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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되어 빛나리의 모든 챕터: 챕터 651 - 챕터 660

834 챕터

제651화

송하나는 숨이 턱 막히고 조건반사적으로 거절의 말이 튀어나오려 했다.“신 국장님, 오후에 꼭 마무리해야 할 중요한 실험이 하나 더 있어서 시간상 도저히...”“에이, 실험이야 잠시 미뤄도 되잖아요.”신승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저었다.“협력사 분들을 잘 대접해서 우리 기술력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한 업무예요. 그럼 그런 거로 알고 먼저 갈게요!”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송하나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비서에게 몸을 돌려 다음 보고자를 불렀다.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킨 송하나는 묵묵히 제자리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드디어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했다.안다미가 서둘러 짐을 챙겨 도망치려 하자 송하나가 그녀의 손목을 가볍게 낚아챘다.“다미 씨 이따 별일 없죠? 나랑 같이 좀 가줄래요?”심성빈은 그나마 괜찮다고 쳐도 이강우는 정말이지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누군가 옆에 있어 줘야 이 숨 막히는 압박감을 분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안다미는 고개를 돌려 송하나의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곧이어 그녀가 지못미 표정을 지으며 잽싸게 팔을 빼냈다.“언니, 제가 머리는 좀 나빠도 눈치는 있거든요.”안다미는 무언가 암시하듯 이쪽으로 다가오는 두 형체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굳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두 남자의 주위를 감싸고 도는 묵직한 공기가 멀찍이 떨어진 이곳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저분들 좀 보세요. 한 명은 전남편이고 한 명은 구애자라니... 이런 상황, 얼마나 더 아수라장이 될지 모르는데 저까지 휘말리고 싶진 않네요!”그녀는 송하나의 손등을 툭툭 치며 동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언니 혼자... 알아서 살아남으세요.”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안다미는 토끼처럼 잽싸게 인파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연신 줄행랑을 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송하나는 할 말을 잃었다.심성빈과 이강우가 곧 그녀 앞에 도착했다.심성빈이 먼저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잘 부탁해,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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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송하나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떻게든 거절할 핑계를 찾으려 했지만 신승민의 만면 가득한 웃음이 송하나의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해버렸다.“일적인 교류도 꽤 중요한 업무의 연장선이에요. 야근한다 생각하고 꼭 참석해요.”저녁 식사는 꽤 격식 있는 레스토랑의 별실에서 이루어졌다.신승민 외에도 프로젝트팀의 다른 고위급 인사들과 연륜 있는 수석 연구원들이 자리를 채웠다.송하나는 단연 그들 중에서 가장 어리고 경력도 제일 짧은 축에 속했다.자리에 앉으려 하자 다시금 묘한 기류가 테이블 주위를 감돌았다.이강우와 심성빈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송하나에게 시선이 꽂혔다.세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읽지 못한 신승민은 고향 사람들끼리 잘 통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 열정적으로 손짓했다.“하나 씨, 그렇게 멀리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요! 여기 이 대표님이랑 심 대표님 옆에 앉아요. 다들 강현 출신이니까 이야기도 잘 통할 거예요!”그가 가리킨 자리는 하필이면 이강우와 심성빈 사이였다.수많은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송하나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졌다.묵직하고 뜨거운 시선 하나와 온화하지만 은근한 기대를 담은 시선 하나가 동시에 그녀를 짓눌렀다.온몸이 거부감과 불편함으로 가득 찼지만, 상사의 명확한 지시와 동료들의 이목 앞에서 대놓고 거절할 수는 없었다.송하나는 심호흡하며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복잡한 감정을 꾹 눌러 담고 그 자리로 걸어갔다.이강우와 심성빈의 침묵 속에서 그녀는 천천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강현이 정말 명당은 명당인가 봅니다. 땅의 기운이 좋아서 그런지 인물이 아주 쟁쟁해요! 심 대표님과 이 대표님처럼 젊고 유능한 비즈니스 리더들을 배출한 것도 모자라 우리 송하나 씨 같은 독보적인 연구 인재까지 길러냈잖아요. 우리나라의 기둥들이 여기 다 모였네요!”신승민이 먼저 잔을 들었다.“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심 대표님과 이 대표님께서 우리 식구가 된 걸 환영하며 다 같이 건배!”뭇사람들은 일제히 잔을 부딪쳤다.송하나 앞에는 투명한 유리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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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술기운이 오르자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화제는 업무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사적인 영역으로 옮겨갔다.신승민은 살가운 미소를 띤 채 심성빈과 이강우를 번갈아 살폈다.“심 대표님, 이 대표님! 두 분 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신데 혹시 결혼은... 다들 하셨는지요? 우리 연구소 쪽에 고위급 인사의 따님이 계시는데 인물이며 능력이며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거든요. 애가 줄곧 마음에 드는 상대를 못 만나더라고요. 두 분 같은 남성분을 만나면 정말 완벽할 텐데 말입니다.”다리를 놓으려는 그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자 심성빈은 여유롭게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신 국장님. 저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서 다른 분은 고려 안 합니다.”신승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심 대표님은 굉장히 일편단심이시네요!”곧이어 자연스럽게 이강우에게 시선을 옮겼다.“그럼 이 대표님은요? 얼마나 많은 재벌가 따님들이 넘볼지 상상도 안 가요.”뭇사람들의 시선이 이강우에게 쏠렸다. 하지만 그는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한참 침묵한 후, 이강우는 고개를 들고 짙은 눈빛으로 말했다.“전 아내가 있습니다.”비록 이미 이혼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송하나가 평생 유일한 아내인지라 아무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었다.이강우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짓누르며 침을 삼켰다.“전에는... 너무 철이 없고 소중함을 몰라서 그 사람한테 상처만 줬죠.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보상하고 싶네요. 언젠가 다시 저를 용서해 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여과 없이 쏟아낸 후회와 집착은 지나치게 노골적이어서 듣는 이들조차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신승민은 헛기침을 하면서 황급히 술잔을 들어 분위기를 수습했다.“아이고, 이 대표님도 정말 지독한 순애보시네요! 부부 사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사모님께서 이 진심을 아신다면 분명 다시 돌아오실 겁니다! 자, 마십시다! 건배!”“신 국장님 말씀대로 되었으면 좋겠군요.”이강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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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내가 잘못했어...”이강우의 목소리는 형편없을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 부서진 흉곽을 뚫고 억지로 토해내는 듯한 말들, 그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타고 흘렀다.“날 미워해도 좋고 망가뜨려도 돼.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니까. 그런데 제발 나를 없는 사람 취급만 하지 마.”이강우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꼿꼿이 세웠던 자존심을 남김없이 내려놓았다. 후회와 간절함을 꾹꾹 눌러 담아 굳게 닫힌 송하나의 마음을 두드려보았다.“강우 씨, 미쳤어요 정말? 이거 놔요!”강제로 품에 안긴 순간, 극심한 불쾌감과 침범당했다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송하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다가 그의 팔이 조금 느슨해진 틈을 타 매섭게 손을 들어 올렸다.짝!찰진 귀싸대기 소리가 텅 빈 복도에 찢어질 듯 울려 퍼졌다.뺨을 맞은 이강우는 얼굴이 살짝 돌아갔다.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붉게 달아오른 뺨을 쓸어내렸다.손끝에 느껴지는 화끈거림, 이 한 번의 귀싸대기로 짧지만 진실했던 포옹을 얻어냈다는 생각에 마치 자신이 득을 본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송하나는 그의 얼굴에 선명하게 남은 손자국을 보고 숨을 가다듬었다. 이 남자가 분노할 거라 예상했는데 정작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한없이 어두워진 눈동자에 입꼬리를 씩 올리며 나직이 속삭였다.“하나야, 내 곁에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뺨 몇 대 맞는 건 일도 아니야. 목숨이라도 내줄 수 있어.”한없이 오만하고 안하무인 격이던 남자가 이토록 비굴해지고 자세를 낮출 줄이야.송하나는 놀랍기도 하고 분노가 마구 치솟았다.그가 이럴수록 질식할 것만 같았으니까.“미쳐도 제대로 미쳤네!”송하나는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탓인지 말끝마다 분노가 서려 잘게 떨리고 있었다.“아프면 병원에 가! 자꾸 이렇게 질척대는 거 더 혐오스럽고 짜증만 났지 아무 의미 없단 말이야!”그녀는 마치 막무가내로 행패를 부리는 사람을 쳐다보듯 싸늘한 눈길로 째려봤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사색이 된 이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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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심성빈의 말투는 적당히 예를 갖추면서도 세련되었다.신승민은 아쉬움이 역력했으나 심성빈과 이강우 모두 특별한 신분의 손님들이었기에 억지로 붙잡지 못하고 순순히 웃으며 수락했다.이어서 그는 두 사람이 묵을 호텔까지 차로 바래다주겠다고 열성적으로 제안했다.심성빈은 정중하게 거절하며 말했다.“괜찮아요, 국장님. 저도 차 갖고 왔으니 제 차로 이동하면 됩니다.”일행은 마침내 식당을 빠져나왔다.뼈를 깎는 듯한 한겨울 밤바람이 얼굴을 덮쳤고 순식간에 별실 안의 답답함과 술 냄새를 씻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이강우의 낮고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의 시선은 송하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넌 여기 어디 살아? 집까지 바래다줄게.”때를 맞추기라도 한 듯 반대편의 심성빈 역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두 남자의 제안이 동시에 그녀 앞에 놓였다.“마침 궁금한 기술적 이슈가 몇 가지 있는데 하나 넌 내 차 타고 같이 갈래? 가는 길에 자세한 얘기 나누자.”아직 자리에 남은 동료들이 보이자 송하나는 차마 그들 앞에서 딱 잘라 말할 수가 없었다.그녀는 두 남자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면서도 소외감이 느껴지는 어조로 대답했다.“두 분 호의에 감사드리지만 정말 괜찮아요. 남자친구가 이미 기다리고 있거든요.”잠시 뜸을 들인 뒤, 그녀는 심성빈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업무 관련 이슈는 다음 기회에 따로 이야기 나누도록 하죠.”말을 마친 송하나는 두 남자에게 대답할 여지도 안 주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멀지 않은 곳에 차정원이 짙은 색 코트를 입고 훤칠한 몸매로 차 옆에 서 있었다.밤의 어둠과 가로등 불빛이 그의 주변에 고요한 윤곽을 그려냈다.송하나가 다가오자 그는 자연스럽게 두 걸음 앞으로 나섰다. 팔에 걸친 캐시미어 머플러를 벗어 그녀의 목에 조심스럽게 둘러주었다.“바람이 세서 추울 거야. 감기 조심해야지.”송하나는 조용히 서서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그러더니 갑자기 발꿈치를 들어 남자의 뺨에 아주 가벼운 입맞춤을 남겼다.“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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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송하나는 결국 딴 사람을 선택했다.두 남자가 마주 보고 서 있던 차가운 밤거리에서 말 없는 공감대가 조용히 형성되었다.지금 서로가 경계해야 할 상대는 결코 서로가 아니었다.두 사람 앞을 가로막고 있는 진짜 장벽은 지금 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 바로 그 남자 차정원이었다.돌아가는 길, 차 안은 히터의 온기로 가득했다.차정원은 운전에 집중하느라 회식 자리의 구체적인 내막을 묻지 않았다. 그저 다정한 목소리로 덧붙일 뿐이었다.“하나야, 피곤하면 눈 좀 붙여.”송하나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창밖으로 흐르는 야경을 응시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욕실로 직행했다.따뜻한 물줄기가 몸에 밴 피로와 술 냄새를 씻어냈지만, 마음속의 갑갑함까지는 지워지지 않았다.잠옷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뭉치를 안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토끼의 부드러운 털을 무심코 쓰다듬으며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차정원이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따스한 불빛을 보고 그녀가 아직 잠들지 않았음을 직감하고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송하나의 허락을 얻자 남자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우유 마시고 자. 잠이 잘 올 거야.”“고마워요.”송하나는 컵을 받아 들었다.손바닥을 타고 스며드는 온기를 느끼며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었다.“정원 씨.”“응.”“오늘 저녁 회식 자리에서... 신 국장님이 동석하라고 한 파트너가 신성빈 씨랑 이강우 씨였어요.”차정원은 그녀의 곁에 앉아 놀란 기색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그는 송하나를 너무 잘 안다.단순히 심성빈만 있었다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짜증을 드러낼 리 없다.지금처럼 감정이 격해진 이유는 아마도 이강우 때문이겠지.“널... 힘들게 했어?”차정원이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송하나는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 스스로도 복잡한 마음을 다 정리하지 못한 듯 보였다.그녀는 입술을 꼭 깨물고 혼란스러운 눈길로 대답했다.“그냥 이해가 안 되네요. 분명 다 끝났는데 왜 자꾸 이러는 걸까요? 평생 떨쳐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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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차정원은 정말이지 흠잡을 데 없는 연인이었다.그와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다정함과 따뜻함, 그리고 아무런 의심 없이 보내주는 무한한 신뢰는 송하나에게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안정감을 안겨주었다.그녀 또한 자신의 감정을 조금씩 차정원에게 내어주려 노력하고 있었다.하지만 부모님을 뵙는 것은 너무나 중대한 일이라 마음 한편에 당혹감이 들기 마련이었다.복잡한 감정 속에서 갈팡질팡하던 송하나는 마침내 고개를 들고 그를 마주 봤다.“정원 씨... 연인 관계를 확정하는 건 좋은데 부모님 뵙는 건 좀 더 기다려 줄래요? 아직 준비가 안 됐거든요.”그녀가 연인이 되기로 허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차정원은 매우 기뻤다.그는 지체 없이 송하나의 손을 맞잡았다.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묵직한 힘이 손끝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물론이지, 하나야. 우리 천천히 하자. 급할 거 없어. 마음의 준비가 다 되거든 나한테 말해줘.”남자의 배려와 이해심은 따스한 물결이 되어 그녀의 마음을 적시고 더없이 편안하게 했다.송하나는 고개를 숙이고 나직이 응한 뒤 우유를 한 모금 마셨다.입가에 우유가 살짝 묻자 차정원이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입을 닦아주었다.부드러운 손짓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그녀의 마음에 미세한 전류처럼 퍼져 흘렀다.남자의 시선은 이내 그녀의 촉촉하고 탐스러운 입술 위로 머물렀다. 조명 아래 붉게 빛나는 입술은 마치 새벽이슬을 머금은 꽃봉오리처럼 은은하게 유혹의 기운을 피워내고 있었다.찰나의 순간, 공기조차 얼어붙은 듯 정적만이 감돌았다.차정원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더니 서서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송하나는 숨을 멈춘 채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순순히 눈을 감았다.참을 수 없는 이끌림 속에 아껴주는 마음을 가득 담은 입맞춤이 그녀의 입술에 내려앉았다.처음에는 부드럽게 스치는 정도였지만 그녀의 미세한 반응을 느끼자 점차 딥 키스로 변해갔다.그녀의 입술에서 피어나는 청량한 단맛과 우유의 향은 차정원을 취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독이었다.정적 속에 야릇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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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혹시 중요한 일이라도 생겼을까 염려되어 송하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욕실 문 앞에 서서 가볍게 노크했다.“정원 씨, 전화가 계속 울려요. 꽤 급한 일인 것 같아요.”별안간 물소리가 멈췄다.잠시 후, 욕실 문이 틈새만큼 열리더니 차갑고 축축한 손 하나가 뻗어 나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송하나는 통화 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는데 처음에는 평소처럼 낮은 목소리로 응대하다가 금세 어조가 바뀌었다.“언제? 알았어. 강현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 알아봐. 그쪽 상황은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기다려. 내가 복귀하는 대로 마무리할 테니까.”전화가 끊기고 차정원이 곧장 욕실에서 나왔다.머리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고 표정은 여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는 심지어 몸의 물기를 닦는 것도 잊은 채 서둘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이를 본 송하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무슨 일이에요?”차정원은 멈추지 않고 소지품들을 신속하게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그러면서도 목소리는 최대한 평온하게 유지하려 했다.“로펌 쪽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겨서 바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아.”그녀가 괜히 더 염려할까 봐 사태를 간결하게 포장해서 말했다.진실은 좀 더 잔혹했다. 차정원이 제연으로 본거지를 옮기자 강현 내부에서 반기를 든 파트너들이 조용히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그중 한 명은 욕심에 사로잡혀 원고와 피고를 가리지 않고 양쪽에서 잇속을 챙기는 파렴치한 사기극까지 벌이고 있었다.이 사실이 만천하에 실명으로 신고되면서 해당 파트너는 물론이고 로펌이 수년간 쌓아온 명성과 기반까지 심각하게 흔들리는 중이었다.“많이 심각해요?”송하나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역력했다.한편 차정원은 재빨리 캐리어 지퍼를 잠그고 몸을 돌려 양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한없이 그윽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우리 하나 착하지. 괜한 걱정 하지 마. 네 남친 실력 못 믿어? 별거 아니니까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절대 밤새우면 안 돼.”시간이 촉박한 이유로 차정원은 말을 아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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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좁은 공간이 두 사람의 숨결로 순식간에 차올랐다. 하지만 아무런 대화가 없는 그 정적 탓에 엘리베이터 안은 견디기 힘들 만큼 숨 막히게 느껴졌다.“국장님, 안녕하세요.”송하나는 의무적으로 인사를 건네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엘리베이터 층수를 알리는 숫자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녀는 그 숫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 남자와 좁혀진 거리를 조용히 멀리하려 했다.최시훈은 짧게 ‘응’하고 대답했지만, 시선은 전혀 거두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끈질기게 그녀를 쫓았고 마치 그녀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파헤치려는 듯 무겁게 자리 잡았다.하얗고 가느다란 목선을 따라 맺힌 그 아찔한 붉은 자국이 남자의 시선에 고스란히 박혔다. 찰나의 순간, 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고 턱선이 미세하게 굳어졌다.송하나는 처음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등 뒤로 꽂히는 무거운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르자 그녀의 뒷덜미엔 소름 돋는 오싹함이 번지기 시작했다.의아해서 고개를 들었더니 거울처럼 매끄러운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최시훈의 심연 같은 눈빛과 마주쳤다.그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차갑게 굳어 있었고 입술은 일직선을 이뤘으며 시선은 줄곧 송하나의 목덜미에 고정되었다.그녀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무심코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는데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쳐서 두 볼과 귓불까지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올랐다.본인조차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그 키스 자국!조금 전의 흔적임이 분명했다.밝은 실내조명 아래에서 그 흔적은 마치 소리 없는 아우성, 거만한 선언과도 같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옷깃을 위로 올리며 거슬리는 자국을 가리려 했다.짙은 속눈썹이 당황하여 아래로 드리워졌지만, 뺨과 귓가까지 타고 오르는 홍조를 숨기기엔 역부족이었다.다만 감추고 싶은 서툰 제스처는 오히려 독이 되었다. 흔적을 가리려는 그 다급한 몸짓이 그녀가 누군가와 얼마나 뜨겁고 농밀한 시간을 보냈는지를 선명하게 각인시킬 뿐이었다.최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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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송하나는 도망치듯 사라져 버렸다.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고 다시 위로 향했다.최시훈은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홀로 남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차갑고 굳어버린 표정을 응시했다.그는 눈을 감고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내 느릿하게 내뱉는 호흡에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강제로 잠재우려는 서늘한 인내가 짙게 배어 있었다.송하나의 목덜미에 남은 눈엣가시 같은 흔적이 불쾌했고 자신을 대할 때마다 적을 마주한 듯 온몸에 가시를 세우는 태도가 너무 싫었다.다가가려 할수록 벽에 부딪히고 오히려 그녀를 더 멀리 밀어내고 말았다.그녀의 말은 틀린 것 하나 없었다.방금 최시훈은 확실히 평정심을 잃고 선을 넘었다.비상구 계단실로 들어선 송하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안전문을 밀고 나왔다.하지만 고개를 든 순간, 그녀의 호흡이 멎었다.훤칠한 체구의 검은색 실루엣이 아파트 문 앞에 보란듯이 서 있었으니까.상대는 다름 아닌 최시훈이었다.송하나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여기까지 쫓아왔다는 게 말이 돼? 고작 조금 전의 독설 때문에 집 앞까지 찾아와 따지려는 거야?’그녀는 즉시 몸을 돌려 계단실로 다시 숨으려 했다.하지만 이미 최시훈에게 들킨 뒤였다.“송하나!”낮고 굵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크지 않은 음량이었으나 보이지 않는 족쇄처럼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송하나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심연처럼 깊고 흔들림 없는 남자의 눈빛을 마주하자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국장님, 대체 왜 이러시는 거죠?”최시훈이 차분한 걸음으로 그녀 앞에 다가왔다.방금 엘리베이터에서의 냉랭함은 사라졌지만 눈 밑 깊은 곳에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빛이 서려 있었다.그는 대답 대신 입장권 두 장을 내밀었다.“주말에 세계 최고의 의학 전문가 에반스 박사가 힐튼 컨벤션 센터에서 비공개 학술 강연을 열 거야. 그 팀의 최신 학제적 돌파구가 이번 프로젝트의 선행 방향과 잠재적으로 맞닿아 있어.”송하나가 멍하니 그의 손에 들린 입장권을 응시했다.에반스 박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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