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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641 - Chapter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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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금세 약상자에서 위장약을 찾아낸 송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약을 내밀었다.“고마워.”최시훈은 차가운 손으로 약을 받아 들었다.고개를 숙여 약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그녀를 향해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온수 한 잔 따라줄 수 있어?”“잠시만요.”그녀는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따스한 조명 아래 분주히 움직이는 그녀의 가녀린 뒷모습, 유리컵에 물이 차오르는 맑은소리까지 귓가에 울리니 이토록 평범하고 고요한 순간이 오히려 믿기지 않을 만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송하나는 물컵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약과 함께 온수를 들이키자 잠시나마 타는 듯한 통증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최시훈은 물컵을 제자리에 놓으려 몸을 일으켰지만, 저도 모르게 휘청거리고 말았다.재빨리 소파 팔걸이를 잡고 나서야 자세를 다잡았지만, 순간의 비틀거림은 이미 송하나의 눈에 포착되었다.“국장님...”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반 발짝 앞으로 나섰다가 다시 멈췄다.남자의 창백한 얼굴과 애써 침착한 척하려는 모습을 보자 끝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의사 불러드릴까요?”최시훈은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대답했다.“오래된 지병이야. 괜찮아.”위통은 대부분 굶어서 생기는 법이었다.일이 너무 바빠 삼시 세끼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하면 속 쓰림이 쉽게 찾아왔다.머리로는 이제 그만 손님을 배웅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토록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억지로 버티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때 서슴없이 얼음 호수에 뛰어들어 자신을 구했던 장면이 떠올랐다...냉정했던 그녀의 마음이 결국 무너져 내렸다.송하나는 입술을 깨물고 큰 결심이라도 내린 듯 그의 시선을 피하며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저녁을 좀 많이 해뒀는데 괜찮으시다면... 드시고 가세요. 빈속에 약 먹으면 더 속 쓰릴 거예요.”순간 둘 사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최시훈은 살짝 옆으로 돌아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뜻밖이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지만 이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기류가 마음속에 밀려들었다.그는 침을 꿀꺽 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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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송하나의 요리를 맛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담백하면서도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낸 솜씨였다.마치 그녀 자신처럼 깔끔하고 수수하지만 알면 알수록 깊이 빠져들게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식사 후, 최시훈은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 적절한 때에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늘 밤 여러모로 폐 끼쳐드렸네요. 대접 고마워요. 음식 맛이 아주 훌륭했어요.”그는 절제되면서도 진심 어린 고마움을 표했다.“별말씀을요, 국장님.”차정원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문까지 배웅했다. 그야말로 적당히 예의를 갖춘 태도였다.문이 조용히 닫히며 따스한 온기를 차단했다.최시훈은 잠시 혼자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위장약이 효과를 보였는지 통증은 이미 사라진 듯했다.하지만 또 다른 공허함이 척추를 따라 느릿느릿하게 피어올랐다.집 안에서 송하나가 막 설거지를 하려던 참인데 차정원이 다정하게 손목을 잡았다.“내가 할게.”그는 송하나를 거실 쪽으로 이끌며 거부할 수 없는 다정한 어투로 말했다.“좀 쉬어. 뭉치랑 TV도 보고. 설거지는 나한테 맡겨.”송하나는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뭉치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TV에 예능이 방영되고 있었지만, 그녀는 좀처럼 집중이 안 됐고 자꾸만 주방으로 시선이 향했다.유리문 너머로 소매를 걷어 올린 차정원의 훤칠한 뒷모습이 보였다.그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콸콸 쏟아지는 물소리에 묻혀 묵묵히 그릇을 씻어냈다.따스한 불빛이 남자의 주위에 부드러운 윤곽을 드리우며 유난히 가정적인 모습을 연출했다.그 순간, 송하나의 마음에 따뜻한 전류가 흘렀다.차정원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밖에서는 독보적인 능력으로 일을 처리하며 냉정하고 날카로운 모습만 보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모든 가면을 벗어던지고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돌볼 줄 아는 자상한 남자였다.이토록 든든하고 따뜻한 느낌이 그녀를 한결 안심시켰다.깊은 밤.샤워를 마친 송하나가 촉촉한 물기와 은은한 바디워시 향기를 풍기며 욕실을 나왔다.비스듬히 열린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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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마음속에 맴돌던 불안감이 드디어 가라앉았다. 송하나는 차정원의 품에 기댄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아까는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어요?”“응. 별 거 아니야.”차정원은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하곤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곧이어 화제를 돌리며 다시 편안한 말투로 이어갔다.“아, 참. 며칠 전 그 이혼 소송 건 말이야. 새로운 진전이 생겼어. 남편이 입장 바꾼 거 있지? 아내한테 양육권 주기로 했어. 거기에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상당한 양육비를 지급하겠다고도 했어.”송하나는 두 눈을 반짝이며 진심으로 기뻐했다.비록 그 결혼에서 만신창이가 된 건 멀리 시집온 아내이지만 적어도 아이가 엄마 곁에 머물 수 있고 미래의 삶에도 기본적인 보장이 생겼으니 이것은 아마도 최선의 결말일 것이다.차정원은 그녀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미간을 짓누르던 답답함도 눈 녹듯 사라졌다.그는 송하나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고요함 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유난히 다정하게 울렸다.“시간이 늦었네? 이만 가서 자야지.”그는 잠시 멈췄다가 목소리를 더 내리깔고 유혹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았다.“아니면... 내가 옆에서 잠들 때까지 이야기라도 해줄까?”송하나는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라 서둘러 그의 무릎에서 일어섰다.“아... 아니요.”그녀는 괜히 딴 곳만 바라보며 횡설수설 대답했다.“저 먼저 잘게요. 정원 씨도 너무 늦게까진 일하지 말아요.”황급히 서재를 나서는 송하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남자는 의자에 기대앉아 입꼬리를 씩 올렸다.둘은 아직 손잡고 포옹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그녀가 자신의 접근을 거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 그 자체였다.차정원도 지극히 평범한 남자라서 사랑하는 여인이 품에 안겨 부드러운 살결이 닿으면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한순간의 충동보다는 그녀의 지금 이 편안함과 신뢰를 더 소중히 여겼다.수년을 기다려왔는데 여기서 좀 더 기다린다고 뭐가 문제 될까?그가 원하는 건 송하나가 자신에게 온전한 마음을 내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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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최태주는 대충 창가에서 멀리 떨어진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 앉지.”자리에 앉은 뒤, 젓가락을 쥔 손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갔다.‘닮았어, 너무 닮았어! 저 아이... 서희를 쏙 빼닮았잖아.’한순간 스쳤던 눈부신 자태, 온화하고 맑은 분위기, 특히 고개를 돌려 살며시 미소 지을 때의 모습은...최태주의 기억 깊은 곳에 수십 년간 간직된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다.하지만 임서희가 아직 살아있다면 마흔이 넘었을 터였다.그녀는 임서희일 리가 없었다.저녁 무렵.송하나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막 실험동을 나섰다.이때 짙은 색 재킷을 걸치고 노련미가 넘치는 중년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왔다.“송하나 씨, 실례지만 저희와 함께 가주실 수 있을까요? 장관님께서 잠깐 뵙자고 하십니다.”송하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낯선 얼굴을 훑어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네? 장관님이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신중하게 말했다.“네. 걱정 마세요. 바로 앞 행정동에서 간단하게 대화만 나눌 뿐 다른 일정은 없습니다.”행정동이라는 말에 그녀는 긴장이 조금 풀리고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네, 그럴게요.”남자는 그녀를 이끌고 연구 단지를 가로질러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의 행정동으로 들어섰다. 이어서 가장 높은 층까지 직행했다.짙은 색 원목 문 앞에 이르러 남자가 공손하게 문을 두드렸다.“들어와.”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오자 그제야 그는 문을 열고 송하나를 안으로 안내했다.“장관님, 송하나 씨 도착했습니다.”남자는 말을 마친 후 문을 닫고 소리 없이 물러났다.소파에 앉아 있던 짙은 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송하나의 시선이 그와 마주치는 순간,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최시훈과 닮은 얼굴, 특히 그 침착하고 위엄 있는 태도는 한눈에 봐도 오랫동안 고위직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었다.게다가 ‘장관님’이라는 호칭까지 더하니 송하나는 대충 짐작이 갔다.그녀는 가슴이 움찔거렸지만 당황하지 않고 상대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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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그 간결한 반문 한마디가 최태주의 마음속 깊이 봉인되어 있던 오랜 ‘서랍’을 쾅 열어젖혔다.경악과 뒤늦은 깨달음, 그리움과 설렘까지...깊은 눈빛 속에서 격렬하게 소용돌이쳤다.그는 잠긴 목소리로 나직이 중얼거렸다.“네가 정말... 서희 딸이었구나.”최태주는 그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생각했었다.그 시절,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린 그녀를 찾아 긴 시간을 헤맸다. 하지만 끝내 닿을 수 없는 막막한 기다림 끝에 최태주는 결국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가문이 정해준 정략결혼을 받아들여야만 했다.수년간, 그 아쉬움은 마음 깊이 묻혀 있었다.이제 그녀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혈육까지 남겼다는 것을 알게 되자...엄청난 충격 뒤에 더욱 복잡한 서글픔이 밀려왔다.그는 임서희의 일생을 놓쳐버린 것이다.그의 시선은 송하나의 얼굴에 단단히 못 박혀 있었다. 그 눈빛에는 절박함이 서려 있었고 억누를 수 없는 미세한 떨림마저 읽을 수 있었다.“너희 어머니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잘... 지내?”송하나는 잠시 침묵했다.다시 입을 열었을 때, 나직한 목소리에는 세월의 무게를 뚫고 오는 듯한 차가운 서늘함이 담겨 있었다.“엄마는... 7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쾅 하는 굉음과 함께 최태주의 뇌리에서 무언가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그리고는 모든 소리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멎고 극도의 정적만이 남았다.얼굴 근육이 모두 굳어버렸고 애써 유지해왔던 침착함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망치에 얻어맞은 듯 소파에 몸이 박힌 채 옴짝달싹 못 했다.조금 전까지 눈빛 속에 소용돌이치던 모든 격렬한 감정들은 이제 둔탁한 통증에 의해 완전히 잠식되었다.수많은 인파 속에서 겨우 그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되찾은 기쁨의 설렘조차 채 누려보기도 전에 잔인한 현실에 의해 심연 속으로 내던져지고 말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최태주는 간신히 그 고통을 마음 깊이 억눌렀다.그의 안색은 잿빛으로 변했고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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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하나 그 아이를 정말 많이 좋아하는 모양이구나.”최시훈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고 말투도 한층 딱딱해졌다.“아버지도 어머니처럼 하나 괴롭히실 건가요?”최태주는 그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송하나 괜찮은 아이야.”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마치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듯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중얼거렸다.“그러니까 너도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겠지.”처음에는 그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떤 여자이기에 평소 침착하고 자제력이 강하던 오만한 아들이 이토록 집착하는지 말이다.송하나를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쏙 빼닮은 이목구비, 침착함 속에 강인함이 배어 있는 기품, 심지어 그 찰나의 표정까지... 전부 기억 속 그녀와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임서희의 딸이었다.최태주가 수십 년간 그리워하고 후회만 가득 채운 그녀 임서희의 유일한 혈육이었다.이제 드디어 모든 의문이 해소되는 듯했다.한편 최시훈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아버지의 입에서 이런 평가를 듣게 될 줄이야.이건 거의 인정에 가까운 평이었다.“반대하는 거 아니셨어요?”최태주는 짙은 눈길로 아들을 쳐다봤다. 그 속에 담긴 복잡한 감정을 최시훈은 결코 읽어내지 못했다.“전엔 그랬는데 이제 아니야. 그런데 시훈아, 그 아이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 것 같더구나.”최시훈의 턱선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눈빛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알고 있습니다.”최태주는 잠시 침묵하더니 아들에게 다가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렸다.“원하면 계속 구애해!”그녀는 임서희가 이 세상에 남긴 유일한 혈육이다.그런 그녀가 최씨 가문에 시집와서 그의 며느리가 된다면...기필코 모든 힘을 기울여 그녀를 보호하고 순탄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어쩌면 이것이 그가 임서희에게 베풀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상, 또한 그녀를 지켜주는 방식일지도 모른다.그해, 임서희를 깊이 사랑했지만 결국 그녀와 엇갈려 반평생을 후회 속에 살았다.이제 그는 자기 아들만큼은 자신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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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오히려... 그 반대였어요. 우리 엄마를 아신다고 하더라고요.”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게다가 제가 볼 땐 그분이 우리 엄마를... 꽤 많이 좋아하셨던 것 같았어요.”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가에 혼란과 불안감이 스쳤다.“하지만 엄마는 그분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어요. 두 분이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저는 전혀 몰라요.”송하나가 기억하는 자신의 유년은 늘 행복했다. 부모님은 금실이 좋았고 온 가족이 화목하고 단란했다.하지만...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어쩌면 엄마가 자신을 위해 일부러 행복한 척한 게 아니었을까?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녀는 무의식중에 엄마에게 짐이 된 것이 아닌가?차정원은 묵묵히 듣기만 했다.그는 여전히 송하나의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그녀가 말을 마친 후 몇 초간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너희 어머니가 결국 너희 아버지를 선택하고 가정을 이뤄서 너를 얻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 너희 아버지야말로 어머니 마음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사람이자 안식처였지.”“네가 느낀 행복은 실제로 존재했던 거야. 그건 가식과 인내로 수십 년을 유지할 수가 없어. 그밖에 다른 일은 더 이상 얽매이지 않아도 돼. 너희 어머니가 이미 내린 선택에 영향을 줄 수도 없고 너희 가족을 정의할 수도 없는 거잖아.”그야말로 이성적이면서도 명료한 대답이었다. 미지의 과거로 인해 혼란스러워졌던 그녀의 마음속 안개를 말끔하게 걷어내 주었다.송하나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정원의 말은 그녀의 마음을 탁 트이게 했다.하긴! 어떻게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할 수 있을까?서로에게 의지하며 오랜 세월을 함께 해 온 그들의 모습. 그것이야말로 송하나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눈으로 직접 보고 몸소 겪어온 단단한 사랑의 증거였다.‘엄마는 아빠를 사랑하셨고 나도 사랑했어. 우리야말로 든든한 한 가족이라고. 최 장관님은... 어쩌면 혼자만의 집착일 뿐이겠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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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그 후 반년 가까이 최태주는 마치 영혼 없는 시체처럼 살았다.결국, 마음이 잿더미가 되어 모든 감각이 무뎌진 채로 가문의 뜻을 받아들여 황윤미와 결혼했다.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 화재는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적인 조작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만약 그때 무너지지 않았다면, 조금 더 끈질기게 진실을 추구했다면 그녀를 놓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별안간 서재 문이 살며시 열렸다.황윤미가 따뜻한 탕을 들고 들어왔다.짙은 담배 냄새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남편의 손에 들린 사진에 시선이 닿자 수십 년간 쌓여온 원망과 질투가 여과 없이 폭발해버렸다.짤그락!탕 그릇이 책상 가장자리에 세게 놓이며 국물이 튀었다.“태주 씨!”황윤미의 앙칼진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떨림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당신 마음속엔 아직도 죽은 사람만 남아있는 거예요? 대체 언제까지 그 낡은 사진만 바라볼 건가요? 그 여자는 이미 재가 된 지 오래라고요!”최태주는 귀를 찌르는 소리에 추억 속에서 강제로 끌려 나온 듯했다.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를 뚫고서 이성을 잃은 아내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하나 그 아이, 당신도 예전에 만난 적 있지? 서희 딸이란 걸 진작 알아봤잖아!”황윤미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짧은 당황 끝에 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네, 만났어요. 그래서 뭐요? 임서희 딸이니까 더더욱 시훈이랑 함께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어요!”그해, 그녀는 최태주와 결혼했지만, 과부나 다름없는 삶이었다.최태주가 그녀에게 단 한 번도 몸을 대지 않았으니까.임신마저도 남편이 술에 취한 틈을 타서 임서희처럼 꾸미고 애써 유혹하며 얻은 기회였다.모두가 화려한 삶을 사는 황윤미를 부러워했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속에 쌓인 억울함과 난처함을 누가 알겠는가?최시훈이 태어난 후에야 비로소 부부의 관계도 조금 완화되었다. 최태주는 선뜻 나서서 남편과 아버지의 도리를 다했으나 마음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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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말도 안 돼...”최태주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물러섰고 책상에 부딪히면서 재떨이가 엎어졌다.회색의 담뱃재는 무너진 그의 신념처럼 바닥에 흩뿌려졌다.책상 모서리를 꽉 붙잡아서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지만,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오는 떨림은 멈출 수 없었다.황윤미는 하늘이 무너진 듯한 남편의 모습을 보며 웃다가 결국 눈물을 흘렸다.“이제 알겠어요? 당신이 수십 년 동안 소중히 여겼던 그 여자는 애초에 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요. 그저 두렵고 귀찮아서 가짜 죽음을 꾸며서라도 도망치고 싶었던 거라고요. 그토록 깊이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어때요?”...송하나는 매일 정해진 루트대로 연구에만 몰입했다.그녀는 어느덧 차정원이 옆에 있는 일상에 적응해가고 있었다.최시훈은 여전히 그녀의 시야에 나타났지만, 변함없이 확고한 태도로 이 남자와 선을 그으며 자신에게 다가올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날 화장실에서 진실한 대화를 나눈 이후로 진서영은 가끔 그녀에게 복잡한 시선을 던지긴 했으나 더는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송하나는 프로젝트가 완료되는 날까지 삶이 이렇게 평화롭게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던 중 프로젝트 진척 상황 보고일이 또다시 찾아왔다.그녀는 자료를 정리하고 안다미와 함께 회의실로 향했다.안다미는 그녀의 팔짱을 끼고는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언니, 소식 들었어요? 이번 연구 프로젝트에 재력가 두 분이 투입되는데 앞으로 주간 회의 때 두 분 모두 참석하신대요!”“정말요?”송하나는 아직 정리하지 못한 데이터 묶음에 생각이 엉켜서 다소 멍하니 대답했다.“언니도 참!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아예 귀 닫고 사시는 거예요? 온 신경이 실험과 데이터뿐이냐고요?”안다미는 그녀의 팔을 흔들며 비밀을 공유하듯 목소리를 낮췄다.“듣기로는 두 회사 다 배경이 대단하고 자금력도 엄청나대요. 게다가 책임자들도 아주 젊고요! 연구팀에 솔로인 여자들이 벌써 기대에 잠겼다니까요. 드라마 속 잘생기고 돈 많은 대표님을 꿈꾸는 거 있죠? 언니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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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다른 한 분은 강현시 이원 그룹의 이강우 대표님이십니다.”또 다른 실루엣이 보란 듯이 등장했다.딥 블랙 정장 차림에 몸매는 심성빈보다 더 훤칠하고 꼿꼿했으며 걸음걸이 또한 차분함 그 자체였다. 잘생긴 이목구비에 늠름한 기세를 뿜는 이 남자...“와!”안다미는 입이 쩍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녀는 송하나의 귀에 대고 감탄을 연발했다.“이분... 이분이 더 잘생겼네요! 더 멋있잖아. 요즘 대기업 대표님들은 외모랑 분위기로 경쟁하는 건가요? 오늘 최 국장님도 계셨으면 세 남자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이 최고의 명장면이었을 텐데. 아이돌 그룹 데뷔 무대가 별 거 있나요? 난 오늘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니까요 언니!”하지만 ‘이강우’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송하나는 온몸이 경직되었다.이혼 후, 그녀는 단호하게 강현을 떠나 제연으로 왔다. 사업을 추구하는 것 외에도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이강우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남자가 지금 협력사라는 명함을 달고 여기에 나타난 이유가 뭘까? 또 무슨 꿍꿍이인 걸까?“언니? 왜 그래요?”안다미는 마침내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팔꿈치로 가볍게 쿡쿡 찔렀다.그녀는 의아한 듯 목소리를 낮추고 반쯤 농담 섞인 어조로 물었다.“언니... 설마 이 대표님한테 반한 거 아니죠?”송하나는 정신을 차리고 짙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넘겨짚지 말아요.”“그런데...”안다미는 이강우를 슬쩍 훔쳐보더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근데 저분... 회의실에 들어와서부터 시선이 언니한테서 떨어지지 않은 것 같아요. 두 분 혹시 아는 사이예요?”송하나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제 전남편이에요.”“뭐, 뭐라고요? 전남편이요?”충격에 휩싸인 안다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송하나에게 이혼 경력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는데 전남편이 바로 눈앞의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강우라니. 그는 마치 경제 잡지 표지에서 걸어 나온 듯한 비주얼이었다.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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