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몸 상태를 내가 모를까 봐?” 도현의 말투는 느긋했다. 안경 쓴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니 점잖은 쓰레기 같았다. “하룻밤에 여러 번 해도 정신 멀쩡한 사람이, 피곤해서 쓰러진다고?”단아의 얼굴에 불편함이 스쳤고, 마음은 서늘해졌다.‘이런 하도현을 내가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그런데 왜 말 안 한 거야?”“네가 놀고 싶어 하면 나도 그 장단에 좀 맞추지.” 도현의 손은 단아의 몸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겸사겸사 네가 뭘 착각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해 주고. 가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지 않게.”사실 단아가 쓰러진 척했다는 건 도현도 오늘 아침에야 확신했다.단아가 먼저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돌아오자마자 대화하자고 했다. 그것만 봐도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눈에 감춰지지 않는 붉은 핏줄까지 보였으니, 도현은 거의 바로 단아가 밤새 자지 못했다는 걸 짐작했다.잠을 못 잔 이유는 아마 강솔이 말한 무언가 때문에, 단아가 밤새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나랑 끝내고 싶어?” 도현이 물었다.단아는 도현의 시선에 붙잡혔다. 한참 침묵한 뒤 대답했다.“네.”“강솔은 강솔이고, 임단아는 임단아야.” 도현은 손을 빼서 단아의 손가락을 만졌다. “너는 돈 많은 집 딸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너를 사랑해 준 부모도 없어. 뒤를 받쳐 줄 재벌 2세 친구도 없지. 그 사람이 네게 무슨 말을 했든, 그런 조언은 너한테 맞지 않아.”단아는 입술을 다문 채 말하지 않았다. 마음은 조금씩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강솔이 중현이를 떠난 건 재벌가 아가씨의 사회생활 체험이야.” 도현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네가 나를 떠나는 건, 어둠에서 더 깊은 어둠으로 떨어지는 거고.”“알았어.” 단아는 도현이 자신에게 경고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이번은 넘어가 준다는 뜻이었다.다음이 있다면, 단아에게 확실히 기억하게 할 것이다.“앞으로 강솔이랑 연락하지 마.” 도현은 단아를 번쩍 안아 위층으로 향했다. 침대에 내려놓은 뒤 낮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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