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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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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송하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낡은 담벼락을 기어 넘던 후드티 차림의 남자가 막다른 골목길 안으로 맥없이 굴러떨어졌다.고개를 들고 송하나를 본 순간, 남자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녀가 여기서 길을 막아버릴 줄이야.송하나 역시 얼어붙었다.그녀는 재빠르게 주위를 훑어보았다.좁디좁은 공간,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담벼락, 그리고 그녀가 막아선 유일한 출구.송하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걸음을 옮기며, 벽에 기대 세워진 흙먼지 묻은 나무 막대기를 향해 오른손을 슬쩍 뻗었다. 저 남자를 제압할 수 있을까? 순간의 계산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X발! 빌어먹을 년! 지긋지긋하게 따라붙는구먼!”후드티 남자가 거친 눈빛으로 송하나를 노려봤다.“너 대체 누구야? 원하는 게 뭔데? 왜 줄곧 뒤쫓아오냐고?”나무 막대기를 쥔 송하나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목소리만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네 손에 든 물건, 어디서 났어?”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불룩한 검은색 가방에 꽂혔다.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야유를 터뜨렸다.“역시 이걸 노리고 온 거였군!”송하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남자는 그녀가 혼자란 걸 확인하자 경계에 가득 찬 눈빛이 어느덧 경멸로 바뀌었다.“어디 계집애 따위가 감히 내 일에 참견이야?”남자는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목소리가 더욱 거만해졌다.“어쩐지 요즘 자꾸 등골이 오싹해지더라니, 꼭 누구한테 감시당하는 기분이었는데 너희들이 몰래 수작 부린 거구나! 너랑 같이 온 그놈, 내가 진작 옆길로 유인했어. 정신 차리고 돌아오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거야.”남자가 한 걸음 더 다가서자 땀 냄새와 싸구려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는 턱을 치키고 경멸과 협박으로 가득 찬 눈길로 송하나를 내려다봤다.“야, 이년아! 이제 너 혼자야. 살고 싶으면 당장 비켜. 안 그러면 너 어떻게 될지 감당 못 한다?”송하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이 남자가 심성빈을 떼어놓았다고 한다.상황은 그녀가 예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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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손목에 칼날 같은 통증이 파고들었다. 송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했다.“여기까지 온 이상 나갈 생각은 접어. 차라리 우리랑 좀 놀다 가는 게 어때?”양아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송하나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지만, 차가운 벽에 등줄기가 세게 부딪혔다.그녀는 손에 쥔 나무 막대기를 꽉 움켜쥐었다. 힘이 들어간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꺾이지 않는 끈질긴 기색이 서려 있었다.“비켜! 내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리면, 너희들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야!”몇몇 남자는 그녀의 나무 막대기와 경고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웃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더욱 방자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하하! 이년 꽤 박력 넘치는데?”“너 혼자서 우릴 다 감당할 수 있겠어?”남자들은 자신들이 수적으로 우세하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계집애 혼자서 무슨 수로 그들을 쓰러뜨릴까?그들은 마치 덫에 걸린 사냥감을 희롱하듯 얼굴에 천박하고 음흉한 웃음이 가득했다.선두에 선 양아치의 역겨운 손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다가왔다.이에 송하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손에 쥔 나무 막대기를 번쩍 들어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그 손을 내려쳤다!“악!”양아치가 비명을 질렀다. 그는 고통에 발을 동동 굴렀고 손목 또한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젠장! 이년이 감히 손을 대?”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송하나를 쳐다보는 저 눈빛, 말 그대로 표독스러움 그 자체였다.옆에 있던 양아치들도 잠시 멈칫했다.겉보기엔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실제로 이렇게 독하게 행동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잠깐의 당황스러움 뒤에는 분노로 휩싸인 흉포함이 잇따랐다.“이거 좋은 말로 해선 안 되겠네. 저년 당장 붙잡아!”내쳐진 양아치가 악을 쓰며 소리쳤고, 다른 놈들의 눈빛에도 흉기가 번뜩였다. 그들은 곧바로 송하나에게 달려들었다.송하나는 나무 막대기를 꽉 쥐고 저항하려 했지만, 다수의 인력 앞에서 몇 번 저항하지 못하고 끝내 무기를 빼앗겼다.두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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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그의 섬뜩한 기세에 압도된 양아치들은 자신도 모르게 송하나를 놓아주며, 땅에 쓰러진 두목을 황급히 부축하려 했다.이강우는 성큼성큼 송하나에게 다가왔다.“괜찮아?”낮게 깔린 목소리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치솟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송하나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일 뿐, 제어할 수 없는 떨림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거대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게 분명했다.그 순간, 이강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정장을 벗어 송하나의 어깨에 걸쳐주었다.그의 체온이 담긴 옷감이 송하나를 감싸며 희미한 안도감을 선사했다.“여기서 기다려.”이강우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투는 거역할 수 없는 명령과도 같았다.이어서 몸을 돌린 이강우가 천천히 넥타이를 풀며 양아치들을 쳐다봤다.짙은 색 실크 넥타이가 그의 굵은 손가락 사이로 빙글빙글 감겨갔다. 마침내 그의 손바닥 안에는 단단한 매듭이 생겨났다.양아치들은 이런 모습을 보며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이 남자의 눈빛이...지옥에서 영혼을 거둬들이는 저승사자를 방불케 했다.가장 먼저 쓰러졌던 두목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는 겉으로는 으르렁거렸지만,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났다.“넌 뭐야? 이 구역은 나 범진이가 접수했어! 눈치 챙기고 당장 꺼져. 아작을 내버리기 전에!”한편 이강우는 듣는 척도 않고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심장을 짓누르는 것처럼 숨 막히는 리듬을 만들어냈다.“형님, 이제 어쩌죠?”한 양아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뭘 졸아! 쟤는 혼자고 우린 넷인데 뭐가 두려운 거야?”“얘들아, 다 같이 덤벼! 저놈 조져버려야지!”양아치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자신들이 인원수가 많다는 것만 믿고 맹렬하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하지만 이강우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의 몸놀림은 민첩하고 날카로웠다. 왼쪽에서 날아든 주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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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사장님,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주제 파악 못하고 멋대로 설쳐댔습니다. 엄청난 분이신 걸 정말 몰라뵈었어요.”“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별안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외침이 난무했다. 처절한 외침은 땅바닥의 피와 뒤섞여 스산한 광경을 연출했다.다만 이강우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발밑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짓밟힌 양아치의 목구멍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얼굴이 핏기없이 시퍼렇게 질려, 이제 곧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바로 그때, 골목 입구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심성빈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눈앞의 광경을 목격한 그는 눈동자가 살짝 떨리더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단번에 파악했다.‘빌어먹을!’골목을 빠져나간 후에야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송하나가 위험할까 봐 곧장 이곳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늦어버린 모양이다!그녀는 옷이 너덜너덜해진 채 이강우의 양복을 걸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심성빈은 심장이 쿡 찔린 듯 아팠다.만약 이강우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심성빈은 이강우에게 고마움을 표하려 했다.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꿨다. 송하나는 엄연히 그의 아내이기에 구해주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여기서 감사 인사를 건네는 것은 오히려 어색하고, 주제넘은 행동으로 느껴질 뿐이다.심성빈은 마음을 다잡고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미안, 내가 방심했어. 강우 네가 제때 와줘서 천만다행이야.”이강우는 그제야 천천히 발을 떼고 쓰러진 양아치들을 내려다보며 얼음처럼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을 기세였다.“남은 건 너한테 맡길게.”심성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이 송하나의 창백한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다들 먼저 돌아가. 여긴 내가 처리할게.”이강우는 더 이상 말없이 피로 얼룩진 실크 넥타이를 풀었다. 그러고는 쓰레기를 버리듯 더러운 바닥에 툭 내던졌다.그는 몸을 돌려 송하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팔을 쭉 뻗는 걸 보니 그녀를 안아 들려는 의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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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심성빈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는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바닥에서 일어나려 애쓰는 노란 머리 양아치에게 다가갔다.“으윽... 사... 사장님...”노란 머리 양아치가 공포에 질려 덜덜 떨었다.이때 심성빈이 성큼 발을 들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값비싼 가죽 구두가 노란 머리 양아치의 배를 강하게 짓눌렀다.“으악!”노란 머리 양아치는 몸을 웅크린 채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굴렀다.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심성빈은 다른 양아치의 옷깃을 잡아챘다. 그의 주먹은 폭우처럼 상대의 얼굴과 몸을 사정없이 가격했다.뼈가 부서지는 찰진 소리와 양아치들의 절규가 막다른 골목을 가득 채웠다.“사장님, 제발 살려주세요!”“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로 잘못했습니다!”심성빈은 아예 듣는 척도 안 하고 마음속의 분노가 화산처럼 폭발했다.송하나의 창백한 얼굴과 흐트러진 옷가지가 또다시 뇌리를 스쳤다.‘이것들이 감히 송하나를 건드려? 죽으려고 작정했네!’오랫동안 짝사랑하며 손끝 하나 건드릴 생각조차 못 했던 그녀에게, 이런 놈들이 섣불리 치근덕대고 옷까지 찢었다니.죽도록 처맞은 양아치들은 비명과 울음을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고 연신 용서를 빌었다.심성빈은 한참 동안 그들을 두들겨 팼다. 자신의 주먹이 얼얼해질 때까지 쥐어패고 나서야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 마디에 묻은 피를 닦았다.그는 바닥에 웅크린 양아치들을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말해! 너희들이 가진 약, 어디서 구했어?”양아치들은 겁에 질려 서로를 쳐다봤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배후 세력을 발설하면 결코 좋은 꼴을 당하지 못할 테니까.이에 심성빈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그는 발을 들어 양아치 두목의 배를 세게 짓이겼다.“말 안 해? 아직 덜 맞았나 봐?”그가 또다시 손대려 하자 두목은 혼비백산하여 소리쳤다.“말해요, 말할게요!”심성빈은 동작을 멈추고 경고 가득한 눈길로 두목을 내려다보았다.“속임수 쓸 생각 마라. 그땐 확...”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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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바짝 다가갔다.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의 앞에 짙은 그늘을 드리웠다.“하나야, 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중저음의 거친 목소리에 억압적인 기운이 잔뜩 드리워졌다.남자의 압도적인 기세에 송하나는 무심코 뒷걸음질 치다가 발뒤꿈치가 소파 가장자리에 걸리며 몸의 균형을 잃고 다시 소파 위로 쓰러졌다.이강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몸을 숙여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두 팔을 벌려 송하나의 양옆에 짚으며 좁은 공간 안에 가두었다.“우리 서로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 아닌가?”두 사람의 거리는 서로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이강우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며 집어삼킬 듯한 기운을 풍겼다.그 순간 송하나는 심장이 마구 쿵쾅댔다.그의 가슴팍에 손을 얹고 힘껏 밀쳐내려 했으나 이 남자가 가뿐히 손목을 움켜쥐고 소파에 단단히 짓눌렀다.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특유의 향, 익숙하면서도 아찔한 그 느낌에 송하나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바로 그때.휴대폰 벨 소리가 애틋한 분위기를 와장창 깨트렸다.그것참 타이밍도 안 맞게 이강우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에 뜬 [송태리] 이름 석 자, 심지어 영상 통화 요청이었다.그 이름을 본 송하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강우가 잠시 생각에 잠긴 틈을 타 그녀는 재빨리 무릎을 위로 힘껏 쳐올렸다.그야말로 신속하고 정확하며 치명적인 공격이었다.“읍!”이강우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터져 나왔다.그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고통으로 몸을 웅크렸고 안색이 확 돌변했다. 송하나를 제압했던 손은 마지못해 놓아주고 말았다.그녀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이강우의 몸 아래에서 빠져나와 안전거리 밖으로 물러섰다.곧이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양복 재킷을 단단히 여몄다. 그녀의 얼굴에서 더 이상 당황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쌀쌀맞고 거리를 두는 태도만이 남았다.“대표님 정 그렇게 여자가 그리우면 송태리한테 돌아가세요!”“야, 송하나!”이강우는 방금 걷어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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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그는 차오르는 이상한 감정을 억누르며 태연하게 말했다.“오늘 좀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신경 쓰지 못했어.”송태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언가 수상한 낌새는 지울 수 없지만, 이강우의 부드러운 눈빛을 마주하자 감히 더 물을 엄두가 안 나 의구심을 마음 깊숙이 묻었다.이때 간호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송 선생님, 응급입니다! 3번 병실 환자분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야 한대요. 교수님께서 빨리 오라고 하십니다.”“네, 바로 갈게요.”송태리는 대답을 마치고 이강우에게 시선을 옮겼다.“강우 씨, 나 응급 수술 잡혀서 먼저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이따 통화하고 거기서 혼자 잘 지내요.”“그래, 가봐.”그녀가 이제 막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심성빈이 엘리베이터에서 서둘러 걸어 나오며 복도에 있는 이강우와 마주쳤다.그는 곧장 이강우에게 다가왔다.“하나 씨... 괜찮아?”복부의 희미한 통증이 아까의 굴욕감을 상기시키는데 지금 심성빈이 또 그 이름을 언급하니 왠지 모를 분노가 치솟았다.그는 콧방귀를 뀌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응, 괜찮아! 안 죽었어.”방금 자신을 찼던 그 힘으로 보아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았다.영상 통화가 끊길 무렵, 송태리는 두 사람의 대화를 고스란히 듣게 되었다.그녀는 표정이 확 굳어졌다. 얼어붙은 얼굴 뒤로 놀라움과 충격이 가득했다.송하나, 그녀가 정말 청림시에 출장을 나왔다니!그렇다면 이강우가 이번에 갑자기 청림시로 출장 온 것도 십중팔구 그녀 때문일 것이다.강렬한 위기감이 송태리를 덮쳤다.그녀는 휴대폰을 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 눈빛 속의 다정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음울함과 질투만이 가득했다.이강우는 급한 업무 전화를 받고 짧게 몇 마디를 전한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방 안.송하나는 오랜 피로와 누추함을 씻어내려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득 자신이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찢어진 옷은 더 이상 입을 수가 없고 그렇다고 가운만 입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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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프런트 직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네, 알겠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손님.”직원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심성빈은 굳게 닫힌 1808호 문을 바라보며 잠깐 머뭇거리다가 호텔을 나섰다.그는 근처의 대형 쇼핑몰로 향했다.화려한 쇼핑몰 안에는 온갖 스타일의 여성복들이 즐비했다.여자 옷이라곤 사본 경험이 전무했던 심성빈이기에 눈앞의 옷들을 보며 말 그대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난생처음 속수무책한 기분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꼈다.이때 예리한 눈썰미의 점원 한 명이 그를 발견했다.잘 재단된 맞춤 정장에 손목시계는 은은하게 고급스러웠다. 누가 봐도 권력가 혹은 재력가임을 확신할 수 있는 아우라였다.점원은 재빨리 그에게 다가가 반갑게 맞이했다.“어서 오세요, 손님, 여자친구 옷 사러 오셨나 봐요?”‘여자친구’라는 단어가 마치 작은 돌멩이가 되어 잔잔했던 심성빈의 마음속에 파문을 일으켰다.그는 목울대를 살짝 울릴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얼버무렸다.“네.”점원의 얼굴에 번연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프로답게 친절하고 상냥한 어투로 질문을 이어갔다.“그러시군요. 실례지만 여자친구분 키는 어느 정도 되실까요? 평소에 옷 사이즈가 어떻게 되시죠? 어떤 스타일의 옷을 선호하시나요?”연이은 질문들이 심성빈을 당황하게 했다.그가 이토록 상세한 정보를 알 리가 있을까?그저 손을 들어 허공에 대략적인 높이를 가늠하며 대답했다.“대략... 제 어깨 정도까지 오는 것 같습니다.”잠시 뜸을 들인 후, 그는 송하나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목소리가 저도 몰래 부드러워졌다.“몸매도 좋고 비율이 괜찮은 편이죠. 거기에 예쁘고 분위기까지... 아주 특별해요.”유심히 듣고 있던 점원이 눈썹을 살짝 올리면서 생각했다.‘뭐지? 이 뜬금없는 깨 볶음은? 그냥 훅 들어오네?’그도 그럴 것이 심성빈은 송하나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눈빛에 묻어나는 다정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그녀는 재빨리 행거에 걸린 원피스를 꺼내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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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곧장 문이 살짝 열렸다.송하나는 하얀 가운을 걸치고 축축한 머리카락이 어깨에 대충 드리워진 채 심성빈이 건네는 쇼핑백을 보더니 눈가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심 대표님, 이건?”“아까 프런트 지나가다가 하나 씨 물건이라길래 대신 받아왔어요.”그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해서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고마워요. 수고하셨어요.”송하나는 쇼핑백을 건네받고 방 안으로 돌아왔다.열어보니 안에는 질감이 아주 좋은 원피스와 속옷 세트가 들어 있었다.그녀의 마음속에 따뜻한 온기가 차올랐다.‘프런트 직원분이 꽤 신경 써주셨네? 속옷까지 챙겨주고 말이야.’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거울 앞에 섰다.차콜그레이 색상의 원피스가 그녀의 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허리의 가는 벨트가 예쁜 몸매를 맞춤하게 살려주었다.축축한 머리를 말린 후, 송하나는 옆방인 1809호로 향했다.그녀가 노크하자 문이 곧장 열렸다.심성빈은 문 앞에 서서 송하나에게 시선이 닿더니 놀라운 기색을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자신이 직접 고른 원피스를 이토록 완벽하게 소화해내다니, 차갑고도 강인한 그녀의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심성빈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평소의 온화하고 침착한 표정을 되찾으며 물었다.“옷... 괜찮아요?”“네, 사이즈도 딱 맞네요.”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길게 얘기를 늘려놓지 않고 곧바로 본론에 들어갔다.“그나저나 그 사람들은 진술했나요? 모방약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죠?”본론에 들어서니 심성빈도 곧바로 정신을 가다듬고 길을 내주었다.“안으로 들어오시죠.”송하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 창가 쪽 의자에 앉았다.심성빈도 자리에 앉으며 표정이 심각해졌다.“진술은 했는데 그 사람들은 이 이익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는 작은 물고기에 불과해요. 온라인 판매랑 말단 유통만 담당했을 뿐이죠. 진짜 배후 세력은 영운시에 있어요.”“영운이요?”송하나는 순간 동공이 아찔거리고 목소리에 놀라움이 묻어났다.“거긴 국경과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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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송하나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났다.만약 프런트 직원이 제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입을 옷조차 없었을 것이다.“푸흡...”별안간 심성빈이 참지 못하고 막 마시려던 물을 뿜어냈다.다행히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옷에 튀지는 않았다.그는 황급히 휴지를 뽑아 입가를 닦았다.송하나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 옷은 내가 어렵사리 쇼핑몰에 가서 골랐다고, 속옷까지 진땀을 뻘뻘 흘리며 샀다고 말할 순 없는 노릇이니.송하나는 남자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눈썹을 찌푸렸다.“대표님, 왜 그러세요?”“아, 아니에요, 아무것도.”심성빈은 마른기침을 하고는 애써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아까 급하게 마셔서 그런가 봐요.”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화제를 돌렸다.“사실 일부러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갈 필요는 없어요. 제가 이미 하나 씨를 대신해서 인사 전했거든요.”“에이, 그건 안 되죠.”송하나의 태도는 너무 단호했다.“제가 팁 드리겠다고 약속했거든요.”말을 마친 그녀는 심성빈의 만류도 뿌리치고 문밖을 나섰다.사라지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성빈은 이마를 짚었다.‘망했다! 속옷까지 내가 산 걸 알면 어떡하지... 어떻게 해명해야 하냐고?’그 시각, 호텔 로비.송하나는 곧장 프런트로 향했다. 그녀는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안녕하세요, 1808호 손님입니다. 아까 옷 사다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덕분에 무사히 갈아입을 수 있었어요. 이건 제 마음이니 부디 받아주세요.”그녀는 준비한 팁을 프런트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그리고 옷값은 얼마예요? 다 같이 드릴게요.”프런트 직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눈가에 당혹감과 의아함이 가득 찼다.옷을 사다니? 아무도 그런 적 없는데?직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똑같은 혼란스러움을 확인했다.매니저로 보이는 한 여직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칭찬해주셔서 고마워요, 손님. 하지만 옷을 사드린 적은... 저희가...”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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