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현을 노려봤다. “너 미쳤어?”중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맞았다. 어쩌면 이미 미쳐 있었다.강솔과 지안이 아니었다면, 이 일을 알게 된 날 바로 하준호를 데리고 서무진이 몸을 던진 건물로 올라갔을지도 몰랐다. 아직 그러지 않은 건 마지막 남은 이성이 붙들고 있기 때문이었다.“네 성은 ‘하’ 씨야, ‘서’ 씨가 아니야!” 하준호는 화가 치밀어 목소리를 높였다. “남 때문에 친아버지한테 이러고도 네가 사람이냐!”중현이 천천히 되물었다. “아버지요?”하준호는 말없이 아들을 바라봤다. 이유 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저는 자식을 남과 비교하는 물건으로 보는 분을 아버지라 생각한 적 없습니다.” 중현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익 때문에 사람 목숨까지 아무렇지 않게 처리하는 분을 아버지로 인정할 생각도 없고요.”어릴 때 중현은 다른 집 아이가 할 줄 아는 건 뭐든 따라 해야 했다. 주변의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아이와 늘 비교당했다.한 가지를 천천히 배우고 싶어도 부모는 경쟁심에 휩쓸려 이것저것 시켰다. 남들 앞에서는 허영심을 채우려고 중현을 천재 아이라고 떠벌렸다.‘천재'로 불리는 이상 뭐든 잘해야 했다. 즉석에서 시를 짓고, 짧은 시간 안에 글을 만들고, 멜로디까지 뽑아내야 했다.중현의 재능과 명석한 두뇌는 부모의 비교심과 허영을 채우는 도구였다. 한 번 배운 걸 바로 못 하면 돌아오는 말은 무능하다, 멍청하다는 모욕뿐이었다.어린 중현은 고집도 셌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버텼고, 그 대가로 맞는 일도 적지 않았다.무진이 없었다면 그런 환경에서 정말 망가졌을지도 몰랐다. 집에는 엄격한 할아버지, 허영심 강한 부모, 존재감 없이 지내는 형뿐이었다.그 밖에 남은 건 부모의 체면을 위해 억지로 들어야 하는 수많은 수업이었다.“이 불효자식! 은혜도 모르는 놈!”하준호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렇게 공들여 아들을 기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오는 것에 견딜 수 없었다. “네가 지금 아는 걸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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