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던 순간은 결국 찾아왔다.강지연은 이런 상황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숨이 막혔다.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무력감이 밀려왔고 설명하려는 목소리조차 힘이 빠져 있었다.“나 납치당한 얘기 했었잖아. 휴대전화랑 가방도 다 잃어버렸다고 말했고.”장시범이 잠시 멈칫했다.“그래도 굳이 직접 갖다줄 필요는 없잖아. 제대로 된 전남편이면 죽은 사람처럼 사라져 주는 게 맞는 거 아니야?”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럼 어떡할까? 내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넌 왜 늘 그런 말만 하는 거야? 네가 부른 것도 아니고, 약속한 것도 아니고. 그럼 두 사람 인연이 그렇게 깊다는 거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강지연은 오래전에 아물었다고 믿었던 상처가 거칠게 다시 벌어지는 느낌을 받았다.그녀와 온하준의 관계가 어떤 시간이었는지, 얼마나 아프게 지나왔는지, 그는 알고 있다고 믿었다.그래서 숨기지 않고 흉터를 보여줬다. 그런데 지금 그 흉터가 그의 입에서 칼날이 되어 돌아오고 있었다.그는 어떻게 저 말을 할 수 있을까.강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등을 돌려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장시범이 다급히 따라와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미안해, 자기야. 미안해.”그 순간, 강지연은 처음으로 그의 품을 거부했다.“그러지 마. 나 무시하지 말아 줘. 이러면 나 너무 슬퍼.”장시범은 놓지 않겠다는 듯 팔에 힘을 주어 더 세게 끌어안았다. 강지연은 그의 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단단한 팔이 숨을 조여오자 이미 답답하던 공기가 더 희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장시범, 이미 말했었잖아. 온하준이랑 결혼했던 오 년이라는 시간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고. 그게 계속 신경 쓰인다면 다시 생각해도 돼. 어떤 결론이든 난 감당할 수 있어.”사실상 이별에 가까운 말이었다. 장시범은 오히려 더 세게 그녀를 끌어안았다.“아니야. 난 싫어. 나 신경 안 써. 진짜야. 그냥... 그냥 네가 그놈이랑 다시 가까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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