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451 - Chapter 460

483 Chapters

제451화

모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수혁은 고개를 끄덕인 뒤 모영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고 모영의 다리 상태를 살폈다.이미 근육 위축이 진행된 상태였다. 다만 그동안 꾸준히 관리해 온 덕분에 정도가 아주 심한 편은 아니었다. 수혁은 근육 위축이 훨씬 심하게 진행된 환자들도 본 적이 있었다.수혁은 손을 뻗어 모영의 근육 상태를 직접 짚어 봤다. 탄성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고, 근육량도 많이 빠져 있었다.수혁은 손을 거두고 치맛자락을 다시 내려 준 뒤, 고개를 들어 모영을 바라봤다.“의사 선생님은 뭐래?”“근육 위축을 늦추려면 사람 손의 도움을 받으면서 재활을 해야 한다고 했어. 근육 탄성도 유지해 줘야 하고, 침 맞고 마사지도 같이 받아야 하고.”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의사 말 듣는 게 맞지. 나는 네가 재활만 꾸준히 하면 근육 위축도 분명 늦출 수 있을 것 같아. 5년이나 누워 있었는데도 이 정도 상태를 유지한 거면 진짜 잘 버틴 거야.”모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열심히 해 볼게. 아, 방금 너한테 전화했는데 통화 중이더라.”“아, 아까? 아까 유한이한테 전화 왔었어.”“그래? 유한이가 왜? 어디 아픈 거야?”“유한이는 아니고, 그냥 나한테 무통...”무심코 말을 잇던 수혁은 순간 스스로 멈칫했다. 곧 헛기침을 한 번 했다.“그냥 의학적인 거 몇 가지 물어본 거야. 별거 없어.”모영은 입꼬리만 살짝 올렸을 뿐 더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수혁은 방금 ‘무통’이라고 했다.‘무통이 뭘까?’‘무통수술? 아니면 무통분만?’‘유한이가 왜 그런 걸 물어봤을까?’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인영이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와, 되게 우연이다.”“내가 수혁이한테 연락했어. 마침 안 바쁘대.”인영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너희 아직 시작 안 했지?”“아직.”“그럼 얼른 가. 처음엔 분명 쉽지 않을 거야. 그래도 모영아, 너무 기죽지는 마.”모영이 웃으며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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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허인영 씨, 출국하신 거 아니었습니까?”인영은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차갑게 웃었다.“진성빈 씨가 저한테 이렇게 관심이 많을 줄은 몰랐네요?”성빈의 안색은 확실히 전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병색도 많이 가셨고, 차분하고 점잖은 분위기까지 풍겼다.“진성빈 씨, 그동안 진리은 덕에 누릴 건 다 누리셨나 봐요. 보아하니 많이 회복된 모양이네요.”성빈은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그래서 오늘 저를 따로 보자고 하신 이유가 뭡니까?”인영은 한동안 성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진성빈 씨 정도로 머리가 좋으시면 한번 맞혀 보시죠?”성빈도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죄송하지만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그냥 바로 말씀하시죠.”“저랑 손을 잡아야겠습니다.”성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성빈은 인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제 기억이 맞다면, 5년 전에 분명 말씀드렸을 겁니다. 그게 우리 첫 번째이자 마지막 협력이 될 거라고요. 허인영 씨는 벌써 잊으신 겁니까?”“물론 안 잊었죠. 그런데 진성빈 씨, 진리은을 완전히 붙잡아서 평생 자기 옆에 두고 싶지 않으세요?”성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없이 인영만 바라봤다.인영은 손에 든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예전에 우리가 손잡고 유한 오빠랑 진리은 갈라놓는 데 성공했잖아요. 그렇게 잘 먹힌 방법이면, 이번에도 그대로 써 보면 되지 않겠어요?”성빈은 코웃음을 쳤다.“그때는 제가 리은이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허인영 씨와 협력한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무슨 이유로 또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까?”인영은 비웃듯 낮게 코웃음 쳤다.“진성빈 씨는 어릴 때 유괴됐다가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모님이 진리은을 입양하셨죠.”“당시 진성빈 씨는 원래 자기 것이었어야 할 모든 걸 진리은이 빼앗아 갔다고 여겼고, 그만큼 진리은을 미워했어요.”“그래서 제 손을 잡은 거잖아요. 유한 오빠가 진리은을 오해하게 만들려고, 진리은이 뒤에서 진성빈 씨랑 붙어먹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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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처음부터 성빈이 리은에게 품었던 감정은 이용 가치와 원망뿐이었다.성빈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눈을 가늘게 뜬 인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성빈을 바라봤다.“설마 진성빈 씨, 진리은을 좋아하게 된 건 아니겠죠?”성빈은 고개를 들어 인영을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반응에 인영은 결국 비웃음을 터뜨렸다.“진짜예요? 진성빈 씨, 정말 진리은을 좋아하게 되신 거네요? 그런데 어쩌죠. 진성빈 씨랑 진리은은 애초에 맺어질 수가 없어요. 대신 저희가 다시 손잡을 수는 있죠. 제가 진성빈 씨가 진리은을 가질 수 있게 도와드릴게요. 어때요?”성빈은 차분한 눈으로 인영을 바라봤다.“그래서 허인영 씨 말씀은 저더러 허인영 씨처럼 끝장이 나 보라는 뜻입니까?”“계획만 잘 세우면 아무도 몰라요!”“주유한이 저를 얼마나 혐오하는지, 허인영 씨도 잘 아시잖습니까?”“그래서요?”“설령 주유한이 눈치채지 못한다고 해도, 제가 주유한의 여자까지 빼앗으려 든다면 제 결말이 좋을 리 없지 않습니까? 이 거래가 저한테 무슨 이익이 있죠?”인영의 표정이 잠깐 굳어졌다. 성빈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낀 듯했다.적어도 지금의 성빈은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었다. 유한이 리은에게 주는 것들, 그리고 그 덕분에 성빈 자신에게까지 돌아오는 모든 혜택도 계속 누리고 있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인영의 표정은 곧바로 어두워졌다.“그러니까 저랑 더는 협력하실 생각이 없다는 말씀이군요?”성빈은 두 손을 몸 앞에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그동안 꾸준히 재활에 매달려서 이제는 이미 걸을 수 있는 상태였다. 머지않아 일상생활도 혼자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는 폐인처럼 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성빈의 마음도 서서히 진정되었다. 예민하게 날이 서 있던 감정도, 조급하고 삐뚤어졌던 마음도 예전 같지 않았다.그동안 리은은 성빈에게 정말 잘해 줬다. 말뿐이 아니라 진심으로 성빈을 친오빠로 여기며 대해 왔다.“저는 제게 아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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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시간은 하루하루 흘러갔다.임하나의 말대로라면, 리은은 분명 모영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리은은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었다.유한도 이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다만 뭐가 어떻게 이상한 건지는 정확히 짚어낼 수가 없었다.그러다 오늘 밤에 이르러서는 유한의 마음 한구석에 설명하기 힘든 불안이 계속 맴돌았다.유한은 선호를 대표실로 불러들였다.“장 비서, 잠깐 들어와.”“대표님, 부르셨습니까?”“루이 엄마 회사에 있나?”“사모님 말씀이십니까? 네, 계십니다. 왜 그러십니까?”유한은 몇 초 동안 말없이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루이 엄마 요즘 상태... 좀 이상하다고 느낀 적 없어?”선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글쎄요, 저는 딱히 못 느꼈습니다.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나한테 대하는 태도 말이야.”“대표님한테요?”선호는 속으로만 생각했다.‘사모님이 대표님한테 무심한 건 원래도 그랬는데... 뭐가 달라졌다는 거지?’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저는 사모님이 특별히 이상해 보이진 않았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점이 걸리시는 겁니까?”“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그냥 직감이야.”선호는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말했다.“사모님께서 요즘 따로 뭘 하시는 건 없긴 합니다. 출퇴근도 대표님하고 같이 하시고, 낮에는 계속 회사에 계셨습니다.”유한은 그 말을 듣고 스스로를 달래듯 조용히 말했다.“그래. 내 손바닥 안에 있는데 별다른 일이 있겠어.”유한은 그렇게 한 차례 스스로를 안심시킨 뒤 손을 내저었다.“나가봐.”“알겠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달래고도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퇴근 시간까지 버티던 유한은,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곧바로 외투를 집어 들고 대표실을 나섰다.그런데 선호가 리은을 찾으러 갔다가 돌아와 뜻밖의 말을 전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는 한 시간 전에 먼저 퇴근하셨습니다.”유한의 미간이 즉시 좁혀졌다.“한 시간 전에 갔다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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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짐입니다...”“누구 짐이죠?”도우미들은 이번에는 아예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수상했다.유한은 거실에 놓인 캐리어들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러다 마침내 짐작이 닿은 듯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분노와 믿기 어려운 당혹감이 한꺼번에 스쳐 갔다.“네 짐이야.”도우미들의 길고 무거운 침묵 끝에, 2층에서 리은의 담담한 목소리가 내려왔다.유한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자, 리은은 나무 난간 앞에 서서 유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표정은 잔잔한 물처럼 고요했다.“무슨 뜻이야?”유한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른 채 조용히 물었다.리은은 눈을 한 번 깜빡이고는 옆에 서 있던 도우미를 힐끗 봤다.“내려 놔요.”도우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캐리어 하나를 더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이제 무슨 뜻인지 알겠지? 오늘부터 너는 여기서 나가서 살아.”넓은 집안은 순식간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졌다.도우미들은 감히 크게 숨도 쉬지 못했다.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도우미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특히 리은이 직접 지시를 내렸을 때는, 누구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감히 따를 수도, 손을 댈 수도 없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리은은 붉은색 증서 두 장을 꺼내 보였다. 그 위에는 ‘이혼사실확인서’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대표님과 사모님이 정말 이혼했다고?’‘그것도 이미 서류까지 나온 상태야?’선호 역시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뭐야?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사모님이 지금 대표님을 집에서 내보내겠다는 거야?’‘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유한은 리은의 너무도 당당한 태도에 오히려 헛웃음이 났다.“방금 뭐라고 했는지 내가 잘 못 들은 것 같은데, 다시 말해봐.”리은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가볍게 올린 채 팔짱을 끼고 말했다.“오늘부터 너... 내 집에서 나가라고.”“네 집?”“그래. 내 집.”짧은 두 마디 안에서 유한은 정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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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선호가 몸을 돌려 통화하는 사이, 리은도 느긋하게 2층에서 내려왔다.리은은 유한이 보내는 짙고 무거운 시선을 못 본 척한 채, 그대로 소파 쪽으로 걸어가 앉았다.“뭐라고요?”선호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도저히 감출 수가 없는 반응이었다.유한의 낯빛은 곧바로 더 어둡게 가라앉았다. 유한이 홱 고개를 돌려 선호를 바라봤다.자신을 짓누르듯 꽂히는 날카로운 시선을 느낀 선호가 잔뜩 굳은 채 핸드폰을 내렸다. 그러고는 유한의 음산한 눈빛을 마주하면서 간신히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대, 대표님, 확인해보니, 대표님과 사모님께서는 정말로 현재 이혼한 상태입니다.”그 말을 내뱉고 나서 선호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그러면서도 소파에 앉아 있는 리은을 몰래 힐끔힐끔 바라봤다.놀랍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동시에 궁금했다.‘대체 어떻게 한 거지?’‘대표님 눈앞에서 어떻게 이혼사실확인서를 받아 낸 거야?’‘이렇게 감쪽같이?’선호의 말을 듣는 순간, 유한은 주위 공기마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유한은 선호 손에 들린 이혼사실확인서를 거칠게 낚아채듯 빼앗아 들고, 그 위에 적힌 글자와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훑어봤다.이혼사실확인서와 혼인관계증명서는 사실 거의 같은 양식의 서류였다. 달라진 건 단 하나, 두 사람의 관계뿐이었다.혼인이 이혼으로 바뀌어 있었다.특히 발급 날짜가 오늘로 적혀 있는 걸 보는 순간, 유한은 오늘 내내 자신을 따라다니던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어디서 온 건지 뒤늦게 실감했다.유한은 서류를 구길 듯 세게 움켜쥔 채, 소파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리은을 음울한 눈으로 바라봤다.그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어떻게 한 거야?”리은은 숨길 생각도 없이 담담하게 답했다.“할머니가 도와줬어.”선호는 속으로 숨을 들이켰다.‘아니, 큰 사모님이 왜...’선호는 조심스럽게 유한의 표정을 살폈다.차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좋지 않은 안색이었다.검게 질린 것 같다가도 시퍼렇게 변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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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고의상해와 가정폭력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어떻게 한 건지 묻잖아. 말해!”유한은 정말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였다. 리은이 정말 이런 일까지 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자기 모르게, 뒤에서 감쪽같이 이혼 절차를 끝내 버릴 줄은 더더욱.손재규가 리은을 도운 건 맞았지만, 리은은 그걸 입 밖에 낼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끝까지 고집스럽게 유한을 올려다볼 뿐이었다.“할 수 있으면 나 그냥 죽여봐!”그 모습을 본 선호도 적잖이 놀랐다. 급히 앞으로 나서서 말리려던 그때였다.“아무도 가까이 오지 마!”유한의 거친 고함이 터지자 선호는 그대로 멈춰 섰다.선호는 결국 내디뎠던 걸음을 다시 물릴 수밖에 없었다.유한은 이를 악문 채 리은을 내려다봤다.“손재규 변호사 맞지?”리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래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한이 싸늘하게 웃었다.“좋아. 그럼 지난번에 네가 본가에 갔을 때, 우리 할머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하나하나 제대로 말해 봐. 말하라고!”리은은 목이 조여 오는 와중에도 힘겹게 침을 삼켰다. 그래도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난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인데 할머니가 허락하신 거야. 이혼사실확인서도 손재규 변호사님이 도와준 건 맞아.”“그런데 절차는 전부 정식으로 밟았어. 네가 나중에 이혼 무효 소송을 걸어도 소용없어.”손재규는 유능한 변호사다. 서명까지 끝난 이혼협의서가 있으면, 소장 한 장으로도 이혼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판결이 이혼으로 날 가능성은 거의 확실했다.손재규가 아니었다면, 해성시에서 리은이 이혼협의서를 손에 쥐고 있어도 감히 이 사건을 맡으려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강덕순과 손재규는 그 이혼 소송 전 과정을 외부에 새지 않게 처리했다.남편이 자발적으로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라 하더라도, 법원이 이혼 판결을 내릴 때 반드시 당사자가 법정에 나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판결문과 두 사람의 신분 관련 서류, 그리고 몇 가지 필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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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도우미들에게 짐을 밖으로 내놓으라고 지시한 뒤에도 리은은 결국 핸드폰을 들어 본가로 전화를 걸었다.“할머니, 저예요. 아마 지금 할머니한테 가고 있을 거예요.”전화를 끊은 강덕순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곧 장영옥을 불러 루이를 데리고 멀지 않은 작은 농장에 다녀오라고 했다.리은도 그럴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루이가 두 사람이 다투는 장면을 보게 될까 봐 걱정이 돼서, 미리 본가에 루이를 데려가 달라고 부탁해 둔 것이었다.곁에 있던 주은미는 그 모습을 보고 호기심이 동한 듯 물었다.“엄마, 이제 곧 해도 질 텐데 영옥 아주머니보고 루이를 농장에 데리고 가라고 하시는 이유가 뭐예요?”강덕순은 주은미를 흘겨보듯 한 번 쳐다봤다.“너도 가고 싶어?”“저는 안 가요.”“안 갈 거면 있다가 조용히 있어. 괜히 입 열지 말고.”“네? 무슨 말씀이세요?”주은미는 강덕순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유한이 모습을 드러내자, 주은미도 그제야 무슨 뜻이었는지 알아차렸다.강덕순은 미리 유한이 올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주은미가 보기에도 유한의 안색은 몹시 좋지 않았다.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표정으로, 강덕순은 자신에게 다가온 유한을 바라봤다. 유한이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리은이가 너랑 이혼하는 거, 내가 허락했다.”‘뭐? 이혼?’주은미는 깜짝 놀라 당장이라도 끼어들어 묻고 싶었다. 하지만 강덕순의 경고의 눈빛을 보자, 조금 전 들었던 말을 떠올리면서 바로 입을 다물었다.“왜 그러셨습니까?”오는 내내 유한은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슬렀다. 그래도 강덕순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왜냐고?”강덕순은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잘라 말했다.“네가 지금 뭘 묻는 건데? 내가 왜 리은이한테 너랑 이혼하라고 허락했는지 묻는 거야, 아니면 리은이가 왜 너랑 이혼하려는지 묻는 거야?”유한은 주먹을 꽉 쥔 채 간신히 화를 눌렀다.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하지만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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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주은미는 속으로 은근히 기뻐하고 있었다. 강덕순이 이제야 좀 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그런데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주은미는 더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목소리를 높였다.“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덕순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내가 전에 말했지. 주씨 가문 상속권은 리은이한테 넘길 거라고. 그건 너희 둘이 이혼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이 아니야. 앞으로 너는 경영만 맡아. 상속권은 없어. 그리고 루이가 성인이 되면, 루이가 우리 주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가 되는 거다.”그 말을 들은 유한은 줄곧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크게 동요하는 기색은 없었다.오히려 주은미 쪽이 훨씬 격하게 반응했다. 주은미는 바로 목소리를 높였다.“엄마, 또 헷갈리시는 거 아니에요? 유한이랑 진리은이 이제 이혼까지 했는데, 어떻게 주씨 가문 지분을 전부 남이나 다름없는 사람한테 넘기세요?”“그리고 루이도요, 물론 루이가 주씨 가문 아이인 건 맞지만 그래도 여자애잖아요. 유한이가 아직 이렇게 젊은데, 나중에 재혼해서 주씨 가문 대를 이을 아들 낳으면 어떡하시려고요? 엄마, 제발 그런 식으로 결정하시면 안 돼요!”강덕순이 정말 그렇게 밀어붙이면, 주은미와 보미는 결국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게 되는 셈이었다.“입 다물어. 내가 어떻게 정하든, 네가 따질 일은 아니다.”주은미는 강덕순의 단호한 말에 그대로 막혀 버렸다. 결국 다급한 얼굴로 유한을 바라보며 말했다.“유한아, 너라도 뭐라고 해 봐. 너희가 이혼을 안 했으면 모를까, 지금은 정말 이혼까지 했잖아.”“그런데 어떻게 주씨 가문 모든 걸 외부 사람한테 넘겨? 네 할머니가 지금 너는 껍데기만 남겨 놓고 남 좋은 일만 시키려는 거라고. 너 뭐라도 말 좀 해!”유한은 강덕순만 바라본 채 조용히 말했다.“상속권을 리은이한테 주시는 건 저도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대 리은이하고 이혼할 생각 없습니다.”주은미는 두 눈을 크게 뜬 채, 도무지 믿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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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하지만 유한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용히 한마디 했다.“저는 허씨 집안에 사적인 욕심 없습니다.”강덕순은 유한을 가만히 바라봤다. 적어도 그 말만큼은 거짓이 아니라는 게 보였다.“그런데도 왜 그런 짓을 했지?”“저는...”유한은 말을 잇지 못했다. 쉽게 꺼낼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듯 입술만 달싹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덕순은 유한이 더 말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차린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유한아, 네가 왜 리은이랑 여기까지 오게 된 줄 아냐?”그 말에 유한은 강덕순을 바라봤다. 입으로 묻지는 않았지만, 눈빛에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기색이 분명했다.고개를 저은 강덕순이 탄식하듯 말했다.“둘 다 고집만 세고 오해가 계속 쌓였어. 무엇보다 서로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야.”강덕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결혼 생활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아니? 믿음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그 관계는 오래 못 가. 두 사람이 같은 쪽을 보고 힘을 써야 하는데, 마음이 따로 놀면 결국 부러지는 거야. 그렇게 뻔한 걸 너는 왜 아직도 모르냐?”유한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저는... 리은이를 온전히 믿을 수가 없습니다.”“그건 리은이도 마찬가지였겠지. 둘 다 끝내 한마음이 될 수 없다면, 헤어지는 게 맞다.”유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한 마디씩 짜내며 말했다.“저는 리은이 못 보냅니다. 이혼했어도, 리은이는 절대 저한테서 못 떠납니다.”강덕순은 유한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여태처럼 아무것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굴면, 너랑 리은이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어. 리은이는 너를 더 싫어하게만 될 거다.”강덕순은 한층 더 싸늘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네가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도 못 하겠으면, 더는 리은이 앞에 나타나지 마. 이건 명령이다.”유한의 뒷모습이 잠깐 굳어졌다. 하지만 곧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주은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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