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차오르는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며 태연하게 말했다.“오늘 좀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어.”송태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언가 수상한 낌새는 지울 수 없지만, 이강우의 부드러운 눈빛을 마주하자 감히 더 물을 엄두가 안 나 의구심을 마음 깊숙이 묻었다.이때 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송 선생님, 응급입니다! 3번 병실 환자분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야 한대요. 교수님께서 빨리 오라고 하십니다.”“네, 바로 갈게요.”송태리는 대답을 마치고 이강우에게 시선을 옮겼다.“강우 씨, 나 응급 수술 잡혀서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따 통화하고 거기서 혼자 잘 지내요.”“그래, 가봐.”그녀가 이제 막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심성빈이 엘리베이터에서 서둘러 걸어 나오며 복도에 있는 이강우와 마주쳤다.그는 곧장 이강우에게 다가왔다.“하나 씨... 괜찮아?”복부의 희미한 통증이 아까의 굴욕감을 상기시키는데 지금 심성빈이 또 그 이름을 언급하니 왠지 모를 분노가 치솟았다.그는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응, 괜찮아! 안 죽었어.”방금 자신을 찼던 그 힘으로 보아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영상 통화가 끊길 무렵, 송태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고스란히 듣게 되었다.그녀는 표정이 확 굳어졌다. 얼어붙은 얼굴 뒤로 놀라움과 충격이 가득했다.송하나, 그녀가 정말 청림시에 출장을 나왔다니!그렇다면 이강우가 이번에 갑자기 청림시로 출장 온 것도 십중팔구 그녀 때문일 것이다.강렬한 위기감이 송태리를 덮쳤다.그녀는 휴대폰을 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눈빛 속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음울함과 질투만이 가득했다.이강우는 급한 업무 전화를 받고 짧게 몇 마디를 전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방 안.송하나는 오랜 피로와 누추함을 씻어내려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득 자신이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찢어진 옷은 더 이상 입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가운만 입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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