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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241 - Chapter 250

642 Chapters

제241화

금테 안경 너머로 차설아를 훑어보는 이 남자,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찰나의 궁금증은 차설아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저기 앉아.”차정원은 짧고 간결하게 명령했다.“말해봐, 뭔데?”마냥 시크하기만 한 이 남자는 송하나 이름 석 자만 꺼내면 꼭 저렇게 푼수 같은 모습을 보인다.차설아는 은근슬쩍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그녀는 천천히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오늘 쇼핑할 때 나눴던 대화, 특히 차정원을 향한 송하나의 평가를 빠짐없이 전달했다.펜을 쥐고 있던 남자의 손이 살짝 멈칫거렸다.덤덤한 말투지만 은근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하나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그렇다니까요. 장담컨대 한 글자도 보탠 거 없어요 나!”차설아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고는 더없이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오빠, 나 이거 느낌 좋아요. 하나가 오빠한테 인상이 꽤 괜찮은 것 같아요. 내가 볼 때 하나 걔 이강우랑 깔끔하게 끝낸다면 오빠가 바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 같아요.”차정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입꼬리만 아주 살짝 올렸는데 나름 기분이 좋아 보였다.차설아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능글맞게 손을 뻗었다.“오빠, 내가 이렇게 여러 번이나 도와줬는데 공로가 없어도 고생한 보람은 있어야죠! 실질적인 보상 같은 거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전에 준다던 차는 어떻게 됐어요? 설마 약속 다 잊은 건 아니죠?”차정원은 마침 기분도 좋겠다, 군말 없이 서랍에서 차 키를 꺼내 그녀에게 휙 내던졌다.“차고에 세워 뒀어. 너 가져.”“땡큐, 오빠!”차설아는 키를 받아 들고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자꾸 고장만 나던 그녀의 낡은 차는 이제 드디어 은퇴할 수 있게 됐다.차정원의 차고에 있던 스포츠카를 줄곧 눈독 들이고 있다가 마침내 겟한 이 기분, 어차피 차정원은 타지도 않으니 그녀가 마음껏 몰고 다니면 된다.“오빠, 걱정 말아요. 나라는 최강 조력자가 있으니 오빠는 무조건 하나 마음을 차지할 수 있어요. 하나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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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임신을 했다고요?”송하나가 살짝 멈칫하며 눈가에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 당혹감은 아주 짧은 찰나였고, 이내 무덤덤함에 가까운 냉랭한 태도로 바뀌었다.‘하긴, 또 뭐가 그렇게 놀랍겠어? 이강우는 하루 24시간 내내 송태리랑 붙어 다니고 보물 다루듯이 예뻐해 주는데 임신은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이제야 그는 소원대로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갖게 되었다.그렇다면 더 이상 이혼을 미룰 이유가 없겠지.이래도 이혼을 안 해준다면 송태리와 배 속의 아이한테 명분을 줄 수가 없으니 그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송하나는 가볍게 숨을 들이마셨다.그녀가 지금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이강우가 시원하게 도장을 찍고 빨리 이혼해주는 것뿐이다.이강우라는 남자와 엮인 인연을 철저하게, 깔끔하게, 완벽하게 끊어내고 싶었다.오후 퇴근 시간.송태리가 병원을 나와 습관처럼 가까이에 있는 익숙한 검은색 롤스로이스에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얼굴에 아주 자연스럽게 기대에 찬 미소가 떠올랐다.곧이어 발걸음을 재촉하며 차 쪽으로 다가갔다.“강우 씨!”하지만 정작 가까이 다가가 보니 뒷좌석이 텅 비어 있었다.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이강우의 수석 비서실장일 뿐이었다.송태리는 순간 얼굴에 띤 미소가 싹 사라지고 인상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왜 그쪽이 여기 있어요? 강우 씨는요?”비서가 공손하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대표님은 요즘 업무가 너무 바쁘셔서요. 오후에 갑자기 긴급한 해외 프로젝트가 생겨서 직접 현장을 챙기셔야 한다며 이미 해외로 출장 가셨습니다. 떠나시기 전에 송태리 씨를 꼭 잘 보살펴 드리라고 저에게 친히 당부하셨어요. 일 마무리되는 대로 빨리 돌아와서 태리 씨랑 함께하겠다고 하셨고요.”송태리의 마음속에 강한 불만이 스쳐 지나갔다.어쩐 일인지 임신 이후로 이강우가 유난히 바빠진 것 같았고, 그녀 곁에 있는 시간은 오히려 임신 전보다도 줄어든 셈이었다.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비록 이강우가 옆에 없어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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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송태리는 그 말을 듣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아랫배를 살살 감쌌다.“그럼 나 이제 어떡해요? 직접 나서서 결혼하자고 닦달이라도 해야 해요? 그건 너무 속 보이는 거고 오히려 강우 씨 의심만 살 텐데요...”김지영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묘안이 떠올랐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딸에게 바싹 다가갔다.“우리가 직접 말하기 곤란하면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지! 엄마가 내일 당장 믿을 만한 언론사 하나 접촉해서 네가 강우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강현 일대에 쫙 뿌릴 거야.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게 되면 이씨 가문이 체면 때문에라도 너희 둘 무조건 결혼시킬 거다. 강우가 아무리 싫어해도 소용없어!”송태리는 약간 주저했다.“그렇게 해버리면... 정말 괜찮을까요? 만약 강우 씨가 알게 되면...”“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를 잡지!”김지영이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일단 이씨 가문 며느리 자리를 꿰차는 게 중요해. 설령 그 자식이 나중에 알게 된다 해도 뭐 어쩌겠니? 그때 가서 네가 살살 달래고 애교 좀 부리면 금세 화가 풀릴 거야. 지금은 명분을 차지하는 게 급선무야!”송종현 역시 옆에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 말이 맞아, 태리야! 이제 배가 점점 더 불러올 텐데 명분도 없으면 온 강현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비웃음거리로 삼을 거야!”송태리는 내심 불안했지만, 곧 이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걸 떠올리자 망설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엄마 말씀대로 할게요!”다음 날 오전, 현진 바이오테크.송하나가 자신의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유준이 노크하고 들어왔다. 다만 그의 표정이 다소 심각했다.“하나야, 얼른 준비해. 우리 곧 심하 그룹으로 다녀와야 할 것 같아.”송하나는 서류를 보다가 고개를 들고 약간 놀란 듯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서둘러요?”서유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심하 그룹 쪽에서 방금 전화가 왔는데, 최근 약물 투여를 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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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비서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가자 사무실 안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한편 심성빈은 더 이상 눈앞의 서류에 집중할 수 없었다.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지친 듯 미간을 문질렀고 눈가에 씁쓸한 기색이 스쳤다.이강우와 약속한 두 달이라는 시간, 어떠한 구실도 만들지 않기 위해 심성빈은 극도로 자제하며 송하나와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려 애썼다.스스로 억압하는 이 기분은 결코 유쾌하지 못했다.매일 그녀를 향한 그리움을 억누르는 고통 속에서 손꼽아 날짜를 세며 보냈다.이제 12일 남았다. 그 황당한 약속 기한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12일 뒤엔 어떤 제약도 없이 당당하게 그녀 앞에 설 수 있다.심성빈은 무언가에 홀린 듯 마우스를 움직여 컴퓨터의 감시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열었다.회의실 모니터에 송하나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그녀는 심하 그룹 사람들과 진지하게 대화 중이었다.원하는 조건을 명확하게 주장하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는데 블라인드 틈새로 들어온 햇살이 그녀의 옆모습에 부드러운 빛을 드리웠다.너무나 아름다워서 심성빈은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었다.심장이 무언가에 단단히 잡힌 듯 시큰하고 고통스러웠으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갈망과 억압감이 밀려왔다.회의는 아주 효율적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다.회의가 끝난 후, 서유준이 서류를 정리하며 무심하게 한마디 던졌다.“심 대표님께서 며칠 전에 강현으로 돌아오셨다고 들었는데 요새 통 회사에서 뵙지를 못했네요?”옆에 있던 송하나가 잠시 멈칫거렸다.심성빈이 강현에 돌아왔다니?청림에서 그녀를 구하느라 팔에 꽤 심한 상처를 입었는데 아직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다.그가 이미 돌아왔지만 송하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때 박 부대표가 공손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서 대표님, 송하나 씨, 정말 죄송해요. 심 대표님께서 이틀간 일정이 꽉 찼고 지금은 마침 중요한 업계 교류회에 참석차 자리를 비우셨어요. 안 그러면 분명 두 분을 직접 뵈었을 텐데요.”서유준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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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안정인은 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넘겨주었다.“그럼 절대 화내지 마세요, 어르신. 이거 다 기자들이 자극적인 내용으로 지어낸 거니까 그대로 믿으시면 안 돼요...”홍경자는 휴대폰을 건네받고 실눈으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화면에 뜬 굵은 글씨체의 자극적인 타이틀이 한눈에 들어왔다.[단독 속보. 이원 그룹 이강우 대표의 연인 송태리 임신! 이씨 가문 상속인이 뱃속에! 재벌가 결혼 임박!]아래에는 전문 팀이 정성껏 보정한 듯한 송태리의 사진 몇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거실에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홍경자는 머리끝까지 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고 눈앞이 다 캄캄해졌다. 휴대폰을 쥔 손이 분노에 휩싸여 파르르 떨렸다.“저 천것! 저딴 천것이... 임신을 했다고?”홍경자는 목소리가 떨리고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렸다.“어쩐지 강우가 지난번에 그렇게 급히 나가더라니. 내 말도 안 듣고 기어코 가버린 게 여우 같은 년에 배 속의 잡종까지 돌보려고 간 거였어.”안정인은 이 모습을 보고 황급히 그녀를 부축해 소파에 천천히 앉히고 연신 등을 쓸어내리며 진정시켰다.“어르신, 절대로 흥분하시면 안 돼요. 몸 생각하셔야죠! 이런 일로 몸 상하시면 손해잖아요!”“내가 어떻게 진정하겠어?”홍경자는 휴대폰 화면을 가리키며 원망에 찬 표정을 지었다.“임신시킨 것도 모자라 온 동네에 소문까지 퍼뜨려? 강우 이놈 대체 뭐 하려는 거야? 멋대로 일을 저질러 놓고 저딴 년을 받아들이라고 날 강요하는 거냐고? 어떻게 저런 년을 우리 가문에 들일 수 있어?”어르신은 송하나를 떠올리자 마음이 더 아팠다.“하나가 이런 추잡한 기사를 보게 되면 얼마나 속상할까? 애가 얼마나 배신감이 들겠어? 강우 이 망할 놈, 얘는 진짜 인간도 아니야!”격노한 홍경자는 즉시 명령했다.“강우한테 전화해서 당장 집으로 굴러들어오라고 해!”안정인은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이강우의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전원이 꺼졌다는 차가운 알림음만 들려왔다.“어르신, 도련님이 연락이 안 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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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송태리는 한창 진료 기록을 작성하다가 안정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홍경자가? 갑자기 나를 왜?’하지만 이내 최근 떠돌던 그 임신 뉴스를 떠올리며 상황 파악이 됐다.홍경자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적대적인 태도여서 송태리도 사실 약간 겁이 났다.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은 이제 이씨 가문의 아이를 가졌고 사모님 자리를 꿰차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어르신이라는 관문은 언젠가 부딪혀야 할 관문이기에 차라리 이참에 고집불통 어르신에게 현실을 똑바로 깨닫게 해주는 게 나을 듯싶었다.그녀는 의사 가운을 반듯하게 펴고 머리도 단정하게 만지며 최대한 참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안정인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차 옆에 다다르자 뒷좌석 창문이 반쯤 내려가더니 홍경자의 위엄 넘치는 주름진 얼굴이 드러났다.송태리는 곧장 과하다 싶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얌전하게 차창 가로 다가왔다.“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요즘 건강은 좀 어떠세요? 무슨 일 있으시면 전화만 주시면 제가 집에 찾아뵐 텐데, 병원까지 오시느라 많이 힘드셨죠?”그녀는 달콤한 목소리로 위선적인 인사를 건넸다.이에 홍경자는 눈꺼풀조차 들어 올릴 생각 없이 차갑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라. 우리 가문에는 네 같은 친척 없어. 누가 네 할머니야?”송태리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간 굳어졌지만, 곧 평소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치 굴욕적인 말을 듣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그녀는 습관적으로 차 반대편으로 돌아가 문을 열려고 했는데 안정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조용히 막아섰다.“송태리 씨.”안정인의 담담한 말투에 거절할 수 없는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어르신은 차에 외부인이 타는 걸 원치 않으세요. 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서 하세요. 어르신께서 다 듣고 계십니다.”송태리의 손이 어색하게 허공에 멈췄고 마음속에 곧바로 굴욕감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순간 이 모든 것이 홍경자가 고의로 자신을 괴롭히고 기선제압하려는 것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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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홍경자는 마침내 완전히 얼굴을 굳혔다. 두 눈에 경멸과 혐오가 가득했고 뱉어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독침에 가까웠다.“네년이 뭔데 우리 가문의 상속자를 낳겠다 말겠다야? 가당치도 않은 소리! 그 아이 당장 지워. 우리 강우는 네가 아니어도 앞으로 얼마든지 좋은 여자 만나서 훌륭한 아이를 낳을 수 있어!”이 말 한마디가 송태리의 모든 위선을 산산조각냈다.그녀가 마침내 냉소를 터트렸다.“제가 자격이 없다고요? 그럼 오직 송하나만 강우 씨 아이를 낳을 자격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너무 안타깝네요. 송하나는 평생 아이를 낳을 수가 없어요. 그런 애가 무슨 수로 이씨 가문의 대를 잇겠어요, 할머니?”홍경자는 표정이 돌변하더니 그녀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게야?”“헛소리라고요?”송태리는 코웃음을 치면서 진작 챙겨온 종잇장을 꺼내 차창 틈으로 홍경자에게 쓱 밀어 넣었다.“직접 보세요. 이거 송하나가 가장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 보고서예요. 걔 불임인 거 전혀 모르셨나 보네요?”홍경자는 떨리는 손으로 종잇장을 받아서 겨우 펼치고는 위에 적힌 보고서 몇 줄을 빤히 쳐다보았다.[단측 나팔관 절제술.][양측 난소 기능 저하.][자연 임신 확률 1% 미만.]글자 하나하나가 무거운 망치처럼 그녀의 심장을 세게 때렸다. 그 바람에 홍경자는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캄캄해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안정인이 이 모습을 보더니 황급히 차 문을 열고 거의 기절할 것 같은 어르신을 부축하며 연신 진정시키려 애썼다.“어르신, 진정하세요! 저 여자가 지금 헛소리하는 거예요. 믿으실 필요 없어요. 몸 챙기셔야죠, 어르신.”한편 송태리는 충격으로 넋이 나간 홍경자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일그러진 쾌감을 느꼈다.그녀는 선의를 베푸는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어르신은 가장 이치에 밝으신 분이시잖아요. 설마... 이씨 가문이 대가 끊기는 걸 보고 있기만 하겠어요? 강우 씨가 평생 고생해서 이뤄놓은 제국인데 결국 대도 못 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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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이씨 가문 본가.이강우가 거실에 발을 딛자마자, 심지어 신발도 갈아 신기 전에 쩌렁쩌렁한 호통이 머리 위로 떨어지고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네 이놈! 당장 무릎 꿇어!”이강우는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올렸다.홍경자가 소파 가운데 자리에 곧게 앉아서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지팡이를 쥔 손은 분노를 억누르느라 미세하게 떨렸다.그녀의 눈빛은 마치 이강우를 산 채로 집어삼킬 기세였다.이강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속으로 의아해했다.할머니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걸까?이 정도의 기세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다.그는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르신을 달래듯이 말했다.“할머니, 며칠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어요? 제가 이번 출장에서 특별히 기도 받은 옥 불상 하나 모셔왔으니 한번 보세요...”하지만 옥 불상을 눈앞에 들이밀기도 전에 홍경자가 덥석 지팡이를 들어 그의 종아리뼈를 정확하게 내려쳤다.워낙 힘이 센지라 이강우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걸음을 휘청거렸다.“무릎 꿇으라고 했다!”홍경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두 눈에도 전례 없는 실망감과 격노가 서려 있었다.이강우는 비로소 상황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옆에 있던 안정인은 홍경자가 몸이 상할까 봐 걱정되어 나직이 이강우에게 재촉했다.“도련님, 그냥 어르신 말씀대로 무릎부터 꿇으세요! 어르신께서 노발대발하시느라 어제부터 제대로 식사도 못 하셨어요. 여기서 더 거역하시면 안 됩니다!”이강우는 인상을 구긴 채 하늘이 무너진 듯 격노한 홍경자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온갖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할머니의 뜻대로 얼음장 같은 바닥에 뻣뻣하게 무릎을 꿇었다.그가 무릎을 꿇자 홍경자는 종일 쌓였던 분노, 서러움, 실망감이 철저하게 폭발하고 말았다.그녀는 손에 든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가차 없이 이강우의 등과 어깨를 내리쳤다.“이 망할 놈! 짐승 같으니! 우리 가문에 어떻게 너처럼 사리 분별이 안 되는 머저리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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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그 일로 이강우는 일부러 유명한 전문의에게 자문까지 해봤다. 의사는 임신 확률이 떨어진다고만 했을 뿐 아예 아이를 못 낳는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다.홍경자는 전혀 안 믿는 눈치의 이강우를 보더니 더욱 비통해지고 분노가 차올랐다.결국, 그녀는 손에 꽉 쥐고 있던 종잇장을 탁하고 이강우의 얼굴에 내던졌다.“두 눈 똑바로 뜨고 봐봐! 네가 여태껏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똑똑히 보란 말이야!”이강우는 바닥에 떨어진 검진서를 집어 들고 그 위에 적힌 차가운 의학 용어를 빠르게 훑었다.순간 그는 두 눈이 아찔거리고 얼굴에 엄청난 충격과 불신이 뒤덮였다.“어떻게... 이럴 수가?”안정인이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나직이 덧붙였다.“어르신도 어제 이걸 보시고 처음엔 안 믿으셨어요. 친히 병원에 부탁해서 조사해봤는데 사모님이 정말... 자궁외임신 수술로 나팔관 한쪽을 절제한 게 맞대요. 의사 말로는 사모님 같은 경우, 수술 자체가 신체에 주는 상해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그 후로 오랜 기간 극도로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지낸 것이 난소 기능 저하를 가속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고 하네요.”이강우는 목구멍에 무언가가 꽉 막힌 듯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심장만이 격렬하게 고동칠 뿐이었다.한참 뒤에야 그가 고개를 들고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 검진서... 태리가 할머니께 드렸어요?”홍경자는 그가 여전히 송태리를 감싸고 도는 줄 알고 또다시 지팡이를 내리치려 했다.“아니면 누구겠어? 네가 태리 임신 소식을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만들었잖아! 그래놓고 내가 직접 찾아가 보지도 못해?”“할머니,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이강우가 벌떡 일어섰다. 장시간 무릎 꿇고 있던 탓에 다리가 욱신거렸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저 검진서를 움켜쥐고는 성큼성큼 본가를 뛰쳐나갔다.밖에 휘몰아치는 찬바람은 무릎 저림을 더 심하게 만들었지만, 가슴 속을 얼어붙게 만드는 냉기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비서실장이 차 옆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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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차는 쏜살같이 달려 병원 VIP 통로 입구에 멈췄다.이강우는 그 건강검진 보고서를 들고 곧장 송태리의 사무실로 향했다.그 시각, 송태리는 한창 오후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정교한 디저트와 과일이 놓여 있었고, 옆에는 따뜻한 유자차까지 대령했다.이강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송태리의 얼굴에 놀라움과 서러움이 뒤섞인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이강우에게 안기려고 했다.“강우 씨, 드디어 왔네요! 나랑 아기 모두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요?”하지만 이 남자의 얼굴에 서린 다소 음침한 표정을 확인하자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분명 그 노인네가 이강우 앞에서 뭐라고 지껄인 거겠지!그녀는 속으로 짐작하고는 재빨리 선수를 쳤다.눈시울을 붉히더니 울먹이는 조로 먼저 고자질에 나선 것이다.“강우 씨... 어제 할머니가 갑자기 병원으로 찾아오시더니 글쎄 다짜고짜 아기를 지우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밖에도 심한 말을 무진장하셔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강우 씨가 조금만 더 늦게 왔다면 아마 나랑 아기 모두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몰랐다고요.”그녀는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이강우의 눈치를 살폈다.이 남자는 평소처럼 그녀를 위로한 게 아니라 대뜸 그 건강검진 보고서를 그녀 앞에 들이밀었다.“이거 네가 할머니께 드렸어?”덤덤한 말투지만 듣는 이의 마음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송태리는 더욱 억울하고 속상하다는 듯이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떨궜다.“내 말 좀 들어봐요... 할머니가 줄곧 나를 싫어하셨고 이 아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셔서 나도 진짜 어쩔 수가 없었어요. 지금 이 배 속의 아이야말로 이씨 가문의 대를 이을 혈통이란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렇게 해서 하루빨리 우리 사이를 받아들이시길 바랐을 뿐이에요. 정말 다른 뜻은 없었어요...”그녀의 말은 진실 반, 거짓 반이었고 자신을 더없이 가련하게 포장했다.이강우는 그녀의 눈물에 전혀 흔들리지 않고 바로 정곡을 찔렀다.“너 이 보고서 어디서 났어?”송태리는 이미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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