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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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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송하나는 이것이 거절할 수 없는 업무상의 지시일 뿐이라고 애써 자신을 설득했다.결국 과학 연구를 위한 것이니 그 외의 다른 복잡한 의미는 없다고 말이다.아파트로 돌아온 그녀는 겉옷을 벗고 뭉치를 끌어안은 채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폰이 진동하며 차정원의 전화가 걸려 왔다.“하나야, 나 지금 공항 도착했어. 이제 곧 탑승할 거야.”수화기 너머로 다소 바쁜 발걸음 소리와 공항 특유의 안내 방송 배경음이 들려왔다.로펌의 위기 때문에 한밤중에 이렇게 급히 떠나야 하는 차정원을 생각하니 그녀는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그가 업무의 중심을 제연시로 옮긴 것이 오롯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만약 여전히 강현에 있었다면 이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는 무의식중에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췄다.“정원 씨, 조심히 다녀와요. 강현 도착하면 무리해서 일 처리하지 말고 일단 푹 쉬어요.”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걱정을 눈치챘는지 차정원은 수화기 너머로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위로받은 사람 특유의 나른한 여유가 묻어났다.“알았어. 우리 하나 말 들어야지.”차정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 한층 낮게 깔린 목소리와 함께 감추기 힘든 유혹이 담겨 있었다.“나 근데... 밤새 비행기 타려니 조금 피곤하네. 하나야... 뽀뽀 한 번만 해줄래? 충전 좀 하게.”송하나의 뺨이 순식간에 불타오르듯 뜨거워졌다.어둠 속에서 조금 전 그가 입술과 목덜미에 남겼던 뜨거운 숨결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오르며 묘한 기운이 방안을 휘감았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 몇 초간 침묵했다. 결국 가슴 밑바닥에서 일렁이는 애틋함과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 탓이었다.그녀는 수화기 너머로 몸을 바짝 붙이고는 아주 가볍고 빠르게 쪽 하는 소리를 남겼다.“몸 잘 챙겨요.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허공을 가른 그 짧은 입맞춤은 마치 부드러운 깃털처럼 차정원의 마음을 간지럽혔다.헤어진 지 불과 몇 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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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하나 언니, 어제 잠을 설쳤어요? 다크서클이 좀 심해 보이는데요.”송하나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불면증 때문에요.”새하얀 실험복으로 갈아입은 뒤, 그녀는 업무에 몰입했다.정밀한 조작을 하려니 목을 감싼 머플러가 자꾸 거슬려 무심코 벗어 던졌다. 목덜미의 키스 마크 따위는 까맣게 잊은 채였다.마침 샘플을 들고 오던 안다미의 시선이 그녀의 목덜미에 꽂혔다.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송하나에게 바짝 다가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속삭였다.“언니 이거... 헤헤! 불면증 걸릴 만하네요. 어젯밤에 차 변호사님이랑 뜨밤 보내시느라 잠을 설친 거죠?”그녀의 발칙한 농담에 송하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부끄러움과 당혹감에 안다미의 입을 막으려 황급히 손을 뻗었지만,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손이 허공에 붕 떠버렸다.실험실 문이 열리고 낯익은 일행이 들어섰는데 선두에 선 남자는 훤칠한 몸매에 차가운 인상을 하고 있었다.양미간에 걷잡을 수 없는 우울함이 서린 그 남자는 바로 이강우였다.그는 한창 실험실 주임의 안내를 받으며 설비 현황을 파악하고 업그레이드 수요를 평가하러 온 참이었다.주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대표님, 이쪽 기기들은 작년에 새로 도입한 것들이라 성능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저쪽 기기들은 사용 연한이 길어 데이터 처리 시 지연 현상이 발생하니 이번 교체 목록에 포함하는 걸 추천합니다...”하지만 이강우의 시선은 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송하나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안다미의 농담이 그의 귓가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 단어들은 남자의 머릿속에서 너무나 생생하고 잔인한 그림을 그려냈다.송하나와 차정원이... 벌써 이 정도로 가까워진 걸까?송하나 역시 이강우를 발견했다.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남자의 눈 속에 고인 충격과 고통, 그리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광기를 선명하게 느꼈다.차가운 혐오감이 스쳐 지나간 찰나,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이강우에게 헛된 환상을 심어주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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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냉혹하고 차가운 이강우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실험실을 감싸던 무언의 압박감이 비로소 흩어졌다.송하나는 미세하게 한숨을 내쉬며 팽팽하게 굳어 있던 어깨의 긴장을 풀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하지만 안다미는 조금 전의 드라마틱한 장면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한 듯했다.그녀는 송하나 곁을 맴돌며 억누르지 못한 호기심과 뒤늦게 밀려온 의구심을 가득 담아 속삭였다.“언니... 방금 이 대표님 표정 너무 무섭지 않아요? 아까 설마 이 대표님 들으라고 그렇게 말씀하신 거예요?”송하나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실험실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도 유난히 선명하게 빛나는 차분한 옆모습을 드러냈다.“알면서 뭘 물어요? 오늘 맡은 샘플 다 처리했어요? 데이터 입력하고 검토는 끝냈고요?”안다미는 머쓱한 듯 혀를 내밀었다.하지만 마음속에 타오르는 궁금증이 쉽게 가시지 않아 목소리를 더욱 내리깔며 덧붙였다.“궁금해서 그러죠... 이 대표님이랑은 대체 왜 이혼하신 거예요? 조건도 좋아, 인물도 잘생겼어, 게다가... 언니를 바라보는 눈빛에 아직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던데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머릿속에 온갖 대본을 각색했다.“이번에 비용 엄청 들여서 제연에 비집고 들어와 우리랑 협업하는 것도 실은 다... 언니랑 재결합하기 위해서죠?”송하나는 동작을 잠시 멈췄다.그녀는 대답 대신 옆에 쌓여 있던 두툼한 문헌과 처리해야 할 데이터 서류 뭉치를 집어 안다미 앞에 툭 내려놓았다.“업무량이 아직 부족한가 보네요. 이거랑 아까 밀린 대조 실험 데이터 분석 자료까지 퇴근 전까지 초안 정리해서 보내요.”안다미는 순식간에 불어난 업무량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두 손 모아 간절히 애원했다.“잘못했어요, 언니! 당장 입 꾹 닫고 일할게요. 허튼 생각 안 하고 열심히 일만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안다미는 자료를 끌어안고 제자리로 허겁지겁 달려갔다.실험실은 다시 정적에 휩싸였고 송하나는 작업에 완전히 몰두했다.점심시간에는 구내식당에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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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탱글탱글한 블루베리와 체리, 산뜻한 말차 타르트와 베리 무스, 그리고 제로 슈가 콜드브루 커피까지...송하나의 시선은 음식들 위에서 아주 잠깐 머물렀다.기분 탓일까? 이 음식들은 마치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평소 즐겨 먹는 과일 종류에 달지 않고 깔끔한 디저트, 그리고 가끔 정신을 깨워줄 커피까지 송하나의 취향과 완벽하게 일치했다.그녀는 그중 커피 한 잔만 집어 들고는 덤덤한 척 시선을 돌렸다.“난 이 커피면 충분해요. 나머지는 다미 씨가 다 먹어요.”“과일이랑 디저트 모두 엄청 맛있는데 진짜 안 드실 거예요?”안다미가 강력하게 추천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됐어요.”송하나는 차가운 커피를 몇 모금 마시고 정신을 차린 뒤 다시 업무에 몰입했다.다만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예고 없이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이 밀려왔다.그녀는 떨리는 손끝으로 책상 모서리를 짚고 미간을 찌푸린 채 간신히 화장실로 향했다.예정보다 빠른 생리, 게다가 평소보다 훨씬 강한 통증이 몰아쳤다.그래도 가방에 생리대를 챙겨두는 습관이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아이스 커피를 마신 탓인지 이번 생리통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했다.화장실에서 나올 때, 극심한 통증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그녀는 벽을 짚고 겨우 걸음을 옮겼지만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언니, 괜찮아요?”송하나의 상태를 본 안다미가 기겁하며 달려와 휘청거리는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얼굴이 왜 이렇게 창백해요? 식은땀도 엄청나고!”“괜찮아요.”송하나는 겨우 네 글자를 내뱉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힘이 없었지만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 했다.“생리통이라 조금 불편한 것뿐이에요.”“이게 어디 봐서 괜찮은 거예요?”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숨을 들이켜는 그녀를 보자 안다미는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병원에 데려다줄게요!”“아니요.”송하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집에 데려다줘요... 하룻밤 푹 자면 나아질 거예요.”그녀는 제 몸을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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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심성빈의 발걸음이 멎었다. 통증으로 미세하게 떨리는 송하나의 속눈썹과 아랫배를 필사적으로 감싸 쥔 손에 시선이 잠시 머물렀다.그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짧게 말했다.“알았어.”곧이어 뒷좌석 문을 열고 안다미에게 그녀를 부축해 태우라고 지시했다.차 안은 히터가 켜져 있어 엄청 따뜻했고 심성빈은 운전에만 집중했다.아파트 앞에 차가 멈추자마자 그는 곧장 내려와 송하나를 부축하려 했다.하지만 어느덧 안다미의 도움으로 간신히 균형을 잡은 그녀는 고통을 참으며 심성빈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대표님께 폐 끼쳐드렸네요. 오늘은 정말 고마웠습니다!”심성빈은 내밀었던 손을 티 나지 않게 거둬들이고 다시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그제야 깨달았다. 함께 집까지 올라가는 것은 선 넘는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다.“뭘 새삼스럽게.”남자는 덤덤하게 말한 뒤 제자리에 서서 두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안다미가 송하나를 침대에 눕힐 무렵, 그녀는 이미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져 몸을 웅크린 채 반쯤 잠든 상태였다.약 20분 후, 가벼운 노크 소리가 났다.안다미가 의아해하며 문을 열자 심성빈이 떡하니 서 있었다.그는 돌아가긴커녕 들고 있던 커다란 쇼핑백을 건넸다.“안에 진통제랑 종류별로 다양한 핫팩, 그리고 생강차도 들어 있어요. 그 외에 필요할 만한 것들 다 챙겨왔으니 하나 잘 챙겨줘요.”안다미는 멍하니 쇼핑백을 받아 들었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남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오늘 밤엔 다미 씨가 옆에서 간호해야 할 것 같군요. 혹시 개인적으로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가져오게 해요. 비용은 제가 다 부담하겠습니다.”그는 말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혹시 모르니 카드번호 미리 남겨줘요.”“아, 아니에요, 대표님! 그러실 필요 없어요!”안다미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언니 챙겨주는 건 당연한 일이니 이렇게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정말...”한편 심성빈은 그녀의 거절을 외면한 채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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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휴대폰 너머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꽤 바쁜 듯 보였다.“왜 계속 전화 안 받아? 무슨 일 생긴 건 아니지?”“네.”송하나는 잠이 덜 깨 살짝 잠긴 목소리로 서둘러 해명했다.“어제 좀 피곤해서 너무 깊이 잠드는 바람에 못 들었어요.”“무사하면 됐어.”차정원의 말투가 금세 누그러졌다.“정원 씨는 어때요? 잘 돼가고 있어요?”송하나가 급히 화제를 돌렸다.실제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홍보 활동도 난항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차정원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그럭저럭. 문제가 조금 있긴 하지만 커버 가능한 정도야. 아무리 길어도 일주일 안에는 정리될 것 같아.”그녀만큼은 이런 복잡한 상황에 휘말리게 하기 싫었다.송하나 역시 그의 말투가 지나치게 덤덤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분명 불리한 상황은 숨기고 좋은 소식만 전했을 거로 생각했지만, 무리해서 캐묻는 대신 다정하게 당부했다.“쉬엄쉬엄해요. 몸도 좀 챙기면서.”“그래.”차정원이 짧게 대답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지며 떨리는 기색마저 감돌았다.“하나야, 어제 연락이 안 돼서 나 정말 마음 졸였어.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일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너한테 가고 싶은 거 간신히 참았어.”송하나의 가슴 한구석이 찡하면서 몽글몽글해졌다. 어느새 목소리마저 한결 부드러워졌다.“미안해요, 정원 씨. 걱정시켜서. 앞으론 안 그럴게요.”그리고 둘은 짧은 대화를 이어갔고, 누군가 차정원을 부르는 소리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전화를 끊었다.송하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식탁 위에는 이미 푸짐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안다미가 주방에서 나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언니, 일어났어요? 컨디션은 좀 어때요?”“많이 좋아졌어요. 다미 씨도 고생했어요.”송하나는 식탁으로 다가갔다.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주얼이 아닌,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한 상 차림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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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사람의 마음은 기계가 아니다.심성빈이 쏟은 정성을 그녀라고 어찌 모르겠는가.더군다나 그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했다.송하나는 상념에서 벗어나 조곤조곤 입을 뗐다.“참 좋은 분이라는 거 나도 알아요. 하지만 제 마음이 워낙 좁아서요. 딱 한 사람 들어오면 더 이상 남을 자리가 없네요.”차정원을 선택해서 잘 해보기로 결심한 이상, 다른 이가 아무리 훌륭하다 한들 그저 타인일 뿐이었다.안다미는 알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다만 송하나 주변에 나타난 남자들은 하나같이 대단하고 저마다의 광채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만 막연히 들 뿐이었다.만약 자신에게 이런 선택지가 주어졌다면, 아마 문제 자체가 무슨 뜻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조용히 아침 식사를 마쳤다.뒷정리를 끝내고 집을 나서려던 순간, 무언가 생각난 송하나가 가방에서 최시훈에게 받은 입장권을 꺼내 한 장을 안다미에게 건넸다.“주말에 힐튼 컨벤션 센터에서 학술 강연이 있는데, 나랑 같이 갈래요?”안다미는 입장권을 받아 들고 내용을 살피더니, 강연자의 이름과 주제를 확인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에반스 박사님의 비공개 강연? 언니, 진짜 대박이에요! 이거 업계 거물들도 표 못 구해서 난리라던데, 언니 사랑해요!”송하나는 입장권의 출처를 설명하는 대신 담담하게 당부했다.“잘 챙겨 둬요. 주말에 늦지 말고.”“당연하죠!”안다미는 마치 보물이라도 얻은 듯 조심스럽게 입장권을 가방에 넣었다.연구 센터에 도착하자 평소와 다름없는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나른한 오후, 정갈한 간식들이 역시나 제시간에 도착했다.다만 이번에는 구성이 조금 바뀌었다.차가운 커피 대신 따뜻한 차가 보였다.안다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들고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심 대표님 진짜 섬세하시네.”생리 중에 찬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곧장 메뉴를 바꾼 모양이었다.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사소한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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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단순한 핑계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거절의 말을 다시 삼키게 했다.결국 송하나는 빈손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자신에게는 꽤 버거웠던 무게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 가는 남자의 훤칠한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이질감이 들었다.가는 내내 침묵이 흘렀고, 고요함 속에는 오직 발소리와 비닐봉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밀폐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에 분위기는 한층 더 숨이 막힐 듯 무거워졌다.숫자가 바뀌고, 마침내 그녀가 사는 층에 도착했다.최시훈은 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더니 망설임 없이 현관문 앞까지 걸어가 짐을 내려놓았다.“감사합니다, 국장님.”송하나는 서둘러 고마움을 전했다. 일부러 예의를 갖춘, 지나치게 깍듯한 말투였다.“정말 부하 직원을 살뜰히 챙겨주시는 좋은 상사시네요!”최시훈의 시선이 살짝 긴장한 듯 발그레해진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말투는 덤덤했으나,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게 들렸다.“난 부하 직원 짐이나 대신 들어주는 취미는 없는데.”말속에 담긴 의도는 분명했다.그는 결코 좋은 상사가 아니었다. 단지 대상이 그녀였기에 이례적으로 도와줬을 뿐.송하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또 어떤 감당하기 힘든 말을 내뱉을까 덜컥 겁이 났다.다급해진 그녀는 봉투를 뒤적이더니 귤 하나를 꺼내 대뜸 최시훈의 손에 쥐여주었다.“이거 진짜 달아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말을 내뱉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곧이어 상대방이 미처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서둘러 지문 인식기를 눌러 문을 열었다.그러고는 잽싸게 안으로 몸을 숨겨버렸다.최시훈은 홀로 복도에 서서 아직 냉기가 가시지 않은 귤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숙여 손바닥 위의 선명한 주황빛을 응시했다.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귤껍질 표면을 부드럽게 매만졌다.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자신조차 알아채지 못한 아주 희미하고 낯선 감정이 조용히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주말, 힐튼 컨벤션 센터.입구에는 제복을 맞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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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송하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가슴이 벅차올랐다.이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제게는 영광입니다.”화장실에서 나온 안다미가 자신을 찾느라 애타지 않도록, 그녀는 서둘러 휴대폰 잠금을 풀고 메시지를 보냈다.[에반스 박사님이 잠깐 저 보자고 하네요. 여기서 기다리거나 입구 쪽 카페에 먼저 가 있어요. 얼른 다녀올게요.]전송을 완료한 다음 휴대폰을 집어넣고, 옆에서 기다리던 직원에게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 보였다.“안내해 주세요.”“이쪽으로 오시죠.”직원은 정중하게 몸을 틀어 메인 출구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이어진 길로 그녀를 이끌었다.그 시각, 해외.심성빈은 협력 프로젝트의 추가 합의서에 서명하기 위해 이곳에 와 있었다.공무를 마치고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댔다.습관적으로 휴대폰 화면을 켜자 업계 푸시 알림 하나가 떠올랐다.에반스 박사의 제연시 강연에 관한 기사였다.이내 현장 생중계 화면이 재생되었고, 기자는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인터뷰하고 있었다.그는 처음에 별생각 없이 지켜보았다.카메라가 인파를 훑고 지나가던 중, 배경 한구석에서 직원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가 어떤 여성에게 말을 걸며 어디론가 안내하는 듯한 몸짓을 하고 있었다.눈에 익은 옆모습에 심성빈은 갑자기 몸을 바로 세우며 화면을 확대했다.송하나였다.그의 시선은 즉각 유니폼을 입은 남자에게 고정되었다.화면은 다소 흐릿했지만, 방향을 가리키려 팔을 든 찰나 소매가 살짝 위로 말려 올라가며 남자의 손목 안쪽에 새겨진 불규칙한 문양의 짙은 자국이 언뜻 나타났다.순간, 심성빈의 호흡이 멎었다.6개월 전, 청림시 경찰과 합동 수사해 일망타진했던 대형 가짜 약품 제조 조직.당시 검거 작전 중 중요 우두머리 한 명이 요행히 포위망을 빠져나갔었다.심성빈의 수하들이 인근 도시에서 그의 흔적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그들이 입수한 가장 확실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놈의 오른 손목 안쪽에 자리 잡은 짙은 색의 독특한 반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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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대표님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설마... 심하 그룹이 망하기라도 하는 걸까?심성빈은 경악하는 비서가 안중에도 없었다.단지 전화를 받지 않는 송하나의 번호를 다시 누르며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지금 당장 제연시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 알아봐! 노선, 방법 불문하고. 얼른!”그는 남자를 따라가는 송하나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강우, 제발 늦지 마!’한편, 송하나는 직원을 따라 몇 분째 걷고 있었다.모퉁이를 몇 번이나 돌았을까, 갈수록 길은 외진 곳으로 이어졌고 주변 인테리어도 점점 간소하다 못해 낡아 보이기까지 했다.“저기...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결국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앞서 걷던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에반스 박사님이 워낙 정적을 즐기시는 분이라서요. 방해받는 걸 질색하시다 보니 일부러 안쪽 예비 휴게실로 모셨거든요. 바로 저 모퉁이만 돌면 되니까, 조금만 더 가시죠.”그럴듯한 설명이었다.정점에 오른 학자 중에 간혹 괴팍한 습관이나 사생활에 극도로 예민한 이들도 있으니까.송하나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불길한 예감을 억눌렀다.학문을 향한 동경과 드문 기회에 대한 간절함이 경계심을 잠시 허물어뜨렸다.그녀는 심호흡하며 자신을 다독였다. 조금만 더 버티면 곧 우상을 만날 수 있다고.마침내 남자가 평범해 보이는 나무 문 앞에서 멈춰 섰다.위에는 아무런 팻말도 없었다.“에반스 박사님이 안에 계십니다. 송하나 씨, 들어가시죠.”남자가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주었다.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복도의 어둑한 조명 아래 비친 눈동자는 아까보다 깊고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송하나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마지막 기대를 품은 채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내부 광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의 호흡과 심장 박동이 동시에 멈추었다.이곳은 VIP 휴게실이 아니라 청소 도구와 버려진 책상, 의자 따위가 어지럽게 쌓인 지저분한 창고였다.공기 중에는 뽀얀 먼지와 걸레 냄새,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퀴퀴한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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