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연은 허탈감이 극에 달했다. 이제 정말 온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는 원하지도 않았다.“온하준, 너 왜 그렇게 집착해? 꼭 내가 이 집에서 네 아내 자리 지켜야 해? 난 영원한 약속 같은 거 필요 없어. 제발 이하나가 내 자리 좀 위협하게 놔둬, 응?”온하준은 걸음을 멈추고 비웃음만 흘리더니, 그녀가 투정 부린다고 여긴 듯 아무 말 없이 안방 욕실로 들어가 씻었다.방금 일을 겪은 강지연도 온몸이 땀범벅이라 다시 샤워를 하고 티셔츠로 갈아입은 뒤 누웠다.밤에는 큰비가 내렸다. 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려 오히려 수면을 돕는 백색소음 같았다. 기온도 훅 떨어졌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자연스레 눈을 떴을 때 벌써 아홉 시였다. 온하준은 아직 거실에서 진경숙과 얘기 중이었고, 회사에 가지 않았다. 일중독인 그답지 않은 모습이었다.당부를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갔고, 그제야 강지연이 일어났다.아침을 먹는데 진경숙이 와서 말을 전했다.“사모님, 대표님이 볼일 보고 바로 들어오신대요. 들어오면 같이 친정 가서 부모님 뵙자고 조금만 기다리시래요.”강지연은 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내가 언제 가겠다고 했지? 가고 싶지 않은데...’그렇다고 진경숙에게 성을 낼 수는 없었다. 그녀는 무고했다.숟가락을 탁 놓고 그만 먹으려는데, 진경숙이 망설이다가 다시 불렀다.“사모님...”“또 무슨 말씀 전하셨어요?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수다쟁이래요?”“그게 아니고요... 제가 드릴 말씀이 좀... 선을 넘는 건지...”“말씀하세요.”“사모님, 괘씸하게 듣지 마세요. 제가 겪어 보니, 그... 부부 사이는... 음... 잠자리가 그래도 중요해요. 대표님이 먼저 마음 여셨으니, 사모님도... 에구, 혹시... 아이 가지시면 많이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요...”경계 없는 말이었다.하지만 진경숙은 5년을 그녀의 곁에서 성심껏 돌봤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걸 알기에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고마워요, 아주머니. 그런데 나랑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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