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431 - Chapter 440

483 Chapters

제431화

말하지 않아도 유한은 모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그래도 난 지금 기혼자야. 여긴 해성시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내가 직접 나서면 말 나오기 쉬워. 내 비서가 대신 도와줘도 똑같아.”모영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네. 네가 결혼한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자꾸 잊게 돼. 네 말이 맞아. 괜히 오해라도 받으면 안 되지.”인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부터 찌푸렸다.당장 뭐라도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한영숙이 옆에서 인영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함부로 입 열지 말라는 뜻이었다.내내 지켜보고 있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결국 인영은 더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대신 모영을 흘겨보는 눈빛에는 답답함이 가득했다.‘한심해.’‘예전이랑 똑같아. 맨날 저렇게 물러 터져가지고, 밀어붙일 줄을 몰라.’인영은 속으로 비웃었다.‘도대체 유한 오빠가 예전에 왜 언니를 택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왜 하필 언니랑 엮인 거야? 왜 내가 아니라 언니였냐고.’유한은 따로 준비해 둔 승합차로 허씨 집안 사람들을 태우게 했다.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차에 올라타고 나자, 인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모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언니,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굴어?”하지만 모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허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언니가 너보다 훨씬 낫다.”“아버지!”허 회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너는 좀 얌전히 있어. 또 쓸데없는 짓 해서 우리랑 네 언니까지 엮이게 만들지 말고. 네 언니는 원래 너보다 훨씬 부드럽고, 사리 분별도 잘 해.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 되는지 아는 애야.”인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입술을 깨문 채 인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낮게 코웃음만 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인영은 사람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다고 믿었다.모영이 정말 예전처럼 욕심도 없고, 온순하고 순한 성격이라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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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대표님, 아까 휠체어 타고 계시던 분은 누구예요?”돌아오는 길, 선호는 도저히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결국 유한에게 물었다.“허 회장의 큰딸.”“네? 그런데 허 회장의 큰딸은 허인영 씨 아니었어요? 어떻게 갑자기 한 분이 더 있는 거죠?”“허씨 집안엔 딸이 둘이야. 모영이가 첫째고.”선호는 적잖이 놀랐다.허씨 집안에 딸이 둘이라는 사실 자체도 처음 알았다.게다가 척 봐도 허씨 집안 큰딸인 모영과 유한 사이가 인영보다 훨씬 가까워 보였다.선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물었다.“대표님, 그럼 대표님이랑 허 회장님의 큰따님은 어떤 사이십니까?”“동창.”유한은 담담하게 답했다.‘동창?’선호는 속으로 되물었다.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접 공항까지 나가고, 저렇게 빈틈없이 다 챙겨 줄 수 있나 싶었다.그래서 선호는 용기를 내 다시 한번 떠봤다.“정말... 그냥 동창이신 겁니까?”그제야 유한은 백미러 쪽으로 시선을 들었다.“지금 누구 대신 정탐하는 거야?”선호는 바로 손사래를 쳤다.“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냥 제가 좀 궁금해서요. 별다른 뜻 없이 여쭤본 겁니다.”유한은 선호를 한번 흘겨봤다가 다시 시선을 거뒀다.그제야 선호도 괜한 호기심을 접었다.그렇게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은 조용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 직전, 유한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선호를 한번 바라봤다.그 눈길에 선호는 걸음을 멈췄다. 따라 나가지도 못한 채 눈만 깜빡였다.“대표님?”유한은 입술을 한번 다문 뒤 말했다.“가서 그 사람한테 말해.”누구를 말하는 건지 선호는 잠깐 멍해졌다.하지만 곧 알아차렸다.‘사모님?’“알겠습니다. 대표님, 전달하겠습니다.”유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그대로 대표실 쪽으로 걸어갔다.보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눈을 반짝였다.요즘 들어 둘 다 어딘가 수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선호가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걸 확인한 보미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엄마. 요즘 엄마 쪽에 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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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사모님, 저희 공항 다녀왔습니다. 대표님께서 전해 드리라고 하셔서요.”“전해주라고요?”정가을은 곧바로 귀를 쫑긋 세우면서 눈을 크게 떴다.“어머, 주 대표님도 아내한테 이런 식으로 보고는 하시는구나?”그 말에 리은도 잠시 뜻밖이라는 듯 눈빛이 흔들렸다.리은은 잠시 침묵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는데요.”선호는 그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전할 말을 전했으니 그걸로 충분했다.선호는 더 머물지 않고 곧장 돌아섰다.그런데 사무실로 올라가자마자 유한이 선호를 다시 불러 세웠다.“대표님, 또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리은이 뭐래?”선호는 눈을 한번 깜빡였다가 그대로 답했다.“사모님께서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셨습니다.”유한은 짧게 되물었다.“그게 다야?”“예. 그게 전부입니다.”유한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러다 손만 한번 들어 보이며 선호에게 나가 보라는 뜻을 전했다.선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그대로 문을 나섰다.혼자 남은 유한은 의자를 천천히 돌렸다.‘그래서 결국 신경을 쓰는 거야, 아닌 거야?’‘화가 난 건지, 아닌 건지...’그날 밤 미리 말을 꺼냈을 때도 리은은 크게 티를 내지 않았다.표정도 좀처럼 읽히지 않았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유한은 화면을 확인한 뒤 바로 전화를 받았다.“모영아.”[유한아, 시간 되면 다 같이 밥 한번 먹고 싶어. 이렇게 오래 못 봤잖아. 다들 한번 보고 싶은데, 괜찮을까?]“언제가 좋겠어?”[나는 언제든 괜찮아. 다들 시간아 되는 쪽에 맞추면 될 것 같아. 나는 딱히 바쁜 일도 없고...]말을 할수록 모영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모영은 대학 시절 유한과 같은 과 동기였다.만약 그때 사고만 없었다면, 허명그룹이 모영의 손에 들어갔다면 지금처럼 내리막만 걸었을 리는 없었다.유한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한참 바깥을 바라보던 유한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모영아, 네가 원하면 허명그룹 다시 가져갈 수 있어. 내가 허명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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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리은은 요 며칠 유난히 조용했다.유한이 다소 지나친 요구를 해 와도 리은은 별말 없이 받아 넘기기만 했다.최근 리은의 태도를 떠올려 보면, 적어도 요 며칠만큼은 얌전하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하지만 평소와 다른 일에는 늘 이유가 있었다.이상할 만큼 잠잠할수록 그 뒤에는 분명 다른 속내가 숨어 있었다.다만 유한은 아직도 리은이 또 뒤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고 있었다.“민정아, 너 내일 시간 돼?”[왜? 나하고 약속 잡으려고?]“해성시에서 내 친구가 연주회를 열거든. VIP 티켓을 줬어. 같이 보러 갈래?”[어? 연주회? 설마 네가 말한 그거, 임하나 씨의 연주회야?]“맞아.”[와, 나 그분 진짜 좋아해. 너무 대단하잖아. 악기도 이것저것 다 하고, 완전 만능 뮤지션이잖아. 나 갈래. 나 티켓도 못 구했거든. 내가 회사도 빼먹고 꼭 갈 거야!]“그래, 그럼 내일 같이 가자.”[좋아. 내일 보자!]“응, 내일 봐.”전화를 끊고 돌아선 리은은 어느새 뒤에 서 있던 사람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유한이었다.리은은 유한을 한번 쳐다본 뒤 바로 시선을 거뒀다.굳이 말을 섞을 생각은 없었다.유한을 공기처럼 대하는 태도만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다.“티켓은 어디서 난 거야?”유한이 묻자, 리은은 짧게 대답했다.“임하나 씨가 줬어.”“너한테 준 티켓을... 너는 네 친구랑 가겠다고?”리은은 무덤덤하게 되물었다.“왜? 임하나 씨가 친구랑 같이 와도 된다고 했는데.”유한은 리은이 뻔히 알면서 모르는 척한다고 느꼈다.그래서 아예 돌려 말하지 않고 입에 올렸다.“혹시, 그게 원래 나랑 같이 가라는 뜻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리은은 유한을 한번 훑어보더니, 아주 객관적인 말투로 말했다.“너는 투자자이자 주최 측이잖아. 연주회 보러 가는데 굳이 티켓이 필요해?”유한은 혀끝으로 괜히 입안만 쓸었다.틀린 말은 아니었다.유한에게는 정말 티켓이 필요 없었다.그 말을 남기고 리은은 그대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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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민정은 곧장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앉았다.표정에는 대놓고 궁금하다는 기색이 가득했다.“네 남편이 우리보다 몇 학번 위 선배잖아. 학교 다닐 때도, 졸업하고 나서도 워낙 유명했는데... 연애했다는 얘기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리은은 담담하게 말했다.“숨기려고 하면, 아무도 모를 수 있지.”민정은 곧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맞아. 너도 그렇고 네 남편도 그렇고, 대학 때부터 사귀었다면서 그렇게 감쪽같이 숨겼잖아. 진짜 아무도 몰랐어. 둘 다 무슨 정보기관 출신인 줄 알았다니까.”그러다 민정은 다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근데 너... 남편 전여친이랑 이렇게 잘 지내는 거 좀 신기하다. 이게 원래 가능한 일이야?”리은은 짧게 대답했다.“임하나 씨는 좋은 사람이야.”리은은 알고 있었다.하나가 아직도 유한에게 마음이 조금쯤 남아 있다는 걸.사람의 눈빛은 속일 수 없다.특히 누군가를 사랑해 본 사람의 눈은 더 그랬다.하지만 하나와 인영은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둘 다 유한을 좋아했지만, 한쪽은 사랑에 눈이 멀어 스스로를 망가뜨렸고, 한쪽은 끝까지 이성을 놓지 않은 채 자기 꿈을 향해 걸어갔다.출발점부터가 달랐고 본질도 전혀 달랐다.하나는 어쩌면 아직 유한을 완전히 잊지 못했을지도 몰랐다.그런데도 하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납치범 뒤를 쫓아가서 리은을 구했다.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하나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눈이 먼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하나에게는 하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생각도 있고 꿈도 있고, 선도 분명했다.민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현여친... 아니, 지금의 아내가 전여친을 이렇게 칭찬하는 건 또 처음 보네. 근데 나도 임하나 씨를 진짜 좋아해. 다만 사람을 잘못 만난 게 문제였지. 임하나 씨 이혼한 거, 너도 알지?”“알아.”“그럼 너는 혹시... 불안하지도 않아?”“안 그래.”민정은 곧장 엄지를 치켜세웠다.“좋다. 바로 그거지. 그런 건 자신감 있게 가야 해.”하지만 리은의 마음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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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하나는 리은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먼저 다가왔다.리은도 미소를 띤 채 하나에게 말했다.“축하드려요. 연주회 정말 성공적이었어요. 무대 위에서 정말 빛나셨어요. 그때 내리신 선택은 옳으셨어요.”하나의 입가에 번진 웃음이 더 짙어졌다. 자신이 더 성공할수록 마음속에 남아 있던 아쉬움도 그만큼 옅어질 거라는 걸 하나도 알고 있었다.조금씩, 그렇게 희미해지는 거였다.“친구분까지 데리고 제 연주회 와 주셔서 감사해요.”리은은 옆에 선 민정을 바라보며 소개했다.“제 친구 방민정이에요. 하나 씨를 정말 좋아해요.”민정은 얼른 손을 내밀었다.“임하나 씨, 안녕하세요. 저는 진짜 팬이에요. 국내에서 여신의 첫 공연을 직접 보게 돼서 너무 영광이에요. 혹시 저희 사진 한 장 같이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그럼요. 당연하죠.”비서는 세 사람의 웃는 얼굴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 줬다.환하게 웃는 표정이 나란히 잡힌 사진이었다.거기에 더해, 비서는 민정에게 하나의 한정판 레트로 음반도 건넸다.이미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한정 제작 음반이었다.민정은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들떴다.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하나는 직접 두 사람을 배웅해 주었다.그러다 헤어지기 직전, 문득 이런 말을 꺼냈다.“전 유한이랑 같이 오실 줄 알았어요.”리은은 옆에 선 민정을 한번 봤다.“민정아, 너 먼저 차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민정은 리은과 하나를 번갈아 보더니 눈치를 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 임하나 씨, 그럼 저는 먼저 차에서 기다릴게요. 안녕히 계세요.”“안녕히 가세요.”민정이 자리를 뜨자, 하나는 다시 리은을 바라봤다.리은이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걸 이미 눈치챈 표정이었다.리은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허씨 집안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왔어요.”하나는 잠시 굳었다.“벌써요?”리은은 아주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네. 그리고 하나 씨가 전에 말했던, 조용하다는 허씨 집안 큰딸도 같이 들어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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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그래, 주말에 보자. 끊을게.”통화가 끝난 뒤에야 하나는 입술을 살짝 다문 채 리은을 바라봤다.“그런데 모영이가 돌아온 건 어떻게 아셨어요? 유한이가 말한 거예요?”리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허인영이 저한테 메시지를 보냈어요. 꽤 들떠 있더라고요. 허모영 씨가 국내에 돌아오면, 루이 아빠가 저랑 갈라설 거라고 아주 확신하는 눈치였어요.”하나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그래요?”리은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래서 전... 애초에 루이 아빠가 결혼으로 엮일 뻔했던 사람이 허인영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하나는 리은 말을 곱씹듯 되물었다.“처음부터 유한이 결혼 상대로 생각했던 건 모영이였는데, 하필 모영이가 5년 전에 사고를 당했다는 쪽이 더 자연스럽다고 보시는 거예요?”리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그쪽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지 않으세요?”하나는 그 추측을 바로 부정할 수 없었다.사실 하나의 결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잠시 침묵이 흘렀다.잠시 후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래도 이미 리은 씨랑 유한은 결혼했고, 아이도 있잖아요. 설령 처음에 유한이 결혼하려고 했던 사람이 정말 모영이라고 해도... 사람 일은 지나가면 지나가는 거예요.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죠.”리은은 말 없이 하나를 바라봤다.그러자 하나가 조용히 덧붙였다.“제가 아는 모영이는 인영이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모영이는... 그렇게까지 선을 넘는 사람은 아니에요.”하나는 유한과 사귀던 시절을 떠올렸다.그때도 모영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그런데도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모영은 늘 예의를 지켰다. 앞으로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았고, 단 한 번도 선을 넘는 일은 없었다.리은은 고개를 아주 조금 저었다.“제가 신경 쓰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그제야 하나는 리은을 조금 더 진지하게 바라봤다.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리은 씨는 혹시... 유한이하고...”리은은 망설이지 않았다.“억지로 묶인 결혼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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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그건 네가 알아서 해. 가고 싶으면 가고, 싫으면 안 가면 되고.”리은은 유한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거뒀다.“안 가.”유한도 리은을 잠깐 가만히 보더니 물었다.“무슨 문제 있어?”문제가 없을 리 없었다.하지만 이제 와서 대화를 꺼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너무 늦었다.그래서 굳이 꺼내 봐야 소용없다고 리은은 생각했다.“없어.”그 말을 끝으로 리은은 다시 고개를 숙여 루이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유한은 시간을 한번 확인했다.그리고 마지막으로 리은을 한 번 더 본 뒤 몸을 돌렸다.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리은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얼굴만 살짝 옆으로 돌렸을 뿐, 끝내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리은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한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지 않았다.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JY호텔의 한 룸.“오늘 뭐야, 분위기 왜 이래?”수혁이 어깨를 으쓱했다.“몰라. 사람들 오면 알겠지.”연준은 다시 태현 쪽을 봤다.“너는 알아? 오늘 뭐 때문에 모인 건지.”태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대충은 짐작이 가.”그 말에 수혁과 연준의 시선이 동시에 태현에게 꽂혔다.“진짜 알아?”“허 회장 일가가 국내에 들어왔어.”“인영이 돌아왔다고?”연준은 뒤통수를 긁적였다.“인영이 온 거랑 오늘 모임이랑 관련 있어? 설마 걔 환영회 같은 거야? 에이, 설마.”태현은 짧게 덧붙였다.“들어온 사람이 걔만은 아니야.”“그럼 허 회장님이랑 아주머니 말고 또 누가 있는데?”그때 수혁이 문득 입을 열었다.“설마 너 지금 같이 들어온 사람이...”하지만 수혁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룸의 문이 열렸기 때문이었다.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당연히 유한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들어온 건 인영이었다.그리고 인영의 앞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인영은 휠체어를 밀며 안으로 들어왔다.태현을 제외한 수혁과 연준의 표정에는 놀란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모, 모영이?”모영은 여전히 많이 야위어 있었다.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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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만약 그때 모영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유한과 결혼했을 사람은 모영이었다.겉으로는 다들 유한이 인영과 정략결혼을 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실제로 그 결혼의 당사자는 모영이었다.그저 두 사람이 결혼을 앞두고 있던 때, 모영이 교통사고를 당했을 뿐이었다.그 무렵 유한의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흔들렸다.기분도 종잡을 수 없었고, 사람도 눈에 띄게 야위었다.겉으로 봐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게 분명했다.그러다 어느 날, 유한은 갑자기 모두에게 말했다.이제부터는 모영 이야기도, 그 사고 이야기도 꺼내지 말라고.그때는 다들 유한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일부러든 무심코든, 사람들은 유한 앞에서 그 일만큼은 피해 갔다.그 뒤로 몇 년 동안, 누구도 유한 앞에서 모영 이름을 대놓고 꺼내지 않았다.어차피 뇌 기능이 멈춘 거나 다름없다는 판정을 받은 식물인간이었다.그 이름을 입에 올려 봐야 분위기만 가라앉을 뿐이었다.누구도 괜히 유한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그러다 보니, 원래도 조용하게 지냈던 허씨 집안의 큰딸은 자연스럽게 모두의 기억에서 점점 멀어졌다.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모영이 사고 때문에 줄곧 해외에 있다고만 알았고, 모르는 사람들은 애초에 진실 자체를 몰랐다.허씨 집안에서도 그 일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인영조차 사람들 앞에서는 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모두가 모영이라는 사람과 그 사고 자체를 의도적으로 피해 왔다.그런데 그렇게 5년을 누워 있던 사람이 정말 다시 깨어났다.바로 그때 유한이 룸 안으로 들어왔다.문가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보더니, 유한은 대수롭지 않게 한마디 던졌다.“다들 왜 문 앞에 몰려 있어?”연준은 유한을 보자마자 제일 먼저 참지 못하고 다가갔다.그리고 곧바로 유한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너도 너무한 거 아니냐? 모영이 깨어난 이런 큰일을 우리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 말이야. 방금 우리 진짜 깜짝 놀랐잖아.”모영은 그 말에 가볍게 농담하듯 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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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아무튼 모영아, 네가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야. 우리 다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어.”친구로서 건네는 그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정말로 다들 그 사실만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모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도 이렇게 다시 다들 보니까 너무 좋다. 연준아, 너는 결혼했어?”연준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었다.“너도 알잖아. 난 원래 비혼주의야. 연애만 하지, 결혼은 안 해.”그 말을 들은 모영은 피식 웃었다.예전처럼 가볍게 놀리듯 말했다.“너 그거 대놓고 능글거리는 거야.”“에이, 또 그렇게 말하면 내가 좀 그렇지.”연준은 능청스럽게 웃어넘겼다.그러고 나서 모영은 시선을 돌려 수혁을 봤다.수혁도 모영이 무슨 말을 물으려는지 눈치챘다.그래서 모영이 묻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나는 의사잖아. 매일 바빠서 잠잘 시간도 부족해. 여자친구는 무슨, 결혼은 더더욱 멀었지. 우리 중에 결혼한 건 결국 유한이 하나뿐이야.”말을 마칠 때 수혁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그러고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자, 다들 문 앞에 서 있지 말고 일단 앉자. 앉아서 얘기하자.”모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앉아서 얘기하자. 계속 올려다 보니까 목이 좀 뻐근하네.”그다음 모영은 태현을 바라봤다.“태현아, 너는 설마 그동안 연애도 한 번 안 한 거야?”태현은 짧게 고개를 저었다.“안 했어.”그러자 연준이 곧바로 끼어들었다.“쟤 말 다 믿지 마. 제대로 진득하게 사귄 적은 없을지 몰라도, 옆에 여자 끊긴 적도 없어. 따지고 보면 나보다 더하지.”태현은 말 없이 인영을 슬쩍 쳐다봤다.하지만 인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시선은 자꾸만 한쪽을 향하고 있었다.태현은 입술을 가볍게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이제 다 온 거면 메뉴부터 고르자.”그때 모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잠깐. 아직 한 명 더 안 왔어.”연준이 바로 되물었다.“한 명 더? 또 누가 와?”말이 끝나기 무섭게 룸 문이 열렸다.그리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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