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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231 - Chapter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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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하지만 송하나가 카페에 도착했을 때, 차설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차설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통화는 금세 연결되었다.“하나야, 도착했어? 어떡하지? 나 여기 임시로 급한 일이 생겨서 도저히 못 벗어나겠네. 걱정 마, 뭉치는 누가 봐주고 있으니까! 너 왼쪽으로 돌아봐봐. 그래, 거기 작은 정원 벤치 쪽에. 맞아, 그리로 가면 보일 거야.”송하나는 의심 없이 차설아의 지시에 따라 옆에 있는 작은 정원으로 걸어갔다.멀리서부터 벤치에 앉아 있는 길고 훤칠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가까이 다가가서 상대를 확인한 순간, 송하나의 발걸음이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해 질 무렵, 차정원이 벤치에 느긋하게 기대앉아서 긴 다리를 꼬고 있었다.몸에 딱 맞게 재단된 어두운 색상의 정장은 주변의 여유로운 환경과 썩 어울리지 않았다.그의 품에는 털이 복슬복슬한 토끼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토끼는 그 품이 꽤 편안한지 싱긋한 풀잎을 느긋하게 뜯어 먹고 있었다.댄디한 변호사와 귀여운 아기 토끼.이 장면은 차갑고 딱딱한 것과 말랑말랑한 것이 충돌하는 기묘한 대조를 이뤘다.송하나는 잠시 넋을 잃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거기 서서 뭐 해?”차정원은 일찌감치 그녀의 시선을 느꼈는지 태연하게 고개를 들었다.“와서 네 토끼 좀 봐. 며칠 동안 널 꽤 그리워했어.”“차 변호사님?”송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쏜살같이 다가가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변호사님이 여긴 어떻게?”그녀는 차설아가 누군가 심부름꾼을 보내줄 거로 생각했었다.한편 차정원은 표정 변화 없이 손끝으로 토끼의 귀를 살짝 쓸었다.“설아가 갑자기 볼일이 생겨서 못 올 것 같다고 하길래 내가 마침 근처에서 의뢰인 만나는 길에 부탁을 받고 토끼 돌려주러 왔어.”“아, 그렇군요. 제가 괜히 또 번거롭게 굴었네요.”송하나는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그의 품에서 뭉치를 받아 안았다.뭉치는 주인의 품으로 돌아오자마자 재빨리 그녀의 손가락에 몸을 비볐다.이에 송하나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토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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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식당으로 가는 길은 꽤 붐비는 인도 차도를 하나 지나야 했다.저녁 무렵인지라 인산인해를 이루었다.이때 예고도 없이 전동 킥보드 한 대가 송하나의 옆을 쌩 지나쳤고 그 순간 거센 바람이 불었다.“조심해!”차정원의 반응은 매우 빨랐다.낮고 굵은 목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그는 잽싸게 송하나의 손목을 잡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송하나는 어쩔 새도 없이 중심을 잃고 그의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에 쿵 하고 얼굴을 부딪쳤다.순간 남자의 깔끔하고 산뜻한 체취가 그녀를 완전히 감쌌다.코끝에서는 심지어 뭉치에게서 나던 것과 똑같은 은은하고 기분 좋은 바디워시 향이 났다.차정원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서 손바닥 아래로 잘록하고 부드러운 허리선이 느껴졌다.또한 코끝에서는 그녀의 은은한 샴푸 향이 감돌았다.심장이 마치 무언가에 부딪힌 것처럼 빠르게 뛰었다.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늠름하고 침착한 모습이었다.차정원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시선을 내리고 물었다.“괜찮아?”송하나는 황급히 그의 품에서 한 걸음 물러나며 고개를 저었다.“네. 고마워요, 변호사님.”“다행이야.”차정원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거두었다. 그의 동작은 제법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마치 좀전의 그 본능적인 보호 욕구와 순간의 설렘은 아예 없었던 일인 것처럼 말이다.다만 정장 주머니에 넣은 그의 손가락 끝은 자신도 모르게 미세하게 움직이며 방금 느꼈던 부드러움과 온기를 되씹고 있는 듯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서 번화가 속에 숨어 있는 맛집 앞에 도착했다.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기도 전에 시선이 입구에 세워진 검은색 롤스로이스에 꽂혔다.그것은 바로 이강우의 차였다.차 문이 열리고 이강우가 먼저 내려 반대편으로 돌아가 신사적으로 대신 문을 열어주었다.화려하게 치장한 송태리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차에서 내렸다.이어서 이강우의 팔짱을 끼고 한없이 애틋한 모습으로 식당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송하나의 발걸음이 저도 모르게 뚝 멈춰 섰다. 커플 같은 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봤고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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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차정원은 메뉴판을 들고 능숙하게 이 식당의 메인 메뉴 몇 가지를 주문했다.시선이 호기심 가득 주위를 둘러보는 뭉치에 닿자, 그가 갑자기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리고 삶은 당근 스틱이랑 브로콜리도 한 접시 주세요. 잘게 썰어주시고 간은 절대 하지 마세요.”웨이터는 살짝 의아해했지만, 예의 바르게 메모하고 물러났다.송하나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이 남자가 토끼의 식성에 대해 어떻게 저토록 잘 아는 걸까?차정원은 그녀의 의문을 꿰뚫어 본 듯 자연스럽게 설명했다.“설아가 예전에 충동적으로 토끼를 키운 적이 있거든. 그때 툭하면 나한테 맡기곤 해서 조금이나마 경험이 생겼어.”송하나는 이 말을 듣고 더욱 놀랐다.차설아와 몇 년 지기 친구인데 토끼를 키운다는 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니까.바로 그때, 웨이터가 정갈하게 차려진 요리들을 들고 왔다.차정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능숙하게 게살 두부를 그녀에게 놓아주며 아주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이거 한번 먹어봐. 여기 시그니처 메뉴인데 불 조절을 기가 막히게 잘해. 식으면 맛없으니 얼른 먹어.”적절한 배려와 자연스러운 화제 전환으로 조금 전 토끼에 관한 이야기는 가볍게 넘어갔다.예상대로 송하나의 시선은 눈앞의 먹음직스러운 요리에 사로잡혔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한 입 맛보더니 감탄을 연발했다.한편, 옆쪽 쿠션에 놓인 뭉치는 방금 직원이 가져다준 당근 스틱을 오물오물 열심히 씹어 먹고 있었다.차정원은 고개를 숙이고 음식에 열중하는 그녀의 옆모습과 은근히 드러낸 가녀린 목선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열심히 먹고 있는 토끼를 곁눈질했다.문득 그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같은 시각, VIP 룸 안.이강우가 송태리를 데리고 막 들어서자 최로운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강우야, 태리 씨, 두 사람 드디어 왔네! 얼른 이쪽으로 와서 앉아요.”눈에 확 띄는 분홍색 셔츠를 입은 최로운이 가슴을 두드리며 자랑했다.“오늘 나랑 같이 있으면 입 호강할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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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최로운은 상황을 살피기 바쁘게 자리에서 일어나 심성빈의 팔을 덥석 붙잡고는 안으로 끌어당겼다.“성빈이 드디어 왔네! 문 앞에서 우리 경호원 노릇이나 하게? 어서 들어와 앉아.”그는 심성빈을 이강우의 맞은편 자리에 억지로 앉히고는 능글맞게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썼다.“다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 사이인데,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평생 쌓아둘 속셈이야? 오늘 다른 얘기는 다 접어두고 신나게 먹고 놀자. 술이나 한잔하면서 우리 사이의 의리는 잊지 말아야지!”최로운이 익살을 떨며 분위기를 띄우니 싸늘했던 공기가 드디어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이강우는 그윽한 시선으로 심성빈의 예전에 다쳤던 팔을 바라보면서 잠시 침묵하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강현에는 언제 돌아왔어?”“오늘 오후 비행기로 금방 도착했어.”심성빈의 대답 역시 간결함 그 자체였다.“팔은 다 나았고?”“응, 많이 좋아졌어.”대화는 딱딱하고 짧았지만 어쨌든 싸늘함을 깨는 시작점이 되었다.최로운은 즉시 이 기회를 틈타 술잔을 높이 들었다.“진작 이랬어야지! 자, 우리 한잔할까? 성빈이 환영식일 겸 우리 세 명 간만에 모인 의미로 건배!”세 사람은 가볍게 술잔을 부딪치며 맑은 소리를 냈다.최로운이 의도적으로 화제를 유도하자 대화는 점차 민감한 주제를 벗어나 어릴 적 추억이나 근황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흘러갔다.식사 분위기는 진짜 조금 훈훈해진 듯했고, 마치 예전에 자주 모이던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하지만 이강우든 심성빈이든 마음속으로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보이지 않는 그 벽은 여전히 존재하며, 단지 지금은 부딪히는 술잔과 웃음소리 아래 잠시 감춰져 있을 뿐이다.둘은 서로 암묵적으로, 누구도 먼저 그 이름을 꺼내지 않았다.식사 도중에 이강우는 습관처럼 옆자리의 송태리가 평소 좋아하던 반찬을 집어 그녀의 앞접시에 놓아주었다.“고마워요, 강우 씨.”송태리가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그녀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고 한 입 맛보았다.그런데 음식을 삼키자마자 안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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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송태리는 그 말을 듣자 수줍은 듯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그녀는 부끄러운 눈길로 이강우를 힐끗 쳐다보았다.“로운 씨, 말 함부로 하지 말아요... 어떻게 그리 빨리 되겠어요? 요즘 제가 장염 기운이 있는 건지도 몰라요...”한편 이강우의 짙은 표정은 예측 불가였다.청림시에서 그날 밤 그 일이 있은 뒤로 이강우는 단 한 번도 송태리를 건드린 적이 없는데 단 한 번만으로 아이가 생긴 거라고?멀고도 낯선 그 단어는 이강우에게 결코 기쁨만을 안겨준 건 아니었다.그는 새 생명을 맞이할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이강우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송태리와 함께 자리를 떴다.“천천히 먹고 있어. 태리가 몸이 안 좋아서 일단 집까지 바래다줘야겠어.”돌아오는 차 안의 공기는 질식할 듯 무거웠다.송태리는 이강우의 옆모습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강우 씨, 나... 생리 날짜가 한참 지났는데 혹시 진짜 임신한 거 아닐까요?”‘임신’이라는 두 글자에 이강우는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더 세게 들어갔다.그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하지만 곧장 핸들을 꺾어 약국 앞에 차를 세웠다.“여기서 기다려.”이 말만 던지고 이강우는 성큼성큼 약국으로 들어갔다.몇 분 후, 그가 다시 돌아와 포장도 뜯지 않은 임신 테스트기 두 개를 그녀에게 건넸다.“요 앞 건물에 화장실 있어.”“네...”송태리는 임테기를 받고 차에서 내렸다.이강우도 곧바로 내려와 차 옆에 기대어 초조하게 담배를 한 대 꺼내 불을 붙였다.대략 10분 후, 송태리가 건물에서 나왔다.이강우는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 허리를 곧게 펴고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어때?”송태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임테기 하나를 천천히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하얀 면에 빨간 줄이 두 줄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강우 씨, 우리 진짜 아기 생겼어요. 강우 씨 이제 아빠 되는 거예요.”송태리의 눈가에 흥분과 기쁨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한편 이강우는 빨간 줄 두 줄을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예상했던 희열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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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그의 말투는 잔잔한 호수 같았지만, 본인만이 알고 있다.마음속의 황량한 땅은 지금 어떠한 감정에 갉아 먹히고 있었다.병원 이동 이후로 심성빈은 강제로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자신을 저 멀리 제연으로 보내서 병 치료에 전념했다.송하나에 관한 소식을 묻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려 애썼고 심지어 그녀가 나중에 부상을 염려하며 몇 번 문자를 보냈을 때도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며 철저히 무시하고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하지만 억누를수록 그리움은 광적으로 자라나 이제는 끈질긴 고질병으로 되어버렸다.같은 시각.식당 저편에서 송하나와 차정원도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뜰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가 막 쿠션 위에 놓인 뭉치를 안아 올리려는 순간, 동작이 너무 급했는지 단순히 뭉치가 놀랐는지 발을 툭 차더니 송하나의 품에서 휙 빠져나와 의자에서 가볍게 뛰어내려 복도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뭉치야!”송하나가 짧게 외치며 황급히 일어나 뒤쫓아갔다.한편 차정원은 그녀보다 반응이 빨라서 긴 다리를 성큼성큼 내디디며 먼저 뭉치에게 달려나갔다.뭉치는 복도 모퉁이까지 도망쳤다가 화분 옆에 멈춰 섰다.차정원은 재빨리 몸을 숙여 복슬복슬한 녀석을 낚아챘다.그는 손가락을 구부려 토끼의 머리를 툭 치려고 시늉하며 일부러 험악한 목소리로 위협했다.“다음에 또 도망치면 잡아먹는 수가 있어!”하지만 내뱉은 말과 다르게 정작 토끼를 안고 있는 제스처는 이상하리만큼 다정하고 부드러웠다.그때, 송하나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따라왔다.“변호사님, 고마워요. 애가 혹시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진 않았죠?”그녀는 말하며 차정원의 품에서 겁에 질린 뭉치를 받아 안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이 모든 광경을 하필이면 살짝 닫힌 방 문틈으로 심성빈이 고스란히 엿보게 되었다.그의 시선이 송하나에게 닿은 순간, 마음속 깊이 짓눌렀던 감정이 벅차올라 질식할 것만 같았다.술잔을 쥔 손이 허공에서 굳었고 시선은 마치 대못 박힌 듯 그녀에게 단단히 고정되었다.그는 송하나가 범상치 않은 기품을 지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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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그녀는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며 피로감과 압박감을 전혀 티내지 않았다.모든 사태의 원흉이 바로 이강우라는 사실도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홍경자는 그녀의 억척스러운 모습에 더는 강요하지 않았다.대신 돌아서서 서랍에서 열쇠 한 묶음을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지난번에 사둔 그 별장 말이야. 할미가 가정부 시켜서 젊은 여자들 취향에 맞게 가구 몇 가지 다시 들여놨단다. 시간 날 때 가서 한번 봐보렴. 더 필요한 거나 새로 들이고 싶은 거 있으면 바로 할미한테 이야기하고. 곧 시간 내서 거기로 들어가 살아.”둘은 한동안 다정하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이강우는 비서실장에게 송하나가 본가로 갔다는 보고를 듣고는 저녁 약속까지 취소하고 미리 돌아왔다.지난번에 그녀가 서유준 외할아버지의 병실에서 손주며느리 노릇을 하는 걸 목격한 이후로 계산해보니 벌써 한 달 가까이 만나지 못했다.홍경자는 집으로 돌아온 이강우를 반갑게 맞이하긴커녕 시큰둥하게 한마디 쏘아붙였다.“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 평소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더니 오늘은 웬일로 이 늙은이를 보러 돌아왔지?”이강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담담하게 대꾸했다.“요즘 좀 바빴어요.”홍경자는 콧방귀를 뀌고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았다.저녁 식사 후, 홍경자는 소화할 겸 가정부와 함께 산책에 나섰다.문을 나서자마자 가정부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제가 볼 때 도련님은 오늘 사모님 때문에 돌아오신 것 같아요.”홍경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나도 짐작은 했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줬으니 강우가 만약 정말 하나를 마음에 두고 다시 이 관계를 되돌리고 싶다면, 이제부터는 강우 스스로의 노력과 운에 달렸어.”홍경자가 떠나자 거실에는 송하나와 이강우, 단둘만 남았다.공기가 순식간에 싸늘하게 얼어붙었다.송하나는 그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아 몸을 일으켜 위층 방으로 올라가려 했다.그녀가 곁을 지나치려는 순간, 이강우가 손을 뻗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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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송하나가 휙 돌아서서 맑고 예리한 눈동자에 숨기기 힘든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이강우의 위협적인 시선에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또박또박하게 받아쳤다.“대표님은 돈으로 사람 짓밟는 비열한 수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또 뭐가 있어요? 가진 수단은 뭐든 다 써보시던가요. 다만 저를 굴복시키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에요!”그 말을 끝으로 송하나는 순식간에 칠흑처럼 어두워진 그의 얼굴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단호하게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온몸에 살기를 휘감은 남자를 텅 빈 거실에 홀로 남겨두었다.이강우는 그녀가 단호하게 돌아서는 뒷모습을 노려보며 가슴이 격렬하게 오르내렸고, 전례 없는 좌절감과 분노가 그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지금까지 왜 몰랐을까?송하나가 저토록 강단 있는 성격이란 것을... 마치 딱딱한 돌덩이 같아서 아무리 녹이려 해도 녹지 않고, 두드려도 깨지지 않았다.바로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이강우는 시큰둥하게 휴대폰을 꺼냈는데 화면에 송태리의 이름이 떠 있었다.그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꾹 짓누르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 너머에서 송태리의 나약한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강우 씨... 나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요. 쉴 새 없이 토하고 담즙토까지 할 지경이에요...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데 와서 나랑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요? 혼자 너무 괴로워요.”그녀의 목소리는 확실히 평소보다 훨씬 허약했고 고통스러운 숨소리까지 섞여 있었다.이강우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지금 그는 송하나 때문에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였다.송태리의 애원에 가까운 이 전화에 그는 딱히 망설이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았어. 금방 갈게. 기다리고 있어.”전화를 끊자마자 이강우는 이 자리가 주는 좌절감을 떨쳐내려는 듯 즉시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대문 앞에 다다라 문을 막 열려는 순간,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던 홍경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홍경자는 그가 어두운 표정에 어디론가 서둘러 떠나려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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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홍경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주름진 얼굴에는 실망감, 분노,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무력감까지 뒤섞여 있었다.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저 망할 놈이 마음속에 누굴 담았든 무슨 상관이야? 스스로 흑심에 빠져서 누가 좋고 나쁜지도 분간 못하는걸! 하나를 놓치면 평생 후회해도 소용없어. 그때 가서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되돌릴 수 없을 거야.”다음 날 오전.차설아가 연락이 오더니 함께 쇼핑을 가자고 했다.송하나는 최근에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제대로 쉬지 못했고, 차설아와 만난 지도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수락했다.두 사람은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형 쇼핑몰 입구에서 만났다.각자 버블티를 하나씩 들고 신이 나서 가게들을 구경하며 돌아다녔다.이런저런 근황을 얘기하던 중, 차설아가 무심한 척하며 슬쩍 캐묻기 시작했다.“하나야, 우리 오빠 어떻게 생각해?”“차 변호사님 말하는 거야?”송하나는 이 질문이 아주 뜬금없었지만 그래도 객관적으로 평가해 주었다.“훌륭한 분이지. 전문 능력은 당연히 최고 수준이고, 업계에서 손꼽히는 유명 변호사잖아. 젊은 나이에 능력을 인정받고 사업도 성공했으니 너무 완벽한 거 아니야?”그녀의 평가는 예의 바르고 공정했으며 마치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을 진술하는 것처럼 들렸다.차설아는 이런 ‘공식적인 답변’이 썩 만족스럽지 못한 듯 다시 캐물었다.“직업적인 것 말고, 다른... 개인적인 생각은 없어?”“개인적인 거?”송하나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차설아를 바라봤다.“허구한 날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봐?”차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행여나 오빠가 오랫동안 숨겨온 마음을 실수로 드러낼까 봐 겁이 났다.그녀는 황급히 아무 이유나 둘러대며 얼버무렸다.“그게 실은 우리 할아버지가 나이 드시니까 자꾸 이것저것 걱정하시는 거야. 요즘은 우리 오빠 소개팅 시켜준다고 노래를 부르셔! 내가 미리 알아두려고 그러지. 여자들 입장에서 우리 오빠 같은 타입은... 대체 시세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크큭! 그 까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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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자신에게 대시하는 여자들에게는 쌀쌀맞은 태도에 독설을 내뱉기로 유명했다.고등학교 때부터 얼마나 많은 고백을 매몰차게 거절했는지 모른다.두 사람은 한참을 더 거닐었고, 그때 송하나의 휴대폰이 울렸다.별장 관리사무소에서 온 전화였다.“여보세요, 송하나 씨 되시나요? 다름이 아니라 고객님 댁 정원에 수도관이 터져서 물이 새고 있어요. 이미 수리 기사를 불렀지만, 상황 확인차 잠시 들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송하나가 미간을 찌푸렸다.“네, 지금 바로 갈게요. 20분 정도면 도착할 겁니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차설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별장 수도관이 터졌대.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 설아야, 우린 다음에 또 보자.”“어딜 가!”차설아는 그녀가 별장를 샀다는 말에 갑자기 흥미를 보였다.“나도 같이 갈래! 어차피 할 일 없는데 구경이라도 좀 하자. 내가 뭐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모르잖아!”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금세 별장에 도착했다.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이미 입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점검 결과, 지하의 분배관 하나가 정말 터져버렸다.수리는 금방 끝났고 송하나가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한 뒤, 차설아와 함께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설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우와, 인테리어 너무 예쁘다!”그녀는 거실을 한 바퀴 빙 돌며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하나야, 너 언제 이렇게 큰 집을 샀냐? 나한테 말도 안 하고! 돈 꽤 들었겠다?”송하나가 웃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설명했다.“내가 산 건 아니고 강우 씨 할머니가 사주신 건데... 돈은 이강우가 냈어.”“뭐라고?”차설아는 아예 넋을 놓아버렸다.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지라 의문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따져 물었다.“할머니가 샀는데 돈은 이강우가 냈다고? 너한테? 왜?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래? 이강우 그 인간이 갑자기 철이 든 거야 아니면 환생이라도 한 거야?”마치 렉 걸린 듯한 차설아의 모습에 송하나는 실소를 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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