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결코 무너지지 않아: Chapter 751 - Chapter 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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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1화

“누구 편을 든 게 아니야. 강솔을 건드렸을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미리 알려 준 것뿐이지.” 태휘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너희 몫이고.”도엽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태휘 쪽으로 두 걸음 다가갔다. “형, 나랑 아버지가 뭘 꾸미는지 이미 알고 있었어?”태휘가 눈을 들었다. “네 생각은 어떤데?”태휘가 그동안 여러 일을 내버려두고 관여하지 않은 건, 도엽과 진무천이 큰 파문을 일으킬 만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설령 일이 커져도 중현이 수습할 수 있는 정도였다.하지만 중현이 J시로 돌아간 지금은 사소한 일도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컸다.“하중현은 지금 H시에 없어. 형만 입 다물면 우리가 뭘 하든 확실한 증거 없이 우리를 어쩌진 못해.” 도엽은 아예 속내를 드러냈다. “형이 저쪽 편에 서지만 않는다면...”“여태진 대표가 어떻게 됐는지 잊었어?” 태휘가 친절을 가장해 일깨웠다.“알아봤어. 여진동 회장님께서 위험한 데서 빼내 왔더라.” 도엽은 중현을 두려워했지만, 여태진의 일을 보며 자신들이 중현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했다고 여겼다. “결국 멀쩡하다는 거잖아.”태휘는 짧게 받아쳤다. “더 자세히 알아봐.”도엽의 미간이 좁아졌다. “무슨 뜻이야?”태휘는 친동생이라는 정을 생각해 한마디씩 분명하게 말했다. “그분에게 남은 결말은 하나뿐이야.”도엽이 물었다. “뭔데?”태휘가 답했다. “평생 감옥에서 썩는 것.”도엽은 말문이 막혔다. “뭐?”도엽은 곧바로 반박했다. “말도 안 돼! 여진동 회장이 이미 데리고 돌아왔잖아. 하중현이 아무리 막 나가도 여씨 집안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사람 하나를 그렇게 끝장낼 순 없어.”“중현이 직접 손댈 필요는 없지. 법이 알아서 할 테니까.” 태휘가 드물게 말을 길게 이었다. “네가 거느린 회사와 네 손을 거친 일이 전부 깨끗하다고 장담할 수 있어? 먼지 한 톨 안 나올 만큼?”‘장담할 수 없지.’도엽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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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용서하느냐 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강솔은 그 결과에 매달리지 않았다. 훨씬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시면 돼요. 그리고 그다음은 운명에 맡기세요.”결과를 붙잡고 고민하기보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편이 나았다.모든 일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네 말이 맞다.” 진환식은 막힌 곳이 뚫린 듯 표정이 편안해졌다. “며칠 뒤에 내가 너희 집으로 들어가서 같이 살기로 했다.”강솔의 움직임이 멎었다.‘뭐라고?’진환식은 혼자만의 생각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 “예전에 못 해 준 걸 전부 갚아야지. 내 마음을 받을지 말지는 정숙이가 정할 일이고, 주는 건 내가 할 일이니까.”강솔의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내 말이 그런 뜻이었나?’“잠깐 기다려. 가져올 게 있다.” 진환식의 마음은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방으로 향하는 동안 진환식은 정숙 앞에서 체면도 없이 매달리던 여윤재를 떠올렸다. 자기 딸에게 그토록 큰 상처를 준 사람도 곁에 붙어 있는데...친아버지인 자신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온 힘을 다해 보상한 뒤에도 딸 곁에 머물 자리 하나 없을 리 없다고 판단했다....잠시 뒤.진환식은 예전에 건넨 것보다 훨씬 큰 고급 나무상자를 들고 나와 강솔에게 내밀었다.강솔은 의아한 눈으로 상자를 봤다. “이게 뭐예요?”“너희 집 문을 열게 해 줄 열쇠다.”진환식은 전과 달리 망설임 없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네 엄마한테 갖다줘. 이 정도면 너희 집에서 한 달쯤 지내도 되는지 물어보고.”강솔은 세월의 흔적이 밴 상자를 살펴보다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30분 넘게 이야기를 더 나눈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솔이 막 나가려던 때 진환식이 뒤에서 불렀다. “솔아.”강솔이 돌아봤다.“네?”“예전 일은 더 파헤치지 마라.” 진환식이 갑자기 당부했다. “의강소프트웨어를 잘 키워서 평가 과제를 빨리 끝내고, 원래 네 엄마 몫이던 지분을 되찾는 게 우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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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강솔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이미 예상했던 일 아닌가?’시후가 저렇게 다급해할 이유가 없었다.[하준호 회장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중현이 떠날 때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시후는 지금도 자신을 바라보던 중현의 싸늘한 눈빛을 또렷이 기억했다.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밀어내는 시선이었다.어릴 때부터 중현을 지켜봤지만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구나 그 차가운 시선이 시후 자신을 향한 적은 거의 없었다.하지만 강솔은 시후와는 달리 불안해하지 않았다. “알았어요.”시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강솔 씨는...]“홍일 씨와 신동 씨에게 번갈아 집을 잘 지키라고 할게요.” 강솔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지안 아빠가 우리 집 근처에 못 오게요.”시후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 떠올랐다.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대답은 예상하지 못했다.“다른 일 없으면 이만 끊을게요.” 강솔은 중현을 두고 더 이야기할 생각이 없었다. “앞으로 지안 아빠에 관한 일은 저한테 전하지 마세요. 여기는 감정 받아 주는 곳도 아니고, 제가 그 사람의 A/S 센터도 아니니까요.”[하 회장 집에서 중현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시후는 강솔이 이토록 단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중현은 원래 전날 저녁 본가에 가서 식사할 예정이었다. 회사 일 때문에 오늘 점심으로 미뤘는데,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기분이 바닥까지 가라앉은 모습으로 돌아왔다.하준호에게 손을 대지도 않았다. 도현을 겨냥하지도 않았다.아무 일도 벌이지 않고 아무 말 없이 곧장 H시로 향했다.시후는 중현이 강솔을 찾아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숨겨 온 과거가 강솔에게 알려진 게 문제였다면, 만나서 따질 상대는 시후여야 했다. 하지만 중현은 곁을 지나며 차가운 눈길만 한 번 던졌을 뿐, 시후를 다시 쳐다보지도 않았다.마치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듯 했다.“궁금하지 않아요.” 강솔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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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언제부터였는지 밖에는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일정한 박자로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고요한 실내와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중현은 따뜻한 물 한 잔을 강솔 앞에 내려놓고 차분하게 물었다. “저녁은 먹었어?”강솔이 짧게 답했다. “먹었어.”중현이 다시 물었다. “요 며칠 누가 찾아와서 귀찮게 한 적은?”“없어.”“일은 안 힘들고?”중현은 계속 중요하지도 않은 말만 꺼냈다.강솔은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질문이 끝나자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할 말 있어서 찾아온 거 아니야? 얼른 말해. 나 돌아가서 할 일이 있어.”중현은 입을 다물었다.비행기 안에서 묻고 싶은 말을 수없이 정리했다.강솔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여러 번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답을 들어야 할 때가 오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혹시 원하는 말을 듣지 못할까 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날카로운 칼을 심장에 꽂을까 봐 겁이 났다.“더 할 말 없으면 들어갈게.” 강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시후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어?” 중현은 먼저 하준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했다.“당신의 과거.” 강솔은 감정을 모두 지운 사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하준호 회장이 어릴 때 당신을 어떻게 학대했는지, 당신의 친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전부 들었어.”중현의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그다음은?”강솔은 차분히 바라봤다. “그게 끝이야.”중현이 물었다. “그때 넌 분명 나를 미워했잖아. 그런데 왜 병원에 남아서 나를 돌봤어?”“첫째, 고 대표와 거래가 있었으니까. 내가 당신 곁에 남는 대신 나중에 필요할 때 도와주겠다고 했어.” 강솔은 숨김없이 털어놨다. “둘째, 당신의 과거가 마음 아팠으니까.”중현에게서 번지던 온기가 서서히 식었다. 방 안의 공기까지 무겁게 가라앉았다.강솔은 중현의 기분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왜?” 중현은 억눌린 감정을 눈에 담은 채 강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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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두 사람의 대화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강솔은 중현이 마음의 매듭을 풀고 그 일에서 빠져나오길 바랐다. 하지만 중현은 너무 완고했다. 사건이 벌어진 뒤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붙잡아 가둔 채 한 발도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중현이 짊어진 짐은 지나치게 무거웠다. 숨을 쉴 때마다 자신이 저질렀다고 믿는 ‘잘못’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걱정돼서 못 가겠으면 저희도 여기 남아서 같이 지켜 드릴게요.”신동은 우산을 든 채 강솔 옆에 서서 불이 켜진 건물을 한 번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아가씨 마음이 안 좋아 보이세요.”‘마음이 안 좋은 건가?’강솔이 아는 건 가슴이 견디기 힘들 만큼 아프다는 사실뿐이었다. 가슴 안쪽이 쉴 새 없이 뭔가에 의해 갉아 먹히는 듯했다.중현을 그 과거에서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중현은 그 일 때문에 자기 자신마저 버리려 했고, 강솔이 건네는 말은 하나하나 중현의 가슴에 칼을 꽂는 꼴이 됐다.대화 끝에 중현이 내뱉은 말들이 그랬다.“앞으로 나 찾아오지 마.”“네 걱정과 관심은 전부 날카로운 칼처럼 나를 찔러. 자꾸 예전 일을 떠올리게 해.”“무진이는 나 때문에 죽었어. 죽은 뒤까지 그 일을 이용해서 너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어.”“가.”“이 밤중에 널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강솔은 마른 목을 억지로 삼켰다. 눈가에는 이미 감정이 차올라 있었다.신동은 강솔이 더 깊이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말을 꺼내려 했다. 그보다 강솔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안으로 다시 들어갈게.”강솔은 빗속으로 뛰어들어 멀리 불이 켜진 건물을 향해 달렸다.그때 강솔은 이혼하며 겪은 불쾌한 일도, 중현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괴롭혔던 일도 모두 잊었다. 자신에게 수없이 많은 사랑을 주었던 사람이 지금 산산이 부서져, 강솔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만 알았다.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중현을 안아 주고 싶었다.쾅!닫혔던 문이 다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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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신동은 차창 너머 불이 켜진 건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따 아가씨 나오시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홍일은 반박하려다 신동의 복잡한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감정 문제라면 신동이 자신보다 훨씬 잘 알았다.‘신동의 말대로 하자.’같은 무렵.시후는 강솔과 중현 모두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강솔의 집으로 가 레미를 찾았다. 얼굴을 보자 인사도 건너뛰고 본론부터 물었다. “강솔 씨 어디 있는지 알아?”“중현이랑 나갔어.” 레미가 답했다.시후의 표정이 복잡하게 굳었다.중현이 과거에서 빠져나오려면 강솔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시후는 잘 알았다. 두 사람이 대화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면 완전히 갈라설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중현은 한번 고집을 부리면 누구도 꺾지 못할 만큼 완고한 고집불통이었다.“둘 다 성인이야. 네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걱정해 줄 필요 없어.”레미는 시후보다 상황을 더 분명하게 봤다. “연애 문제는 주변 사람이 덜 끼어들수록 좋아. 결과가 어떻게 되든 네가 나서지 마.”“그런데 무진이 일은 아직 하준호 회장한테서 제대로 된 진실을 듣지 못했잖아.” 시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었다.도현이 한 말은 거의 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중현과 강솔의 대화마저 어긋난다면, 중현이 그 끔찍한 진실을 혼자 어떻게 감당할지 알 수 없었다.중현은 하준호가 저지른 일을 자기 탓으로 떠안은 채 여러 해 동안 약속에 매달렸다. 하준호의 입으로 무진의 죽음이 중현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말까지 듣게 되면 정말 미쳐 버릴지도 몰랐다.“누구에게나 혼자 넘어서 극복할 고비가 있어.” 레미는 태연했다. “중현이도 예외는 아니야.”시후는 하고 싶은 말을 삼키다 이름만 불렀다. “레미.”레미가 단호하게 말했다. “본인이 해결하게 둬. 정말 못 버텨서 죽을 지경이 되면 병원에 데려가는 것까지만 해. 그 외에는 손대지 말고.”시후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중현이 스스로 깨달아야 풀리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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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아까부터 쏟아지던 폭우는 언제 멎었는지 모를 정도로 자취를 감췄고, 주변에는 숨소리마저 크게 들릴 만큼 깊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긴 침묵이 이어졌다.고작 일 분이 흐른 것 같기도 했고, 몇 시간이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강솔은 의자에서 일어나 중현을 다시 한번 끌어안았다. 손을 놓을 때 중현에게 짧은 말을 남겼다.잠시 뒤.중현은 강솔을 아래층까지 배웅했다.차 문 옆에 선 강솔을 바라보는 중현의 눈에서 모든 애정과 다정함이 지워졌다. 남은 건 멀고 낯선 거리감뿐이었다.“이번에 가면 다시 오지 마. 네 연민도 필요 없고, 베푸는 호의도 필요 없어.”“알았어.” 강솔은 차분하게 받아들였다.신동의 미간이 저도 모르게 좁아졌다.‘두 분이 안에서 무슨 얘기를 하신 거지?’중현은 눈 깊은 곳에 모든 감정을 감춘 채 강솔에게 말했다. “앞만 보고 가. 뒤돌아보지 말고.”중현은 서무진의 일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하준호에게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중현이 걸어갈 길에는 어둠만 짙게 깔려 있었다.반면 강솔은 빛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그런 강솔을 어떻게 진흙탕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당신도 앞만 보고 가. 뒤돌아보지 말고.” 강솔은 같은 말을 중현에게 돌려줬다.강솔은 차에 올랐다.문이 닫히자 차는 곧 출발해 멀어졌다.점점 작아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현은 양옆으로 내린 손을 세게 말아 쥐었다. 억눌린 가슴이 실제 통증으로 이어질 만큼 아팠다.한참 뒤 중현은 강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J시로 돌아간다.”강 비서는 곧바로 답했다. “전용기를 준비해 두었습니다.”중현과 강솔은 끝내 서로 다른 길로 향했다. 강솔은 정해진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갔고, 중현은 삶의 또 다른 길로 발을 내디뎠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강솔은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봤다. 시선에는 초점이 없었고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홍일은 뒤를 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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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그건 아주 먼 훗날 이야기야.” 지안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아빠가 엄마한테 죽어라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강솔이 물었다. “왜?”지안이 답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랑 아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거든.”지안은 부모가 서로 사랑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알고 싶었다.아빠가 이렇게 좋은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얻었는지도 궁금했다.강솔의 마음이 갑자기 누그러졌다. “네가 J시에 가서 아빠 옆에 있어 줄래?”“싫어.” 지안은 단번에 거절했다. “내가 가면 아빠는 힘든 마음을 다 감추고 좋은 모습만 보여 줄 거야. 아빠가 그렇게까지 힘들게 사는 거 싫어.”강솔은 지안을 품에 안았다.지안은 두 사람에게 내려온 작은 천사였다....같은 시각, 하씨 집안 본가.중현이 떠난 지 몇 시간이 지난 뒤였다. 하준호는 캄캄한 밤하늘 아래 정원에 앉아 있었다.하준호는 옆에 앉은 도현을 무거운 눈으로 보며 물었다. “이번 일로 중현이랑 강솔이 완전히 틀어질 것 같으냐?”도현은 차를 한 잔 따르며 답했다.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하준호의 미간이 구겨졌다.‘이 일로도 안 틀어진다고?’“중현이는 자존심이 강하고 이 문제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는 건 맞습니다.” 도현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래도 강솔은 중현이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 온 사람이죠. 기껏해야 선을 긋고 멀어지려 할 뿐, 진짜 원수처럼 돌아서지는 않을 겁니다.”“둘 사이가 깨지지 않으면 재산과 지안이 양육권을 어떻게 되찾아.” 하준호의 표정이 험악해졌다.“그 문제는 오히려 가장 사소합니다.” 도현은 하준호 앞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단정한 인상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버지는 과거에 있었던 서무진의 일을 중현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부터 생각하셔야 합니다.”하준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설명할 게 뭐가 있어. 제 발로 옥상에서 뛰어내린 일까지 내 탓이라는 거냐?”“오랜 세월이 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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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무겁게 가라앉은 하준호의 눈에 거친 기운이 스쳤다.도현은 재촉하지 않았다.아버지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서무진은 제 마음을 못 이겨서 스스로 뛰어내린 거야. 나와는 아무 상관 없어.” 하준호는 한동안 침묵한 뒤 거짓말을 꺼냈다. “억지로 나에게 죄를 붙이겠다면 HS그룹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치운 것 정도겠지.”“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도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도현은 자기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번 대화에서 진실을 들을 거라고는 기대하지도 않았다.하준호는 벼랑 끝에 몰려야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사람이었다. 그때가 오면 도현도 아버지와 정식으로 협상할 생각이었다.불안을 감추지 못한 하준호가 떠보듯 물었다. “중현이 이 일로 나를 건드릴 것 같으냐?”도현이 답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너와 오씨 집안 사이에 추진하는 혼사도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잖아.”하준호는 의미를 담아 말을 이었다. “이 일과 강솔 쪽 문제만 제대로 처리해. 그러면 네가 원하는 권한도 주고, 결혼 상대도 네 뜻대로 고르게 해 주마.”“감사합니다, 아버지.” 도현은 아직 가슴에 품은 야심을 아버지에게 드러내지 않았다.두 사람의 대화는 깊은 밤까지 계속됐다.하준호는 중현이 정말 자신을 겨냥할까 두려워 도현에게 경호 인력을 늘리라고 지시했다.모든 이야기를 마치고 도현이 떠나려 하자 하준호가 불러 세웠다. “참, 하나 묻자.”도현이 걸음을 멈췄다.하준호는 도현의 눈을 보며 말했다. “네가 집에 데리고 있는 여자 때문에 사교계의 손용한 회장과 마찰을 빚었다는 소리가 들리던데?”“여러 사람 앞에서 아버지를 험담하길래 보기 거슬려 사람을 시켜 한 번 경고했습니다.”도현은 태연하게 설명했다. “그 일로 앙심을 품고 뒤에서 제 이야기를 꾸며 낸 모양입니다.”웃음기 없이 진지하게 말하자 하준호도 더 캐묻지 않았다.대신 한마디 경고했다. “네 동생은 여자 때문에 크게 넘어졌다. 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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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그런 어설픈 거짓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 도현은 단아의 턱을 놓아주었다. 서늘한 눈과 함께 주변의 공기까지 몇 도는 더 차가워진 듯했다.단아는 순순한 태도를 꾸며 냈다. “딱 한 번만.”도현이 눈을 조금 들어 올리자 위압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같은 말 두 번 하게 만들지 마.”“이번 작품만 하게 해 주면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 할게!”단아는 도현의 팔을 끌어안았다. 티 없이 맑아 보이는 눈에 도현의 정신이 잠깐 흐트러졌다.그러다 금세 정신을 되찾았다.도현은 단아를 안아 옆자리에 앉혔다. 위험한 기운이 단아를 빈틈없이 감쌌다. “그렇게까지 연기가 하고 싶어?”“연기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 힘으로 돈을 좀 벌고 싶어.”단아는 도현의 팔을 감싸안았다. 얌전하고 사려 깊은 표정 아래로 증오와 혐오를 전부 숨겼다. “몇 달 뒤면 당신 생일이잖아. 당신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하나 사주고 싶어.”도현은 뜻밖이라는 듯 굳었다. 품 안의 단아를 말없이 내려다봤다.옅은 색의 가운을 입고 긴 머리를 어깨에 늘어뜨린 단아는 부드럽고 차분하며 다정해 보였다. 도현이 좋아하는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그 말을 너는 믿어?” 도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왜 못 믿어?” 단아는 사실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 “당신이 나한테 그렇게 잘해 주는데 내가 당신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는 게 이상해?”“잘해 줘?” 도현은 단아의 턱을 천천히 문지르며 일깨웠다. “방금 네 동생 목숨으로 널 협박했는데?”“당신은 말만 그렇지, 속마음은 약하잖아. 입으로는 무섭게 말하면서도 몰래 사람을 붙여서 내 동생을 지켜 주고 있고.”단아는 속이 뒤집히는 걸 참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이어 갔다. “약속할게. 이번 작품 하나만 찍고 당신 생일 선물 살 돈을 벌면 얌전히 집에 있을게.”도현은 단아의 긴 머리를 어루만졌다. “매니저와 경호원을 내 사람들로 바꿔.”단아가 순순히 답했다. “알았어.”도현이 말했다. “대본도 가져와서 항상 나한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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