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571 - Chapter 580

674 Chapters

제571화

“따뜻한 분위기의 집안에서 살아온 너는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있겠지.”아연은 여전히 강솔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말투만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나처럼 선택할 기회조차 없던 사람은 대체 어떻게 나를 구해야 하는데?”강솔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아연이 말을 이었다.“내가 괜찮은 일자리 구해서 부모님한테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안 해 봤을 것 같아? 다 소용없었어.”“어디로 가든 그 사람들은 정확하게 나를 찾아냈어. 정말 못 찾겠다 싶으면 내가 사는 도시까지 와서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지.”“딸 만나러 왔다가 길을 잃었다고, 경찰을 통해서 나한테 연락하려고 했어. 그리고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봤지만, 결국 한 번도 제대로 벗어나지 못했어.”그런 집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연은 중현과 강솔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연은 남의 관계를 망치는 짓을 혐오했다. 그래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하필이면 강솔이 예전에 구한 사람이 중현이었으니까.“너한테도 다른 선택지는 있었어.” 강솔이 아연의 말을 잘랐다.“있었다고?”아연은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어 보였다.“네가 그런 일들만 하지 않았으면, 우린 평생 친구로 지냈을 거야.” 강솔의 말은 진심이었다. “난 네가 숨 막히는 그 집에서 벗어나도록 도왔을 거고, 네가 잘하는 분야에서 제대로 빛나도록 도왔을 거야.”아연이 낮게 두어 번 웃었다.강솔은 아연이 왜 웃는지 알 수 없었다.“그건 불가능해.” 지금의 아연은 숨김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난 네가 싫었어. 네 따뜻한 집도 싫었고, 웬만한 일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네 여유 있는 태도도 싫었어.”강솔은 지나온 일들을 떠올렸다.갈등이 터지기 전까지 아연과 분명 친구라고 생각했다.“난 너랑 친구가 될 수 없었어. 네 곁에 있을 때마다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뼈저리게 느껴졌거든.”아연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전부 꺼냈다.“네가 사람들과 뭔가를 나눌 때마다, 난 늘 생각했어. 다른 사람들은 죽어라 애써야 겨우 얻는 걸
Read more

제572화

아연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강솔의 핸드폰이 울렸다.소담의 아버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강솔은 곧바로 받았다.[병원에 도착했다.]소태섭은 평소보다 빠르게 말했다. 걱정이 묻어 있었다. [너희는 어디야?]“제3병동 6층으로 올라오세요. 제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강솔은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화를 하며 밖으로 나가느라, 소담이 자신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3분 뒤.강솔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태섭을 만났다.소태섭은 수트 차림이었다. 막 식사 자리에서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담이는 어디 있어?” 소태섭은 보자마자 물었다. 눈에는 딸에 대한 숨길 수 없는 걱정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무슨 일인데?”“네?” 강솔의 머리 위로 커다란 물음표가 떠오르는 듯했다.소태섭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이 애가 왜 이렇게 멍해졌지? 설마 담이 상태가 심각한 건가?’“담이가 사고 난 사람이 본인이라고 했어요?” 강솔은 머리를 굴린 끝에 상황을 이해했다.앞으로 걷던 소태섭의 발걸음이 멈췄다.“담이가 아니면 누군데?”전화에서 소담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 대표님, 대표님의 귀한 딸이 지금 병원에 있는데 보러 가실래요?]“저 따라오시면 알아요.” 강솔은 더 설명하지 않고 병실로 안내했다.아연을 본 소태섭의 눈썹 사이로 의아함이 스쳤다. 이어 가득 차 있던 걱정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강솔은 아연을 소태섭에게 맡긴 뒤 병원을 나왔다. 차에 오르기 전 소담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아연 넘겼어?] 소담은 게임하며 전화받았다.“응.” 강솔은 병원 쪽을 한 번 돌아보며 방금 소태섭이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소 대표님께 네가 사고 났다고 했어?”[아니. 아빠의 귀한 딸이 사고 났다고 했지.]소담의 머리 회전은 빨랐다.[소아연이 사고 났다고 했으면 내일 아침에도 안 왔을걸. 네 자유와 기분을 위해서 과감히 아빠를 희생시켰어.]강솔이 진심으로 말했다.“고마워.”[우리
Read more

제573화

그 뒤 며칠 동안 강솔은 약속대로 매일 병원에 있는 중현을 찾아갔다. 가끔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며칠은 금세 지나갔고, 중현도 퇴원할 날이 다가왔다.중현이 환자복을 벗고 자기 옷으로 갈아입는 걸 보며 강솔은 시후에게 말했다.“고 대표가 시킨 일은 다 했어요. 그때 가서 고 대표도 약속 지켰으면 좋겠어요.”“문제없어요!” 시후의 대답은 매우 빨랐다.“네.”강솔은 짧게 답하고 나서 더 말하지 않았다. 떠날 때도 중현에게 따로 인사하지 않았다.멀어지는 강솔의 뒷모습을 보며 중현의 눈은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감정이 거칠게 뒤집히고 있었다.시후는 그 모습을 보다가 강 비서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나중에 강솔 씨가 다른 사람이랑 식사 약속 있으면, 같은 장소에 너희 대표님의 식사 자리도 잡아. 거리랑 시간만 적당히 조절하고.”강 비서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요 며칠 중현이 지시한 일들은 누가 봐도 강솔을 조용히 지키려는 움직임이었다. 중현이 마음을 정했다면 수석비서인 강 비서가 발목을 잡을 이유는 없었다.옷을 갈아입은 중현은 두 사람이 낮게 이야기하는 걸 보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물었다. “며칠 전에 시킨 일은 어떻게 됐어?”“전부 준비됐습니다.” 강 비서의 대답은 빨랐다.“응.” 중현은 손목시계를 차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강 비서가 중현을 불렀다.“대표님.”중현이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강 비서가 상황을 보고했다.“회장님과 큰 사모님께서 본가로 한번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이야기할 일이 있으시다고 합니다.”“그쪽 연락은 무시하라고 했잖아.” 중현이 말했다.“이번 일은 조금 특별합니다. 사모님을 언급하셨습니다.” 강 비서는 받은 내용을 빠짐없이 전했다. “대표님이 안 들어오시면 큰 도련님과 상의하겠다고도 하셨습니다.”중현의 눈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강 비서가 물었다.“본가로 가시겠습니까?”중현의 답은 변하지 않았다.“안 가.”“알겠습니다.”“당분간 그쪽
Read more

제574화

식사 자리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 홍일은 테이블을 한 번 훑어본 뒤 강솔의 귀에 낮게 말했다.“뭔가 좀 이상합니다.”강솔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상대와 대화를 이어 갔다.홍일은 강솔이 들었다는 걸 알고, 남은 말을 더 낮게 전했다.“이 자리에서 술을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보통 일이 아닙니다.”“그게 뭐가 이상해?”강솔은 상대와 잡담을 마친 뒤에야 홍일에게 답했다. 너무 티 나게 말하지는 않았다.“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차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 취향이 다른 거지.”“아가씨는 아직 경험이 적으십니다.” 홍일은 매우 진지했다.강솔이 홍일을 한 번 보았다.‘이 사람, 술 안 마셔서 재미없는 건가?’다시 15분쯤 지나 식사 자리가 끝났다. 병원 쪽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예의 바르게 강솔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작별을 고했다. 강솔은 병원 쪽 사람들을 룸 밖까지 배웅했다.“여기까지만 하시죠.”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더 안 나오셔도 됩니다.”“네.”강솔은 더 고집하지 않았다. 밖에서 식사 자리에 온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아가씨.” 홍일은 병원 쪽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며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아마 못 따실 겁니다.”강솔의 시선이 홍일에게 닿았다.“나한테 좋은 말 좀 해 주면 안 돼?”대화 분위기도 좋았다. 제시한 견적도 낮은 편이었다.강솔 보기엔, 이 프로젝트가 자신에게 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중요한 신호 하나를 못 보셨습니까?” 홍일의 차갑고 단정한 얼굴은 가끔 묘하게 어리숙해 보였다.강솔은 의아하게 바라보았다.홍일이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말했다.“그분들이 아가씨께 너무 정중했습니다.”강솔은 잠시 떠올려 보았다.“그랬나?”“아가씨가 차로 건배하실 때 그분들도 전부 따라 일어섰습니다.” 홍일은 이런 부분을 세밀하게 보았다. “아가씨가 하는 말마다 대답하고 맞장구쳤습니다. 한 번도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지 않았습니다.”강솔은 홍일을
Read more

제575화

문이 벽에 부딪히며 무거운 소리를 냈다.강솔이 소리가 난 쪽을 보자, 옷매무새가 엉망이 된 단아가 옆 룸에서 허둥지둥 뛰쳐나왔다. 단아는 강솔 곁을 지나가다 강솔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밖으로 뛰었다.동시에 룸 안에서 체격 좋은 경호원 둘이 따라 나왔다.그 짧은 사이에 강솔은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했다. 강솔은 몇 걸음 달려간 사람을 불렀다.“단아 씨!”단아의 발걸음이 멈췄다.강솔이 단아에게 걸어갔다.“제 쪽으로 오세요. 제가 도와 드릴게요.”단아의 눈에 망설임이 스쳤다. 이어 홍일이 막아선 경호원들을 한 번 보고, 다시 앞에 선 따뜻하고 단단한 강솔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서는 온갖 감정이 뒤섞였다.강솔은 티 내지 않고 단아의 흐트러진 옷을 정리해 주었다. 상의 일부가 찢어진 것을 보자 망설임 없이 자기 재킷을 벗어 단아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차 키도 함께 건넸다.“차 번호 끝자리 0866이에요. 먼저 차에 타서 기다리세요.”“하지만...” 단아가 망설였다.지금의 단아는 병실에서 봤던 사람과 완전히 달랐다.그때의 단아는 꽃처럼 웃었고, 다정함 속에도 거리감이 있었다. 지금은 걱정과 두려움이 뒤엉켜 있었고, 자신을 지키던 보호색이 벗겨져 있었다.“괜찮아요.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 강솔은 단아를 안심시키며 홍일 쪽을 한 번 보았다. “정 안 되면 홍일 싸가 열 명쯤은 혼자 상대할 수 있어요. 상대가 정신 못 차리게 할걸요.”단아는 키를 다시 강솔에게 내밀었다.“저도 같이 있을게요.”강솔이 자신을 지켜 주는데, 단아가 혼자 도망칠 수는 없었다.강솔은 억지로 보내지 않았다. 단아가 남는 걸 받아들였다.“비켜. 안 그러면 우리도 가만 안 있어!” 따라 나온 경호원들은 단아가 도망치지 않는 걸 보고 조금 안심했다. 곧 홍일에게 사납게 말했다.“가만 안 계셔도 됩니다.” 홍일은 매우 공손하게 말했다.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여기는 CCTV가 전부 찍고 있습니다. 두 분
Read more

제576화

단아는 본능적으로 강솔을 자기 뒤로 감싸며, 두려움을 억누르고 입을 열었다.“회장님, 이분은 그냥 지나가던 분이에요. 하실 말씀은 저한테 하세요.”방금은 너무 급해서 단아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이제야 강솔과 중현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강씨 집안도 파산 위기였다.손용한이 강솔까지 눈여겨보고 맘에 들어 한다면, 단아의 죄가 너무 커질 것이다.“이 친구도 안으로 데려와서 술 두 잔만 마시면, 방금 일은 넘어가 줄게.” 손용한은 좋은 말로 타이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단아가 입을 열기도 전, 홍일이 먼저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저희 대표님은 술을 안 드십니다.”손용한 회장은 더 흥미가 생긴 듯했다.“여자 대표?”“대표님이면 대표님이죠. 왜 앞에 여자를 붙이십니까?” 홍일이 말했다.“그냥 의외라서 그래. 대개 여자들은 집에서 남편 내조하고 애나 키우잖아.” 손용한의 시선은 계속 강솔과 단아를 훑었다. 손용한은 아름다운 사람을 늘 좋아했다. “너희 대표님은 그 자리까지 올라간 걸 보면 능력이 꽤 있나 보네.”‘능력’이라는 단어에 일부러 묘한 뉘앙스를 실었다.“좋으십니다.” 홍일은 글자 그대로만 들었다. “그러니 진씨 집안과 여씨 집안의 예비 상속인이 되셨겠죠.”손용한 회장이 멈칫했다. 미간이 좁아졌다.“진씨 집안, 여씨 집안?”홍일의 표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마치 사람인지 기계인지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소개가 늦었습니다. 저희 대표님은 강솔입니다. 어머니는 강정숙 여사님이시고, 전남편은 하중현 대표님, 친아버지는 여윤재 회장님, 양아버지는 강인호 대표님, 외할아버지는 진환식 회장님, 오빠는 JX그룹 부대표님...”홍일은 줄줄이 말해 나갔다.강솔은 잠시 말이 없었다.잠깐 침묵한 뒤, 강솔은 홍일의 도발을 허락하기로 했다. 이런 신분들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이용해도 나쁠 건 없었다.손용한의 안색은 조금씩 하얗게 질렸다.단아의 눈동자도 놀라 크게 흔들렸다.“당신이...
Read more

제577화

단아와 홍일은 동시에 강솔을 바라보았다.강솔은 차창 너머로 손용한 회장 일행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홍일에게 말했다.“사람 둘 구해서 그 사람에게 원한 있는 사람들처럼 꾸며. 한밤중에 찾아가서 한 번 흠씬 패 줘.”홍일은 당황했다.잠시 뒤,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아가씨 변하셨습니다.”강솔이 눈을 들었다.“어디가?”“예전에는 마음에 안 들면 정면으로 들이받으셨습니다.” 홍일은 이 기간 강솔의 변화를 정리했다. “지금은 숨을 줄 아십니다.”“나는 J시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 강솔은 이제 일처리가 훨씬 유연해졌다. 예전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바로 부딪히지 않았다. “정면으로 충돌했다가 내가 떠난 뒤에 그 사람이 단아 씨를 다시 괴롭히기라도 하면 어떡해?”그것이 방금 강솔이 평온하게 행동한 이유였다.손용한은 강솔 뒤의 사람들을 의식해 강솔에게는 함부로 못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아는 이쪽에서 의지할 곳이 전혀 없어 보였다.‘잠깐! 단아 씨는 하도현 쪽 사람 아니었나?’“감사해요.” 단아의 말은 진심이었다.“별말씀을요.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요.” 강솔은 자연스럽게 대답했고, 곧 중요한 걸 물었다. “어쩌다 손용한 회장 눈에 띄게 된 거예요?”“매니저가 잡아 준 식사 자리였어요. 드라마 여자 조연에 맞는 배우를 찾는 중이라고, 제작자랑 투자자한테 잘 보이라고 해서요.” 단아는 숨기지 않았다. 강솔이 큰 도움을 줬으니까.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강솔도 연예계에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거래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하지만 대부분은 서로가 맞지 않으면 그대도 끝날 것 같은데, 이렇게 강제로 손을 대려는 경우는 드물었다.“단아 씨는...” 강솔이 머릿속을 한 번 훑었다. “배우세요?”“네.” 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도 전보다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 이름을 말하면 알아들을 작품은 없지만요.”단아가 얼굴을 비춘 작품이라고 해 봐야 대사 한 줄 없는 단역이 전부였다. 어떤 작품에서는 정면
Read more

제578화

단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마음을 정한 듯, 단아가 말했다.“하도현이 허락하지 않아요.”강솔은 의아했다.“그분이 막았어요?”단아는 아주 작게 대답했다.“네.”강솔의 눈가에 의문이 스쳤다. 도현이 이렇게까지 독선적인 사람일 줄은 몰랐다. 단순히 사적인 감정 때문에 배우의 노력과 제작진의 수고를 무시하고 작품을 눌러 버리다니.‘하씨 집안 형제들은 어디 한 군데씩 고장 난 사람들인가?’“아가씨.” 홍일의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임단아 씨 댁이 어디입니까? 우선 모셔다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강솔이 단아를 바라보았다.단아의 손이 무릎 위에서 조금씩 말렸다. 마치 돌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사람 같았다.“오늘 저희 집에서 주무실래요?” 강솔이 제안했다. 자극적이고 주관적인 말은 최대한 피했다. “빈방이 많아요.”강솔은 단아와 도현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알지 못했다.하지만 중현이 전에 했던 말로 보아,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함께했는데, 도현은 단아를 여자친구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단아의 일에는 깊이 간섭했다. 단아는 분명 그 점에 불만이 있는데도 도현 곁을 떠나지 않았다.두 사람의 관계는 아마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것이다.“어때요?”강솔은 단아가 말하지 않자 다시 물었다.단아는 승낙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현의 성격을 떠올리자 망설여졌다.“아니에요. 지하철역까지만 데려다주세요.”말이 끝나자마자 단아의 핸드폰이 웅웅 울렸다.이번 벨소리는 방금 전화와 달랐다.강솔은 곁눈질로 저장된 이름을 보았다.H.‘H? 하? 하도현?’단아는 화면에 뜬 이름을 보며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 받을지 말지 심하게 고민하는 모습이었다.“하도현 대표예요?” 강솔이 물었다.“네.”강솔은 뭔가 묻고 싶었지만, 단아의 사생활을 건드릴까 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다시 5초쯤 지나, 단아가 강솔을 바라보았다. 결심한 사람처럼 말했다.“아까 그 말... 다시 물어봐 주실 수 있어요?”강솔은 말로 대답했다.“홍일 씨, 우리
Read more

제579화

단아의 눈에 긴장이 스쳤다. 붉은 입술이 본능적으로 굳게 다물렸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도현 대표가 단아 씨를 순순히 데려가게 두지 않을게요.” 강솔은 단아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이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운전하고 있는 홍일에게 지시했다. “조금 빨리 가. 하 대표보다 먼저 도착해야 해.”홍일의 대답은 빨랐다.“알겠습니다.”홍일은 액셀을 더 밟았다.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차 안은 조용했다.단아는 그 전화 이후 유난히 말이 없었다. 소프트 가든에 도착할 때까지 조용히 앉아 있었다.차에서 내린 뒤, 강솔은 처음엔 최 집사에게 도현이 오면 함부로 들이지 말라고 부탁하려 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아무래도 도현을 어려워할 것 같아, 결국 이 일은 홍일에게 맡겼다.“하도현 대표가 갑자기 오면, 위층으로 올라오게 하면 안 돼.”“알겠습니다.”강솔은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말했다.“활동 범위는 거실까지만. 단아 씨를 보겠다고 하면 내가 내려온 뒤에 말하자고 해.”홍일이 대답했다.“네.”강솔은 단아를 한 번 보고 마지막으로 당부했다.“나머지는 뭘 묻든 대답하지 마. 모든 일은 내가 내려와서 말하는 걸 기준으로 해.”“알겠습니다.” 홍일은 강솔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랐다.강솔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최 집사에게도 같은 내용을 전했다.도현은 똑똑했다. 중현처럼 세세한 부분을 잘 짚어냈다. 조금이라도 허술하게 준비하면, 차 안에서 했던 말이 핑계였다는 것도, 단아가 쓰러진 척했다는 것도 알아차릴 가능성이 컸다.강솔은 상관없었다. 도현이 강솔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중요한 건 단아였다.“저 따라오세요.” 강솔은 단아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단아는 내내 강솔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병실에서 처음 만났고, 그전의 강솔에 대한 정보는 모두 도현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다.지금 보니, 강솔은 도현이 말하던 것처럼 동생 품 안에서 곱게만 길러진 새장 속의 새가 아니었다.‘남자들의 말은
Read more

제580화

도현은 홍일을 지나쳐 곁에 있는 최 집사에게 물었다.“강솔 씨는요?”최 집사가 예의를 갖춰 답했다.“위층에 계십니다.”도현은 이곳을 자기 집처럼 여기며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홍일이 재빨리 앞을 막았다.도현이 홍일을 보았다.도현은 처음 보는 홍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홍일은 도현이 입을 열기 전에 먼저 말했다.“하 대표님, 위층은 사적인 공간입니다. 주인의 허락 없이 올라가시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내가 누군지는 알아?” 도현의 얇은 입술이 열렸다.“대충 압니다.” 홍일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입에서 나온 말은 이랬다. “저희 아가씨 전남편의 형님입니다.”도현은 말문이 막혔다.최 집사와 다른 사람들도 잠시 멍해졌다.홍일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표정에는 감정 없이 진지함만 있었다.“소파에 앉아 기다려 주십시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제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도현은 홍일을 바라보았다. 안경 너머의 눈빛에는 압박감이 있었다.홍일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강솔 씨가 여자를 하나 데리고 왔지?” 도현은 일단 한 발짝 물러섰다. 홍일은 아마 중현이 강솔에게 붙여 둔 사람일 거라고 추측했다.“아가씨의 개인적인 일이라 제가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홍일은 마치 안내문을 읽는 로봇처럼 공식적으로 말했다. “알고 싶으시면 대신 전달해 드리겠습니다.”도현의 시선이 차가워졌다.홍일이 물었다.“더 궁금한 점 있으십니까?”도현은 대답하지 않았다.홍일이 이어 말했다.“없으시면 저쪽에 앉아 주십시오. 제가 올라가서 전달하겠습니다.”“없어.” 도현은 몸을 돌려 소파 쪽으로 걸었다.홍일은 알겠다고 말한 뒤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두 걸음도 채 못 갔을 때, 옆에서 한 그림자가 홍일을 지나쳐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도현의 무례한 행동을 본 홍일은 걸음을 빨리해 계단 입구에서 막아섰다. 태도는 한층 진지하고 엄해졌다.“하 대표님, 예의가 너무 없으신 것 아닙니까.”“무슨 일이야?”강솔이 걸어와 두
Read more
PREV
1
...
5657585960
...
6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