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눈으로 밤을 새운 리은은 밤새도록 생각했다.리은이 원하는 건 자유였다.유한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 그것뿐이었다.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했다.처음 이 결혼을 밀어붙인 사람이 강덕순이었다면, 이혼 역시 강덕순에게서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예전의 리은은 생각이 짧았다. 너무 좁게만 보고 있었다.강덕순은 이 나이까지 숱한 일을 겪고 살아온 사람이었다.세상에 강덕순이 받아들이지 못할 일도, 감당하지 못할 일도 많지 않았다.“작은 사모님, 어쩐 일로 오셨어요?”“이모님, 할머니 계세요?”“예, 계세요. 안에서 국악 듣고 계셨어요. 큰 사모님께서 작은 사모님 오신 거 아시면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강덕순은 흔들의자에 몸을 기댄 채 국악을 듣고 있었다.가락이 익숙한지, 중간중간 나지막하게 흥얼거리기도 했다.“할머니.”리은의 목소리를 들은 강덕순은 바로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 리은을 바라보는 눈에 반가움이 번졌다.“리은아? 네가 웬일로 이렇게 올 시간도 다 있었네? 이리 와, 할머니 옆에 앉아.”리은은 강덕순 쪽으로 걸어갔다.“할머니, 뵈러 왔어요. 요즘 몸은 좀 어떠세요?”강덕순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리은의 손을 토닥였다.“에이, 나는 걱정 안 해도 돼. 이 늙은 몸뚱이 아직은 멀쩡해. 나 괜찮아.”리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시면 다행이에요.”강덕순은 한동안 리은을 가만히 바라봤다.그 시선에는 세월만큼 쌓인 눈치가 담겨 있었다.“리은아, 할머니 보러 온 거... 무슨 할 말 있어서 온 거지?”리은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그래. 무슨 말이든 해. 할머니가 듣고 있잖아.”리은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대략 3초쯤 흘렀을까?그제야 리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할머니, 저 이혼하고 싶어요.”강덕순은 그 말을 듣고도 크게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리은아, 생각 다 끝낸 거냐? 정말 유한이랑 이혼할 생각이야?”리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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