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Chapter 421 - Chapter 430

483 Chapters

제421화

“네, 선생님! 저 그럴 거예요!”“그럼 우리 계속 수업할까?”“네!”오후가 되자 리은은 평소처럼 차를 몰고 루이를 데리러 갔다.리은은 오늘 루이 기분을 풀어주려고 작은 선물도 하나 준비해 두었다.그런데 리은의 눈에 들어온 건, 친구와 손을 꼭 잡은 루이가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오는 모습이었다.‘저렇게까지 신나 있다고?’루이는 리은을 보자마자 늘 그랬듯 반갑게 달려와 품에 안겼다.“엄마!”리은은 잠깐 멈칫했지만, 예전과 다름없이 밝은 루이 모습을 보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왜 그래? 오늘은 뭐가 그렇게 좋아?”루이는 리은의 다리를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올려다봤다.“엄마, 오늘 아빠가 유치원에 왔었어요.”그 말에 리은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낮춰 루이와 눈을 맞췄다.“아빠가 왔었어?”루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왔었어요. 그리고 아빠가 그 대회에 있던 수정구슬도 사다 줬어요. 엄마, 이것 좀 봐요!”루이는 아주 들뜬 얼굴로 가방 안에서 수정구슬을 꺼냈다. 혹시라도 떨어뜨릴까 조심하는 기색이 가득했다.리은은 루이 손에 들린 수정구슬을 바라보다 말없이 굳어졌다.“엄마, 이게 소원을 이뤄주는 그 수정구슬이에요. 그리고 아빠가 제 소원은 다 이루어질 거라고 했어요.”“저한테 미안하다고도 했고, 다시는 안 속이겠다고 약속도 했어요. 그래서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기로 했어요.”리은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렇다고 리은이 루이에게 유한을 미워하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자기 아빠를 밀어내라고 가르칠 수도 없었다.리은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사람이었다.루이 앞에서 유한에 대해 나쁜 말을 꺼낼 생각도 없었다.그래서 리은은 그저 루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부드럽게 웃었다.“엄마도 오늘 루이한테 선물 준비했는데, 볼래?”“무슨 선물인데요?”“일단 차부터 타.”“응!”차에 올라탄 뒤에야 루이는 선물을 확인했다.한정판 인형이었다. 루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인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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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내가 왜 못 하는데?”유한의 그 말을 들은 리은은 고개를 기울이면서 슬쩍 웃었다.비웃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웃음이었다.유한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리은은 숨을 길게 들이마신 뒤,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겨우 추슬렀다.“별뜻 없어.”유한은 깊이 가라앉은 눈으로 리은을 똑바로 응시했다.유한의 눈길은 한 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뭐가 웃긴 건지 물었잖아.”유한이 그 문제를 놓지 않자, 리은의 입꼬리가 내려갔다.“진짜로 듣고 싶어?”“그래, 어디 말해 봐.”리은은 유한의 얼굴을 바라봤다.유난히 절제되어 보이는 그 얼굴이 이제는 우스울 뿐이었다.리은은 예전의 자신이 정말 눈이 멀었었다고 생각했다.조짐은 분명히 오래전부터 있었다.그런데도 리은은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다.여자에는 관심도 없을 것처럼 보이는 차갑고 금욕적인 겉모습 아래에 전혀 다른 얼굴이 숨어 있었다.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있으면서도 유한은 리은과 연애를 했고, 리은과 잠자리를 가졌다.“난 그냥 네가 진짜 가식적이라고 느껴서.”“내가 가식적이라고?”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유한이 턱을 살짝 치켜들며 리은을 바라봤다.“그래, 어디 자세히 말해봐. 내가 뭐가 가식적인데?”리은은 이 문제를 길게 파고들고 싶지 않았다.유한이 마음속에 누구를 숨기고 있든, 누구를 사랑하든 이제 리은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리은이 이혼을 생각한 그때부터, 리은은 이미 유한에게 품었던 감정을 전부 내려놓았다.기대도 사랑도 원망도 그때 다 끝났다.“그건 중요하지 않아. 난 지금 루이 얘기하려는 거야.”“이 얘기부터 끝내. 내가 뭐가 가식적인지.”짜증이 치민 리은이 미간을 찌푸렸다.목소리에도 불쾌함이 섞였다.“겉과 속이 다르다, 마음과 말이 다르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유한은 말문이 막힌 듯 리은을 잠깐 바라봤다.그러다 이번에는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또 있어?”리은도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그래서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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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건드리지지 마!”리은은 온몸으로 유한을 밀어내려고 했다. 몸을 비틀며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이미 뒤로 물러설 틈은 없었다.유한은 그런 리은의 강한 거부를 마주한 채, 리은의 턱을 붙잡았다.깊게 가라앉은 눈빛이 리은에게 고정됐다.“내가 왜 널 못 건드려?”유한의 목소리는 조용하고 단호했다. 말끝마다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뜻이 선명했다.“내가 말했지. 너한테 손 대는 거, 너를 안는 거, 전부 당연한 일이라고.”말을 마치자 유한은 더는 리은이 반박할 틈을 주지 않았다.리은은 고개를 돌리고 밀어내 보려 했지만, 뜻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버티려 해도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유한이 정말 끝까지 밀어붙이려 한다는 걸 알아차린 리은은, 더는 참지 못하고 터뜨리듯 외쳤다.“나 이제 너 안 사랑해!”예상대로 그 한마디에 유한의 움직임이 멎었다.유한은 그대로 굳은 듯 멈춰 섰다. 짧은 정적이 방 안을 짓눌렀다.유한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놀라움과 경계심이 뒤섞인 리은의 눈과 눈길이 맞닿았다.침대를 짚고 있던 유한의 손은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날 안 사랑한다고?”“그래, 안 사랑해.”리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그래도 리은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으려는 듯 또렷하게 말했다.유한은 차갑게 웃었다.비웃음이 묻어나는 웃음이었다.“사랑?”유한은 리은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네가 나한테 그 말을 해?”리은은 미간을 찌푸렸다.뭔가 말하려 했지만, 유한은 리은이 다시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리은은 유한의 눈을 똑바로 봤다.그 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집요함과, 감춰 둔 분노, 쉽게 삼키지 못한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나한테 사랑 같은 말 하지 마.”유한의 목소리는 더욱 낮아졌다.“네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 어때. 결국 지금도 내 손 안에 있잖아.”리은은 입술을 깨물었다.도망치고 싶었지만, 그 말조차 꺼내기 버거웠다.유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었다.“진리은, 똑똑히 들어. 네가 누구를 사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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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뜬눈으로 밤을 새운 리은은 밤새도록 생각했다.리은이 원하는 건 자유였다.유한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 그것뿐이었다.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했다.처음 이 결혼을 밀어붙인 사람이 강덕순이었다면, 이혼 역시 강덕순에게서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예전의 리은은 생각이 짧았다. 너무 좁게만 보고 있었다.강덕순은 이 나이까지 숱한 일을 겪고 살아온 사람이었다.세상에 강덕순이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감당하지 못할 일도 많지 않았다.“작은 사모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이모님, 할머니 계세요?”“예, 계세요. 안에서 국악 듣고 계셨어요. 큰 사모님께서 작은 사모님 오신 거 아시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강덕순은 흔들의자에 몸을 기댄 채 국악을 듣고 있었다.가락이 익숙한지, 중간중간 나지막하게 흥얼거리기도 했다.“할머니.”리은의 목소리를 들은 강덕순은 바로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 리은을 바라보는 눈에 반가움이 번졌다.“리은아? 네가 웬일로 이렇게 올 시간도 다 있었네? 이리 와, 할머니 옆에 앉아.”리은은 강덕순 쪽으로 걸어갔다.“할머니, 뵈러 왔어요. 요즘 몸은 좀 어떠세요?”강덕순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리은의 손을 토닥였다.“에이, 나는 걱정 안 해도 돼. 이 늙은 몸뚱이 아직은 멀쩡해. 나 괜찮아.”리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시면 다행이에요.”강덕순은 한동안 리은을 가만히 바라봤다.그 시선에는 세월만큼 쌓인 눈치가 담겨 있었다.“리은아, 할머니 보러 온 거... 무슨 할 말 있어서 온 거지?”리은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그래. 무슨 말이든 해. 할머니가 듣고 있잖아.”리은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대략 3초쯤 흘렀을까?그제야 리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 이혼하고 싶어요.”강덕순은 그 말을 듣고도 크게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리은아, 생각 다 끝낸 거냐? 정말 유한이랑 이혼할 생각이야?”리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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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할머니...”“쉿. 이걸로 정하자.”강덕순은 리은의 말을 가볍게 막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상속권은 한 대에서 다음 대로 넘어가는 거야. 내가 너한테 주는 건, 결국 루이한테 가는 거나 마찬가지야.”“루이는 우리 주씨 가문의 핏줄이니까. 언젠가는 결국 루이한테 넘어갈 거고. 대신 이 할미한테 조건이 하나 있다.”리은은 고개를 들고 강덕순을 바라봤다.“어떤 조건이세요?”“만약 주씨 가문에 루이 말고 다른 핏줄이 없다면, 나중에 루이가 결혼할 사람은 우리 주씨 가문으로 들어와야 해.”“그리고 태어나는 아이도 반드시 주씨 성을 따라야 하고. 그 일을 네가 대신 지켜봐 줄 수 있겠니?”리은은 유한에게 루이 말고 다른 아이가 없을 거라고는 확신하지 못했다.어쩌면 유한은 앞으로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질지도 몰랐다.그렇게 되면 루이는 더는 주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 아니게 된다.리은은 그때가 오면 루이 몫으로 남겨 둬야 할 주식만 지킬 생각이었다.루이가 앞으로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도록, 부족한 것 없이 명문가의 아가씨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겼다.주씨 가문 상속권도 주강그룹도.리은은 한 번도 루이에게 물려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오히려 리은은 바랐다.유한에게 앞으로 다른 아이가 생기기를.그래야 이 무거운 짐을 루이가 짊어지지 않아도 될 테니까.루이는 그저 루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평범한 사람처럼 살아가면 그만이었다.“할머니, 약속드릴게요. 만약 주씨 가문에 루이 하나뿐이라면, 제가 루이가 주씨 가문을 이어 가게 할게요.”그제야 강덕순은 안도한 듯 웃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장영옥을 바라봤다.“내 방 서랍에 있는 거 가져와.”장영옥은 리은을 한번 바라보더니, 아쉬운 듯 한숨을 내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리은은 장영옥이 뭘 가지러 가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그래도 마음 한쪽에는 의문이 남았다.“할머니, 제가 올 걸... 이미 알고 계셨어요?”강덕순은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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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누구세요?”리은은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를 보고 눈을 한 번 깜빡였다.러닝셔츠에 꽃무늬 반바지를 입은 중년 남자였다.입에는 담배까지 물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손 변호사님 뵈러 왔습니다.”남자는 리은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물었다.“누가 보내서 왔어요?”“저희 할머니요. 강덕순 어르신이세요.”강덕순 어르신이라는 말을 듣자 손재규는 리은을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봤다.그러고는 뒤를 돌아 안쪽에서 돋보기를 꺼내 쓰더니 다시 리은 쪽으로 몸을 돌렸다.“혹시 유한이하고 결혼한 그 아내분인가요?”리은은 손재규가 조금 묘한 사람처럼 느껴졌다.그래도 차분히 되물었다.“네, 맞습니다. 혹시 손 변호사님이세요?”손재규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강덕순 어르신이 무슨 일로 저를 찾으라고 하셨어요?”리은은 손에 들고 있던 이혼합의서를 손재규에게 내밀었다.“이건 할머니께서 변호사님께 드리라고 하신 거예요. 할머니께서 변호사님이라면 꼭 도와주실 거라고 하셨어요.”손재규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안에 들어 있는 내용을 확인한 손재규는 다시 리은을 바라봤다.“이혼하려고요?”리은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혼하려고요. 할머니께서 변호사님이라면 조용히 이혼사실확인서까지 받아낼 방법이 있다고 하셨어요. 꼭 좀 도와주세요.”손재규는 미간을 찌푸린 채 리은을 바라봤다.“어르신... 정신줄 놓으신 거 아니에요? 이 이혼합의서... 진짜 어르신이 직접 준 거예요? 그리고 직접 저를 찾아오라고도 하셨고요?”리은도 그 이혼합의서 안의 내용이 얼마나 충격적인지 알고 있었다.물론 그건 리은의 본뜻이 아니었다.하지만 강덕순은 끝내 그걸 리은에게 쥐여 줬다.이혼을 원한다면, 그에 따라오는 조건과 강덕순이 내민 것들까지 받아들여야 했다.그건 선택이 아니라 요구에 가까웠다.리은은 핸드폰을 꺼내 본가로 전화를 걸었다.[리은이냐?]“할머니, 저예요. 손재규 변호사님 찾았어요. 혹시 직접 말씀 나누실래요?”[그래, 바꿔 봐라.]손재규는 리은에게서 핸드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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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보기만 했다고?”유한은 리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생각이 없었다.정말 얼굴만 보고 왔을 리 없었다.분명 뭔가 했을 거고, 그것도 유한 모르게 감춘 채 돌아온 게 틀림없다고 여기는 눈치였다.“가서 할머니한테 일러바친 거 없어?”리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유한의 시선이 리은의 얼굴을 천천히 훑고 아래로 내려갔다.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만으로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리은의 표정이 굳어졌다.리은은 몸을 살짝 틀면서 유한의 시선을 피했다.“볼일 끝났으면 가. 괜히 여기서 우리 팀 사람들 일 방해하지 말고.”그 말을 듣자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시선을 피했다.괜히 눈이 마주쳤다가는 같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유한은 주변 사람들을 한 번 훑어봤다.그리고 다시 리은을 깊게 바라봤다.잠시 뒤, 리은에게 가까이 다가온 유한이 나지막하게 말했다.“뒤에서 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마. 할머니가 아무리 네 편을 들어도, 넌 결국 나 못 이겨.”리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웃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이었다.“내가 너 못 이긴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뭐가 그렇게 불안해?”유한은 말없이 리은을 한 번 더 바라봤다.그러고는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유한이 완전히 자리를 뜨고 나서야 주변에 눌려 있던 공기가 한꺼번에 풀렸다.“와, 주 대표님 아우라 진짜 너무 무섭지 않아요? 거기 앉아 계시는데 무슨 저승사자 온 줄 알았어요. 숨도 크게 못 쉬겠더라니까요. 팀장님, 진짜 다행이에요. 팀장님 안 오셨으면 저 숨 막혀서 쓰러졌을지도 몰라요...”“맞아요, 맞아요. 주 대표님은 진짜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이 너무 강해요. 흑... 주강그룹 좋긴 한데, 저는 그냥 우리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요. 적어도 우리 허 대표님은 이렇게까지 사람 얼어붙게 만들진 않잖아요.”“다들, 조금만 더 버텨요! 두 달만 참으면 우리도 다시 돌아갈 수 있어요!”“...”리은은 다들 호들갑을 떠는 모습을 보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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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이혼사실확인서를 곧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리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인영에게 답장을 보냈다.[알려줘서 고마워. 이제 알았어.]얼마 지나지 않아 인영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뭐가 그렇게 잘났는데? 나 망하게 만들 생각이야? 내가 장담하는데, 어림도 없어. 넌 나 못 건드려. 결국 쫓겨나는 건 너야.]리은은 그 문자를 한 번 훑어본 뒤 바로 시선을 거뒀다.더는 인영과 실랑이할 생각이 없었다.마음 한구석에 확실한 버팀목이 생긴 탓인지, 리은의 표정은 어제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유한을 마주해도 전처럼 날카롭게 굴지 않았다.노골적인 거부감도, 거센 반발도 한층 옅어졌다.차라리 지나치게 차분하다고 해야 맞았다.유한은 그 점이 오히려 이상했다.거실 바닥에 깔린 두툼한 러그 위에서 리은은 루이와 나란히 앉아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유한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어젯밤, 리은은 분명 유한을 극도로 밀어냈다.그런데도 지금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평온했다.게다가 한밤중에 몰래 일어나 약까지 챙겨 먹었다.그 장면을 떠올린 유한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유한은 몸을 돌려 마당으로 나갔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뒤, 핸드폰을 들어 본가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누구 찾으세요?]“저예요, 이모님.”[유한 도련님이세요?]“어제 리은이 본가에 다녀갔어요?”[작은 사모님이 오시긴 하셨어요. 큰 사모님이랑 잠깐 같이 계시다가 가셨어요.]“할머니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세요?”[별말은 없었어요. 그냥 집안 얘기 조금 나누신 것 같던데요. 왜 그러세요?]잠시 말이 없던 유한이 조용히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끊을게요.”전화를 끊은 뒤, 유한은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희뿌연 연기가 천천히 흩어졌다.그때 익숙한 벨소리가 다시 울렸다.유한은 화면에 뜬 번호를 보고 본능처럼 끊으려고 했다.하지만 잠시 멈칫한 뒤, 생각을 바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유한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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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리은은 유한이 또다시 같은 식으로 밀어붙이려 한다는 걸 알아차리자, 표정부터 확연하게 굳어졌다.온몸으로 거부감이 드러났다.리은은 이를 악문 채 있는 힘껏 버텼다.“그만해. 난 싫어.”유한은 리은의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았다.도리어 나지막하게 되물었다.“싫어서 어떻게 해. 루이 소원은 누가 들어주는데?”리은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쏘아붙였다.“난 그런 약속한 적 없어. 못 해. 놔.”유한은 리은을 내려다보며 비웃듯 말했다.“정말 못 해? 어젯밤만 봐도 꼭 그렇진 않던데.”“입 다물어!”리은은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에 그대로 유한을 노려봤다.리은도 사람이었다.사람인 이상 감정도 있었고, 몸의 반응도 있었다.리은은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다.여자로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생리적인 반응이 없을 리 없었다.자신이 원해서 먼저 다가가지 않거나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쓸 수는 있어도, 일방적으로 휘말린 상황이라 해도 아무 반응도 없을 수는 없었다.리은은 죽은 사람이 아니다. 좋아하거나 괴로워하는 것조차 그 상황에서 리은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이런 일은 늘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쪽이 흐름을 쥐기 마련이니까.유한은 리은의 턱을 붙잡아 자기 쪽으로 돌렸다.리은은 끝내 밀어내지 못했다. 도망치듯 고개를 돌릴 힘도, 말을 이어 갈 힘도 점점 흐려졌다.유한이 이끄는 대로 정신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리은의 머릿속에는 마지막 남은 이성 한 줄기가 버티고 있었다.‘한 달.’‘길어도 한 달이면 돼.’‘이 한 달만 버티면 끝나.’리은은 속으로 거듭 되뇌었다.‘몇 번 더 겪는다고 달라질 건 없어.’‘많고 적고의 차이일 뿐이야.’‘유난 떨지 마. 흔들리지 마.’리은은 스스로를 다독였다.남녀 사이의 욕망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먹고 사는 욕구처럼 그것 역시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본능이라고 리은은 생각했다.리은 역시 욕구가 전혀 없는 사람은 아니다. 이혼한 뒤에는 재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심한 삶을 달래 줄 가벼운 연애쯤은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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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뭐라고요?”선호도 속으로는 같은 생각이었다.유한은 지금 리은이 가장 싫어하는 지점을 골라서, 스스로 지뢰밭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선호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뒷머리를 문질렀다.“대표님께서... 사모님도 같이 공항에 나가셨으면 한다고 하셨습니다.”리은은 거의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되물었다.“누구 마중을 나가라고?”선호는 차마 크게 말하지 못했다.목소리가 모기 소리만큼 작아졌다.“허씨 집안 분들입니다.”리은은 차갑게 웃었다.“지금 저한테 농담하는 거죠?”선호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려고 했지만, 전혀 웃을 수가 없었다.선호 역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똑같은 반응이었다.애초에 유한에게 약을 먹인 사람은 인영이었다.그런데 몇 년째 리은이 그 오명을 뒤집어썼다.사람들은 뒤에서 리은을 두고 수단 방법 안 가리는 사람이라고, 음흉하고 계산적인 여자라고 손가락질했다.리은이 그 억울함을 얼마나 오래 참아 왔는지 선호도 알고 있었다.게다가 유한은 어렵게 인사 정리를 다시 하면서, 허명그룹과의 협업도 끊었다.그래서 선호는 정말 끝까지 몰아붙일 줄 알았다.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오히려 큰돈을 들여 회사를 통째로 사들였다.그 일련의 흐름은 선호 입장에서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마지막에 허 회장 일가를 밖으로 내보낸 건, 적어도 겉으로는 이상할 게 없었다.그런데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와 다시 들어오게 한다는 건지.심지어 직접 공항까지 나가 맞이하고 사는 곳까지 챙겨주겠다고 하니, 선호로서는 정말 유한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리은은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한 글자씩 또렷하게 말했다.“가서 죽으라고 전해주세요.”선호는 그 이상 아무 말도 못 했다.그저 답답한 마음만 안고 돌아섰다.유한 앞에 선 선호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리은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대표님, 사모님께서... 가서 죽으라고 하십니다.”유한은 조금도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싸늘하게 한마디 했다.“죽어도 내 아내랑 같이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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