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저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송하나가 미안한 듯 가볍게 웃으며 거실 창가 쪽으로 몸을 돌렸다.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임효민의 살짝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하나 언니, 방해한 거 아니죠? 다름이 아니라 태리 선배가 또 연락이 와서 저더러 언니 검진 결과서를 빨리 구해오라고 재촉하네요. 이미 언니가 얘기한 대로 준비해 뒀던 그 결과서를 메일로 보냈어요.”송하나의 시선은 창밖으로 향했지만,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그래요, 알았어요. 아주 잘했어요. 수고해요, 효민 씨.”“그런데 언니...”임효민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태리 선배가 언니 검진 결과를 이렇게 재촉하는 게 어딘가 좀 수상하네요. 혹시 또 무슨 꼼수를 부리려는 거 아닐까요?”“부리라고 하죠 뭐. 대처할 방법은 꼭 있을 거예요.”송하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원하는 대로 주세요. 우린 그저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면 돼요.”전화를 끊고, 송하나는 휴대폰을 쥔 손끝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모든 게 예상 범위 안이긴 했지만 송태리가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건 분명 또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었다.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바둑판 앞으로 돌아왔다.서유준이 예리한 눈썰미로 그녀가 통화 직후 잠시 허공을 보는 찰나의 모습을 바로 포착했다.그는 관심 조로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송하나가 시선을 올리고 태연한 척하며 설명했다.“별일 아니에요. 효민 씨가 회사 일로 관련해서 잔일 좀 보고하느라고요. 이제 다 처리했어요.”같은 시각, 송씨 가문 별장.송태리가 메일함에서 검진 보고서를 열고 시선을 [임신 능력 평가] 항목에 고정했다.그 위에는 아주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양측 난소 기능 저하, 예상 임신 확률 1% 미만.]이 짧은 한 줄을 그녀는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입가에 걷잡을 수 없는 미소가 번지고 하마터면 소리를 내서 웃을 뻔했다.“태리야, 어때? 보고서에 뭐라고 나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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