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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251 - Chapter 260

642 Chapters

제251화

간호사가 급히 달려왔다.이강우는 송태리를 번쩍 들어 안으며 싸늘한 어투로 말했다.“의사 불러와요!”간호사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황급히 달려나갔다.송태리를 침대에 조심스레 눕힌 뒤, 의사가 곧 도착했다.일련의 검사를 마치고 의사는 이강우에게 나직이 설명했다.“대표님, 태리 씨는 방금 심한 감정 동요로 일시적인 쇼크를 일으켰습니다. 거기에 임신 중이라 몸이 많이 허약해요. 푹 쉬시면 괜찮을 겁니다. 태아 상태도 안정적이고요.”이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창백해진 송태리의 얼굴을 보자 마음이 유달리 답답해지고 혼란스러웠다.간호사에게 잘 보살펴달라 이른 뒤, 이강우는 병원을 나섰다.비서실장을 강제로 차에서 내리게 하고 스스로 운전대를 잡더니 목적 없이 거리를 헤매기 시작했다.얼마나 달렸을까.정신을 차려보니 자신도 모르게 현진 바이오테크 근처까지 와 있었다.결국, 그 건물에서 멀지 않은 인적 드문 길가에 차를 세웠다.이강우는 안에서 내려와 차 옆에 비스듬히 기댄 채 담뱃불을 지폈다.[현진 바이오테크]라는 로고를 바라보며 머릿속엔 온통 할머니의 원망 섞인 질책과 가슴 시린 건강검진 보고서만이 맴돌았다.송하나에게 미안한 짓을 많이 했다는 건 본인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녀를 소홀히 했고, 외면했으며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갖은 설움을 안겨주었다.하지만 이렇게까지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 줄은 몰랐다.송하나는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한다.이 결과는 마치 거대한 돌덩이처럼 그의 가슴을 짓눌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강우는 심지어 헛된 생각까지 했었다. 어쩌면...그냥 이대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그녀에게 평생토록 이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명분을 쥐여주고 앞으로라도 잘해주고 보상해주면 되지 않을까?하지만 이 생각을 하기도 바쁘게 송태리와 그녀 배 속의 아이가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태리는 형이 살아있을 때 가장 마음 썼던 사람이야. 꼭 잘 보살펴주겠다고 형에게 약속했는데... 이제 아이까지 생겼으니 두 사람 모두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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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송하나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비밀을 알게 된 그는 가슴속에 시한폭탄을 품은 듯 쩔쩔매며 몸 둘 바를 몰랐다.속내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생각이 뒤엉켜서 심란할 따름이었다.이강우가 여태껏 이혼을 미룬 건 죄책감 때문이겠지. 송하나가 가여워서 그런 거겠지.그런데 지금은 송태리가 아이를 가졌고 며칠 전에 떠들썩한 스캔들까지 터졌으니 이강우는 반드시 이혼하고 송태리와 결혼해야겠지.이 와중에 하필 또 심성빈이 송하나에게 미련이 가득 남아있다...가장 소중한 친구가 아무것도 모른 채 불 속으로 뛰어드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입이 가볍기로 소문난 최로운이었기에 끝내 심성빈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다.며칠 뒤, 나른한 재즈 선율이 흐르는 분위기 좋은 바에서 최로운은 넋이 나간 듯 위스키 잔을 흔들며 태연한 척 말을 꺼냈다.“성빈아, 얼마 전에 너희 아빠가 명문가 딸을 소개해주셨다며? 미모가 연예인급이라는데 왜 가차 없이 거절했어?”심성빈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소식도 참 빨라.”“쯧쯧, 명색이 군인 집안의 외동딸이잖아. 조건도 완벽해, 권력도 있어, 남들은 부러워도 얻지 못할 기회인데 왜 그렇게 가볍게 거절했어?”심성빈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왜? 관심 있어? 내가 한번 연결해 줄까?”“아니! 제발 사양할게.”최로운은 질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극구 사양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런 레벨의 분들은 한 번 엮이면 귀찮아져. 나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아무 데도 안착 안 하는 게 편하지.”그는 위스키를 들이켠 후 슬쩍 화제를 돌렸다.“그런데 말이야... 강우랑 너랑 맺었던 그 두 달짜리 약속, 슬슬 기한이 다가오지 않았냐?”심성빈은 술잔을 쥔 손이 살짝 움찔거리더니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응. 나흘 남았어.”“나흘이라...”최로운은 그 말을 되뇌다가 술잔을 내려놓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이어서 말투도 다소 진지해졌다.“성빈아,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기한이 되면 너 진짜 송하나한테 대시할 생각이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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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네가 송하나 좋아하는 거 알아. 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너희 할아버지는 어떻게 설득할 건데? 돌싱도 충분히 빡센데 거기에 불임까지? 너희 집안에서 이런 며느리를 받아들이기나 할까?”한편 심성빈은 줄곧 건강검진 보고서에 시선이 꽂혔다.얼굴의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최로운은 사색이 된 그의 얼굴을 보자 마지못해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설득에 나섰다.“성빈아, 지금이라도 마음 돌리기엔 안 늦었어. 당장 단념하기 힘든 거 알아. 미련도 많이 남았을 테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연락이 끊기다 보면 네 마음도 정리가 될 거야.”심성빈은 떨리는 손으로 종잇장을 만지작거릴 뿐 집어 들지는 않았다.천천히 고개를 들자 눈빛 속에는 최로운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의 광기에 가까운 단단한 결의가 어려 있었다.“난 말이야... 송하나라는 사람 자체가 좋은 거야. 아이와는 상관없어.”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아이를 못 낳으면 둘이 살면 돼. 난 하나만 있으면 되거든.”최로운은 너무 놀라 숨을 들이켰다. 환청이 들린 건 아닌지 제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야, 심성빈! X발 너 미쳤냐? 불구덩이인 걸 뻔히 알면서 기어코 뛰어들겠다고? 너 자신은 생각 안 해? 너희 집안은 생각 안 해? 너희 할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너를 그냥 놔두실까? 송하나를 그냥 놔두실까?”사실 최로운은 좀 전에 심성빈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며 이 녀석이 그저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갈등하는 줄로 여겼다.하지만 그 고통 속에 숨겨진 건 죄다 안타까움과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결심이었다.“내 결정이야. 누구의 동의도 필요 없어.”심성빈은 짙은 눈길로 최로운을 쳐다봤다. 복잡한 그의 시선 속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됐어. 이 얘긴 그만해.”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뒤돌아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어두운 조명 아래 그의 뒷모습은 유난히 외롭고 고독해 보였다.최로운은 홀로 남아 그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쳐다보다가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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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하지만 마지막 신호가 강현 근처의 물류 집산지에서 끊겼어요. 상대가 아주 교활하고 역탐지 능력이 뛰어나서 우리 요원들이 잠시 놓쳤습니다.”심성빈은 사적인 감정을 추스르고 금세 평소의 냉철함을 되찾았다.모방약 사건은 꼬리가 길다. 전에 단속한 것은 겨우 하나의 거점일 뿐 아직 미수를 거두지 못한 세력이 분명 남아있을 터였다.그 도망친 핵심 인물이 강현 근처에 나타났다니...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보복을 위한 의도적인 움직임일까?심성빈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인력을 더 붙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사람 반드시 찾아내서 감시하고 있어! 어떠한 움직임이라도 포착된다면 즉시 내게 보고하고!”“네.”비서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뜨려 하는데 심성빈이 다시 불러세웠다.“잠깐.”심성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눈가에 미세한 우려의 그림자가 스쳤다.“믿을 만한 사람 몇 명 붙여서 현진 바이오테크의 송하나 씨를 비밀리에 보호해. 24시간 교대하면서 안전을 보장하되 절대 송하나 씨한테 들켜선 안 돼.”“알겠습니다, 대표님.”현진 바이오테크 연구 개발실.송하나와 서유준은 나란히 실험 데이터 게시판 앞에 서서 2세대 약물의 분자 구조 최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바로 그때, 서유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통화 저편에서 중후하면서도 약간의 서운함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전해졌다.“이놈아! 대체 우리 손주며느리는 언제 집에 데려올 거야? 또 이 할아비를 잊어버린 게지?”서유준은 조금 민망해하며 몸을 살짝 돌렸다.“할아버지, 요즘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매일 야근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이 고비만 넘기면 바로 찾아뵐게요.”“뭐? 우리 하나를 종일 야근시켰어?”서유준의 외할아버지 정동균은 순간 언성이 확 높아졌다.“그건 절대 안 돼! 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지금 당장 하나 내 앞으로 데려와. 안 그러면 내일 너희 회사로 찾아가는 수가 있어.”송하나는 바로 옆에 서서 대화 내용을 고스란히 들었다.그녀는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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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서유준은 목울대를 꿈틀거리다가 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말이 하마터면 튀어나올 뻔했다.“하나야, 사실 나...”바로 그때, 연구실 문이 열리고 임효민이 서류철을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하나 언니, 이거 방금 3조에서 나온 실험 데이터인데 두 분께 확인 부탁드릴게요.”서유준은 입가에 다다른 말을 억지로 삼켜야만 했다. 대신 그윽한 눈길로 송하나를 쳐다볼 뿐이었다.한편 송하나는 이미 데이터에 집중하느라 방금 그의 이상한 낌새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임효민에게서 서류를 건네받아 진지하게 검토를 시작했다.이원 그룹 대표이사실.비서실장이 책상 앞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대표님, 송태리 씨 임신 소식을 최초에 퍼뜨린 온라인 플랫폼들은 전부 차단했습니다.”그는 잠시 뜸을 들이며 더욱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단서를 따라 추적해 보니... 최초 유포자는 송태리 씨 어머니 김지영 여사였어요. 그분이 직접 언론에 정보를 흘린 것으로 보입니다.”이강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날카로운 시선은 마치 보고서를 꿰뚫어 볼 기세였다.역시 송씨 가문 사람이었다.이강우는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을 꽉 움켜쥐어졌다.송씨 가문에 엄청난 자원을 대주었고, 수많은 사업도 지원하며 평생 누리고도 남을 부를 쌓게 해줬는데 대체 왜?지금은 한 달 수입이 지난 1년의 수입을 훌쩍 넘어설 지경이면서도 대체 뭐가 불만인 걸까?왜 이렇게까지 결혼을 다그치는 거지?비겁한 수단까지 동원하면서 이강우를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뭘까?음흉한 계략과 노골적인 조작은 그에게 생리적인 혐오감마저 불러일으켰다.별안간 사무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송태리가 정교한 도시락통을 들고서 환하게 웃으며 들어왔다.“강우 씨, 이건 내가 직접 끓인 배숙이에요. 아, 그리고 이건 귤이한테 주는 새로 산 장난감과 캔 사료에요.”옆에 있던 비서실장은 눈치껏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송태리는 도시락통을 내려놓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양이를 다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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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당황한 와중에도 송태리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강우 씨... 이게 다 뭐죠?”그녀가 화들짝 고개를 들더니 눈시울이 빨개지고 목소리가 한없이 떨렸다. 충격과 무고함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목소리였다.“엄마가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을! 난 진짜 몰랐어요. 정말이에요!”송태리는 마치 큰 충격을 받은 듯 몸을 살짝 떨었고 구슬 같은 눈물방울이 뚝뚝 흘러내렸다.곧이어 이강우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으며 애원에 나섰다.“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엄마 용서해 주세요, 엄마도 분명 나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내가 아이를 가졌는데도 명분 없이 강우 씨 옆에 있는 게 마음에 걸렸던 거겠죠. 혹시나 내가 속상해할까 봐 잠깐 그릇된 생각으로 이런 어리석은 일을 벌였을 거예요. 나랑 이 배 속의 아이를 봐서라도 일을 더 키우지 말아요. 네?”이강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턱선이 다 팽팽해졌다.눈물범벅이 돼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형이 임종 직전에 남긴 당부가 눈앞을 스치는 것만 같았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배신감과 분노를 겨우 짓눌렀다. 끝내 송씨 가문 사람들을 모질게 대하지는 못했다.이강우는 천천히 팔을 빼내며 그녀와의 접촉을 피했다. 곧이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태리야, 난 살면서 누군가에게 속고 조종당하는 걸 제일 혐오해.”위엄이 차 넘치는 말투, 칼날처럼 날카로운 시선, 그녀가 눈물범벅이 되었음에도 이 남자는 단호하게 경고장을 날렸다.“돌아가서 전해.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겠지만 두 번 다시...”“그럴 일 없어요! 절대 없을 거예요.”송태리가 곧바로 그의 말을 자르고 맹세를 해댔다.“고마워요, 강우 씨. 엄마 대신 이 말은 꼭 전해야겠어요...”다음 날 오후.서유준과 송하나가 업무를 논의하던 중, 정동균한테서 또다시 연락이 왔다.두 사람더러 일찍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이었다.서유준은 속절없이 웃으며 송하나에게 말했다.“외할아버지가 또 재촉하시네. 하나 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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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서유준과 송하나가 나란히 차에서 내렸다.“할아버지!”서유준의 목소리는 맑고 경쾌했다.“할아버지.”송하나 또한 온화하면서도 정중한 목소리로 인사를 드렸다.정동균은 그녀를 보자마자 웃음꽃이 만개했다.“아이고, 우리 외손주며느리 드디어 왔네! 어서 들어와. 너희들 오기만을 기다리느라 밥도 못 먹고 있었어!”어르신의 우렁찬 목소리는 차 안에서까지 선명하게 울렸다.외손주며느리?그 호칭을 듣는 순간, 심성빈은 온몸이 싸늘하게 굳었다.시종일관 유지하던 우아함과 여유로움은 와장창 무너지고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은 충격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뿐이었다.송하나와 서유준의 관계가 벌써 이 지경까지 갔단 말인가?이제 어른들까지 다 만났다고?말로 형용할 수 없는 씁쓸함과 자조가 심장을 쿡쿡 찔렀다.이 며칠 동안 애써 절제했던 것들, ‘두 달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살아온 시간들, 이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운 농담거리가 돼버렸다고?제자리걸음만 하던 그사이에 누군가는 이미 망설임 없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섰고, 심지어 가족들의 인정까지 받아냈을 줄이야.심성빈은 무심코 담배를 한 대 꺼내 불을 붙였다.희미한 불꽃이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서 한 번 깜박이더니 이내 피어오르는 옅은 연기에 휩싸였다.앞자리에 앉은 비서는 룸미러로 대표님이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며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수년간 심성빈을 모시면서 그가 담배를 피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극도로 기분이 나쁘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말곤 좀처럼 담배를 가까이하지 않는 분인데...송하나 씨가 대표님께 단순히 사업파트너만은 아닌 모양이다.차 안은 짙은 정적에 잠겼고 오직 담뱃잎이 타들어 가는 미세한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한참 후, 비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송하나 씨는 당분간 안 나오실 것 같은데... 댁으로 모셔다드릴까요? 일찍 쉬셔야죠, 대표님도.”심성빈은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내뿜고 여전히 굳게 닫힌 저택의 대문을 응시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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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송하나는 이 상황이 몹시 곤란한지라 얼굴이 다 빨갛게 달아올랐다.마지못해 서유준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신호를 받은 서유준이 넉살 좋게 상황을 중재하려 했지만, 외할아버지의 매서운 눈빛 한 방에 말문이 막혔다.정동균은 옥 팔찌를 집어 들더니 송하나의 의사도 묻지 않고 온화하지만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둘 다 아니라면 이 팔찌 편하게 끼고 다녀.”송하나도 더 이상 사양할 수가 없었다. 괜히 강하게 거절했다가 어르신께 실망을 드릴까 염려되었다.그녀는 마지못해 옥 팔찌를 손목에 착용했다.비취의 차가운 감촉이 피부에 닿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덩이처럼 뜨겁게 느껴졌다.창밖에는 어느새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시간은 늦어지는데 빗줄기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한편 정동균은 억지로라도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하나야, 비가 이렇게 오는데 오늘은 그냥 자고 가지. 손님방도 다 비워뒀어.”송하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히 핑계를 둘러댔다.“아니에요, 할아버지. 저 진짜 괜찮아요. 집에 토끼를 키우는데 아무도 밥을 안 주면 애가 굶어서 힘들 거예요.”서유준도 불편해하는 그녀를 바로 눈치채고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할아버지, 하나한테 너무 부담 주지 마세요. 시간이 늦었으니 제가 집까지 바래다주고 올게요.”저택 밖, 가로등 불빛 아래 빗줄기가 촘촘한 그물처럼 엉켜 있었다.심성빈의 차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있었고, 차창에는 이미 얇은 물안개가 서려 있었다.차 안의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였지만, 그는 또다시 새로 한 대 입에 물었다.세 시간 가까이 기다리다가 저택 문이 마침내 다시 열렸다.서유준이 우산을 펼치고 송하나와 함께 나와서 그녀를 차에 태웠다.“따라붙어.”심성빈의 잠긴 목소리에 은근한 피로감이 섞여 있었다.차는 소리 없이 빗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고, 늘 그렇듯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끝내 송하나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멈춰 섰다.서유준의 차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곧이어 위층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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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청림에서 있은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송하나는 나직하면서도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여태껏 제대로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네요.”“별일 아니야. 신경 쓸 거 없어.”심성빈은 가볍게 대꾸하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 표정이 얼어붙었다.그녀의 손목에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취 팔찌가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맑고 투명한 팔찌는 연대가 오래된 값비싼 물건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어제 현진 건물 아래에선 아무것도 착용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설마 서유준의 외할아버지가 선물한 걸까?이 생각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그의 심장을 쿡 찔렀고 질식할 것만 같은 익숙한 느낌이 또다시 온몸을 휘감았다.차가운 기다림 속에서 밤을 지새운 피로가 되살아나 그를 또다시 집어삼킬 듯했다.심성빈은 씁쓸함을 애써 억누르고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하나 너 언제부터 비취를 좋아했어? 맑고 투명하니 꽤 좋아 보이네?”송하나는 그 말을 듣고 무심코 팔찌를 만지작거리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이거요... 유준 씨 외할아버지가 저를 그만 유준 씨 여자친구로 오해해서 억지로 채워주신 거예요.”그녀가 손목을 살짝 흔들자 팔찌가 정말로 손목에 꼭 맞게 자리 잡았다.“너무 귀한 거라 억지로 뺐다가 만에 하나 흠집이라도 낼까 봐 그냥 두었어요. 오늘 퇴근하고 쥬얼리샵에 들러서라도 뺄 방법을 찾아보려고 했거든요.”‘오해라고?’심성빈은 심장이 쿵쾅대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희열이 차올랐다.그는 송하나를 쳐다보며 자신조차 감지하지 못한 긴장감과 절박함이 배어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니까 너랑 서 대표...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송하나는 그의 질문에 어리둥절해졌다.“대표님은 어디서 그런 뜬소문을 들으신 거예요? 서 대표님은 제 대학 선배이자 직장 상사인데 어떻게 사귈 수가 있어요?”그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아직 이강우와의 관계도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마당에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여력이나 있을까?‘사귀는 게 아니라니. 모든 게 오해였다니!’심성빈의 마음속에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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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차가 시동을 걸고 붐비는 출근길로 들어섰다.송하나는 핸들을 꽉 잡고 아주 느린 속도로 운전에만 집중했다.한편 심성빈은 조수석에 느긋하게 기대앉았다.가끔 그녀의 집중한 옆모습을 훔쳐보며 드물게 찾아온, 오직 둘만의 고요한 분위기를 만끽했다.이 길이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사심을 안은 채 심성빈이 입을 열었다.“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그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고 송하나를 향한 관대함이 은은하게 묻어났다.다만 이 평화로운 정적은 오래가지 못했다.뒤따르던 검은색 롤스로이스 안.기사가 앞에서 가는 속도가 유독 느리고 심지어 차선이 살짝 흔들리기까지 하는 고급 세단을 보며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대표님, 앞차가 심하 그룹 심 대표님 차인 것 같은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조심스럽게 운전하시는 거죠?”한창 서류를 검토 중이던 이강우는 고개를 들어 차창 너머의 앞 차량을 바라보았다.낯익은 번호판을 보니 확실히 심성빈의 차였다.팔 부상이 완전히 낫지 않은 그였기에 늘 기사를 대동할 텐데 이런 운전 실력일 리가...이강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따라붙어.”그가 낮고 단호하게 명령하자 기사는 곧장 앞질러 나갔다.두 차가 나란히 주행할 때, 이강우는 고개를 살짝 돌렸다.그런데 이게 웬일? 운전석에 송하나가 왜?한편 심성빈은 그녀 옆에 앉아서 무언가 다정하게 속삭이고 있었다.이 광경을 본 이강우는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심성빈 너 이 자식! 두 달간 접근하지 않기로 약속해 놓고 뒤에서는 아침 댓바람부터 같은 차를 타고 다녀?’질투와 분노가 순식간에 그의 이성을 집어삼켰다.“받아!”이강우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이에 기사가 경악에 휩싸였다.“대표님, 이건... 너무 위험합니다!”“받으라고 했다!”이강우의 말투에는 거절할 수 없는 잔인함이 실려 있었다.“저 차 당장 멈춰 세워!”기사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살짝 꺾었다.쾅!격렬하진 않지만, 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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