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같은 시각.고속도로 입구의 사고 현장은 이미 구경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심성빈의 차는 거의 폐차 지경이 돼서 유독 눈에 띄었다.뒤틀린 차체, 찌그러진 조수석은 뭇사람들의 화젯거리가 되었다.온갖 각도에서 촬영된 영상들이 이미 숏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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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지금 거신 번호는 연결이 되지 않아...]차갑고 메마른 안내 음성이 그의 귓가를 칼날처럼 파고들었다.이강우는 곧바로 심성빈에게 연락했다.하지만 역시나 안 받았다.거대한 공포가 얼음처럼 차가운 해일이 되어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켰다.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잡힌 것처럼 너무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영상 속 납작하게 찌그러진 조수석이 그의 눈앞에서 계속 아른거렸다...송하나... 그녀가 저 안에 있었던 걸까?송태리는 사색이 된 이강우를 보더니 뭔가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망설이다가 나직이 물었다.“강우 씨, 설마 저거 진짜 심성빈 씨 차예요?”이강우는 대답하지 않았다.“나 잠깐 나갔다 올게.”그는 이미 행동으로 송태리에게 답을 알렸다.회장을 뛰쳐나오자마자 이강우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지금 당장 청림 고속도로 입구 사고 부상자들이 어느 병원으로 실려 갔는지 알아내! 5분 안에 당장 결과 가져와!”비서는 이강우가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어가며 명령하는 것을 처음 들었다.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는 지체 없이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3분도 채 되지 않아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대표님, 알아냈습니다! 두 명의 부상자 모두 청림 센트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이강우의 눈에서 섬뜩한 빛이 터져 나왔다.그는 액셀을 끝까지 밟고 센트럴 병원 방향으로 미친 듯이 질주했다.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이 미친 듯이 외쳐댔다.‘하나 찾아야 해. 하나 반드시 살아있어야 해!’이강우는 가장 빠른 속도로 센트럴 병원에 도착했다.쾅!그는 응급실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절박한 시선으로 군중 속을 휩쓸고 있는 이 남자, 얼마나 아이러니한가.그는 한때 송하나를 그토록 싫어했고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랐었는데 막상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감과 당혹스러움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너무나도 생생하고 격렬한 이 감정을 도통 주체할 수가 없었다.이강우가 절망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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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의사 선생님 말로는 리스크가 크지 않으니 생명에는 지장이 없대요.”이강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제자리에 서서 송하나만 빤히 쳐다봤다.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안도감과 공포가 여전히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송하나는 그런 이강우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며 인상을 구겼다.‘뭐지? 성빈 씨 보러 왔다며? 왜 나만 쳐다보는 건데?’마침 이때, 간호사가 그녀의 팔에 난 마지막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곤 간단한 주의사항을 당부하며 떠났다.이에 이강우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 옆의 빈자리에 앉았다.“성빈이 기다려야겠어.”그가 나직이 말했다.송하나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응급실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놓은 탓인지 통풍구에서 찬 바람이 나오자 송하나는 무심코 어깨를 움츠리며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았다.옆에 있던 이강우가 이 미세한 움직임을 바로 캐치했다.그는 얼른 자신의 정장 재킷을 벗어 말없이 송하나에게 내밀었다.“걸쳐.”송하나는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다.“됐어요. 안 추워요.”다만 이강우가 그녀에게 거절할 기회를 안 주고 어깨에 재킷을 걸쳐놓았다.“예정대로라면 경찰이 찾아와서 단서를 계속 물을 텐데 만에 하나 감기에 걸려 열이라도 나면 어떡해? 모방약 추적 진행에 차질이 생겨도 괜찮아?”송하나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나름 일리 있는 말이었으니까.심성빈은 수술대에 누워 있고, 이 상황에서 사건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그녀는 절대 쓰러질 수 없다.목구멍까지 차오른 거절의 말을 삼키고 결국 나직이 대답했다.“고마워요.”송하나는 어깨에 걸친 양복을 여몄다. 그 순간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며 조금 전의 한기를 싹 다 몰아냈다.시간은 침묵과 기다림 속에서 일분일초 흘러갔다.마침내 수술실 불이 꺼지고 의사가 문을 열고 나와 수술이 아주 성공적이라고 알렸다.골절 부위는 잘 고정되었고, 뇌진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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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송하나는 물을 다 먹이고, 심성빈을 눕힐 채비를 하고 있었다.그때, 이강우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앞으로 나아가며 은근히 긴장감 섞인 말투로 말했다.“너도 팔을 다쳐서 피곤할 텐데 이만 돌아가서 쉬어. 여긴 내가 있을게.”그는 손을 뻗어 거의 강압적으로 송하나의 손에 쥔 빈 물컵을 받아냈다.말 그대로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한 태도였다.심성빈은 그제야 이강우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강우 너도 왔어?”이강우는 물컵을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방금 왔어.”심성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송하나를 향해 안심시키는 눈빛을 보냈다.“강우 말대로 너도 많이 놀랐을 테니 가서 쉬어야지. 여긴 간호사도 있고, 의사도 있으니 이만 돌아가서 푹 자.”송하나는 심성빈을 바라보다가, 이강우의 굳은 옆모습을 힐끗 보았다.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이 오히려 방해된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푹 쉬어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그녀는 돌아가려 하는데 바로 그때 병실 문이 끼익 열리고 송태리가 예쁘게 포장된 과일 바구니를 들고서 안으로 들어왔다.이제 막 나가려는 송하나를 훑어보다가 어깨에 걸친 눈에 익은 명품 정장 재킷에 시선이 멈췄다.이건 분명 오늘 이강우가 입었던 그 옷이었다.송태리의 얼굴에 띈 웃음기가 순간 굳어지고 눈가에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스쳤다.마음속 불쾌감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그녀는 곧 표정을 추스르고 관심 조로 물었다.“하나도 여기 있었네? 방금 들어올 때 간호사한테 들었는데 성빈 씨가 너 구하려다가 다친 거라며? 제때 널 보호하지 않았으면 수술대에 누워 있을 사람이 너였대.”송태리는 말하면서 곁눈질로 이강우의 표정을 살폈다.그의 얼굴에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안심했다.‘내가 너무 앞서 생각했네!’아까 이강우가 그렇게 실수를 한 것은 심성빈을 걱정했기 때문이지, 절대 송하나 때문일 리가 없다.충격을 받은 송하나가 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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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심성빈은 송하나를 좋아하게 되었다.이 결론은 마치 천둥처럼 이강우의 심장을 쩌렁쩌렁 울렸다.오후에 있을 학술 교류회를 염두에 둔 송태리는 병실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어느덧 병실에는 이강우와 심성빈, 둘만 남았고 분위기가 살얼음판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이강우는 침대 곁에 서서 심성빈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너 송하나 좋아해?”중저음의 목소리와 싸늘한 말투가 어우러져 한없이 차가운 냉기를 내뿜었다.심성빈은 베개에 기댄 채 자신에게 질문을 건넨 이강우를 빤히 쳐다봤다.이날이 올 것을 진작 예상한 듯싶었다.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고 씁쓸한 말투로 되물었다.“아니라고 하면 믿어는 주게?”“그래야 하나?”심성빈은 그의 굳은 얼굴을 바라보며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깨닫고 쿨하게 인정했다.“맞아. 나 하나 좋아해.”그의 입에서 이 대답을 직접 듣자 이강우는 마침내 폭발해버렸다.그는 병상 앞으로 달려들어 두 손으로 침대 난간을 짚고서 심성빈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두 눈동자에는 배신감에 휩싸인 불길이 이글거렸다.“친구의 아내를 좋아한다고? X발, 너 미쳤냐? 세상에 여자가 없어? 왜 하필 송하나인데, 왜?”심성빈은 코앞으로 다가온, 분노에 격앙된 이강우를 빤히 쳐다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눈가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고통과 고뇌가 담겨 있었다.“있잖아, 내가 송하나를 좋아하게 될 줄 진작 알았다면... 현진과의 협력이 아무리 대박 날 아이템이라 해도 애초에 손도 대지 않았을 거야!”심성빈의 목소리에 자조적인 떨림을 담고 있었다.“그랬다면 하나와도 엮이지 않았을 테고, 이렇게 완전히 빠져버리지도 않았을 텐데...”이 몇 주간 심성빈은 지옥을 넘나드는 내적 갈등을 겪고 있었다.주체할 수 없는 도파민의 설렘과 혈육과도 같은 우정!심성빈은 단 한 번도 친구의 여자를 탐낼 생각, 선을 넘으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하지만 감정이라는 게 잡초와 같아서 한번 마음에 뿌리를 내리면 걷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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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마지막 몇 글자에 짙은 자조의 빛이 담겨 있었다.“뭐? 짝사랑?”이강우는 콧방귀를 뀌더니 날카로운 눈길로 인정사정없이 쏘아붙였다.“그렇게 하나를 좋아하는데, 목숨까지 버릴 만큼 좋아하는데 전혀 딴마음 품은 적 없어? 탐낸 적 없어? 네 여자로 만들 생각 없었냐고? 웃기지 마, 성빈아!”심성빈은 이강우를 바라보는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고통, 번민, 그리고 마침내 잠잠해진 결연함까지.그는 천천히 입을 열고 차분하게 말했다.“강우야, 만약 상대가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난 아마 벌써 싸우고, 빼앗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하나를 쟁취했을 거야. 하지만...”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더 없이 진실된 눈길로 이강우를 빤히 쳐다봤다.“넌 내게 가장 친한 친구야. 혈육만큼이나 소중한 친구라고. 난 우리 우정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할 수도 없고.”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온 힘을 쥐어짜서 뒷말을 이어갔다.“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어. 네가... 이혼할 때까지. 둘의 관계가 깔끔하게 마무리될 때까지. 그때가 되면 나도 아마... 당당하게 하나한테 구애할 수 있겠지.”이것은 심성빈이 자신에게 정해준 마지노선이자 이강우와의 우정에 바치는 존중이었다.“이혼?”이강우의 입가에 극도로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그는 한없이 짙은 눈길로 심성빈을 쳐다봤다.“그럼 내가 평생 이혼 안 한다면?”순간 심성빈이 몸을 움찔거리고 눈동자까지 파르르 떨렸다. 그의 얼굴에 당혹감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차올랐다.“그게 무슨 말이야?”이제 거의 제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넌 하나 안 사랑하잖아. 심지어 혐오했잖아. 전에 늘 송태리한테 명분을 주려고 하루빨리 하나랑 관계를 끝내고 싶어 한 거 아니었어? 이제 와서 대체 왜... 왜 또 놓아주지 않겠다는 건데?”이강우는 그의 연이은 추궁에 할 말을 잃었다.왜냐고?사실 이강우도 전에는 확실히 이혼하고 싶었다. 송하나와의 모든 관계를 하루빨리 끊어내고 송태리에게 제대로 된 명분을 마련해주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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