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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별이 되어 빛나리: Capítulo 601 - Capítulo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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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송하나는 무심코 고개를 숙이며 그의 손길에 몸을 맡겼다. 귓불이 저도 몰래 후끈거렸다.목도리까지 단정하게 두르고 최시훈에게 다시 한번 인사했다.“국장님,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책 선물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최시훈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남녀에게 시선이 머물렀다.차정원은 한 손에 송하나의 얼마 안 되는 짐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문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돌아선 순간, 남자의 가슴팍에 예고 없이 답답하고 묵직한 기운이 밀려왔다.날카로운 고통은 아니지만 무겁고 끈적하게 달라붙어 숨을 들이쉬기조차 어려워졌다.송하나를 연구 센터로 데려다주는 길, 차 안은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송하나는 귀하디귀한 외국어 전문 서적을 품에 안고 먼저 입을 열었다.“아까 국장님께서 퇴직하신 옛 상사분 병문안 왔다가 들렀다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이 책을 주셨는데 지금 연구 과제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해드릴지 몰라 나중에 식사 한 번 대접해드리겠다고 했어요.”그녀는 고개를 돌려 해맑은 눈길로 운전석의 차정원을 바라보았다.“그때 나랑 같이 가주실래요?”차정원은 핸들을 잡은 손가락에 미세하게 힘을 주었다.직감적으로 최시훈에게 경계심을 품게 되었다.송하나를 향한 그 남자의 마음이 단연코 순수할 리가 없었다.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다만 송하나의 솔직한 질문이 한 줄기 따스한 빛처럼 그의 마음속에 피어났던 불안감을 순식간에 녹여 내렸다.그녀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었다.감정에 대해선 조금 무딜지 몰라도 그녀가 주는 신뢰와 존중이 이토록 투명하고 소중할 줄이야.그녀는 차정원에게 서로 알아가 보자고 약속했고 가장 솔직하고 떳떳한 방식으로 자신의 모든 이성 교류를 숨김없이 보여줬다.어설프지만 진심 어린 태도는 그 어떤 억지스러운 약속보다도 차정원에게 깊은 안도감을 주었다.그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고 목소리에는 따스함이 묻어났다.“좋아.”차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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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아... 그게 그러니까 아마도 내가 좀... 눈치가 없었나 보네요.”안다미는 혀가 꼬인 듯 말을 더듬었고 너무 뻘쭘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송하나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귓불까지 후끈거렸다. 이 난감한 상황에 손발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몰랐다.이때 차정원이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애틋한 눈길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금세 평소의 유려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송하나의 뺨에 닿아 있던 손은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려가 마치 흩날리던 옆머리를 정리해 주기 위한 동작인 양 보였다.그는 문가에 멍하니 서 있는 안다미를 향해 몸을 돌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차정원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하나 언니한테 뭐 좀 가져다주려고 들렀어요. 두 분 하던 거 마저 하세요!”안다미는 들고 있던 봉투를 문 옆에 툭 내려놓더니 문을 닫고 쏜살같이 줄행랑을 쳤다.방 안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어색함이 가득했다.송하나는 후끈거리는 뺨을 가리며 부끄러움에 땅속으로라도 파고들 기세였다.한편 차정원은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가에 희미한 아쉬움과 함께 웃음기가 스쳤다.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목소리는 다시 평소의 온화함으로 돌아왔다.“방금 한 말 잊지 말고 몸 잘 챙겨. 나 다시 돌아올 때까지.”“네...”그녀는 웅얼거리듯 나직이 대답했다.차정원은 다시 한번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응시했다.빨개진 귓불과 가녀린 목선을 스치더니 깊은 눈동자에 부드러운 침묵이 감돌았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다음 날, 송하나는 안다미와 신우혁을 이끌고 빠르게 연구 업무에 몰두했다.잠시 휴식하는 틈을 타 안다미는 자료를 확인하던 송하나 곁으로 다가왔다. 건성으로 슬라이드 글라스를 닦아내면서도 눈빛에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번뜩였다.“언니... 헤헤, 어제 그 차정원 씨 언니 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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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그 후 며칠간, 송하나는 오직 일에만 몰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젝트는 중요한 기로에 접어들었다.클린 벤치 안에서 십여 시간 동안 세포 배양과 관찰을 완료해야 하는 작업인데 송하나 팀은 목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새벽까지의 사용 시간을 예약했다.이 정밀 장비는 환경과 온도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매우 높아서 미세한 변동도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목요일 밤, 연구실은 환하게 불을 밝혔다.송하나는 안다미와 신우혁을 데리고 길고도 정밀한 작업에 돌입했다.처음 몇 시간 동안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하지만 새벽 시간대에 접어들자 샘플 세포의 상태가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그들은 배양액과 조작 과정을 재빨리 확인했지만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시간은 초 단위로 흘러갔다.간신히 마지막 데이터 묶음을 뽑아냈지만, 그 결과에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오차가 실려 있었다.송하나는 확연히 비정상적인 데이터 분포 양상을 노려보며 미간을 깊게 좁혔다.밤샘 근무의 피로와 눈앞의 난관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지끈거리게 했다.‘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 오후의 프로젝트 단계 보고회가 코앞이잖아.’오후 보고회.송하나는 부담감을 안고 실험 진행 상황을 여실히 보고했다.눈에 띄게 이상한 데이터 몇 가지를 보여주며 그녀는 솔직히 말했다.“이 핵심 데이터 그룹에서 현재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편차가 발생했습니다. 초기 조사 결과, 명확한 조작 실수나 장비 오류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원인은 추가 분석이 필요합니다. 최대한 빨리 대조 실험을 설계하여 문제의 원인을 밝혀내겠습니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진서영이 여유롭게 일어섰다.“송 연구원님, 후속 연구를 진행하는 저희의 입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심히 우려되는군요. 저희 팀의 후속 검증 실험은 모두 여러분이 제공하는 초기 데이터와 세포 상태를 기반으로 진행됩니다. 현재 핵심 데이터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은 저희의 기존 실험 계획과 일정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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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이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절차마다 규정대로 했고 배양액도 새로 만들었는데 대체 왜 이런 황당한 문제가 생기는 거죠?”송하나는 무심히 사진을 훑어보다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그녀는 휴대폰을 건네받아 사진을 확대해서 자세히 살펴보더니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장비에 아주 은밀하게 숨겨진 댐퍼 밸브 조절 나사가 그녀의 기억 속 상태와 미세하게 달랐다.이런 나사는 일상적인 작업 중에는 절대 건드리지 않으며 보통 전문적인 유지 보수 시에만 조절하는 부분이었다.“이 나사, 누가 건드렸어요!”송하나가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 서늘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거침없이 치솟았다.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고 안다미를 쳐다봤다.“어젯밤 실험 전에 장비 점검할 때 이 부분을 확인했나요?”안다미도 안색이 변하며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전... 그때 주로 제어판 매개변수만 확인했는데 다 설정된 표준값이었어요. 이런 은밀한 기계 부품은 일상 점검표에도 점검하라고 안 나와 있잖아요! 누가 그걸 건드리겠어요?”“지금 당장 실험실로 가요!”송하나는 곧장 실험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회의실을 벗어나 얼마 가지도 못했는데 우연히 최시훈을 마주쳤다.그는 홀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송하나와 안다미는 대뜸 걸음을 멈췄다.“국장님.”최시훈의 시선은 송하나의 얼굴에 닿았고 말투가 방금 회의실에서보다 조금 부드러웠다.“사흘이라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니 장비나 자원 조달이 필요하면 바로 보고해. 내가 특별 승인해줄 테니까. 목표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연된 진척도를 만회하는 거야. 알겠어?”“네, 국장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송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발언은 송하나에게 일종의 ‘만능의 열쇠’를 쥐여준 것과 다름없었다. 이제 자원 확보에 관한 일은 훨씬 수월해질 터였다.“월요일 아침에 완성된 보고서와 함께 내 사무실로 와서 단독으로 보고해.”“네.”최시훈은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터주었다.송하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안다미와 함께 다시 실험실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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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그녀를 본 최시훈은 부하 직원에게 그만하라고 손짓하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여기까지 하고 아홉 시 반 회의는 30분 연기하겠다고 전해.”“네, 국장님.”부하 직원은 재빨리 문서를 챙겨 회의실을 나섰다.송하나는 그에게 혹시 처리할 업무가 있다면 자신은 회의가 끝난 뒤에 와도 된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사무실에는 그 둘만 남게 되었고 최시훈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리 와..”송하나는 보고서를 들고 다가가 두 손으로 공손하게 건넸다.최시훈은 보고서를 받고 바로 펼치지 않았다. 그녀에게 눈짓으로 맞은편 의자를 가리킬 따름이었다.“앉아.”송하나는 고분고분하게 자리에 앉아서 허리를 곧게 폈다.그제야 최시훈도 보고서를 펼쳐 핵심 내용과 데이터를 빠르게 훑어보았다.“시작해.”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송하나는 즉시 업무 모드로 전환하며 차분하고 효율적인 목소리로 보고를 시작했다.최시훈은 대부분의 시간을 보고서에 시선을 고정한 채 조용히 들었다.그녀가 보고를 마칠 때까지 사무실에 침묵이 이어졌다.이 몇 초의 정적은 송하나에게는 꽤 길게 느껴졌다.국장님이 만족하는 건지 아니면 불만이 있는 건지 도통 가늠하기 어려웠다.마침내 최시훈이 보고서를 덮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송하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보고서 파일 사본을 이메일로 보내.”“네, 이따가 국장님 업무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송하나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최시훈의 시선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손에 든 휴대폰에 머물렀다.이내 그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거두고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내부 업무용 연락망에 내 연락처가 있을 거야. 거기로 친구 추가해서 파일 전송하고 앞으로도 업무적인 소통은 편하게 그쪽으로 해.”송하나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업무용 연락망에 등록된 연락처는 보통 회사 전화번호나 이메일뿐이다.그가 말하는 [친구 추가]는 명백히 더 사적인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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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그녀의 프사는 산 정상에서 찍은 사진이었다.여명이 구름바다를 막 뚫고 솟아오르는 가운데 가녀린 뒷모습이 웅장한 해돋이를 마주하고 있었다. 산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답고 고혹적이었다.최시훈은 그 작은 프로필 사진을 한참 쳐다보다가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며칠 후, 차정원은 강현에 쌓여 있던 일들을 마침내 마무리하고 오후 제연행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송하나는 최시훈에게 밥 한 끼 사기로 한 약속이 떠올라 통화 중에 차정원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었다.차정원은 전화 너머에서 부드럽게 웃었다.“오후 두 시 반 비행기니까 도착해서 너한테 가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아. 오늘 저녁으로 잡는 게 어때?”최시훈은 분명 그녀에게 딴마음을 품고 있다.어차피 갚아야 할 신세라면 송하나가 자꾸 신경 쓰지 않도록 일찌감치 갚는 게 상책이다.그녀도 차정원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그래요. 그럼 국장님께 오늘 저녁 시간 될지 여쭤볼게요.”SNS로 최시훈의 프사를 찾아서 뭐라고 보내야 할지 꼼꼼히 생각한 뒤 문자를 전송했다.[국장님, 안녕하세요. 송하나입니다. 전에 식사 대접하기로 말씀드린 거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신지 여쭙니다.]그 시각, 최시훈은 사무실에서 비서로부터 다음 주 일정을 보고받고 있다가 휴대폰이 진동하며 화면이 밝아졌다.그녀의 이름과 짧은 문구를 확인한 순간, 날카로운 얼굴에 놀랍게도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그는 즉시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비서가 보고를 마치고 나간 뒤에야 휴대폰을 들어 짧고 간결하게 세 글자를 보냈다.[시간 돼.]답장을 확인한 그녀가 계속 물었다.[국장님은 주로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혹시 못 드시는 건 없으세요?]이번에는 답장이 빨랐고 여전히 간결했다.[아무거나.]송하나는 휴대폰으로 오랫동안 꼼꼼히 검색한 끝에 온라인 평이 아주 좋은 고급 레스토랑을 골랐다.그녀는 레스토랑 이름과 주소를 문자로 보냈다.[이 레스토랑 괜찮으실까요?]이번에는 상대방이 몇 분간 침묵하다가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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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최시훈은 메뉴판을 펼치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산다니 알아서 정하면 돼.”송하나도 더는 사양하지 않고 메뉴판을 다시 들었다.웨이터에게 몇 가지 시그니처 메뉴의 특징과 맛을 꼼꼼히 물어본 후, 최시훈이 싫어할 만한 재료가 없는지 확인하고는 육류와 채소가 골고루 섞인, 맛이 적당한 몇 가지 음식들로 능숙하게 주문했다.최시훈은 맞은편에 조용히 앉아 그녀가 웨이터와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가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진지한 표정을 하고 조명 아래 섬세한 광택을 띠는 아름다운 목선이 비쳤다.이토록 정성껏 대접하는 모습에 최시훈은 내심 더 흐뭇해졌다.바로 그때, 진서영이 여사친의 팔짱을 끼고 웃으며 들어왔다.그녀들은 다른 친구의 생일 파티를 위해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참이었다.진서영은 무심코 안을 둘러보다가 창가에 앉아 있는 낯익은 실루엣을 발견했다.그리고 그 맞은편에 앉은 남자의 뒷모습은 백 번을 봐도 착각할 수 없는 바로 최시훈이었다.순간 그녀의 얼굴에 띈 미소가 얼어붙고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옥죄이는 느낌이 들었다.송하나와 최시훈이 왜?단둘이 이곳에서 식사하다니?“서영아, 왜 멍하니 서 있어? 뭐 보는데?”친구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 창가 옆 테이블을 바라봤는데 비쥬얼과 분위기 모두 완벽한 두 남녀가 마주 앉아 있었다.남자의 뒷모습은 훤칠했고 여자의 옆모습은 청초하니 젊은 커플이 함께 식사하는 줄 알고 친구가 나지막이 감탄했다.“와, 저 커플 비쥬얼 미쳤다! 완전 눈 호강이잖아. 여자분 민얼굴에 저 정도 미모라니. 각 잡고 꾸몄을 때 얼마나 더 예뻐지려고...”친구의 무심한 말이 뾰족한 가시가 되어 진서영의 가장 민감한 신경을 쿡 찔렀다.그녀는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어머, 나 휴대폰 차에 두고 온 것 같네. 이서 너 먼저 룸에 들어가 있어. 금방 따라갈게.”친구를 보낸 진서영은 입구로 향하는 대신 레스토랑 반대편에 있는 대형 화분 뒤로 몸을 숨겼다.이 각도에서 최시훈이 정면으로 아주 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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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나만 단독으로 초대한 게 아니었네! 괜히 생쇼를 한 거야?’최시훈은 얼굴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침착하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차 변호사님, 뭘 그렇게 격식 차리세요. 일도 바쁜데 이해합니다.”차정원은 아주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옆자리에 앉았다.곧이어 매우 자연스럽게 따뜻한 수프를 반 그릇 떠서 그녀의 손 옆으로 내밀었다.“수프 좀 마셔. 속 따뜻하게.”나직한 목소리에 능숙하고 자연스러운 다정함이 배어났다.이번에는 최시훈을 향해 몸을 돌리고 옆에 놓인 와인병을 들어 진심 어린 태도로 말했다.“국장님, 우리 하나 도와주시고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먼저 한 잔 따르겠습니다.”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멘트였다.고마움을 표현함과 동시에 송하나와의 친밀한 관계를 은근히 과시하고 있었다.최시훈이 잔을 들어 그와 가볍게 부딪쳤다.“별거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켜자 깊고 진한 액체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하지만 왜... 마음속에 조용히 퍼져나가는 서늘함과 실망감은 누를 수가 없는 걸까?이어진 식사는 차정원의 합류로 인해 송하나도 한결 편안해진 모습을 보였다.그는 여유롭게 대화를 이끌었다. 최시훈과 시사 이슈 몇 마디를 나누며 훈훈한 분위기를 이어갔고 그와 동시에 송하나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송하나는 그의 옆에서 표정이 한층 편안해졌고 온화한 미소까지 띠었다.이 모든 것이 최시훈의 눈에는 너무나도 거슬렸다.식사가 끝날 무렵,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최시훈은 힐긋 보다가 이내 냅킨으로 입가를 닦았다.“죄송합니다. 급한 공무가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훤칠한 몸매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송하나와 최시훈도 따라 일어섰다.“국장님, 차 불러드릴까요?”송하나는 휴대폰을 꺼내 차를 부르려 했다.“괜찮아. 기사 밖에 있어.”최시훈은 손을 들어 그녀를 제지했다.여자의 맑은 눈빛에는 예의 바른 작별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최시훈은 가볍게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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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해담 빌리지로 가.”그곳은 최시훈의 개인 저택 중 하나였다.지금 그는 이 낯설고도 격한 감정을 혼자서 소화하기 위해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했다.다음 날, 최시훈은 연구 협력 프로젝트를 위해 이웃 도시로 출장을 떠났다.사실 이 프로젝트는 그가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다.단지 머릿속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위해 무언가 할 일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제연을 떠난 날 저녁, 진서영이 우아한 선물 상자를 들고 최씨 가문을 찾았다.가정부가 문을 열고 그녀를 보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서영 씨 오셨네요. 어서 들어오세요. 사모님께서 방금도 서영 씨 얘기를 하셨거든요.”거실에서 황윤미는 소파에 앉아 경매장의 화보집을 넘기고 있었다. 진서영을 보자마자 그녀는 활짝 웃음을 터트렸다.“서영이 왔니? 얼른 앉아. 얘는 그냥 오지 뭘 이렇게 가득 들고 왔어.”진서영은 선물 상자를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놓으며 우아한 자세를 취했다.“지난번에 어머님과 함께 개인 전시회에 갔다가 이 백옥 문진을 보았는데 질감이 부드럽고 조각도 우아해서 서재에 딱 쓰이겠다 싶어 미처 여쭙지도 못하고 덥석 가져왔습니다. 자그마한 성의이니 부디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황윤미가 선물 상자를 열자 안에는 평범하지만 비할 데 없이 깨끗하고 새하얗게 빛나는 옥 문진 한 쌍이 들어 있었다. 손에 닿는 감촉이 따스하여 실로 귀하고 품격 있는 물건이었다.그녀의 눈가에 흐뭇함이 번지더니 진서영의 손을 꼭 잡고서 톡톡 두드렸다.“너는 참, 얘가 왜 이렇게 속이 깊어? 안목도 좋네! 너무 마음에 드는구나. 시훈이는 일밖에 몰라서 이런 건 신경도 안 쓰는데 말이야.”“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어머님.”진서영은 자연스럽게 황윤미 옆에 앉아 가정부가 건넨 차를 받아들고 자상한 말투로 말했다.“시훈 오빠는 큰일을 하는 사람이니 이런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죠. 제가 대신 어머님을 도와서 살피는 게 당연합니다.”몇 마디 말에 황윤미는 함박웃음을 지었고 진서영을 바라보는 눈빛 또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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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황윤미의 동공이 아찔거리고 휴대폰을 든 손마저 떨렸다.그녀는 제 아들을 너무 잘 안다. 차가운 성격에 누군가와 가까이하는 걸 꺼리고 특히 이성에게는 늘 극도로 거리를 두는 사람이다.필수적인 공무를 제외하고는 젊은 여성과 단둘이 밖에서 식사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아무래도 지난번에 송하나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이 충동적으로 튀어나온 게 아니라 진심일 듯싶었다!“이년이!”황윤미는 순간 경악과 분노에 휩싸여 목소리마저 격앙되었다.“시훈이 이 녀석이 완전히 미쳤네!”바로 그때 진서영이 눈물을 흐느끼며 울먹이는 조로 말했다.“어머님... 제가 혹시 너무 별로여서 시훈 오빠가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걸까요?”“허튼소리!”황윤미는 그런 그녀가 애처로우면서도 화가 치밀어올라 품에 안고 다독였다.“네가 뭐가 모자란다고 그래? 내 마음속에는 너만 한 며느릿감이 없어! 착하지, 효심이 깊지, 집안도 좋지. 뭐 하나 빠질 게 없잖아. 송하나 그년이 대체 뭔데? 허구한 날 뒤에서 몰래 더러운 수작을 써서 시훈이를 홀렸을지 알 게 뭐야?”그녀는 진서영의 등을 토닥이며 단호하게 말했다.“서영아, 걱정 마. 내가 인정한 며느리는 오직 너 하나뿐이야. 그 여자는 감히 우리 집안에 발 들일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해! 가당치도 않은 것이!”진서영을 위로하고 돌려보낸 후, 황윤미는 홀로 거실에 앉아 음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짙은 어둠이 드리운 창밖을 보고 있자니 가슴속 울화와 초조함이 뒤섞여 마구 요동쳤다.아들의 성격은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 고집스럽고 주관이 뚜렷하며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꿈쩍없을 터이니 엄마인 황윤미조차도 설득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강하게 맞서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아 그를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다.아들 쪽에서 강제로 뚫고 들어갈 수 없다면...유일한 방법은 그 여자에게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었다.황윤미의 눈빛은 점차 차갑고 날카로워졌다.그녀는 주제도 모르고 최씨 가문에 빌붙으려는 송하나에게 이 집안의 기준이 얼마나 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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