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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빛나리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198 챕터

제181화

최로운이 바람처럼 달려 들어왔다.심성빈의 붕대 감긴 오른팔을 본 후, 그는 과장된 표정으로 탄식했다.“헐! 성빈아, 어쩌다 이런 거야? 너무 심각하잖아!”심성빈은 최로운을 보더니 그가 교통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강현에서 달려왔으리라 짐작했다.“괜찮아, 안 죽어. 팔만 부러졌을 뿐이니 좀 쉬면 금방 나아.”그는 허약한 미소를 지었다.이에 최로운이 의자를 끌어 침대 곁에 앉으며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듣자 하니 송하나 씨 보호하려다가 이렇게 다친 거라며?”그는 심성빈을 쏘아보며 실망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성빈이 너 진짜 대단하다. 여자 때문에 목숨까지 내던지는 거야?”심성빈은 베개에 기대앉아 교통사고 때 송하나를 감싸 안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의 눈빛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하나는 보통 여자가 아니야.”“보통이 아니긴 하지...”최로운이 나직이 중얼거렸다.이강우가 결혼을 결심한 여자, 심성빈이 목숨을 내걸고 지켜준 여자...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이 모두 그녀에게 빠졌으니 이 여자는 단연코 보통 여자가 아니었다.최로운은 불현듯 가장 중요한 문제가 떠올랐다.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심성빈의 귓가에 대고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강우는 아직... 뭐 눈치챈 거 없지?”심성빈의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이미 다 알았어.”“뭐라고?”최로운은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목소리까지 한 톤 높아졌다.혹시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그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네가 송하나 좋아한 걸 강우가 알았다고? 그럼 두 사람... 한바탕 싸운 거야?”최로운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20년 지기 두 친구가 여자 하나 때문에 서로 척을 지는 것이었다.심성빈은 그의 긴장한 모습을 보더니 오히려 웃었다.“강우가 만약 손을 댔으면 내가 지금 이 꼴로 반격할 여지나 있겠냐?”최로운은 그제야 깨달았다. 심성빈은 막 수술을 마쳐서 팔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강우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 화가 단단히 났을 테니 로운이 네가 가서 함께해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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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이강우는 칼날처럼 예리한 눈길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성빈이가 하나 좋아하는 거!”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인데 최로운의 그까짓 속내를 이강우가 모를 리 있을까.최로운은 이 순간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그는 머리가 지끈거리고 황급히 이강우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더듬거렸다.“난... 나도 최근에 알게 됐어.”그는 말을 얼버무리며 어떻게든 넘어가려 했다.“하! 역시 그런 거였네.”이강우가 피식 웃었다.“X발 나만 바보였던 거네! 다들 알고 있으면서 날 웃음거리로 삼으려 했던 거 아니야?”그 말을 끝으로 이강우는 다시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알싸한 액체가 목구멍을 태웠지만, 마음속 분노를 잠재우지는 못했다.최로운은 이렇게 망가진 이강우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그는 용기를 내어 한 마디 권했다.“강우야, 화 풀어!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친구 사이에 금이 갈 필요는 없잖아. 이참에... 네가 등 떠밀듯 그 두 사람 이어주는 건 어때? 어차피 너도 송하나 씨랑 이혼할 예정이잖아. 그때 가서 성빈이가 너한테 고마워할지도 몰라...”최로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강우가 분노에 찬 눈길로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지금 나더러 걔네 둘 축복해주라고?”최로운은 겁을 먹고 황급히 말을 바꿨다.“아니야... 그냥 농담 좀 한 거야. 진지하게 들을 필요 없어!”그는 실로 의아했다.전에 이강우는 누구보다 이혼에 적극적이었는데 지금은 왜 심성빈과 송하나를 축복해주라는 말에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걸까?그 시각.테이블 바깥쪽의 어두운 곳에서 송태리가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그녀는 이강우와 최로운의 대화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다 들었다.심성빈이 송하나를 좋아하고 있고, 이강우는 이 사실을 알뿐더러 크게 화내며 이성을 잃기 직전이라고?지금 이렇게 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혼을 원치 않아서라니.충격과 질투, 그리고 전례 없는 위기감이 그녀에게 확 덮쳐들었다.여태껏 공들여왔던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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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강우 씨 취했어요!”그녀는 이강우의 어깨너머로 표정이 굳어버린 송태리를 보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송태리 씨, 남자친구 단속 좀 잘하시지. 뭐야 이게? 여기서 왜 추태를 부려?”순간 송태리는 질투와 혐오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이강우가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었음에도 두 눈은 오직 송하나를 향하고 있다니.그녀는 재빨리 감정을 추스르고 앞으로 걸어가 이강우의 팔을 부축했다.“강우 씨, 지금 많이 취했어요. 우리 방으로 돌아가요.”최로운도 얼른 앞으로 다가와 이강우를 부축했다.“강우야, 너 너무 많이 마셨어. 더 소란 피우다가 내일 헤드라인 장식할 각이야.”두 사람은 합력하여 이강우를 엘리베이터에 태웠다.송하나는 제자리에 서서 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며 눈가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로열 스위트룸으로 돌아온 후, 최로운이 이강우를 부축해서 침대에 눕혔다.이제 막 해장국이라도 주문하려던 참인데 송태리가 대뜸 막아섰다.“로운 씨, 강우 씨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여기는 제가 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어요.”최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수고하세요. 전 옆방에 있으니 급한 일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송태리는 단아한 미소를 지었다.“네, 걱정 마세요.”문이 스르륵 닫히고 방 안에는 송태리와 잠든 이강우, 둘만 남았다.그녀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이강우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완벽하게 잘생긴 이 얼굴은 그녀가 본 중에 가장 멋졌다.값비싼 셔츠는 탄탄한 몸매를 감싸고 있었고, 깊이 잠든 모습에서도 강렬한 남성미가 뿜어져 나왔다.송태리의 눈빛은 점점 넋을 잃어갔다.그녀는 이강우와 오랫동안 만나왔다.그동안 이강우는 그녀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았고, 물질적인 방면에서도 인색한 적 없지만 단 한 번도 그녀를 터치하지 않았다.아무리 암시하고 과감하게 품에 안겨도 이강우는 마치 돌부처처럼 냉정하게 그녀를 밀어냈다.이 남자는 언제나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다.그런 그가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에 취한 모습은 송태리도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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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송태리는 그의 움직임에 잠에서 깬 듯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는 비몽사몽 한 채로 이강우를 바라보며 얼굴에 수줍은 홍조가 살짝 번졌다.“강우 씨, 깼어요? 좀 어때요? 머리 아직도 아파요?”그녀는 몸을 살짝 움직이며 불평하는 듯이 투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어젯밤에... 강우 씨 너무 거칠었어. 나 너무 힘들었단 말이에요...”순간 이강우는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온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다.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그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바에서 나왔을 때 주위가 캄캄한 어둠이었고 그 뒤론 필름이 끊겨버렸다.이강우는 이불을 걷어내고 벌컥 몸을 일으켰다.흐트러진 침대 시트,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들, 그리고...침대 시트 중앙에 선명한 짙은 붉은색의 혈흔.언제나 절제하던 자신이 술에 취해 송태리와 하룻밤을 보내다니.한편 송태리는 핏자국을 빤히 쳐다보는 이강우 때문에 괜히 마음이 찔렸다. 혹시나 그에게 들킬까 봐 너무 두려웠다.송태리는 즉시 표정을 다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수줍게 탓하듯 말했다.“강우 씨... 나 처음인데 살살하지 그랬어요.”그녀는 ‘처음’이란 두 글자를 일부러 강조해서 말했다.사실 이강우는 돌아가신 형에 대한 약속 때문에 송태리를 돌보는 것을 줄곧 책임으로 여겨왔다.그런데 지금 술에 취해...그의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충격, 혼란, 그리고 무거운 죄책감까지.이강우라는 사람은 절대 술김에 실수를 저지르고 사후에 책임을 회피하는 비열한 인간이 아니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복잡한 눈길로 송태리를 바라보았다.“내가 책임질게.”낮고 거친 목소리에서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마지못해 현실을 받아들이는 듯한 무거운 무게감만 담고 있을 뿐이었다.말을 마친 이강우는 곧장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머리 위로 쏟아지는 찬물은 그의 마음속 답답함을 씻어내지 못했다.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끊이지 않았고,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갑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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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말을 마친 그녀는 포크를 내려놓고 자신의 식판을 들고서 다른 자리로 향했다.송태리는 그녀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승리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하나야, 이번엔 네가 졌어!’아침 식사를 마친 송하나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그녀는 일부러 따뜻한 야채죽을 일 인분 사 갔다.병실 문을 열었을 때, 심성빈이 침대에 기대앉아 있었다.햇살이 블라인드 틈새로 그의 창백한 얼굴에 얼룩진 그림자를 드리웠다.인기척에 고개를 든 심성빈은 그녀를 바라봤는데 눈동자에 희미한 기대감이 스쳤으나 이내 짓눌렀다.“왔어?”그는 살짝 잠긴 목소리로 말하곤 괜찮은 척하려고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좀 어때? 어제 잠은 잘 잤어?”송하나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죽을 탁자에 내려놓았다.“네, 잘 잤어요.”그녀는 대답하며 뚜껑을 열었다.“성빈 씨는요? 상처가 아직도 아파요?”“많이 나아졌어.”심성빈은 나지막이 대답했다.“의사 선생님이 오늘부터 유동식을 먹어도 된다고 해서 오는 길에 죽 사 왔어요.”송하나는 죽을 작은 그릇에 덜었다.심성빈의 오른쪽 팔에 깁스하고 있어 움직이기 불편했다.이를 잘 알고 있는 송하나는 자연스럽게 숟가락을 들어 그에게 먹여주려 했다.그러나 숟가락이 허공에 닿기도 전에 심성빈이 선뜻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괜찮아. 이렇게까지 안 해도 돼.”그는 담담한 어투로 말하며 약간 거리감을 두려는 듯했다.“거기 놔둬. 이따 간병인 오면 먹을게.”미묘한 거절에 송하나는 살짝 멈칫했다.그녀는 더 따져 묻지 않고 말없이 죽그릇을 내려놓고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두 사람은 별 의미 없는 업무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눈 후, 은근한 어색함이 감돌았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이강우가 들어왔다.짙은 색상의 정장은 훤칠한 몸매를 더욱 돋보였지만,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송하나를 발견하자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너도 와 있었네?”말투만으론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심 대표님 보러 왔어요.”송하나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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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그는 도저히 못 믿겠다는 눈길로 이강우를 쳐다봤고 숨이 다 멎을 지경이었다.충격과 황당함, 그리고 이내 홍수처럼 밀려오는 실망감과 분노까지.“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심성빈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목이 다 쉬었다.그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앉으려 했으나 상처가 땅겨지며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심성빈의 눈동자에 분노가 이글거렸다.“술김에 잤다고? 야, 이강우! 송하나 못 놔준다고 할 땐 언제고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너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돼?”아무리 그래도 이강우에게 최소한의 진심이 남아 있어 송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줄 알았다.심지어 이것 때문에 자신이 먼저 물러날 결심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터무니없는 ‘책임감’타령이라니.심성빈은 실망과 분노에 눈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송태리를 책임지면 하나는 뭔데? 넌 대체 하나를 뭐로 생각한 거야? 잡아놓은 물고기라 놓아주긴 아쉽고 멋대로 상처 주면서 배신까지 때리는 네 소유물이야?”그는 숨을 몰아쉬었다.팔의 극심한 고통으로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칼날 같은 말을 내뱉으며 이강우의 가장 추악한 내면을 정면으로 겨냥했다.“송하나가 제 와이프라고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더니 여태껏 네가 한 짓 좀 봐. 하나를 자꾸 밀어낸 건 정작 너야. 하나에게 진심이 아닌 단순한 소유욕만 남은 거라면 애 그만 괴롭히고 제발 놔줘! 하나는 말이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사랑을 얻을 자격이 충분해. 너 같은 이기적인 새끼한테 잡혀서 무시당하고 있을 게 아니라!”“닥쳐!”이강우는 마침내 참아왔던 분노가 폭발해버렸다.심성빈의 말은 뾰족한 가시가 되어 그의 심장을 마구 찔러댔다. 여태껏 이강우가 강압적인 기세로 위장하려 했던 혼란스러운 마음, 그리고 비겁한 내면까지 아주 정확하게 끄집어냈다.그는 침대 앞으로 바짝 다가와 심성빈의 멱살을 잡고 찢어발길 듯 흉악한 눈길로 노려봤다.“난 하나 남편이야. 하나를 어떻게 대하든 너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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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강우야, 우리 사이에 뭐 못할 말 있냐? 오늘 나랑 성빈이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봐. 대체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야? 송하나랑 송태리 중에 과연 누구냐고?”이강우는 몸이 움찔거렸다.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 돼버렸다.수많은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고 온갖 감정이 휘몰아쳐서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건...“난 태리 외면하면 안 돼.”한참 침묵하다가 목울대를 몇 번 굴리고 갈린 목소리로 겨우 이 한 마디를 뱉어냈다.이것은 그의 의사 표명과 다름없었다.최로운은 그의 고뇌와 집착이 뒤섞인 표정을 보며 마음속으로 대충 짐작이 갔다.하여 무거운 한숨을 내쉬곤 진중한 목소리로 핵심을 쿡 찔러 말했다.“강우야, 만약 진심으로 송태리 씨한테 명분도 주고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거라면 송하나 씨는 이만 놔줘. 깔끔하게 이혼하란 말이야.”“네 와이프 겉보기엔 온순하고 연약해 보여도 속내는 엄청 강단 있어. 네가 두 여자 사이에서 즐기는 꼴은 절대 못 봐 줄 거야.”최로운은 이전부터 송하나를 좋게 보지 않았다.그녀는 단지 아름다운 외모만 믿고 남자들에게 의존하며 환심을 사는 기생충이라 여겼다.하지만 이강우와의 관계가 틀어진 후에 보였던 단호한 태도는 최로운에게 있어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최로운의 말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이강우의 마음을 마구 헤집었다.그는 송하나의 아까 그 차가운 눈빛, 송태리의 도발에도 흔들림 없이 혐오감을 드러내며 대처하던 모습을 떠올리자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았다.이강우는 이제 정말 확신이 없었다. 송태리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송하나를 곁에 둘 방법이 과연 뭐가 있을까?이때, 줄곧 침묵하던 심성빈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눈빛은 평정을 되찾고 있었다.그는 이강우를 바라보며 덤덤한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강우야, 내가 두 달 시간을 줄게. 두 달 안에 무조건 마음 정해. 송하나를 완전히 놓아주거나 아니면 네가 마음 다잡고 불필요한 관계들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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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진작 이랬어야지.”최로운이 적절한 타이밍에 말을 내던지며 다시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노력했다.“이제 대화도 됐겠다, 이 일은 이렇게 정하는 거로 하고 넘어가자. 우리 아직 시간 많아. 겨우 이런... 흐음... 감정적인 문제로 서로 등질 순 없잖아. 앞으로도 계속 잘 지내고 짬짬이 만나서 술도 마셔!”그는 두 사람이 악수를 하며 화해하기를 바랐다.하지만 이강우와 심성빈은 그저 서로를 마주 볼 뿐이었다.눈빛에는 더 이상 이전의 날카로움은 없었지만, 과거처럼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마침내 이강우가 심성빈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심성빈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악수하며 화해하는 건 지금 당장에는 어려웠다.하지만 적어도 싸움의 불씨가 잠시 제거된 셈이다.최로운은 두 사람이 썩 화기애애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서로에게 덤벼들지 않는 상태를 보며 현재로서 이것이 최선의 결과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송하나가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모방약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가 이미 접견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송하나 씨, 좋은 소식 있어요! 저희가 밤새 영운시로 가서 현지 경찰의 협조로 그 모방약 제조소들을 성공적으로 소탕했습니다!”그는 말하며 막 인화된 현장 사진 뭉치를 송하나 앞에 내밀었다.사진에는 더럽고 비위생적인 생산 환경, 산처럼 쌓인 모방약 캡슐, 압수된 조악한 설비들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현장에서 핵심 인물 12명을 검거했고, 압수된 모방약은 무려 대형 트럭 세 대 분량이었어요. 이 약들이 시장에 새어 들어왔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쳤을지 모릅니다!”송하나는 줄곧 졸여왔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졌다.“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형사님들.”“감사 인사는 저희가 해야죠. 그리고 모방약 때문에 피해를 본 환자들도요.”형사는 손을 흔들며 진지하고 성실한 표정으로 말했다.“송하나 씨와 심 대표님이야말로 일등 공신이세요. 두 분이 위험을 무릅쓰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그 양심 없는 놈들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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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송하나가 설명했다.“대표님을 혼자 여기 두고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이제 상황이 좀 안정되고 퇴원하시거든 같이 돌아가려고요.”“뭐? 교통사고? 많이 다쳤어?”서유준이 바짝 긴장하며 물었다.며칠 전, 그는 뉴스에서 청림시 고속도로 입구에서 발생한 참혹한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게 됐는데 그 사람이 설마 심성빈인 건가?“하나 넌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없고?”“심 대표님 덕분에 괜찮아요. 그분이 절 구하려다 다치신 거예요.”서유준은 마침내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괜찮다니 다행이야.”그는 나중에 이들이 강현으로 돌아오거든 심성빈에게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다고 묵묵히 다짐했다.송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직이 물었다.“선배 외할아버님은 요즘 상태가 좀 나아지셨나요?”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서유준의 목소리는 약간 가라앉아 있었다.“아직도 혼수상태야... 의사 선생님 말로는 오늘까지 깨어나지 못하면 아마 영원히...”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간호사의 격앙된 외침이 들렸다.“깼어요! 서 대표님! 어르신께서 깨어나셨어요!”“하나야!”서유준의 목소리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환희로 가득 찼다.“들었어? 할아버지 깨셨대! 하나 넌 정말 복덩이라니까. 난 일단 들어가 봐야겠어. 나중에 다시 얘기해.”“네, 그래요.”송하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눈가에 따뜻한 기류가 흘렀다.“할아버님은 워낙 건강하신 분이니 무조건 괜찮으실 거예요. 얼른 가보세요.”전화를 끊고 송하나는 곧장 병원으로 가서 모방약 제조소 소탕 소식을 직접 심성빈에게 전하려 했다.하지만 발을 내딛기 바쁘게 바로 멈춰 섰다.머릿속에 갑자기 한 시간 전에 병실에서 이강우와 마주쳤던 장면이 떠올랐으니까.어쩌면 그가 아직 안 떠났을지도 모른다.송하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강우와 마주치는 것은 정말로 꺼려졌다.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심성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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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로운이가 마침 오후에 강현으로 돌아간다고 하니 넌 걔 차 타고 가면 되겠네. 그래야 나도 좀 안심이 될 것 같아.”심성빈의 배려에 송하나는 나지막이 대답했다.“네.”“그럼 제연에 가서 치료 잘 받고 몸조리 잘하세요.”“알았어.”심성빈은 온화한 말투로 말했지만 은근한 침울함이 섞여 있었다.전화를 끊은 후, 그는 힘없이 베개에 기대서 눈을 질끈 감았다.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움과 고통이 가슴 속에서 마구 소용돌이쳤다.두 달간의 약속은 심성빈에게 마치 차가운 족쇄와도 같았다.이 기간에 그는 절대 선을 넘어서도 안 되고 더 이상 송하나에게 다가갈 수도 없다.옆에 있던 최로운은 그의 얼굴에 서린 고뇌와 고통을 전부 엿보았다.그는 탄식하며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목소리에는 아주 드물게도 진지함이 깃들었고 믿기지 않는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성빈아, 우리가 여태껏 알고 지내면서 네가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깊게 빠지는 모습은 나 진짜 처음 봤어!”심성빈이 억지로 버티는 모습을 보며 최로운은 참지 못하고 캐물었다.“진짜 그냥 이렇게 보내주게? 얼굴도 안 보고?”심성빈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내저으며 나직이 대답했다.“응, 안 봐.”만나면 또다시 선을 넘을까 봐 두려웠다.만에 하나 송하나까지 그의 마음을 눈치채서 짐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지금 자제해야 나중에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다.만약 두 달 후에도 이강우가 여전히 그녀를 힘들게 한다면, 그땐 심성빈도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이강우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최로운은 그가 아쉬움에 몸부림치면서도 억지로 참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해졌다.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널 봐서라도 송하나 씨 무사히 집에 데려다줄 테니 걱정 마.”오후.송하나가 호텔에서 나오자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그녀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최로운이 차창을 내리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경적을 짧게 울리며 송하나를 향해 가볍게 턱을 치켰다.“타요, 하나 씨.”송하나는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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