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에서: บทที่ 21 - บทที่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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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이하나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늘 그랬다. 다정하게 말을 걸고, 일찍 자라며 다정하게 일렀고, 다정하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내렸다.두 사람은 한 번도 크게 다툰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될까? 싸우지 않는다고 좋은 결혼이란 뜻은 아니었다.강지연은 더는 온하준과의 온갖 장면을 되짚고 싶지 않았다. 떠올릴 때마다 머리에 조여 오는 고통만 생겼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는 편이 나았다.그녀는 곧장 일어나 씻고, 노트북과 휴대폰을 객실로 옮긴 뒤 유학 신청과 관련 글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요즘 알고리즘은 정말 대단했다. 어젯밤 막 공연을 봤을 뿐인데, 오늘 피드에는 어젯밤 무용극에 관한 글이 여럿 뜨고 있었다.그 글들에서야 비로소 남주 이름이 장시범이라는 걸 알았다.‘예전에 과에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곧이어 그녀는 장시범 본인의 글까지 보게 됐다.사진의 장면이 눈에 익었다. 그녀에게 꽃을 내밀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가슴이 철렁했다.‘혹시 자신까지 찍힌 건 아닐까?’서둘러 눌러 보니 다행히 사진은 한 장뿐이었고, 각도도 장시범의 정면만 담겨 있어 그녀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하지만 글의 문장이 다시 한번 그녀를 놀라게 했다.[그녀가 내 공연을 보러 왔다.][사라진 줄 알았고,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다. 한순간 스쳐본 그 얼굴, 그녀는 객석에 앉아 내 춤을 보았다. 늦었지만 고맙다. 당신이 없었다면, 어쩌면 오늘의 나는 무대에 서지 못했을지 모른다.]강지연은 혼란스러웠다.자신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그에게 그런 감사의 말을 들을 만큼 그녀가 한 일이 있었던가? ‘당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다’니, 너무 무거운 말 아닌가. 자신이 그렇게 중요한 무슨 일을 했던가?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고개를 갸웃하던 참에 조민서의 전화가 걸려 왔다. 오늘 밤 연회에 오라는 초대였다.“나랑 남편 둘이 여는 작은 연회야. 친한 친구 몇 명만 불렀어. 나 내일 진경시로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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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말한 사람은 장시범이었다.막 연회장 화장실에서 나온 듯한 그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온하준과 이하나를 바라봤다.두 사람의 낯빛이 분명 달라졌다. 특히 온하준은 대학교 때부터 학생회 리더로 재능 넘치고 기세등등하던 사람이라, 이런 난처함을 겪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당황은 한순간이었다. 그는 곧 침착해졌고, 품위 있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그래서 지난 5년 동안 제 아내는 거의 밖에 안 나갔고, 재활을 꾸준히 해 왔습니다. 이제 조금 효과가 보이긴 하지만 아직 민감해서 남의 시선을 걱정하죠. 오늘 연회에 오게 설득하는 데 진짜 애먹었어요. 오 대표님이 초대한 분들은 다 매너 있는 손님들이라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여러 번 말했거든요.”말은 참 그럴싸했다. 장시범이 더 묻기만 해도 곧바로 ‘매너 없는 사람’이 되고, 이하나를 모욕하는 꼴이라는 뜻이니까.‘온하준, 너도 이게 모욕이란 걸 알았구나? 그럼 네 그 친구들이 나를 모욕할 때는 뭐 했는데? 김도윤이 내 걸음걸이를 흉내 낼 때는 또 뭘 하고 있었고? 사람의 이중잣대, 정말 여기까지 올 수 있구나...’장시범은 빙긋 웃었다.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온하준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무용수의 인사는, 인정하건대 참 우아했다.“죄송합니다, 온 대표님. 모욕하려던 건 아니고요. 정말 여쭙고 싶어서요. 제 친구도 다쳤고, 역시 5년이 지났는데 사모님만큼 운이 좋지 않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어요. 그 친구는 무용수라 다리를 다친 건 삶의 절반을 꺾는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도울 수만 있다면 돕고 싶어요. 혹시 좋은 주치의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그러자 조민서도 거들었다.“맞아요. 오해하지 마세요. 역경에서 다시 일어선 사람에게 우리는 경외심뿐이에요. 그런 사모님이라면 더더욱 고개가 숙여지죠. 마침 시범이가 한 말이 제 마음에도 와닿았어요. 우리도 그런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를 위해 명의를 찾아주고 싶네요.”“아, 그게...” 기지 빠른 온하준조차 이 순간에는 의사 이름을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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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온하준과 이하나의 얼굴빛은 정말 볼만했다.강지연은 사실 내내 두려웠다.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절름거림을 드러낼까 봐, 남들의 수군거림이 발목을 잡을까 봐.그래도 스스로에게 다짐했듯 계속 그림자 속에만 웅크린 겁먹은 생쥐처럼 살 수는 없었다. 하물며 지금 이 순간 온하준과 이하나의 표정을 보고 있는데 물러설 이유가 더는 없었다.“지연아!”조민서는 진심으로 가슴이 아파서 직접 다가와 강지연의 손을 끼고 섰다. 몸도 마음도 기대설 버팀목이 생겼다.그런데 가장 가까워야 할 남편은 정작 이때 이하나의 손을 꽉 붙들고 그녀가 휘청이지 않도록 받쳐 주고 있었다...자리의 손님들은 모두 오정훈과 조민서의 지인들이라 예의가 갖춰져 있었다. 누구도 대놓고 강지연의 다리를 흘겨보지 않았다. 그래도 강지연이 절뚝이는 건 지워지지 않는 사실이었다.장시범이 강지연 곁으로 다가왔다. 조민서와 좌우로 서서 마치 그녀를 호위하듯 자리를 잡았다.“이분이 제 선배님입니다. 선생님과 제가 모실 의사를 찾고 있어요.”장시범이 미소 지었다.“온 대표님, 혹시 제 선배가 어떻게 다쳤는지 궁금하신가요?”온하준은 굳은 미소와 태도를 유지했다.“그건 이분의 사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 필요까지는 없겠죠. 아마도 이분도 남들이 상처를 들춰보는 걸 원치 않으실 겁니다.”시선은 강지연에게로 향했다. 함부로 입 열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졌다.강지연은 못 본 척했다. 장시범이 말을 이었다.“아닙니다. 모두가 알게 되면 제 선배님을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믿어요.”그의 시선이 의도하든 말든 온하준의 얼굴을 스쳤다.“선배님은 사람을 구하려다 다쳤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났다. 강지연을 향한 눈빛이 한결 뜨거워졌다.“5년 전, 제 선배님은 사람을 구하려다 차에 치였습니다. 큰 부상을 입었고, 특히 다리가 가장 심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무대에는 다시 설 수 없게 됐죠.”조민서는 강지연의 손을 더 꽉 잡았다. 힘도 감정도 함께 실렸다.“한때, 넌 내 제자 중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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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조민서가 몸을 숙여 화면을 들여다봤다. 자신도 무용수라고 말하던 젊은 여자 손님도 바싹 다가와 함께 살폈다.강지연은 장시범이 왜 자기 결혼식 영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결혼식은 공개도, 성대한 규모도 아니었고, 그녀 자신도 어떤 SNS에도 올린 적이 없었다.그런데도 그것은 분명히 그녀의 결혼식 영상이었다. 화면 속 그녀는 그렇게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정말로 그를 사랑했고, 정말로 그와 평생을 함께 잘 걸어가고 싶었다.다만 너무 오래 지나버린 것 같다... 밝게 웃던 자신을 잊고 살 만큼 오래...다시 보니 온하준의 결혼식 표정은 놀랄 만큼 절망에 가까웠다. 마치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이 종결로 들어서는 것처럼...‘온하준, 너 왜 그랬니?’모두의 시선이 온하준과 이하나에게로 쏠렸다.영상이 눈앞에 있는데 더는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이하나는 이미 눈물범벅이었다.그때 온하준은 묘하게 책임지는 태도를 보였다. 반사적으로 이하나를 등 뒤로 감싸며 말했다.“오 대표님, 조 선생님, 여러 손님 여러분. 죄송합니다. 제 문제이고 제 잘못입니다. 오 대표님과 조 선생님께 용서를 구할 자격도 없죠.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연회 분위기를 망쳐서 송구합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강지연을 바라봤다.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강지연의 가슴은 이상하리만큼 아려 왔다.알고 보니 그는 바깥에서는 사람을 이렇게도 지켜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편을 들어 줄 땐 이런 모양이구나...’조민서는 성정이 곧았다. 모래 한 톨도 눈에 못 담는 성미라 곧장 받았다.“온하준 씨, 착각하셨어요. 우리는 당신과 친하지 않아요. 우리한테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이 사과해야 할 사람은 당신 아내예요.”온하준의 시선은 애초부터 강지연에게 박혀 있었다.“지연아. 가자. 같이 집에 가.”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강지연은 씁쓸해 웃음이 났다.‘그래서? 두 사람을 함께 데리고 나가겠다는 뜻인가?’강지연은 고개를 저었다. 싫어. 난 조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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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이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고 억울한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맺혔다. 온하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며 밖으로 나갔다.조민서는 오정훈을 흘겨보더니, 마치 오늘 이 소동을 그가 불러들인 것처럼 한 번 째려보고는 강지연에게 물었다.“이 프로젝트,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우린 네 말 들을게!”“저는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선생님. 선생님과 오 대표님의 결정에 저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셔도 돼요.”강지연이 조민서를 향해 살짝 윙크했다.“제가 어떤 사람인지 선생님이 더 잘 알잖아요.”조민서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래, 그러면 됐어! 우리가 한참이나 그 깊은 사랑 공연을 구경한 건, 주로 너를 생각해서야. 쥐 잡으려다 옥병 깨질까 봐. 네가 그렇게 말하니 이젠 마음이 놓인다.”다른 이들은 강지연과 온하준을 잘 몰라 끼어들기 어려웠는데, 조민서의 말에 분위기가 풀어졌다.“자, 우리 파티 계속하자.”조민서가 웃으며 사람들을 불렀다.그날 저녁, 강지연은 조민서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두 친절했고 연락처도 주고받았다. 특히 같은 무용 전공의 여자애는 따뜻하고 활기가 넘쳤는데, 사람처럼 이름도 햇살 같았다. 이름은 ‘윤해정’이었다.돌아갈 때는 장시범이 배웅했고, 집 아래까지 모시겠다고 고집했다.집 앞 오동나무 아래에서 장시범이 약간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선배님.”“네?”강지연이 미소 지었다.“아,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장시범은 고개를 숙였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말했다.“죄송합니다. 오늘 선배님 동의도 안 받은 채 사생활을 드러내 버렸어요. 많이 무례했죠.”그때 그는 정말 분개했었다. 강지연을 위해서 말이다.강지연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게 무례라니. 진짜 무례한 사람들은 한 번도 그걸 무례라 여기지 않았다.“괜찮아요. 어차피 때가 되면 드러날 일이에요.”온하준과의 이별도 언젠가는 드러날 것이다.그제야 장시범의 눈에 다시 빛이 살아났다.“선배님은 작은 제비라고 했었죠 꼭 다시 날아오르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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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응.”강지연은 더 설명할 마음이 없었다.온하준이 한 걸음 다가왔다. 갑자기 너무 가까워졌다. 지친 얼굴에 잔주름까지 또렷이 보일 만큼 말이다.서른이 막 될까 말까 한 나이, 그런데 이미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비치고 있었다.“강지연.”그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옅은 향수가 그의 몸에서 스며 나왔다.“지난 몇 년,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어?”말을 뱉는 동안, 찡그린 미간과 눈 밑의 피곤이 모조리 새어 나왔다.강지연은 낮게 숨을 내쉬었다.그래. 그가 할 수 있는 한 잘해 주려 했다는 걸 인정한다. 먹을 것, 입을 것, 살 집, 돈. 그녀의 할머니와 가족까지 아낌없이, 말없이...‘하지만 온하준, 그런 호의 대신 차라리 그때 돈 한 번 쥐여 주고 이 절룩이는 다리를 매정하게 사 버렸다면... 그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곘어.’“내가 너한테 잘못한 데가 없다면, 넌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어?”온하준의 눈가가 붉어졌다.“어떻게 남하고 손잡고 나를 이렇게 몰아붙여? 내 거면 네 거고, 내 일은 네 일이잖아. 내 돈이 네 돈 아니야? 우리 부부 한 몸 아니야?”‘이럴 때가 되어서야 부부 한 몸이 떠오르나. 평소에는 늘 자기 친구들이랑 이하나 편에 서서 외인이던 게 나였으면서.’“온하준.”강지연이 길게 숨을 들이켰다.“이제야 우리가 부부라는 게 생각났어?”온하준의 눈빛이 잠깐 멈칫했고 더 깊은 피로가 밀려 올랐다.“넌 아직도 하나 일로 따지는 거야? 걔는 날 도우려고 한 거야. 오 대표는 부부 사이좋은 파트너를 중시한다는 걸 아니까 그날 오후에는 굳이 설명 안 한 거고. 근데 그게 뭘 바꿔? 내가 네 남편인 게 달라져? 혼인신고, 구청 시스템에 난 영원히 네 남편이야!”“그럴 필요 없어.”강지연이 담담히 받았다.“뭐가 필요 없다는 거야?”그가 미간을 더 좁혔다. 그녀 말의 뜻을 잡지 못했다.“굳이 나를 도와줄 필요도, 굳이 사랑하는 척 가장할 필요도 없어. 우리 그냥...”“입 닥쳐.”온하준이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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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강지연의 마음은 늘 온하준에게 이끌려 움직였다.그래서 그의 식사를 챙기고, 집을 정갈히 청소하고, 늦게 들어와도 집에만 오면 포근히 쉴 수 있게 했다. 그렇게 그의 쉼터가 되어 주고 싶었다.하지만 그에게는 그런 쉼터가 굳이 필요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원해서 걱정받고 싶은 사람에게 맡기면 되지 않는가.샤워를 하고 유학 정보나 더 찾아보다 잠들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체로 원치 않는 걸 정확히 들이밀어 주는 게 요즘 알고리즘의 특기였다.앱을 열자마자 이하나의 게시물이 홈 화면을 점령했다.몇 분 전에 올린 오늘 밤 일을 다룬 글이었다.사진 한 장, 온하준이 이하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그는 늘 한 그루 큰 나무였다. 마음은 높고 자존은 단단했다. 어떤 폭풍에도 곧게 서는 사람. 그런 그가 오늘은 나를 위해 억울함을 감수했다. 고마워, 나를 위해 온 세상과 맞서줘서. 설령 1000명의 사람이 너를 탓해도, 내 마음속의 너는 언제나 산처럼 웅장해.]강지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관심 없음’을 눌렀다. 다음에는 제발 보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다행히 그녀는 단 한 번도 온하준 마음속에서의 서열을 이하나와 겨뤄 본 적이 없다. 그랬다면 매번 처참히 패배했을 테니까.사업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람인 그가, 이하나가 조금이라도 억울해질까 싶으면 주저 없이 협업 프로젝트를 스스로 접을 수 있었다. 그것도 호쾌하게, 마치 ‘세상 전체를 상대로 해도 너는 내가 지킨다’는 포즈로.이하나의 말이 맞았다. 산처럼 웅장한 기세였다.그는 오늘 밤 안 돌아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잠든 뒤 돌아왔다.게다가 그녀가 객실에서 자면, 굳이 방해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어차피 그의 입장에서는 오늘 그녀가 큰일을 망친 셈이고, 책임을 그녀에게 돌리고 싶다면 그럴 수도 있었으니까.하지만 또 틀렸다.그가 문손잡이를 돌렸다.그녀가 안에서 잠근 터라 당연히 열리지 않자 두드리기 시작했다.대답이 없자 노크가 거칠어졌다.“강지연, 내 집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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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온하준이 미치면 어떤 모습일지, 강지연은 정말 몰랐다.그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그는 산중의 저무는 안개, 숲속의 푸른 대나무 같은 사람이었다. 옅고 멀고 언제나 베일 한 겹을 사이에 둔 채 선명히 보이지도, 닿을 수도 없었다.결혼하고 나서도 여전했다.그런데 지금 그의 모습은 분명히 반항적인 광기에 가까웠다.강지연은 단추가 튕겨 나간 셔츠와 젖혀진 천 사이로 드러난 매끈한 근육을 보고서야 겁이 확 올라왔다.“온하준, 뭐 하려는 거야?”그녀는 이불을 꽉 끌어안았다.“내가 뭘 하겠어?”그의 눈에 드물게 사나움이 번졌다.“넌 내 아내고, 내 돈 먹고 내 것 쓰면서 남이랑 한패가 되어 날 엿 먹였지. 그럼 내가 뭘 할 것 같아?”“아니야...”애초에 해명할 필요조차 없다고 여겼지만, 그의 기세로 보아 이 일을 핑계 삼아 정말로 미친 짓을 할 기세였다.온하준이 갑자기 허리띠를 풀자, 강지연은 이불을 감은 채 침대 반대편으로 내려가려 했다.그러나 그는 곧장 덮쳐와 이불째로 그녀를 휘감아 끌어왔다.“온하준, 이거 놓아!”그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곧 그녀의 이불이 거칠게 벗겨졌고, 그의 손이 그녀의 잠옷을 잡아당겼다.지난번 그가 취해서 광기를 부리던 장면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녀는 두 손으로 가슴팍을 붙잡고 팔로 그의 몸을 밀어냈지만, 그의 발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풀린 허리띠의 버클이 그녀의 옆구리를 찍어 아팠고, 붙잡고 있던 손도 그에게 억지로 떼였다. 그녀는 다급히 소리쳤다.“온하준! 그만해! 내가 누군지 제대로 봐!”소용은 없었다.찌잇!잠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온하준!”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그의 머리를 세게 후려쳤다.온하준은 그녀의 손까지 움켜쥐어 머리 위로 찍어 눌렀다. 내려다보는 그의 새까만 동공에 불꽃이 튀었다.“소리쳐서 뭐 하게? 내가 그동안 너한테 너무 잘해 준 거지? 너무 풀어 줬지? 그래서 이렇게까지 까불 용기가 난 거야?”‘좋아. 적어도 제정신은 남아 있네.’“그 대단한 배려, 전부 이하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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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강지연은 허탈감이 극에 달했다. 이제 정말 온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는 원하지도 않았다.“온하준, 너 왜 그렇게 집착해? 꼭 내가 이 집에서 네 아내 자리 지켜야 해? 난 영원한 약속 같은 거 필요 없어. 제발 이하나가 내 자리 좀 위협하게 놔둬, 응?”온하준은 걸음을 멈추고 비웃음만 흘리더니, 그녀가 투정 부린다고 여긴 듯 아무 말 없이 안방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방금 일을 겪은 강지연도 온몸이 땀범벅이라 다시 샤워를 하고 티셔츠로 갈아입은 뒤 누웠다.밤에는 큰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려 오히려 수면을 돕는 백색소음 같았다. 기온도 훅 떨어졌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자연스레 눈을 떴을 때 벌써 아홉 시였다. 온하준은 아직 거실에서 진경숙과 얘기 중이었고, 회사에 가지 않았다. 일중독인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당부를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갔고, 그제야 강지연이 일어났다.아침을 먹는데 진경숙이 와서 말을 전했다.“사모님, 대표님이 볼일 보고 바로 들어오신대요. 들어오면 같이 친정 가서 부모님 뵙자고 조금만 기다리시래요.”강지연은 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내가 언제 가겠다고 했지? 가고 싶지 않은데...’그렇다고 진경숙에게 성을 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무고했다.숟가락을 탁 놓고 그만 먹으려는데, 진경숙이 망설이다가 다시 불렀다.“사모님...”“또 무슨 말씀 전하셨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수다쟁이래요?”“그게 아니고요... 제가 드릴 말씀이 좀... 선을 넘는 건지...”“말씀하세요.”“사모님, 괘씸하게 듣지 마세요. 제가 겪어 보니, 그... 부부 사이는... 음... 잠자리가 그래도 중요해요. 대표님이 먼저 마음 여셨으니, 사모님도... 에구, 혹시... 아이 가지시면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요...”경계 없는 말이었다.하지만 진경숙은 5년을 그녀의 곁에서 성심껏 돌봤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걸 알기에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고마워요, 아주머니. 그런데 나랑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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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네가 직접 뜯어!”강지연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고개를 홱 돌리더니, 등을 벽에 기대고 손에 쥔 봉투를 꼭 눌렀다.온하준은 그녀를 보는 눈에 금세 체념이 스쳤다.“요즘 성질이 눈에 띄게 늘었네.”그래도 더는 다그치지 않았고, 그녀의 뒤에 뭐라도 숨겨 두었다고 의심하지도 않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결국 택배는 진경숙이 뜯었고, 강지연은 성적표를 잽싸게 숨겨 놓고 객실로 돌아갔다.“강지연, 준비하고 나와.”온하준이 밖에서 그녀를 불렀다.“온하준!”그녀가 몸을 돌며 말했다.“너는 나 좀 존중해 줄 수 없어? 뭐만 하면 다 통보하듯이, 그때그때 갑자기 말하는 거 그만해 줄래?”그는 객실 문 앞까지 와서 말했다.“오늘도 갑작스러운 통보에 속할까? 오늘은 네 아버지 생일이야.”“...”“아니면 나 혼자만 갈까?”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계속 물었다.“잠깐만, 나 옷 갈아입을게.”그녀가 문을 닫았다.그런데 뜻밖에도, 온하준이 손을 뻗어 문을 막더니 눈빛이 깊어지며 의심을 담아 물었다.“굳이 문까지 닫아야 해? 그날 춤추던 그놈 때문이야?”“진짜 황당하네!”강지연은 힘껏 문을 닫아 버렸다.결혼한 5년 동안, 옷 갈아입으면서 문을 안 닫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애초에 이런 습관을 시작한 것도 그였다.마치 그녀와 결혼했다고 해서 자기 순결이라도 잃기라도 할까 봐, 그녀의 앞에서는 항상 꽁꽁 싸매고 다녔다.‘잠옷 단추마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끝까지 다 채우면서, 이제 와서 갑자기 그럴 필요 없다는 듯이 나온다고? 그러니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는 거지!’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온하준은 소파에 앉아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가자.”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돈봉투를 보았다.한눈에 봐도 온하준이 그녀의 아버지에게 주려고 준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두툼하게 포개져 있어서 아무리 적게 잡아도 몇백만 원은 되어 보였다.매년 그녀의 집 식구들 생일은 늘 이런 식이었다.돈을 주는 사람은 기꺼워하고, 받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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