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301 - Chapter 308

308 Chapters

제301화

등 딱 굳은 강시원은 볼에 열기가 올라, 마음속에 마치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살살 떨고 있는 듯했다.먹물처럼 깊은 눈빛으로 강시원을 바라보고 있던 배기훈은 그녀 입술에 댔던 손가락을 천천히 아래로 내리며 무심코 그녀 입가에 묻은 딸기즙을 닦아냈다.남자의 손끝에 얇고 거친 굳은살이 느껴지며 담배 쓴맛이 실타래처럼 코끝에 스며들었다.‘담배를 피우나?’강시원은 배기훈의 미묘한 이상함을 예민하게 눈치챘다.입원했을 때, 배기훈은 사흘, 나흘 정도 나타나지 않았을 뿐 거의 매일 강시원을 보러 오며 밥을 가져다주었다. 성수연보다 더 자주 만났을 정도였다.이 남자에게서는 언제나 애프터셰이브의 상쾌한 향과 날카로운 우디 향만 났다. 늘 우아하고 깔끔하며 힘이 넘치는 모습에 이 남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줄 알았다.“걱정 마요. 갔으니까.”배기훈은 강시원 귓가에 입을 대고 말한 뒤, 그녀를 만졌던 손을 슬랙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강시원은 순간 손끝에서 전류가 흐르는 듯했다. 바로 그때 딱 소리와 함께 바둑돌이 판에 올려졌다.“시원 씨가 질 것 같은데요?”배기훈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 돌을 집어 여러 번 돌렸다.“다울이가 정말 대단해요. 다섯 살 아이인데 바둑 실력이 이렇게 뛰어나다니, 정말 놀라워요.”강시원은 배기훈을 쳐다볼 용기가 없어 긴 속눈썹을 내려뜨렸다.그러자 남자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니까 애라고 봐주면 안 돼요. 얕보다가 지니까.”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그 말을 똑똑히 들을 강시원은 눈이 살짝 휘둥그레졌다.“기훈 씨,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바둑 둘 줄 아는 거?”잠시 멈칫한 배기훈은 비웃듯 말했다.“바둑 둘 줄 몰랐다면 다울이랑 대결해서 5분 만에 지고 말았을 거니까요.”강시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실력이 딸려서 진 거예요. 다울이가 정말 대단해요.”배다울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빠를 칭찬했다.“아빠한테 배운 거예요! 내가 잘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잘해요!”강시원은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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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고마워요.”유재윤은 운전하여 강시원을 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늦은 시간이라 거리가 많이 한적해졌다. 조용한 차 안, 평소 그렇게나 말이 많던 유재윤은 이날따라 유독 조용했다.“오늘, 서정혁에게 정확히 말했어. 그런데도 서정혁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소송까지 갈 수밖에...”강시원은 오늘 밤 서정혁이 자신을 바라보던 초조하고 붉은 눈동자가 떠올라 왠지 모르게 목이 조여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만약 소송까지 가면 서씨 가문의 체면만 구겨지는 게 아니라 필사적으로 지키려던 임지민도 여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거야. 그렇게 되면 서정혁도 이혼할 수밖에 없게 될 거고.”유재윤은 말없이 배기훈 지갑 속 사진이 떠올랐다. 어딘가 통통한 그 꼬마가 왠지 익숙하게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 어디선가 본 것 같았다.“선배? 괜찮아?”강시원의 부름에 유재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웃었다.“괜찮아. 로펌 일 생각하고 있었어.”사무실 이야기가 나오자 유재윤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시원아, 아까 내부 스파이를 낚을 방법이 있다고 했잖아, 무슨 방법이야?”강시원의 동그란 눈에 영리한 빛이 번뜩였다.“범행한 놈도 아마 첫 범행일 거야. 현장에 다녀왔으면 반드시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지.”유재윤은 가슴이 답답했다.“네가 사고당하기 전에 내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느라 사무실에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설령 흔적이 남아 있더라도 그놈이 말끔히 지워버렸을 거야.”“선배, 내 말은 스파이가 누군지 분석하는 게 아니라 요 이틀 내로 기회를 잡아 이 소문을 퍼뜨리라는 거야.”강시원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살살 문지르며 말했다.“판을 크게 벌이고 소란을 크게 피울수록 스파이가 심리적 압박을 느낄 거야. 도둑은 자기 흔적을 다시 지우기 위해 분명 현장으로 돌아올 거니까.”유재윤은 순식간에 안개가 걷힌 듯 머리가 맑아졌다.“시원아, 너 정말 똑똑하다! 네 어머니의 높은 지능을 그대로 물려받았구나!”“고마워.”강시원은 겸손하게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난 우리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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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서정혁은 눈살을 찌푸렸다.“방 안에 누가 있는 거야? 대체 무슨 일이야?”“저, 작은 도련님입니다...”가정부 중 한 명이 온몸을 떨며 대답했다.“며칠 전 연안 빌리지 전체를 대청소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별장 내부를 전반적으로 정리했거든요. 작은 도련님이 임지민 씨에게서 선물 받은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다고 하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방 안에서 뒤지고 있어요.”말이 끝나자마자 다시 쾅 하는 소리가 울렸다.‘이게 물건 찾는 모습이라고?’모르는 사람이 보면 집을 허무는 줄 알 것이다.서정혁은 짜증이 난 듯 숨을 한 번 쉰 뒤 성큼성큼 침실로 들어갔다.“어머, 작은 도련님! 이거 다 값비싼 물건들인데 부수시면 안 돼요!”이 집사가 옆에서 애원하며 말렸다.“이런 엉망인 것들! 상관없어요! 그냥 지민 이모가 준 자동차만 있으면 돼요!”서도훈은 마치 꼬마 산적처럼 화를 내며 서랍을 마구 뒤졌다.“오늘 밤 이모가 준 생일 선물 찾지 못하면 다들 잘릴 줄 알아요!”가장 아래에 놓인 큰 상자를 집어 열어 살펴보다가 자동차가 없다는 걸 발견하고는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상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땅에 던졌다.와장창!상자 안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땅에 널브러지며 마침 서정혁 발밑에 떨어졌다.“도련님, 돌아오셨군요.”이 집사는 구세주를 보듯 서정혁을 바라보았다.“아, 아빠...”말썽을 부리던 서도훈은 온몸이 굳어버린 듯 행동을 멈췄지만 이내 다시 당당한 듯 허리를 폈다.지민 이모가 준 생일 선물을 찾는 거니까, 지민 이모와 관련된 일이면 아빠가 분명 평소처럼 너그럽게 봐주고 화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서정혁은 봉황 같은 큰 눈을 내리깔고 발밑을 내려다보았다.재질이 좋은 넥타이, 정교한 커프스단추, 넥타이핀, 독특한 문양의 시계... 하나하나가 실타래처럼 눈앞에 길게 늘어졌다.그중 나무로 만든 기계식 액자가 서정혁의 시선을 사로잡았다.허리를 굽혀 집어 든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액자 안에는 서도훈이 백일 때, 서정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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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심지경도 단톡방에서 끼어들었다.[맞아, 친동생한테까지 무슨 질투를 해? 여자들이란 정말 질투에 눈이 멀었다니까? 정혁아, 강시원 데리고 오지 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와서 분위기만 망칠 뿐이니까!]사람의 심장을 찌르는 따갑고 거친 말들이 서정혁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그 순간 서정혁은 눈에 핏발이 선 채 소리쳤다.“서도훈, 이리 와!”“아빠...”서도훈은 느릿느릿 남자 앞으로 다가왔다.“땅에 있는 거, 전부 다 치워.”서정혁은 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났다.“그리고 바로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과해.”“집에 가정부도 많은데 왜 내가 치워야 해? 나는 서정 그룹 후계자잖아.”억울한 표정을 지은 서도훈은 거만하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리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엄마한테 사과해야 해? 안 해!”서정혁이 소리쳤다.“네가 깨뜨린 건, 네 엄마가 나한테 준 선물이야. 서씨 가문 사당에 가서 무릎 꿇고 싶어?”이 집사는 어리둥절해했다.‘도련님, 성격이 바뀐 건가? 전에는 사모님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는데...’“안 해.”서도훈은 강시원만큼이나 고집이 셌다.“아빠도 엄마가 준 거 신경 안 쓰잖아! 안 그러면 왜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쌓아뒀는데? 내가 꺼내지 않았으면 엄마가 이런 것들 줬다는 것도 몰랐잖아?”서정혁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서도훈!”이 집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더니, 녀석이 정말 숨통을 틀어막는 말만 골라 했다.서도훈이 고개를 홱 돌렸다.“아빠나 사과해. 나는 잘못한 거 없으니까 사과 안 할 거야. 그리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이때 가정부 한 명이 붉은 자동차 장난감을 들고 서둘러 달려왔다.“작은 도련님, 자동차 장난감 찾았어요!”“와! 대박! 줘요!”환호성을 지른 서도훈은 강시원이 서정혁에게 준 넥타이 위를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갔다.머리가 윙 해진 서정혁은 뒤돌아 가정부 손에 있는 장난감을 낚아챈 뒤 서도훈 앞에서 땅에 세차게 내던졌다. 그러자 장난감이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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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강시원이 스파이 잡는 방법을 알려주자, 유재윤은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사흘 뒤, 명환 법률사무소.저녁,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고나은은 컴퓨터에 연결된 카톡으로 임지민에게 연락했다.[지민아, 요즘 어떻게 지내? 연락이 뜸하네?]한참 뒤에야 임지민이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며칠 전의 따뜻한 어조와는 사뭇 달랐다.[그럭저럭. 연구팀 일이 너무 바빠.][지난번 내가 네 일 처리해 줬잖아? 서 대표님한테 도움 좀 됐어?][응.]고나은은 속으로 기뻐하며 키보드를 힘껏 두드렸다.[정말 다행이다! 그럼 내 이력서 보내줄 테니, 시간 날 때 서 대표님한테 보여줄래? 내 경력, 꽤 화려하거든. 지금은 이혼 소송을 주로 하지만 예전에는 경제 사건 변호도 했고 재판 결과도 좋았어. 다 기록으로 남아 있으니까 경력들 찾을 수 있을 거야. 나... 서정 그룹 법무팀에 들어가면 우리 서로 도우며 윈윈할 수 있을 거야. 만약 서 대표님이 그 재수 없는 여자랑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내가 있는 힘껏 도와서 강시원이라는 여자가 재산 한 푼도 못 받고 나가게 할게. 서 대표님하고 완전히 인연 끊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한참이 지나도 임지민은 답장을 하지 않았다.고나은이 다시 물어보려는 찰나, 사무소 내부 공지 화면에 알림창이 떴다.[10분 후, 모든 직원은 5층 회의실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긴급 상황이므로 전원 참석 필수! 확인 후 회신 바랍니다.]사무실 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아 짜증 나! 퇴근까지 10분밖에 안 남았는데, 이러면 제시간에 못 가잖아!”“내 인생은 아이스아메리카노보다 쓰다!”“생각을 바꿔봐. 키 188센티미터에 얼굴 천재, 산소 같은 남자 유 대표님 볼 수 있으니 야근하는 보람이 있다고 말이야!”“혹시 오늘 좋은 일 있는 걸까? 오후에 유 대표님 봤는데 표정이 안 좋던데? 사무실에서 황시민한테 뭔가 계속 지시하던데. 유 대표님 그렇게 화낸 모습은 처음 봐!”고나은은 태연하게 메이크업을 고치는 척하면서 귀를 세우고 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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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황시민은 얼굴이 굳어버렸다.“뭔데요...?”“글쎄. AI 한번 검색해 봐.”말을 마친 뒤 유재윤은 강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선배?”전화기 너머로 상대방의 맑은 목소리에 가슴이 설렌 유재윤은 부드럽게 물었다.“시원아, 쉬고 있어?”“지금 저녁 먹고 있는 중이야. 선배, 회의 끝났어?”강시원의 말투를 보니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듯했다.“방금 끝났어.”그녀의 마음을 알아챈 유재윤은 살짝 한숨을 쉬며 먼저 말했다.“하지만 누가 스파이인지 전혀 알 수가 없네.”강시원은 피해자였지만 태도는 아주 여유로웠다.“괜찮아. 압박만 주면 돼. 나머지는 하늘에서 충신과 간신을 가려주실 거니까.”...퇴근 후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간 고나은은 밥맛이 하나도 없어 방 안만 왔다 갔다 하며 계속 시계만 쳐다봤다.그렇게 해가 지고 깊은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검은색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야구 모자를 쓴 뒤 택시를 타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경비 할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것을 보고는 하늘까지 자기를 돕는 줄 알았다. 그렇게 속으로 기뻐하며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몰래 들어가 카드로 문을 연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제일 꼭대기에 있는 유재윤 사무실로 올라갔다.한 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익숙한 법, 많이 익숙해진 고나은은 이번에 머리까지 좀 쓴 듯 가죽 장갑을 끼고 범행했다.정말 점점 직업 도둑이 되어가는 모습이었다.고나은은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사무실 문을 열었다.지금 당장 안에 들어가 자신의 모든 지문을 닦아내는 데 급급했을 뿐, 사무실이 도난당했는데도 왜 문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먼저 능숙하게 CCTV를 가린 뒤 살금살금 금고 앞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금고 전체를 번쩍번쩍하게 닦았다.모든 걸 끝마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막 철수하려던 찰나, 머리 위에서 딱 하는 소리가 울렸다.그 순간, 캄캄했던 사무실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몰래 움직이던 고나은이 현장에서 붙잡힌 것이다.“움직이지 마!”경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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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저 어릴 때부터 나무 타는 거 좋아했어요. 정말 빨리 올라가는데, 본 적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못 할 거라고 단정하죠?”강시원은 손을 들어 조금 전 풍선으로 맞은, 아프지도 않은 이마를 만졌다. 평소 성숙한 강시원답지 않게 아이 같은 어조로 말하며 자기 손가락만 꼬집었다.“사람 얕보는 거예요? 그럼 오늘 실력 한 번 보여줄까요?”진짜로 나무에 오르려는 자세를 취하자 눈이 휘둥그레진 배기훈은 급히 큰 손으로 그녀 어깨를 잡고 다섯 손가락으로 꽉 움켜쥐었다.“알아요. 몸 상태도 안 좋은데 함부로 움직이지 마요.”낮고 쉰 목소리가 강시원 귓가를 맴돌았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말투였다.배기훈을 빤히 쳐다본 강시원은 눈에 의문이 스쳤다.착각인지 몰라도, 배기훈이 자신을 이상하게 잘 아는 것 같았다.‘혹시 예전에 알고 지낸 사이였을까?’그럴 리가 없었다.강부안이 살아있을 때도 워낙 엄격하게 가르쳤기에 유재윤 외에는 다른 이성 친구가 없었다.인생에 남자라곤 유재윤을 제외하면 서정혁밖에 없었다.그녀의 순수함, 얌전함, 진심 어린 마음 모두 그 냉혹한 서정혁 눈에는 그저 재미없고 평범하며 시시한 것에 불과했다.하지만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됐다.어떤 남자가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를 안 좋아하겠는가? 자신은 그냥 그 사람 마음에 안 드는 타입일 뿐이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누구에게도 아첨하지 않기로 했다.소녀에게 풍선을 돌려준 뒤 배기훈은 강시원과 함께 병실로 돌아왔다.문을 들어서자마자 유재윤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선배? 왔네?”강시원은 눈웃음을 지으며 웃었다.“시원아!”유재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시원을 보고 기뻐하던 눈빛이 강시원 뒤에 서 있는 크고 잘생긴 남자를 보자 살짝 굳었다.“유 변호사님, 안녕하세요.”배기훈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인사했다.“배 대표님, 안녕하세요.”유재윤이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강시원은 두 남자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선배, 오기 전에 미리 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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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강시원이 자기 때문에 연루된 것 같은 깊은 죄책감에 유재윤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사실 나도 뒤에서 누가 시킨 사람 있냐고 물어봤어. 어젯밤 경찰도 밤새 이 질문을 했고. 하지만 고나은이 입을 꽉 다물고 있어. 다른 사람과 전혀 상관없다고 우기면서 말이야. 자기가 절도한 게 아니라 그냥 자료를 좀 찾으려고 했다고 부인하고 있어. 하지만 증거가 확실하니까 부인해도 소용없어. 최소한 변호사 자격증은 절대 지킬 수 없을 거야. 국내 법조계에서 완전히 매장될 거고.”머리가 좋은 강시원은 재빨리 방법을 제시했다.“고나은의 휴대폰, 컴퓨터, 이메일, 확인해 봤어? 채팅 기록, 통화 기록, 누구랑 자주 연락하는지 보면 단서가 나올 수도 있어.”배기훈이 강시원을 깊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재윤은 이상하게도 잘 맞는 두 사람을 보자 가슴이 시렸다.어릴 때부터 강시원을 알았고 그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기라고 생각했지만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배기훈은 사람 마음을 잘 꿰뚫어 보는 걸까, 아니면 진짜 시원이와 진짜 서로 영혼이 통하는 걸까?’하지만 서정혁이라는 개 같은 남자를 겪은 뒤로 유재윤은 권력과 돈 있는 남자에게 전혀 좋은 감정이 없었다. 배기훈이 강시원 목숨을 구해 줬지만 사랑과는 별개 문제였다.‘배기훈이 진짜 좋은 남자일 수 있을까? 진짜로 의외의 존재일 수 있을까?’“유 대표님.”문밖에서 황시민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와.”황시민이 엄숙한 표정으로 서둘러 문을 열고 들어왔다.“경찰 측에서 고나은의 최근 통화 기록을 전부 확인했습니다.”바로 달려가 서류를 낚아챈 유재윤은 빠른 속도로 훑어보면서 하나하나 꼼꼼히 확인했다.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선배, 왜 그래? 뭐라도 있어?”강시원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입을 꽉 다문 유재윤은 서류를 구기며 말했다.“고나은 통화 기록에 한 사람이 무려 스무 번 이상 나와.”강시원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누구인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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