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주는 대충 창가에서 멀리 떨어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 앉지.”자리에 앉은 뒤, 젓가락을 쥔 손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갔다.‘닮았어, 너무 닮았어! 저 아이... 서희를 쏙 빼닮았잖아.’한순간 스쳤던 눈부신 자태, 온화하고 맑은 분위기, 특히 고개를 돌려 살며시 미소 지을 때의 모습은...최태주의 기억 깊은 곳에 수십 년간 간직된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하지만 임서희가 아직 살아있다면 마흔이 넘었을 터였다.그녀는 임서희일 리가 없었다.저녁 무렵.송하나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막 실험동을 나섰다.이때 짙은 색 재킷을 걸치고 노련미가 넘치는 중년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송하나 씨, 실례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실 수 있을까요? 장관님께서 잠깐 뵙자고 하십니다.”송하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낯선 얼굴을 훑어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네? 장관님이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신중하게 말했다.“네. 걱정 마세요. 바로 앞 행정동에서 간단하게 대화만 나눌 뿐 다른 일정은 없습니다.”행정동이라는 말에 그녀는 긴장이 조금 풀리고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네, 그럴게요.”남자는 그녀를 이끌고 연구 단지를 가로질러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행정동으로 들어섰다. 이어서 가장 높은 층까지 직행했다.짙은 색 원목 문 앞에 이르러 남자가 공손하게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오자 그제야 그는 문을 열고 송하나를 안으로 안내했다.“장관님, 송하나 씨 도착했습니다.”남자는 말을 마친 후 문을 닫고 소리 없이 물러났다.소파에 앉아 있던 짙은 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송하나의 시선이 그와 마주치는 순간,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최시훈과 닮은 얼굴, 특히 그 침착하고 위엄 있는 태도는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고위직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었다.게다가 ‘장관님’이라는 호칭까지 더하니 송하나는 대충 짐작이 갔다.그녀는 가슴이 움찔거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상대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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