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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221 - Chapter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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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1화

“내가 누굴 만나든지, 또 누구의 가족을 보러 가는지,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생활이에요! 강우 씨랑 상관없다고요. 신경 끄세요 제발.”송하나의 목소리 역시 차갑게 식어버려서 뼛속까지 시린 냉기를 머금었다.“상관이 없어?”이강우는 이 말에 제대로 긁혔다.그는 거칠게 손을 뻗어 송하나의 손목을 낚아챘는데 힘이 너무 세서 뼈가 다 부러질 지경이었다.“똑똑히 들어! 우리가 정식으로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기 전까지 난 법적으로 네 남편이야. 네 일은 상관할 자격 있다는 뜻이야!”이강우는 한 글자씩 쥐어 짜내듯이 말했다.손목에서 전해지는 뼈를 후벼 파는 통증에도 송하나는 이를 악물고 끝내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남자가 족쇄처럼 단단하게 잡고 있으니 꿈쩍할 수 없었다.송하나는 머리를 번쩍 쳐들고 눈가에 분노와 굴욕의 불꽃을 이글거리며 또박또박 말했다.“이강우 씨, 이제 와서 남편 행세를 하고 싶어요? 당당하게 송태리 퇴근을 마중 가고, 걔네 부모님도 만나서 아부하는 꼴을 다 받아줄 땐 언제고, 심지어 이원 그룹 자금과 프로젝트까지 써가면서 그 사람들 비위 맞출 땐 내 남편이란 사실이 아예 뒷전이었어요? 왜 당신은 뻔뻔스럽게 그런 일들을 저질러도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죠?”그녀의 발언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이강우의 강경한 겉모습을 정확하게 찔렀고, 그의 마지막 남은 이성마저 완전히 폭발시켰다!지금 이 말은 이강우의 입장에서 그녀가 서유준과 썸씽이 있다고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었다.남자의 안색이 순간 극도로 어두워졌다.눈 밑에 끔찍한 폭풍이 휘몰아쳐서 그녀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손목을 더욱 세게 움켜쥐니 송하나는 손끝이 고통으로 저릿해졌다.하지만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그의 앞에서 조금이라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그 힘은 어느덧 뼈를 부술 지경이 되었고 그제야 송하나도 숨을 깊게 들이쉬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아파! 이거 놔, 이강우!”남자는 분노가 극에 달해 당장이라도 그녀를 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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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발소리는 점차 멀어졌고 두 남녀는 침묵 속에서 대치했다.송하나의 얼굴에 띤 미소가 금세 사라지고 싸늘함과 거리감만 남았다.“강우 씨, 우리 관계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어요. 그래도 한때 부부의 연을 맺은 걸 봐서 서로 마지막 체면은 지켜드리죠. 더는 이러지 말아요. 정말... 보기 안 좋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이강우의 얼굴에 떠오른 복잡미묘한 표정을 더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단호하게 돌아서서 위층으로 올라갔다.이강우는 홀로 그 자리에 남았다.밤바람은 그의 차가운 얼굴만 스칠 뿐 가슴 속의 폭발할 것만 같은 분노를 쓸어내진 못했다.그는 송하나가 사라진 방향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입술 사이로 쥐어짜듯 말했다.“송하나... 넌 무조건 내게 돌아와서 애원하게 돼 있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다음 날 아침.송하나는 준비를 마치고 외출하려던 참인데 건물 아래로 내려왔을 때, 뜻밖에도 익숙한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길옆에 세워져 있었다.차 문이 열리자 차정원이 훤칠한 몸매로 차 옆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여기서 한참 기다린 모양이다.오늘 그는 답답한 정장 대신 심플한 검은색 셔츠를 입고 나왔다. 깃 단추를 느슨하게 하나 풀었고 소매도 팔꿈치까지 걷어 올렸다.변호사의 엘리트한 이미지에 자유분방함과 나른함이 약간 섞인 모습이었다.“변호사님?”송하나는 살짝 멈칫하며 눈가에 놀라움이 스쳤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차정원은 그녀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그는 차 안에서 쇼핑백을 꺼내 송하나에게 건네며 더없이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아침에 애견샵 지나다가 이 토끼 사료랑 치발기가 성분이 좋길래 겸사겸사 좀 샀어. 앙고라 토끼한테 한번 해봐.”그는 차마 말하지 않았다.그날 밤 집에 돌아간 이후로 거의 밤을 새워 앙고라 토끼를 키우는 방법을 찾아봤고, 무려 20여 가지의 토끼 사료 성분표와 사용자 평가를 비교 분석했다는 것을 말이다.어제는 또 이 도시의 거의 모든 고급 애견샵을 돌아다니며 어린 토끼에게 가장 적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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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기꺼이 모셔드릴게요.”차정원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그녀가 제대로 앉은 후에야 조심스럽게 차 문을 닫았다.송하나를 현진 바이오테크에 안전하게 바래다준 후, 차정원은 그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차를 돌려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그는 확실히 약속이 있긴 한데 의뢰인이 아닌 사촌 동생 차설아와의 약속이었다.차가 막 멈춰서자 오래 기다렸던 차설아가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안에 탔다.그녀는 연신 불평을 늘어놓았다.“오빠! 할아버지 생신 선물 주문하러 간다더니 왜 이제 와요? 반나절이나 기다렸잖아요.”“길이 좀 막혔어.”차정원은 전방을 주시하며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이에 차설아가 입을 삐죽거리고는 안전벨트를 매려 했는데 시선이 무심코 조수석 좌석 틈새에 있는 긴 머리카락에 닿았다. 이것은 단연코 그녀의 머리카락이 아니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두 손가락으로 그 머리카락을 집어 들고 놀라움으로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오빠 뭔가 수상해요! 분명 뭐 있는데... 솔직히 말해봐요, 이거 누구 머리카락이에요?”차정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더러 그만 좀 하라고 말하려던 참인데 이때 차설아가 또 예리한 눈썰미로 그가 센터 콘솔에 대충 놓아둔 애완용품 영수증을 발견했다.그녀는 영수증을 낚아채서 내용을 확인하고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수입 아기 토끼 사료, 개자리, 치발기... 오빠! 이게 다 뭐예요? 언제부터 몰래 토끼를 키웠어요? 아니지! 어느 여자한테 사준 거예요? 이 정도면 완전 플렉스 했는데? 오빠 설마 딴 여자로 갈아탄 거예요?”차정원은 그녀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머리가 다 지끈거렸다.“헛소리 그만하고 똑바로 앉아.”다만 차설아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캐물었다.그녀는 영수증을 뚫어져라 보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급히 휴대폰을 꺼내 뒤적였다.이틀 전, 차설아는 잠들기 전에 SNS를 보다가 송하나가 토끼를 안고 있는 사진을 피드에 올린 걸 본 기억이 났다.‘역시!’그녀는 금세 그 사진을 찾아냈다.피드를 올린 시간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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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이원 그룹?바이오테크?송하나는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 마음속에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이원 그룹의 사업 핵심은 언제나 금융과 부동산이었다.돈이 많이 들고 주기가 긴 의약 연구 개발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소리는 여태껏 들어본 적이 없었다.이강우는 왜 갑자기 이토록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걸까?2000억이라는 투자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이것은 이원 그룹의 일관된 보수적인 투자 스타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두 간호사의 잡담 소리가 흘러들어왔다.“들었어? 이 대표님이 이번에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하신 건 사업 확장 때문이 아니라 우리 병원 송태리 선생님 때문이래!”“정말? 난 또 이원 그룹이 사업 분야를 넓히려는 줄 알았지!”“당연히 진짜지! 수간호사님한테서 들었는데 이 대표님이 회사가 안정되면 바로 주식을 송 선생님한테 넘겨줄 거래. 2000억 원을 들여 회사를 차려서 선물하는 셈이지!”“대박! 완전 찐 사랑이잖아. 2000억을 그냥 준다고? 이 대표님 정말 큰손이시네!”“송 선생님처럼 예쁘고 센스있는 사람한테 이 대표님도 당연히 잘해주게 돼 있겠지...”송태리?송하나는 그제야 알 것 같았다.별안간 야유인지 아니면 뒤늦은 깨달음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에 휘몰아쳤다.그녀는 시선을 내리고 입가에 냉소가 어렸다.이강우는 송태리를 위해 정말 거금을 들이는구나.금융계의 거물이 생명공학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이상한 일이었다.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인간이 바로 이강우였다.둘이 서로 좋아 죽겠으면서 대체 왜 송하나를 놓아주지 않는 걸까?설마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히려는 수작일까?두 남녀가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보며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려고?송하나는 심호흡을 하며 북받치는 감정을 억눌렀다.그녀는 단지 이강우와 송태리가 영원히 함께하길, 서로 꼭 묶여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자꾸 그녀의 눈앞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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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어머, 하나 씨! 정말 죄송해요. 제가 너무 방심했네요.”가정부가 허둥지둥 사과하며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 모습을 본 어르신은 선뜻 서유준에게 분부했다.“유준아, 어서 하나 데리고 위층으로 가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혀. 이 꼴로 있으면 불편할 게 뻔하지 않니.”서유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하고는 일어나 송하나에게 다정하게 말했다.“하나야, 나 따라와.”송하나는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서유준이 문을 열자 안에는 널찍한 드레스룸이었다.“여기 한번 봐봐. 너한테 어울리는 거 있을 거야...”서유준은 그렇게 말하며 한쪽 벽면의 옷장을 열었다.옷장 문이 미끄러지듯 열리는 순간, 송하나는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눈 앞에 펼쳐진 것은 온통 여성복이었다.스타일도 다양하고 취향도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모든 옷에는 태그가 고스란히 달려있었다.마치 방금 백화점 진열대에서 가져온 것 같은 새 옷 그대로였다.옆쪽 유리장 안에는 액세서리가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값이 꽤 나가는 물건들이었다.이 광경은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송하나는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망설이는 듯 물었다.“선배, 이거 혹시... 선배가 좋아했던 사람이 두고 간 거예요?”그녀는 서유준이 이토록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는 건 그 여자도 분명 이 남자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거로 여겼다.서유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찰나의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아니.”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부정했다.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다급히 이유를 둘러댔다.“이것들은... 사실 먼 친척 여동생이 전에 잠깐 놀러와서 지낼 때 옷을 좀 많이 사뒀거든. 나중에 가져갈 타이밍을 놓쳐서 그냥 여기 놔둔 거야.”하지만 진실은 전혀 달랐다.이 화려한 옷가지와 장신구들은 지난 몇 년간 그가 하나하나 직접 고르고 사 와서 채워 넣은 것들이었다.매년 밸런타인데이마다, 그녀의 생일마다 늘 그녀를 위해 선물을 골랐었지만 끝내 건넬 용기를 내지 못했다.심지어는 쇼핑몰을 지나가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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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할아버지, 저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송하나가 미안한 듯 가볍게 웃으며 거실 창가 쪽으로 몸을 돌렸다.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임효민의 살짝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하나 언니, 방해한 거 아니죠? 다름이 아니라 태리 선배가 또 연락이 와서 저더러 언니 검진 결과서를 빨리 구해오라고 재촉하네요. 이미 언니가 얘기한 대로 준비해 뒀던 그 결과서를 메일로 보냈어요.”송하나의 시선은 창밖으로 향했지만,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요, 알았어요. 아주 잘했어요. 수고해요, 효민 씨.”“그런데 언니...”임효민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태리 선배가 언니 검진 결과를 이렇게 재촉하는 게 어딘가 좀 수상하네요. 혹시 또 무슨 꼼수를 부리려는 거 아닐까요?”“부리라고 하죠 뭐. 대처할 방법은 꼭 있을 거예요.”송하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원하는 대로 주세요. 우린 그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면 돼요.”전화를 끊고, 송하나는 휴대폰을 쥔 손끝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모든 게 예상 범위 안이긴 했지만 송태리가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건 분명 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었다.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바둑판 앞으로 돌아왔다.서유준이 예리한 눈썰미로 그녀가 통화 직후 잠시 허공을 보는 찰나의 모습을 바로 포착했다.그는 관심 조로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송하나가 시선을 올리고 태연한 척하며 설명했다.“별일 아니에요. 효민 씨가 회사 일로 관련해서 잔일 좀 보고하느라고요. 이제 다 처리했어요.”같은 시각, 송씨 가문 별장.송태리가 메일함에서 검진 보고서를 열고 시선을 [임신 능력 평가] 항목에 고정했다.그 위에는 아주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양측 난소 기능 저하, 예상 임신 확률 1% 미만.]이 짧은 한 줄을 그녀는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입가에 걷잡을 수 없는 미소가 번지고 하마터면 소리를 내서 웃을 뻔했다.“태리야, 어때? 보고서에 뭐라고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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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태리 너는 이제부터 관건이야. 하루빨리 강우 애를 낳아야 해. 네가 임신만 하면 우린 이걸 빌미로 이씨 가문에 압력을 가할 수 있어. 그때 되면 이씨 가문에서 체통을 지키고 대를 잇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너한테 명분을 줄 거야. 이씨 가문 사모님 자리가 너 말고 또 누가 차지하겠니? 세상에... 그땐 나랑 네 엄마도 강현 갑부의 장인장모로 거듭나겠구나.”세 식구는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탐욕과 음모가 차 넘치는 희열에 흠뻑 도취했다.송태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빛 속에 잔혹하고 악독한 냉기가 스쳐 지나갔다.‘하나야, 네가 아무리 고고하면 뭐해? 남자 잘 꼬셔봐야 뭔 소용이겠니? 임신도 못 하는 흠 있는 여자란 걸 알게 되면 서유준이고 심성빈이고 다들 너를 소중히 다뤄줄까? 언제까지 잘난 척하면서 살아갈지 지켜볼게!’송태리는 그녀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서 구제 불능이 되는 꼴을 반드시 지켜보리라 다짐했다.어르신이 퇴원한 후, 서유준은 비로소 현진 바이오테크의 밀린 업무에 온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하지만 송하나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논의하러 그의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이 남자는 미간을 잔뜩 구기고 뭔가 심각한 고민에 잠겨 있었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조차 못 들은 것 같았다.“선배?”송하나가 나직이 불렀다.이에 서유준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 그녀를 보더니 애써 미소를 지었다.“하나 왔어?”서유준의 눈가에 짙은 피로가 드리워졌다.“무슨 일 있어요?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서유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책상 위에 흩어져 있던 서류 몇 개를 그녀 쪽으로 내밀었다.“요 며칠 회사 핵심 직원들이 자꾸 퇴사하겠다고 하네. 이것만 해도 오늘 받은 세 번째 퇴사 통보야.”송하나는 서류를 건네받고 빠르게 훑어보더니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퇴사 신청을 낸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심지어 서유준을 몇 년간 따라온 베테랑 직원들도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현진은 업계에서 급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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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다섯 배라고요?”송하나가 저도 몰래 그의 말을 반복하더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역시 그런 거였어!’어쩐지 최근 현진 바이오테크의 퇴사율이 엄청 높더라니, 모든 건 우연이 아니라 이강우의 소행이었다.그는 뒤에서 비용도 상관없이 무모하게 인력을 빼가고 있었다.이토록 단순하고 폭력적인, 하지만 지독하게 효과적인 ‘돈’이라는 수단으로 회사의 근간을 뽑아 현진을 완전히 망가뜨리려는 심산이었다.그가 정녕 미친 걸까?고작 서유준을 짓밟기 위해? 아니면... 그녀에게 복수하려고?차가운 분노가 뼛속에서부터 차올랐다.서유준의 얼굴에 떠올랐던 당혹감은 이내 차분함으로 바뀌었다.그는 주민규라는 사람을 누구보다 잘 안다.시골에서 오직 자신의 기술 실력으로 출세한 엔지니어, 그에겐 편찮으신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이 있다.이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져야 했기에 꿈과 의리는 다섯 배의 연봉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는 수밖에 없다.서유준은 결국 쿨하게 사직서에 서명했다.“이해해. 사람은 더 나은 곳으로 가는 게 당연하지. 이원에서 제시한 조건은 우리 현진에서 확실히 맞추기 힘들어. 주 팀장의 딱한 사정도 다 이해해. 주 팀장은 정말 아까운 인재야. 새로운 곳에서 더 좋은 발전을 이루기 바라.”주민규는 서류를 받았다.대표님의 말을 듣고 그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늘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은근한 죄책감이 스쳤다.“대표님, 걱정 마세요. 저는 선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현진에서 참여했던 모든 연구 프로젝트와 핵심 기술에 대해 저의 인격으로 담보할게요. 절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 점만은 꼭 믿어주시길 바랍니다.”“그래, 믿어.”서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혹시라도 그곳에서 마음처럼 일이 풀리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와. 현진은 언제든 너를 환영할 거야.”주민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막으로 서유준과 송하나를 한 번 바라본 뒤 사무실을 나섰다.문이 닫히자 사무실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송하나는 굳게 닫힌 문을 보며 가슴이 무언가로 짓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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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그의 말은 마치 ‘안심 캡슐’이 되어 불안했던 송하나의 마음을 말끔히 씻어주었다.송하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선배, 걱정 마세요. 제가 선배 곁에서 함께 맞설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함께 현진을 지켜내요!”서유준의 눈가에 따뜻한 온기와 뭉클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내선 전화 버튼을 눌러 비서에게 지시했다. 모든 핵심 기술 담당자와 팀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겠다는 명령이었다.10분 후.회의실에 사람들이 가득 찼고, 저마다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주민규가 퇴사했다는 소식은 이미 퍼진 뒤였다.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축이 갑자기 떠났으니 누구인들 마음 한구석에 걱정을 품지 않겠는가.서유준은 가운데 자리에 서서 인사치레나 돌려 말하는 것 없이 가장 솔직한 방식으로 진실을 털어놓았다.그는 최근의 줄퇴사 사태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모든 이들에게 숨김없이 밝혔다.“저도 이해해요. 상대측에서 제시한 조건이 매우 매력적이고, 거절하기 어려울 만큼 파격적이죠. 우리 현진에서는 당장 그런 대우를 맞춰주기는 어렵습니다.”서유준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정중하게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여러분께 약속드릴게요. 현진은 지금 이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는 모든 파트너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핵심 프로젝트의 상여금 비율을 대폭 올리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 고비를 넘기면 현진은 결코 우리 공신들을 홀대하지 않을 겁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회의실에 의논 소리가 이어졌다.“대표님, 저는 여태껏 회사를 세 번 바꿨는데 대표님이 제가 만난 상사 중에 가장 훌륭하고 틀을 안 차리는 리더이십니다! 지금 이 솔직함만으로도 저는 절대 현진을 안 떠나요!”“맞아요! 현진은 제가 다녀본 회사 중에 제일 편안하고 인간적이고 포용력 있는 직장이에요. 대우나 발전 면에서 현진은 저를 홀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저도 끝까지 남을 겁니다.”“이원 그룹의 핵심은 애초에 의약품 연구개발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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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강우는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책상 위의 물컵을 거칠게 움켜쥐었다.힘이 얼마나 셌던지 컵이 찌그러질 지경이었다.이강우의 눈가에 분노가 이글거렸다.그는 거금을 들여 주민규를 포함해 현진의 핵심 인력들을 스카우트했다. 이것은 자본의 힘으로 현진을 거세게 압박하려는 의도였다.이 모든 일을 꾸민 이유는 단 하나, 차갑고 고집 센 송하나를 궁지에 몰아붙여서 자신에게 애원하길 바랐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쥐어짜 내도 소홀히 한 점이 있다면 송하나라는 여자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존재였다.그녀는 기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이 위기를 틈타 서유준과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밤늦도록 함께 야근하고, 기술적 난제를 함께 돌파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꼭 붙어 다니더니... 심지어 회사에서 밤을 새우기까지 하다니.자신이 벌인 이 호들갑이 그녀를 서유준에게서 떼어놓기는커녕 엉뚱하게도 두 남녀에게 수많은 단둘의 시간을 만들어 준 꼴이 되었다.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전례 없는 짜증과 분노가 그를 순식간에 집어삼켰다.이강우가 컵을 내려놓자 유리잔 바닥이 책상에 쿵 하고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옆에 있던 비서실장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한참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그럼 저희는 계속해서... 현진에서 직원들을 스카우트해와야 할까요?”“당장 나가!”이강우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눈동자에는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의 섬뜩한 분노가 소용돌이쳤다.비서실장은 화들짝 놀라 허리 숙여 인사한 후 황급히 사무실 밖으로 물러났다.대표님의 아까 그 눈빛은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했다.현진 바이오테크.송하나의 뛰어난 기술적 리더십과 서유준의 차분한 통제하에 팀은 무너지기는커녕 점차 안정세를 찾아갔다.그들은 과감하게 잠재력 있는 신입 사원들을 대거 기용했고 연구 자원을 재정비했다.밤낮없는 노력 끝에 가장 험난했던 시기는 마침내 지나갔다.몇몇 핵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업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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