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설마... 심하 그룹이 망하기라도 하는 걸까?심성빈은 경악하는 비서가 안중에도 없었다.단지 전화를 받지 않는 송하나의 번호를 다시 누르며 갈라진 목소리로 명령했다.“지금 당장 제연시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 알아봐! 노선, 방법 불문하고. 얼른!”그는 남자를 따라가는 송하나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강우, 제발 늦지 마!’한편, 송하나는 직원을 따라 몇 분째 걷고 있었다.모퉁이를 몇 번이나 돌았을까, 갈수록 길은 외진 곳으로 이어졌고 주변 인테리어도 점점 간소하다 못해 낡아 보이기까지 했다.“저기... 얼마나 더 가야 하나요?”결국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앞서 걷던 남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에반스 박사님이 워낙 정적을 즐기시는 분이라서요. 방해받는 걸 질색하시다 보니 일부러 안쪽 예비 휴게실로 모셨거든요. 바로 저 모퉁이만 돌면 되니까, 조금만 더 가시죠.”그럴듯한 설명이었다.정점에 오른 학자 중에 간혹 괴팍한 습관이나 사생활에 극도로 예민한 이들도 있으니까.송하나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불길한 예감을 억눌렀다.학문을 향한 동경과 드문 기회에 대한 간절함이 경계심을 잠시 허물어뜨렸다.그녀는 심호흡하며 자신을 다독였다. 조금만 더 버티면 곧 우상을 만날 수 있다고.마침내 남자가 평범해 보이는 나무 문 앞에서 멈춰 섰다.위에는 아무런 팻말도 없었다.“에반스 박사님이 안에 계십니다. 송하나 씨, 들어가시죠.”남자가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주었다.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복도의 어둑한 조명 아래 비친 눈동자는 아까보다 깊고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송하나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마지막 기대를 품은 채 손을 뻗어 문을 열었다.내부 광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의 호흡과 심장 박동이 동시에 멈추었다.이곳은 VIP 휴게실이 아니라 청소 도구와 버려진 책상, 의자 따위가 어지럽게 쌓인 지저분한 창고였다.공기 중에는 뽀얀 먼지와 걸레 냄새,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퀴퀴한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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