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는지 밖에는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일정한 박자로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고요한 실내와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중현은 따뜻한 물 한 잔을 강솔 앞에 내려놓고 차분하게 물었다. “저녁은 먹었어?”강솔이 짧게 답했다. “먹었어.”중현이 다시 물었다. “요 며칠 누가 찾아와서 귀찮게 한 적은?”“없어.”“일은 안 힘들고?”중현은 계속 중요하지도 않은 말만 꺼냈다.강솔은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다. 질문이 끝나자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할 말 있어서 찾아온 거 아니야? 얼른 말해. 나 돌아가서 할 일이 있어.”중현은 입을 다물었다.비행기 안에서 묻고 싶은 말을 수없이 정리했다.강솔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여러 번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답을 들어야 할 때가 오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혹시 원하는 말을 듣지 못할까 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날카로운 칼을 심장에 꽂을까 봐 겁이 났다.“더 할 말 없으면 들어갈게.” 강솔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 시후가 너한테 무슨 말을 했어?” 중현은 먼저 하준호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했다.“당신의 과거.” 강솔은 감정을 모두 지운 사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하준호 회장이 어릴 때 당신을 어떻게 학대했는지, 당신의 친구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전부 들었어.”중현의 손에 서서히 힘이 들어갔다. “그다음은?”강솔은 차분히 바라봤다. “그게 끝이야.”중현이 물었다. “그때 넌 분명 나를 미워했잖아. 그런데 왜 병원에 남아서 나를 돌봤어?”“첫째, 고 대표와 거래가 있었으니까. 내가 당신 곁에 남는 대신 나중에 필요할 때 도와주겠다고 했어.” 강솔은 숨김없이 털어놨다. “둘째, 당신의 과거가 마음 아팠으니까.”중현에게서 번지던 온기가 서서히 식었다. 방 안의 공기까지 무겁게 가라앉았다.강솔은 중현의 기분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왜?” 중현은 억눌린 감정을 눈에 담은 채 강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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