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441 - Chapter 450

483 Chapters

제441화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영도 고개를 돌려 말했다.“나도 화장실 가고 싶은데, 같이 좀 데려다줄래?”사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모영의 다리를 의식하고 있었다.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움직임 하나 없는 다리의 모습은 굳이 묻지 않아도 많은 걸 짐작하게 했다.하나는 모영의 아래쪽을 일부러 훑어보지 않았다.그저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같이 가자.”모영의 뒤로 가서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하나는 그대로 휠체어를 밀고 룸 밖으로 나갔다.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자, 연준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유한아, 모영이 다리...”유한은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고 담담하게 말했다.“고도 하반신 마비야.”수혁이 바로 시선을 들었다.“영구적인 신경 손상?”“그래.”연준은 고개를 돌려 수혁을 봤다.“영구적인 신경 손상이면... 모영이는 평생 다시 못 걷는다는 거야?”수혁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론상으로는 그래. 다만 모영이한테는 또 다른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이미 깨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었으니까.”연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사람 일은 모른다더니... 너무하다.”그러다 연준은 문득 떠오른 듯 다시 물었다.“그런데 그때 사고는 결국 어떻게 된 거야?”연준은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유난히 조용했던 인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허씨 집안에서는 그때 교통사고를 어떻게 처리한 거야? 진짜 그냥 사고였어? 누구 책임이었고? 왜 너희 집은 그걸 그렇게까지 숨겼어?”인영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시선은 연준이 아니라 유한 쪽으로 향했다.그리고 유한 역시 차갑게 연준을 바라봤다.“내가 뭐라고 했었지?”연준은 잠깐 말을 멈췄다.유한의 냉랭한 눈을 마주한 연준은 괜히 코를 한번 만졌다.“예전에 네가 그 얘기 꺼내지 말라. 그래서 우리가 네 기분 생각해서 얘기를 안 꺼낸 건 맞아. 그런데 이제 모영이도 깨어났잖아.”“이제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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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화장실.하나가 몸을 살짝 숙이면서 조용히 물었다.“도와줄까?”모영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조금은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그래.”이 정도 급의 호텔에는 장애인을 위한 전용 화장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자동 살균 기능까지 갖춰져 있어서 위생 문제를 따로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하나는 자연스럽게 모영을 부축해 변기에 앉혔다.“필요하면 불러. 바로 밖에 있을게.”“고마워.”장애인용 화장실은 공간이 넓었다. 옆에 휠체어를 그대로 둘 수 있어서 남의 손을 오래 빌려야 하는 난처함도 덜했다.잠시 뒤, 안에서 모영의 목소리가 들렸다.“하나야, 나 다 했어.”하나는 문을 열었다.모영은 이미 스스로 정리를 마친 뒤였다.앞으로 다가간 하나는 모영의 휠체어를 다시 제자리에 붙여서 앉을 수 있게 도왔다.두 사람이 나란히 손을 씻고 있을 때, 모영이 거울을 보며 물었다.“하나야, 너 이혼하고 국내 들어온 거... 유한이 때문이야?”하나는 고개를 돌려 모영을 봤다.그리고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아니지. 유한이는 이미 결혼한 사람이야. 내가 그렇게 분별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여?”잠시 말을 멈췄던 모영이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니지. 네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그때 해외로 나갈 선택도 안 했겠지.”모영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옆에 놓인 티슈를 뽑아 하나에게 건넸다.“난 내가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알아. 놓아야 할 건 놓아야지. 안 그러면 결국 나 자신이 괴로워지는 거니까.”그러다 모영은 문득 다시 물었다.“그럼... 유한이 딸은 본 적 있어?”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봤어.”모영이 되물었다.“그래?”하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하나도 결국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입에 올렸다.“사실 예전에 유한이 허씨 집안이랑 혼담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그렇게 놀라진 않았어.”오히려 그게 더 자연스럽다고 느꼈다.재벌가나 상류층 집안에서 사랑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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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모영은 하나의 말속에 숨은 의미를 금방 알아차렸다.“그럼... 둘이 감정이 좋은 편이라는 뜻이야?”하나는 잠시 생각하듯 모영을 바라봤다.그리고 차분하게 답했다.“정확히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내가 몇 번 본 걸 기준으로 보면, 두 사람 사이는 단순하지 않더라.”“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아는 건 아니야. 그래도 유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아니까, 적어도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 유한이는 자기 아내한테 많이 신경 쓰거든.”모영은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그렇구나...”하나는 모영을 잠시 가만히 바라봤다.그러다 조용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모영아, 인생은 아직 길어. 앞으로도 가능성은 많아. 그러니까 너무 과거에 너를 묶어 두지 마.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해.”한때 손만 뻗으면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던 것들.그걸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자꾸 되새기지 않고 아쉬움에 붙들리지 않고, 집착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그때부터 모영은 정말 자기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을 터였다.과거를 벗어나기만 하면, 몸이 불편해도 마음까지 무너질 필요는 없었다.모영에게도 온전히 자기 몫의 길이 다시 열릴 수 있었다.하지만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다면, 그 다음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몰랐다.하나는 모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내 눈에는 넌 여전히 예전의 허모영이야. 조용하고 똑똑하고, 제 몫을 해내던 사람. 앞으로도 그럴 거고.”모영의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눈빛도 한결 맑아졌다.“고마워. 나도 더 나은 내가 되도록 해볼게.”하나도 웃으며 말했다.“이제 들어가자. 다들 기다리겠다.”“응.”하나는 이미 할 말을 충분히 전했다.모영이 더는 과거 안에 스스로를 가둬 두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히 전했다.인생에는 아쉬움도 남고, 후회도 남는다.그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하지만 거기에 붙잡혀 멈춰 서 있으면 안 된다.사람은 어떤 생각에 오래 매어 있으면 사람이 달라지게 된다.더 단단해질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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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예전에 너랑 사귈 때, 우리 사이에는 늘 다른 한 사람이 있었어.”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굳이 이름까지 꺼내지 않아도 서로 알고 있었다.유한은 담담한 얼굴로 짧게 말했다.“네가 너무 예민했던 거야.”유한은 원래 지난 연애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었다.그런데도 그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렇게 한마디를 덧붙였다.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알아. 적어도 우리가 헤어지기 전까지는 너희 사이에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하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그런데 내가 결국 너보다 해외행을 택한 건, 너희가 깨끗했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었어. 내 남자친구 곁에 그렇게 특별한 여사친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내가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지.”하나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오래 생각해 봤어. 그리고 깨달았어. 나는 그게 싫더라. 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오직 나만 보고, 우리 둘 사이에 다른 누구도 끼지 않는 관계를 원했어.”하나는 유한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런데 넌 그걸 나한테 줄 수 없었어.”짧은 침묵 뒤, 하나는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마음이 애초에 내 쪽에 없었다는 걸 알았으니까.”하나는 유한의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너랑 사귀는 동안 네 마음은 내게 와 있지 않았어. 네 시선도 나한테 머물지 않았고.”그러다 하나는 덧붙였다.“물론 그때 너는, 나 말고 다른 누구도 제대로 보고 있지는 않았어.”모영도 예외는 아니었다.좋아하는지 아닌지는, 결국 티가 났다.하나는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처음엔 유한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차갑다고 생각했다.애초에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그게 아니었다.유한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하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나는 한때 네가 누구에게나 다 똑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 그래서 넌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내가 틀렸더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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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리은 씨를 사랑하고 정말 그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넌 네가 뭘 잘못해 왔는지부터 제대로 돌아봐야 해. 그리고 모영이와의 관계도, 그 사이의 선도 분명하게 정리해야 하고.”그때 차량의 경적 소리가 들렸다.하나는 고개를 돌려 도로 쪽을 봤다.자신을 데리러 온 승합차였다.하나는 손을 들어 알았다는 뜻을 전했다.차로 가기 전에, 하나는 유한을 유심히 바라봤다.“네가 정말 그 사람을 놓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다면, 작은 거 붙잡으려다 더 큰 걸 잃게 하지 마. 세상엔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있어. 한 번 지나가 버리면, 아무리 아쉽고 아무리 후회돼도 다시는 못 돌려놔. 친구로서, 난 네가 결국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유한 입장에서 보면, 보통 사람은 평생을 다 써도 손에 넣기 힘든 것들을... 그는 너무 쉽게 가졌다.거의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진심이 담긴 사랑과 온전한 결혼만 빼고.그리고 그마저도, 유한이 정말 제대로 붙잡으려 했다면 닿을 수 없는 건 아닐지도 몰랐다.하나는 한 박자 쉬고 다시 말했다.“아, 그리고 하나 더. 이건 내가 꼭 말해 줘야 할 것 같아.”유한은 조용히 하나를 바라봤다. 손을 가볍게 들고 계속 말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이미 여기까지 들은 이상 한 마디쯤 더 보탠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는 태도였다.하나는 살짝 웃었다.“사람 눈은 못 속여. 깊은 마음도, 사랑도 결국 눈에 남거든. 난 네 눈에서는 사랑이 보여.”하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더 분명하게 덧붙였다.“그런데 리은 씨 눈에서는 그게 안 보여.”그 마지막 한마디에 유한의 눈빛이 처음으로 뚜렷하게 흔들렸다.하나는 그 반응이 우스워서 오히려 웃음이 났다.실제로 살짝 웃음까지 흘렸다.“그래도 알 수는 있어. 리은 씨도 예전엔 널 사랑했어.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그 말을 들은 유한의 표정은 곧장 차갑게 가라앉았다.하나는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앞에서 그렇게 많은 말을 했을 때는 거의 흔들림이 없던 유한이, 리은이 더는 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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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나도...”인영은 할 말을 잃었다.화는 났지만, 정작 더 세게 받아치지는 못했다.결국 핸들만 꽉 움켜쥔 채 입술을 깨물었다.안색은 길가의 가로수 잎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인영이 아무 말도 못 한 채 속으로만 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모영은 지친 듯 눈을 내리깔았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결국 인영이 이를 악물고 말을 쏟아냈다.“유한 오빠와 진리은이 처음 사귄 건 1년뿐이었어. 내가 유한 오빠한테 약을 먹인 것도 결국 그 사람 붙잡으려고 한 거였다고. 누가 알았겠어?”“진리은 그 여자가 그 틈을 파고들 줄? 그리고 고작 하룻밤이었는데, 그 여자한테서 애까지 생길 줄 누가 알 수 있겠어? 분명 그때 둘은 이미 끝난 사이였는데, 왜 하필 하늘까지 그 여자 편을 드는 건데?”모영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이 얘기는 이미 수도 없이 들었다.인영은 질리지도 않는지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이제는 듣는 모영 쪽이 더 지칠 지경이었다.모영은 차갑게 잘라 말했다.“그것도 결국 다 너 때문이잖아. 네가 주유한한테 약을 먹이지 않았으면, 둘이 다시 이어질 일도 없었어.”인영은 바로 받아쳤다.“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결국 진리은 그 여자 좋은 일만 시켜 주게 될 줄 말이야!”모영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결국 네가 네 발등 찍은 거지.”인영은 고개를 홱 돌려 모영을 노려봤다.끝내 참지 못하고 날을 세웠다.“그래, 맞아. 내가 내 발등 찍었지. 그럼 언니는? 내가 모를 줄 알아? 언니도 유한 오빠 좋아했잖아. 언니도 그 사람 좋아했지?”모영은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인영의 감정이 잔뜩 뒤엉킨 눈을 마주 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인영은 입꼬리를 비틀었다.“나 그거 진작에 알았어. 고등학교 때부터.”모영이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인영이 그렇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어떻게 알았는데?”인영은 웃는 듯 마는 듯 입술을 비틀었다.설명하기 어려운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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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유한이 충분히 놀 만큼 놀고 마음이 정리되고 나면, 결국 자기 옆에 누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인지 알게 될 거라고 모영은 믿고 있었다.사랑이 없을 수도 있었다.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사랑보다 중요한 건, 결국 어울리는 사람이 곁에 남는 일이니까.모영은 유한이 다른 여자와 연애하는 걸 견딜 수 있다고 여겼다.한 번이든 두 번이든, 설사 몇 번이든.그래도 마지막에 유한 곁에 서게 될 사람은 결국 자기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그래서 모영은 한 번도 조급하게 자기 자리를 주장하지 않았다.남자는 본래 한눈도 많이 팔고, 쉽게 싫증도 내고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고 생각했다.충분히 겪어 보지 못하게 막으면, 나중에는 더 쉽게 마음이 떠날 수도 있다고 믿었다.모영은 유한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유한은 스스로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한번 결혼을 하면, 적어도 예전처럼 가볍게 흔들리며 살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설령 나중에 다른 여자에게 잠깐 눈길을 주는 일이 있더라도 유한은 절대 일을 지저분하게 만들 사람은 아니었다.모영은 오래 곁에 남아 있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설령 유한 곁에 다른 여자가 생긴다 해도 그게 진심만 아니라면, 모영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모영은 예전에 유한이 하나와 사귈 때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그때 유한은 하나를 사랑하지 않았다.어쩌면 유한은 애초에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물론 자기 자신도 예외는 아닐 거라고 여겼다.그래도 상관없었다. 유한이 진심만 주지 않는다면, 가끔 흔들리는 것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모영은 믿었다.유한 같은 남자는 결혼을 해도 여자 문제가 완전히 사라질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했다.유한이 자기 체면만큼은 반드시 지켜 줄 거라고.작은 일 때문에 큰 걸 망칠 사람은 아니라는 믿음, 그 정도 자신감은 모영에게 있었다.그런데 모영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유한이 정말로 마음을 줘 버린 것이다.그 상대는 고작 평범한 집안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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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인영아, 이제 그만 좀 해.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우리가 이번에 어떻게 다시 돌아왔는지 벌써 잊었어?”“그건 걱정 마. 나 이제 예전처럼 감정적으로 덤비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언니가 대답만 해. 원래 언니 거였던 거, 다시 찾을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모영이 조용히 되물었다.“내가 뭘로 다시 찾아. 무슨 수로?”인영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받아쳤다.“유한 오빠가 언니한테 느끼는 미안함. 그거 있잖아.”모영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미안함은 사랑이 아니야.”인영은 이를 악문 채 말을 이었다.“그래도 그 미안함을 잘 이용하면, 적어도 둘은 갈라놓을 수 있어. 언니는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자기가 제일 사랑한 사람이, 제일 미워하는 여자랑 평생 잘사는 꼴을 보고도? 결혼하고 애 낳고 그렇게 가정을 이루는 걸 보고도?”인영은 고개를 돌려 모영의 감각 없는 다리를 훑어봤다.그리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애초에 언니가 이렇게 된 것도, 결국 진리은 때문이잖아. 안 그래? 난 안 믿어. 언니가 정말 아무 미련도 없이, 아무 원망도 없이, 그렇게 오래 좋아한 남자가 자기를 이렇게 만든 여자를 끝까지 감싸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있다는 거.”모영은 더는 듣지 못하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그만해. 그만 말해.”그런데도 인영은 멈추지 않았다.답답함이 치밀어 오른 인영은 주먹으로 핸들을 거세게 내리쳤다.“언니가 이렇게까지 비참하게 굴 거면, 차라리 계속 누워 있던 게 나았어. 지금처럼 깨어서 이 모양으로 사는 것보다 그때가 더 나았다고.”모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모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인영을 바라봤다.싸늘한 눈빛에는 조금의 온기도 없었다.하지만 인영은 오히려 입꼬리를 올렸다.“내 말이 그렇게 거슬려? 듣기 싫어? 그럼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 복수를 하든지 뺏든지, 직접 손에 넣어 보라고.”모영은 한참 동안 인영을 바라봤다.그러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너... 감정이 너무 올라와 있어. 일단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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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리은은 붉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었다.조금만 더 지나면, 리은은 이혼사실확인서를 손에 넣을 수 있다.“빨라도 1년은 걸려. 늦으면 2년, 3년도 걸릴 수 있어.”루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네? 아기 한 명 생기는데 그렇게 오래 걸려요?”리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그럼 금방 되는 줄 알았어?”루이는 금세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아빠랑 엄마가 좀 더 열심히 노력하면 안 돼요? 빨리요. 1년이면 안 돼요? 저는 2년이나 3년은 싫어요.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잖아요...”유한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아빠가 노력할게.”유한에게서 답을 들은 루이는 곧바로 리은을 바라봤다.리은에게서도 같은 대답을 듣고 싶은 눈치였다.리은은 루이의 눈을 마주 봤다.기대가 가득한 눈빛이었다.그런데 리은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잠깐의 침묵이 길어지자, 유한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리은에게로 옮겨왔다.아빠와 딸,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자신에게 머물렀다.그래도 리은은 결국 천천히 입을 열었다.“루이야, 엄마는 너한테 거짓말하고 싶지 않아.”유한은 리은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한 듯 수저를 내려놓았다.말리는 듯했고, 경고하는 듯하기도 했다.리은은 잠시 멈칫했지만 유한을 보지는 않았다.대신 루이만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루이야, 아기를 낳는 건 정말 복잡한 일이야. 엄마는 너 낳을 때 많이 힘들었어. 정말 많이 아프고, 많이 고생했어. 그래서 엄마는 루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엄마는 그걸 다시 겪고 싶지 않아. 루이가 엄마 마음 조금 이해해 줄 수 있어?”루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리은을 바라봤다.동생은 갖고 싶었다.하지만 엄마가 힘들고 아픈 것도 싫었다.어린 루이의 머릿속에서는 그 말들이 한꺼번에 잘 정리가 되지 않았다.금방 이해하기엔 어려운 이야기였다.리은은 루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자, 이제 유치원 갈 준비하자.”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녀를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기만 했다.그리고 방금 리은이 했던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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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선호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만 갸웃했지만, 그래도 시키는 대로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정작 본업은 제대로 손도 못 대고, 선호는 꼬박 세 시간을 들여 여성 출산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했다.자료를 다 추린 뒤에야 선호는 그걸 들고 대표실로 들어갔다.“대표님, 제가 좀 찾아봤는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출산 자체를 아예 안 아프게 만들 수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의사와 마취과 전문의 실력이 충분히 좋으면 통증을 상당히 줄일 수는 있다고 합니다. 이건 제가 정리한 자료입니다.”유한은 자료를 받아 훑어봤다.“무통분만?”“네. 요즘은 거의 무통분만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모님께서 아가씨 낳으실 때는 무통분만 안 하셨습니까?”유한은 대답하지 않았다.유한이 아는 건 리은이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결국 제왕절개로 넘어갔다는 사실뿐이었다.그 과정이 어땠는지, 세부적으로는 묻지 않았다.애초에 알고 싶지도 않았으니까.유한은 손짓으로 선호에게 나가 보라고 신호했다.선호가 나가자 유한은 곧바로 핸드폰을 들어 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왜?]“물어볼 게 좀 있어서.”[뭔데? 말해.]“여자 무통분만 관련해서.”[푸흡...]전화기 너머의 수혁이 그대로 기침을 터뜨렸다.수혁은 막 수술 하나를 끝내고 병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그런데 하필 유한 입에서 갑자기 ‘무통분만’ 같은 단어가 튀어나오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수혁은 얼른 옆에 있던 후배가 내민 물컵을 받아서 물을 마셨다.목을 좀 가다듬은 뒤에야 다시 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뭐라고? 네가 지금 나한테 무통분만을 물어본 거야?]유한은 무덤덤하게 되물었다.“왜, 몰라?”[모르는 게 아니라 네가 그걸 왜 묻냐는 거지.]그러다 수혁은 문득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설마... 제수씨 또 임신했어?]유한은 짧게 답했다.“아직은 아니야.”수혁은 바로 핵심을 잡아냈다.[‘아직’이라는 건 진행형이라는 뜻인데? 너 지금 제수씨랑 둘째 생각하고 있는 거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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