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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별이 되어 빛나리: Capítulo 621 - Capítulo 630

638 Capítulos

제621화

“내 생각났어?”송하나는 딱히 부정하지 않고 나직하게 대답했다.“네.”오늘 엘리베이터에서 겪은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최소한 차정원이 곁에 있으면 최시훈도 어느 정도는 꺼리지 않을까?그녀의 보기 드문 적극적인 반응에 차정원은 내심 너무 기뻤다.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리고 목소리도 한결 부드러워졌다.“우리 하나 착하지. 먼저 자. 빨리 일 마무리하고 돌아가서 함께 있자!”통화를 마친 그녀는 솜털 같은 뭉치를 안고 침대 옆에 웅크렸다. 마음은 여전히 심란했지만, 차정원의 목소리가 약간의 위안을 주었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몽롱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깊은 밤.의식이 흐릿한 가운데 누군가 몸을 숙여 부드럽게 자신을 안아주는 느낌이 들었다.송하나는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어렴풋이 눈을 떴다.어둠 속에서 차정원의 윤곽이 바로 앞에 나타났다.꿈인 줄 알았는데 무심코 손을 뻗자 손끝에 서늘하면서도 생생한 옷의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찰칵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침대 옆 따스한 무드등이 켜졌다.부드러운 조명 아래, 장거리 이동으로 약간 지쳐 보이는 차정원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의 눈동자에는 빛이 반사되어 송하나를 부드럽게 담고 있었다.그녀는 완전히 정신이 들었다. 그제야 몸을 지탱하며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정원 씨? 강현에 있지 않았어요? 어떻게...”먼 길을 달려온 남자는 목소리가 잔뜩 잠겨 있었다.“나 보고 싶다며? 애타게 기다리게 할 순 없지.”“그럼 일은...”그는 강현에 갔다가 하루를 조금 넘긴 참이었다.차정원은 손을 들어 그녀의 살짝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말투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홀가분할 따름이었다.“중요한 건 다 해결했어. 나머지는 동업자들이 알아서 할 거야.”송하나는 무심코 침대 옆 전자시계를 힐끗 보았다. 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각, 강현에서 제연까지...마음속에 뜨거운 물결이 밀려들더니 그녀는 순식간에 모든 것을 깨달았다.차정원은 전화를 끊자마자 곧장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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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송하나의 몸이 살짝 굳었다.“움직이지 마, 하나야.”차정원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목 뒤로 전해지며 깊은 피로감이 묻어났다.“잠깐만 이렇게 안고 있게 해 줘. 잠깐이면 돼.”그의 포옹은 억지로 조르지 않았지만, 존재감이 뚜렷했다. 얇은 옷감 너머로 남자의 체온이 끊임없이 전해져 왔다.송하나도 처음에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다가 그의 고른 심장 박동과 함께 따뜻한 품에 안겨 서서히 긴장이 풀리며 나른하게 녹아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귓가에 그의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아무래도 잠든 모양이다.하지만 허리를 감싸 쥔 팔은 그대로였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더없이 편안한, 그 미묘한 온기를 유지한 채였다.다음 날 아침.햇살이 커튼 틈새를 비집고 실내로 쏟아져 들어왔다.송하나가 먼저 눈을 떴다.의식이 돌아오는 순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등 뒤에서 따뜻하게 밀착된 단단한 가슴과 허리를 누르는 묵직한 무게감이었다.지난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가슴 한구석이 몽글몽글하게 풀어지는가 싶더니 잠에서 막 깨어난 듯한 수줍음이 뒤따랐다.그녀는 숨소리조차 죽인 채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혹여나 그가 깰까 봐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하지만 아주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이 본능적으로 힘을 주어 그녀를 더 깊숙이 끌어당겼다.“하나야?”잠기운 가득한 차정원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나직하게 울렸다. 역시나 그녀의 움직임에 잠이 깬 모양이었다.“깼어요?”송하나는 동작을 멈추고 살짝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일러요. 좀 더 자요.”차정원은 눈을 감은 채였다. 그는 여전히 몽롱한 상태로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 턱을 묻고는 떨어지기 싫다는 듯 애틋하게 머리를 비벼댔다. 허리를 감싼 팔엔 여전히 힘이 들어가 있었고 웅얼거리는 목소리에는 집요한 고집이 묻어났다.“안 자. 회사까지 데려다줄게.”“혼자 갈 수 있어요...”그가 밤새 운전하느라 서너 시간밖에 못 잔 것만 생각하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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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최시훈의 시선이 그들의 깍지 낀 손에 머물렀고 그 순간 동공이 미세하게 수축했다.평온한 장면은 뾰족한 가시가 되어 눈 밑을 찔러오는 듯한 날카로운 불쾌감을 주었다.송하나가 혼자 위층에 살고 있으리라 짐작했는데 이 시각에 차정원과 함께 내려오고 있다니...‘뭐지? 두 사람 동거 중이야?’이 생각이 든 순간, 최시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짧게 마주쳤다.차정원이 먼저 고개를 끄덕이며 격식 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예의 바르면서도 거리를 두는 미소였다.“최 국장님, 좋은 아침입니다.”최시훈 역시 평소의 침착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그래요, 차 변호사님. 송 연구원도 함께 있었네?”그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서 반대쪽에 섰다.안 그래도 좁은 공간이 그의 존재로 인해 더욱 비좁아졌다. 공기 중에는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엘리베이터는 계속 하강했고 좁은 공간 안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송하나는 곁에 선 차정원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반대편 최시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존재감 또한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는 정면만을 응시한 채 그녀 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았지만,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기가 팽팽하게 조여드는 듯했다.띵.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 주차장에 도착하며 문이 다시 열렸다.더 기가 막힌 것은 차정원의 차와 최시훈의 의전용 차량이 나란히 주차 공간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었다.최시훈의 발걸음이 살짝 멈췄다. 시선은 차정원을 스쳐지나 송하나의 얼굴에 닿았다.“송 연구원, 나 마침 연구 센터로 가는 길이니 태워줄게. 차 변호사님은 업무가 바쁘실 테니 굳이 에돌아갈 필요도 없겠네요.”한편 차정원은 깍지 낀 송하나의 손을 풀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며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받았다.“신경 써주셔서 고맙지만 일이 아무리 바빠도 여자친구 태워주는 것보다 중요할 순 없죠.”그는 ‘여자친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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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심성빈이 미간을 짚던 손이 뚝 멈췄다.굳게 닫혀 있던 눈꺼풀이 화들짝 젖혀지는 순간, 조금 전까지 그를 짓누르던 짙은 피로감이 마치 보이지 않는 힘으로 순식간에 걷어내진 듯했다.그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즉시 전담팀을 꾸려서 이 입찰 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조건은 최대한 유리하게 맞춰. 내 요구는 단 하나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 건을 따내야 해!”“네, 대표님!”비서는 공손하게 대답하고 떠나려 했다.나가기 전, 그는 다시 한번 책상 너머의 남자를 힐끗 쳐다보았다.대표님은 어느덧 새로운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순간 비서는 마음이 씁쓸해졌다.지난번 제연에서 돌아온 뒤로 대표님은 마치 딴사람이 된 것마냥 줄곧 저기압이었다.전에도 일에 매달리기는 했지만 언제나 여유와 통제력이 느껴졌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치 고강도 업무로 자신을 마비시키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에너지를 태우는 것 같았다.고작 며칠 사이로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턱선은 더욱 날카로워졌으며 눈 밑에는 종종 충혈된 흔적이 보였다.비서가 입을 열려다가 다시 닫았다.조금이라도 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으나 더 이상의 권유가 부질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대표님의 모든 동력과 집착은 머나먼 곳의 송하나 씨에게 걸려있는 듯했다.아마도 그녀 가까이에 있어야만 대표님의 기분이 조금 나아질지도 몰랐다.비서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자 심성빈이 시선을 올렸다.“더 할 말 있어?”비서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대표님.”그는 더 머뭇거리지 않고 사무실을 나서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제연, 연구 센터.그날 엘리베이터에서의 숨 막히는 대치 이후로 송하나는 어떻게든 최시훈을 피하려고 애썼다.업무 현장에서는 그와 단둘이 마주치는 상황을 피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꼭 필요한 업무 보고조차 서면으로 하거나 안다미를 통해 전달하도록 했다.혹여 마주치더라도 그녀는 눈길 한번 안 주고 부랴부랴 자리를 떠났다.최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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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진서영은 영락없이 공들여 꾸민 모습이었다.몸에 꼭 맞게 재단된 미니 드레스에 시즌 한정판 핸드백을 들었고 목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눈부시게 빛나 그녀를 더욱 고귀하고 돋보이게 했다.그녀가 등장하자 현장에 있던 몇몇 여자들은 나지막이 감탄사를 터뜨렸다.“연구원님 오늘 너무 예쁘세요! 이 가방 방금 출시된 신상이죠? 완전 예뻐!”“목걸이가 시그니처죠. 연구원님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려요!”진서영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목걸이를 살짝 매만지며 무심한 듯 말했다.“어머님이 주신 거거든. 나한테 잘 어울린다고 기어코 받으라고 하셨어.”“어머님이요? 설마... 최 국장님 어머님 말씀하시는 거예요?”누군가 키워드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궁금한 듯 캐물었다.진서영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우월감과 자부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곧이어 그녀는 조용히 앉아있는 송하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유난히 살가운 말투로 말했다.“송 연구원님, 이 게살 두부 요리 한번 드셔보세요. 강현 분이라고 들어서 특별히 시켜봤어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 황태찜도 그쪽 지방 요리법으로 한 거예요.”배려가 넘치는 말투, 마치 진심으로 동료를 챙기는 듯 보였다.하지만 송하나는 그녀의 말 속에서 자신을 겨냥한 은근한 과시를 읽어냈다.역시 오늘 이 생일파티는 위험한 잔치가 분명했다.송하나는 겉으로는 평정을 유지한 채 미소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진 연구원님, 신경 써 주셔서 고마워요. 아주 맛있네요.”어떻게 하면 품위 있게 일찍 자리를 뜰 수 있을까 고심하던 중,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한 젊은 종업원이 와인을 따르다가 실수로 손을 미끄러뜨려 진서영이 테이블 가장자리에 놓아둔 고가의 핸드백에 와인을 튀기고 말았다.“어머나! 대체 무슨 짓이에요?”진서영 옆에 앉아있던 여자 대학원생이 즉시 미간을 찌푸렸다.“연구원님 가방 엄청 비싼 거예요! 그쪽 따위가 물어줄 수나 있냐고요?”레스토랑 지배인이 인기척을 듣고 달려와 연신 사과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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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송하나는 술잔을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런 변명 없이, 심지어 곤란해하거나 분노하지도 않고 모두의 시선 속에서 새하얀 손을 뻗어 ‘묵직한’ 술잔을 들었다.이어서 고개를 젖히고 단숨에 들이켰다.독한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찢어질 듯한 작열감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위장 속에서 삽시간에 불길처럼 번졌다.그녀는 빈 잔을 내려놓았다. 얼굴은 알코올 때문에 붉게 물들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맑고 냉정했다.“분위기 망쳐서 죄송해요. 진 연구원님 생일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다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품위 있게 자리를 떠났다.등 뒤로 문이 완전히 닫히고 나서야 독한 술의 후폭풍이 머리끝까지 맹렬히 치솟았다. 동시에 위장에서도 불쾌한 경련이 일었다.그녀는 휘청거리며 차가운 벽을 겨우 붙잡고서야 강렬한 현기증과 메스꺼움을 억눌렀다.의식이 흩어지는 경계에서 간신히 버텨내며 가방을 더듬어 휴대폰을 꺼냈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며 차정원의 번호를 누르는 그녀...“정원 씨...”통화가 연결되자 저도 모르게 상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묻어나는 힘없고 나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일 다 끝났어요? 혹시... 지금 저 좀 데리러 와줄 수 있어요?”아침에 출근하기 전, 차정원은 오늘 밤 처리해야 할 긴급한 사건이 있어 늦게 돌아올 거라고 말했었다.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이상한 낌새를 알아챘다.“하나야, 너 지금 술 마셨어?”“네...”그녀는 나직하게 대답했다. 목구멍 속에 갇힌 짧은 응답은 취기에 젖어 눅눅하고 뭉개진 소리가 되어 흘러나왔다.심지어...알아차리기 힘든 서운함까지 배어 있었다.차정원은 그 순간 심장이 옥죄어 왔다.퇴근 때, 송하나가 동료 생일파티에 간다고 메시지를 보냈었다.그는 별다른 생각 없이 안전에 유의하고 끝나면 연락하라고만 당부했었다.송하나는 술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데 아무래도 이 자리가 그녀를 불쾌하게 만든 모양이다.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혼자 술에 취해 밖에 있으면 어떤 위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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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순간,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 최시훈의 심장을 옥죄었다.누군가의 대체품이 되는 게 너무 싫지만, 이 순간만큼은 송하나가 품에 안겨 있는 온기를 도저히 놓아버릴 수가 없었다.며칠 동안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고양이처럼 피해 다니기만 했다.너무나 오랫동안, 정말 너무나도 긴 시간 동안 그녀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렇게 품 안에서 그녀의 체온과 미세하게 떨리는 숨결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거리라니...이 순간, 착각에서 비롯된 짧고도 덧없는 의존이 그로 하여금 스스로도 치졸하다 느낄 만큼 지독한 미련을 품게 했다.사람들이 붐비는 이곳에서 최시훈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만취한 여직원과 이렇게 밀착해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부적절하기 짝이 없었다.그는 재빨리 이성을 되찾았다.모든 사심을 강제로 억누르고 신속하게 평소의 냉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많이 취했네? 집까지 데려다줄게.”낮게 깔린 목소리에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최시훈은 허리를 굽혀 한 손으로 그녀의 무릎을 받쳐 들고 가로로 번쩍 안아 올렸다.그녀의 몸은 너무나 가벼워 남자의 마음을 아릿하게 조여 왔다. 송하나는 그의 품에 조용히 웅크린 채 마치 긴 방황 끝에 안식처를 찾은 아이처럼 보였다.최시훈은 마침 이곳에서 비공식적인 공무 만찬에 참석 중이었다.중간에 중요한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운 참인데 비서는 그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으니 룸에서 나왔다.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 걸음을 멈칫했지만 곧장 프로답게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다가왔다.최시훈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직이 분부했다.“들어가서 전해.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간다고.”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품에 안긴 채 곤히 잠든 그녀의 옆모습을 훑어보다가 눈가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그리고 송 연구원이 저녁에 누구랑 식사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송하나는 자기 관리에 투철한 사람이라 절대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실 리가 없다.배후에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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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현관문이 열리고 최시훈은 송하나를 품에 안은 채 차가운 색감으로 채워진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섰다. 그는 거실 한가운데 자리 잡은 넓고 푹신한 소파 위에 그녀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이동하는 과정에서 몸이 조금 흔들리자 송하나는 불편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신음을 냈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최시훈은 즉시 소파 옆에 반쯤 무릎을 꿇고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재빨리 옆의 휴지통을 가까이 끌어당기며 나직이 달랬다.“토하고 싶으면 여기 토해.”다만 그녀는 몇 번 헛구역질만 할 뿐 딱히 토하진 않았다.예쁜 얼굴은 이미 잔뜩 찌푸려져 있었고 이마에는 차가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게 고통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최시훈은 인상을 구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꽉 짜서 돌아온 그는 송하나의 곁에 앉아 이마와 목덜미의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뒤이어 침실로 향한 그는 촉감이 부드러운 캐시미어 담요를 하나 꺼내왔다. 행여나 찬 기운이 닿을세라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몸을 꼼꼼히 덮어주었다.그녀가 편안해진 것을 확인한 최시훈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오픈형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냉장고 안에는 꿀이 항상 구비되어 있었다. 그는 능숙하게 물을 올리고 생강을 얇게 썰었다. 간단하게나마 그녀를 위해 해장차를 끓여주고 싶었다.조명 아래 비친 그의 곧은 등 뒤로 평소의 서늘하고 차가운 기운은 옅어지고 대신 다정하고 나른한 가정적인 모습만이 감도는 듯했다.송하나라는 존재 덕분에 늘 차갑던 아파트에 미묘한 온기가 흘렀다.같은 시각, 레스토랑.차정원은 거의 질주하다시피 이곳으로 달려왔다.송하나가 보낸 주소대로 레스토랑에 뛰어 들어갔지만, 그녀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전화를 걸어도 좀처럼 받지를 않았다.프런트와 종업원들에게 연거푸 물어도 만취한 여자가 혼자 떠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초조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하려던 찰나, 지나가던 종업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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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소파에서 담요를 덮고 웅크린 채 고요히 잠든 송하나를 본 순간, 팽팽하게 굳어 있던 어깨선이 미세하게 풀렸다.차정원은 거실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몸을 숙여 송하나의 이마를 짚었다. 실로 익숙하고 다정한 동작이었다.그제야 최시훈을 향해 감사를 표하는 이 남자.“돌봐주셔서 고마워요, 최 국장님. 그럼 이만.”말을 마친 차정원은 그녀를 데리고 떠나가려 했다.줄곧 옆에 서 있던 최시훈이 입을 열었다.“애가 취기가 꽤 심해요. 아까는 속이 안 좋은지 자꾸 토하려고 하더라고요. 해장차 다 끓여놨으니 속 편해지게 조금이라도 마시게 하죠.”차정원은 해장차를 힐긋 보더니 이내 정중하게 거절했다.“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시간이 너무 늦었네요. 집에 숙취해소제 있어요. 하나 얼른 집 데려가서 약 먹이고 돌볼게요. 폐 끼쳐서 죄송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숙여 송하나를 담요째 안정적으로 안아 올렸다.한 손으로는 그녀를 받쳐 들고 다른 손으로는 바닥에 떨어진 하이힐을 주웠다. 이내 몸을 돌려 그녀를 안고 문밖을 나섰다.최시훈을 지나칠 때 차정원은 다시 한번 짧게 인사했다.“오늘 밤엔 정말 고마웠습니다.”최시훈은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정원이 송하나를 안고 현관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것까지 묵묵히 지켜볼 따름이었다.방금 그녀의 존재로 인해 미약하게나마 따스함이 감돌던 거실은 순식간에 모든 온기가 사라지고 늘 그렇듯 공허함과 차가움으로 되돌아갔다.탁자 위에 놓인 ‘버림받은’ 해장차는 김이 서서히 식어갔다.창가 쪽으로 다가가니 창밖의 짙은 어둠이 그의 곧은 실루엣을 따라 서늘하게 번져 나갔고 그 모습은 왠지 모를 고독마저 풍기고 있었다.이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꺼내 보니 비서한테 걸려온 전화였다.최시훈은 평소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말해.”비서는 방금 조사한 정보를 보고했다.“확인 마쳤습니다, 국장님. 송 연구원님은 오늘 저녁 프로젝트팀의 진서영 부 연구원님과 다른 몇몇 여직원들과 함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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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송하나는 현기증에서 겨우 벗어나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아니, 괜찮아요. 그냥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요. 나 이러다 지각인데...”그녀가 애써 일어나려 하자 차정원이 말렸다.“내가 이미 휴가 신청 냈어. 지금 이 상태로는 출근해도 일 못 해.”그는 약간 창백해진 송하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깼으면 나와서 뭐라도 좀 먹어. 빈속이면 더 힘들 거야.”차정원은 또다시 그녀를 번쩍 안고 밖으로 나섰다.몸이 허공에 붕 뜨자 송하나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이내 귓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정원 씨, 내려줘요 얼른.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얌전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차정원은 그녀의 힘없는 저항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묵직하고 단단한 걸음걸이로 거실을 가로질러 주방 쪽으로 향했다.식탁에는 이미 간단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따뜻하게 데운 우유, 먹음직스럽게 부쳐낸 계란후라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통밀 토스트, 그리고 곁들임으로 준비한 신선한 과일 한 접시까지...송하나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혀진 채 맞은편의 차정원을 넌지시 바라봤다.“정원 씨는 출근 안 해요?”“오늘은 재택근무니까 집에서 너랑 함께 있을 거야.”차정원은 잼을 바른 토스트 조각을 그녀에게 건네며 자연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어제 네가 그런 상태였는데 혼자 집에 둘 순 없지.”송하나는 토스트를 받아 들고는 잠시 멍해졌다. 예상치 못한 다정함에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찌릿해졌다.어젯밤 기억을 되짚어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머릿속이 하얬다. 술을 다 마시고 아무렇지 않은 척 룸을 빠져나와 차정원에게 전화를 걸던 모습까지만 선명할 뿐, 그 이후의 모든 것은 흐릿한 공백이었다.“어제 혹시... 실례될 만한 짓은 않았겠죠? 정원 씨 많이 힘들게 했나요?”그녀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한편 차정원은 접시에 담긴 계란후라이를 자르다 말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해맑은 눈동자에 막연함과 불안감만 담겨 있을 뿐 최시훈에게 안겨 갔던 에피소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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