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게 그러니까 아마도 내가 좀... 눈치가 없었나 보네요.”안다미는 혀가 꼬인 듯 말을 더듬었고 너무 뻘쭘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송하나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귓불까지 후끈거렸다. 이 난감한 상황에 손발을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몰랐다.이때 차정원이 재빨리 표정을 수습했다.애틋한 눈길은 찾아볼 수가 없었고 금세 평소의 유려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송하나의 뺨에 닿아 있던 손은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려가 마치 흩날리던 옆머리를 정리해 주기 위한 동작인 양 보였다.그는 문가에 멍하니 서 있는 안다미를 향해 몸을 돌리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 차정원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하나 언니한테 뭐 좀 가져다주려고 들렀어요. 두 분 하던 거 마저 하세요!”안다미는 들고 있던 봉투를 문 옆에 툭 내려놓더니 문을 닫고 쏜살같이 줄행랑을 쳤다.방 안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어색함이 가득했다.송하나는 후끈거리는 뺨을 가리며 부끄러움에 땅속으로라도 파고들 기세였다.한편 차정원은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가에 희미한 아쉬움과 함께 웃음기가 스쳤다.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는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목소리는 다시 평소의 온화함으로 돌아왔다.“방금 한 말 잊지 말고 몸 잘 챙겨. 나 다시 돌아올 때까지.”“네...”그녀는 웅얼거리듯 나직이 대답했다.차정원은 다시 한번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응시했다.빨개진 귓불과 가녀린 목선을 스치더니 깊은 눈동자에 부드러운 침묵이 감돌았다.그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다음 날, 송하나는 안다미와 신우혁을 이끌고 빠르게 연구 업무에 몰두했다.잠시 휴식하는 틈을 타 안다미는 자료를 확인하던 송하나 곁으로 다가왔다. 건성으로 슬라이드 글라스를 닦아내면서도 눈빛에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 번뜩였다.“언니... 헤헤, 어제 그 차정원 씨 언니 남친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