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291 - Chapter 300

308 Chapters

제291화

임지민은 온몸이 떨렸지만 발에 못이라도 박힌 듯 돌처럼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지민아, 너는 나 서정혁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이야. 네가 갖고 싶어 하는 거 내가 최선을 다해 줄 수 있어.”서정혁은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 탓인지 가슴이 답답한 듯 기침을 몇 번 했다.“하지만 이 비녀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 돌아가서 생각해 보니 아내 외의 다른 여자에게 주는 건 아닌 것 같아. 전에는 내가 너무 급했어. 사과할게. 그래서... 그 비녀를 돌려줬으면 좋겠어.”임지민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부르르 떨리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사실 몸은 아프지 않았지만 이러다 정말 서정혁 때문에 병이 날 것 같았다.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다.“오빠... 하, 하지만 이건 오빠가 준 선물이라 정말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는데...”“미안해.”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임지민의 머리에 꽂힌 비녀를 쳐다본 서정혁은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강시원이 머리를 묶는 모습이 떠올랐다.“나중에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말만 해. 아무리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라고 해도 다 사줄게. 하지만 그 비녀는 돌려줬으면 좋겠어.”차가운 서정혁의 말투는 마치 두 사람이 아무 관계도 없는 남남인 것 같았다. 예전의 다정함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오빠, 그럼 이거 누구한테 줄 거야...? 언니한테?”눈에 핏발이 선 임지민은 어금니를 깨물고 ‘언니’라는 두 글자를 내뱉었다.“응.”서정혁은 당연한 일인 것처럼 태연한 표정이었다.“할머니가 그러는데 옛날에 비녀는 부부 사이에서만 주는 물건이라고 하더라고. 너한테 줄 때는 몰라서 그런 실수를 한 것 같아. 이제 알았으니 그 비녀 가져다가 정말로 줘야 할 사람한테 줘야지.”‘정말 줘야 할 사람... 강시원? 그럼 나는? 오빠를 위해 이렇게 많이 희생한 나는 오빠 눈에 대체 뭔데?’임지민이 자리에 굳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정혁은 더 이상 말하기 귀찮아 바로 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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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그런데 배다울이 작은 몸으로 유재윤 앞을 막아서더니 또렷한 눈빛으로 유재윤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독재적인 중소규모 사장님처럼 말했다.“아저씨, 이모 상처 아직 안 나았으니까 편히 쉬게 해주세요. 괜히 상처를 건드리면 안 돼요.”순간 표정이 굳어진 유재윤은 미안한 듯 손을 거두었다.“귀띔해 줘서 고마워. 내가 너무 성급했네.”하지만 눈앞의 녀석이 무슨 속셈으로 이런 말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황근우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작은 도련님! 나이스 캐치! 역시! 자기 아빠 여친은 아들이 지키는 거죠!’“선배, 나 이제 많이 나았어. 며칠만 더 있으면 퇴원할 수 있어.”강시원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런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배 대표님이 초대해서 왔어.”유재윤은 감사함 가득한 눈빛으로 배기훈을 언급했다.“네가 납치당하고 입원한 일, 배 대표님이 모두 얘기해 줬어. 내가 네 걱정 많이 하는 거 알고 나한테 연락해 주신 것 같아. 같이 저녁 식사 하자고.”강시원은 마음이 살짝 떨렸다.배기훈은 유재윤이 강시원에게 아주 소중한 사람인 걸 알고 일부러 불러서 만나게까지 해준 것이다.‘이 남자, 왜 이렇게 섬세할까? 이렇게까지 꼼꼼히 생각해 주다니.’솔직히 지금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도 없었다면... 그래서 5,6년 전에 배기훈을 먼저 알았더라면... 정말로 이 남자에게 마음이 끌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환영합니다.”이때 안정적인 발걸음 소리가 두 사람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고개를 들어 눈앞의 배기훈을 바라본 강시원은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배기훈은 하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튼튼한 근육 라인이 잘 자리잡혀 있는 탄탄한 팔뚝과 반대로 날렵한 허리에는 검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날카로운 아우라와 가정적인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상상을 자극하는 야릇한 분위기가 풍겼다.만약 성수연이 여기 있었다면 틀림없이 신이 나서 귓속말로 한마디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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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알고 있어요.”한편 식탁 위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워낙 장난기 많은 성격인 유재윤이 끊임없이 강시원과 황근우를 웃게 만들었다.배기훈은 그들이 모르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 어두운 곳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전화기를 통해 서정혁도 은방울 굴리는 것 같은 강시원의 웃음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다.결혼한 지 5년, 서정혁은 강시원이 이렇게 밝고 자유분방하게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늘 그저 소리를 들었지만 강시원이 이렇게 웃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숨이 턱 막힌 서정혁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손등의 핏줄까지 툭 튀어나왔다.‘배기훈 곁에 있으면 이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거야? 강시원, 줄곧 나만 사랑한다며? 그렇게 말했던 여자가 지금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썸을 타? 사람 마음이 이렇게 쉽게 변할 수도 있는 거야?’어렸을 때부터 원하는 건 모두 손에 넣었던 서정혁인지라 사업장에서도 한 번도 지는 법이 없었다.자기 것이었던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는 건 더더욱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늘 자기만 바라봤던 그 마음이 배기훈 같은 음흉한 놈에게 옮겨가는 것도 참을 수 없었다.반드시 강시원을 다시 서씨 가문으로 돌아오게 할 것이며 자기 아내로 서도훈의 엄마로 있게 할 것이다.“서 대표님, 무슨 일이신가요?”배기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서정혁은 심하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시원이가 그쪽에 있나요?”“네, 시원이 지금 우리 집에서 지금 저녁 식사 중입니다.”배기훈의 말투는 태연하면서도 나른했다.“서 대표님, 전할 말이라도 있으신가요?”‘시원이? 언제부터 이렇게 친근하게 부른 거지?’마치 그들 셋이 한 가족이고 자기는 그들의 따뜻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불청객처럼 느껴졌다.서정혁은 배기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도발이라고 느꼈다.“지금 바로 갈 테니 강시원더러 밖으로 나오라고 해요. 할 말이 있으니까.”터져 나올 듯한 분노를 억지로 참고 있는 서정혁은 목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 잔뜩 쉬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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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배씨 가문 별장.오늘 정말로 배불리 먹은 강시원은 나른한 듯 몸을 뒤로 기댄 뒤 두 손을 배 위에 포개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입은 옷이 널럴해서 다행이지, 않았으면 배가 불룩 나와서 열 끼는 굶은 사람처럼 보였을 거야. 창피할 뻔했네.’하지만 한 가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배기훈 씨 요리 솜씨 정말 대단하네! 그야말로 미슐랭 셰프 요리사들보다 한 수 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 얼굴도 잘생겼는데 요리까지 이렇게 완벽하다니, 신이 가끔은 참 불공평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시원아, 오늘 저녁 먹고 삼사 킬로는 찔 것 같은데?”강시원과 친한 유재윤은 턱을 괴고 농담을 던졌다.“배 좀 봐. 쌍둥이 임신했다고 하지 않을까?”강시원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을 지경이었다. 워낙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 이렇게 놀리니 얼굴이 순식간에 분홍빛으로 물들었다.“기훈 씨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참지 못하고 그냥...”“이모, 우리 아빠가 만든 음식 좋아요?”배다울은 두 손으로 동그란 얼굴을 괴고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시원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응, 좋아.”그 말에 신이 난 배다울은 손발을 흔들며 큰 소리로 외쳤다.“아빠! 이모가 아빠 좋아한대!”강시원은 얼굴에 잘 익은 복숭아처럼 확 붉어졌다.“배다울, 너 문장 줄이는 건 참 잘하는구나.”배기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귀를 막았다.“그리고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마. 네 아빠 아직 귀도 밝고 눈도 밝으니까. 벙어리도 아니고.”붉어진 강시원의 뺨을 한참 바라보던 유재윤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식탁 아래에 놓인 손은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수줍어하는 강시원의 반응에서 첫사랑처럼 설레는 기색을 조금 느꼈다.서정혁과 이혼하기로 결심한 뒤로 강시원이 겉보기엔 별다른 감정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가끔 눈빛 속에 이 세상에 더 이상 희망 따위 없는 듯한 쓸쓸함과 침울함이 드러나는 걸 느낄 수 있었다.지난 5년 동안 서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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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강시원은 살짝 어리둥절해했다. 배기훈과 유재윤이 전에 서로 모르는 사이로 아무런 교류도 없었는데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싶었다.생각을 정리한 유재윤이 입꼬리를 올렸다.“대표님, 하고 싶은 발 그냥 편하게 말씀하세요.”“오성 카지노에서 오대호를 붙잡은 뒤 바로 경찰에 넘기지 않고 사적으로 심문을 진행했습니다.”찻잔을 내려놓은 배기훈은 손가락으로 잔 테두리를 반복해서 문질렀다.“왜 갑자기 강시원 씨에게 복수하려는 마음이 생겼냐고 물었더니 뒤에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고 하더군요.”유재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사주요? 굿이라고 하라고 했대요?”“콜록콜록...”차를 마시던 강시원은 차가 목에 걸려 입을 가리고 끊임없이 기침을 했다.‘역시 선배답네, 상상력 하나는 끝내준단 말이야. 사주와 굿이 무슨 상관이라고? 단어도 다르고 뜻도 완전히 다른데?’그러나 농담할 마음이 전혀 없는 배기훈은 잘생긴 얼굴이 말하는 내내 냉랭했다.“체격은 마른 편이고 키는 좀 컸다고 합니다. 하얀 큰 마스크와 굵은 검은 테 안경을 쓴, 직업이 의사로 의심되는 남자가 직접 오성에 찾아가 오대호에게 뭔가 한 가지 물건을 건네준 것 같아요.”말하며 황근우를 불렀다.황근우는 곧 서류 한 부를 가져와 유재윤 앞에 내려놓았다.[명환 법률사무소.]네 글자를 본 순간 유재윤은 동공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눈빛이 흔들렸다.“이건 우리 로펌 의뢰인 자료입니다. 업계 기밀이라 평소 사무실 금고에 넣어두는 거고요! 어떻게 이걸 가지고 계신 거죠?”강시원도 깜짝 놀랐다. 일이 생각보다 훨씬 기이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이건 오대호 휴대폰에서 찾은 복사본입니다. 원본은 아직 로펌 금고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복숭아꽃 같은 배기훈의 예쁜 눈이 갑자기 어둡고 깊어졌다.“그 마스크 쓴 남자가 오대호를 찾아가 이걸 보여주며 증거로 삼았습니다. 오대호의 아내 양서연이 감옥에 간 이유, 오대호가 공금 횡령한 것이 들통난 이유, 서정혁이 오대호를 해임하고 이 바닥에 매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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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여자 직감인지 모르지만 머릿속에 문득 고나은 얼굴이 떠올랐다.비록 한 번 잠깐 마주쳤을 뿐이지만 강시원은 고나은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고나은이 유재윤을 좋아한다는 것도 느꼈다.사실 어릴 적 씩씩하고 매일 웃기만 하는 철부지 강시원은 남의 눈치 따위 전혀 보지 않았다. 이렇게 상황을 살피고 눈치 보는 재주는 임성호가 박영주 모녀를 데리고 온 뒤, 하루하루 연마한 것이다.강시원은 빨간 입술을 살짝 떼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증거가 없는데 함부로 의심할 순 없었다. 부처처럼 모든 걸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냥 좀 더 신중히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다.만약 고나은이 한 짓이라고 말하면 유재윤이 분명 돌아가 추궁할 것이다. 그러면 고나은이 오히려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조급해진 유재윤은 목청이 터질세라 큰 소리로 말했다.“배 대표님, 방금 의심된다고 하신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모든 문서는 제 금고에 잠가 놨고 게다가 내 사무실도 비밀번호 잠금락이 걸려 있어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데 대체 누가 이 모든 걸 뚫고 문서를 훔칠 수 있겠어요?”“사무실이 스물네 시간 잠겨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누군가 열려 있는 틈을 노렸겠죠.”배기훈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태연한 모습이었지만 있는 그대로라서 더 매력적이었다.“게다가 요즘 계속 마약 사건에 휘말려 경찰에서 자주 소환했잖아요. 정신이 없어서 사무소 일은 거의 신경 쓰지도 않았고요. 제 생각엔 내부에 있는 스파이가 그 기회를 틈탄 것 같아요.”의자에 앉아 있던 유재윤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그리고 그 금고도 말이에요. 실수로 비밀번호가 새어 나갔을 수도 있잖아요. 사무실에 누군가 몰래 CCTV를 설치해서 금고 비밀번호를 봤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방법이야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강시원은 놀란 듯 배기훈을 빤히 쳐다보았다.“기훈 씨,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요? 혹시... 이런 짓 예전에 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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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먼저 문을 열고 뛰쳐나간 유재윤은 난폭한 기색으로 서정혁 앞으로 다가갔다.“서정혁, 너! 시원이 찾아올 체면이 있긴 해?”유재윤은 남자의 어두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네 그 얼굴, 정말 얼굴값 좀 하지 그래? 아니면 방탄조끼로 쓰는 건 어때? 낯짝이 너무 두꺼워서 총알도 못 뚫을 것 같은데.”그 소리에 서정혁은 깊고 뜨거운 눈빛으로 분노로 들끓는 유재윤의 얼굴을 바라봤다.“그쪽이 왜 여기 있어?”유재윤은 일부러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지었다.“배 대표한테 초대받아 왔어. 왜, 질투나?”그 말에 서정혁은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배기훈이 자기 아내를 이 집으로 데려온 데다 강시원에게 딴마음을 품고 있는 유재윤까지 불렀기 때문이다.‘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내 아내에게 마음 있는 놈들 다 모아놓고 뭐 맞고라도 치려는 건가?’분노가 극에 달은 서정혁은 오히려 웃음이 났다.“그쪽한테 질투를 왜 하겠어? 유부녀에게 딴마음 품은 그 문란한 관계를 질투할까, 아니면 남의 집 아내가 다른 남자 만나는 거 옆에서 지켜보는 그 모습을 질투할까?”거실에는 남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기운이 감돌았다.하지만 유재윤은 눈썹을 치켜들며 상관없다는 듯이 말했다.“퉤, 완벽할 필요는 없어. 너, 서정혁보다만 나으면 그만이지. 자기 아내가 위험한 걸 보고도 외면하고 다른 여자와 공식 석상에서 애정 공세를 부리는 것보다는 낫지. 네 추한 꼴을 이렇게 낱낱이 까밝혀 줘야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거야, 뭐야?”이 자리에서 죽을지언정 서정혁 같은 인간과의 말싸움에 질 수는 없었다.눈에 핏발이 선 서정혁은 손에서 뚝뚝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 달려가 유재윤을 바닥에 눌러 죽도로 패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러울 뿐이었다.그리고 유재윤을 가해자로 고소한 뒤 절대로 합의해 주지 않을 것이다.“선배.”하얀색의 얇은 패딩을 입은 강시원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선배 먼저 차에서 기다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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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전에는 내가 실수했어. 이거 너한테 줄게.”남자는 잔뜩 어두워진 강시원의 눈빛에 조금이라도 동요가 생기길 기대하며 창백한 강시원의 얼굴을 깊이 바라봤다.지난 5년 동안, 결혼기념일이든 생일이든 서정혁은 강시원에게 단 한 번도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 그저 신용카드 한 장을 주며 갖고 싶은 물건을 마음껏 사라고 했다.워낙 재벌 집 아들로 태어난 탓에 성격이 거만해서, 여자를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법이 없었다. 심지경처럼 화려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중간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비녀는 결국 마땅히 가져야 할 사람에게 돌아온 것이다. 명예와 이에 연연하지 않는 임지민도 정말 마음에 들어 했지만 워낙 별 볼 일 없는 집안에서 태어난 강시원이라 이런 좋은 물건을 본 적이 없으니 분명 마음이 움직일 거로 생각한 것이다.강시원은 마치 더러운 물건을 보듯 손바닥 위에 놓인 비녀를 차갑게 바라봤다.그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단호함과 잔인함이 섞인 표정으로 손을 높이 들었다가 힘껏 내리쳤다.딱!고막을 찌르는 소리와 함께 비취 비녀가 두 동강이 났다.400억짜리 보물이 땅에 떨어지며 한 푼어치도 안 되는 쓰레기가 된 것이다.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 없이 하얗게 질린 서정혁은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강시원! 지금 뭐 하는 거야!”“나야말로 묻고 싶어!”서정혁의 손을 힘껏 뿌리친 강시원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웃었다.“서정혁, 나를 모욕하고 싶으면 다른 방법을 써. 왜 하필 가장 역겨운 이런 치사한 방법을 쓰는데!”그 자리에 얼어붙은 서정혁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당신 눈에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돼? 다른 사람이 쓰다 버린 중고품이나 받아야 하는 거야? 하긴, 사람 모욕하는 데 당신 따라갈 사람이 어디 있겠어.”말하는 동안 강시원 얼굴에 걸렸던 씁쓸한 미소마저 점점 사라졌다.이 순간 정말 통곡하며 울고 싶었다.다만 서정혁에게 배신당한 것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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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서정혁은 순간 예리한 칼로 심장이 찔리는 듯했다.‘내가 헤어질 거라는 말도 안 했는데, 네가 뭔데 함부로 헤어지겠다 말겠다야?’“강시원, 너 나랑 완전히 인연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눈동자에 핏발이 선 남자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우리 사이에 도훈이도 있어. 네가 나랑 이혼한다고 해도, 서도훈의 엄마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핏줄은 영원히 끊어질 수 없어.”한때 온 마음과 정성이 아들에게만 쏠렸던 강시원이었지만 지금은 메마른 우물처럼 서도훈을 언급해도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핏줄은 끊을 수 없어도 모자의 정은 끊을 수 있겠지.”강시원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도훈이가 내 생일을 잊었지만 임지민에게 생일 축하해 주고 직접 만든 팔찌를 선물하며 볼에 뽀뽀해 줄 때, 내 마음속에서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었어.”얼굴이 잔뜩 굳은 서정혁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강시원의 말에 서정혁도 그제야 생각이 났다. 올해 서정혁과 서도훈 부자는 연안 빌리지에서 임지민 생일을 함께 축하해 줬다. 서도훈은 임지민에게 직접 만든 팔찌를 선물했고 서정혁은 케이크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2억 원짜리 루비 목걸이도 선물했다.매년 임지민의 생일을 챙겨 주고 심지경과 업계 친구 몇 명을 불러 파티도 했다. 다만 올해는 임지민이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서 서도훈과 함께 간단하게 축하해 줬을 뿐이었다.강시원의 차가운 눈빛을 깊이 응시한 서정혁은, 가슴이 뾰족한 바늘에 찔린 듯 아팠다.아들과 함께 임지민 생일을 챙기는 그 모습을 강시원이 봤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시원, 별거 아닌 걸로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마음을 가라앉힌 서정혁은 모든 걸 아들 탓으로 돌렸다.“도훈이는 그저 다섯 살 아기일 뿐이야. 그 애 눈에 지민이는 그냥 좋아하는 친척 이모일 뿐이고. 작은 선물 챙겨 주는 건 예의일 뿐이야. 그런데 왜 애한테까지 시비 걸고 그래? 엄마이면서 자기 아들도 감싸주지 못하는 거야?”‘내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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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서정혁이라는 법적 배우자 앞에서도 말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듯했다.“배기훈...”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진 서정혁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시원 씨, 들어가서 다울이랑 놀아주세요.”배기훈은 고개를 숙인 뒤 두 손으로 강시원의 어깨를 잡아 세워 주며 말했다.“딸기 좋아하나 봐요. 식후에 딸기를 제일 많이 드시던데.”강시원은 살짝 놀랐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그저 한 끼 식사였을 뿐이었지만 배기훈은 그녀의 입맛까지 파악해 버렸다.서정혁과는 수년간 부부로 살았지만 그는 강시원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아주머니에게 딸기 더 많이 준비하라고 했으니까 다울이랑 같이 드세요.”배기훈은 눈웃음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는 것처럼...강시원은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서정혁이 여기에 떡 버티고 있으면 강시원도 어디를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배기훈 집 안으로 들어가 이 개 같은 남자를 피하는 게 나았다.배기훈에게서 안정감을 느낀 강시원은 뒤돌아 별장으로 돌아갔다.초겨울 밤, 안 그래도 날씨가 쌀쌀한데 두 남자의 긴장한 대치에 분위기가 더욱 살벌해졌다.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배기훈은 넘을 수 없는 우뚝 솟은 산처럼 서정혁 앞을 막아섰다. 일부러 서정혁이 강시원이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배기훈 씨, 본인이 나한테서 오히려 강시원 빼앗으려 하는 거 알아요?”폭발 직전의 서정혁은 가슴까지 부풀어 올랐다.“아, 글쎼요? 잘 모르겠는데 서 대표는 그쪽으로 생각하시나 보군요.”심드렁하게 고개를 돌린 배기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서 대표님 속이 좁아 원한을 안 갚으면 안 되는 성격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정곡이 찔려서 본인 자존심을 건드려서 꿈틀거리는 거라고 해야 할까요?”서정혁은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어금니를 깨물었다.“여기서 말싸움 따위 하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말싸움으로 이겨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하지만 누가 뭐래도 강시원이 내 아내라는 사실은 바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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