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야, 미안해.”전화기 너머로 죄책감 가득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박영주에 대한 한없는 부드러움이 그대로 전해졌다.“원래 계획은 완벽했어. 강시원 그년 분명 죽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에 그년 뒤에 배기훈이 서 있는 거 있지? 그 남자 꽤 힘이 있는 사람이야. 어느 면에서도 서정혁에 뒤지지 않아.”박영주는 원한 가득한 얼굴로 이를 갈다.“서정혁이 강시원을 사랑하지도 않고 질릴 정도로 싫어하니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계획에 빈틈이 하나 있었구나!”남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영주야, 아직 기회는 있어. 지금은 일단 두 사람이 이혼한 다음 지민이를 서씨 가문에 시집보내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해.”“그래, 일단은 그럴 수밖에!”“영주야...”남자가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임성호가 너와 지민이에게 잘해줘?”“나한테 어떻게 하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지민한테는 정말 잘해줘. 의식주는 재벌가 딸에 뒤지지 않아. 강시원은 꿈에서도 상상 못 할 정도야.”박영주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감으며 몹시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그러면 다행이네.”남자가 잠시 멈칫하더니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영주야, 요즘 기회 되면 지민이 한번 보게 해줄 수 없을까?”“안 돼, 지금은 절대 안 돼!”그러자 남자가 간청했다.“그냥 멀리서만 볼게, 한 번, 딱 한 번 보기만 하면 돼... 방해하지 않을게.”박영주는 여전히 거절하며 짜증 섞인 듯 대답했다.“나중에 시간 날 때 다시 얘기해!”...추운 밤, 검은 세단 승용차가 임씨 가문 저택 정원에 세워져 있었다. 큰 기럭지를 자랑하는 서정혁이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야윈 얼굴을 스쳤지만 찬 바람 속에서 손으로 불꽃을 가리고 담배에 불을 붙여 깊게 들이마셨다.평소 담배를 잘 피우지 않지만 마음이 복잡할 때는 계속 피웠다.“오빠!”임지민은 새하얀 원피스에 고급 베이지 캐시미 숄을 어깨에 두르고 나왔다. 서정혁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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