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유한은 모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그래도 난 지금 기혼자야. 여긴 해성시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내가 직접 나서면 말 나오기 쉬워. 내 비서가 대신 도와줘도 똑같아.”모영은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네. 네가 결혼한 사람이라는 걸, 내가 자꾸 잊게 돼. 네 말이 맞아. 괜히 오해라도 받으면 안 되지.”인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미간부터 찌푸렸다.당장 뭐라도 말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한영숙이 옆에서 인영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함부로 입 열지 말라는 뜻이었다.내내 지켜보고 있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결국 인영은 더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대신 모영을 흘겨보는 눈빛에는 답답함이 가득했다.‘한심해.’‘예전이랑 똑같아. 맨날 저렇게 물러 터져가지고, 밀어붙일 줄을 몰라.’인영은 속으로 비웃었다.‘도대체 유한 오빠가 예전에 왜 언니를 택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왜 하필 언니랑 엮인 거야? 왜 내가 아니라 언니였냐고.’유한은 따로 준비해 둔 승합차로 허씨 집안 사람들을 태우게 했다.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차에 올라타고 나자, 인영은 더는 참지 못하고 모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언니, 왜 그렇게 답답하게 굴어?”하지만 모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허 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언니가 너보다 훨씬 낫다.”“아버지!”허 회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너는 좀 얌전히 있어. 또 쓸데없는 짓 해서 우리랑 네 언니까지 엮이게 만들지 말고. 네 언니는 원래 너보다 훨씬 부드럽고, 사리 분별도 잘 해. 뭘 해야 하고 뭘 하면 안 되는지 아는 애야.”인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입술을 깨문 채 인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낮게 코웃음만 치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인영은 사람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안다고 믿었다.모영이 정말 예전처럼 욕심도 없고, 온순하고 순한 성격이라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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